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225 화

Author: 구름속
“좋아요.”

경민준이 짧게 대답했다.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연미혜는 평온한 얼굴로 바둑판을 바라보았다.

임지유는 처음엔 놀랐지만, 이내 표정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지관식과 몇 마디 나눈 뒤, 조용히 경민준의 곁으로 돌아갔다.

사실 놀란 건 하승태나 임씨 가문, 손씨 가문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지현승과 지관식도 예상치 못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전 바깥 전시장에서 지철호가 간략히 연미혜를 소개한 적은 있었지만, 그녀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들은 연미혜를 단아하고 조용한 성격의 사람으로 보았다. 눈에 띄길 좋아하는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226 화

    그다음, 그녀는 연미혜 쪽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경민준이 만든 난국을 풀어내는 연미혜를 보며, 그녀의 마음이 순간 얼어붙었다.그리고 이병철의 감탄이 들려오자, 심장이 아예 바닥까지 가라앉았다.하지만 정작 연미혜는 오직 눈앞의 바둑판에만 집중하고 있었다.‘일단 흐름은 잡았어. 하지만 이기려면...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그녀는 잠시 생각을 멈추고 경민준을 바라보았다.경민준이 다시 한 수를 두자, 연미혜의 손이 멈췄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관식이 흐뭇하게 웃었다.“확실히 볼만하군. 이런 자리에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227 화

    사람들은 경민준을 한번 보고 다시 연미혜를 보더니 이내 시선을 임지유에게로 옮겼다. 그리고 서서히 미간을 좁혔다.잠시의 정적 속에서 경민준이 문득 입을 열었다.“오랜만에 바둑 두는 맞아?”연미혜는 그의 포석을 해체하며 분석하고 있었다.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짧게 대답했다.“맞아.”그와 결혼한 이후로 바둑을 둘 기회가 거의 없었다.“확실히 손이 덜 풀린 것 같아.”연미혜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오직 바둑판에만 집중했다.지금 상황은 그녀에게 불리했다. 얼핏 보면 경민준 쪽에 돌파구가 보이지만, 실상은 그의 함정이 곳곳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228 화

    김태훈은 이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건 단번에 느껴졌다.그들은 분명 연미혜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미혜야...”연미혜가 입을 떼기도 전에, 김태훈이 먼저 웃으며 끼어들었다.“임 대표님, 오늘 이 자리에 오신 이유가 미혜와의 관계를 모두에게 공개하려는 건가요?”임해철의 얼굴에 잠시 미묘한 경직이 스쳤지만, 이내 어색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김 대표님, 아비로서 미혜와 할 말이 있어서 왔습니다. 잠시만...”그러나 김태훈은 연미혜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다시 말을 잘랐다.“임 대표님이 정말 미혜와의 관계를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229 화

    경다솜은 크리스마스를 유독 좋아했다.매년 아이와 함께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고,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거리로 나가 사람들과 어울려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곤 했다.하지만 경다솜이 경민준과 함께 해외로 떠난 뒤로, 그녀와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낸 건 단 한 번도 없었다.정확히 말하면 이제 크리스마스를 더 이상 챙기지 않았다.이미 다 내려놓기로 마음먹었다고 생각했지만, 열 달 품어 낳고 손수 키운 딸이었기에 완전히 잊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번잡한 거리 한복판에 멈춰 선 그녀에게 과거의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었고, 차갑게 가라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230 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연미혜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좋아요.”그들은 인파를 따라 이동했다.막 광장 앞 난간까지 도착했을 때 화려한 불꽃이 강 건너 하늘을 수놓았다.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질렀고 기쁨에 찬 웃음소리도 들려왔다.그러나 곧이어 터지는 불꽃 소리에 모든 소리가 묻혀버렸고, 주변 사람들은 저마다 사진을 찍고 소원을 빌었다.하지만 연미혜는 묵묵히 불꽃놀이를 바라볼 뿐이었다.그 모습을 본 지현승이 물었다.“사진이나 영상 찍어줄까요?”연미혜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그냥 보는 게 좋아서요.”그녀가 그렇게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231 화

