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정보에 서민영은 혼란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렸다. 충격을 받은 건 박예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인 share의 창업 멤버가 소은정이라고?하지만 정말 여기서 경비원에게 끌려나간다면 또다시 웃음거리가 될 게 뻔하다는 생각에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고쳤다.“하, share? 태한그룹과 비교하면 겨우 동네 옷 가게 수준이면서. 뭐가 그렇게 잘났대? 됐어. 이딴 곳 앞으론 오라고 해도 안 와!”분노에 부들거리던 박예리는 서민영의 손을 끌고 자리를 떴다. 그렇게 패션쇼장을 나서려던 순간, 서민영이 우뚝 제자리에 멈춰 섰다.“잠깐만.”“왜 그래?”비록 박예리도 이대로 떠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소은정이 정말 경비원을 부르기라도 한다면 그거야말로 개망신이 아닌가?“아까 패션쇼장에서 수혁이를 본 것 같아서. 같이 가자.”만약 박수혁도 소은정을 알아본 거라면? 패션쇼장에서 다시 만나 관계를 회복하기라도 한다면?귀국한 뒤로 왠지 예전과 달라진 박수혁의 태도에 서민영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전에는 항상 그녀의 곁을 지키던 박수혁이 요즘은 어째서인지 그녀와의 만남을 피하고 있다. 설마 이 모든 게 소은정 때문일까?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는 없어.서민영의 말에 박예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도 패션쇼장에 있다는 말에 박예리는 다시 의기양양해져서는 말했다.“그래? 잘 됐네. 소은정 그 발칙한 게 나한테, 언니한테 어떻게 했는지 전부 다 말해줘야겠어.”그렇게 두 사람은 조용히 패션쇼장 휴식 구역에 자리를 잡았다.한편, 두 사람을 쫓아낸 소은정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한유라는 아직 분이 덜 풀렸는지 여전히 씩씩대고 있었다.“그냥 경비 부르지 그랬어! 끌려나가는 꼴을 봤어야 하는 건데.”철없는 한유라의 말에 김하늘은 그녀를 흘겨보았다.“괜히 일이 커져봤자 피곤해지는 건 우리야. 그리고 오늘 주인공은 은정이라고. 그딴 사람들한테 이목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그래...”한유라가 풀 죽은 모습으로 고개를 숙였다
요트?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선물 스케일에 소은해의 미소가 어색하게 굳었다. 하지만 남아일언중천금, 한번 뱉은 말을 회수할 수도 없는 법이었다.오히려 김하늘이 손을 저었다.“아니에요, 오빠. 은정아, 그렇게 비싼 걸 내가 어떻게 받아. 그리고 나 요트 같은 거 필요 없어.”“아니. 거절은 거절할게. 내 마음이니까 받아둬! 그리고 뭐가 걱정이야. 우리 오빠 몰라? 톱스타 소은해. 오빠가 CF 한 편만 찍으면 충분히 살 수 있는 건데 뭐.”소은정은 생글생글 웃으며 소은해의 신경을 건드렸다. 나이 차이가 나서 의지가 되는 소은호와 친하긴 해도 오랜 시간 떨어져 있어 왠지 어색한 소은찬과 달리 소은해한테는 왠지 장난을 더 치게 되는 소은정이었다.소은정의 도발에 소은해도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그래, 요트 정도야 뭐. 우리 하늘이가 남도 아니고. 은정이 베프인데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응...”현실 남매처럼 투닥대는 두 사람을 바라보던 김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 SC그룹의 재산 규모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괜히 더 거절하면 관계가 어색해질 게 분명했다.“그럼, 감사히 받을게요, 오빠.”소은해는 장난스레 김하늘의 머리를 헝클였다.“그래, 착하네. 요트 볼 때마다 오빠 생각해야 한다?”갑작스러운 스킨십에 김하늘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이를 눈치채지 못한 소은해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봤지? 소은정, 오빠가 이런 사람이야. 이제 가자.”소은정은 자연스레 오빠의 팔짱을 끼고 김하늘을 향해 손을 저었다.“하늘아, 우리 갈게.”한편,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박수혁은 조용히 주먹을 꽉 쥐었다. 3년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박수혁에게 무언가를 사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었다. 아니, 그가 건넨 돈도 건드리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애교까지 부리며 뭔가를 요구하는 걸 보니 왠지 모를 짜증이 치밀었다.고개를 돌린 소은정과 소은해도 박수혁, 강서진 두 사람을 발견했다. 방금 전까지 환하게 웃던 소은정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180도로 달라진 소
