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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9화

작가: 류한나
권다솔은 배진호가 뭘 걱정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안심시켰다.

“괜찮아요. 금방 다녀올게요. 우 대표님이랑 대화가 끝나서도 내가 안 보이면 그때 찾으러 와줘요. 그러면 괜찮죠?”

배진호는 그제야 그녀를 보내주었다.

유람선 안은 아주 컸기에 권다솔은 한참 헤매고 나서야 화장실을 찾을 수 있었다.

화장실 안도 호화롭기는 마찬가지였다.

벽은 금색으로 도배되었고 세면대 거울 테두리는 정교한 꽃무늬가 새겨져 있어 아주 호화로웠다.

권다솔은 손을 씻은 뒤 나오자마자 누군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다솔아, 이런 우연이 다 있네.”

권다솔은 고개를 들어 남자를 보았다. 남태건을 제외하고 그녀를 막아 세울 사람이 또 누가 있겠는가.

“여긴 어쩐 일이세요.”

말을 하고 나니 그녀는 후회가 되었다.

최선정이 왔으니 최선정의 아들인 남태건이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정말이지 쓸데없는 질문을 한 것이다.

남태건은 역시나 웃음을 터뜨리며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보았다. 그 눈빛에 담겨 있는 불손한 마음 때문에 권다솔은 다소 무서웠다.

“넌 역시 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네.”

권다솔은 미간을 찌푸렸다. 남태건이 자꾸만 의미도 없는 어릴 적 일을 언급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릴 적 일은 그녀에게 전부 지나간 일이었다. 이미 지나간 일을 언급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나 남태건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꿰뚫고 있는 듯했다.

권다솔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오늘 경매에 아주 귀하고 희귀한 보석이 나온대. 해외 유명 디자이너가 그걸 조각해서 원석으로 만들었지. 그리고 이름은 Devil's Love이라고 지었대. 그 의미 또한 악마의 사랑이고.”

“사실 이 보석은 보라색 보석이야. 의미가 사랑이긴 하지만 사람에게 두려움을 심어주는 의미는 아니었거든. 그냥 이 디자이너가 그 의미를 왜곡한 거야.”

