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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화

Author: 류한나
김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경성은 아주 좋은 곳이잖아요. 게다가 아가씨도 여기에 있으니까 저도 여기 남고 싶네요. 하지만 저랑 도련님은 다시 돌아가서 나라를 살펴보아야 해서 이곳에 정착하긴 어려워요.”

“그렇군요. 그럼 편히 놀다가 가요. 별이를 혜연 씨한테 맡긴다면 자유 시간이 없잖아요. 오빠한테 이곳저곳 구경하러 가자고 해요. 화국은 아주 아름다운 나라라서 구경할 곳이 많거든요.”

김혜연은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온지유는 그녀를 배려해 주고 있었다. 이 시간은 김혜연이 힘들게 노력해 얻은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저 아깝게 낭비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온지유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별이는 아버지한테 맡길 생각이에요. 게다가 배 비서님도 있으니까 혜연 씨는 오빠랑 시간을 보내세요.”

곧이어 온지유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

여이현과 온지유는 차에 올라탔다. 순간 여이현은 뭔가 중요한 일을 깜빡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왜 그걸 잊고 있었지?”

여이현은 입술을 틀어 문 채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온지유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뭘 잊고 있었는데?”

여이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 왜 깜빡했지. 내가 얼마나 열심히 결혼 준비를 했는데 웨딩사진 찍는 걸 깜빡해버렸어.”

온지유는 실소를 터뜨렸다.

“난 또 뭐라고. 그 중요한 일이 웨딩사진 찍는 것일 줄은 몰랐네. 그래도 우린 이미 부부가 되었잖아. 안 그래?”

그녀는 여이현의 어깨에 기대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앞으로 우리에겐 시간이 많아. 천천히 찍으면 되지.”

온지유는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

“참, 우리 신혼여행 가서 찍으면 되겠다!”

“그래, 그거 좋네. 배 비서, 들었죠?”

여이현은 바로 운전 중인 배진호에게 지시했다. 배진호에게 이런 일은 그저 전화만 돌리면 되는 일이었기에 빠르게 촬영을 예약했다.

한편 김혜연은... 온지유의 말을 명심하고 있었다.

그녀는 신무열에게 다가갔다.

