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을 보물처럼 아끼는 그 집안 사람들이 아직 다리를 회복도 하지 않은 소은정을 접대에 보낼 리가 없으니 의아할 수밖에.박수혁의 질문에 이한석이 고개를 끄덕였다.“상대 회사 대표가 여자랍니다. 직접 소은정 대표님을 지명했다는데요. 제가 일단 그 회사에 대해 조사를 해보긴 했는데...”말끝을 흐리는 이한석의 모습에 박수혁의 눈빛이 서늘하게 번뜩였다.“그래서 만나긴 했어?”“아... 아니요.”이한석의 질문에 박수혁은 말없이 코트를 집어들고 성큼성큼 사무실을 나섰다. 그의 뒤를 따르던 이한석이 오한진에게 눈치를 주고 오한진 또한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대표님, 잠깐만요...”그린 호텔.비록 상대 회사에서는 소은정 한 명만 나올 것을 요구했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소은정은 우연준과 함께 움직였다.미리 예약된 룸의 문을 여는 순간, 소은정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회장님, 언제 한해그룹을 인수하신 거죠?”오늘 그녀가 만나기로 한 건 한해그룹 대표인데 말이다.소은정의 질문에 박수혁이 미소를 지었다.“널 만나려고 한 대표 이름 좀 빌렸다. 내가 직접 만나자고 하면 안 올 게 분명하니까.”박대한의 말에 소은정은 딱히 반박하지 않고 박대한의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어느새 완쾌되어 목발로 거동이 가능한 소은정의 모습을 묘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박대한이 그녀를 향해 메뉴판을 내밀었다.“먹고 싶은 거 다 시켜.”하지만 소은정은 박대한의 호의를 깔끔하게 무시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아니에요. 회장님께서 이렇게까지 번거롭게 절 만나시려고 한 데는 따로 이유가 있으시겠죠? 단순히 식사나 하려고 절 부르신 건 아니잖아요?”당돌한 소은정의 반응에 박대한의 낯빛이 어색하게 굳었지만 곧 다시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그리고 소은정의 뒤에 서 있는 우연준을 힐끗 바라보던 박대한이 말을 이어갔다.“그래. 너한테 볼일이 있어서 만나자고 한 건 맞아. 그래도... 좀 더 프라이빗하게 얘기하고 싶은데...”박대한의 말에 숨은 뜻을 눈치챈 우연준이 소은정
박대한의 말에 소은정이 눈썹을 치켜세웠다.나랑 박수혁이 사귀기라도 할까 봐 걱정되나 보네.“그런데 내 손주 성격은 내가 아주 잘 알지. 수혁이는 아마 쉽게 널 포기하지 않을 거야. 아니, 그 아이가 지금까지 원한 것들 중 가지지 못한 건 너뿐이니 아마 더 집요하게 덤벼들겠지. 그러니까 수혁이의 집착을 끊어내려면 다른 방법이 필요할 거야...”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박대한의 두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다른 방법이요?”“다른 남자와 사귀어서 지독한 패배감을 맛보게 만들든가... 박수혁이 가진 권력을 빼앗아 더 이상 네 삶을 방해할 수 없도록 만드는 거지.”지금까지 은은한 미소만 짓고 있던 소은정이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흥미를 보이는 소은정의 모습에 박대한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우혁이 알지? 너희 두 사람은 묘한 사이로 엮이기도 했었지. 만약 너희 두 사람이 사귀는 척을 한다면 수혁이가 아주 큰 패배감을 느끼게 될 것 같은데...”박대한의 말에 멈칫하던 소은정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회장님, 박수혁 대표... 정말 친손주인 건 맞죠?”물보다 진한 게 피라는데 어떻게 자기 혈육에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나 싶었다. 지금까지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소은정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경지였다.소은정의 질문에 박대한의 표정이 묘하게 굳었다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물론 내 친손주 맞지. 나도 두 사람을 위해서 이렇게 하는 거야. 수혁이가 널 완전히 포기해야 너도 수혁이도 새 사람을 만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지 않겠어?”“역시 회장님께서 생각이 깊으시네요.”찻물을 한 모금 마신 박대한이 물었다.“그럼 내가 말한 대로 할 테냐?”“아니요.”소은정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아무렇지 않다는 듯 박대한의 제안을 거절하는 모습에 박대한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왜? 설마 너도 수혁이한테 미련이 남은 게냐?”“그건 아니에요. 사실... SC그룹을 이어받게 된 뒤로 매일 눈 코 뜰 새없이 바쁘게 보내고
