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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2화

작가: 류한나
하지만 나도현은 믿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박은희도 하민의 존재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천지개벽하고 피와 살이 뒤섞이는 상황에까지 끌고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녀가 숨기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나도현이 화가 가라앉으면 자연스럽게 그녀를 놓아줄 것이라 믿었다.

“그 아이가 누구의 애인지 물어봐서 뭐 해? 나도현, 우리는 말할 건 다 했잖아. 더 이상 서로 힘들게 하지 말자.”

“네 엄마가 그렇게 많은 돈을 주는데 내가 바보냐? 그걸 왜 거절해야 해? 예전에 20억에 너를 포기했던 것처럼 지난 4년 동안 우리는 이미 감정이 남아 있지 않았어. 넌 내가 울며 매달려서 싫다고 말할 걸 기대했어?”

양시은은 담담하게 나도현을 바라보았다.

처음엔 무섭기도 했지만 점점 그녀는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도현이 그녀에게 죽으라고 할 리는 없으니까.

죽지 않으면 언젠가는 나도현에 의해 풀려날 날이 있을 것이다. 지금 나도현의 마음속엔 그저 그때 분노로 가득 찼을 뿐이다.

“그게 가능할 리가 있냐?”

나도현은 비꼬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양시은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불가능하다는 걸 알잖아. 그러니 내가 책임질 순 없어. 지금 나를 여기에 가두고 있을 바엔 차라리 양채은을 찾아가. 양채은은 진짜로 널 사랑해. 뱃속의 아이도...”

“그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야. 그 여자가 날 사랑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지? 난 널 사랑하지만 너는 나한테 어떻게 했지?”

양시은이 말을 계속하려는 순간 나도현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더욱 어두워진 채 양시은의 몸에 머물렀다.

나도현의 깊은 사랑을 양시은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도현이 예전에 사랑했던 만큼 지금은 증오도 그만큼 깊어졌다.

나도현은 낮은 웃음소리와 함께 말했다.

“너 같은 사람한테 사랑을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 지금까지 아이 아빠는 보지도 못한 걸 보니 네가 죽인 거 아니냐?”

양시은의 마음이 처참하게 찔렸다.