신무열은 업무를 처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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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채은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난 이미 내려놨어. 언니는 이젠 부잣집 며느리잖아. 설마 기자들에게 과거의 일로 고통받고 싶은 건 아니지?”문해미와 그녀는 분명 양시은에게 도움이 되어주지 못할 것이었다. 양시은은 양채은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태어날 때부터 그들과 가족이었던지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한 번도 문해미를 원망한 적도 없었기에 당연히 양채은도 원망하지 않았다.“채은아...”양시은이 여전히 그녀를 잡으려던 때 양채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됐어. 이런 말은 그만하자. 언니, 행복하게 사는 게 그 무엇보다 더 중요한 거야. 게다가 난 언젠가는 떠나야 할 운명이었다고. 1년이든 2년이든 시간을 미룰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니가 영원히 날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잖아. 난 그냥 자유롭고 싶은 거야. 엄마랑 함께 말이야. 언니, 난 이미 결정했고 바꿀 생각 없으니까 이제 더는 그런 의미 없는 말은 하지 말아줘.”“알았어...”확고한 양채은의 모습에 양시은은 결국 타협하고 말았다. 그녀는 직접 양채은과 문해미를 배웅해 주었다.“그럼 어디로 가는지 꼭 알려줘야 해. 나중에 자리를 잡고 살게 되어도 연락해야 해. 알았지?”양채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양채은은 오늘 이 만남이 마지막 만남이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다른 도시에 가서 자리를 잡고 산다고 해도 절대 양시은에게 알려주지 않을 것이고 연락도 하지 않을 것이다.양시은이 고생하면서 산 것에 비해 그녀는 나쁜 짓이 많이 저질렀기에 양시은이 행복하려면 자신이 사라져줘야 한다고 생각했다....양시은은 세 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으로 돌아왔다. 아무리 감정을 갈무리하고 들어갔다고 해도 나도현은 바로 그녀의 기분을 눈치챘고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를 감싸며 나직하게 물었다.“양채은이 떠난 거야?”양시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아무리 설득해도 양채은은 확고하게 거절했다. 나도현은 그런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달래주었다.“아직 마음을 정리하기까지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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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채은이 떠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하지만 이미 다 지나간 일이잖아. 평생 과거에 묶여 살아갈 수는 없어. 채은아, 나한테 동생은 너 하나뿐이야.”양시은은 목구멍에 무언가가 꽉 막혀버린 것처럼 괴로웠다.옆에 있던 나도현이 들리는 통화 내용에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 주며 눈빛을 보냈다. 양시은은 잠시 망설였다.“채은아, 잠깐만 기다려줘. 내가 지금 바로 갈게. 떠나겠다고 해도 나랑 마지막 인사는 하고 가.”말을 마친 양시은은 빠르게 병실에서 나왔다. 병실엔 나도현과 박은희, 그리고 하민이만 남게 되었다. 하민이도 사실 양채은을 보러 가고 싶었다. 양채은이 그간 하민이에게 너무도 잘해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눈치 없이 나설 수는 없었다.양시은과 나도현이 결혼할 때도 양채은이 찾아오긴 했지만 결혼식장에 끝까지 남아 있지 않았다. 게다가... 양시은과 나도현은 겨우 이어지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양시은이 어떻게든 이 모든 것을 잘 해결하리라 생각했다.양채은이 문해미를 데리고 가겠다고 했으니 분명 문해미와 함께 있을 것이었다. 급하게 달려온 양시은은 양채은을 보게 되었다. 양채은은 미소를 지었다. 비록 예전과 모습이 달라지긴 했지만 양채은이 웃는 순간 예전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된 것 같았다.“언니를 부를 생각은 없었는데 그래도 왔네. 힘들지 않아? 출근도 하고 하민이도 돌봐야 하잖아.”“지난번에 이미 말했잖아. 괜찮다고. 그런 내가 그런 거 신경 쓸 것 같아?”양채은은 시원하게 웃었지만 양시은은 그럼에도 가슴이 아팠다.“네가 한 말은 잘 알겠어. 나도 괜찮아. 하지만 넌 내 하나뿐인 동생이잖아. 동생이 떠나겠다고 하는데 언니로서 어떻게 달려오지 않을 수 있어? 나는 네가 떠나지 말았으면 좋겠어. 넌 지금...”양채은의 모습은 크게 달라졌다. 만약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녀가 양채은인 것을 모를 것이다. 게다가 일도 해야 했다. 하민이도 건강해졌으니 양시은의 곁에 남아 있다면 일한 돈을 모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민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62화

    예전의 나도현과 양시은은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기 때문이다.심지어 그는 강태경이라는 이름으로 양채은에게 접근해 하마터면 영원히 양시은과 평생 함께할 수 없게 될 뻔했었다.박은희의 목소리가 조금 잠겨버렸다.“설령 우리가 앞만 본다고 해도 과거의 일이 기억에서 지워지는 건 아니잖니. 난 너희들에게 죄인이란다. 너희가 이렇게 날 보살필 필요 없어. 너희들이 바쁘다는 거 내가 제일 잘 알잖아. 그러니까 너희가 할 일을 하러 가. 나한테 신경 쓰지 않아도 돼.”박은희는 그들이 자신에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길 바랐지만 양시은은 그런 그녀를 혼자 두고 갈 수 없었다. 그녀가 남아 있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나도현도 남아 있겠다고 고집을 부릴 것이고 더구나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도현의 어머니이지 아닌가.“저희가 신경을 쓰지 않으면 누가 신경 써주는데요? 그런 의미 없는 말은 하지 마세요. 얼른 치료를 잘 받고 빨리 나으셔야죠. 안 그러면 우리 하민이를 누가 대신 봐줘요?”나도현은 하민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가족이 되었던지라 하민이도 그를 아빠라고 불렀고 그는 지금의 생활이 너무도 만족스러웠다.“그래. 알겠다.”박은희의 눈가가 어느새 촉촉해졌다. 양시은은 휴지를 뽑아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이젠 가족이 되었으니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면 되는 거예요.”그녀의 말은 박은희에게 아주 큰 행복으로 다가왔다.한편 양채은은 문해미를 데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의 문해미의 모습을 보니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더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양시은의 집에 남아 있으면 양시은의 걱정만 늘어가리라 생각했다.양시은은 그녀의 번호를 알고 있었다.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도 양채은은 받지 않았지만 양시은은 그녀의 전화라면 바로 받았다. 이번에도 양시은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언니, 내가 엄마를 데리고 가려고. 언니는 행복하게 살아. 우리 사이에 할 얘기는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니까 앞으로도 과거의 일로 자꾸 연락하지 말았으면 좋겠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61화

