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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1화

작가: 류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29 19:00:00
“그럴 일은 없습니다. 저는 평생 다솔 씨 한 사람만을 사랑할 거예요. 다른 여자는 절대 쳐다보지 않을 겁니다.”

배진호는 다시 한번 자신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마음을 전했으니 부모가 계속 자기 뜻을 고집한다 하더라도 석규리는 최소한 자존심을 지킬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사랑하는 마음을 품었다 해도 한 남자에게 매달리며 스스로를 깎아내리지는 않을 거라 여겼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석규리의 시선은 여전히 배진호를 따라다녔다. 그녀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진호 씨, 당신이 지금 당장 다솔 씨를 잊지 못해도 상관없어요.

우리는 아직 젊고 시간은 충분히 많잖아요. 언젠가 당신이 제 마음을 받아들일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지금 다솔 씨를 잊지 못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에요. 당신이 정이 깊은 사람이라는 뜻이잖아요. 나중에 저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저에게도 그렇게 깊은 사랑을 줄 거라고 믿어요. 우린 정말 행복한 한 쌍이 될 거예요.”

그녀의 말은 배상준과 정미진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정미진은 석규리의 손을 꼭 잡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권다솔이 대단한 집안 딸일지 몰라도 굳이 돈 때문에 아들의 결혼을 희생해야 할 만큼 가난하지는 않았다.

정미진은 단지 아들이 진심으로 사랑받으며 살길 바랐다.

권다솔?

정미진은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늘 행동이 차분하지 않은 것 같았고 유산된 아이가 과연 배진호의 아이였을까 하는 의심까지 하고 있었다.

오히려 아이가 유산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아이가 태어났다면 배진호는 평생 속아 남의 아이를 키우며 살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어머니로서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게 할 수 없다.

“어차피 이제 아이도 없잖아. 둘이 바로 이혼해. 그게 제일 좋고 짐도 없게 되잖아.”

정미진은 자신의 속내를 숨기지 않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 말이 배진호의 인내심을 완전히 끊어버렸다는 사실을 몰랐다.

