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집에 가자. 어서 준비해.”병실문을 벌컥 연 소은정의 모습에 잠깐 멍하니 서 있던 데이지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기사님은 밖에서 대기하고 계시니까 일단 차에서 기다리세요.”박수혁도 병실 의자에서 일어섰다.“몸은 좀 어때?”“괜찮아.”방금 전보다 한껏 수그러든 소은정의 목소리에 박수혁은 그제야 안도한 듯 소은정의 눈을 마주하기 시작했다.이대로 소은정과의 사이가 틀어지는 건 두렵지 않았다. 어차피 두 사람의 사이는 더 나빠질 게 없을 정도로 최악이었으니까. 하지만 수영장 사건에 이어 또다시 소은정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준다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그리고 다행스러운 건 소은정은 웬만한 나쁜 기억쯤은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사람이었다. 그에게 화를 내든 욕을 하든 상관없었다. 그렇게 해서 소은정의 마음이 편해진다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욕은 먹을 수 있었다. 소은정을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말하려던 그때, 이한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급박한 이한석의 목소리에 상황의 심각성을 눈치 챈 박수혁은 결국 소은정에게 인사를 한 뒤 병원을 나섰다.하루종일 자서일까? 가는 내내 소은정은 말똥말똥한 정신으로 그녀에게 괜찮냐고 묻는 수백통의 문자에 일일이 답장을 해 주었다.그중 박우혁이 보낸 문자는 무려 99통!소은정은 고개를 젓더니 확인도 하지 않고 대화창 전체를 지워버렸다.몸이 아파서일까, 감수성이 폭발하며 평소와 똑같은 야경도 더 아름답게 보였다. 소은정은 대충 찍은 야경 사진 한장을 SNS에 업로드했다. 초점도 제대로 맞추지 않았지만 흐릿하게 찍힌 사진이 오히려 사진의 신비감을 더해주었다.“유난히 아름다운 밤,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세요”사진이 업로드되자마자 아래로 무섭게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박우혁: 내 문자에 답장은 안 하고 SNS나 한다 이거지?원한빈: 누나, 사진 진짜 못 찍으시네요...유준열: 은정 대표님, 얼른 건강한 모습으로 봬요!성강희: 너 어디야? 내가 데리러 갈게.......눈에 잡히
소은정이 업로드한 SNS 덕분에 그녀가 박수혁 때문에 하차했다는 말도, 다시 프로그램에 출연해 달라는 팬들의 요청들도 수그러 들기 시작했다.애초에 소은정이 연예인도 아니니 비난할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게다가 대중의 관심이란 뜨거운 냄비처럼 빨리 달아올랐다 순식간에 식는 법, 사람들은 곧 다른 가십거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사실 SNS를 업로드하긴 했지만 소은정은 당장 회사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유유자적한 백수의 삶을 며칠이라도 더 즐기고 싶었다.하지만 다음 날, 소은정은 곧 자신의 행동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이른 아침, 소호랑이 커텐을 홱 걷어버리고 따스한 햇살이 소은정의 얼굴을 비추었다.소은정은 소호랑의 배를 쿡쿡 찌르며 잔뜩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아니야, 호랑아. 오늘 엄마 출근 안 해...”하지만 소호랑은 부드러운 볼로 소은정의 이마를 부비적거렸다.“안 돼요! 엄마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고요!”못 들은 척해도 계속 재잘대는 소호랑 덕분에 잠이 다 깬 소은정은 결국 미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랜만에 외출하는 날이니 옷에도 특별히 더 신경을 써야지.손가락 끝으로 옷장에 걸린 옷들을 쭉 훑던 소은정은 elie saab 시즌 최신 원피스를 골랐다. 은은한 베이지색이 청순한 소은정의 얼굴을 더 돋보이게 해주었다.초조한 눈빛으로 몇 번이나 시계를 확인하던 소은호는 여유롭게 집문을 나서는 소은정의 손목을 잡았다.“서둘러 움직여. 다들 회사에서 널 기다리고 있으니까.”“뭐? 회사?”소은정이 눈이 커다래졌다. 비록 어제 출근을 암시하는 듯한 SNS를 업로드하긴 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SNS용이었다고!의아한 그녀의 표정에 소은호가 설명을 덧붙였다.“오늘 주주총회야. 네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네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이 생겼거든. 가서 얼굴 좀 비추고 와.”잠시 후, SC그룹.꼭대기층에 위치한 회의실에 다들 진지한 표정으로 착석한 채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엄숙하고 진지한 자리에 이미 익숙해진