복도의 불빛이 남태건에게로 쏟아지며 드리워진 그림자가 더 무서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조금 머리가 어질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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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진호와 시선이 마주친 비서는 배진호의 두 눈에서 분노를 읽어내고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결국 비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가져온 상자를 그대로 가져갔다.권다솔은 조심스럽게 배진호를 보며 물었다.“혹시 화났어요?”“아니요.”배진호는 멈칫하며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그녀를 본 후 말을 보탰다.“내 앞에서 눈치 볼 필요 없어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하면 돼요. 절대 다솔 씨 탓하거나 꾸짖을 생각 없으니까.”하지만 조금 전 일에 관해 그는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경매가 끝난 후에 권다솔은 배진호를 보았다. 배진호는 뒤를 힐끗 보고 있었다.남태건을 보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그녀도 몰랐다.다만 이상하게도 두 사람 사이에 그녀가 모르는 비밀이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유람선은 경매가 시작했을 때 이미 출발하여 바다 위에 있었다. 이것은 규칙이었다. 바다를 한 바퀴 도는 것이 말이다. 내일 아침이 되어야 다시 항구로 돌아갈 것이었다.그랬기에 배 위에 있는 손님들은 오늘 밤 전부 유람선에서 하룻밤을 보낼 예정이었다.주최 측은 세심하게 방을 전부 나눠주었다.배진호와 권다솔도 방을 배정받았으나 방은 두 개였고 심지어 몇십 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권다솔은 받아들일 수 있었다.하지만 배진호는 그녀가 혼자 방을 쓰는 것에 마음이 놓이지 않아 절대 아무한테나 문을 열어주지 말고 밤에 나가지도 말라고 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내일 그가 온 뒤 말하라고 했다.그렇게 배진호는 걱정에 주의사항을 한가득 말했다.권다솔은 걸음을 옮기다가 갑자기 멈춰서고 조금 짜증이 난 얼굴로 그를 보았다.“그렇게 걱정되면 나랑 방 함께 쓰면 되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어차피 혼인 신고도 했는데 괜찮지 않아요?”배진호는 작게 헛기침을 했다. 귀가 빨갛게 물들었다.“안 돼요.”“왜 안 되는데요?”“그게... 내가 이성을 잃을까 봐 그래요.”그는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피했다.“지금 다솔 씨 상태는 나한테 꽤 위험하거든요.”권다솔은 원래 그를 놀려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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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태건은 권다솔이 있는 방으로 왔다.문을 열려고 하자 싸늘한 얼굴로 달려온 배진호와 마주쳤다.“다솔 씨를 납치한 사람, 그쪽이죠?”배진호는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남태건은 멈칫하더니 손잡이를 돌리지 않았다. 그저 입꼬리를 올리며 몸을 돌렸다.“그게 무슨 소리죠. 내 고양이가 그쪽이랑 함께 있지 않았나요?”“고양이요?”“네, 우린 서로 어릴 때 별명을 지어줬거든요.”남태건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했다.배진호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보고 있는 남태건을 빤히 보았다. 남태건의 표정을 보니 기분이 나빴다.첫 만남에서부터 배진호는 남태건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여하간에 이 바닥에서 일하며 그는 뒤도 깨끗한 사람을 본 적 없기도 했다.그러나 남태건은 달랐다.그의 손에 있는 더러운 것조차 사람들을 두렵게 했다.그런 사람이 권다솔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배진호가 마음이 놓일 리가 있겠는가. 그래서 계속 남태건을 경계하고 있었지만 자선 파티에 그 틈을 보여주게 될 줄은 몰랐다.배진호는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그의 멱살을 잡았다.“정말로 다솔 씨를 좋아하는 거라면 이런 짓을 하면 안 돼요. 우리 일은 우리끼리 남자답게 해결하자고요. 무슨 일 있으면 다른 사람한테 피해 주지 말고 나한테 하라고요.” 남태건은 달려들려던 경호원을 향해 손을 들어 올리며 막았다.“그쪽한테 하라고요.”그는 배진호가 한 말을 반복하며 곱씹었다. 그의 주위로 위험한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그쪽이 무슨 자격이 있다고 그쪽한테 하죠? 난 다솔이랑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에요. 다솔이랑 먼저 알게 된 건 나라고요. 그쪽은 후에 나타난 주제에 무슨 자격이 있는 거죠? 나한테 그저 다솔이를 훔쳐 간 도둑일 뿐인데요.”남태건의 두 눈 가득한 살기는 곧 흘러넘쳐 유람선을 채울 것 같았다.주위에 다른 사람이 없었기에 그는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었다.두 남자는 서로를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주위는 시간이 멈춘 듯 아주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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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다솔은 배진호 덕에 눈을 뜰 수 있었다.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운 느낌이었지만 눈을 뜨자마자 걱정으로 가득한 배진호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진호 씨가 여긴 어떻게... 아, 머리가 너무 아파요.”그녀는 머리를 감싸며 말했다.머리가 두 개로 갈라질 것 같았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직원과 부딪치게 되었던 것만 기억났다.그 뒤의 기억은 흐릿했다. 배진호가 자신을 어떻게 찾았는지도 몰랐다.권다솔은 배진호에게 이것저것 물었지만, 그녀를 보는 배진호의 눈빛은 심란했다.그는 망설이고 있었다. 그녀에게 할 말이 있었으나 다시 꾹 삼켜버렸다.“머리가 아프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아요. 날이 밝는 대로 항구에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럼 대충 짐 정리해서 떠나요.”할 말이 있지만 하지 않는 배진호를 보며 권다솔은 무의식적으로 그가 자신에게 숨기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머리가 너무 아픈 탓에 이마저도 깊이 생각할 수 없었다.그랬기에 일단 이 일은 넘어가기로 했다.유람선이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배진호는 그녀를 데리고 근처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진행했다.배진호의 태도는 강압적이었던지라 권다솔은 이상함을 느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행히 검사 결과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나왔다.“코로 마취 성분의 액체가 흘러 들어간 겁니다.”의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보탰다.“이 약물의 성분은 임산부에게 아주 나빠요. 남편이라는 사람이 대체 아내한테 무슨 짓을 한 거죠?”“마취약이라고요...”권다솔은 자신이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쳐 정신을 잃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의사에게 얼른 설명했다.“선생님, 오해하고 있는 거예요. 제가 부주의로 머리를 부딪쳐서 그런 거예요.”의사는 그녀를 힐끗 보더니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돌아가는 길에서 결국 권다솔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진호 씨, 혹시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어요? 어젯밤 분명 진호 씨를 놀리고 도망쳤던 것 같은데 깨어나고 보니 방에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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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부탁인데 남태건 씨에게 전해주세요. 더는 그 사람과 어떤 얽힘도 원하지 않는다고요.” 최선정의 목소리는 아직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권다솔은 그들에 대해 진절머리가 나 있었고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 통화 이후 권다솔은 며칠 동안 회사 프런트를 신경 써서 살폈다. 심지어 따로 물어보기도 했다.프런트 직원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난 이틀 동안은 아무 이상의 소포도 오지 않았습니다.” “좋아요. 앞으로도 계속 신경 좀 써주세요. 이상한 소포 오면 그냥 버리세요.” 권다솔은 그제야 안심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 이후로 끊임없이 배달되던 소포도 멈추고 남씨 가문 쪽에서도 더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권다솔은 한동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 더는 남씨 가문에서 이상한 짓을 하지 않을 거라며 안심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하던 권다솔은 회사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직원들이 무리 지어져 있는 걸 보았다. “야! 그거 진짜라던데?” “우리 부사장님이 남원 그룹 남태건 사장님이랑...” “내 생각엔 진짜인 것 같아. 그런 사진까지 유출됐잖아. 인터넷 여기저기 난리더라. 우리 대표님이 정말 불쌍해.”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거예요?” 권다솔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려 퍼졌다. 직원들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서서 권다솔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한 직원이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부사장님,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평소엔 9시쯤에 오시던데...” 권다솔은 요즘 임신 중이라 배진호는 그녀가 너무 힘들지 않도록 아침에 조금 늦게 출근하라고 배려해 줬다. 그래서 평소에 그녀는 9시가 좀 넘어서야 회사에 오곤 했다. 오늘은 조금 일찍 일어난 거였다. 더구나 배진호도 이미 출근했고 혼자 집에서 할 것도 없어서 회사에 좀 더 일찍 온 것이었다. 그러나 오자마자 자신을 둘러싼 소문을 들을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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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민은 박은희와 함께 지낸 지 3년이나 되었고 이 집에서 제일 친한 사람이었다.하지만 하민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사랑을 갈망했다.그래서 양시은과 나도현은 퇴근하는 대로 집으로 돌아와 하민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가끔 학부모의 참여가 필요한 활동은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하지만 너희들도 보다시피 하민이도 나를 잘 따르고 나도 시연이 널 도와서 아이를 잘 돌봐주잖니. 지금 너랑 도현이도 시간이 있고 하민이도 학교에 다니니까 내가 돌봐줄 수 있을 때 딱 둘만 더 낳는 건 어떠니? 그럼 우리 집안도 더 복작거리고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양시은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을 때 나도현이 말을 가로챘다.“싫다는 게 아니에요. 다만 저랑 시은이는 아직은 하민이만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 아이 일은 나중에 더 말하는 거로 해요.”나도현은 하민이 한 명에게도 제대로 된 사랑을 못 주고 있는데 둘째까지 낳아버리면 하민이가 원래도 부족했던 사랑을 나눠줘야 할 것처럼 느낄까 봐 걱정됐다.“왜? 너희 둘 중에 누가 아프기라도 한 거야?”박은희는 말은 그렇게 해도 눈길은 이미 나도현에게 향해있었다.양시은은 이미 하민이를 낳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박은희의 시선을 느낀 나도현은 어쩔 수 없이 말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맞아요, 제 몸에 문제가 생겼어요. 최근 4년간 병원에 다니고 있었고 일도 바빠서 제 정자 생존율이 엄청나게 낮아졌어요.”그 말을 들은 박은희가 침착할 리 없었다.박은희는 당장 나용민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당신이 기를 쓰고 도현이에게 회사를 물려주려고 부담을 주니까 도현이 몸이 망가졌잖아요. 지금 당장 회사 업무를 이어받아서 책임지고 도현이 좀 푹 쉬게 해줘요. 국가 정책도 개방된 마당에 애가 하나밖에 없는 게 말이 돼요?”박은희에게는 나도현이 유일했다. 애당초 박은희는 나도현이 양시은과 사귈까 봐 온갖 방법을 다 대며 노력을 했지만 결국 나도현은 그런 박은희의 노력을 무시하듯 박은희의 뜻대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05화

