“하 비서는 늘 신중하고 믿음직했는데, 이번에는 왜 무모하게 행동했어? 정말 큰 사고를 쳤네.”하진영은 계속 중얼거렸다.“엄마, 하 비서는 그저 구씨 가문이 이기는 걸 보기 싫었던 거야. 혼을 내주고 싶었던거지.”소희는 하진영의 등을 토닥이며 눈빛이 악독했다.“하지만 오늘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도 운이 없어서 그래. 할아버지와 삼촌이 하 버서를 버리면 구씨 가문의 화풀이 상대가 될 거야. 이씨 가문과 관련이 없고 하 비서의 생각이라고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야.”하진영은 집에만 있었지만 귀족 가문 출신이라 일을 꿰뚫어 볼 수 있어 답답한 듯 고개를 흔들었다.“너도 봤잖아. 이미 생중계로 방송되었어. 하 비서의 잘못이지만, 하 비서는 결국 이씨 가문 사람이야. 신경주와 구아람의 태도도 강력한데, 우리가 대중의 분노를 건드렸다고 할 수 있어. 여론은 이씨 그룹의 주식과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칠 거야. 내일 주식은 분명 폭락할 거야. 네 할아버지와 삼촌이 윌슨 부자와 협력을 하고 싶어 했는데, 이제 어려울 것 같아.”소희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마음속으로 좋아했다.‘이씨 그룹 주식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어? 아버지가 엄마와 나한테 평생 써도 남을 돈을 남겨주었어. 오빠 손에도 사업이 좋고, 이씨 그룹 지분도 있는데. 엉망의 상황은 할아버지와 삼촌에게 주면 돼. 나만 빠지면 돼!’똑똑똑-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소희는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자 유희의 날카로운 눈과 마주쳤다.“이소희, 내려.”유희의 목소리가 강력했다.“유희야. 소희는 네 친동생이야. 다정하게 말하면 안 돼?”하진영은 소희 대신 불만을 털어냈다.“나와, 빨리.”유희는 아랑곳하지 않고 더 차갑게 말했다. 소희는 입을 꾹 다물고 내렸다. 남매는 하진영 앞에서 대화하기 싫어 차에서 멀리 떨어졌다.“네 바보 동생 곁에 계속 있었잖아. 집에 큰 일이 생겨도 나타나지 않더니, 이제 와서 뭐해?”소희는 유희를 바라보며 담담한 척 화려한 메니큐어만 바라보았다.“바보 동생
“하 비서가 인정했잖아. 지시한 사람이 없고 혼자 한 짓이라고.”소희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게다가 내가 한 짓이라 해도 증거있어? 증거를 꺼내.”펑-유희는 소희 머리 옆 벽을 내리치자 소희는 겁에 질려 숨이 막혔다.“잘 들어. 평생 운이 좋은 사람은 없어. 평생 남을 디딤돌로 자신을 지킬 수도 없어.”유희는 거친 숨을 내쉬며 소희를 바라보는 눈에 남매의 정이 없었다.“하 비서는 네 어렸을 때부터 봐 왔었어. 이씨 가문에 충성을 다했어. 널 친딸로 생각해서 모든 걸 참아냈어. 하지만 모든 사람이 하 비서는 아니야. 하지만 넌 모든 악행을 저질렀어. 결국 넌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가족을 잃고 지옥에 갈 거야.”“하하하, 이유희. 날 건드리지 마. 넌 이미 아빠도 없고 동생도 버렸어. 설마 엄마까지 버릴 거야? 엄마는 날 목숨만큼 사랑해. 난 엄마의 전부야. 내가 무슨 일이 있으면 연약하고 아픈 엄마는 어떻게 될까? 엄마가 살 수 있겠어?”소희는 혀를 차며 조롱하였다. 유희는 멍해졌다. 튼튼한 팔이 팽팽하게 당겨져 찢어질 것 같았다....이준상은 너무 화가 났다. ‘니 놈의 집안은 정말 사악하네, 공로가 있으면 서로 뺏더니, 일이 터지니 다 도망가네.’“아버지, 저희도 가요!”이준상은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았다. 속셈이 많아도 이 사건을 수습할 수가 없었다.“안 돼, 가면 안 돼!”이상철의 안색은 창백했고 지팡이를 잡고 있는 손은 부들부들 떨었다.“지금 가면 우리 이씨 가문 체면은 사라져!”그래서 이상철은 가주의 위엄을 유지하며 수백만 네트즌의 앞에서 하 비서와 관계를 끊었다.“하 비서, 넌 네가 어렸을 때 내가 고아원에서 데려온 아이야. 어렸을 때부터 도련님들과 함께 공부를 시키며, 의식거주에서도 널 잘 챙겼어. 이씨 가문이 너한테 잘해주었는데, 어떻게 이런 비열한 짓을 할 수 있어? 난 널 가족으로 생각했어.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 있어? 하 비서, 너무 실망이야! 이제 증거도 있고 네가 한 짓이니, 구 회장님, 구 사