    양시은은 당연히 박은희가 보여주기식으로 잘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와 나도현의 일에 더는 간섭하지 않을 거라고 말한 뒤로 박은희는 완전히 달라졌다.“알아요. 알고 있어요. 그동안 어머님은 늘 하민이를 돌봐주셨잖아요.”말을 하고 나니 양시은의 눈가가 어느새 붉어졌다. 박은희도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하민이는 내 손자니까. 내가 그동안 못 해준 게 많으니까 더 늦기 전에 해주고 있는 거야. 그래야 내가 느끼는 부채감도 덜어지는 것 같아서 그래.”양시은을 받아들이기로 한 후로 그녀는 더는 나도현과 양시은의 사이를 훼방하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에 했던 어리석은 짓 때문에 매일 누군가 가슴을 난도질하는 것처럼 아프고 괴로웠다.매일매일 후회하고 있었다. 조금 전 그녀는 거의 망설임도 없이 양시은 앞에 나섰다. 머릿속엔 오로지 양시은이 죽으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기 때문이다. 양시은이 자기 아들과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지나간 일은 전부 지나간 일이잖아요. 이제 더는 과거에 연연하실 필요 없어요. 저희가 지금 당장 병원으로 모셔다드릴 테니까 그만 말씀하세요. 곧 괜찮아질 거예요.”양시은은 어느새 울적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비록 박은희가 그녀와 나도현의 사이를 훼방하긴 했으나 박은희는 나도현의 어머니였다. 그녀도 한 아이의 어머니였던지라 만약 그녀가 박은희였어도 어쩌면 같은 행동을 했으리라 생각했다.그랬기에 온지유와 만난 후로 온지유와도 속 깊은 얘기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친구로 될 수 있었다.그들은 빠르게 박은희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광기남을 경찰 조사하고 나니 단순히 세상을 향한 보복 행위였다... 나도현은 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고 인맥도 많았기에 광기남은 남은 생 감방에서 보내게 되었다.한편 병원으로 온 뒤 지석훈이 직접 상태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빠르게 병원으로 오고 응급처치도 마쳤던 터라 박은희의 목숨엔 지장이 없었다. 다만 회복이 느려 침대에 가만히 누워 쉬어야 했다.나도현은 원래 간병인을 알아봐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60화