아이의 아버지는 바로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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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시은이 말을 뱉을 때 나도현은 그녀를 죽여버리고 싶은 만큼 화가 났다. “네가 날 교육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인간성? 그는 인간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수많은 사건을 처리했고 그 가운데 양시은도 포함되어 있다. 처음 양시은과 함께할 땐 결혼까지 진지하게 생각했지만 결국 양시은은 그에게 깊은 배신을 했다. 나도현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뭐라고 하는가?’ 그가 복수를 결심하고 양시은을 죽이려고 해도 마음이 약해져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 “양시은, 여기서 깊이 반성해.” 만약 양시은이 그에게 울면서 용서를 구하면 그는 분명 마음이 약해질 것이다. 그러나 양시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그 애만 신경 썼다. 그는 그 아이가 얼마나 더 버티며 살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고 생각했다. 박은희는 나도현을 설득할 수 없었고 임다혜에게도 어떻게 말할지 몰랐다. 임다혜는 박은희가 직접 고른 며느릿감이었다. 하지만 나도현은 그녀의 얼굴조차 보기 싫어했고 아예 연락도 하지 않았다. 임다혜는 나도현에게 진심이었고 종종 박은희에게 안부를 묻고 늘 영양제와 화장품을 선물하며 찾아왔다. 지금은 그녀를 볼 면목이 별로 없었다. 임다혜가 다시 물어왔다. “도현 씨는 요즘 많이 바쁜가요? 로펌에도 없고...” 임다혜는 나도현이 양시은에게 갔을 것이라고 직감했다. 양시은은 그의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사람이고 그의 마음속에 깊은 자리를 차지한 인물이었다. 나도현은 그녀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임다혜는 포기하기 싫었다. 부모의 축복을 받지 못한 결혼은 행복하지 않다고 믿고 있었다. 게다가 박은희는 그녀 편이었다. 그녀는 박은희를 통해 나도현의 마음을 얻은 후 나 부인이 되려 했다. 박은희는 이것도 방법이 아닌지라 그녀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다혜야, 넌 정말 좋은 아이야. 하지만 이건 말해 줘야 할 거 같아. 난 네가 정말 좋은데 도현이는... 양시은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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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쉽게도 나도현은 이런 걸 이해하지 못했다. 임다혜는 전혀 두렵지 않았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 사람한테 아무 짓도 안 했잖아요. 그냥 평소에 말 좀 섞고 싶은 건데. 설마 이걸로 저를 쫓아 내겠어요? 저는 안 믿어요.” 박은희는 입술을 열어 말하려 했지만 임다혜가 자신감 있게 말하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나도현이 그녀를 거절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뒤에서 조용히 손까지 써본다면...’ 박은희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임다혜는 그 생각을 듣고 기뻐하며 말했다. “어머니, 말씀하신 방법 너무 좋아요. 도현 씨가 더 이상 이상한 짓 안 하게 우리 빨리 실행해요.” “좋아.” 박은희의 계획은 좋았지만 그들은 계획을 삼일 뒤로 미루기로 했다. 한편 나도현은 법률 사무소에 가진 않았지만 사무소의 사건들을 계속 관리했고 양채은과도 연락을 시도하고 있었다. 전화를 통했지만 영채은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양시은은 그와 대화할 때마다 불편해졌지만 양시은은 밥은 잘 먹었다. 그녀에게 있어 사람은 밥심이고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나도현이 정신 없이 있을 때 그녀는 탈출할 수 있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도현은 그걸 참지 못했다. 그는 양시은 앞에 나타나 비꼬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걱정하는 네 아들 결국 네가 이런 식으로 걱정하는 거냐? 양시은, 네 입에는 한 마디 진심이라도 있어?” 양시은은 나도현이 이렇게 작은 일로도 이렇게 화를 낼 줄 몰랐다. 그러나 나도현은 그녀를 싫어하니까 당연히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거였다. 그의 눈에 양시은의 단점은 끝없이 확대되어 보였다. 양시은은 더 이상 나도현을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와 아무 말도 하기 싫었다. “나도현, 만약 내가 아무것도 먹지 않고 굶어 죽으면 하민이는 돌아와도 못 보잖아.” “그건 네 변명이야. 지금 네 얼굴에는 아무런 슬픔도 없어.”나도현의 얼굴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양시은은 잠시 말이 막혔다. 그런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35화

