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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3화 쓰레기 더미속에서

김하늘의 말에 소은정의 눈이 동그래졌다.

“돈을 빌려?”

한숨과 함께 살짝 주름진 마스크팩을 만지작거리던 김하늘이 대답했다.

“지금 지급해야 할 위약금도 한, 두 푼이 아니거든. 그래서 나한테 돈을 빌려달라더라고. 오죽하면 여기까지 왔을까 싶어서 조금 빌려줬는데 그 돈으로 또 마약을 샀다지 뭐야?”

김하늘의 설명에 소은정의 눈은 더 커다래졌다.

“그래서?”

“하, 그래서는 뭐. 나한테 들켜서 바로 경찰에 신고했지. 그런데 그 사이에 풀려났는지 또 이러네.”

“너 우리 집에 피신 온 거구나?”

소은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은해 오빠가 오라고 해서. 일단 여기서 숨어지내려고. 그 자식이 또 무슨 미친 짓을 할지 예상도 안 되고.”

“그냥 쭉 여기서 살아. 나도 본가로 들어온 거나 마찬가지고. 우리 같지 살자.”

고개를 끄덕이던 소은정이 눈을 반짝였지만 김하늘은 한숨만 지을 뿐이었다.

“내가 왜 그딴 자식을 스카우트했을까? 나 정말 미쳤었나 봐.”

멀쩡한 외모를 하고서 그딴 허접한 취향을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헤어져서 다행이야. 너까지 말려들 뻔했잖아.”

소은정의 말에도 김하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신인시절 윤지훈의 반짝이는 두 눈이 떠오르면 마음이 더 착잡해졌다.

다들 바뀌지 않는 게 사람이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쉽게 변하는 것도 사람이다.

분위기가 왠지 무거워진 그때 김하늘이 고개를 홱 돌렸다.

“박수혁, 전동하. 두 남자 다 괜찮은데. 넌 어느 쪽한테 더 끌려?”

소은정은 최대한 담담한 척 표정을 유지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야, 그럼 평생 솔로로 살 거야? 넌 우리 중에서 결혼생활에 가장 로망이 컸었잖아.”

김하늘의 말에 소은정이 눈을 흘겼다.

“그건 예전이고 둘이서 속 시끄럽게 사느니 혼자 사는 게 훨씬 더 나아.”

방안의 분위기가 왠지 다시 어두워졌다.

1년만에 이렇게까지 바뀐 이유를 알고 있기에 김하늘은 마음이 착잡했다.

“전동하 대표는 정말 널 좋아하는 것 같던데. 두 사람 좀 친해졌어?”

김하늘의 질문에 살짝 침묵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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