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가 사랑하는 여자는 섬세한 꽃처럼 보살펴야 하고, 비바람과 칼날들은 경주가 막을 것이다. 아람은 배가 고파서 꼬르륵거렸다. 오정숙은 주방에서 요리를 준비했고 아람을 샤워하려고 난동을 부렸다.“난 향기로운 모욕을 할 거야. 말똥 냄새가 나!”“안 돼, 의사가 일주일 동안 샤워를 하면 안 된다고 했어. 감염될 수도 있어.”경주는 아람을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내가 닦아줄게, 응?”“깨끗하게 닦을 수 있어?”아람은 답답한 듯 입을 삐죽거렸다.“당연하지, 매번 내가 해주잖아.”경주의 다정한 콧바람이 아람의 귀에 뿜으며 목소리는 매력적이었다.“약속할게, 엄청 깨끗하게 해줄게.”“너, 나쁜 생각 하지 마. 오늘 밤 너무 힘들어, 자고 싶어!”아람의 머리속에는 얼굴을 붉히는 자세들이 떠올랐다. 경주의 나쁘고 야한 말과 창밖의 흔들리는 달이 생각났다. 아람의 몸은 점점 뜨거워나고 몸이 찌릿찌릿했다. 경주는 눈썹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네 허리가 감당할 수 있겠어? 하고 싶어도 네가 나을 때까지 참을 거야.”...욕실에서 아람은 따뜻한 물안개 속에 앉아 하얀 몸을 경주 앞에 들어냈다. 경주는 촉촉한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며 키스를 했다. 아람에 대한 욕망을 참을 수 있지만 사랑은 참을 수 없었다. 자지 않아도 열정적인 키스를 할 수 있었다.“평소 신씨 그룹 회의를 할 때 말을 잘하더니, 우리 아빠를 만나니 왜 말이 없어?”아람은 샤워 가운을 입고 경주의 품에 안겨 목젖을 만졌다.“윤유성이 네 공로를 뺏고 있다는 거 몰랐어? 네 방법으로 네가 범인을 잠았는데, 왜 끼어들어. 너무 뻔뻔하네.”아람이 넘어질까 봐 경주는 바로 안았다. 마른침을 삼키며 참지 못하고 아람의 부드러운 입술에 키스를 했다“네 일만 해결되고 결과가 좋다면 누가 나서든 상관없어. 우리 아람이 억울하지만 아느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아람은 울컥하며 말을 하지 않았다. 이게 바로 아람이 경주를 사랑하는 이유이다. 아람 외에 경주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아
몸을 닦고 경주는 아람이 힘들까 봐 안고 식당에 갔다. 하루 종일 뛰어다닌 탓에 항상 깨끗하던 경주의 셔츠에서는 뜨겁고 남성 호리몬 냄새가 있었어. 아람은 어질어질 했다. 불쾌한 냄새가 아니었다. 오히려 코를 경주의 가슴에 대고 킁킁거렸다.“왜, 날 잡아먹을 거야?”경주는 웃으며 아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잡아먹어도 먼저 씻어야 하지 않겠어? 더러워!”아람은 부끄러워서 고개를 돌렸다.“평소에 깨끗했잖아. 이번에 왜 샤워도 안 해?”“시간이 없었어. 너랑 밥 먹고 씻을 게.”아람은 입술을 치켜올리며 가슴이 따뜻했다.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어떤 건 오정숙이 미리 만듯 것이라 데우기 만하면 먹을 수 있어 빨리 준비되었다.“와, 아줌마, 최고예요!”아람은 식탁에 앉아 행복한 초등학생처럼 박수를 쳤다.“사모님, 칭찬하지 마세요. 사모님의 솜씨가 저보다 훨씬 더 나아요. 도련님이 좋아하는 건 다 사모님이 가르쳐준 거잖아요. 잊었어요?”“그래요? 잊었어요.”아람은 어색해서 밥만 먹었다. 오정숙이 칭찬하고 있다는 거 알지만 예전에 행복하지 않았던 추억이 떠오르게 한다. 경주는 아람의 고생을 알아 눈시울을 붉히며 휴지로 입술을 닦아주었다.얘기를 하려하자 아람은 새우를 집어 경주의 입에 넣었다.“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 말했잖아. 예전의 일은 하지 말자.”경주는 멍해지며 열심히 씹었다.‘음, 역시 우리 아람이 한 것보다 못하네.’이때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세 남자가 부랴부랴 들어오자 별장은 순간 설날처럼 시끄러웠다.“와, 아람아, 정말 양심이 없네, 이 맛있는 것들을 혼자 먹어? 너무해!”도현은 하루 종일 밥도 먹지 않고 사건만 봐서 엄청 배고파 손으로 집어 입에 넣었다. 구진도 오리 고기를 들고 물었다. 마치 샤냥을 마치고 온 사람들 같았다.“나도 심문하느라 입이 너무 말라, 빨리 고기를 줘.”구씨 가문 고귀한 도련님들은 굶어죽은 귀신들처럼 고기를 먹었다. 그 장면을 보자 경주와 한무는 멍해졌다.“이 두 사람은 짐승이야.”아람은
경주는 튼튼한 팔로 아람의 허리를 잡고 다정하게 바라보며 웃었다. 구진과 도현은 바쁜 사람이라 함께 나타나는 일이 거의 없다. 동시에 나타날 때마다 큰 일이 있는 것과 같다. 도현은 트림을 하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진주가 오후에 소변 검사를 했어. 마약은 확정이야. 마약과 약물 남용은 엄연히 다른 문제야. 하지만 계속 부인하고 있어. 그저 일반적인 미용 영양 주사라고 했어. 약제는 모두 의사 장현중이 준 거라 전혀 모른다고 하며 모함당했다고 했어.”아람은 깜짝 놀랐다. 진주에게 약을 준 건 장현중이다. 약학 지식이 풍부하기에 아람은 물어본 적이 없고 마음 편히 맡겼다. 하지만 장현중이 진주에게 마약을 주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렇게 큰 양은 진주를 죽이려고 한 것 같았다.