    “하민아, 할머니한테 뽀뽀해줄래?”박은희가 먼저 하민이를 품에 안으며 물었다. 그러나 하민이는 고개를 저었다.“싫어요!”아이의 대답에 박은희의 표정이 잠깐 섭섭한 표정으로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랬기에 그녀도 더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그래. 그럼 이렇게 찍자꾸나.”사진작가가 사진을 계속 찍으려던 순간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더는 참을 수 없어 문 쪽으로 다가가 소리를 쳤다.“조용히 좀 하세요!”말을 마치자마자 광기를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카메라를 빼앗더니 그의 머리로 내리쳤다.순간 당황한 사람들이었지만 양시은은 무의식적으로 하민이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어딘가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들이 화목하게 가족사진을 찍는 모습에 괜스레 질투가 나 더 광기 어린 모습을 보이며 소리를 질렀다.“너희들은 뭔데 이렇게 행복하냐고! 왜!”두 사람은 깜짝 놀라게 되었고 양시은은 얼른 하민이를 자신의 뒤로 숨겼다. 광기를 보이는 사람이 달려들자 정신을 차린 나도현이 양시은과 하민이를 밀치며 지켜주었다.조금 전까지 달려들기 전 광기남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이 건장한 남자이자 바로 걸음을 멈추었고 이내 방향을 틀어 양시은 쪽으로 달려들었다.양시은은 놀란 얼굴로 자신을 향해 날카로운 흉기를 들고 달려오는 광기남을 보았다. 나도현이 미처 반응을 보이기 전에 한 행동이라 막아서기에도 늦어버린 후였다.일촉즉발 한 상황에서 박은희가 갑자기 그녀의 앞으로 달려오더니 광기남을 막아주었다.광기남의 흉기가 바닥에 떨어지더니 비릿한 피 냄새가 스튜디오 안에 퍼졌다. 양시은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박은희를 보았다.“어머님!”다행히 찔린 곳은 허리였고 깊지 않았기에 생명엔 큰 지장이 없었다. 광기남은 행복한 그들의 모습에 더 광기를 보이며 계속 흉기를 들고 달려들려고 했지만 나도현이 그런 남자를 막아섰다. 광기남의 손목을 꽉 잡은 뒤 제압하려고 했다.양시은은 박은희를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59화

    이날은 나도현이 회사로 출근하지 않은 날이었다. 그는 양시은을 재촉하고 있었다.“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으니까 얼른 가자.”양시은은 하민이를 안은 채 다급하게 나왔다.“다 됐어. 가자.”예쁘게 꾸민 그녀의 모습을 본 나도현은 웃으며 칭찬해주었다.“점점 더 예뻐지네.”양시은은 그의 말에 입꼬리가 귀에 올라갈 정도로 웃었다.“당신은 언제부터 말을 예쁘게 할 줄 알게 된 거야?”나도현이 피식 웃었다.“솔직히 말한 건데 말을 예쁘게 한 거야? 당신은 아직도 본인이 얼마나 예쁜지 모르나 보군.”양시은은 못 말린다는 표정을 지었다.“알았으니까 가자.”나도현은 원래 차에 오르려고 했지만 그녀와 자신의 옷을 훑어보곤 고개를 저었다.“안 되겠어. 내가 입은 옷이 너랑 어울리지 않아. 이래서는 너랑 부부로 안 보이잖아.”“그럼 갈아입으려고?”양시은은 눈썹을 튕겼다.“응. 갈아입어야겠어. 당신이 골라줘.”나도현은 웃으며 말했다.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던지라 두 사람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고 그녀와 비슷한 톤의 옷으로 갈아입은 후에야 만족한 듯 거울을 보았다.“그래. 이제야 부부 같네.”두 사람은 하민이와 함께 밖으로 나와 차에 올라탔다. 그들은 화기애애한 자신들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박은희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박은희는 교대한 운전 기사에게 물었다.“하민이를 데리고 어디를 간대요?”“교대하던 기사님이 사진관 간다고 말해주더라고요.”“그럼 나도 그 사진관으로 데려다줘요.”박은희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세 사람이 가족사진을 찍을 거라는 것을. 그녀는 조금 기대하는 마음으로 차에 올라탔다.사진관에 도착하고 나니 어느새 오후가 되었고 스튜디오는 아주 컸다. 미리 예약했던지라 VIP 통로로 들어갈 수 있었고 사진작가가 열정적인 모습으로 맞이해 주었다.“어서 오세요. 제가 가족사진 아주 예쁘게 찍어드리겠습니다.”두 사람을 따라 들어가자 여러 가지 배경이 있었다.“자자, 세 분 나란히 앉으시고 일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58화