배진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짐이라고요? 그 아이는 제 첫 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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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진호가 여전히 부모의 말을 따른다면 정말로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그는 더 이상 부모가 자신과 권다솔을 해칠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경미 씨, 손님들을 내보내 주세요.”“진호야! 네 엄마인데 어떻게 네가 나를 내쫓을 수 있어?”정미진의 얼굴빛이 험악해졌다.석규리는 눈물로 가득 찬 눈으로 말했다.“절 보고 싶지 않다면 제가 나가면 돼요. 하지만 저 때문에 아저씨와 아주머니께 화풀이하지 말아요. 두 분이 이렇게 진호 씨의 삶에 간섭하는 건 그만큼 진호 씨를 사랑하고 신경 쓰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어요?”세상 부모 중에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이가 있을까?그 말을 부정하지 않지만 약이 든 차를 마신 이후 배진호는 생각을 바꿨다.사랑은커녕 그저 그를 완전히 통제하려는 욕심이 더 컸음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그를 함부로 대할 수 있었겠는가?“경미 씨, 다시 말하지만 손님들을 모시고 나가주세요.”그리고 배진호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남은 건 박경미와 세 사람뿐이었다.박경미는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세 분, 이제 돌아가 주시죠.”그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배상준이 입을 열었다.“경미 씨, 다솔 씨는 한 달에 얼마를 주고 있죠?”배상준은 지금 이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배진호는 현재 부모보다도 박경미를 더 신뢰하는 것 같았다.그렇다면 박경미를 매수해서 석규리와 배진호를 이어주게 하면 어떨까?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나.“제 월급은 배 대표님이 주시고 있습니다. 그리고 금액이 많고 적은 건 중요치 않아요. 제게 중요한 건 일을 할 때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 거죠.”박경미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오지랖이 넓으면 제 발목을 잡는다. 돈을 쥐여 준다고 해서 절대 그런 일에 가담할 수 없었다.정미진은 무언가 말을 더 하려 했지만 석규리가 고개를 저어 제지했다.돌아가는 길 운전석에는 배상준이, 뒷좌석에는 정미진과 석규리가 앉았다.정미진은 가는 길 내내 눈물을 훔치며 하소연했다.“저 여자가 대체 무슨 수를 써서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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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이 정말로 관계를 맺기만 하면 정미진은 충분히 결혼을 강제로 성사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권다솔과의 아이를 잃은 상황에서 만약 석규리가 임신이라도 하게 된다면 과연 배진호는 계속 무관심할 수 있을까?설령 임신에 실패하더라도 상관없다.최악의 경우 병원에 돈을 좀 쓰면 가짜 건강검진 보고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배진호가 진실을 알게 되더라도 이미 결혼까지 해버린 뒤라면 이런 사소한 일로 이혼을 할 리도 없을 것이다.“아무 일도 없었어요.”석규리는 입술을 꽉 물고 고개를 저었다.약기운이 도는 동안 별의별 수단을 다 써봤지만 그래도 배진호를 꾀어내는 데 실패했다.배진호의 마음에는 분명히 권다솔만 있는 게 틀림없다. 그러지 않았다면 차라리 억지로라도 버티면서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정미진의 얼굴빛이 변했다.“약을 그렇게 많이 넣었는데 효과가 하나도 없다고? 방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석규리는 얼굴을 붉히며 간단히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다.정미진은 찬바람을 들이마시며 숨을 멈췄다.정말이지 이상한 여자에게 완전히 정신이 팔려 목숨까지 내던지다니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배진호가 그럴수록 정미진은 자신의 결심을 더욱 굳혔다.길게 늘어질 바에야 차라리 빨리 갈라놓는 편이 낫다. 두 사람을 가능한 빨리 떼어놓아야 한다.“진호가 헤어지길 거부한다 해도 상관없어. 내가 직접 다솔 씨를 찾아갈 거야. 이미 이 집에서 나갔으니 다시는 못 돌아오게 만들면 되지.”정미진의 눈엔 흔들림이 없었다....한편 권다솔 쪽.집을 나온 뒤로 차를 몰고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그녀는 해변에 차를 세웠다. 모래사장 위를 걸어갈수록 점점 시야가 흐려졌다.당장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배진호 쪽 집은 이제 돌아갈 수 없었다. 친정집에 가자니 부모님의 잔소리를 또 듣게 될 게 뻔했다.처음부터 부모는 그녀가 배진호와 함께하는 것을 반대했다. 배진호의 집안이 변변찮아서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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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당신이 참 좋은 사람이란 걸 알아요. 하지만 태건 씨,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집착하고 있는 거예요?”권다솔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 둘은 절대 함께할 수 없어요.”그녀는 남태건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둘은 그저 친구로만 남을 뿐 그 이상은 있을 수 없었다.“네 마음속에는 아직도 배진호가 남아 있는 거야?”“그런 게 아니에요. 나랑 진호 씨는 이미 완전히 끝났어요.”“이미 끝났다면 왜 날 돌아보지 않는 건데? 다솔아, 넌 아직 젊잖아. 설마 그런 형편없는 사람 때문에 평생 혼자 살겠다고 작정한 거야?”남태건은 더 가까이 다가섰다.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이 원하는 건 반드시 손에 넣었다. 권다솔도 예외는 아니었다.권다솔은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냥 내버려두자. 이렇게 오해하도록 놔두자.’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남태건의 말을 인정하는 듯했다.“다솔아,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만약 너희 사이에 아이가 있어서 아이를 위해 재혼하지 않으려는 거라면 이해하겠어. 하지만 지금 너희는 아무것도 없잖아.”남태건의 시선이 그녀의 배로 향했다.시선 속에는 은밀한 기쁨이 넘쳤다.그는 이미 결심했다. 만약 권다솔이 배진호의 아이를 낳더라도 상관없을 것이고 그녀를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하지만 아이가 없다면 훨씬 더 좋은 일이었다.이렇게 하면 그들의 인연은 깔끔하게 끊길 것이다. 그리고 권다솔의 삶에서 배진호라는 이름은 사라지고 그 자리는 남태건이 차지할 것이다.“그만해요. 저한테 이런 말을 하려고 온 거라면 당장 돌아가세요.”권다솔의 목소리는 격해져 있었다.이 아이는 단순히 배진호만의 아이가 아니었다. 그녀 자신의 아이이기도 했다.설령 배진호가 그의 말대로 한심한 남자라 해도 아이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남태건은 급히 사과하며 말했다.“미안해 내 잘못이야. 그렇게 말했으면 안 됐어.”“됐어요. 먼저 가세요. 지금은 혼자 있고 싶어요. 아무도 날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권다솔은 뒤돌아 떠나버렸다.남태건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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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21화