    “언니, 탕후루 드셔보세요!”연미혜는 뒤를 돌아보았다.윤기 흐르는 새빨간 탕후루가 눈에 들어오자, 가슴 한쪽이 살짝 흔들렸다.생각해 보니 꽤 오랫동안 탕후루를 먹지 않은 것 같았다.문득 경다솜 쪽을 바라보니,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경다솜은 손에 탕후루 한 꼬치를 들고 행복한 얼굴로 먹고 있었다.그뿐만이 아니었다. 언제 샀는지 모를 붉은 장미 한 다발이 임지유의 손에 들려 있었다.그녀는 경민준의 곁에 바짝 붙어 그와 나긋나긋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 사이, 경다솜은 탕후루를 한입 베어 물고는 그 조각을 임지유에게 건넸다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232 화

    그때 지현승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잠시 후 그는 전화를 끊고 말했다.“볼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같이 갈래?”염성민이 정신을 차리며 눈빛이 살짝 깊어졌다.“아니... 난 아직 기다릴 사람이 있어서. 다음에 시간 되면 다시 보자.”“그래.”지현승은 그렇게 자리를 떴다.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염성민은 곧장 카페 쪽으로 걸어갔다.카페 문을 막 열려던 순간, 마침 경다솜을 화장실에 데려가려던 임지유와 마주쳤다. 두 사람은 동시에 걸음을 멈췄다.임지유가 그를 보며 말했다.“염 대표님? 이렇게 우연히 뵙네요.”“네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233 화

    잠시 후, 임지유와 염성민이 경다솜과 함께 화장실에서 나왔다.경다솜은 호기심 많은 나이였다.가는 길마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연신 질문을 던졌고, 임지유는 그런 다솜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로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답해주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염성민은 임지유가 경민준의 아이를 세심하게 챙기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그리고 동시에, 아이를 키운다는 일이 얼마나 지난한 것인지도 다시금 떠올랐다.카페로 돌아오자, 염성민은 제일 먼저 경민준을 찾았다.그는 여전히 한쪽 구석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잡지를 넘기고 있었다.마치

Latest chapter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298 화

    놀란 것도 잠시, 염성민은 이 자리에 김태훈과 유명욱까지 함께 있다는 사실을 보고 고개가 끄덕여졌다.‘유 교수님 정도 인맥이면... 연미혜가 이 자리에 있어도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니지.’그는 혼잣말처럼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염용석 역시 아들과 이 자리에서 마주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 물었다.“성민아, 고객 만나러 온 거야?”“네. 아버지.”그 대화를 들은 한명현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용석아... 이 청년이 네 아들이야?”염용석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내 아들 녀석이야. 이렇게 우연히 얼굴을 보여주게 됐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297 화

    임지유는 이제 세인티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방금까지 자리에 없던 건 경민준 일행과 회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지유 언니!”손아림이 반갑게 달려와 임지유 옆에 붙었다. 그러곤 슬쩍 연미혜를 흘끗 바라본 뒤,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연미혜가 꽃 받았다고 아까는 으쓱대더니, 언니한테 꽃이랑 선물 잔뜩 왔단 얘기, 거기다 형부가 지분까지 넘겼단 말 듣고는 완전 말문이 막혔지 뭐야.”임지유는 특별한 반응 없이 조용히 연미혜 쪽을 바라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빛에 묘한 여유가 스쳤다.손아림은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296 화

    세인티로 향하던 차 안에서 연미혜의 휴대폰이 울렸다. 노현숙이 걸어온 전화였다.전화를 받자 익숙하고도 정겨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미혜야... 잘 지내지?”“그럼요. 할머니도 잘 계시죠?”“며칠 전에 다솜이가 그러더라. 너 요즘 일 많아서 밤샘도 한다고... 그래서 내가 며칠 전에 선물 받은 보약 좀 챙겨놨어. 곧 도착할 테니까 꼭 챙겨 먹어. 알겠지?”연미혜는 설령 거절해도, 노현숙은 끝까지 밀어붙일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더는 사양하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감사해요. 할머니, 꼭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295 화