하지만 아람의 안색은 점점 차가워졌다. 유성에게 전혀 고마운 마음이 없었다.[와, 이 잘생긴 오빠는 누구야? 왜 낯익지?][윤씨 가문 넷째 도련님이야. 늘 구아람 씨의 흑기사였어. 구아람 씨를 많이 도와줬었어!][세상에, 이목구비가 미쳤어. 만화에서 걸어나온 사람 같아. 너무 좋아!][사람도 착하네. 내가 구아람이라면 윤 도련님을 선택했어. 신 사장님이 이제 후회하면 무슨 소용이 있어? 인연은 이미 지난갔고 후회해도 소용이 없어.][나도 그런 것 같아. 3년 결혼 생활이 이제 지겨워. 나라면 젋고 체력 좋은 남자를 선택할 거야!]원래도 숨이 막히는 분위기가 더억 차가워졌다. 이상철의 가슴 속 온갖 분노가 거칠게 타오르고 있었다. 평생 위엄 있게 살았는데, 후배에게 굴욕은 당한 적이 없었다.“이 자식이 또 나서네, 윤유성과 무슨 상관이야?”윤민주는 나지막하게 불평했다.“신경주가 말하면 됐지, 결국 신경주가 일으킨 일이잖아. 이씨 가문을 건드릴까 봐 두렵지도 않아? 윤유성이 왜 나서는 거야? 우리 윤씨 가문까지 끌어들이려는 거야?”“바보인 줄 알아? 저 자식이 엄청 똑똑해. 일석이조의 방법을 생각한 거야. 지금 나서면 신경주의 공로도 뺏고 구아람 앞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구 회장님께 잘보이려는 거야.”윤성우는 유성을 차갑게 노려보았다.“이씨 그룹에게 타격을 주었어. 아버지와 이씨 그룹이 트러블이 있었지만 말할 수가 없었어. 유성이 이러는 건 아버지에게 화풀이해준 거야.”남매의 표정이 어두웠다.‘윤유성이 윤진수를 불구로 만들고 구 회장님한테까지 들이대네, 아버지와의 사이도 좋아졌어. 이제 또 뭘 할 거야? 위험하네.’결국 여론의 압력에 못 이겨 이상철은 자세를 낮추고 아람에게 사과를 했다. 이준상은 원망스러워 눈이 찢어질 듯했다. 하지만 체면을 잃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내일의 주식을 또 폭락할 것이다....오늘의 경마 대회는 볼거리가 많은 극장이 되었다. 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모함을 하려 했고, 아람은 말에
유성은 아람을 등지고 안경을 치켜올리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경주는 아람 곁에 서서 입꼬리를 올렸다. 막고 싶었지만 아람의 입만큼 빠르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말리면 유성이가 좋아할 것이고 유희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아람아, 몸은 어때? 아직도 허리가 아파?”구만복은 아람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부상이 더 걱정되었다.“넌 정말 고집이 세, 넘어지면 바로 병원에 갔어야지! 구름은 네 형과 조련사가 챙겨주는데, 네가 왜 나서? 정말 네 엄마와 똑같아. 고집이 엄청 세. 윤아, 바로 진 원장에게 연락해. 아람을 병원에 데려가. 모든 전문가를 소집해서 치료해 줘!”하지만 구윤은 눈치를 채고 말을 듣지 않았다. 함께 있고 싶어하는 부부에게 끼어드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됐어, 경주가 곁에 있으면 돼.”아람은 경주와 깍지를 끼고 다정하게 눈을 바주쳤다. 뜨거운 눈빛에는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아빠, 그저 알려주고 싶어.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공로가 없도 이길 거야. 오늘 누가 제일 먼저 증거를 수집하고 범인을 잡고 큰 압박에서 나를 위해, 구름을 위해, 우리 구씨 가문을 위해 나섰는지, 누가 묵묵히 한 건지 아빠는 언급도 안 하네. 옳고 그름을 잘 구분했으면 좋겠어. 옆사람의 말에 넘어가지 말고, 아니면 비웃음을 당할 거야!”말을 하고 아람은 예쁜 얼굴을 들고 경주의 손을 잡고 구만복과 유성의 앞에서 지나갔다. 버려진 유성은 가슴이 찔린 듯이 아팠고 쥐먹을 움켜쥐었다. 경주가 구만복 곁을 지나갈 때 잊지 않고 인사까지 했다. 바보 같은 모습은 너무 웃겼다.“이 계집애 봐봐, 점점 통제할 수 없어!”구만복은 경주와 아람이 떠나는 모습을 보기만하고 말리지 않았다. 그저 아람을 가리키며 소리를 쳤다.“입이 참 독하네, 앞으로 너와 결혼할 사람이 참 불쌍해!”구윤과 초연서가 이 말을 듣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어떤 남자들은 불쌍함을 겪어보고 싶어도 기회가 없었다. 아람이 경주의 차를 타고 떠나는 것을 보자 유성의 가슴이 아프며 눈시
모든 노력이 수포로 되었다고. 경주와 다시 같은 출발선에 선 것 같았다.‘아, 아니, 난 아람을 원해, 꼭 아람과 결혼할 거야!’“그래요, 윤 도련님, 감정은 억지로 강요할 수 없는 거예요.”초연서는 우아하게 구만복의 곁에 다가와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말했다. 하지만 모든 말이 유성의 가슴을 찌르고 있었다.“아저씨가 다른 뜻이 없어요, 아람에게 진심이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서로가 사랑해야 오래갈 수 있어요. 우린 아람의 가족으로서 결국 아람의 행복을 위해서예요. 만약 아람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지 않으면, 평생의 행복을 묻어버린 것과 같아요.”구윤도 묵인했다. 차갑게 입꼬리를 올리며 유성을 바라보았다. 초연서는 평소 다정하지만 사실 엄청 똑똑한 사람이다. 초연서는 구만복의 성격을 잘 안다. 이 말을 할 때 경주를 언급하지 않고 감정에 대해서만 말했다. 구만복이 딸의 처지에서 생각하기를 바랐다.유성의 창백한 얼굴이 굳어지며 눈빛이 사악했다. 온화한 자세를 유지하지 못할 뻔했다.“유성아, 연서 이모의 말이 맞아. 억지로 한 감정은 행복하지 않을 거야.”