    “생선구이 다 먹고 나서 1층 좀 더 둘러보고 싶었는데 네가 피곤해 보이네.”남태건은 권다솔의 눈 밑 다크서클을 보며 아쉬워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권다솔은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어제 잠을 잘 못 자서요. 집에 가서 좀 더 자지 않으면 너무 피곤할 것 같아요.”그러자 남태건은 미련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도 결국 인정했다.“그럼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 우선 편히 쉬어.”그들은 더 이상 화장품을 고르지 않았다. 남태건이 아예 중장년층용 세트 전부를 싹 쓸어 담았다. 에센스 제품까지 통으로 챙기니 점원의 입꼬리가 귀 뒤까지 넘어갈 듯했다.“손님 정말 통 크시네요. 이렇게나 많은 세트라면 세 사람이 써도 다 못 쓸걸요?”점원이 감탄을 흘렸다.“어머니께 드리고 싶은데 어떤 걸 좋아하실지 몰라서요. 일단 다 사서 직접 써보시게 하려고요.”이렇게 말하며 그의 시선은 줄곧 권다솔에게 머물렀다.점원들은 눈치가 빨랐다. 입으로는 어머니라고 하지만 사실상 예비 장모님에게 바치는 선물이라는 의미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느 남자가 이렇게까지 신경을 쓸까?급기야 한 점원은 권다솔에게 다가와 치켜세웠다.“예비 신랑이 정말 좋네요. 요즘 같은 시대에 이렇게 신경 써주는 남자 찾기 힘들어요. 저도 애가 있지만 친정 갈 때 뭘 좀 챙기려 하면 남편은 내켜 하지도 않거든요.”그러자 권다솔이 고개를 저었다.“저희 그런 사이 아니에요. 그리고 이 세트들 제 카드로 결제할게요.”‘어차피 엄마한테 드릴 물건이니까...’점원 말대로라면 사위가 장모님을 위해 챙기는 선물이겠지만, 남태건과 그녀는 그저 친구 사이일 뿐 남의 돈을 이렇게 많이 쓸 수는 없었다.점원은 잠시 멈칫했다. 자신이 너무 들떴나 싶었다. 그래도 누가 결제하든 상관없었다. 팔기만 하면 되는 법이니까.카드 결제는 금방 끝났다. 잠시 후 남태건이 세트 박스를 다 포장해 들고 왔을 때, 권다솔의 손에 영수증이 있는 걸 발견했다.“왜 네가 결제했어?”남태건은 의아해했다.“원래도 엄마한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20화