고민을 끝낸 소은정이 자리에서 일어섰다.“회장님께서 하신 제안은 아버지와 오빠들과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네요.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그럼 전 이만...”사실 소은정은 태한그룹의 추잡한 권력 다툼에 끼어들고 싶은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었다.말을 마친 소은정이 일어서자 우연준이 바로 목발을 건네고 그녀를 부축했다.“거기 서!”식탁을 쾅 내리친 박대한이 분노로 활활 타오르는 눈동자로 소은정을 노려보았다.“내 제안에 답하지 않으면 오늘 여기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을 거다? 이 자리를 벗어나면 구렁이 담 넘 듯 없는 일이 되어버리겠지!.”박대한의 말에 방의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고개를 돌린 소은정의 얼굴에서는 더 이상 형식적인 미소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지금 절 협박하시는 겁니까? 회장님, 전 바보가 아닙니다. 저한테도 들킬 정도로 허접한 수작이 박수혁 대표한테 먹힐 거라고 생각하세요?”그녀의 말에 자극을 받은 박대한은 벌개진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이런 예의없는 것! 감히 나한테 그딴 식으로 말해?”그 반응에 흠칫하던 소은정이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제 태도에 불만을 느끼신다면 제 아버님한테 직접 말씀하세요. 아버지가 직접 절 혼내실 테니까요. 여기서 더 이상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말을 마친 소은정이 룸을 나서려던 그때, 문 앞에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두 명이 나타났다.소은정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의아함이 스치다가 곧 평온함을 되찾았다.반면 우연준은 눈앞의 광경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아니, 이런 레스토랑에 조폭까지 끌어들인다고?우연준을 잡은 소은정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우연준에게 신호를 보냈다.소은정과 함께 한 시간이 꽤 되다 보니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두 사람이었다.다시 여유롭게 자리에 앉은 박대한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내가 말했을 텐데. 넌 다 좋은데 그 성질머리가 더럽다고. 그 성격이 화를 불러오게 될 거야.”겨우 이 정도 인력으로 날 협박하시겠다? 웃기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할 때는 뭔가 준비를 했을 거라 예상을 했어야 했는데 내 실책이야...다리가 멀쩡했다면 10명이 더 있었다 해도 충분히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박대한도 그녀가 거동이 불편한 걸 알고 경호원 2명만 부른 거겠지.만약 박대한 말대로 우연준을 내보냈다면 저 장정들이 우연준을 제압했을 테지.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박대한을 향해 다가갔다.상황이 불리하다는 걸 의식하고 말투도 부드럽게 변했다.“회장님,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을까요? 제가 잘못한 게 있으면 그냥 말씀하세요. 제가 고칠게요...”온순해 진 소은정의 목소리에 박대한의 미소는 점점 더 환해졌다.흥, 겁이 나긴 한가 보지.박대한은 경계심을 푼 채 말을 이어갔다.“알면 됐다. 수혁이는 널 좋아하니 너한테 독하게 굴지 못했겠지. 그래서 우리 집안을 우습게 봤나 본데... 네가 소찬식 회장 딸만 아니었다면 진작...”이때 갑자기 다가오는 소은정의 모습에 박대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소은정이 들고 있던 목발로 박대한의 얼굴을 내리치려 했기 때문이다... 결국 목발은 박대한의 코앞에서 움직임을 멈추었지만 그에게 겁을 주기에는 충분했는지 흔들리는 눈동자로 소은정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순식간에 박대한의 뒤로 넘어간 소은정은 목발로 박대한의 목을 고정시켰다.우연준도 그녀의 뒤를 따라 박대한의 두 손을 제압했다. 꿈쩍도 할 수 없게 된 박대한이 분노 어린 눈빛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소은정은 목을 겨누고 있는 목발에 힘을 더 주며 차가운 목소리로 따지기 시작했다.“진작 뭐요? 그 콩가루 집안 저는 관심도 없습니다. 박수혁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것도 제가 어려서 뭘 잘 몰라서 뭐에 홀려서 사랑에 빠진 것뿐이죠.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된 것처럼 생각하시나봐요?”박대한의 나이만 아니었다면 이것보다 훨씬 더 세게 나갔을 것이다. 어쩌면 목발로 흠씬 때려줬을지도.“너... 너 다리를 다쳤다더니.”박대한의 떨리는 목소리에 소은정이 미소를 지었다.“다리를 다치긴 했지