“오빠, 이 일은 장 선생과 상관없어. 진주가 화가 나서 장 선생까지 끌어드리는 것 같아.”아람은 장현중을 도와 말을 했다.“아람아, 난 장현중을 알아. 아빠의 도움을 받았었고 너와 친한 사이야.”도현은 눈썹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아람을 보는 눈빛에도 평소 남매의 표정이 아닝ㅆ다.“하지만 오빠가 경찰로서 공평하게 법대로 처리해야 해. 사적인 이일을 위해 권력을 사용할 수 없어. 진주가 장현중에게 당했다고 해. 거짓말이라고 해도 장현중을 데려와서 심문을 해야 해.”아람은 눈을 깜빡이며 침울한 표정으로 말을 하지 않았다. 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남매 사이가 틀어지는 걸 보기 싫어 아람의 손을 잡고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구 팀장님, 이건 사건 처리하는 절차예요. 이해해요. 팀장님 뜻대로 하시면 되요.”팀장님이라는 말에 도현은 경주에 대한 호감이 올라갔다. 하지만 아람의 마음은 불편했다. 도현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장현중게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곁에 있는 사람이 자신 때문에 다치는 걸 원하지 않았다. 남매 사이에 이렇게 억압적인 분위기는 드물었다. 도현은 긴장하며 아람의 눈치를 보고 싶지 않았다.“경찰서에 일이 있어서 먼저 돌아갈게. 형
“그땐 넌 나쁜 남자가 아니라 연약한 여자가 될 거야.”경주의 혈압이 올라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아람의 오빠지만 아람에게 남자가 있으면 피할 줄 알아야죠.”구진은 이 말을 듣자 체할 뻔했다. 가슴을 움켜쥐고 경주를 째려보았다.“신우가 이 말을 들으면 널 바로 죽였을 거야.”“아니요.”경주는 눈썹을 치켜올렸다.“아람이 과부가 되는 걸 볼 수 없을 거예요.”구진은 말문이 막혔다. 도현은 확실히 바빴다. 진주의 사건은 작은 사건이 아니었다. 마약에 연루되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생명을 등에 짊어지고 있어 죄를 받고 복수해 주지 않으면 도현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저녁 식사후 거실에 가서 의논했다. 이때, 도현의 핸드폰이 울리며 경찰서의 동료가 전화왔다. 통화 후 안색이 어두워졌다.“오빠, 무슨 일이야?”아람은 걱정하며 물었다. 도현은 복잡한 눈빛으로 경주를 바라보았다.“신 사장님, 신 회장님께서 진주를 위해 성주 최고 변호사를 고용했어요. 지금 경찰서에서 진주를 석방하라고 요청하고 있어요.”“젠장, 석방하라면 석방해요? 무슨 경찰서가 주방인줄 알아요?”한무는 화가 났다.“일부 변호사들은 정말 무자비하네요, 아무 사건이나 맡아요? 법 앞에서는 평등하다더니, 돈의 노예이고 인류의 찌꺼기일 뿐이에요!”“성주 최고 변호사?”경주와 아람은 마음이 통했다.“임윤호야?”“너희들 임윤호를 알아?”도현은 깜짝 놀랐다.“허, 잘 알지, 오랜 친구잖아.”아람은 차갑게 웃었다.“맞아요, 신씨 그룹의 오래된 부하죠.”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임준호는 파렴치하고 계략을 꾸미는 놈이라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진주의 죄를 지어야 해. 마약뿐이라면 신씨 그룹의 세력과 임준호의 변호 능력으로 석방을 받을 수 있어.”구진은 심각한 눈빛으로 경주를 바라보았다.“심 사장님, 어머님 사건 파일을 봤어요. 20년이 지나 증거가 더 이상 완성되지 않았어요. 고의 살인죄로 진주를 기소하려 해도 승소할 가능성이 희박해요.”아람은 깜짝 놀라 경주의 차가운 옆모습
구진과 도현, 아람까지 깜짝 놀랐다.“경주야, 20년이 지났어. 물증을 어디서 구했어?”아람은 경주의 손을 덥석 잡았다. 경주는 아람과 깍지를 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전에 내가 한 말 기억나? 우리 엄마를 모시던 가정부를 찾으러 갔었다고.”아람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사람들은 큰 재앙이 닥치기 전에 예감이 있나봐. 진주의 일이 터지자 도망치려 했었어. 한무가 사람을 불러 제때에 잡아서 수단을 좀 썼어.”경주는 심호흡을 하며 말을 이어갔다.“아들을 지키지 위해 당황한 채 녹음에도 없었던 진주에 대한 사실을 말했어.”경주는 착한 사람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니면 남의 자식의 목숨으로 협박을 하지 않을 것이고,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악마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아람은 믿었다. 가정부가 끝까지 말을 하지 않아도 경주는 가정부의 아들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경주는 그러지 못한다. 만약 그랬다면 유성과 다를 것이 없다.“우리 엄마는 진주가 죽인 거야. 진주가 투약을 했어.”