강서진의 말에 소은정은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렸다. 그의 말은 비수처럼 소은정이 그토록 숨겨오던 상처를 다시 헤집어 피투성이로 만들어버렸다.비굴하게 살아왔던 3년... 잊으면 잊혀질 거라고.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또 믿었지만 지독한 악연들은 그녀의 인생에 계속 나타나며 비참한 과거를 끊임없이 일깨워 주었다.소은정, 넌 인간으로서 가치도 없는 사람이라고.“야,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소은해가 차가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소은정이 박수혁과 결혼한 뒤로 3년 동안 결코 사랑받지 못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그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괜히 지난 과거를 들추지 말고 소은정이 새 출발을 할 수 있게 도와주라는 아버지 소찬식의 당부에 인내하고 또 인내했던 소은해였다.그런데 오늘, 강서진의 말, 아니 당연하다는 그 말투는 누구보다 소중한 동생 소은정이 3년간 어떤 취급을 당했는지 그래도 보여주고 있었다.강서진도 말실수를 했음을 깨닫고 잠깐 멈칫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더더욱 소은정을 보낼 수는 없었다. 박수혁에게도 소은정보다 서민영이 더 소중할 테니까.“그래서 그냥 이렇게 가겠다고요? 수혈 한 번 해주는 게 그렇게 힘들어요? 그리고 이번에 처음도 아니면서.”강서진의 적반하장에 박수혁도 미간을 찌푸렸다.“강서진...”그제야 소은정은 고개를 돌렸다. 박수혁, 서민영, 강서진, 그들을 차례로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혐오 그 이상의 감정이 담겨있었다.“수혈 한 번 해주는 게? 처음도 아니면서? 참 남 일 아니라고 쉽게도 말하네요. 뻔뻔하게.”처음 보는 소은정의 표정에 강서진도 흠칫 놀랐지만 변명을 이어갔다.“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에요. 그깟 피가 그렇게 아까워요? 민영이가 죽어야 속이 시원하겠어요?”민영이를 구할 수 있다면 소은정 너 따위의 피쯤이야. 아니, 네가 사랑했던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살릴 수 있다는 걸 영광으로 생각해야지.강서진의 말에 기가 막히다는 듯 피식 웃던 소은정은 다리를 들
사실 소은정이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오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서민영이 생각처럼 많이 다치지 않았다는걸, 지금 일부러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걸 바로 눈치챘다.수혈을 언급하며 부산을 떨었지만 어두운 밤이라 잘 보이지 않는 데다 박예리가 눈물부터 흘린 탓에 다들 놀라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탓이 컸다.진작 꺼지라고 했는데 왜 굳이 지금까지 여기 남아있는 걸까? 굳이 그녀 앞에서 박수혁이 서민영을 얼마나 아끼는지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모든 사람들이 서민영을 걱정하는 걸 보며 우월감이라도 느끼고 싶었던 걸까?하지만 이제 소은정은 서민영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싶은 생각도,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할 생각도 없었다. 방금 전 서민영을 향해 발을 날린 순간, 속에 쌓인 무언가가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소은정은 뻔뻔한 사람들을 향해 피식 웃어주고 단호하게 고개를 돌렸다. 한편 소은해도 그녀를 향해 엄지를 내밀었다.“잘했어. 이렇게 나와야 소은정이지.”소은정이 오늘 또 인내했다면 소은해가 먼저 폭발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박수혁의 품에 안긴 여자와 강서진을 번갈아 바라보다 한 마디 던졌다.“우리 은정이 피를 원한다고? 주제를 알아야지. 감히.”한편 서민영은 방금 전 타격으로 인해 전해지는 고통을 참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킥을 맞는 순간, 정말 눈앞이 핑 돌며 눈물이 찔끔 나올 지경이었다. 대충 아픈 척 연기만 한 생각이었는데... 소은정, 이 악독한 여자 같으니라고.소은정에게 그녀가 박수혁에게 있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려주려고 했었다. 그러면 알아서 떨어져 나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흔들리기는커녕 바로 발을 날리다니. 게다가 보는 눈도 이렇게 많은 곳에서!강서진은 여유롭게 사라지는 소은정, 소은해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저... 저 사람들 도대체 뭐야? 뭐가 그렇게 당당해?”한편,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의료진들을 다시 부른 김하늘은 전화를 끊고 박수혁, 강서진을 향해 말했다.“짧은 인생을 살면서 느낀