구만복도 의미심장하게 한숨을 내쉬었다.“포기하지 마, 하지만 너무 집착도 하지 마. 그저 시간에 맡겨.”...아람은 병원에 가기 싫었지만 경주의 설득을 못 이겨 결국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았다. 외상만 치료하고 약을 바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깊은 밤이었다.“짜증나, 왜 항상 내 말을 반대해. 이 부상은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고 했잖아. 아!”아람이 차에서 내릴 때 힘을 써서 허리를 다치자 아퍼서 눈썹을 찌푸렸다. 경주는 긴장하여 호흡이 흐터졌다. 급히 긴 팔로 아람을 품에 안았다.“아람아, 무리하지 마. 네가 치료를 받을 때 얼마나 크게 소리 질렀는지 몰라?”“내, 내가 언제!”아람은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졌다.“난 내가 분만실 문 앞에 서 있는 줄 알았어. 네가 아이를 낳아주는 줄 알았어.”경주는 눈을 내리깔고 아람의 얼굴에 키스를 했다. 호흡이 거칠었다. 마치 벌을
경주가 사랑하는 여자는 섬세한 꽃처럼 보살펴야 하고, 비바람과 칼날들은 경주가 막을 것이다. 아람은 배가 고파서 꼬르륵거렸다. 오정숙은 주방에서 요리를 준비했고 아람을 샤워하려고 난동을 부렸다.“난 향기로운 모욕을 할 거야. 말똥 냄새가 나!”“안 돼, 의사가 일주일 동안 샤워를 하면 안 된다고 했어. 감염될 수도 있어.”경주는 아람을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내가 닦아줄게, 응?”“깨끗하게 닦을 수 있어?”아람은 답답한 듯 입을 삐죽거렸다.“당연하지, 매번 내가 해주잖아.”경주의 다정한 콧바람이 아람의 귀에 뿜으며 목소리는 매력적이었다.“약속할게, 엄청 깨끗하게 해줄게.”“너, 나쁜 생각 하지 마. 오늘 밤 너무 힘들어, 자고 싶어!”아람의 머리속에는 얼굴을 붉히는 자세들이 떠올랐다. 경주의 나쁘고 야한 말과 창밖의 흔들리는 달이 생각났다. 아람의 몸은 점점 뜨거워나고 몸이 찌릿찌릿했다. 경주는 눈썹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네 허리가 감당할 수 있겠어? 하고 싶어도 네가 나을 때까지 참을 거야.”...욕실에서 아람은 따뜻한 물안개 속에 앉아 하얀 몸을 경주 앞에 들어냈다. 경주는 촉촉한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며 키스를 했다. 아람에 대한 욕망을 참을 수 있지만 사랑은 참을 수 없었다. 자지 않아도 열정적인 키스를 할 수 있었다.“평소 신씨 그룹 회의를 할 때 말을 잘하더니, 우리 아빠를 만나니 왜 말이 없어?”아람은 샤워 가운을 입고 경주의 품에 안겨 목젖을 만졌다.“윤유성이 네 공로를 뺏고 있다는 거 몰랐어? 네 방법으로 네가 범인을 잠았는데, 왜 끼어들어. 너무 뻔뻔하네.”아람이 넘어질까 봐 경주는 바로 안았다. 마른침을 삼키며 참지 못하고 아람의 부드러운 입술에 키스를 했다“네 일만 해결되고 결과가 좋다면 누가 나서든 상관없어. 우리 아람이 억울하지만 아느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아람은 울컥하며 말을 하지 않았다. 이게 바로 아람이 경주를 사랑하는 이유이다. 아람 외에 경주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아
몸을 닦고 경주는 아람이 힘들까 봐 안고 식당에 갔다. 하루 종일 뛰어다닌 탓에 항상 깨끗하던 경주의 셔츠에서는 뜨겁고 남성 호리몬 냄새가 있었어. 아람은 어질어질 했다. 불쾌한 냄새가 아니었다. 오히려 코를 경주의 가슴에 대고 킁킁거렸다.“왜, 날 잡아먹을 거야?”경주는 웃으며 아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잡아먹어도 먼저 씻어야 하지 않겠어? 더러워!”아람은 부끄러워서 고개를 돌렸다.“평소에 깨끗했잖아. 이번에 왜 샤워도 안 해?”“시간이 없었어. 너랑 밥 먹고 씻을 게.”아람은 입술을 치켜올리며 가슴이 따뜻했다.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어떤 건 오정숙이 미리 만듯 것이라 데우기 만하면 먹을 수 있어 빨리 준비되었다.“와, 아줌마, 최고예요!”아람은 식탁에 앉아 행복한 초등학생처럼 박수를 쳤다.“사모님, 칭찬하지 마세요. 사모님의 솜씨가 저보다 훨씬 더 나아요. 도련님이 좋아하는 건 다 사모님이 가르쳐준 거잖아요. 잊었어요?”“그래요? 잊었어요.”아람은 어색해서 밥만 먹었다. 오정숙이 칭찬하고 있다는 거 알지만 예전에 행복하지 않았던 추억이 떠오르게 한다. 경주는 아람의 고생을 알아 눈시울을 붉히며 휴지로 입술을 닦아주었다.얘기를 하려하자 아람은 새우를 집어 경주의 입에 넣었다.“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 말했잖아. 예전의 일은 하지 말자.”경주는 멍해지며 열심히 씹었다.‘음, 역시 우리 아람이 한 것보다 못하네.’이때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세 남자가 부랴부랴 들어오자 별장은 순간 설날처럼 시끄러웠다.“와, 아람아, 정말 양심이 없네, 이 맛있는 것들을 혼자 먹어? 너무해!”도현은 하루 종일 밥도 먹지 않고 사건만 봐서 엄청 배고파 손으로 집어 입에 넣었다. 구진도 오리 고기를 들고 물었다. 마치 샤냥을 마치고 온 사람들 같았다.“나도 심문하느라 입이 너무 말라, 빨리 고기를 줘.”구씨 가문 고귀한 도련님들은 굶어죽은 귀신들처럼 고기를 먹었다. 그 장면을 보자 경주와 한무는 멍해졌다.“이 두 사람은 짐승이야.”아람은