    나도현은 양시은의 턱을 꽉 움켜잡으며 목소리를 낮게 내뱉었다. 그 당시 양시은이 그의 삶에서 사라졌을 때 나도현은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빌려 그녀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가 거의 포기하려던 찰나 뜻밖에도 양시은을 만나게 되었고 이는 어쩌면 하늘이 정해준 인연일지도 모른다. 이 한 평생 그는 양시은과 사랑하고 또 싸워야 하는 운명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당연히 그 상황에 흘러가는 대로 행동해야 했다. “내 곁에서 도망칠 방법을 찾기보다는 차라리 어떻게 내게 사과할지 너의 사과를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해봐. 그러면 너의 날들이 조금이라도 나아질지도 몰라.” 양시은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나도현은 원하는 건 그녀의 사과와 태도라는 걸 그녀는 분명히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옆에 있을 자격이 없었다. 지금 그를 달래서 그를 기쁘게 할 수는 있어도 결국은 떠날 수밖에 없었다. 박은희의 편견은 산처럼 높아서 그녀는 도저히 넘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결국 함께할 수 없었다. 그녀의 침묵은 이미 그녀의 태도를 보여주었다. 나도현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내가 너를 용서할 거라고 기대하지 마. 양시은, 이제 너는 여기서 안전하게 지내. 하민이가 걱정 되면 내 마음에 들게 나한테 잘해. 그럼 하민이를 찾아줄게. 안 그러면 소식을 알아도 너한테는 절대 말 안 해.” 양채은이 지금 통화를 거부하고 있어 양시은은 도대체 하민이를 어디로 데려갔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그녀는 여기 갇혀 있고 아는 사람도 없었고 사설탐정을 고용해 조사할 돈도 없다. 그런데 나도현은 그 능력이 있었다. 지금 그는 아이를 이용해 그녀를 협박하며 그녀가 굴복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도현, 나한테 아무렇게나 대해도 아이는 건드리지 말아줘.” 양시은의 마음은 정말로 아팠다. 그녀의 마음이 아플수록 나도현은 그 점을 더욱 이용해서 계속해서 자극했다. “아이는 건드리지 말라고? 너는 전혀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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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혼 연회 당일 나도현의 휴대폰이 양시은 옆에 나타났다. 그것은 하나의 신호였지만 그녀는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 후 양채은은 친절히 그녀를 집으로 데려와 더 잘 챙겼고 심지어 나도현이 양시은을 싫어할까 봐 걱정했다. 결국은? 챙겨준 끝에 그들은 결국 한 침대에서 자고 있었고 이제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그와 그녀의 아이는? 양채은은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하민을 보았을 때 갑자기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그녀의 아이가 양시은 덕분에 행복하지 않다면 그녀는 양시은의 아이에게 복수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갚는 복수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하민은 계속해서 이모라고 부렀고 그들 사이에는 감정이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무정할 수 없었다. “난 나도현의 별장에 있어. 그 사람이 나를 안 보내줘.” 양시은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녀는 자기 잘못이라면 반드시 인정한다. “미안해.” “미안하다고 해서 끝나는 거야? 미안하다는 말이 효과가 있으면 세상에 경찰과 법이 왜 필요해.” 양채은의 감정은 점점 격해졌다. “너희는 계속해서 하민이만 찾았고 나에겐 관심을 둔 사람이 있었어? 내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해서 이런 결과를 맞아야 하는 거야.” 그녀가 남의 감정을 고의로 끼어들어 이 상황에 빠졌다면 지금 배신을 당한 것은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와 나도현은 자유 연애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 결국 약혼에 이르게 됐다. 그녀가 가장 행복했던 그 순간 이 두 사람은 함께 힘을 합쳐 그녀를 지옥으로 몰아넣었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이렇게 큰 차이를 그녀는 도대체 어떻게 견뎠는지 자신도 몰랐다. 게다가 요즘은 마스크를 쓴 남자가 그녀 곁에 있으면서 이것저것 말하고 그로 인해 그녀의 감정은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다. “채은아, 우리 한 번 만나자. 하민이만 병원에 데려다주면 네가 나에게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37화

    “부탁하지 마. 부탁이 효과가 있었다면 나는 이미 나도현 씨에게 그만 두라고 애원했을 거야. 언니, 제발 부탁한다고 해서 그게 진짜 유용할까?” 양채은은 눈가의 눈물을 훔쳤다.“오늘 내가 전화를 한 이유는 한 가지 말할 게 있어서야. 네가 나한테 빚진 것 나는 하나하나씩 네 아들 하민에게서 얻어 올 거야. 부모의 빚은 자식이 갚는 게 맞잖아.”이 무시무시한 말을 하고 양채은은 전화를 바로 끊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마음속이 점점 아려왔다.마스크남이 그 옆으로 다가와 그녀에게 물었다. “채은 씨, 지금 이걸 하는 게 무슨 의미에요? 양시은을 미워하면서도 왜 그 여자의 아들을 돌보고 있어요? 난 가끔은 당신을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마스크남은 자기가 양채은이라면 이 기회를 확실히 잡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양채은은 그렇게 할 생각이 없었다.“하민은 날 이모라 불렀고 어른들의 잘못을 왜 아이를 탓하겠어요.”양채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양시은은 무정할 수 있지만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어느 정도는 선이 있었다. “당신 말도 일리는 있어요. 안에 있는 아이는 정말로 아무 죄가 없죠. 그나저나 당신 배 속의 아이는요?” 마스크남이 점점 더 압박을 걸면서 말을 이었다. “다른 아이를 생각하려면 먼저 네 애부터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만해요. 이건 내 일이니까.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아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양채은은 등을 돌리며 걸어갔다.마스크남은 유유한 눈빛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알겠습니다! 이름을 변경하여 번역을 다시 작성하겠습니다. 양시은은 마음속으로 하민에 대한 걱정이 극에 달해 당장이라도 아이를 찾으러 나가고 싶었다. 겨우 침대에서 일어나려던 그 순간 방 문이 열리며 낯선 여자가 트레이를 들고 그녀 앞에 섰다.“양시은 씨, 이건 제가 끓인 보약이에요. 기력 보충에 좋으니 따끈할 때 빨리 드세요.”“저 안 마셔요. 그냥 가져가세요.” 양시은은 보약에 전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38화

