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미혜는 하승태와의 통화를 마친 후, 그가 보내온 계좌번호와 영수증을 확인하며 모바일 뱅킹을 열었다.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김태훈이 무심히 물었다.“오늘 네 차 처리해 준 사람이야?”그 순간 하승태에게서 계좌번호와 수리비 영수증이 도착했다.연미혜는 그것을 확인하며 짧게 대답했다.“네.”김태훈은 그녀가 하승태에게 말하는 톤을 들으며 두 사람이 그리 친한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그 역시 하승태를 알고 있었고 연미혜도 이를 알고 있었다.하지만 둘 사이에 개인적인 교류가 거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경다솜의 말에 연미혜는 문득 정신을 차렸다.어제 그녀가 넘어졌을 때 그는 선뜻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녀가 다쳤는데도 마치 남의 일인 양 무심했다.‘민준 씨가 이렇게 행동하는 건 정말로 나를 신경 쓰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임지유가 오해할까 봐서일까? 민준 씨에게 중요한 건 오직 임지유가 느끼게 될 감정뿐이겠지. 내가 어떻게 되든, 그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 거야. 그렇지 않다면, 내가 다쳤을 때도 그렇게 무심할 리 없잖아.’그 생각이 미치자, 연미혜의 표정은 한층 더 싸늘해졌다.마침 입을 열어 거절하려던 순간, 경민준이 먼저
둘은 가볍게 눈을 마주친 후, 함께 따라갔다.전현재는 임지유와도 아는 사이인 듯,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임지유 씨, 오랜만이네요.”임지유는 미묘하게 표정을 정리하며 짧게 대답했다.“전 이사님, 안녕하세요...”어딘가 차가운 톤이었지만, 전현재는 신경 쓰지 않았다.‘임지유 씨는 지금 경 대표님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 나중에 경 대표님 부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분이야. 그런 분이 우리 같은 직원들 앞에서 거리를 두는 건 당연한 일이지 뭐...’그렇게 생각한 전현재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그는 연미혜와 김태훈을 한 번
식사를 마친 후, 두 회사는 몇 시간 동안 논의를 이어간 끝에 협력 관계를 맺기로 잠정 합의했다.이틀 뒤, 연미혜와 김태훈은 계약 협상을 위해 세인티에 방문했다.그들을 맞이한 사람은 전현재와 세인티의 핵심 임원 중 한 명인 김재원이었다.다만, 김재원은 약간 늦게 회의실에 들어섰다. 도착하자마자 먼저 사과를 건넸다.“조금 전에 경민준 대표님과 회의하느라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그러면 지금 경민준도 세인티에 있는 건가?’연미혜는 그렇게 생각하며 김태훈과 함께 김재원과 가볍게 악수를 나눈 뒤,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습니다
임지유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나중에 생각해 보죠.”그 말의 의미는 자기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세인티에 와서 일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민준 씨가 이렇게까지 차별할 줄이야...’연미혜는 더 이상 셀 필요조차 없다는 듯 담담하게 물컵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바로 그때, 투명한 유리문 너머로 한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녀가 고개를 약간 들자, 경민준이었다.연미혜는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하지만 경민준의 시선은 그녀를 지나쳐 있었다.연미혜가 다시 시선을 돌렸을 땐, 임지유가 문 쪽을 향해 옅은 미소