경주는 튼튼한 팔로 아람의 허리를 잡고 다정하게 바라보며 웃었다. 구진과 도현은 바쁜 사람이라 함께 나타나는 일이 거의 없다. 동시에 나타날 때마다 큰 일이 있는 것과 같다. 도현은 트림을 하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진주가 오후에 소변 검사를 했어. 마약은 확정이야. 마약과 약물 남용은 엄연히 다른 문제야. 하지만 계속 부인하고 있어. 그저 일반적인 미용 영양 주사라고 했어. 약제는 모두 의사 장현중이 준 거라 전혀 모른다고 하며 모함당했다고 했어.”아람은 깜짝 놀랐다. 진주에게 약을 준 건 장현중이다. 약학 지식이 풍부하기에 아람은 물어본 적이 없고 마음 편히 맡겼다. 하지만 장현중이 진주에게 마약을 주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렇게 큰 양은 진주를 죽이려고 한 것 같았다.“오빠, 이 일은 장 선생과 상관없어. 진주가 화가 나서 장 선생까지 끌어드리는 것 같아.”아람은 장현중을 도와 말을 했다.“아람아, 난 장현중을 알아. 아빠의 도움을 받았었고 너와 친한 사이야.”도현은 눈썹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아람을 보는 눈빛에도 평소 남매의 표정이 아닝ㅆ다.“하지만 오빠가 경찰로서 공평하게 법대로 처리해야 해. 사적인 이일을 위해 권력을 사용할 수 없어. 진주가 장현중에게 당했다고 해. 거짓말이라고 해도 장현중을 데려와서 심문을 해야 해.”아람은 눈을 깜빡이며 침울한 표정으로 말을 하지 않았다. 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남매 사이가 틀어지는 걸 보기 싫어 아람의 손을 잡고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구 팀장님, 이건 사건 처리하는 절차예요. 이해해요. 팀장님 뜻대로 하시면 되요.”팀장님이라는 말에 도현은 경주에 대한 호감이 올라갔다. 하지만 아람의 마음은 불편했다. 도현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장현중게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곁에 있는 사람이 자신 때문에 다치는 걸 원하지 않았다. 남매 사이에 이렇게 억압적인 분위기는 드물었다. 도현은 긴장하며 아람의 눈치를 보고 싶지 않았다.“경찰서에 일이 있어서 먼저 돌아갈게. 형
마치 머리 위에 칼이 매달린 듯 날카로운 살기가 느껴졌다. 경찰서장은 억지로 웃었다.“그, 두 분 먼저 차 한 잔 드세요.”“아니요. 여기 있는 차를 감히 마실 수가 없네요.”아람은 예쁘고 유연한 다리를 꼬고 차갑게 바라보았다.“제 비서를 가두었더라고요. 바로 풀어주시면 좋겠어요. 이 일은 우리 구씨 가문과 윤씨 가문 사이의 사적인 문제예요.”“원만하게 공직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면 문제를 일으켜서 자신을 곤란하게 하지 마시죠.”아람은 항상 단도직입적으로 말했고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 경찰서장의 가식적인 미소를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억지로 말했다.“구아람 씨.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30년 넘게 일하면서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상대해 왔어요.”“잡혀들어온 사람 중 결백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임수해는 비록 구아람 씨의 사람이지만, 윤씨 가문의 도련님을 장애가 생길 정도로 때렸어요. 이미 고의 상해죄에 해당해요. 감정 결과도 이미 상사에게 보고했어요.”“두 분은 성주에서 존엄한 분이지만 법 앞에서는 누구든지 평등해요. 아무리 재벌이라도 약자를 괴롭히고 법을 무시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 구아람 씨의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네요.”“서장님, 말은 잘하시네요. 법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네요.”경주는 따뜻한 손으로 아람의 차가운 손을 잡으며 눈썹 사이로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그렇다면 무고한 사람을 억울하게 유죄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겠죠?”아람은 갑자기 무언가를 깨닫고 가슴이 떨리며 눈을 부릅떴다.“신 사장님, 그게 무슨 뜻이에요?”경찰서장은 의아했다.“윤진수를 때린 건 임수해가 아니라 저예요.”경주는 차갑고 경멸적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검은 눈동자가 차갑고 날카로운 빛을 번쩍이며 마치 경찰서장을 갈라놓으려는 듯 섬뜩하게 말했다.“이제 임수해를 풀어주고 저를 체포해도 되죠?”아람은 깜짝 놀라 경주의 손을 잡았다.“경주야, 너.”경찰서장은 멍해져 입을 반쯤 벌린 채 아무 반응도