    여자는 일부러 말을 모호하게 꺼냈다. 그녀를 보낸 사람은 임다혜였고 여기에 더해 박은희가 몰래 도와주면서 이 두 사람이 협력하여 별장에 하녀 한 명을 배치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양시은에게는 그 의도가 확실히 잘못 전달됐다. 여기가 바로 나도현의 집이므로 이 여자는 분명히 나도현이 불러낸 사람일 것이다. 이 보약을 마시지 않으면 나도현이 분명히 그녀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마음속에서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약은 여기 두세요. 목마를 때 마실게여.”“양시은 씨, 저는 꼭 당신이 이 약을 마시는 걸 봐야만 갈수 있습니다. 지금 마시지 않으면 저는 여기서 기다리면 됩니다.” 여자는 그 말을 하고 나서 트레이를 테이블 위에 놓고 의자 하나를 끌어당겨 바로 양시은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양시은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마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만약 그녀 앞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이렇게 대담하게 나올 수 없었겠지만 이 상대는 양시은이었다. 그리고 박은희는 반드시 양시은을 집에서 쫓아내라고 말한 바 있었다. 따라서 양시은이 별로 두렵지 않았다. “약을 언제 마시면 난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예요. 같이 기다려 보시든지.”양시은은 지금 아이를 찾는 일이 급해서 이 여자와 시간을 보내며 신경 쓰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그녀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알겠어요. 마셨으니 이제 가세요.” 그러자 양시은은 그 말과 함께 보약을 한 모금 두 모금, 금방 다 마셨고 그릇을 여자의 쪽으로 돌려보냈다. “다 마셨어요. 이제 가셔도 됩니다.”“물론이죠. 양시은 씨, 푹 쉬세요.” 여자는 목적을 달성하고는 그릇을 들고 떠났다. 여자가 별장을 나서며 길가에 서 있던 차로 올라타 이내 임다혜와 만날 예정이었다.양시은은 보약을 다 마신 뒤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리 신경을 쓰진 않았다. 나도현이 아무리 말을 까칠하게 해도 그녀를 정신적으로 괴롭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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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일자리를 찾으려고?”“모르겠어. 아직 찾고 있는 중이라...”“그럴 거면 그냥 우리 회사로 오는 건 어때?”나도현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양시은은 잠깐 당황한 듯싶더니 그의 제안을 거절하려 했다.나도현은 마치 그녀의 생각을 예측한 듯 말했다.“결정을 서두르지는 말고. 어느 회사로 가든 월급은 그냥 그 정도일 거야. 우리 회사보다 좋은 대우는 없을 거라는 얘기지.”양시은은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겼다.그녀는 나도현을 바라보며 오랜 시간 고민하더니 말했다.“생각할 시간을 좀 줘요.”나도현은 양시은을 급하게 재촉하지 않았고 그녀에게 3일이라는 시간을 주었다. 세 날 후면 하민이도 유치원에 가게 될 것이니 말이다.그때면 하민을 돌보지 않아도 됐기에 양시은도 마음 편히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그녀는 여러 곳에 이력서를 보냈지만 결과는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다.어떤 곳은 급여가 예상했던 것보다 적었고 어떤 곳은 싱글맘인 그녀를 원하지 않았다. 다들 그녀가 아이에게 집중하느라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양시은은 그러한 차별에 화가 났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도현이 제시한 조건이 제일 좋아 보이기 시작했다.고민에 빠진 그녀는 온지유에게 전화를 걸었다.“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 그래요. 제 친구 얘기인데 말이죠.”여기까지 들은 온지유는 바로 양시은의 고민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뭘 물어보고 싶으신데요?”“제 얘기가 아니에요.”“알겠어요. 본론부터 말해보세요.”양시은은 한숨을 깊이 내쉬고 자신의 상황을 그대로 전했다.그러자 온지유는 예상보다 더 단호하게 말했다.“뭘 더 고민할 게 있나요? 조건이 좋은 쪽을 골라야죠. 당연한 거 아닌가요?”“정말 제 얘기가 아니라요...”“알았어요, 알았어요. 아무튼 제 뜻은 그렇게 고민할 필요 없다는 얘기예요. 그저 일자리를 구하는 것뿐이잖아요. 그냥 상사로 생각하면 돼요.”온지유의 생각을 들은 그녀는 잠깐 생각하다가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그래도 양시은은 바로 확답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79화

