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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1화 이를 악물고

우연준은 문득 소은정이 왜 직접 온 건지 깨닫고 말았다.

‘최후통첩을 내리러 오신 거구나.’

소은정의 달콤한 목소리가 차가운 말을 뱉어냈다.

“엄 대표님, 비록 SC그룹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선수를 빼앗긴 건 사실이지만 저희는 오랫 동안 많은 준비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 시작 후 일어날 여러 문제에 대해서도 상응하는 대책을 생각해 두었죠. 하지만 정일테크는 다릅니다. 이 프로젝트 정말 끝까지 진행시킬 자신 있으십니까?”

소은정의 팩폭에 표정이 확 굳은 엄지환이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방금 전의 온화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제가 SC그룹에게 넘기는 건 싫다면요?”

그 모습에 오히려 소은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흥, 조급한가 보지?’

자연스레 커핏잔을 든 소은정을 향해 우연준이 헛기침으로 눈치를 주었다.

‘아차, 나 지금 임산부였지?’

“SC그룹에게 넘기는 게 싫다고요? 엄지환 대표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엄 대표님의 재능을 높게 사지 않았다면 진작 고소했을 겁니다. 저야 많은 게 돈이나 시간이니 대표님이 파산할 때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졌겠죠. 프로젝트로 인해 소송까지 걸린 회사에게 누가 투자를 할까요? 시가총액은 떨어지고 주가도 폭락하겠죠.”

엄지환의 표정이 점점 더 일그러지고 소은정은 훨씬 더 풀어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이번 프로젝트로 얻은 수익으로 그 구멍을 메꿀 수 있을까요? 아니, 회사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릅니다.”

엄지환은 전형적인 창업 초기에 큰 성공을 거두고 붕 들뜬 상태의 CEO, 이런 부류 사람들에게 가장 잘 먹히는 방법은 차가운 현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설립된 지 일년도 채 되지 않은 회사 따위 너무나 쉽게 망가트릴 수 있지만 잠재력을 나름 높게 사 인수하려 하는 것이다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분노를 애써 억누르는 듯 엄지환의 목소리가 무섭게 가라앉았다.

“지금 저 협박하시는 겁니까?”

“글쎄요. 이걸 협박으로 생각하신다면 너무 실망인데요? 역시 창업하신 지 얼마 안 돼서 순진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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