아람은 눈을 부릅뜨고 경주의 차갑고 멋진 옆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전화기 너머 희미한 흐느끼는 소리만 남긴 채 정적이 흘렀다.“왜? 한 명은 이런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한 명은 말도 안 하네.”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들고 아람의 볼을 꼬집었다.“이 자매가 정말, 아무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없어?”[아, 아니에요.]아린이 가장 먼저 나지막한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했다.[형부, 수해 오빠를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우린 가족이야.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아린의 감정을 진정시킨 경주는 전화를 끊은 후 곧바로 한무에게 명령했다.“차 돌려. 경찰서로 가.”그 말을 듣자 한무는 바로 핸들을 꺾어 차를 돌렸다.“경주야, 어떻게 할 생각이야?”아람은 걱정스럽게 경주의 차분한 표정을 바라보았다.“어떻게 하든 수해를 먼저 구해야 해.”경주는 한숨을 쉬며 아람과 깍지를 꼭 꼈다.“아린과 수해는 연애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어.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곤경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 더 이상 상처받게 하고 싶지 않아.”아람은 순간 더듬거렸다.“공감되었어?”경주는 안도하며 고개를 저었다. 다시 한번 아람을 꼭 껴안았다.“예전에는 공감했는데, 지금은 아니야. 이 세상에서 최고의 행복이 지금 내 품에 있잖아.”...수해는 이 더러운 구치소에서 2주 동안 구금되어 있었다. 윤씨 그룹이 합의를 거부하면 계속 구금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수해는 아람과 경주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힘겹게 발버둥을 친 끝에 기다리는 것은 여전히 감옥일지라도 수해는 여전히 모든 것을 짊어지고 입을 꼭 다물 것이다. 이때 수해는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 그리고 건너편의 구석에 몸을 움츠리고 조심스럽게 수해를 바라보며 수다를 떨고 있는 남자 몇 명이 있었다.“너희들, 너무 시끄러워.”수해는 여전히 눈을 감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맞고 싶지 않으면 닥쳐.”구금된 몇 명의 남자는 즉시 입을 가리고
걱정으로 인해 아린은 멘붕 직전이었고 주체할 수 없이 흐느꼈다.[엄마와 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했어. 임씨 가문에서도 사람을 찾았지만 수해 오빠를 구하지 못했어.]“뭐? 왜 이제야 나한테 말해?”아람은 마음이 급해서 목까지 쉬었다.“아람아, 흥분하지 마. 아린이 놀라겠어.”경주는 아람의 손을 조금 더 세게 잡았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람의 흥분된 감정을 진정시켰다.“아린에게 말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말해라고.”아람은 죄책감에 숨을 내쉬었다.“미안해, 아린아. 언니가 방금 너무 심하게 말했어. 울지마. 무슨 일인지 천천히 말해. 도대체 어느 겁도 없는 놈이 감히 나 구아람의 사람을 건드려! 죽여버릴 거야!”상황이 긴박하지만 경주가 아람의 말을 듣자 웃음을 참았다.[윤씨 가문의 사람이 한 거야.]아린은 처절하게 흐느꼈다.[아마도 내가 윤진수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맞아서 그래. 윤씨 가문 사람이 화가 나서 수해 오빠를 괴롭혔어.][수해 오바는 고의 상해죄로 체포되었어. 그리고 윤진수 그 짐승이 진단서까지 뗐어. 몸에 있는 크고 작은 병을 모두 수해 오빠 탓을 해서 중상을 선고받았어.]물론 그 안에 발기 부전도 포함되었다. 윤씨 그룹의 능력으로 진단서를 조작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위조하는 것도 사소한 일이었다.“저 양심도 없는 짐승 새끼 죽여도 속이 시원하지 않아.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봐줬어. 윤씨 그룹이 감히 우리를 건드려?”아람은 화를 냈다. 너무 원망스러워서 눈시울이 붉어지며 살기를 뽐냈다.[윤씨 그룹이 어떻게도 합의를 해주지 않아.]“허, 합의? 그럴 일이 있어? 저 사람들은 수해를 죽이고 싶을 거야!”아람은 심하게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원망했다.“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 윤성우야. 임윤호도 참여했을 수 있어!”[임윤호, 임윤호는 수해 오빠의 친형이야. 어떻게 그럴 수 있어?]아린은 깜짝 놀라며 믿을 수 없었다.“그럴 가능성이 커.”경주는 큰 손으로 다정하게 아람의 등을 쓰다듬으며 안