    그날 저녁, 일정이 있었던 하승태는 공적인 이야기를 마친 뒤 곧장 자리에서 일어섰다.회의실을 나서기 전, 그는 연미혜를 한 번 바라보았다.그 시선을 느낀 연미혜가 고개를 들었다.“하 대표님, 혹시 더 하실 말씀이라도...”내일이 발렌타인데이라는 사실이 떠올랐지만, 그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아니요. 아무것도 아닙니다.”연미혜는 지금 온통 일에만 집중해 있었고, 발렌타인데이 같은 기념일은 아예 잊고 지내는 듯했다.다음 날 아침.연미혜는 늘 그렇듯 조금 이른 시간에 출근했다.회사에 도착해 사무실 쪽으로 향하던 중, 동료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294 화

    연미혜는 차에서 내린 후 차 문을 닫고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경민준의 손에 들린 우산을 가져가며 차분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경민준은 시선을 내리더니 그녀의 발을 훑어보며 조용히 물었다.“발은 괜찮아?”‘좀 아프지만 걸을 수는 있어.’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았고, 오늘 경민준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도 굳이 알고 싶지 않았다.그저 우산을 펼치며 담담히 말했다.“이혼 절차는 어떻게 되어가? 정리되면 그때 연락해.”그 말은 곧 이혼에 관련된 일 외엔 연락하지 말라는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293 화

    연미혜는 얼굴빛이 살짝 굳었다.“이러지 말고... 나 좀 내려놔.”그러나 경민준은 짧게 한마디를 던졌다.“우산 단단히 잡아.”그는 말이 끝나기 바쁘게 연미혜를 그대로 안은 채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고, 고개를 살짝 돌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한마디 남겼다.“먼저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따로 뵙죠.”경민준과 안면이 있는 몇몇 기업 대표들은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모두가 알다시피, 연미혜와 김태훈의 관계는 넥스 그룹 안팎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사이였다.게다가 오늘처럼 정부 주최 간담회에 김태훈 대신 연미혜가 공식 대표로 참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292 화

    염성민은 오늘 있었던 일을 지현승에게 간단히 전했다.곧 지현승에게서 답장이 도착했다.[아버지랑 할아버지는 미혜 씨하고 미혜 씨 외할머님에 대해 인상이 꽤 좋으셨어. 아마 그래서일 거야.]지현승의 말대로라면 지철호가 연미혜를 신경 쓰는 데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였지만 염성민은 여전히 뭔가 석연치 않았다.‘아무리 좋은 첫인상이었다 해도, 겨우 한두 번 본 사이에 그 정도로 각별할 수 있을까?’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지현승에게 더 따져 묻는 건 의미 없었다.날씨 예보에 따르면 오늘 오후부터 비가 내릴 거라고 했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291 화

    간담회가 끝난 뒤, 정부 측에서 참석한 기업 대표들에게 준비한 오찬 자리가 이어졌다.연미혜는 조용히 짐을 챙겨 일어났고, 경민준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곧 뒤따라 나왔다.회의실을 나서던 중, 염성민은 회의에 함께 참석했던 지철호를 발견하고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지씨 가문과 염씨 가문은 원래부터 교류가 있는 편이었고, 염성민과 지철호 역시 자주 마주치는 사이였다.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연미혜는 잠시 주춤했지만 곧 겸손한 자세로 다가가 지철호에게 고개를 숙였다.“장관님, 안녕하세요.”지철호는 눈가에 미소를

  • 이혼 후, 내 인생 리부트   290 화

    퇴근 후, 연미혜와 김태훈이 유명욱의 자택에 도착했을 때, 그는 통화를 하고 있었다심각한 얼굴로 통화를 이어가던 유명욱은 두 사람이 들어서는 걸 보고 전화를 끊고,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이번 연구 내용은 꽤 인상 깊었어. 너를 한 번 만나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몇 있어. 이번 기회에 소개해 줄게.”연미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히 대답했다.“알겠습니다.”이번 연구는 국가 연구 과제로 정식 채택되었고, 이후의 행정적 절차나 관련 사항도 그 자리에서 간단히 조율되었다. 두 사람은 유명욱에게 남은 질문들을 이어가며 늦게까지 머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