    “제가 무슨 서러울 게 있겠어요?”권다솔은 헛웃음을 지었다. 방금 전에 배진호를 본 건 맞지만, 본 건 본 거지 그렇게 넋 놓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는 이미 배진호를 천천히 잊으려 하고 있었다. 인생은 길고 한 남자 때문에 평생 슬픔에 잠길 순 없는 법이다.‘조금씩 잊으면 되는 거야.’그녀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다짐했다.“원래는 너 호텔에 데려가서 밥 먹이려고 했는데, 네가 배고프다길래 그냥 이 상가에서 아무 가게나 들어왔어. 다솔아, 전에 네가 권씨 집안에 있을 때 이런 서러움 당한 적 있어?”남태건은 계속해서 그녀를 부추기는 말투를 이어갔다. 그의 의도는 분명했다. 이 모든 게 배진호 탓이라는 것이다.배진호의 가정형편은 평범했다. 그동안 돈을 꽤 모아두긴 했지만 집 사고 결혼하는 데 쓰고, 또 직접 회사를 운영해야 하니 형편이 팍팍했을 터였다.반면 오래 운영해 온 권씨 가문 같은 기업은 달랐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배당금이 있고 집안에 고정 자산도 많았다. 상가 임대료만으로도 충분히 쓸 수 있을 정도니까.권다솔은 남태건의 속내를 알았지만 정말로 이게 서러울 일인지 의문이었다.“이 가게 생선이 아주 신선하고 손님도 많네요. 입맛 좀 바꿔보는 것도 나쁘지 않고요. 저 가끔은 노상에서 파는 간식도 사 먹어요.”특히 그녀와 배진호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엔 더욱 그랬다. 둘은 정말 바빴고 돈도 별로 없었으며 밤늦게 퇴근하니 집에 가서 요리할 시간이 없었다.그래서 집으로 가는 길에 간단히 사 먹곤 했다. 그 시절은 오히려 가볍고 한가로웠다. 지금 돌이켜봐도 권다솔은 전혀 후회하지 않았고 서러울 것도 없었다.‘그때가 훨씬 마음 편했어.’그녀는 속으로 담담히 생각했다.“노상 간식?”남태건의 눈가가 붉어졌다.“네가 나한테 시집오면 절대 이런 서러움 안 겪게 해줄게. 권다솔, 맹세하는데 너를 모두가 부러워할 사람으로 만들어줄 거야.”마침 그때 종업원이 생선구이를 내왔다. 이들이 시킨 건 국물이 있는 생선구이였는데, 펄펄 끓는 국물에서 나온 뜨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19화

    배진호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방금 전 석규리 씨가 다솔 씨한테 뭐라고 했는지 기억해요?”“당연히 기억하죠.”석규리는 왜 배진호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한 번 말했으면 두 번도 말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배진호가 먼저 물어본 것이다.“권다솔 씨는 진호 씨와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남자를 만난 거니 좋은 여자가 아니에요. 아까 진호 씨도 직접 봤잖아요. 지금 당장은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계속 자신을 속일 순 없지 않나요?”석규리는 말을 하며 정미진 이야기를 꺼냈다.“만약 어머님께서 이걸 알면 분명 더 화낼 거예요.”“그래요. 다솔 씨랑 저 아직 이혼하지 않았어요. 석규리 씨, 저는 지금 기혼자예요. 이렇게 제 앞에서 이런 얘기 하는 걸 나서서 내연녀가 되려는 거라고 이해해도 되나요?”석규리의 얼굴은 금세 붉었다가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 내연녀라니, 얼마나 거북한 단어인가. 배진호는 어떻게 이렇게 불쾌한 표현으로 그녀를 묘사할 수 있을까?“우리 둘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볼 수 있나요...?”“다솔 씨와 그 남자는 훨씬 더 결백해요. 둘은 서로 껴안거나 옷차림 흐트러진 채 한 방에 있은 적도 없고, 게다가 다솔 씨 어머니는 자식한테 약을 먹이는 짓 따윈 하지 않아요.”배진호는 이 일을 떠올릴 때마다 화가 치밀었다. 요즘은 반려동물을 키울 때도 동물의 의견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정미진은 정말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석규리는 여전히 자신이 내연녀 짓을 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고 반박했다.“그렇다면 어머님께서 권다솔 씨를 싫어하는 건 분명 권다솔 씨한테 문제가 있다는 뜻 아니에요? 아니면 왜 두 분 사이가 이렇게 험악해졌겠어요?”이건 전형적인 피해자 유죄 논리였다.“저는 석규리 씨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 논리대로라면 그건 전부 석규리 씨 탓이라는 얘기겠네요. 집에 가서 곰곰이 생각해 보고 저랑은 좀 떨어져 지내줘요.”석규리는 한마디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18화