강상원의 편에 서는 이들, 반대하는 이들, 그리고 중립을 지키는 이들까지... 회의실 분위기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이었다.분위기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이한석이 어색하게 헛기침을 했고 그 소리에 다들 “의논”을 멈추고 소은호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강상원을 지긋이 바라보던 소은호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아들 하나 출세시키려고 이사님께서 수고가 많으시네요.”그 포스에 살짝 기가 죽긴 했지만 아들을 위해 강상원은 이를 악물었다. 이번 기회를 잡지 않으면 다음 번 구조조정 대상은 바로 그의 아들이 될 테니까.“제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치훈이는 영업부에 입사한 이래 실적도 뛰어났고 모든 면에서 부족한 게 없는 직원입니다. 이번 일 맡겨만 주신다면 무조건 해내리라 믿습니다.”“만약 실패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소은호가 웃는 듯 마는 듯 묘한 표정으로 물었다.순간 회의실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고 강상원도 눈의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실패한다면...”“사업은 애들 소꿉장난이 아닙니다. SC그룹 같은 대기업은 더더욱 그렇죠. 게다가 이번 프로젝트는 SC그룹이 현재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입니다. 실패한다면 막대한 자산은 물론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시간과 명예를 잃게 되겠죠. 그 책임은 누가 지죠? 영업부 강 팀장이요? 아니면 강 이사님이 지실 겁니까?”SC그룹이 실패한 프로젝트를 다른 그룹이 성공한다면 SC그룹의 명예와 지위가 흔들리는 건 물론 AI분야에서 큰 주도건을 잃게 될 것이다.그 책임을 누가 질 수 있을까?담담하지만 천근처럼 무거운 소은호의 말에 강상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SC그룹을 위해 청춘을 바친 공을 생각해서라도 허락해 줄 거라 생각했 건만...기회를 주는 대신 리스크까지 감당하다니...모두의 시선이 강상원에게 쏠리고 그는 일생일대의 고민에 잠겼다.한 번 더 몰아붙여야 하나? 아니면 이대로 물러서야 하나?1분이 지나고... 소은정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시간을 확인했다.뭐야... 회의 끝나면 쇼핑이나 가
강상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좋습니다. 약속 꼭 지키시길 바랍니다.”주름진 강상원의 눈동자가 욕망으로 번뜩였다.회의가 끝나고 소은정과 소은호만 덩그러니 회의실에 남았다.“딱 봐도 도발하는 건데 그걸 덥썩 물면 어떡해!”소은호가 골치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아니, 그럼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가만히 있어? 그리고 애초에 날 끌어들인 건 오빠잖아.”“강치훈 팀장... 엘리트는 개뿔, 아버지 백으로 회사에 입사해서는 사고만 치는 꼴통이야. 그딴 자식한테 우리 그룹의 운명을 맡길 순 없으니까 너도 따라가라고 하려던 건데...”“그런데 오빠는 강치훈 팀장을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거야?”소은정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부하 직원과의 스캔들로 하마터면 미투까지 터질 뻔했어. 기사를 겨우 막긴 했지만 아주 점점 더 가관이더군. 근무태만에 공금 횡령까지... 게다가 직원들도 강상원 이사 눈치를 보느라 함부로 못하는 모양이야. 진작 잘라버렸어야 했는데.”“아, 쓰레기였어?”입술을 깨물고 잠깐 고민하던 소은정이 우연준에게 물었다.“전동하 회장의 자료 좀 볼 수 있을까요?”우연준이 건넨 자료를 펼친 소은정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었다.뭐야? 백지잖아!그녀가 오빠에게 따지려던 순간, 소은호가 어색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큼,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어. 이름도 가명인 것 같던데. 찾으려면 아마 애 좀 먹을 거야...”하아... 복귀 첫날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남매의 귀여운 투닥거림에 삼촌 미소를 짓던 우연준이 한발 다가섰다.“대표님, 도움 필요하신 것 있으시면 언제든지 분부하십시오.”“전동하 회장의 정보가 모두 허구라는 건 저쪽에서도 알고 있을 텐데 강상원 이사는 왜 그렇게 자신만만한 걸까요?”이사까지 올라올 정도면 결코 멍청한 인물은 아닐 테고 아들의 인성과 능력 정도야 아마 진작 눈치 채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가진 모든 걸 거는 이유가 뭘까? 아무런 근거없는 자신감은 아닐 거란 예감이 들었다.“바로 알아보도록 하겠
