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종석의 설명을 들은 한 임원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 놈이네요. 돈을 주겠다는데 거절하다니. 일확천금을 꿈꾸는 걸까요? 요즘 어린애들은 이래서 안 된다니까요!”“그러니까요. 아예 투자자들을 설득해서 투자를 끊어 버리는 건 어떨까요? 돈이 없이 회사를 어떻게 운영하려고요. 유동자금에 문제가 생기면 아마 한 달도 못 가 파산할걸요?”“남종석 씨는 무슨 방법으로 그 회사에 접근했어요? 부하들을 그 회사에 취직시켰나요? 알아낸 정보가 확실하긴 한 거죠?”사람들이 또 떠들어대기 시작하자 소은정은 짜증이 치밀었다. 그녀는 어느새 차가워진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아직 얘기 안 끝났잖아요. 토론은 얘기 다 끝나고 하시죠.”임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조금 자존심이 상했지만 뭐라고 이의를 제기할 용기는 없었다. 회의에 참석한 임원들은 모두 회사에서 중요한 보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소은정의 눈치를 많이 봤다.다른 주주들도 마찬가지였다. 소은정은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한 차례 인원을 물갈이 해버린 전적이 있기에 소찬식이 있을 때 위풍당당하던 임원들은 소은정 앞에서 몸을 사리기 바빴다.소은정을 향한 소씨 가문 남자들의 유별난 사랑도 한몫 했다.남종석은 목청을 가다듬고 계속해서 브리핑을 이어갔다.“보다시피 엄지환은 소액 투자보다는 대규모 투자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에게는 이윤을 적게 분배하고 싶겠죠. 사실 엄지환이 시중에 내놓으려는 회사 지분은 고작 10퍼센트로 주식을 전부 매수했다고 해도 회사에서 큰 발언권은 없어요.”그 말이 끝나자 사람들의 얼굴색이 안 좋게 변했다.소은정도 인상을 찌푸렸다. 10퍼센트밖에 안 되는 지분, 게다가 아무런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는다라.‘자기 회사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하네.’“금방 사업에 뛰어든 새내기 경영인들은 당연히 자신이 나중에 세계적인 갑부가 될 수 있을 거라 꿈꾸겠죠. 그래서 첫 시작부터 많은 주식을 풀고 싶지 않은 거고요. 오늘은 여기까지 알아보는 거로 하죠
남종석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인상을 썼다.“대표님이 직접 만나시려고요? 너무 과분한 거 아니에요?”소은정이 웃으며 말했다.“저쪽에서는 우리가 똥줄이 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최후통첩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겠죠.”물론 이번 만남이 마지막은 아니겠지만 엄지환에게 압박감을 주려는 작전이었다.남종석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저랑 같이 가시죠?”소은정은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소은정은 혼자 이 어린 대표를 만나볼 생각이었다. 주요 목적은 ‘당신은 아주 중요한 고객이다’라는 착각을 주기 위해서였다.우연준은 성공적으로 엄지환과 연락을 취하고 정일테크 사무실에서 미팅을 약속했다.소은정은 가기 전에 캐주얼 치마로 갈아입고 편한 운동화를 신었다. 이 신발도 전동하가 사온 신발이었는데 쇼핑하거나 산책할 때 정말 편했다.소은정은 가벼운 소재로 된 이 신발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우연준은 사무실 거울 앞에서 신발을 감상하는 그녀를 보며 재촉해야 할지 더 기다려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그녀는 핸드폰을 꺼내더니 신발 인증샷을 찍어 어딘가로 전송하고는 상대와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물론 상대는 전동하였다.전동하에게서는 바로 답장이 왔다.전동하 -“외근해요?”소은정 -“네. 인수 합병건에 관해 고객사 대표 좀 만나려고요. 동하 씨 이런 거 꽤 잘하던데 팀 좀 알려줄 수 있어요?”전동하는 잠시 고민하다가 답장을 보냈다.“같이 갈까요?”갑자기 팁을 전수해 달라니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하지만 소은정은 단칼에 거절했다.“그럴 필요는 없어요. 상업기밀이라 외부로 누설하면 안 돼요.”전동하는 어이가 없었다.돈 벌 기회가 생기니까 상업기밀이라니!소은정은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사무실을 나섰다.“이제 가요.”우연준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녀를 따라갔다.운전기사는 주차장에서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소은정은 임신하고 외부 미팅을 거의 안 나갔기에 운전기사도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목적지에 도착한 소은정은 밖