    그 순간 양시은은 단미주를 흘겨보았다. 차디찬 양시은의 눈빛이 이미 모든 걸 설명하고 있었다.양시은이 설령 지금 나진 그룹의 비서가 아니라고 해도 대학을 나온 사람인데 PPT 하나 만들 줄 모른다는 게 말이 될 리가 없었다.단미주는 잠시 멈칫하더니 물었다.“그냥 궁금해하는 것도 문제가 되나요?”양시은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이윽고 양시은은 단미주를 회의실 안으로 안내했고 단미주가 그렇게나 기다리던 PPT를 그녀의 눈앞에 보란 듯이 전시해두었다.양시은은 미소를 띠며 단미주에게 물었다.“단미주 씨, 무슨 문제라도 있을까요?”양시은은 단미주와의 합작이 절대 쉽지 않을 것을 직감하고 그녀가 제기할 모든 문제점을 예상해 아주 작은 방면들까지 철저히 준비했다.게다가 그날은 단미주도 나도현에 대한 은근한 마음을 드러냈었지만 나도현은 양시은 때문에 단미주에게 더는 반응을 하지 않은 것이었다.단미주도 양시은이 자신을 통해 양시은이라는 사람을 증명하고 싶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단미주는 양시은이 얼마나 문제를 전면적으로 바라보는지를 깨달았고 덩달아 양시은이 훌륭한 여자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단미주는 양시은의 치밀함에 진심으로 탄복하였고 마침내 나도현이 왜 양시은을 선택했는지도 알게 되었다.“이 프로젝트에 서명할게요. 그리고 앞으로 더는 양시은 씨를 난감하게 하지도 않을게요.”“벗이 늘어나는 건 어떻게 보나 적이 늘어나는 것보단 이득이죠. 단미주 씨도 상당히 능력 있는 사람이에요.”양시은도 그 순간에는 진심으로 단미주를 칭찬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미주는 자신이 결코 양시은의 칭찬을 받을만한 사람이 못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양시은 씨, 그동안 제가 양시은 씨에게 했던 무례한 행동들에 대해 사과할게요.”말을 마친 단미주는 정말로 90도 인사를 하며 사과를 했다.회의실에는 다른 사람들도 있었지만 단미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단미주 역시 업계에서 꽤 유명한 사람인데 그런 단미주가 양시은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04화