    남태건은 배진호에게 도전적인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배진호 씨, 한 회사의 대표로서 이렇게 질척거리는 모습 보이는 건 별로 좋지 않지 않나요? 소문이라도 나면 어쩌려고요?”배진호는 권다솔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명예 따위 신경 쓰지 않을 참이었다. 처음부터 회사를 키운 이유도 그녀에게 더 나은 생활을 마련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런 태도가 권다솔에게 불편과 피로만 안긴다면 그건 그냥 자기중심적인 욕심일 뿐이었다.“됐어요. 저 피곤해요. 어머님께 드릴 화장품 얼른 고르고 돌아가고 싶어요.”권다솔은 마지막으로 배진호를 한 번 바라봤다.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마음은 지금도 옅어지지 않았다. 이혼하게 된다 해도 다른 이가 배진호를 함부로 헐뜯는 걸 듣고 싶지 않았다.남태건은 재빨리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가까운 가게 들어가서 뭐라도 먹으면서 좀 쉬면 되잖아. 우리 둘밖에 없으니까 천천히 해도 돼.”석규리는 다가와 배진호의 팔을 끼고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진호 씨, 우리도 가서 밥 먹어요. 제가 찍어둔 립스틱 색상들이 있는데 성연 씨는 뭐가 좋은지 물어보고 싶어요.”“석규리 씨, 여긴 무대도 아니고 촬영장도 아니에요. 그런 행동은 하지 말아요.”배진호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아무리 권다솔이 남태건과 함께 있어도 석규리와 유치한 신경전을 벌일 생각은 없었다. 둘 다 어른인데 이런 식으로 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저 권다솔이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여겼다.“진호 씨! 전 당신을 도우려고 하는 거예요.”석규리는 권다솔의 뒷모습을 가리켰다.“두 사람 아직 이혼 전이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려야 하잖아요. 그런데 벌써 다른 남자랑 다니는 여자가 뭐가 아쉬워요? 어머님 말씀이 맞아요, 저 여자는 정말...”짝!석규리는 얼어붙은 듯 얼굴을 감쌌다. 믿기지 않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저를 때린 거예요?”많은 사람이 오가는 쇼핑몰 한가운데서 배진호는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그녀에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17화