네온 불빛이 환하게 비추는 어두운 밤, 그린 클럽.소은정은 체크무늬 셔츠에 미니 스커트를 매치한 캐주얼한 차림으로 클럽에 나타났다. 짧은 기장의 치마가 소은정의 각선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룸에 도착하자마자 박우혁은 샴페인을 터트리더니 원한빈의 얼굴에 뿌려버렸고 원한빈도 지지 않겠다는 듯 바로 박우혁의 헤드락을 걸었다.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 그때, 소은정이 룸으로 들어오자 PD와 얘기를 나누던 유준열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대표님 오셨어요?”PD를 비롯한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유준열의 스태프들인지 낯선 얼굴도 간간히 보였다.주위에 사람들이 잔뜩 몰려든 소은정과 달리 구석에 혼자 앉아있는 반시연은 외로운 모습이었다.반시연은 의상이며 메이크업이며 헤어며, 지금 모습 그대로 레드카펫을 걸어도 될 만큼 화려하게 꾸민 모습이었지만 그녀 곁에 다가가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저번 촬영에서 만장일치로 번지 점프를 하게 된 반시연은 자신이 이 그룹에서 결코 환영받는 존재가 아님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번지점프 후에도 그녀의 컨디션을 걱정해 주는 사람 하나 없다니. 괜히 소은정에게 자격지심을 느껴 견제했던 게 후회가 될 정도였다.사실 쫑파티 따위에 참석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다음 시즌 계약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비추러 온 것이었다. 물 들어온 김에 노 젓는다고 신인 연기자상을 수상한 김에 웹 예능에 출연한다면 인기가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했던 애초의 기대와 달리 그녀가 보여준 모습 때문에 오히려 이미지만 깎아먹고 말았다.하지만 연예인에게 악플보다 더 나쁜 건 무플, 좋든 나쁘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데는 성공했으니 어떻게든 이 프로그램에 더 붙어있어야 했다. 그래야 이미지 세탁을 하든 뭘 하든 기회가 있을 테니까.반시연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소은정이 부러웠고 질투가 났다. 하, 뭐가 그렇게 잘났어? 돈 좀 있으면 다인가?원한빈이 전화를 받으러 나가고 옆자리가 빈 박우혁이 바로 소은정을 자신의 옆으로 안내
말을 하면 할 수록 화가 치미는지 원한빈의 표정은 점점 더 일그러졌다.허, 뭐야? 이 막장 전개는? 요즘은 아침 드라마 시나리오도 이렇게 안 쓴다고!소은정은 동정 어린 시선으로 원한빈을 바라보았다.“그런 거라면 도와줘야죠.”그냥 여자친구 역을 하는 것뿐이니 별문제야 있겠나 싶었다.“그런데... 나 정도로 정말 괜찮겠어요?”소은정의 질문에 원한빈이 그녀를 훑어보았다.“누나 돈 많잖아요.”하, 이 자식 봐라? 수많은 장점 중에서 돈을 꼽다니.원한빈은 소은정이 동의했다고 받아들였는지 바로 그녀의 손목을 끌고 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룸 안에서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음악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인혜야, 우리 중에서 네가 가장 먼저 갈 줄은 몰랐다. 태성 씨가 아주 너라면 껌벅 죽더구만. 어떻게 휘어잡은 거야? 비결 좀 말해 봐.”“너희들 몰랐어? 인혜 얘 임신했잖아. 시간 더 지체하면 웨딩드레스 못 입을까 봐 급하게 결혼식 올리는 거야.”“어머, 정말? 축하해. 겹경사네...”“야, 결혼하면 경제권부터 바로 잡아야 하는 거 알지?”......소은정은 괜히 옆에 있는 원한빈의 눈치를 보았다. 역시, 벌레라도 씹은 듯한 표정이었다.“꼭 가야겠어요?”“당연하죠!”말을 마친 원한빈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소은정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무뚝뚝하던 원한빈이 이렇게까지 나오는 걸 보니 복수가 정말 하고 싶었나 보다 싶었던 소은정이 바로 연기에 몰입했다.“어, 여기가 아닌가 봐, 자기야...”애교섞인 달콤한 그녀의 목소리에 바로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원한빈은 룸 안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더니 역시나 흠칫 놀란 척 연기를 시작했다.“그러네. 죄송합니다...”덤덤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훑어보던 원한빈은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허인혜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순간 원한빈의 눈빛이 위험하게 반짝였다.“하, 이런 우연이 있나. 여기서 친구를 다 보네.”원한빈은 “친구”라는 단어에 특별히 힘을 주었다. 그