    나도현은 결코 쉽게 알려주지 않았다. 양시은은 작게 투덜거렸지만 그래도 설레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비장하게 찾아보라고 말한 것 치고는 그리 깊은 곳에 숨긴 것도 아니었다.막 잠자리에 들려고 할 때 양시은은 침대 밑에서 나도현의 마지막 서프라이즈를 찾아냈다.그건 다름 아닌 사진 한 장이었다.사진 속 양채은과 엄마 문해미가 해외의 유명한 철탑 아래에서 해맑게 웃고 있었다.잠시 얼어붙었던 양시은은 이내 눈시울을 붉히며 목멘 소리로 나도현에게 물었다.“채은이랑 엄마는 어떻게 찾은 거야?”나도현은 양시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양시은을 반쯤 안은 상태로 사진을 들고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내가 찾은 게 아니야. 정확히 말하면 이 사람들이 날 찾은 거지.”이윽고 나도현이 설명해주었다.그 사진은 바로 어제 받은 산 건너 물 건너온 우편이었다.지금처럼 인터넷이 발전한 시대에 우편을 사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이미 해외에서 이곳까지 넘어오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 테니 지금 당장 그곳에 가서 사람을 찾는다고 해도 찾지 못할 게 뻔했다.나도현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내 생각엔 그 사람들이 시은이 네 생일을 기억하고 일부러 시간을 철저히 계산해서 너한테 이 사진을 보낸 것 같아.”나도현의 말을 끝으로 양시은은 사진을 액자에 넣어 침대 머리맡 탁자 위에 세워두었다.양시은은 하루 만에 초안 수정을 마쳤다.철저하게 시간 계산을 마친 단미주가 때마침 하이힐을 도각거리며 나진 그룹에 들이닥쳤다.“어떻게 됐어요, 양시은 씨. 제가 준 프로젝트에 대한 방안이 생기긴 했어요?”양시은이 막 대답하려고 할 때 단미주는 새로 바꾼 네일아트를 자랑이라도 하듯 손을 휘저으며 멋대로 말을 가로챘다.“방안이 생기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저도 일부러 사람 난감하게 하는 악취미는 없어서요.”양시은은 어이가 없다 못해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단미주 씨는 정말 본인이 요구한 조건들이 사람을 난감하게 만들지 않았다고 생각하나요?”“당연하죠.”단미주는 비웃음과 함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03화