소은정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이쪽으로 오시죠.”소은정과 우연준은 그 여직원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우연준은 살짝 기분이 상했다. 신분이나 지위나 소은정이 압도적인데 엄지환이 로비까지 마중을 안 나왔다는 게 조금 거부감이 들었다.‘허세가 너무 심한 거 아니야?’하지만 소은정은 별다른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조용히 그녀를 뒤따랐다.앞장선 여직원은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수시로 그들을 뒤돌아보았다.그녀의 시선을 느낀 소은정은 여직원을 향해 우호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여직원은 움찔하더니 급히 고개를 돌리고 앞장서서 걸었다.소은정은 살짝 기분이 나빠지려고 했다.‘내가 사람을 잡아먹는 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겁을 먹었지?’모퉁이를 돌자 대표 사무실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여직원은 가볍게 노크한 뒤 소은정에게 말했다.“대표님은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들어가시죠.”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잠시 내부 환경을 둘러보았다. 깔끔하게 정돈된 사무 구역은 IT 기술자들이 근무하는 곳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깨끗했다.하지만 모두가 머리를 숙이고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프로페셔널하네!’이런 생각이 들자 이 회사에 대한 호감이 조금 더 상승했다.회사 직원들이 이런 업무 태도로 일한다면 돈을 조금 더 얹어 줘도 괜찮을 것 같았다.안으로 들어가자 엄지환이 그녀를 반겨주었다.“소 대표님, 만나서 반갑습니다.”소은정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도도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받았다.“반가워요.”엄지환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처럼 고리타분한 이미지가 아니었다. 키도 크고 하얀 피부에 앳된 느낌은 있지만 금방 학교를 졸업한 새내기보다는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느낌이 확 들었다.하지만 만만한 상대였다면 몇 달 사이에 정일테크를 이 정도로 성장시키지는 못했을 것이다.사무실은 아담하지만 정돈되고 깔끔한 인상을 주었다. 화려한 장식품은 없었고 그레이톤을 위주로 꼭 필요한 물건들만 들여놓았다. 소파에 앉자 아까 봤던 여직원이
소은정은 잠시 침묵하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밝은 햇살을 마주하자 혼란스러웠던 기분이 조금은 가라앉았다.엄지환은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 큰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어차피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이 나타날 거라 믿고 자신에게 더 유리한 쪽으로 담판을 끌어가려고 하고 있었다.소은정은 커피잔에 손을 가져가다가 다시 움츠렸다.그녀는 창문을 통해 바깥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아까처럼 엄숙하고 차분한 모습 대신 모여서 무언가 의논하고 있었는데 수시로 이쪽 사무실을 힐끔거리고 있었다.소은정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들었다.“엄 대표님은 이 프로젝트가 출시하고 꼭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있나요?”엄지환이 당황한 표정을 짓자 소은정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말했다.“제가 알기로 대표님이 추진하는 이 플랫폼은 오래 전에 다른 회사에서 특허를 신청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대표님이 먼저 출시하면 이목이야 끌겠지만 특허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울 겁니다. 앞으로 꽤 오랜 시간을 상대 회사와의 소송에 허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상황은 전혀 이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겠죠.”엄지환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을 소은정이 꼬집었다. 그들의 내부 심사 과정이 그만큼 허술했다는 얘기였다.이런 류의 프로젝트는 일단은 투자금을 끌어오고 작업을 추진한 뒤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대부분 투자자들이 눈앞의 이득만 보고 미래에 발생할 문제에 대해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았다.하지만 소은정은 그들과 달랐다.‘내가 경솔했군.’엄지환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이 있겠죠. 그때 가서 변호사를 선임하면 됩니다.”사실 그는 투자 유치를 받은 뒤, 일류 변호사를 선임해서 상대 회사와 합의하거나 배상금을 물어주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었다.소은정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눈을 깜빡였다.“엄지환 씨는 해결 못할 겁니다.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이 프로젝트의
