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소은호는 다른 사람들 보다 더 일찍 출근 한다. 그는 이틀 전에 회사에 가서 할 일을 안배했다. 소은정은 김하늘과 함께 윤지섭을 찾아 해외로 간다는 핑계로 같이 출근하자는 요청을 거절했다. 두 사람과 소은해까지 더해 이틀간 여기저기 놀러 다녔고 김하늘을 따라 밀라노로 갔다. 한 해의 마지막날부터 아무 이유 없이 사라져 전화도 받지 않는 윤지섭을 김하늘은 줄곧 그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윤지섭도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그제야 김하늘은 윤지섭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녀와 소은정이 밀라노로 사람을 찾으러 가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소은해는 흥분해서 꼭 같이 가야 한다며 막을 수가 없었다!소은정은 한눈에 소은해의 목적을 알 수 있었지만, 다행히 김하늘은 그와 말다툼 할 기분이 아니기에 셋이 비행기를 타고 갔다. 비행기에서 내렸다. 김하늘의 안색은 점점 안 좋아졌다. 그녀는 윤지섭이 묵고 있는 호텔까지 알았으며 윤지섭의 주변 친구에게 언제든 연락까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알아챌까봐 섣불리 못 움직였다. 호텔 앞에 이르자 소은해는 알 수 없는 흥분을 감추지 못해 말했다. ‘내가 가서 그가 어느 방에 있는지 물어볼까?’소은정은 김하늘을 보며 말했다. ‘아니면 어디 있는지 전화부터 해 볼까?’김하늘의 안색이 한순간 혼란스러웠다. ‘아뇨, 제가 이 호텔에서 1년짜리 스위트룸을 끊어줬는데 다른 곳에 있을 리 없어요. ‘윤지섭의 소비수준을 봤을 때 더 비싼 호텔에서는 묵을 수 없었다. 말하며 자신의 회원카드를 보여주더니 바로 사람을 데리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소은정과 소은해는 눈을 마주쳤고 사실 소은정은 조금 흥분해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일이 그리 간단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은근히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번 싸움은 마치 간통을 잡으러 온 것 같았다!위층 룸에 도착하니 김하늘의 안색은 이미 회복이 되었고 그녀는 바로 초인종을 눌렀다. 연속으로 열 몇번을 누르니 안에 있는 사
그 여자는 한눈에 봐도 방금 깨어났으며 입구에 있는 분과 비슷했다. 미심쩍은 동작과 함께 그의 어깨에 기댔다. ‘지섭아 누구야?’윤지섭은 놀라며 몸을 부르르 떨고 그 여자를 바로 밀어냈다. ‘왜 그래?’윤지섭의 안색이 변했다. ‘당장 들어가…..’그는 입술을 오므리며 막 문 쪽으로 가려는데 줄곧 침묵하던 김하늘이 입을 열었다:‘옷입고 호텔로비로 나와 거기서 기다릴게. ‘목소리를 듣고는 무슨 기분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소은정은 아무리 어떤 여자라도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면 기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말이 끝난 뒤 김하늘은 뒤돌아 갔다. 소은정이 따라가고 뒤를 돌아보니 소은해는 아직 거기에 서서 차가운 눈으로 윤지섭을 보고 있었다. 김하늘은 호텔 사무실을 빌려 문서를 인쇄했다. 10분이 안걸렸다. 그들은 아래층에서 윤지섭을 기다렸다. 그때 이미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은 그는 여전히 의젓한 모습이었다. 단지 보아하니 안색이 창백해 보이고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무리하게 몸을 썼는지 안색이 피곤해 보였는데 한마디로 잠자리가 과도했던 것이다. 그는 한번 보고는 말했다. ‘하늘이는?’소은정: ’곧 올거야. 앉아. ‘이렇게 된 이상 다들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기에 그들은 자연스레 호통치고 욕설을 하는 떳떳하지 못한 일은 할 수 없었다. 비록 소은정은 하고 싶어 했지만 말이다. 윤지섭이 막 앉았을 때 김하늘은 서류를 들고 왔다. 윤지섭은 바로 일어났고 긴장되고 조마조마해 보였다. 다들 입을 열기 전에 윤지섭은 바로 설명을 시작했다:‘사실 그 둘은 그저 나를 통해 KEY쇼의 고위층을 알고 싶어서 다른 사람을 통해 소개받은 친구야. 어제 한 모임에서 나한테 준 술에 약을 탄 거고…..’소은정은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허허……상대를 백치병환자로 만드는 건가?김하늘은 손을 들고 그의 설명을 끊었다. 안색은 물처럼 차분했고 애초에 다른 감정은 없었다. 그녀는 손에 인쇄한 서류를 들고 윤지섭의 면전에 놓고 말했다. ‘