소은정은 별다른 대답 없이 그저 싱긋 웃으며 원한빈의 팔짱을 겼다.뭐지?아무 말도 없다는 건 인정한다는 건가?게다가 자연스럽게 어깨에 올린 저 손... 두 사람 정말 사귀는 거야?룸의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두 사람의 다정한 스킨십에 허인혜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소은정을 가리키며 뾰족한 목소리로 비아냥거렸다.“더 잘난 여자 만날 거라더니. 겨우 저 여자야?”허인혜의 무례한 발언에 방금 전까지 소은정에게 팬심을 표하던 친구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었다.한편, 허인혜는 그런 것 따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원한빈이 이 룸으로 결코 우연히 들어온 게 아님을, 오늘 뭔가 단단히 벼르고 왔음을 허인혜는 직감했다. 이 방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녀를 바라보는 원한빈의 눈동자는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으니까!그래서 원한빈이 쓸데없는 짓을 벌이기 전에 먼저 공격을 해야 했다. 그래서 원한빈의 자존심을 건드리기 시작한 것이었다.“너 눈 많이 낮아졌다. 예쁜 애들은 전부 거절하더니 겨우 저딴 여자랑 사귀는 거야?”허인혜의 계속되는 도발에 사람들은 소은정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한편, 소은정은 그녀의 말에 딱히 불쾌한 기색도 드러내지 않고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오늘은 원한빈의 복수 무대니 모든 건 그에게 맡길 수밖에.“인혜야, 너 지금 소 대표님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소은정의 낯빛을 계속 살피던 친구가 허인혜의 드레스 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 친구의 말에 허인혜도 살짝 정신이 드는 느낌이었다.헉! 원한빈의 자존심을 깎아내리기 위해 나오는 대로 내뱉은 거였는데... 하필 그 상대가 소은정이라니.허인혜가 변명하려던 그때, 원한빈이 차갑게 웃었다.“겨우? 누굴 만나든 너보다는 훨씬 더 나을 거야.”룸 안의 분위기가 차갑게 식고 친구들은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 서로의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아니, 친구라고 하더니 왜 이렇게 서로 날을 세우는지 어안이 벙벙했다. 한편 빠르게 머리를 굴리던 허인혜가 두 눈을 반짝였다
소은정은 입꼬리를 씩 올리고 원한빈을 올려다 보았다.“됐어요. 어차피 파티에 참석할 생각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쪽은 오늘 제대로 한을 풀고 가고 싶다는데요?”원한빈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려던 순간 허인혜가 먼저 선수를 쳤다.“한빈 씨, 우리 사이가 조금 껄끄러운 건 맞지만... 그래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죠. 이게 지금 무슨 짓이에요? 그리고 이제 겨우 유명세를 얻은 유튜버 주제에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무례를 범하는 거죠? 제 예비 신랑은 위연그룹 둘째 아들이에요. 여기 모은 다른 분들도 전부 재벌 2세들이고요. 이 파티를 망치면 앞으로 연예계 생활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아주 노골적인 협박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들이니 알아서 주제 파악하고 기어라는 소리였다.그녀의 말에 소은정이 눈썹을 씰룩거렸다.하, 허인혜, 수수한 얼굴에 착한 척은 다 하더니, 이런 모습을 숨기고 있었어?이태성도 여자친구의 이런 모습은 처음인지 눈동자가 커다래졌다.평소에 큰 소리 한 번 안 내던 사람이 왜...룸 안의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았다. 누군가 음악까지 꺼버려 그야말로 죽음 같은 적막이 흘렀다. 하지만 원한빈은 허인혜의 협박이 오히려 우습다는 듯 피식 코웃음을 쳤다.“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그래. 내가 가난한 모험가인 건 맞지. 그래서 내 돈 다 들고 재벌 2세한테 들러붙은 거야?”“닥쳐!”“뭐라고?”허인혜와 이태성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초조하고 불안한 얼굴의 허인혜와 당황스럽고 놀란 표정의 이태성의 눈빛이 모두 원한빈을 바라보고 있었다.허인혜는 바로 이태성의 팔짱을 끼며 해명했다.“태성 씨, 저 남자 말 믿지 말아요. 저 사람 사기꾼이라고요. 전 애초에 저런 사람 알지도 못해요. 우리... 정말 어렵게 여기까지 왔잖아요. 저딴 사기꾼 때문에 흔들리면 안 되는 거잖아요. 날 믿어요.”허인혜의 말에 흔들린 듯 잔뜩 찌푸린 이태성의 미간이 살짝 풀렸다.“하하하하!”하지만 이에 원한빈은 이런 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