    양시은은 커다란 장미꽃 다발을 보고는 물었다.“도현 씨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거지?”“그래서 꽃다발도 준비했는데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나도현은 자상하게 웃으며 양시은에게 말했다. 업무 중일 때는 그토록 차가운 사람에게 이렇게나 다정한 모습이 있을 거라고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얼마 후 양시은은 나도현의 손에 들린 꽃다발을 받아 들고 말했다.“할 수 없지 뭐...”양시은이 아직 뽀로통한 걸 본 나도현은 고개를 돌려 또 살짝 웃어 보였다.하민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손가락 틈새로 둘을 훔쳐보았다.온지유는 일부러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두 사람 사이가 여전히 좋은 건 잘 알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저희까지 찬밥신세로 만들어야 하겠어요? 지금 먹지 않으면 음식도 다 식을 것 같으니까 빨리 앉아요.”양시은은 하민을 챙겼고 그제야 함께 서 있던 사람들도 모두 앉아서 식사를 시작했다.가정부가 보이지 않자 양시은은 이 많은 음식을 누가 준비했는지 궁금해져 몇 번 더 두리번거리다가 온지유에게 물었다.“지유 씨가 이 음식들을 모두 준비한 거예요?”온지유는 별이에게 음식을 집어다 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부는 제가 했어요. 그리고 나머지 일부분은 시은 씨 남편이 준비한 거예요.”그러고는 손으로 나도현을 가리켰다.양시은은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물었다.“오늘 온종일 회사에 있지 않았어?”나도현은 많이 해본 듯 익숙한 손놀림으로 양시은에게 국을 퍼주고는 대답했다.“일부는 사전에 준비해야 하는 것들도 있어. 그래서 내가 특별히 세프님도 찾아가서 어떻게 하는지 배워왔단 말이야. 그리고 미리 해서 냉장고에 숨겨뒀지.”양시은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만 뻐끔거릴 뿐이었다. 마음속으로는 감동이 밀려왔지만 그와 동시에 웃음이 터질 것 같기도 했다.양시은은 자칫 자신도 잊어버릴 뻔한 생일을 그들이 자기 몰래 이렇게나 정성 들여 준비해준 게 고마웠다.아무래도 양시은이 꽤 오랫동안 생일을 챙기지 않은 탓에 그 감동이 더 큰 것 같았다.그건 그렇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02화