    나도현은 고개를 들어 믿을 수 없다는 눈길로 보았다. 이내 박은희가 문을 닫았다.혼란스러워 보이는 나도현을 보며 박은희는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자꾸 아버지한테 화를 내지 마. 네 아버지도 그냥 말만 그렇게 하시는 분이야. 그동안 네가 변호사 하겠다고 고집을 부려도 말만 그렇게 할 뿐이지 속으로는 은근 자랑스러워했어.”나도현은 박은희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줄곧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하던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형언할 수 없었다.물론 이런 상황을 누구나 다 바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그렇게 나도현은 저녁도 먹지 않고 바로 본가에서 나와버렸다. 양시은은 당연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민이는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양시은이 옆에서 말 못 하게 막아버렸다.집에 도착하고 침대에 서로 기대앉고 나서야 양시은은 본가에서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다.“기분은 좀 괜찮아?”나도현의 목소리가 한참 지나서야 들려왔다.“괜찮고 안 괜찮고 할 것 없어.”“알겠어.”양시은은 그런 그를 꽉 안아주었다. 이런 기분을 그녀가 제일 잘 알았다. 양채은이 살아 있다고 했을 때 이런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다. 살아 있다는 사실에 기쁘면서도 그간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에 섭섭함을 느끼기도 했다.“그래도 이젠 알게 되어서 다행이네. 부모님이 널 사랑하고 있다는 걸 말이야. 그냥 말로 표현하기 어려우셨던 거야. 하지만 부모님의 자식 사랑은 깊고 영원한 것이니 아버님도 그러리라 생각해.”“응...”나도현도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나용민의 상태는 심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갑작스러운 고혈압으로 잠깐 정신을 잃은 것일 뿐 며칠 동안 편히 쉬고 있으면 다시 원래의 모습대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었다.양시은이 하민이를 데리고 나용민을 보러 갔을 때 나용민은 하민이와 놀아주기도 했다. 매일 본가엔 할아버지와 손자의 웃음소리만 울려 퍼졌다.나도현과 나용민의 사이도 점차 달라지기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57화

    양시은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실수를 저질러 부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긴장이 풀린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주변 식당을 탐색한 후 보여주었다.“그럼 여기로 가자.”나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하민이도 데리고 가자. 오후엔 유치원에 갈 필요 없이 하민이 선생님께 말씀도 드리고. 점심을 먹고 나면 본가로 가야 해.”양시은은 왜 본가로 가야 하는지를 묻지 않았다. 나도현의 표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이런 표정을 짓게 만드는 사람을 몇 없었기에 나용민에 관한 일로 가는 것임을 대충 눈치채고 있었다.점심을 먹은 후 그들은 나씨 가문 본가로 출발했다.하민이는 본가로 처음 가는 것이 아니었지만 양시은과 함께 가는 것은 처음이었던지라 아주 흥분한 상태였고 차 안에서도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참고 있던 양시은이 결국 장난기 가득한 하민이를 꽉 잡으며 말했다.“하민아, 똑바로 앉아. 움직이지 말고.”하민이는 바로 얌전히 제자리에 앉은 후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엄마, 이번에 본가로 하면 할머니 만날 수 있어요?”나도현이 자신의 아빠라는 것을 알게 된 하민이는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던 박은희가 자신의 친할머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양시은은 그런 아이의 머리를 뒤로 넘겨주다가 머리를 다듬을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래. 할머니를 뵙고 나면 우리 하민이 머리 다듬으러 갈 거야.”하민이는 머리를 자르는 것에 딱히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오로지 박은희를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들떠 있을 뿐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나씨 가문 본가 대문 앞에서 멈춰 섰다. 하지만 분위기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가볍지 않았고 오히려 무거웠다.그들이 들어왔을 때 박은희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나용민의 모습에 양시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버님은요?”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항상 이미지를 신경 쓰던 사람이 그들이 보는 앞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박은희는 고개를 들어 그들을 보았다. 그녀의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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