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들은 별거 아닌 것처럼 간단하게 이야기했지만 유 실장은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돈을 추적해서 돌려받는다고 해서 그의 죄명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심강열이 그에게 관대한 것도 아직 돈을 돌려받지 못해서 그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었다.유정한도 그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으니 그들의 요구에 전적으로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고개를 끄덕인 뒤, 형사들과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사람들이 나가자 한유라는 한숨을 내쉬었다.“400억이라….”심강열은 못내 안타까워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회사 운영에 신경 쓰는 것 같아서 흐뭇했다.그가 어떤 말로 칭찬해 줄지 고민하고 있는데 그녀가 안타깝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저 돈이면 명품백을 몇 개나 살 수 있지?”심강열은 다시 입을 다물고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가방 살 돈은 충분해.”한유라는 다시 기분이 좋아졌는지 다가가서 그의 팔짱을 끼고 흔들었다.“우리 남편 부자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고!”심강열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런데 유 실장 횡령 사실은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왜 바로 신고하지 않았어?”심강열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난 이 사건 배후에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유 실장을 조종했다고 생각했어. 유 실장이 맡은 이번 프로젝트는 아주 중요하거든. 투자금을 유 실장이 빼돌리고 누군가가 그 기회를 악용해서 우리 회사에 불리한 짓을 한다면 돈이 어디로 흘러 들어갔는지 알아내지 못 할 거라고 생각했어.”한유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착잡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그러니까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다는 거네? 그런데 왜 나를 위해….”그녀가 갑자기 승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그가 계획을 바꿔 유 실장을 내쳤다는 얘기였다.‘모든 게 나를 위해서였다고?’한유라는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의 배려에 감사한 마음도 있었다.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하지만 심강열은 그녀를 위해 원래 계획을 수정했다는
소문의 중심에 있는 두 남녀가 같은 공간에 있으니 물론 그들이 부부라고 해도 직원들의 입을 틀어막을 수는 없었다.남 얘기가 가장 재미 있다고 했던가.심강열은 그녀의 이상한 웃음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꺼냈다.그의 의도를 눈치챈 한유라가 입을 열었다.“알아볼 필요 없어. 그거 물어보면 사람들이 더 이상하게 생각할걸?”“그게 무슨 말이야?”한유라는 느긋한 표정으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는 웃으며 말했다.“우리가 사무실에서 안고 있는 장면을 본 당신 비서가 이상한 오해를 하고 다른 직원들에게 뭐라고 했나 봐. 이미 우리가 사무실에서 그 짓을 했다고 소문 다 났어!”심강열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그리고 몇 초 사이에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한유라는 그의 표정 변화를 바라보며 흥미롭다는 듯이 웃었다.‘이렇게 재미난 반응을 보일 줄 알았으면 진작 얘기할걸.’조금 전까지 저 소문을 어떻게 잠식시켜야 하나 고민했는데 지금 보니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어차피 뒤처리는 그에게 맡기면 된다.심강열은 음침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이 비서가 이상한 소문 냈다는 거지? 그냥 해고해야겠네!”이렇게 눈치 없고 입이 가벼운 비서가 자기 비서실에 있었다니! 심강열은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한유라는 손으로 턱을 괴고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됐어. 어차피 그러다가 말겠지. 게다가 우리는 결혼식까지 올린 부부인데 부끄러워 할 일도 없잖아. 떠들고 싶은 대로 떠들라고 해!”심강열은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을 다물었다.그가 이 일로 많이 화가 났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부하 직원이 자신과 한유라에 대해 그런 소문을 냈는데 어찌 화를 안 낼 수 있을까?‘점점 직원들 군기가 빠지고 있어!’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문을 쾅 닫고 밖으로 나갔다.한유라는 한가하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제 뒤처리는 그의 몫이다.어차피 심강열이 알아서 해결해 줄 테니 그녀는 자기가 할 일만 하면 된다.카드게임이 끝난 뒤, 하시율은 한유라 모친을