아람과 경주는 자신의 별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나가는 길에 경주는 아람을 안고 펑펑 울었다. 아람의 검은 드레스를 구겨질 정도로 잡았고 옷까지 젖었다. 모르는 사람들은 두 사람이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아람이 위로하며 효정에게 약속했다. 가끔 와서 효정을 보고 유희에게 이씨 가문만 챙기지 말고 효정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라고 당부했다. 자유의 기쁨을 잃고 사육된 동물처럼 되지 않게 하라고 했다.유희는 또다시 맹세를 했다. 눈물을 흘리는 효정을 안고 문 앞에 서서 떠난 모습을 지켜보았다. 차는 한참 달렸다. 아람은 결국 참지 못하고 어깨를 부들부들 떨며 어두운 밤에 떨어지는 별처럼 맑은 눈물을 흘렸다.“아람아, 울지 마.”경주는 마음이 아파서 호흡이 가빴다. 튼튼한 팔로 아람을 품에 안아주며 다정하게 위로했다. 턱으로 아람의 머리카락을 문질렀다.“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게 아니잖아. 효정이가 보고 싶으면 한동안 데려와서 같이 살아도 돼. 아니면 내가 더 큰 별장을 사서 아예 같이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정연은 이제 사장님 비서가 될 거야. 그럼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텐데, 효정을 아줌마에게 맡기는 게 제일 좋아.”“흥, 네가 정말 이유희의 절친이야?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어.”아람은 코를 빨아들이며 손끝으로 경주의 가슴을 찌르며 원망했다.“아직 편하고 행복하게 지내본 적이 없는 커플을 헤어지게 할 거야? 날 기쁘게 하려고? 신경주, 넌 정말 양심이 없어. 효정이 아무 말을 안 해도 유희가 매일 널 저주할 거야.”경주는 갑자기 멍해졌다. 그러고 얇은 입술로 아람의 촉촉한 입술에 키스했다. 키스를 하고 경주는 씁쓸하게 웃었다.“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았어. 효정이도 너랑 헤어지기 싫어하는 것 같아서 좋은 일인 줄 알았어.”“저 커플을 방해하지 말라고 네가 그랬잖아.”아람은 키스를 받고 호흡이 흐트러져 눈이 촉촉해지며 설렜다.“그래서 너도 가서 귀찮게 하지 마.”경주는 아람의 예쁜 두 눈을 바라보며
“아람아, 무슨 생각이 들었어?”경주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유희와 정연도 긴장을 하며 하얀 아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한 비서의 분석이 맞아. 윤유성의 사악한 성격으로 라이언을 흔적도 남기지 않고 죽일 수 있어.”“그리고, 오랫동안 계략을 꾸미고 있었을 거야. 다만 중요한 도구가 이제 도착했을 뿐이야!”유희와 다른 사람들이 의아해 하고 있을 때 경주만 바로 깨닫고 반응했다.“그 도구가 헬기라고 생각해?”아람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초조하게 말했다.“지상에서는 윤유성이 행동하기 어렵지만, 하늘에서 편하잖아. 그리고 비행기가 출국하면 우리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막을 수 없어. 그럼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어!”정말 음흉하고 고압적인 행동이다. “형수, 정말 똑똑하네. 넌 정말 신이야!”유희는 바보처럼 입을 벌리고 박수를 치며 공손하게 절을 할 뻔했다.“아부는 그만하고 빨리 대책을 생각해.”아람의 가슴은 돌에 눌린 것처럼 숨이 막혔다.“한무야. 지금부터 인력을 추가 배치해. 윤유성의 헬기 행방을 면밀히 감시해. 어떤 행동이 있더라고 제때 차단해야 해.”경주는 카리스마를 뽐내며 안색이 차가워졌다.“네, 신 사장님.”예전의 경주는 비즈니스의 거물이고 고귀한 왕이었다. 하지만 아람 앞에서 보좌하든, 아람을 위해 전장에 돌격하는 장군이든 상관없었다. 무엇이든 아람을 위해 기꺼이 할 수 있었다.“만약 막지 못하고 헬기가 뜨면 어떡해? 폭탄으로 라이언을 구해야 하나?”유희는 진지하게 우스꽝스러운 질문을 던졌다.“라이언은 양국의 공개 수배 범죄자야. 때가 되면 백진 오빠와 도현 오빠에게 알려서 군과 경찰이 힘을 합치도록 할게.”아람은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침착하게 말했다.“하늘로 날아가더라도 반드시 잡을 수 있을 거야.”세 남자의 얼굴에는 존경이 가득했다....윤민주가 감옥에 가고, 윤진수가 체포되었다. 경주의 말대로 윤성우의 처지는 점점 난감했고 살얼음 위를 걷는 것과 같았다. 게다가 유성이 S 국에서의 노력