    초안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던 나도현은 뻐근한 눈을 비비고는 이내 눈을 뜨고 양시은을 향해 웃어 보였다.“작은 문제들이 있는 거 빼고는 전반적으로 참 괜찮은 초안이야.”양시은은 바로 고쳐야 할 점들을 물어보았다. 그 모습은 마치 공부를 사랑하는 학생 같았다.그리고 양시은의 선생님이라고 봐도 무방한 나도현 역시도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자신의 학생에게 아낌없이 전수해주었다.둘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오후 내내 초안을 토론했다.양시은은 만족스러운 피드백을 얻어내고 나서야 아직 완성되지 않은 초안을 들고 곧장 수정하러 달려갔다.양시은은 그렇게 꼬박 저녁까지 초안을 수정했다.일을 마친 나도현은 아직도 컴퓨터 앞에서 고개를 박고 초안 수정하기에 여념이 없는 양시은을 발견하고는 난감한 듯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양시은을 자리에서 일으켰다.양시은은 갑자기 붕 뜬 상반신에 놀라 얼떨떨해했다.“뭐 하는 거야, 도현 씨. 난 아직 일이 남았단 말이야.”나도현은 손목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지금이 몇 신지 직접 봐.”양시은은 시간을 확인하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탓에 하마터면 나도현과 부딪칠뻔했다.“하민아!”순간 놀라서 이마를 탁 친 양시은은 뒤늦게 이미 가정부에게 대신 하민이를 데리러 가달라고 부탁했던 것이 생각났다.양시은의 기색을 확인한 나도현은 굳이 묻지 않아도 양시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결국 나도현은 난감하단 듯이 말했다.“하민이를 데리러 가지 않아도 퇴근은 해야지. 무작정 야근한다고 내가 야근 수당을 챙겨주는 것도 아니잖아.”말을 끝낸 나도현은 무 뽑듯 양시은을 의자에서 일으켰다.양시은은 회사를 떠나면서 이처럼 미련이 뚝뚝 떨어지기는 처음이었다.(그 사람의 초안이 거의 다 완성됐는데...)하지만 양시은을 퇴근시키려는 나도현의 태도는 굳건했다.출퇴근 시간이라 돌아가는 길에 차가 막혔다.양시은은 그다지 일에 집착하는 타입이 아니었기에 미처 끝내지 못하고 퇴근한 일에 대한 미련은 진작에 없어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01화

    나도현은 그저 한쪽에 두었던 기획서를 빼갈 뿐이었다.자신이 오해했음을 깨달은 단미주는 머쓱함을 숨기려 애써 진정하며 나도현이 움직임을 슬쩍 살피고는 말했다.“이 프로젝트는 원래부터 도현 씨에게 맡기려고 했던 거니까 프로젝트를 받아들일지 아닐지만 말해줘요!”양시은은 나도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다만 양시은은 아침부터 찾아와 시비를 걸고 대놓고 불만을 드러낸 단미주의 뜻대로 일이 흘러가게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제멋대로인 사람에게 조금의 틈도 허락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나도현은 양시은을 한번 보고는 입꼬리가 휘게 웃으며 그녀를 달래듯 말했다.“제 생각엔 가능할 것 같아요.”그 말은 양시은에게 하는 말이었다.하지만 단미주는 자신에게 하는 말인 줄 알고 아까의 울분은 금방 잊어버리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양시은 씨 들었죠? 도현 씨가 당신 직속 상사인 것도 맞죠? 직속 상사도 받아들인 마당에 당신이 더 할 말은 없겠죠?”단미주는 이미 자신이 양시은의 갑이라도 된 것처럼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비록 사실이기는 했으나 콧대 높은 모습이 퍽 얄미운 것만은 사실이었다.양시은이 작게 미간을 찌푸렸을 때 나도현은 단미주를 보며 입을 열었다.“단미주 씨, 제가 이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다고 해서 단미주 씨가 나진 그룹에서 멋대로 행패를 부려도 된다는 뜻은 아닌데요. 그러니 제 비서에게도 예의를 갖춰주세요. 그러지 않으면 사람을 불러 단미주 씨를 이곳에서 끌어낼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주세요.”단미주는 충격을 받은 듯 입을 뻐끔거리더니 순식간에 낯빛이 어두워졌다.양시은은 나도현 덕분에 꽉 막힌 것 같던 가슴이 조금 전보다 매우 후련해졌고 이 프로젝트를 받아들이는 것도 아까만큼 싫진 않았다.“알겠습니다, 승낙하겠습니다.”양시은은 그렇게 말하며 나도현의 손에서 기획안을 가져왔다.단미주는 양시은과 나도현을 번갈아 가며 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절 실망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거예요, 양 비서님.”단미주가 나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00화