    권다솔은 발걸음을 멈췄다.고개를 돌려 배진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엔 믿기지 않는다는 감정이 가득했다. 배진호가 하는 말의 낱말 하나하나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 단어들이 합쳐진 문장은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되묻듯 말했다.“진호 씨 말은... 어머님이 약을 썼다는 뜻이에요? 그것도 그런 종류의 약을?”“네.”배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참 창피했다. 하지만 반드시 권다솔에게 알리고 싶었다. 이혼을 하든, 하지 않든, 적어도 오해는 풀고 싶었다.그리고 무엇보다, 권다솔 눈에 그가 감정을 농락하는 사람으로 비치는 건 바라지 않았다. 적어도 그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아줬으면 했다.“솔직히 그 말 믿기 어려워요. 저... 저는...”권다솔은 당장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했다. 그녀의 눈가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고, 마침내 그 눈물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그 순간 그녀는 잃은 아이를 떠올렸다.분명 아무 문제 없던 아이였다. 그녀의 몸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정미진이 와서 돌봐주겠다고 한 뒤 이상하게도 아이를 잃었다.그때부터 의심은 있었지만, 동시에 그런 의심을 품은 자신이 부끄러웠다. 정미진이 아무리 그녀를 좋아하지 않아도 손주의 존재만큼은 중요하게 생각할 거라 여겼다.하지만 오늘 배진호의 말을 듣고 나니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미진은 그들이 이혼하도록 어떤 수단이라도 쓰는 사람이었다. 친아들에게 약을 먹일 정도라면 무슨 못할 일이 있을까. 이젠 증거가 필요 없었다.권다솔은 배진호의 손을 뿌리쳤다.“어머님이 약을 썼다고 해도 그게 무슨 소용이겠어요? 저는 두 사람이 서로 껴안은 걸 직접 봤어요. 진호 씨, 설마 그날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할 생각이에요? 지금은 없다 해도 앞으로 없으리란 보장은 없잖아요.”“다솔 씨! 저를 믿지 않는 거예요?”배진호의 눈빛에는 깊은 괴로움이 어렸다.권다솔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배진호를 믿지 않았다면 애초에 결혼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16화

    “괜찮습니다. 전혀 번거롭지 않아요.”석규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배진호와 오래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다. 더 함께 있고 싶은 마당에 어찌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겠는가?배성연은 난처한 듯 미소 지었다.“오빠, 우리 둘은 비슷한 점이 많아. 규리 씨는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어.”배진호는 말없이 조용히 돌아서 나갔다. 어차피 다 정해진 상황이었다.그가 거절하기만 하면 불효자 취급을 당할 것이고, 그러면 정미진은 약도 주사도 거부할 게 뻔했다. 불효 소리를 듣는 건 상관없지만 정미진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정말 문제가 생긴다.‘정말로 이 길밖에 없는 건가.’석규리는 들뜬 표정으로 그를 뒤따랐다.쇼핑몰로 향하는 길 내내 그녀는 쉴 새 없이 말을 이어갔지만, 배진호는 전혀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형식적으로 나온 것일 뿐이었다. 대체 이 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쇼핑몰 1층에는 다양한 화장품 매장이 있었다. 석규리는 무심코 립스틱 두 개를 골라 배진호에게 물었다.“진호 씨, 어떤 색이 더 괜찮아요?”배진호는 힐끗 보며 무심하게 답했다.“똑같지 않아요?”“아니에요. 이건 토마토 레드고, 이건 자몽 레드라서 달라요.”“결국 다 빨간색 아니냐는 겁니다.”배진호는 전혀 인내심을 보이지 않았다.석규리는 어쩔 수 없이 립스틱을 내려놓고 다른 제품을 골랐다.파운데이션을 고르던 중 그녀는 우연히 고개를 들었고, 멀리서 권다솔과 낯선 남자가 함께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그 순간 석규리의 눈에 강렬한 기쁨이 피어올랐다. 권다솔이 이렇게 빨리 다른 남자를 찾다니 말이다. 안 그래도 배진호 앞에서 권다솔을 깎아내릴 궁리를 하고 있었는데, 이제 그가 직접 확인하게 된 셈이다.‘좋아, 이걸로 변명도 못 하겠지.’석규리는 허둥지둥 돌아서서 배진호의 소매를 잡았다.“여긴 제가 원하는 게 없네요. 우리 다른 가게 한번 볼까요?”“정말 번거롭네요.”배진호의 목소리에는 인내심이 바닥난 기색이 역력했다.그는 석규리의 손을 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15화