김하늘은 냉담한 어투로 웃으며 그에게 일깨웠다 : ‘애초에 내가 너를 밀어준 것도 신인을 밀어준 건데 나의 추천이 없었다면 넌 진짜 자신이 그런 런웨이에 오를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 거니?’그녀는 언제 업계 내의 암묵적인 규칙이 있는지 그에게 적나라하게 알려주었다. 너를 하늘로 올려줄 수 있다면 동시에 너를 진흙으로 내리 꽂을 수도 있는 거야!‘능력도 중요하지만 너와 같은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아직도 울타리 안에서 구르고 있고 너만 빠져나왔지.윤지섭, 너는 첫번째로 우리 회사와 계약한 신인이야. 난 너를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했고 나는 해냈어. ‘김하늘은 웃을지언정 말투는 차갑게 변했다:‘하지만 오늘부터 너가 알아서 해봐…..’이제 와서 그녀는 헤어지자는 단어 조차 꺼내기 싫기에 그를 포기했다. 그녀는 웃으며 일어나 소은정을 보며 말했다. ‘가자. 너가 여기까지 와서 헛걸음 하게 할 순 없지. 쇼핑몰에 가서 구경도 하고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내가 살게!’소은정은 웃으며 일어났다. 역시 김하늘은 김하늘이다. 항상 깔끔하게 일을 처리했다. 이런 냉정하고 엄한 결단이 없었다면 그녀는 어떻게 지금까지 올라올 수 있었을까?그녀도 윤지섭보다 이익이 더 중요하단 것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지금은 그저 창호지를 찢고 추악한 일을 까발려 제때 손실을 막은 것 뿐이다 김하늘이 가자 윤지섭은 따라가고 싶었지만 소은해에 의해 저지 당하였다. 소은해는 경고하였다:‘방금 내가 사진 몇장을 남겼는데 너가 다시 그녀에게 접근하면 나는 전세계가 너의 색정적인 뉴스를 보게 할거야!’윤지섭의 안색은 매섭게 변했다.소은해는 차갑게 웃으며 손을 떼고 바로 돌아서서 떠났다.윤지섭은 겁이 나서 더 이상 쫒아가지 못하였다.소은정과 김하늘은 쇼핑몰을 돌아다니고 소은해는 기뻐하며 뒤에서 가방을 들어주었다.그녀가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고 소은정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물었다. ‘하늘아 난 이해가 안돼. 윤지섭이 너한테 기대서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감히 이럴 수가 있어…..
뒤에 있던 소은해는 아이스크림 두 컵을 들고 와서 ‘자, 조금 쉬자…..’라며 재촉했다.소은정은 아이스크림을 받아 앉았고 김하늘은 눈앞에 있는 신상 원피스를 매치해보며 만족해 보였다.소은해: ‘와. 정말 예쁘다, 스타일도 색깔도 좋은데 가서 입어봐……’김하늘은 끄덕였다.소은정은 그를 보며 말했다. ‘방금 들었어?’소은해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소은정은 웃으며 말했다. ‘널 보니 아무 것도 궁금하지 않은 것 같은데 왜 내가 보기에는 여기에 네 일이 있는 것 같냐?’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은해는 그녀의 입을 막으며 경고하듯 그녀를 바라보았다.‘내 좋은 일을 망칠 거면 블랙카드 돌려줘!’소은정이 더 크게 웃었다. 역시 맞췄다.소은해는 무관심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틀림없이 오늘의 간통현장을 잡는 것을 부추겼을 것이다! ‘나는 긴 줄을 놓고 대어를 낚는 거야. 알겠어?’소은정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알아 다 알아, 막내 오빠. 알고 보니 배후의 빅보스는 오빠였구나. 하늘이를 위해 정말 고심했네!’소은해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너를 믿겠냐? 내 재산을 탕진해도 소용 없는데 너가 아직도 말할 낯이 있어?’그는 조용히 지켜볼 수가 없었다!만약 김하늘이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면 그는 발악하고 싶어도 늦었을 것이다!김하늘이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소은해는 제일 먼저 가서 칭찬했다 :‘잘 어울린다, 정말 잘 어울려, 예뻐 죽겠네, 성이 뭐였는지 까먹을 정도로 예쁘다……’옆에 서있던 직원: ‘…..’그리고는 모두 양손 가득 들고 돌아갔다. 그들은 비행기를 타도 귀국했다. 같은 비행기에는 인플루언서 한 명도 있었다.소은해는 죽을힘을 다해 기회를 잡아 김하늘과 함께 앉았다.소은정의 옆에 바로 그 인플루언서가 앉았다. 다만 모두가 서로 알지 못하기에 어색했다. 이 남자 연예인은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고 얼굴에는 분칠을 두껍게 했으며 커다란 피어싱을 하고 있었다. 소은정은 옆에 앉아 잡지를 보고 있었고 옆자리에 사람이 앉았지만 그