    단미주는 담담히 말했다.“아무도 안 배워줬다면 지금 배우면 되겠네요. 전에 서비스업 할 때 어땠는지 잘 알잖아요. 이제 나도현 씨랑 결혼했다고 태도를 바꾸겠다는 거예요? 사람은요, 초심을 버리면 안 되는 거예요.”나도현은 클럽 안까지 따라오려고 했다. 하지만 양시은이 거절하고 그를 밖에 세워뒀다. 그걸 모르는 단미주는 그녀 혼자 있는 게 만만해 보였는지 처음부터 줄곧 막말을 쏟아냈다.“단미주 씨, 제가 오늘 왜 여기 왔을 것 같아요?”양시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예리한 시선으로 단미주를 바라봤다.단미주는 비웃는 표정으로 대꾸했다.“제가 그것도 알아야 해요? 여기 온 이상 똑똑히 기억해요. 저는 갑이고, 양시은 씨는 을이에요.”갑과 을이라는 표현에 양시은은 피식 웃음이 터졌다.“협력이 성사됐나요? 제가 협력 얘기는 없던 거로 하자면 어떡할 건데요. 저도 단미주 씨랑 꼭 협력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어요.”양시은은 단미주의 거만한 태도가 못마땅했다. 단미주가 조금은 자중하다가 협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뒤에야 빈정대려나 싶었는데, 예상과 달리 시작부터 전혀 자제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그렇다면 양시은도 더 이상 배려할 필요가 없다.“협력할 마음이 없는 것 같으니, 저도 여기 있을 이유가 없겠어요. 단미주 씨, 앞으로 저를 계속 괴롭히려 든다면 저도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퇴로는 마련하고 이러는 건지 모르겠네요.”그 한마디를 남기고, 양시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섰다. 그런데 문을 나서려던 찰나 나도현이 문간으로 들어서는 게 보였다.그의 시선은 아주 날카로웠다. 양시은은 그가 분명 단미주에게 따지러 왔다는 걸 직감했다.얼마 전 연회장에서, 나도현은 단미주를 크게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 줬다. 하지만 단미주는 전혀 자중하지 않고 또다시 양시은을 건드렸다.나도현은 입가에 냉소를 띠었다.“협력이라는 것도 결국 내 아내를 곤란하게 하려는 속셈 아니었나요? 근데 왜 이어가지 않아요?”단미주는 그가 밖에서 기다리고만 있으리라 생각했지, 직접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99화

    그날 연회장에서, 사람들은 나도현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대놓고 양시은을 무시했다. 하물며 그가 없는 틈을 노려 양시은에게 험한 말을 하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나도현은 양시은의 손을 꼭 잡으며 부드러운 눈빛을 보냈다.“우리 예전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잖아. 이제 겨우 함께하게 됐는데 내가 널 지키고 싶은 마음도 알아줘. 무슨 일을 겪든 나한테 꼭 말해 줘. 말 안 해주면 내가 모르고 지나갈 테고, 그럼 너 혼자서 괜한 고생할 거잖아.”차분하고도 따뜻한 나도현의 목소리가 귀에 맴돌았다.양시은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네 마음 다 알고 있어. 그런데 이번 협력은 정말 내 실력을 증명할 기회라고 생각해.”스스로 능력을 입증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양시은은 나도현의 곁에서 누구도 의심하지 못할 당당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그 여자랑 협력한다고 해서 뭘 증명할 수 있는데? 시은아, 내가 있으면 굳이...”나도현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양시은이 손으로 그의 입술을 막았다. 더는 말하지 말라는 뜻이었다.나도현의 생각은 그녀도 알았다. 그래서 조곤조곤 설명하기 시작했다.“단미주 씨는 나를 무시하고 있어. 만약 이번 기회에 단미주 씨의 기를 꺾으면 아무도 날 얕볼 수 없을 텐데, 넌 어떻게 생각해?”양시은의 의도는 너무나 단순하고 직설적이었다.나도현은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악감정을 품은 사람의 생각은 쉽게 바꿀 수 없어. 네가 아무리 잘해도 끝없이 딴지를 걸 거야. 넌 그냥 네가 해야 할 일을 잘하면 돼. 굳이 모두를 설득할 필요는 없어.”그의 부모만 해도 양시은에게 엄청난 편견이 있었다. 비록 지금은 편견을 내려놓고 하민에게 관심을 쏟고 있지만 말이다.어찌 됐든 유언비어는 끊임없이 생기는 법이라, 양시은이 모든 공격을 다 막기에는 무리가 있었다.“아니, 난 이미 마음먹었어. 말리지 말아 줘.”양시은은 결심이 확고했다. 나도현도 억지로 막을 수 없음을 잘 알았다.“그래. 그렇다면 내가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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