사실 강서진의 말만 아니었어도 항상 침착하고 냉정한 소은정이 그렇게까지 화를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지만 강서진은 말로 천 냥 빚을 지는 스타일이었다.쌤통이다, 이것들아!강서진은 일그러진 얼굴로 박수혁을 돌아보았다.“뭐야? 멍청? 내가 뭘 잘못했다고 저래?”여전히 뻔뻔한 강서진의 모습에 박수혁의 표정도 차갑게 굳었다.“정말 몰라서 물어?”그래, 방금 전에는 그가 실수한 게 맞다는 걸 강서진 본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서민영이 정말 위급한 상황인 줄 알고 그랬던 것뿐인데. 반창고 하나면 된다는 의사의 말에 황당하고 억울한 건 강서진도 마찬가지였다.“그래도 사람을 때리면 안 되는 거잖아...”화가 단단히 난 것 같던데 설마 알몸 사진을 퍼트리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에 불안감이 밀려왔다.박수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뭔가 생각하더니 말했다.“민영이 데리고 병원으로 가봐. 난 이만 가볼게.”“뭐? 안 돼! 나도 약속 있단 말이야!”강서진이 기겁하며 말했다. 소은정이 알몸 사진을 기억해내기 전에 먼저 사과라도 하려고 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하지만 박수혁은 강서진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자리를 떴고 강서진도 대충 핑계를 대며 그 뒤를 따랐다.뭐야? 나 혼자 남은 거야?박예리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한편, 소은해의 차 안, 소은정은 쏟아지는 단톡방 메시지를 훑어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한유라가 오늘 소은정과 그녀가 런웨이에 오른 사진을 단톡방에 보내자 성강희는 소은정만 예쁘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댔고 약이 오른 한유라와 또 투닥이고 있었다. 아버지가 맡긴 일로 해외로 출장을 간 성강희는 오늘 패션쇼에 참석하지 못한 게 한이라며 여러 이모티콘을 난발했다.그래, 나한테는 친구들이 있잖아. 그런 인간들 때문에 약해지지 말자.소은정은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집에 도착했어?”이때 김하늘이 따로 소은정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아니, 가는 중이야. 어떻게 됐어? 죽었어?”“나
“무슨 루머?”“누군가 익명으로 너에 대한 폭로글을 작성했더라고. 아주 그럴듯하게 지어냈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야. 내가 힘을 썼는데도 글이 계속 퍼져나가고 있는 걸 보면 이 사람 보통이 아닌 것 같아. 얼른 확인해 봐.”한유라가 다급하게 말했다.전화를 끊은 소은정이 인터넷을 확인해 보니 역시. 그녀의 이름이 또 실시간 검색어를 장식하고 있었다.화보다 귀찮음이 앞서는 걸 보니 이런 일도 여러 번 겪다 보니 적응이 되나 보다. 소은정은 한숨을 푹 내쉰 뒤 링크를 클릭했다.“저 여자 뭐야? 어떻게 SC그룹 본부장 자리까지 오른 거야?”“위자료도 안 받았다던데 도대체 무슨 돈으로 사치를 부리는 거래?”“무조건 스폰이지 뭐.”“누굴까?”......소은정이 소은호, 소은해, 성강희 심지어 비즈니스로 만남을 가졌던 사진까지 증거로 제출되며 그녀는 어느새 사생활이 문란한 천하의 불여우가 되어있었다. 사람들은 또 다시 그녀의 이혼에 숨겨진 진실이 있을 것이라며 떠들었다.말도 안 되는 헛소리에 주식 홈페이지를 클릭한 소은정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역시나. SC그룹의 주가도 영향을 받아 대폭 하락한 상태였다. 그녀 때문에 회사까지 피해를 입으니 더 마음이 무거워졌다.이때 전화벨이 다시 울렸다.“오빠?”소은호는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물었다.“은해 지금 너희 집에 있지?”“응. 어제 우리 집에서 잤어.”“그래. 너희 두 사람 오늘은 외출하지 마.”“인터넷에 퍼진 글 봤어.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소은정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녀 혼자만 피해를 입은 거라면 평소처럼 웃어넘겼겠지만 회사에까지 파장이 이는 건 두고 볼 수 없었다.이건 분명 누군가의 음모다. 그리고 상대는 박예리, 강서진보다 훨씬 더 고단수인 사람이겠지.“도 대표한테는 내가 벌써 연락했어. 그런데 그쪽도 막기 어려운가 보더라. 내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누가 이런 짓을 한 건데?”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누가 또 그녀를 모함하려는 걸까? 과거의 일까지 들먹이