김하늘은 웃으며 말했다. ‘오디션으로 데뷔를 한 신인은 팬이 적지 않지만 모두 초등학생들이야. 그는 계속 너를 훔쳐보고 있는 것 같아.’소은정은 마지못해 입술을 오므리며 머리를 쓸어넘기고 말했다. ‘나는 초등학생의 우상에 관심 없어. 나는 노인들의 예술가가 좋아.’소은해가 뒤에서 쫒아와서 말했다. ‘너희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나도 알고 싶어…..’소은정과 소은해는 입을 다물고 걸었다.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남자 연예인은 그들의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문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누군가 알아볼까 봐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썼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분부했다. ‘보디가드는 준비 다 됐어? 절대 다른 사람이 나에게 닿게 하지 마. 나 결벽증 있어!’소은정과 김하늘은 눈을 마주치곤 웃으며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렸다.그들은 이 남자가 완전히 부질 없는 짓을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의 팬들은 모두 초등학생이기에 초등학생들이 학교를 안 가고 공항으로 마중 나올 일이 없지 않은가?남자연예인은 준비를 마치고 앞에 사람이 문을 열자 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검은색 야구모자를 쓰고 고개를 숙인 채 황급히 걸어 나갔다.남들이 알아볼까 봐 겁나면서도 못 알아볼까 두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생각치도 못했다. 남자 연예인이 고용한 보디가드가 적지 않았다. 그를 동그랗게 둘러싸더니 정말 한 마리의 모기 조차 날아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공항에 마중 나온 팬은 한명도 없었다!심지어 플랜카드를 든 사람도 없었다!너무 어색한 순간이다. 소은정은 은근히 혀를 내둘렀다. 봐라, 초등학생도 학업을 더 중요시 하지 않은가!남자 연예인도 쓸쓸해 했지만 뒤따라온 취재진들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의 앞, 뒤, 옆면을 360도로 찍고 난 후에 철수를 했다. 남자 연예인은 참지 못하고 마스크를 벗었다.‘팬들은?’기자들도 보아하니 대형 신문사의 기자도 아니었다. 기자는 웃으며 말했다. ‘바깥시세를 잘 모르시네요. 팬 한 명에 70원, 10명에 500원이에요. 당신
하지만 두 사람은 너무 화제가 되었기에 부셔서 몇몇 기자들이 소식을 듣고 온지 불과 몇 분만에 텅 빈 공항을 꽉 메웠다.소은정은 자신에게 이런 순간이 올 줄 몰랐으며 소은해는 김하늘을 성가시지 않게 하고 보호하기 위해 참고 뒤를 돌아보지 않았고 그녀가 기회를 엿보다 빠져나가게 했다.그래서 소은정은 아무 걱정 없이 정중앙에 섰다.허허……꿈만 같네!‘소대표님, 박대표님과의 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정말 조금의 기회도 그에게 주지 않을 건가요?‘박대표님은 너무 비참하십니다. 다들 그를 위해 마음 아파 하는데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두번의 대응이 노이즈 마케팅인가요. SC그룹의 신제품 판매량이 어떻습니까?’‘소배우님이 본인 가문의 회사를 위해 홍보를 해주나요?’ ......무수한 기자들과 질문이 그들을 샐틈없이 애워쌌다.소은정은 도저히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고 마음속으로 유독 화가 났다.전부 소은해 때문이야!그녀는 뒤로 한발짝 물러나 그의 발을 세게 밟았다. 그것은 일부러 한 것이다!소은해는 얼굴색 하나 안 바뀌고 웃고 있었고 스스로 잘못된 것을 깨닫고 소은정을 대신해 설명하였다:‘노이즈 마케팅인지는 박대표에게 가서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매번 그가 부추겼습니다!’‘우리 소은정의 감정은 그냥 내버려 두고 모두 어차피 내부 사람이 아니니 너무 관심 갖지 말아주세요. 차라리 다들 저에게 관심을 주실래요?’역시 영화 황제답게 아무리 까다로운 질문이라도 어색하지 않게 화제를 이끌었다.모두들 ‘소배우님은 몇 년간 싱글이셨는데 언제 좋은 소식을 나눌 수 있나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소은해는 일부러 망설이며 생각했다: ‘곧 입이다! 곧!’모두들:’매번 이렇게 말씀하셨어요!’이 때 소은정의 얼굴에 웃음이 딱딱해 지더니 갑자기 그 무명의 남자 연예인이 생각났다!그가 얼마나 부러운가!‘소대표님 새해가 왔는데 회사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가요?’이 질문은 소은해가 그녀를 대신 대답하기 어려웠다.소은정은 미소를