    양시은의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급히 뛰어가 하민의 상태를 확인했다.“괜찮아? 아프지 않아? 엄마가 호 불어줄게.”“안 아파요. 제 부주의로 이모한테 부딪혔어요...”하민은 조금 부끄러워하며 옷자락을 움켜잡았다.양시은은 고개를 들고 부딪힌 사람에게 사과하려 했지만 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떠나버렸다.그 여자는 왠지 무섭게 생긴 것 같았다.“마스크를 쓴 데다가 사람이 정상인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어. 찾지 않아도 돼.”나도현이 이마를 찌푸리면서 말했다.그의 말을 듣고 양시은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다행히 하민이도 세게 다치지 않았으니 말이다.“너무 과보호하지 마. 이 정도로 넘어지고 부딪히는 건 괜찮아.”“알아. 그냥 쉽게 걱정하던 습관이 잘 고쳐지지 않으니까 그러는 거지.”양시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쉽게 고칠 수 있는 습관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이 작은 사건은 그들에게 별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하민이랑 즐겁게 학용품을 고르며 시간을 보냈다.하지만 그들은 금방 하민이와 부딪혔던 여자가 마스크를 벗고 구석에서 몰래 이 행복한 장면을 찍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양시은은 하민에게 필통, 책가방, 연필 등을 사주며 학용품 쇼핑을 마쳤고 그 후 하민이와 함께 아이스크림도 먹으러 갔다.하루 종일 놀고 나니 지친 하민은 차 안에서 곧바로 잠들었다.계속 하민이를 품에 안고 있자니 양시은은 손이 조금 아팠다. 그녀가 손목을 풀고 있을 때, 나도현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내가 안을게. 집까지 가려면 아직 시간이 좀 걸려. 너도 피곤하잖아.”양시은은 조심스럽게 하민을 그의 품으로 옮겼고 하민이는 나도현의 품에 안겨 편안한 자세를 찾더니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그 모습을 보고 있는 양시은의 표정이 저절로 부드러워졌다.점점 피곤해하던 그녀는 눈꺼풀이 무거워지더니 결국 자신이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었다.양시은은 나도현의 어깨에 몸을 기댄 채 잠에 들었고 나도현은 그녀가 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78화