아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내리깔았다. 경주는 아람의 침울한 표정을 보고 손을 잡아주며 쓰다듬었다.“아람아, 알아. 네가 효정을 많이 이뻐하는 거. 봐봐, 지금 효정에게 유희가 있어. 유희가 많이 사랑하고, 아껴주고, 챙겨주고 있어. 유희는 능력도 좋고 집안도 좋아. 효정을 지켜주기에는 충분해.”“응, 알아. 사실 너무 고마워.”아람은 유희가 효정을 받아줘서 고마운 것이 아니다. 고마운 건 유희가 초월적인 안목이 있고, 다이아몬드처럼 아름답고 순수한 효정을 인정해 주고, 기꺼이 인내심을 가지고 곁에 있어 준다는 것이다. 잠시 후 유희가 돌아왔다. 다크서클이 더 짙어진 것 같았다.“유희야, 고생했어.”경주는 한숨을 내쉬었다.“내 와이프야,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고생은 무슨.”유희는 정연을 원망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어디까지 얘기했지? 참, 방금 생각해 봤는데 라이언은 수배 중인 범죄자야. 국내에서 권력이 없는데, 어떻게 많은 사람들을 매수할 수 있어? 윤유성의 짓인가? 몰래 라이언을 지켜주고 있어?”아람과 경주도 같은 생각이었다. 결국 라이언은 왕준의 상사였고, 남도 습격 사건에 참여했다. 라이언은 유성에게 치명타를 입힌 중요한 증인이기도 하다. 유성은 이런 약점을 쉽게 내주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스스로 발등을 찍는 짓이다.“라이언이 나타난 건 아직 살아있다는 거고 아직 성주에 있다는 거야. 성주에 있으면 절대 도망칠 수 없어. 그저 시간문제야.”경주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원망에 목이 쉬었다.“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어. 윤유성과 라이언과 같은 짐승 때문에 무고한 사람을 더 이상 희생하기 싫어. 너무 가치가 없어.”유희의 가슴이 아파 났다. 경주는 겉으로 차갑고 무심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다.“저기, 궁금한 게 있어요.”한무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뭔데?”세 사람이 일제히 물었다.“윤유성이 왜 라이언을 보호하려고 애쓰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돼요. 지금 S 국에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 구역에
정연도 화가 나서 뺨이 불타는 듯 붉어졌다.“원래는 우리 사람들이 우세했지만, 라이언 쪽에 지원이 있다는 것을 몰랐어요. 모두 능력이 뛰어나고 무기를 들고 있었어요.”“완전히 우리를 다 죽이겠다는 기세였어요.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에요.”유희는 화가 풀리지 않아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며 뼈마디에서 소리가 났다. 라이언을 잡지 못하고 부하들은 거의 전멸한 상태였다. 승부욕이 넘치는 유희 앞에서 이미 선을 넘을 행동이었다.“음, 유희 오빠, 왜. 누가 오빠를 화나게 했어?”사람들은 깜짝 놀라 소리를 따라 계단 쪽을 바라보았다. 효정이 주름진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아람이 선물 준 곰인형을 품에 안은 채 졸린 눈을 비비며 서 있었다. 말할 때 한쪽 어깨끈이 흘러내렸다.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는 도자기처럼 매끈했다. 하마터면 속살을 드러낼 뻔했다.뿐만 아니라 효정의 목과 쇄골에 붉은 자국이 있었다. 유희가 남긴 키스 마크였다. 어젯밤의 광기 어린 집착이 분명했다. 한무는 놀라서 바로 눈을 감았다. 경주도 어색하여 땀을 흘리며 시선을 거두고 아람을 바라보았다.‘아아아!’유희는 화가 나며 마음속에서 소리를 질렀다. 순간 효정의 앞으로 달려가 부드러운 몸을 덥석 안고 감쌌다. 효정은 고개를 유희의 품에 묻히며 그렁그렁한 눈만 보였다. 그러고 나른한 목소리로 유희를 위로했다.“유희 오빠, 화내지 마. 화내면 무서워.”“화내지 않았어. 기분이 엄청 좋아. 가자, 방에 가자.”유희는 마음이 급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효정을 안고 성큼성큼 위로 올라가며 귀에 속삭였다.“다른 사람한테 보여주지 마. 나한테만 보여줘!”거실은 어색하게 침묵했다. 한무는 어안이 벙벙하며 급히 해명했다.“저, 저 아무것도 못 봤어요. 신 사장님, 제 편을 들어줘야 해요!”정연도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다. 급히 유희에게 상황 보고를 하느라 효정을 챙기지 못해 이런 어색한 일이 일어났다.“연아, 걱정하지 마.”아람은 다정하게 위로해 주었다.“네가 오랫동