    그와 권다솔은 진심으로 사랑했고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바쳤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호구 짓’ 같은 말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다솔 씨는 한 번도 나를 배신하거나 잘못한 적 없어. 오히려 내가 잘못했지. 그리고 어머니, 친아들한테 약을 먹이는 짓은 어머니밖에 못 할 겁니다.”배진호는 병상에 누운 어머니를 바라보았다.깊은 슬픔과 무력감이 그를 짓눌렀다.그는 지금도 어머니가 자기에게 약을 먹였다는 사실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어머니가 아픈 상황에서 아들로서 그 과거를 들추거나 모른 척할 수도 없었다.결국 모든 감정을 억누르며 버틸 수밖에 없었고 그 기분은 정말 참기 어려웠다.배성연은 약을 먹인 일에 대해선 몰랐다. 그녀는 정미진을 바라보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처음 자신을 불렀을 때 이런 일까지 있었다는 말은 전혀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이때 정미진은 갑자기 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고 석규리는 급히 다가가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아주머니,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잖아요. 지금 몸 상태로는 절대 화내면 안 된다고요. 일단 진정하시고 쉬셔야죠.”“규리야, 봤지? 내가 이렇게 병상에 누워 아무것도 못 하는데도 일부러 나를 화나게 만드는 사람이 있어.”정미진은 특정 인물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시선은 아들을 향하고 있었다.배진호는 더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아들이 병실에 있는 게 기분만 나빠진다면 차라리 나가는 게 낫겠어요. 그래야 어머니도 마음 편히 요양할 수 있겠죠.”그는 더 이상 이곳에서 억눌린 채로 있고 싶지 않았다. 상황이 계속된다면 정말로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았다.왜 자신은 이런 부모를 만나서 이 고생을 해야 하는지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가, 가려거든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마. 네가 어릴 때 온갖 고생 다 하며 널 키웠는데 이젠 내가 늙고 병드니까 짐짝 취급을 받는구나. 됐다, 너희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아도 좋아. 내가 죽더라도 너는 부르지 않을 거야. 밖에서 네 맘대로 살고, 네가 행복하면 그걸로 됐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14화

    권다솔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사실 그녀도 아이를 정말 좋아했다. 임신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너무나도 기뻤다.그런데 결과는?아이를 잃었고 깊이 사랑했던 남편도 잃었다. 한때 행복했던 순간들은 마치 환상처럼 손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깨져버렸고 남은 것은 산산조각 난 유리 조각들뿐이었다.“미안해. 내가 괜히 네 아픈 기억을 건드렸어. 다 내 잘못이야.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바보 같이...”남태건은 점점 초조해지며 자신의 뺨을 때렸다.두 번째로 자신을 때리려 했지만 권다솔은 그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러지 마세요. 태건 씨를 탓하려는 게 아니에요. 이건 태건 씨 잘못이 아니잖아요.”그녀가 아이를 잃은 건 남태건과 전혀 상관이 없었다.게다가 방금 했던 말도 그녀에게 크게 상처가 되지 않았다. 아이를 잃었다고 해서 주변 모든 사람이 그녀 앞에서 아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건 현실적이지 않았다.“그래도 네가 힘들어할까 봐 걱정돼. 다솔아, 기분이 안 좋으면 마음껏 화를 내. 나를 화풀이 대상으로 써도 괜찮아. 난 널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어.”남태건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권다솔은 휴대폰 잠금을 해제하며 시간을 확인하려 했지만 화면에는 끝없이 많은 메시지로 가득 차 있었다.모두 배진호가 보낸 메시지였다.그렇게 많은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녀는 단 하나도 읽고 싶지 않았다.권다솔은 모든 메시지를 선택하고 삭제 버튼을 눌렀다.남태건은 계속해서 그녀의 휴대폰을 흘끗거렸다.각도상 화면의 글씨는 보이지 않았지만 이 시점에 권다솔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낼 사람은 한 사람뿐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배진호다!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뒤바꼈다. 권다솔이 유산한 이후로 배진호는 남태건과 비교할 자격조차 없게 되었다.방금 일부러 떠본 결과 권다솔은 아직도 그 아이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분명했다.두 사람 사이에는 생명의 무게가 가로막혀 있고 정미진이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둘이 다시 함께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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