경주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증오의 파도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아람을 잡고 있는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직접? 투약?”구진과 도현은 깜짝 놀라 표정이 굳어졌다. 한무도 누군가에게 심하게 맞은 것처럼 몸이 비틀거렸다.아람은 울컥했다. 주위의 공기가 희박한 것처럼 숨이 막혔다. 다른 사람이라면 이미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경주는 그렇지 않았다. 경주가 침착할수록 아람의 마음은 더욱 아팠다.“신 사장님,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도현은 급히 물었다.“가정부가 말했어요. 진주의 명령에 따라 엄마의 우울증 약을 바꿨어요. 하지만 그저 비슷한 일반 영양제로 바꿔서 목숨이 위험하지 않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 당시 진주가 엄마와 신광구의 사이가 좋아졌다는 것을 느꼈어요. 걱정이 많아서 영양제를 매일 소량씩 장기간 복용하면 심장 마비와 급사를 할 수 있는 약을 바꾸었어요.”경주의 넓은 어깨는 부들부들 떨렸다. 말 한마디 한마디는 차가운 얼음처럼 뼛속 깊은
“그리고 갑자기 방이 조용해지더니 그 후...”경주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가슴이 아파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람과 잡은 손은 식은땀에 흠뻑 젖어 부들부들 떨었다. 눈앞에는 정서연이 계단에서 떨어지는 장면이었다. 경주는 처음으로 사람이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소리가 작고 무겁다는 것을 알았다. 심지어 뼈가 부서지는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렸다. 경주는 한 번만 쳐다봤지만, 그 한 번의 고통과 트라우마는 평생을 다해 감담해야 했고 몇번이고 무너질 뻔했다.“그만해, 경주야. 그만해.”아람은 경주를 꼭 안았다. 경주가 울기도 전에 아람은 눈물을 흘리며 경주의 셔츠를 적셨다.“괜찮아. 너무 원망스럽지만 무너질만큼은 아니야.”경주의 눈빛은 다정해지며 거친 손가락으로 아람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제일 중요한 건 네가 내 곁에 있어서 그래. 아람아, 네가 나한테 너무 소중한 사람이야. 네가 나에게 큰 용기를 주었어. 너 때문에 내가 무너지지 않았어.”이 순간 구진과 도현은 구윤의 말이 맞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람은 경주의 목숨이었다. 두 사람이 조금 진정한 후 도현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방에서 다투는 소리가 사라지고, 신 사장님이 사모님 계단에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 건 동시에 일어난 거예요. 그럼 사모님께서 추락한 건 진주와 관련이 있다는 우회적인 증거가 아닐까요?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진주뿐이었잖아요.”“방금 사모님과 신 화징님의 사이가 좋아졌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진주가 약을 바꾸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사모님은 화를 냈어요. 이건 자살하려는 징후로 보이지는 않아요.”구진도 침착하게 분석했다.“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사실일 수도 있어요. 진주가 사모님을 밀었을 가능성이 커요.”“우리 엄마가 추락한 후 진주가 방에서 전전긍긍하며 뛰쳐나왔어요. 그리고 마침 엿듣고 있던 가정부를 만났어요. 당시 진주는 가정부의 입단속을 했어요. 거액의 돈을 주면서 가정부를 그만두어라고 했어요. 돈도 돈이지만, 가정부
유성은 숨을 헐떡였다. 땀이 예쁜 얼굴에서 피와 섞여 흘려내렸고, 눈에는 마치 지옥 깊은 곳에서 기어올라오는 귀신처럼 사악하였지만 욕망에 대한 만족감이 드러났다.“윤 사장님.”우 비서와 서현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유성은 피 묻은 가죽 채찍을 바닥에 던지고 안경을 벗은 다음 셔츠 모서리로 렌즈에 묻은 피를 닦았다. S 국에서 매번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 깊은 사속으로 사냥을 하러 가곤 했다. 성주에서 사냥을 할 수 없어 사람을 때릴 수밖에 없다.‘사람을 때리는 게 사냥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재밌네. 앞으로 자주 해야겠어.’우 비서와 서현은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방문으로 따가갔다. 우 비서는 유성의 손등의 상처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급히 옆에 가만히 서 있는 서현을 불렀다.“서현 씨, 사장님의 손이 다쳤어요. 빨리 가서 처리해 주세요!”서현은 멍하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앞으로 걸어나갔다.“윤 사장님, 손 다쳤어요. 제가 도와줄게요. 아!”