직원은 한참 고민했지만 도대체 뭐가 다른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하시율과 한유라 모친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중에 중간 층에서 직원 두 명이 탔다.그들은 계속 작은 소리로 수군거리고 있었다.“그거 사실이야? 직접 봤어? 대표님이랑 한 비서님이 사무실에서 불타올랐다고?”그들은 너무 흥분한 탓인지 엘리베이터에 다른 사람이 타고 있다는 것도 의식하지 못한 듯했다.하시율과 한유라 모친은 굳은 표정으로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또 다른 직원이 말했다.“나야 못 봤지. 대표님 비서실 직원이 말해줬어. 직접 봤다고 하더라고. 코피를 쏟을 뻔했다지 뭐야!”“아직 신혼이잖아. 참, 아까 인사발령 난 거 봤어. 유 실장이 공금횡령으로 경찰에 잡혀 가고 한 비서님이 새로운 기획실장으로 승진했대. 앞으로 호칭에 주의해야겠어.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신다더라. 한 실장님이라고 불러야겠어!”“맞아. 한 실장님 대단하시네. 그냥 비서로 만족하실 줄 알았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기획실 실장으로 발령 나다니.”“누가 예상했겠어. 대표님은 매사에 엄격하고 평소에 잘 웃지도 않으시잖아. 그런데 여자를 만나고 많이 변하셨네. 베개머리 송사라도 했나 봐.”“그러니까. 예전에 대표님 미팅이나 파티에 참석하실 때 고객사 여직원 한 명이 일부러 대표님 옷에 술을 쏟았다가 대표님이 옷 배상하라고 하셨잖아. 그 여직원 그날 실수로 300만 원을 배상했어. 한 달 월급이 사라진 거지.”“그런 일도 있었어?”엘리베이터가 위층에 도착하고 두 직원은 웃으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남겨진 두 사람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엘리베이터에서 이런 특종을 접할 줄 누가 알았을까.가장 당황한 사람은 한유라 모친이었다. 사위와 딸이 사무실에서 그런 낯부끄러운 짓을 벌이다니.게다가 그 사실을 회사 직원들 전체가 알고 있다는 게 더 충격이었다.하시율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괜한 걱정을 했네요. 둘이 사이가 정말 좋나 봐요
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받았다.“바쁜데 괜히 찾아온 건 아닌가 모르겠어. 그냥 얼굴 보고 싶어서 왔으니 신경 쓰지 말고 일해.”하시율은 약간 차가운 눈빛으로 아들을 쏘아보았다.‘장모 앞에서 꼬리 치는 것 좀 봐. 아들 키워 봐야 소용없다더니.’심강열은 둘을 사무실로 안내했다.사무실에 들어선 하시율은 이곳 저곳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휴게실, 화장실 할 것 없이 구석구석 확인했다. 한유라 모친은 어색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심강열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엄마에게 물었다.“엄마, 지금 뭐 찾아요?”“유라는? 둘이 같이 있었던 거 아니야?”심강열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마사지하며 그녀에게 말했다.“유라는 자기 사무실에 있죠. 옷장은 왜 열어요? 설마 유라가 제 사무실 옷장에 있겠어요?”그는 무슨 불륜 현장을 잡으러 온 것처럼 행동하는 자신의 엄마를 이를 악물고 쏘아보았다.‘장모님도 있는데 왜 저러시는지….’하시율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는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았다.“유라 없으면 없다고 진작 얘기하지.”심강열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한유라 모친은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우리 유라 요즘은 사고 안 치고 다니지?”심강열은 한유라에게 문자를 보내며 질문에 대답했다.“당연하죠. 유라 일 잘해요. 뭐든 빨리 배우고요. 다 장모님이 교육을 잘 시킨 덕분이죠.”그 말에 한유라 모친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사위가 자기 딸을 칭찬하는데 당연히 기분 좋았다.비록 그녀가 보기에 조금 과장된 면도 있었지만.그래도 심강열이 딸을 많이 아끼고 보호해 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둘이 언제 저렇게 사이가 좋아졌지?’한유라 모친은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내 딸은 내가 잘 알지. 그래도 너무 성급한 결정이었어. 아까 직원들이 얘기하는 거 들어 보니까 유라를 기획실장으로 승진시켰다면서?”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사무실 문이 열렸다.한유라는 대범하게 안으로 들어오며 엄마에게 물었다.“제가 기획실장 되면 안 되는 이유라