우연준은 문득 소은정이 왜 직접 온 건지 깨닫고 말았다.‘최후통첩을 내리러 오신 거구나.’소은정의 달콤한 목소리가 차가운 말을 뱉어냈다.“엄 대표님, 비록 SC그룹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선수를 빼앗긴 건 사실이지만 저희는 오랫 동안 많은 준비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 시작 후 일어날 여러 문제에 대해서도 상응하는 대책을 생각해 두었죠. 하지만 정일테크는 다릅니다. 이 프로젝트 정말 끝까지 진행시킬 자신 있으십니까?”소은정의 팩폭에 표정이 확 굳은 엄지환이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방금 전의 온화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제가 SC그룹에게 넘기는 건 싫다면요?”그 모습에 오히려 소은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흥, 조급한가 보지?’자연스레 커핏잔을 든 소은정을 향해 우연준이 헛기침으로 눈치를 주었다.‘아차, 나 지금 임산부였지?’“SC그룹에게 넘기는 게 싫다고요? 엄지환 대표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엄 대표님의 재능을 높게 사지 않았다면 진작 고소했을 겁니다. 저야 많은 게 돈이나 시간이니 대표님이 파산할 때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졌겠죠. 프로젝트로 인해 소송까지 걸린 회사에게 누가 투자를 할까요? 시가총액은 떨어지고 주가도 폭락하겠죠.”엄지환의 표정이 점점 더 일그러지고 소은정은 훨씬 더 풀어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이번 프로젝트로 얻은 수익으로 그 구멍을 메꿀 수 있을까요? 아니, 회사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릅니다.”엄지환은 전형적인 창업 초기에 큰 성공을 거두고 붕 들뜬 상태의 CEO, 이런 부류 사람들에게 가장 잘 먹히는 방법은 차가운 현실을 알려주는 것이다.설립된 지 일년도 채 되지 않은 회사 따위 너무나 쉽게 망가트릴 수 있지만 잠재력을 나름 높게 사 인수하려 하는 것이다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분노를 애써 억누르는 듯 엄지환의 목소리가 무섭게 가라앉았다.“지금 저 협박하시는 겁니까?”“글쎄요. 이걸 협박으로 생각하신다면 너무 실망인데요? 역시 창업하신 지 얼마 안 돼서 순진하시네요.
고개를 돌린 소은정이 진지한 얼굴로 엄지환을 훑어보다 싱긋 웃었다.“알겠습니다. 엄 대표님이 자존심 버리고 이렇게까지 나오시는데 저도 한발 물러서야죠. 49%, 더는 안 됩니다.”하지만 엄지환의 표정은 여전히 불만스러웠고 이에 소은정이 말을 이어갔다.“엄 대표님, 경제 상황이 안 좋다지만 희한하게도 해마다 창업을 시도하는 젊은이들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갓 걸음마를 뗀 회사를 400억으로 인수하려는 회사가 몇이나 될까요? 제가 이렇게 강압적으로 나와서 착각하시나 본데 솔직히 400억,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그리고 SC그룹을 등에 업으면 진정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거예요. 엄 대표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정일테크 인수는 SC그룹에게 어찌 보면 조금 밑지는 장사, 그러니 엄지환이 아무리 불만이 많다 해도 더 이상 양보는 불가능했다.‘여기서 더 양보하느니 차라리 인수 포기하고 소송으로 가는 게 훨씬 더 나을지도 몰라.’소은정의 말을 듣고 움찔하던 엄지환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그래도... 제 동업자들과 의논할 수 있게 해주세요.”이에 소은정이 싱긋 웃었다.“알겠습니다.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죠. 제 비서 통해서 연락주세요.”말을 마친 소은정이 문을 나서고 방금 전까지 토론 열기를 불태우던 사람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다들 커다래진 눈으로 소은정을 바라보고 그녀는 그게 상반되게 너무나 여유로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우연준과 함께 자리를 떴다.“와, 정말 소은정이야? 봤어? 나한테 웃어주는 거?”“미친, 나 보고 웃은 거거든.”“실물이 사진보다 100배는 더 예쁜 것 같아. 피부는 또 왜 저렇게 좋아?”“그러니까... 화장품은 도대체 뭘 쓰는 걸까? 꼭 고등학생 같아.”“소은정 대표님이 직접 오신 줄 알았으면 미친 척 하고 사무실에 난입하는 건데! 나 진짜 팬이라고.”