순간 눈앞이 흔들렸다. 유성은 서현을 사납게 잡고 방으로 끌어갔다. 문이 쾅하고 닫히자 우 비서는 멍하니 문 앞에 서서 서현을 걱정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유성은 서현의 입술에 탐욕스럽게 키스를 했다. 두 손은 서현의 옷을 악랄하게 찢었다. 침대 옆으려 다가갔을 때 서현은 속옷만 남았다. 서현은 가슴을 가리며 부들부들 떨었다.“하, 하지 마세요. 사장님.”“서현아, 감히 날 거절해?”유성은 서현의 연약한 몸을 깔고 아람을 닮은 얼굴을 노려보았다.“구아람도 날 거절하는데, 넌 무슨 자격으로 날 걱정해?”말이 마치자 유성은 손을 들어 서현의 뺨을 때렸다. 서현의 뺨은 순간 부어올랐고 귀가 윙윙거렸다. 유성과 거의 10년 동안 지냈지만, 서현을 장난감처럼 대해도 때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 뺨은 서현의 마지막 희망마저 산산조각 냈다.서현 마음속에 있던 완벽하고 친절하고 다정한 도련님은 점점 멀어졌고, 유성이 점점 낯설게 느껴졌다. 유성은 멍해지며 창백해진 입술을 살짝 벌렸다
유성은 정신을 차렸다.“듣고 싶어요.”[핸드폰 봐봐, 선물이 왔어.]유성은 즉시 화면을 보았다. 역시 새로운 이메일 알림이 있었다. 서현은 유성의 굳어진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오만한 유성을 자세 낯추게 할 수 있는 상대방의 신분이 너무 궁금했다.유성은 창백한 입술을 오물거리며 이메일을 열었다. 안에는 병원에서 발금한 진단서였다. 유성은 눈썹을 찌푸리며 빠르게 잃다가 갑자기 눈을 부릅떴다. 커다란 충격에 손이 부들부들 떨려 핸드폰이 떨어질 뻔했다.[왜, 놀랐어?]상대방은 비웃었다.“이게 정말이에요? 아니, 가짜예요.”유성은 진단서를 몇 번이고 훑어보았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며 피가 다 빠져나가 얼음장에 빠진 것 같았다.“아람이 어떻게 신경주의 아이를 임신할 수 있어요? 어떻게 아이가 있을 수 있어요?”[아이가 왜. 임신했다고 해서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상대방은 피식 웃으며 오만하게 말했다.[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아이가 뱃속에서 죽어서 신경주 대신 아이를 키울 필요가 없잖아. 의붓아버지가 되는 건 힘든 일이야.]유성은 충격을 받아 눈시울이 붉어지며 한참동안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아이가 있었는데 신경주는 아직 그 사실을 몰라. 구아람 씨가 말하지 않았어.]상대방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신경주가 모를 뿐만 아니라 구 회장님, 그리고 구아람 씨를 엄청 사랑해주는 오빠들도 몰라. 생각해 봐. 구씨 가문 남자들이 구아람 씨가 신경주 때문에 유산을 했고, 엄마가 될 권리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둘이 재결합을 하는 걸 응원하겠어? 죽어도 동의하지 않을 거야!]유성은 핸드폰을 꼭 잡고 온몸이 아프나며 얼굴이 창백했다.‘맞아, 구아람이 인생에서 가장 큰 고통은 아이를 잃었다는 거야. 이 고통은 구아람과 신경주를 헤어지게 하는 좋은 카드야. 두 사람을 방해할 수 있다면, 난 무슨 짓도 할 수 있어!’“도와주셔서 고마워요. 제가 아람을 가지게 되면 앞으로 충성을 다해 모시겠어요.”유성의 눈은 사악했다.[그동안 S 국
마치 머리 위에 칼이 매달린 듯 날카로운 살기가 느껴졌다. 경찰서장은 억지로 웃었다.“그, 두 분 먼저 차 한 잔 드세요.”“아니요. 여기 있는 차를 감히 마실 수가 없네요.”아람은 예쁘고 유연한 다리를 꼬고 차갑게 바라보았다.“제 비서를 가두었더라고요. 바로 풀어주시면 좋겠어요. 이 일은 우리 구씨 가문과 윤씨 가문 사이의 사적인 문제예요.”“원만하게 공직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면 문제를 일으켜서 자신을 곤란하게 하지 마시죠.”아람은 항상 단도직입적으로 말했고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 경찰서장의 가식적인 미소를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억지로 말했다.“구아람 씨.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30년 넘게 일하면서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상대해 왔어요.”“잡혀들어온 사람 중 결백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임수해는 비록 구아람 씨의 사람이지만, 윤씨 가문의 도련님을 장애가 생길 정도로 때렸어요. 이미 고의 상해죄에 해당해요. 감정 결과도 이미 상사에게 보고했어요.”“두 분은 성주에서 존엄한 분이지만 법 앞에서는 누구든지 평등해요. 아무리 재벌이라도 약자를 괴롭히고 법을 무시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 구아람 씨의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네요.”“서장님, 말은 잘하시네요. 법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네요.”