문 앞에 서 있는 경호원은 제압당한 박대한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눈치였다.“뭘 멍하니 보고 있어! 어서 움직여! 여기서 못 나가게 하라고!”“움직이기만 해봐!”소은정의 차가운 목소리에 박대한이 차갑게 웃었다.“여기서 싸우려고? 그 몸으로?”비록 다리가 불편하긴 했지만 의도치 않게 목발이라는 무기가 늘었으니 충분히 해볼만한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소은정이 차가운 눈빛으로 박대한을 노려보았다.“네, 바라시는대로 해드리죠!”말을 마친 소은정이 목발로 의자를 밀어버리고 굉음과 함께 의자와 박대한이 바닥에 넘어졌다.평생 느껴보지 못한 수모에 바닥에 누운 박대한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두 경호원이 룸 안으로 쳐들어오려던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악마처럼 무시무시한 얼굴을 한 박수혁이 모습을 드러냈다.그 뒤를 따라 들어오던 오한진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충격을 받아 입을 떡 벌렸다.호랑이 같은 회장님이... 이렇게 넘어지시다니!한편, 목발을 짚고 서 있는 소은정은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귀밑머리를 목 뒤로 넘겼다.두 경호원은 박수혁을 발견하고 귀신이라도 본 듯 옆으로 바로 물러났다.거동이 불편한 소은정이 박대한에게 당하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펼쳐진 광경을 보아하니 괜한 걱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룸 안으로 들어온 박수혁은 고개를 돌려 소은정의 모습을 훑어보더니 묘한 미소를 지었다.“생각보다 빨리 나았네?”“그쪽 집안 사람들이 걱정해 준 덕분에 빨리 나았지 뭐.”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에 바닥에 누워있던 박대한이 소리를 질렀다.“박수혁! 이 할아비는 안 보이는 게냐!”그 목소리에 박수혁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할아버지, 몸도 안 좋으신데 왜 외출을 하셨어요? 집사가 제 노릇을 못했나 보네요. 다른 사람으로 바꿔야겠어요.”“네가 감히!”분노로 부들거리는 박대한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제가 정말 못할 거라 생각하세요? 할아버지?어쨌든 소은
박수혁의 말에 소은정이 눈썹을 치켜세웠다.“나랑 우혁이를 정략 결혼 시키고 당신을 대표직에서 끌어내릴 거라고 하시던데. 정말 마음에 담아두지 않아도 되는 거 맞아?”박우혁과의 정략 결혼?마음에 들지 않는 단어였지만 박수혁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그럼 실망이 크시겠네. 우혁이 요즘 연애 중이거든.”박수혁의 말에 소은정이 흥미로운 듯 두 눈을 반짝였다.“누구랑?”“서진이 전 와이프.”두둥!박수혁의 대답에 소은정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쿨하다, 쿨해... 아주 할리우드가 따로 없네.두 사람 다 솔로니 정말 서로 사랑한다면 막을 수 있는 명분은 없지만 추하나는 이미 사랑에 상처를 한번 받은 여자다. 괜히 바람둥이 박우혁에게 빠져 다시 상처를 받을까 봐 걱정이 앞섰다.두 번째 상처는 첫 번째 상처보다 훨씬 더 아프고 깊을 테니까...“안 갈 거야?”귓가에 박수혁의 목소리가 울리고 소은정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가야지. 아, 회장님한테 전해 드려. 다음에 또 이런 식으로 나오시면 그때는 노인공경이고 뭐고 없다고 말이야.”“그래. 앞으로는 더 강하게 밀어붙여도 돼.”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박수혁이 한 마디 덧붙였다.“난 항상 네 편이니까.”말을 마친 박수혁이 허리를 숙이더니 소은정을 번쩍 들어안았다.“박수혁, 당신 미쳤어?”소은정의 비명에도 박수혁의 입가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실렸다.“그래. 실컷 욕해. 네가 하는 말이라면 욕이라도 좋으니까.”뻔뻔한 자식!박수혁은 소은정을 안은 채 엘리베이터에 타고 우연준도 잔뜩 긴장한 채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다른 사람도 아니고 박수혁 대표라 나서지도 못하고 물러서지도 못하고 난처할 따름이었다.소은정을 자동차 좌석에 앉힌 뒤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던 박수혁이 미소를 지었다.“아, 선물이야.”박수혁의 주머니에서 꺼낸 건 아주 정교한 상자, 그 안에는 핑크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들어있었다.소은정이 당황하던 순간, 거절할 새도 없이 박수혁은 목걸이를 소은정의 목에 걸어주었다.희고