김태훈이 순간 멈칫하며 말했다.“이거... 이렇게까지 우연일 수가 있나요?”경민준도 머쓱하게 웃으며 답했다.“그러게요? 참 신기하네요.”“인원이 많으니까 먼저 내려가세요. 우리는 다음 엘리베이터 타면 됩니다.”“그래요. 다음에 봅시다..”“다음에 봐요.”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닫혔고, 연미혜와 김태훈 일행은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잠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던 중, 연미혜의 휴대폰이 울렸다.전화기 화면을 확인하자 경다솜이었다.그녀는 주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엄마! 퇴
연미혜는 경다솜이 내일 학교에 데려다 달라고 하자 흔쾌히 승낙했다.온천 산장에서 돌아온 이후, 두 사람은 열흘이나 제대로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었다.오늘 밤은 저택에 머물기로 했지만, 그녀는 침실로 돌아가는 대신 경다솜의 방에서 함께 자기로 했다.‘지난번 엄마가 내 방에서 잔 건 내가 아팠을 때였는데... 오늘 난 아프지도 않은데? 그리고 엄마한테 같이 자자고 말한 적도 없는데...’욕실에서 씻고 나온 뒤,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방에서 취침 준비하는 연미혜를 보며 경다솜은 잠시 의아했다.‘엄마는 왜 아빠와 함께 자는 방으
“수연아!”하승태가 다가와 연미혜의 품에서 아이를 받아 안았다. 그제야 그는 수연의 온몸이 흠뻑 젖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잠시 멈칫하며 연미혜를 바라보던 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된 거죠?”그녀는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에 순간 놀랐다.‘이 아이가 하승태의 조카였다니...’“온천에 빠졌어요. 제가 마침 근처에 있어서 바로 도울 수 있었네요.”“고맙습니다.”“별말씀을요.”연미혜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우선 옷부터 갈아입히세요. 감기 걸릴 수도 있으니까요.”하승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 더 말하려는 듯했지만
연미혜와 연유라는 불꽃놀이를 끝내고, 할머니와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문밖으로 나갔다.연미혜와 연유라는 도원시의 타워로 갔다.타워는 밤에 도원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훌륭한 장소였다.새해 전야 밤, 특별히 기획한 멋진 라이트 쇼와 기타 공연이 펼쳐지기도 하였다.타워에 막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사방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고 있었지만 아직 라이트 쇼가 시작되지 않았다.연이찬과 몇몇 반 친구들은 오늘 밤 타워에서 함께 새해맞이를 하기로 약속했다.잠시 후 연이찬은 친구들을 만났다.연미혜와 연유
하승태가 전화를 막 끊었을 때 수연은 초롱을 들고 다시 그에게 달려와 외쳤다.“삼촌, 다솜이랑도 영상통화 하고 싶어요!”하승태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영상통화를 걸자 곧 연결되었고, 화면에 다솜의 얼굴이 나타났다..“다솜아, 이것 좀 봐, 초롱이야!”영상에서 잘 보이지 않을지 걱정된 수연은 하승태에게 휴대전화를 들어 달라고 부탁했다.그러고는 초롱을 흔들며 조금 멀리 달려가 예쁘게 밝혀진 초롱을 경다솜에게 자랑했다.하승태와 수연은 작은 정원에 있었고, 주변이 어스름해진 덕에 초롱의 불빛은 한층 더 설
경다솜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통화했어요.”경민준은 그녀를 껴안고 손끝으로 그녀의 이마를 문지르며 자신과 비슷한 눈썹과 눈꼬리를 바라보며 물었다.“근데 표정이 왜 안 좋아?”경다솜은 약간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행복해요. 하지만.”엄마랑 전화 통화한 지 정말 오랜만이었고 통화한 후에도 행복한 기분은 여전했다.경민준이 물었다.“그런데?”경다솜은 머뭇거렸다.“근데 또 기분이 좀 이상해졌어요.”“뭔가 속상한 일이 있는 것 같은데?”경민준은 턱을 치켜들고 웃으며 말했다.“엄마도 다솜이 보고 싶을 거야. 일 끝나면