태한 그룹.박수혁은 소은정이 공항에 온 것이 실검에 오른 것을 보고 입술을 오므리며 열심히 감상했다.아름다워, 아주 아름다워.모든 각도에서 이렇게나 완벽하다니 사각지대가 없어!오한진은 그의 사무실에서 물고기의 물을 갈아주며 아이디어를 냈다:‘박대표님 이 소식에 좋아요를 누르는 건 어떤가요?’‘좋아요만 누르면 돼? 내가 사진 첨가해서 리트윗 하면 안되나?’박수혁은 침울한 어조로 그에게 물었다.자본이 없는 지출이 어떻게 박수혁의 몸값을 반영할 수 있겠는가?그는 돈을 부어서라도 이 실검을 매일 맨 위에 올려놓고 싶지만 소은정이 칼을 들고 찌르러 올까봐 두려웠다!오한진은 웃으며 말했다:’너무 성대해요. 이러면 시각적 피로를 유발하고 자극성이 목표치까지 도달 못할 수도 있어요.가볍게 좋아요를 누르는 건 대표님이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부주의한 주목은 파란만장한 관심을 유발하지 못하기에 이렇게 하면 더 신비로울 겁니다. 나중에 물어볼 때 대표님이 실수로 눌렀다고 하시면 은정 아가씨도 크게 반응 못할 겁니다!’박수혁은 눈썹을 찡그리며 침착한 얼굴로 끄덕였다. 그의 스타일에는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어쨌든 그는 이미 여러번 실패했으니 오한진에 기대서 만회할 수 밖에 없었다.하지만 박수혁이 좋아요를 누를 때 하필 그 많은 비슷한 사진 중 소은해를 자르고 소은정 혼자만 있는 사진을 골랐다.이렇게 해야 만족이 됐다!그래서 그가 좋아요를 누른 후 빠르게 사람들에게 이 꾀가 발견되었다.그저 노를 젓고 싶었던 네티즌 박수혁은 갑자기 실검 톱에 올랐다!‘하하하 박대표님 당신은 전처남도 용납 못하시나요?’‘박대표님 설마 소배우님도 어울릴 자격이 없나요?’‘그 사람들은 남매야 남매!’‘소배우님을 빼버린 박대표님은 대체 뭐야? 소배우님은 데뷔 때부터 이런 무시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소은해: 나 안어울려? 그럼 나 갈까?’ ......오한진은 핸드폰에 실검을 보고 눈 앞에 있는 어항안의 쇠약한 물고기를 쳐다보다가 문득 자신이
촬영이 시작되자 모두 알아서 입을 다물고 소리를 내지 않았다. 회의실의 분위기는 원래 엄숙한데다 박수혁의 분위기가 더해져 인터뷰 진행자 마저도 부담스러워했다.오한진이 나가려 했을 때 박수혁이 양손을 들어 책상 위에 놓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거기 앉아 온몸에 한기를 내뿜고 있는 가운데 피로감이 있어 보였으며 호흡이 무겁고 차가웠다. 하지만 박수혁의 책상위에 놓인 손은 겹쳐져 있었고 왼손 약지에 하나의 반지가 있는 것을 다들 분명히 보았다. The single——싱글귀족!이 순간 오한진은 온몸이 굳어졌다그가 망설이는 순간 갑자기 박수혁의 어둡고 차가운 시선과 마주치고 온몸을 떨며 더 이상 남아있지 못하고 의기소침해져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가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 왼손의 약지는 이미 혼인한 것을 뜻한다. 하지만 싱글 귀족은 SC그룹이 싱글인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한 싱글 반지인데 박수혁은 약지에 끼다니?소은정에 대한 그의 마음은 도대체……정말 애정이 깊다!하지만 곧 그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매체가 인터뷰 영상 공개를 하면 모두가 박수혁 손에 있는 반지를 보게 될 것이다. 이것은 정말 광고비로 얼마를 줘도 살 수 없는 효과이다!SC그룹소은정은 밀라노에서 돌아온 후 회사에서 팽이처럼 바쁘게 움직였다. 그녀는 정말 소은호가 기계마냥 계속 피곤함을 모르고 움직이는 것에 감탄했다. 회의를 마치고 나오자 소은정은 잠시 눈을 붙이러 갔다가 우연준은 문서를 한가득 들고 왔다. 그녀는 휴식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일인지 깨달았다. ‘소대표님 HR에서 새로운 채용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이번에는 세명의 국외에서 유학한 졸업생을 채용했습니다. 이건 이력서 입니다. ‘소은정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는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는 걸 좋아했다. 깨끗한 한장의 백지가 시간이 갈 수록 천천히 견고하게 강해져가는 것이다. 지금의 남종석처럼 말이다. 그는 이미 혼자서도 한몫을 할 수 있었다. 거성그룹의 일이 끝나면 재무부의 자리는 의심의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