    양시은은 왠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뭔가 속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내 착각인가?’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부엌으로 걸어갔다. 하민은 눈물을 닦던 동작을 멈추고 부엌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양시은을 살짝 엿보더니 입을 열었다.“아저씨, 나 방금 잘했죠?”나도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정말 잘했어.”하민과 나도현은 동시에 웃었다.점심 식사를 끝낸 후 하민은 또다시 나도현에게 달라붙어 같이 놀자고 했다.양시은은 그를 막고 싶었지만 나도현은 휴대폰을 한 번 들여다보더니 말했다.“회의가 취소됐대. 시간 많으니까 걱정하지 마.”하민은 나도현에게 계속 매달렸고 나도현도 거절하지 않고 저녁이 될 때까지 그와 함께 있었다.밤이 깊어지자 양시은은 어느새 나도현과 하루 종일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녀는 나도현을 배웅하며 문을 열어주었다.그는 빨간 벨벳으로 덮인 작은 상자를 양시은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너한테 주려고 했던 선물이야.”“이게 뭔데?”“열어보면 알게 될 거야.”양시은은 잠시 망설이다가 상자를 열었고 그 안에는 반짝이는 반지가 들어 있었다.반지를 보는 순간, 그 평범해 보이던 상자가 갑자기 무겁게 느껴졌고 양시은은 오늘 하루가 모두 나도현의 계획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이런 건 받을 수 없어...”“프러포즈 같은 게 아니야. 그냥 선물일 뿐이야. 경매품이었던 반지도 좋아했잖아? 그래서 비슷한 걸 골랐어.”나도현은 태연하게 말했다.상자 속 반지는 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양시은은 그것이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이 반지는 그녀가 경매에서 샀던 반지와 완전히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양시은이 경매에서 구입한 반지는 4천만 원이면 살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이 반지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살 수 없는 반지 중 하나였다.“너무 비싸잖아. 받을 수 없어. 나는 신세를 지기 싫어하는 사람이야. 뭐든 받은 만큼 되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양시은은 반지를 도로 나도현에게 돌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77화

    나도현은 그 오렌지를 유심히 지켜보았다.그러자 양시은이 본능적으로 접시를 치우려 했다.“아저씨는 오렌지를 안 드신...”“고마워, 하민아. 마침 딱 오렌지가 먹고 싶었거든.”나도현은 그녀의 말을 끊으며 자연스럽게 말했다.그러자 양시은은 잠시 멈칫했다.‘음식도 겉보기로 판단하던 사람이 웬일이래? 못생긴 음식이라고는 손에 대지도 않던 사람이...’나도현은 외식조차 자주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깜짝 놀란 양시은과는 달리 나도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오렌지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는 하민이에게 예쁘게 잘랐다고 칭찬까지 했다.엄마인 양시은이 봐도 엉망으로 잘린 오렌지였는데 말이다. 그녀조차도 그릇에 있는 오렌지를 보고 아무 칭찬도 할 수 없었다.잠시 후, 그녀는 하민을 달래서 방으로 보냈다.그리고는 자리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여기까지 온 건 이유가 있어서겠지?”“나한테 이렇게 차갑게 대할 필요는 없어.”“그럼 내가 어떤 태도로 너를 대야 할까?”양시은의 날카로운 반문에 나도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미안... 그날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그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그리고 또... 하민이도 이젠 퇴원했으니까 학교에 갈 준비를 해야 해. 어제 명진 씨가 집에 찾아와서 전해주시더라고.”나도현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돌렸다. 그 말을 들은 양시은은 깜짝 놀라더니 미소를 지었다.“하민이가 학교에 갈 수 있다고?”선천적인 심장병을 가진 아이가 학교에 가는 건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많은 걱정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었다.학교는 집과 달라서 다치거나 넘어지기도 쉬운 곳이었다.전부터 양시은은 늘 하민의 상태를 걱정해 왔다. 수술 이후에도 여전히 신경을 써야 할 것들이 많았고 예전부터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습관은 바꾸기 어려웠다.그녀는 하민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두려웠다.나도현은 몇 장의 서류를 그녀에게 건넸다.“내가 프린트한 서류야. 어느 학교가 마음에 드는지 보고 연락해.”그 서류를 받아 들고 진지하게 살펴보던 양시은은 금방 깨달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76화