심여정 그들은 집에 도착해 연미혜를 보지 못했고, 모두 그녀가 경민준과 함께 공항에 간 줄 알고 있었다.현재 경민준과 경다솜 둘 다 집에 도착했지만, 연미혜 혼자 없는 것을 발견한 그들은 이 상황이 상당히 이상하다고 느껴졌다.하지만 아무도 그 자리에 없는 연미혜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일이 아직 안 끝났대.”경준혁은 아무 의심도 없이 다솜과 놀아주느라 정신이 없었다.노현숙은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녁 식사 후 경다솜은 한동안 혼자 놀다가 지루함을 느꼈는지 연미혜에게 전화를 걸었다.비록 휴
“아빠, 지유 이모!”공항을 나와 경민준과 임지유를 본 경다솜은 아주머니의 손을 놓아주고 재빨리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가 두 사람의 품에 안겼다.차에 타자마자 경다솜은 작은 책가방을 뒤적이더니 여행 중 사왔던 장신구를 꺼내 아빠와 이모에게 내밀었다.“아빠, 지유 이모, 제가 선물 사 왔어요.”임지유는 그것을 받아 경다솜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미소 지었다.“다솜아, 고마워.”오늘 할머니는 퇴원했고 경민준과 경다솜은 저녁 식사를 위해 본가 저택으로 돌아가고 있었다.공항에서 나와 임지유를 집으로 돌려보낸 후에야 경민준
김태훈은 직접 연씨 가문 본가로 가서 폭죽을 전달했다.불필요한 문제를 피하고자 연미혜는 하승태에게 연씨 가문 근처의 별장 주소를 알려주었다.오후 두 시쯤, 연미혜는 차를 몰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하승태는 다른 사람이 폭죽을 건네줄 거라 전화로 연미혜에게 알렸다.하지만 차를 주차한 후 연미혜의 눈앞에는 하승태가 서 있었다.“왔어요?”“네.”“트렁크를 열어봐.”연미혜는 트렁크를 열었고 하승태는 폭죽과 설 선물 일부를 트렁크에 옮겼다.연미혜는 선물을 보곤 잠시 말없이 있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선물은 필요 없을 텐데
그럴 경우 경다솜은 경씨 가문에서 새해를 보내야 할 확률이 높았다.허미숙은 마음속으로 경다솜을 떠나보낼 수 없었지만, 동시에 연미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연미혜는 침착하게 할머니에게 말했다.“할머니, 솜이가 행복하기만 하면 전 괜찮아요.”허미숙은 연미혜가 자신이 걱정할까 봐 억지로 미소를 짓고 있다고는 걸 느꼈다.허미숙은 한숨을 쉬며 다시는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아침 식사를 마친 연미혜와 하여진은 함께 새해 선물을 사러 나섰다.밖은 조명으로 장식되고 친숙한 새해 노래가 곳곳에서 들리며 새해 전야의 분위기가 풍기고
넥스 그룹의 리셉션은 사흘 뒤에 열렸다.그날 저녁, 하승태는 비교적 이른 시간에 모습을 드러냈다.주변에 임지유, 경민준, 염성민 등이 보이지 않아서였는지, 이번 리셉션은 별다른 소란 없이 차분하게 흘러갔다.그날 밤, 참석자는 많았고 연미혜와 김태훈은 쉴 틈 없이 바빴다. 그래서인지 하승태에게 특별히 신경을 쓸 겨를은 없었다.리셉션 중간에 연창훈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하승태를 보고서야 그들은 그가 일찍 자리를 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하필이면, 오늘 밤은 임씨 가문 쪽에서도 리셉션이 열리는 날이었다.하승태가 이렇게 일
염성민은 무심하게 물었다.“둘이 무슨 얘기를 하고 계셨죠?”경민준은 웃었다.“아직 할 얘기가 더 있긴 합니다만...”염성민이 말을 하기도 전에 인사할 기미가 전혀 없었던 연미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곧장 그를 지나쳐 자리를 떴다.염성민은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연미혜에게 시선을 거두었고 경민준이 들고 있는 두 잔의 와인을 발견하고는 물었다.“이게 뭐죠?”“특별 제작한 와인이라고 할 수 있죠. 염성민 씨도 한잔 마셔보시겠어요?”염성민이 물었다.“다른 한 잔은 임 대표를 위한 건가요?”“네.”염성민이 말하려던 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