경주는 따뜻한 손으로 아람의 차가운 손을 잡으며 눈썹 사이로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그렇다면 무고한 사람을 억울하게 유죄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겠죠?”아람은 갑자기 무언가를 깨닫고 가슴이 떨리며 눈을 부릅떴다.“신 사장님, 그게 무슨 뜻이에요?”경찰서장은 의아했다.“윤진수를 때린 건 임수해가 아니라 저예요.”경주는 차갑고 경멸적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검은 눈동자가 차갑고 날카로운 빛을 번쩍이며 마치 경찰서장을 갈라놓으려는 듯 섬뜩하게 말했다.“이제 임수해를 풀어주고 저를 체포해도 되죠?”아람은 깜짝 놀라 경주의 손을 잡았다.“경주야, 너.”경찰서장은 멍해져 입을 반쯤 벌린 채 아무 반응도
아람은 눈을 부릅뜨고 경주의 차갑고 멋진 옆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전화기 너머 희미한 흐느끼는 소리만 남긴 채 정적이 흘렀다.“왜? 한 명은 이런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한 명은 말도 안 하네.”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들고 아람의 볼을 꼬집었다.“이 자매가 정말, 아무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없어?”[아, 아니에요.]아린이 가장 먼저 나지막한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했다.[형부, 수해 오빠를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우린 가족이야.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아린의 감정을 진정시킨 경주는 전화를 끊은 후 곧바로 한무에게 명령했다.“차 돌려. 경찰서로 가.”그 말을 듣자 한무는 바로 핸들을 꺾어 차를 돌렸다.“경주야, 어떻게 할 생각이야?”아람은 걱정스럽게 경주의 차분한 표정을 바라보았다.“어떻게 하든 수해를 먼저 구해야 해.”경주는 한숨을 쉬며 아람과 깍지를 꼭 꼈다.“아린과 수해는 연애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어.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곤경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 더 이상 상처받게 하고 싶지 않아.”아람은 순간 더듬거렸다.“공감되었어?”경주는 안도하며 고개를 저었다. 다시 한번 아람을 꼭 껴안았다.“예전에는 공감했는데, 지금은 아니야. 이 세상에서 최고의 행복이 지금 내 품에 있잖아.”...수해는 이 더러운 구치소에서 2주 동안 구금되어 있었다. 윤씨 그룹이 합의를 거부하면 계속 구금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수해는 아람과 경주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힘겹게 발버둥을 친 끝에 기다리는 것은 여전히 감옥일지라도 수해는 여전히 모든 것을 짊어지고 입을 꼭 다물 것이다. 이때 수해는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 그리고 건너편의 구석에 몸을 움츠리고 조심스럽게 수해를 바라보며 수다를 떨고 있는 남자 몇 명이 있었다.“너희들, 너무 시끄러워.”수해는 여전히 눈을 감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맞고 싶지 않으면 닥쳐.”구금된 몇 명의 남자는 즉시 입을 가리고
걱정으로 인해 아린은 멘붕 직전이었고 주체할 수 없이 흐느꼈다.[엄마와 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했어. 임씨 가문에서도 사람을 찾았지만 수해 오빠를 구하지 못했어.]“뭐? 왜 이제야 나한테 말해?”아람은 마음이 급해서 목까지 쉬었다.“아람아, 흥분하지 마. 아린이 놀라겠어.”경주는 아람의 손을 조금 더 세게 잡았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람의 흥분된 감정을 진정시켰다.“아린에게 말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말해라고.”아람은 죄책감에 숨을 내쉬었다.“미안해, 아린아. 언니가 방금 너무 심하게 말했어. 울지마. 무슨 일인지 천천히 말해. 도대체 어느 겁도 없는 놈이 감히 나 구아람의 사람을 건드려! 죽여버릴 거야!”상황이 긴박하지만 경주가 아람의 말을 듣자 웃음을 참았다.[윤씨 가문의 사람이 한 거야.]아린은 처절하게 흐느꼈다.[아마도 내가 윤진수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맞아서 그래. 윤씨 가문 사람이 화가 나서 수해 오빠를 괴롭혔어.][수해 오바는 고의 상해죄로 체포되었어. 그리고 윤진수 그 짐승이 진단서까지 뗐어. 몸에 있는 크고 작은 병을 모두 수해 오빠 탓을 해서 중상을 선고받았어.]물론 그 안에 발기 부전도 포함되었다. 윤씨 그룹의 능력으로 진단서를 조작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위조하는 것도 사소한 일이었다.“저 양심도 없는 짐승 새끼 죽여도 속이 시원하지 않아.