    “명진 씨?”온지유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얼굴에 진심 어린 미소를 띠었다.인명진은 옆에 있는 작은 아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오랜만이네.”“하민이 보러 온 거예요? 손에 약상자를 들고 있으시길래...”“아니, 시은 씨한테 약을 좀 전해주려고 왔어.”인명진은 어떻게 된 일인지 간단히 설명하면서 온지유에게 양시은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 말을 들은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양시은의 상태를 보러 가고 싶어 했다.하지만 인명진은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지금은 많이 안정됐어. 그렇게 심각한 정도도 아니거든. 다만 여동생의 죽음이 시은 씨한테 너무 큰 충격을 안겨줬을 뿐이야. 게다가 그 외의 여러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지.”“그럼 다행이네요.”잠시 양시은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나서 인명진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요즘은 어떻게 지내?”“잘 지내죠. 명진 씨는요?”온지유는 잠깐 멈칫하다가 웃으면서 대답했다.“병원 일이 바쁘긴 한데 예전보단 나아.”“그래 보이긴 해요. 명진 씨처럼 바쁜 사람은 드물죠. 저는 매일 사소한 일들에 신경 쓰느라 바빠요. 집 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문제부터 큰 문제까지 다 신경 써야 하니까요.”그렇게 말하면서도 온지유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잘 지내고 있는 사람 같아 보였다.인명진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약간의 씁쓸함을 느꼈지만 그래도 더 많은 건 안도감과 만족스러운 감정이었다. 그의 눈가에 미소가 번졌고 그 미소는 인명진이라는 사람 자체를 온화하게 만들어 주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작별 인사를 했고 그는 떠나는 온지유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저 멀리 사라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그는 오랫동안 그들을 바라보았다.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을 때에야 그는 하늘을 한번 쳐다보고 눈을 깜빡이더니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다시 예전처럼 차가운 인명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약을 전해주러 간 인명진 역시 양시은을 보지 못했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75화

    양시은은 의심하는 듯한 나도현의 태도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도현아, 너 지금 내 동생을 의심하는 거야?”“그런 뜻은 아니었어.”나도현은 이마를 문지르며 자신의 표현이 잘못됐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양시은은 듣지 않았다.“나도현... 아니, 강태경이라고 불러야 하나? 채은이가 널 위해서 얼마나 많은 걸 희생했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어떻게 채은이를 의심할 수 있어?”“시은아, 그런 뜻은 아니었어...”양시은은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방금까지 좋았던 기분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나도현에게 알려줘야겠다는 마음으로 그를 찾은 것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언젠가는 양채은을 데려올 수 있길 바랐다. 하지만 나도현의 반응은 그녀를 실망하게 만들었다.양시은은 요즘 와서야 그에게 조금 부드러워진 태도를 보였지만 또다시 눈에 띄게 차가워졌다.“내가 잘못했네. 너라면 내 마음을 이해해 줄 줄 알았거든? 아니었어. 역시 남자는 믿으면 안 돼.”나도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양시은을 붙잡았다.“내가 널 이해하지 못한다고? 시은아, 내가 널 어떻게 더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하는 건 양채은이 아니라 너야. 게다가 채은이는 원래부터 좀 의심스러웠어.”“채은이가 왜 지금까지 죽은 척하면서 살아왔는지에 대해서는 생각 안 해봤어?”“네 말 듣고 싶지 않아!”양시은은 또다시 그의 말을 끊었다. 순식간에 치밀어오른 화로 인해 그녀의 호흡이 빨라지며 평소보다 훨씬 더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그러자 나도현의 눈빛이 부드럽게 변했다.“미안해... 내가 그렇게 말하지 말아야 했어. 그러니까 일단 진정해. 약 안 먹었어? 내가 도우미를 불러서 가져오라고 할게.”말을 마친 나도현은 도우미를 불러 약을 가져오라고 했다.그러자 두 번 크게 숨을 쉰 양시은은 조금 진정됐는지 차갑게 말했다.“괜찮아. 만약 네가 채은이가 돌아오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나 혼자서 찾아볼게. 그동안 내가 많이 신세 졌어.”양시은은 계단을 올라가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74화