고개를 살짝 돌린 박수혁이 물었다.“우혁이 쪽도 다 끝났어?”“네. 아주 협조적으로 나오시더군요. 스캔들만 일단 막아달라고 부탁하시던데요.”박우혁이 이토록 연예계 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할 줄은 몰랐던 이한석이 대답했다. 이번 스캔들이 터진다면 연예계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이미지에 큰 영향이 갈 게 분명했으니 어떻게든 막고 싶은 거겠지.이한석의 대답에 박수혁이 차갑게 대답했다.“좋아. 하지만 또다시 쓸데없는 짓 하면 내가 책임지고 추하나, 강서진 다시 재혼하게 만들 거니까 알아서 조심하라고 전해.”“네...”역시 대표님, 가차없으시네.피곤한 듯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는 박수혁을 향해 오한진이 다가갔다.“대표님, 이번 선물은 마음에 들어 하시던가요?”“많이 주다 보면 언젠가는 마음에 드는 선물 하나 쯤은 줄 수 있겠지.”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아마 박수혁의 어마무시한 재력 덕분이겠지.박수혁의 대답에 오한진은 놀라우면서도 부러웠고 존경스러웠다.웬만한 여자라면 진작 넘어왔을 텐데. 참...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한석이 뭔가 떠올린 듯 바로 입을 열었다.“대표님, 그게... 방금 전 소 대표님께서 계좌로 입금을 해주셨습니다.”순간, 사무실에 정적이 감돌았다. 좋은 분위기에 자신이 찬물을 끼얹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수십 억이 되는 돈을 모르는 척 횡령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오한진은 쓸데없이 솔직한 이한석을 흘겨 보더니 박수혁을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분명 마음에 너무 드신 걸 거예요. 그래서 답례로 돈이라도 보내신 게 아닌지...”하지만 말을 마친 순간 오한진은 혀라도 깨물고 싶은 생각이었다.이런 멍청한 자식아. 생각해낸 핑계가 겨우 그거라니!답례는 무슨. 분명 박수혁이 준 선물이라 일부러 돈까지 보낸 거겠지.박수혁과 조금도 엮이고 싶지 않다는 소은정의 단호함이 엿보이는 행동이었다.차가운 눈동자로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박수혁이 입을 열었다.“희의 시작하자.”소은정의 본가.집에 도착한 소은정은 기사에게 우연준
김하늘의 말에 소은해가 미간을 찌푸렸다.“에이, 설마. 박수혁 대표가 바보도 아니고 정말 손 놓고 가만히 있을 리가.”태한그룹의 언급에 또 씩씩대던 소찬식이 물었다.“지금 그쪽 상황도 말이 아닐 텐데... 손 좀 써봐?”은근히 소심한 아빠의 모습에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아마 별일 없을 거예요. 박수혁도 박 회장이 무슨 짓을 꾸미는지 어디서 뭘 하는지 다 알고 있던데요 뭘. 따로 노리는 게 있겠죠.”지금까지 침묵하던 소은호가 문득 입을 열었다.“그래도... 우리가 작업하면 뭔가 달라질지도 모르지.”소은호의 말에 소찬식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내 마음 알아주는 건 우리 아들뿐이네.“어제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박수혁이 이겼으면 좋겠어.”어디까지나 그녀를 건드린 건 박대한, 박수혁이 대표 직을 지켜낸다면 그것이야말로 박대한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왠지 미심쩍은 듯한 가족들의 눈빛에 소은정이 말을 이어갔다.“박 회장이 원하는 건 태한그룹에 새로운 꼭두각시를 세우는 거예요. 그 노인네 마음대로 되게 둘 순 없죠.”그제야 소찬식과 소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난 또 아직도 박수혁 그 자식한테 미련이라도 남은 줄 알았네.한편, 열심히 스테이크를 씹던 소은해가 한마디 던졌다.“이 스테이크 너무 오버 쿠킹된 것 같은데?”소은해의 말에 소은정이 흠칫했다.“그거 하늘이가 구운 건데...”“미안해요, 오빠...”김하늘의 멋쩍은 미소에 소은해가 허둥지둥 손을 저었다.“아니야. 난 웰던이 좋더라고. 치아가 좋아서 말이야.”바로 태도가 바뀌는 소은해의 모습에 가족들은 동시에 눈을 흘겼다.식사를 마친 소은정과 김하늘은 운동을 한답시고 거실을 거닐었고 소은해는 강아지처럼 그 뒤를 따르며 과일을 건네고 디저트를 건네며 온갖 서비스를 제공했다.자신을 향한 호의라는 걸 알고 있기에 김하늘은 얼굴을 붉혔다.어느새 10시가 넘고 이제 방으로 올라가겠다는 소은정의 말에 소은해도 바로 소파에서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