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봐줬어. 윤씨 그룹이 감히 우리를 건드려?”아람은 화를 냈다. 너무 원망스러워서 눈시울이 붉어지며 살기를 뽐냈다.[윤씨 그룹이 어떻게도 합의를 해주지 않아.]“허, 합의? 그럴 일이 있어? 저 사람들은 수해를 죽이고 싶을 거야!”아람은 심하게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원망했다.“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 윤성우야. 임윤호도 참여했을 수 있어!”[임윤호, 임윤호는 수해 오빠의 친형이야. 어떻게 그럴 수 있어?]아린은 깜짝 놀라며 믿을 수 없었다.“그럴 가능성이 커.”경주는 큰 손으로 다정하게 아람의 등을 쓰다듬으며 안
아람과 경주는 자신의 별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나가는 길에 경주는 아람을 안고 펑펑 울었다. 아람의 검은 드레스를 구겨질 정도로 잡았고 옷까지 젖었다. 모르는 사람들은 두 사람이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아람이 위로하며 효정에게 약속했다. 가끔 와서 효정을 보고 유희에게 이씨 가문만 챙기지 말고 효정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라고 당부했다. 자유의 기쁨을 잃고 사육된 동물처럼 되지 않게 하라고 했다.유희는 또다시 맹세를 했다. 눈물을 흘리는 효정을 안고 문 앞에 서서 떠난 모습을 지켜보았다. 차는 한참 달렸다. 아람은 결국 참지 못하고 어깨를 부들부들 떨며 어두운 밤에 떨어지는 별처럼 맑은 눈물을 흘렸다.“아람아, 울지 마.”경주는 마음이 아파서 호흡이 가빴다. 튼튼한 팔로 아람을 품에 안아주며 다정하게 위로했다. 턱으로 아람의 머리카락을 문질렀다.“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게 아니잖아. 효정이가 보고 싶으면 한동안 데려와서 같이 살아도 돼. 아니면 내가 더 큰 별장을 사서 아예 같이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정연은 이제 사장님 비서가 될 거야. 그럼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텐데, 효정을 아줌마에게 맡기는 게 제일 좋아.”“흥, 네가 정말 이유희의 절친이야?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어.”아람은 코를 빨아들이며 손끝으로 경주의 가슴을 찌르며 원망했다.“아직 편하고 행복하게 지내본 적이 없는 커플을 헤어지게 할 거야? 날 기쁘게 하려고? 신경주, 넌 정말 양심이 없어. 효정이 아무 말을 안 해도 유희가 매일 널 저주할 거야.”경주는 갑자기 멍해졌다. 그러고 얇은 입술로 아람의 촉촉한 입술에 키스했다. 키스를 하고 경주는 씁쓸하게 웃었다.“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았어. 효정이도 너랑 헤어지기 싫어하는 것 같아서 좋은 일인 줄 알았어.”“저 커플을 방해하지 말라고 네가 그랬잖아.”아람은 키스를 받고 호흡이 흐트러져 눈이 촉촉해지며 설렜다.“그래서 너도 가서 귀찮게 하지 마.”경주는 아람의 예쁜 두 눈을 바라보며
“아람아, 무슨 생각이 들었어?”경주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유희와 정연도 긴장을 하며 하얀 아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한 비서의 분석이 맞아. 윤유성의 사악한 성격으로 라이언을 흔적도 남기지 않고 죽일 수 있어.”“그리고, 오랫동안 계략을 꾸미고 있었을 거야. 다만 중요한 도구가 이제 도착했을 뿐이야!”유희와 다른 사람들이 의아해 하고 있을 때 경주만 바로 깨닫고 반응했다.“그 도구가 헬기라고 생각해?”아람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초조하게 말했다.“지상에서는 윤유성이 행동하기 어렵지만, 하늘에서 편하잖아. 그리고 비행기가 출국하면 우리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막을 수 없어. 그럼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어!”정말 음흉하고 고압적인 행동이다. “형수, 정말 똑똑하네. 넌 정말 신이야!”유희는 바보처럼 입을 벌리고 박수를 치며 공손하게 절을 할 뻔했다.“아부는 그만하고 빨리 대책을 생각해.”아람의 가슴은 돌에 눌린 것처럼 숨이 막혔다.“한무야. 지금부터 인력을 추가 배치해. 윤유성의 헬기 행방을 면밀히 감시해. 어떤 행동이 있더라고 제때 차단해야 해.”경주는 카리스마를 뽐내며 안색이 차가워졌다.“네, 신 사장님.”예전의 경주는 비즈니스의 거물이고 고귀한 왕이었다. 하지만 아람 앞에서 보좌하든, 아람을 위해 전장에 돌격하는 장군이든 상관없었다. 무엇이든 아람을 위해 기꺼이 할 수 있었다.“만약 막지 못하고 헬기가 뜨면 어떡해? 폭탄으로 라이언을 구해야 하나?”유희는 진지하게 우스꽝스러운 질문을 던졌다.“라이언은 양국의 공개 수배 범죄자야. 때가 되면 백진 오빠와 도현 오빠에게 알려서 군과 경찰이 힘을 합치도록 할게.”아람은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침착하게 말했다.“하늘로 날아가더라도 반드시 잡을 수 있을 거야.”세 남자의 얼굴에는 존경이 가득했다....윤민주가 감옥에 가고, 윤진수가 체포되었다. 경주의 말대로 윤성우의 처지는 점점 난감했고 살얼음 위를 걷는 것과 같았다. 게다가 유성이 S 국에서의 노력