    그 말을 들은 양시은이 하민의 말을 극구 부인했다.“하민아, 엄마 화 안 났어. 왜 그렇게 생각해?”양시은은 하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를 안심시켰다.“엄마가 예전처럼 행복해 보이지 않아서요.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괜찮아. 어른들한테는 항상 많은 걱정거리가 있는 거거든.”천진난만한 하민이를 바라보며 양시은은 자신의 고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저런 방식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어떻게 보면 걱정거리가 맞긴 하니까...’하민은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이 이해한 듯 양시은의 손을 잡고 그녀를 위로했다.“하민이는 엄마가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그러니까 제 기쁨 중 절반을 나눠줄게요.”그 말에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고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것 같았다.그 후, 양시은은 하민이와 함께 놀아주었다. 그러다가 밖에서 놀고 싶었는지 하민이는 갑자기 밖으로 나가버렸다. 하민이가 도대체 뭘 하러 간 건지는 그녀조차 몰랐다.양시은은 하민이가 멀리 가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사실 하민이는 그저 침실 밖으로 나간 것이었다.“아저씨, 말한 대로 했는데도 안 알려주는데요? 어떻게 할까요?”하민은 나도현의 목을 끌어안고 말했다.나도현은 하민의 코를 톡톡 건드리며 칭찬했다.“그래도 잘했어. 하민이가 엄마를 웃게 했잖아. 그게 제일 멋진 거야.”그 말을 들은 하민은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어린아이와 어른의 기쁨은 결국 무게가 다른 것이었다.하민이가 준 위로는 일시적이었다. 양시은은 그런 단순한 위로로 바로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고 나도현도 그녀가 걱정돼서 점점 우울해졌다.그러던 어느 날, 양시은은 익명의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문자 내용은 딱 한 줄 뿐이었다.“나 채은이야. 누군가가 두 사람한테 해를 끼치려고 하니까 꼭 조심해야 돼.”그 문자를 본 양시은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의자는 뒤로 넘어져 버리면서 큰 소리를 냈다.그 소리를 듣고 도우미가 달려왔다.“아가씨, 무슨 일 있으세요?”그녀는 계속해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73화

    “아까 본 사람 말이야. 채은이가 맞을까?”양시은은 나도현을 꽉 붙잡으면서 물었다.“안돼. 가서 확인해 봐야겠어... 불이 그렇게 큰데 혹시나 벗어나지 못했으면 어쩌지?”양시은은 그저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힐 것 같았다.그녀의 여동생도 화재로 죽은 것이었으니 말이다.‘채은이가 아직 살아있다면? 살아있는데 또 내 부주의로 화재 속에서 죽게 된다면?’이런저런 생각이 들자 양시은은 마음을 추스를 수 없었다.“시은아, 가지 마. 이미 경찰들이 다 막아놔서 들어갈 수도 없어.”나도현은 그녀를 말렸다.“하지만 정말 채은이라면...”“너도 채은이라고 확신 못 하잖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잖아. 왜 그런 불확실한 걸 위해서 죽을 위험까지 감수하려고 해? 네가 다치면 하민이는 어떡하려고?”나도현은 한마디 덧붙이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네가 다치면 난 어떡해?’양시은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눈시울을 붉혔다.나도현은 그녀를 품에 안아주며 말했다.“내가 비서를 보내서 찾으라고 할게. 우리는 집으로 가자.”집으로 가자는 말에서 양시은은 따뜻한 온기를 느껴졌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응.”그때의 양시은은 몰랐다. 근처에 한 대의 밴이 주차되어 있었고 차 안에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웨이브 펌을 한 아름다운 여인이 앉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마치 어두운 밤 속에서 피어난 장미와 같은 미모를 가졌다.만약 양시은이 그곳에 갔더라면 분명 깜짝 놀랐을 것이다.왜냐하면 그 여인이 바로 양시은이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양채은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녀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일부러 풀어준 거죠?”운전석에 앉은 남자한테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양채은은 깜짝 놀라며 부인했다.“그런 거 아니에요.”“거짓말하지 마요. 다 봤거든요! 한 번 죽었으면서 아직도 그렇게 네 언니를 생각해 주는 건가요? 참 눈물겨운 혈연이네요.”“정말 그런 거 아니에요.”그 남자는 그녀가 하는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쪽이 뭐라고 변명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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