이한석도 이 소식을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왜 굳이 이혼한 손자며느리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과거 사모님으로 모셨던 그 여자에게 동정심까지 생기기 시작했다.이한석의 대답에 박수혁은 또 한동안 침묵했다.“펑!”책상을 쾅 치고 일어선 박수혁은 바로 사무실을 나섰다. 차량은 빠르게 달려 그의 본가에 멈춰 섰다. 갑작스러운 방문에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저택 직원들을 향해 박수혁이 물었다.“할아버지는?”박수혁의 굳은 표정에 잔뜩 겁을 먹은 직원이 더듬거렸다.“어... 어르신께서는 서산 별장에 가셨습니다...”그의 대답에 망설임없이 돌아서는 박수혁의 뒤를 쫓아간 직원이 한 마디 보탰다.“대표님, 어르신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일이 해결되기 전까지 그 누구도 만나지 않겠다고요.”직원의 말에 성큼성큼 걸어가던 박수혁이 우뚝 멈춰 섰다.“뭐라고?”날카로운 그의 시선에 직원은 바로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를 갈며 다시 저택을 나온 박수혁은 차에 탄 뒤 박대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신음이 한참 동안 울리고 박수혁이 짜증스레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박대한이 전화를 받았다.“결국 그 여자 때문에 움직이는구나. 나도 충분히 자비를 베풀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 아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 거야.”“제가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말씀드렸잖아요.”박수혁의 원망 어린 질문에 박대한은 코웃음을 쳤다.“해결? 우리 집안에 대한 그 아이의 증오는 이미 극에 달했다. 그 아이가 제 발로 담뱃대를 네게 건넬 것 같으냐? 웃기는 소리!”“그래도 없는 일을 만드시면서까지 모함할 필요는 없으시잖아요! 앞으로 은정이는 어떻게 살라고 그러세요!”“내가 왜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지? 난 그 아이한테 충분히 기회를 줬다. 그 아이는 주제를 모르고 다시 소은호와 결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더구나. 그래서 우리 집안이 어떤 존재인지 제대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일에 넌 더 이상 참견하지 말거라. 그 여자와는 다시 연락도 만남도 가지지 마. 그나마
“받았어?”박대한이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 집사는 수신을 거부했다는 알림음을 듣고 조심스레 대답했다.“수신을 거절했습니다.”하? 지금 날 도발하는 건가? 아직도 그 알량한 자존심을 내려놓지 못하는 거야?또다시 기회를 져버린 소은정의 행동에 박대한의 얼굴에도 분노가 차올랐다. 감히 전화를 끊어?“다시 걸어!”박대한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언제까지 버틸지 어디 한번 두고 볼 생각이었다.“네.”다시 한번 전화를 건 비서가 머쓱한 얼굴로 해명했다.“또 끊었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닐까요?”“하!”박대한이 어이가 없다는 듯 차갑게 웃었다. 한편, 소은정은 전화를 두 번이나 끊은 탓에 결국 조말론 향수를 구매하지 못했다. 품절이라는 두 글자와 옆에서 약을 올리는 소은해의 모습에 짜증이 치민 소은정은 그의 휴대폰을 확 빼앗아 아예 쇼호스트에게 DM을 보냈다.“저기 혹시 유럽에 계신 거면 구매대행 좀 부탁할 수 있을까요? 비용은 얼마든지 드릴게요.”한참이 지나서야 쇼호스트의 답장이 도착했다.“죄송합니다. 개인적인 구매대행은 받지 않습니다.”잠깐 생각하던 소은정이 문자를 보냈다.“그럼 다음 라이브 방송 때 판매할 제품들을 모두 구매할게요. 저만을 위한 라이브 방송이라고 생각하세요.”말도 안 되는 문자에 쇼호스트의 눈도 휘둥그레졌다.모든 제품? 그는 옆에 있는 매니저에게 물었다.“오늘 매출액이 얼마야?”“아마 100억 정도 될걸요?”쇼호스트는 이 정도 금액이면 바로 물러설 거라 생각하고 답장했다.“제품 가치만 해도 100억 정도 될 텐데. 가능하겠어요?”하지만 1초도 안 되어 도착한 소은정의 답장에 쇼호스트는 휴대폰을 떨어트리고 말았다.“가능해요. 선불로 30%, 라이브 방송이 끝나면 나머지 잔금까지 치르죠. 계좌 보내주세요”물을 마시다 사레까지 들린 쇼호스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시 한번 문자를 확인했다. 진짜일까 잠깐 고민하던 그는 어차피 계좌를 보내도 손해볼 게 없다는 생각에 결국 계좌번호를 보내주었다.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