아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내리깔았다. 경주는 아람의 침울한 표정을 보고 손을 잡아주며 쓰다듬었다.“아람아, 알아. 네가 효정을 많이 이뻐하는 거. 봐봐, 지금 효정에게 유희가 있어. 유희가 많이 사랑하고, 아껴주고, 챙겨주고 있어. 유희는 능력도 좋고 집안도 좋아. 효정을 지켜주기에는 충분해.”“응, 알아. 사실 너무 고마워.”아람은 유희가 효정을 받아줘서 고마운 것이 아니다. 고마운 건 유희가 초월적인 안목이 있고, 다이아몬드처럼 아름답고 순수한 효정을 인정해 주고, 기꺼이 인내심을 가지고 곁에 있어 준다는 것이다. 잠시 후 유희가 돌아왔다. 다크서클이 더 짙어진 것 같았다.“유희야, 고생했어.”경주는 한숨을 내쉬었다.“내 와이프야,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고생은 무슨.”유희는 정연을 원망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어디까지 얘기했지? 참, 방금 생각해 봤는데 라이언은 수배 중인 범죄자야. 국내에서 권력이 없는데, 어떻게 많은 사람들을 매수할 수 있어? 윤유성의 짓인가? 몰래 라이언을 지켜주고 있어?”아람과 경주도 같은 생각이었다. 결국 라이언은 왕준의 상사였고, 남도 습격 사건에 참여했다. 라이언은 유성에게 치명타를 입힌 중요한 증인이기도 하다. 유성은 이런 약점을 쉽게 내주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스스로 발등을 찍는 짓이다.“라이언이 나타난 건 아직 살아있다는 거고 아직 성주에 있다는 거야. 성주에 있으면 절대 도망칠 수 없어. 그저 시간문제야.”경주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원망에 목이 쉬었다.“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어. 윤유성과 라이언과 같은 짐승 때문에 무고한 사람을 더 이상 희생하기 싫어. 너무 가치가 없어.”유희의 가슴이 아파 났다. 경주는 겉으로 차갑고 무심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다.“저기, 궁금한 게 있어요.”한무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뭔데?”세 사람이 일제히 물었다.“윤유성이 왜 라이언을 보호하려고 애쓰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돼요. 지금 S 국에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 구역에
정연도 화가 나서 뺨이 불타는 듯 붉어졌다.“원래는 우리 사람들이 우세했지만, 라이언 쪽에 지원이 있다는 것을 몰랐어요. 모두 능력이 뛰어나고 무기를 들고 있었어요.”“완전히 우리를 다 죽이겠다는 기세였어요.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에요.”유희는 화가 풀리지 않아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며 뼈마디에서 소리가 났다. 라이언을 잡지 못하고 부하들은 거의 전멸한 상태였다. 승부욕이 넘치는 유희 앞에서 이미 선을 넘을 행동이었다.“음, 유희 오빠, 왜. 누가 오빠를 화나게 했어?”사람들은 깜짝 놀라 소리를 따라 계단 쪽을 바라보았다. 효정이 주름진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아람이 선물 준 곰인형을 품에 안은 채 졸린 눈을 비비며 서 있었다. 말할 때 한쪽 어깨끈이 흘러내렸다.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는 도자기처럼 매끈했다. 하마터면 속살을 드러낼 뻔했다.뿐만 아니라 효정의 목과 쇄골에 붉은 자국이 있었다. 유희가 남긴 키스 마크였다. 어젯밤의 광기 어린 집착이 분명했다. 한무는 놀라서 바로 눈을 감았다. 경주도 어색하여 땀을 흘리며 시선을 거두고 아람을 바라보았다.‘아아아!’유희는 화가 나며 마음속에서 소리를 질렀다. 순간 효정의 앞으로 달려가 부드러운 몸을 덥석 안고 감쌌다. 효정은 고개를 유희의 품에 묻히며 그렁그렁한 눈만 보였다. 그러고 나른한 목소리로 유희를 위로했다.“유희 오빠, 화내지 마. 화내면 무서워.”“화내지 않았어. 기분이 엄청 좋아. 가자, 방에 가자.”유희는 마음이 급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효정을 안고 성큼성큼 위로 올라가며 귀에 속삭였다.“다른 사람한테 보여주지 마. 나한테만 보여줘!”거실은 어색하게 침묵했다. 한무는 어안이 벙벙하며 급히 해명했다.“저, 저 아무것도 못 봤어요. 신 사장님, 제 편을 들어줘야 해요!”정연도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다. 급히 유희에게 상황 보고를 하느라 효정을 챙기지 못해 이런 어색한 일이 일어났다.“연아, 걱정하지 마.”아람은 다정하게 위로해 주었다.“네가 오랫동