“야, 우리 회사 SC그룹에 인수될지도 모른다며. 그렇다는 건... 앞으로 우리 대표님이 소은정이 되는 건가?”“정말? 그런데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고 설인하가 기침으로 눈치를 주었다.“그냥 솔직하게 말해. 다들 대충 예상하고 있으니까.”다른 직원들도 하나둘씩 입을 열었다.“그래. 괜히 겁주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 소은정 대표, 우리 회사 인수하는 거 거절한 거지? 솔직히 직접 여기까지 와서 조금이나마 가능성이 있을 줄 알았는데...”“뭐야. 소은정 대표랑 같은 곳에서 일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쉽네.”이때 다시 기운을 차린 엄지환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다들 SC그룹의 소은정 대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거 같으니까 오늘 미팅 결과에 대해 솔직하게 말할게.”이에 직원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소은정 대표의 제안에 응했어. 우리 회사는 400억에 인수될 거고 SC그룹에서 49%의 지분을 확보하게 될 거야. 그런데... SC그룹의 지분 확보율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다함께 의논을 해봐야 할 것 같아서 말이지...”엄지환의 말을 듣던 직원들이 입을 벌렸다.꽤 충격을 먹은 것 같은 직원들의 모습에 엄지환이 미간을 찌푸렸다.“역시 49%는 너무 심했지? 다시 협상해 보는 게 좋겠어.”이때 직원 중 한명이 시험조로 물었다.“400억?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지?”다른 직원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400억으로 인수하면서 지분을 49%밖에 안 가진다고? 이건 완전 대박이잖아!”설인하도 마음이 벅차오르긴 마찬가지였지만 일단 엄지환의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다.“49%면 좀 많긴 하지...”하지만 이때 다른 직원이 바로 반박했다.“49%가 뭐가 많아. 내가 전에 알아봤었는데 우리 회사 시가 총액 40억이면 많이 쳐준 거래. 향후 3년 안에 순조롭게 성장한다 해도 최대 200억 정도를 달성하는 게 최선이라던데. 400억이라니... 말도 안돼.”잔뜩 흥분한 직원들이 너도 나도 입을 열었다.“무조건 오케이 해야지. 형, 이런 기회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야. 얼른 알겠다고 해. 소은정 대표 마음 바뀌면 어쩌려고.”“...”‘하, 이 오합지졸들을 데리고 회사를
엄지환의 말에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400억이라는 거금이 그들의 노력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었음을 말해 주는 듯했고 그 기쁨이 미래에 대한 걱정을 덜어내 주었다.아무리 400억을 나눈다 해도 또래보다 훨씬 더 성공하는 거나 마찬가지, 만족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이때 설인하가 싱긋 웃었다.“그럼 우리 오늘은 회식할까?”“좋지!”모두의 시선이 엄지환에게 쏠리고 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차에 탄 소은정은 바로 한숨을 쉬었다.“대표님, 엄지환 대표가 제안을 거절할까요?”우연준이 물었다.이에 고개를 젓던 소은정이 눈을 살짝 감았다.“아니요. 엄지환 대표는 똑똑한 사람입니다. 결국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이득이라는 걸 깨달을 거예요.”“그런데 왜 한숨을 쉬십니까?”우연준이 의아한 듯 물었다.“400억... 내가 너무 많이 불렀나?”하지만 곧 고개를 젓던 그녀가 스스로를 위로했다.“아니지. 엄지환 대표는 충분히 능력자이니 400억 정도는 충분히 투자할 수 있죠.”SC그룹이 관여하지 않았다면 엄지환은 5년 안에 업계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고 그가 미래에 창출할 수 있는 가치는 분명 200억 이상일 것이다.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훨 편해졌다.한편, 소은정은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전동하에게로 향했다.전동하의 회사는 SC그룹의 근처, 비록 점차 국내로 본거지를 옮기고 있긴 했지만 아직도 월가에서 벌이는 프로젝트가 주수입원이라 한국 지사는 겨우 4층짜리 건물일 뿐이었다.그마저도 금싸라기 땅에 자리잡은 건물이라 몇백 억은 될 테다.회사에 들어서니 진지한 얼굴로 바쁘게 회사를 누비는 직원들의 얼굴이 보였다.소은정은 바로 대표 사무실로 향했다.집에서는 한없이 부드럽던 전동하였지만 회사에서는 단 한 마디 군더더기 말도 하지 않는 차가운 모습이었다.소은정을 발견한 전동하가 비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이만 나가보세요.”고개를 끄덕인 비서가 부랴부랴 사무실을 나서고 넥타이를 살짝 풀어헤쳤다.“은정 씨가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