한무는 숨을 들이마셨다. 아침을 먹지 않은 상태지만 이미 배부른 느낌이 들었다.“아니에요. 아니에요. 헬기가 좋지만 제가 살아서 타도 죽어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네요.”“됐어, 경주야. 한 비서가 얼마나 충성하는지 우리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잖아. 헬기 한 대로 이렇게 화를 내?”아람은 긴 손끝으로 경주의 턱을 치켜올리며 여왕처럼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올해 생일 선물로 헬기를 사줄게. 윤유성보다 더 좋은 거 사줄게. 좋아?”‘젠장, 너무 부럽네! 역시 해문 갑부의 딸이야. 헬기를 생일 선물로 해?’경주는 눈을 깜빡이며 아람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아람아, 난 네 남자야. 하지만 난 너에게 빌붙어 사는 남자가 아니야. 선물을 해도 내가 너한테 해야지.”“풋,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우리 사이에 무슨. 그저 돈 몇 푼인데.”아람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은 유희와 한무를 부럽게 했다. 그들도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남자는 아니지만, 남자라면 리무진, 탱크, 헬기를 갖고 싶어할 것이다.경주는 담담하게 고개를 흔들며 가슴이 찡해났다.“아람아, 나한테 선물할 필요 없어. 네가 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네가 예전에 나한테 준 선물들은 지금 별도의 방에 전시되어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 매번 집에 갈 때마다 그 방에 들어가서 여러 번 보고 만졌어.”그때 아람을 잃은 경주는 마치 페티시스트와도 같았다. 경주는 종종 그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거나 그 방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경주는 남들이 볼 수 없는 곳에서 사랑에 빠진 미치광이 같았다.마음속은 이미 통제 불능이고 미쳐버렸다. 아람은 경주를 깊이 바라보았다. 표정은 평온했지만 경주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손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게다가 내가 무슨 선물이 필요하겠어. 넌 하늘이 내게 준 최고의 선물이야.”경주는 이 로맨틱한 말을 다시 반복했지만, 말할 때마다 처음처럼 다정했다.“바보.”더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저 키스로 천 마디 말을 대신
“연적?”아람은 왼손으로 턱을 괴고 오른손으로 블루베리를 집어 경주의 입에 넣어주었다.“이유희에게 연적도 있어? 신선하네.”경주도 피식 웃었다.“네가 우리 동생을 감금하듯 지켜주는데. 매일 너랑 네 비서 말고는 누구를 만나?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못 하는데 무슨 연적이야. 꿈꿨어?”“그렇다고!”유희는 초조하여 목소리까지 갈라지며 테이블을 내리쳤다. 어젯밤 자기 품에서 도현 오빠라고 부르는 효정이 떠올랐다. ‘꿈에서 다른 남자 이름을 불렀어!’유희의 가슴은 아파 나며 산산조각이 된 것 같았다.“설마 네가 말한 사람이 우리 도현 오빠야?”아람은 차갑게 유희를 바라보았다. 경주는 멍해졌다. 도현이랑 어떻게 엮인 건지 전혀 상상이 안 된다. 유희는 눈을 부릅뜨며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아람아, 네가 어떻게 알아? 너 신이야?”“신은 무슨!”아람은 어이없었다.“넌 참, 속마음이 얼굴에 쓰여있어. 어젯밤 너와 우리 오빠가 얘기하는 것을 봤어. 네 눈빛이 막 이글거렸어.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근데, 이 사장님. 넌 사람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우리 구씨 가문 남자는 모두 상남자야. 절대 남친 있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 효정이 남자랑 얘기를 했다고 다 연적이라고 생각하지 마.”“도현 도련님은 그럴 분이 아니야. 유희야. 누구를 의심해도 아람이 가족은 의심하지 말아야 해.”경주는 아람의 허리를 안고 유희를 비웃었다. 유희도 한숨을 쉬고 계속 얘기하기 곤란했다. 너무 유치해 보였다.“아. 그래서 효정과 서둘러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했어? 위기감이 들었던 거네.”아람은 유희의 속마음을 모두 꿰뚫어 보았다.“야, 그런 사소한 거로 침착하지 못해? 왜 이렇게 유치해!”유희는 부끄러워 입을 오물거렸다.“혼인신고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경주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정색했다.“지금은 네 집안일을 먼저 해결해야 해. 네가 이씨 그룹에서 안정되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거야.”유희는 여전히 불안했다. ‘나 이유희의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