한무는 숨을 들이마셨다. 아침을 먹지 않은 상태지만 이미 배부른 느낌이 들었다.“아니에요. 아니에요. 헬기가 좋지만 제가 살아서 타도 죽어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네요.”“됐어, 경주야. 한 비서가 얼마나 충성하는지 우리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잖아. 헬기 한 대로 이렇게 화를 내?”아람은 긴 손끝으로 경주의 턱을 치켜올리며 여왕처럼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올해 생일 선물로 헬기를 사줄게. 윤유성보다 더 좋은 거 사줄게. 좋아?”‘젠장, 너무 부럽네! 역시 해문 갑부의 딸이야. 헬기를 생일 선물로 해?’경주는 눈을 깜빡이며 아람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아람아, 난 네 남자야. 하지만 난 너에게 빌붙어 사는 남자가 아니야. 선물을 해도 내가 너한테 해야지.”“풋,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우리 사이에 무슨. 그저 돈 몇 푼인데.”아람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은 유희와 한무를 부럽게 했다. 그들도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남자는 아니지만, 남자라면 리무진, 탱크, 헬기를 갖고 싶어할 것이다.경주는 담담하게 고개를 흔들며 가슴이 찡해났다.“아람아, 나한테 선물할 필요 없어. 네가 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네가 예전에 나한테 준 선물들은 지금 별도의 방에 전시되어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 매번 집에 갈 때마다 그 방에 들어가서 여러 번 보고 만졌어.”그때 아람을 잃은 경주는 마치 페티시스트와도 같았다. 경주는 종종 그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거나 그 방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경주는 남들이 볼 수 없는 곳에서 사랑에 빠진 미치광이 같았다.마음속은 이미 통제 불능이고 미쳐버렸다. 아람은 경주를 깊이 바라보았다. 표정은 평온했지만 경주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손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게다가 내가 무슨 선물이 필요하겠어. 넌 하늘이 내게 준 최고의 선물이야.”경주는 이 로맨틱한 말을 다시 반복했지만, 말할 때마다 처음처럼 다정했다.“바보.”더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저 키스로 천 마디 말을 대신
“연적?”아람은 왼손으로 턱을 괴고 오른손으로 블루베리를 집어 경주의 입에 넣어주었다.“이유희에게 연적도 있어? 신선하네.”경주도 피식 웃었다.“네가 우리 동생을 감금하듯 지켜주는데. 매일 너랑 네 비서 말고는 누구를 만나?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못 하는데 무슨 연적이야. 꿈꿨어?”“그렇다고!”유희는 초조하여 목소리까지 갈라지며 테이블을 내리쳤다. 어젯밤 자기 품에서 도현 오빠라고 부르는 효정이 떠올랐다. ‘꿈에서 다른 남자 이름을 불렀어!’유희의 가슴은 아파 나며 산산조각이 된 것 같았다.“설마 네가 말한 사람이 우리 도현 오빠야?”아람은 차갑게 유희를 바라보았다. 경주는 멍해졌다. 도현이랑 어떻게 엮인 건지 전혀 상상이 안 된다. 유희는 눈을 부릅뜨며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아람아, 네가 어떻게 알아? 너 신이야?”“신은 무슨!”아람은 어이없었다.“넌 참, 속마음이 얼굴에 쓰여있어. 어젯밤 너와 우리 오빠가 얘기하는 것을 봤어. 네 눈빛이 막 이글거렸어.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근데, 이 사장님. 넌 사람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우리 구씨 가문 남자는 모두 상남자야. 절대 남친 있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 효정이 남자랑 얘기를 했다고 다 연적이라고 생각하지 마.”“도현 도련님은 그럴 분이 아니야. 유희야. 누구를 의심해도 아람이 가족은 의심하지 말아야 해.”경주는 아람의 허리를 안고 유희를 비웃었다. 유희도 한숨을 쉬고 계속 얘기하기 곤란했다. 너무 유치해 보였다.“아. 그래서 효정과 서둘러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했어? 위기감이 들었던 거네.”아람은 유희의 속마음을 모두 꿰뚫어 보았다.“야, 그런 사소한 거로 침착하지 못해? 왜 이렇게 유치해!”유희는 부끄러워 입을 오물거렸다.“혼인신고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경주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정색했다.“지금은 네 집안일을 먼저 해결해야 해. 네가 이씨 그룹에서 안정되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거야.”유희는 여전히 불안했다. ‘나 이유희의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