심강열의 말에 조금 전까지 걱정이 많았던 한유라의 모친은 드디어 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그녀는 여태 한유라가 기획실장 자리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고 낙하산 신분 때문에 회사 직원들이 불만이 많을까 봐 걱정했었다.그런데 심강열의 말을 듣자 괜한 걱정을 했다 싶었다.모두에게 좋은 선택이라고 하니 더 걱정할 것 없었다.하지만 한유라는 조금 부끄러워져서 얼굴이 화끈거렸다.‘무슨 거짓말을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해? 내가 해달라고 해서 해준 건데 뭘 저렇게 당당하게 말해?’게다가 임원회의 때 사람들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만장일치로 통과한 게 아니라 심강열이 반대 의견을 받지 않았기에 통과할 수 있었던 건데.하지만 이대로도 나쁘지 않았다.한유라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심강열을 바라보았다.말을 마친 심강열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유라는 그를 향해 눈을 찡긋했고 그 모습을 본 심강열은 당황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다시 장모와 대화를 나누었다.그 모습을 포착한 하시율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둘 사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아 보였다.집안에서 추진한 결혼이라고는 하지만 지금은 여느 연인들보다 더 사이가 좋아 보였다.심강열은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외식을 제안했다.원래대로면 오후에 미팅이 있었지만 장모가 방문했는데 성의 없이 그냥 보낼 수는 없어서 미팅도 다음으로 미뤘다.한 가족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마쳤다. 한유라가 있는 자리는 언제나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저녁 아홉 시, 한유라의 모친은 노래방에 가자는 딸의 제안을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갔다.하시율은 못내 아쉬워하며 한유라의 손을 잡고 말했다.“강열이 저 놈이 섭섭하게 하면 때려도 돼. 절대 간섭하지 않을게. 심심하면 나한테 연락하고. 알았지?”한유라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어머님. 어머니는 이 가문에서 저랑 가장 대화가 잘 통하는 분인 것 같아요. 어머님 아니었으면 강열 씨랑 사이 좋게 지낼 수도 없었을 거예요!”심강열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
심지어 그가 먼저 한유라를 안은 것도 아니고 입 싼 비서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심강열은 속으로 이 비서에게 쌍욕을 퍼부었다. 하시율은 무미건조한 웃음을 지었고 딱 봐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 표정이었다.“그냥 해본 말이야. 앞으로 주의 좀 하라고.”그녀는 헛기침을 하고는 차에서 내렸다.“그만 돌아가. 유라 너무 기다리게 하지 말고.”심강열은 엄마를 거리에 두고 떠날 수 없었기에 못 말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집까지 모셔다드릴게요.”하지만 하시율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싫어!”그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포르쉐 차량이 달려오더니 뒤에 멈춰섰다.하시율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운전기사 도착했으니 이만 가봐.”심강열은 어쩔 수 없이 엄마가 차에 올라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뒤, 차를 돌렸다.그러고 보니 오늘 참 많은 일이 있었다.집에 도착한 그는 차를 주차하고 인사부에 문자를 보냈다.그날 저녁, 이 비서는 지원팀으로 전근 명령을 받았다.한편, 먼저 집으로 돌아온 한유라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겼다.모든 게 결혼하기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그녀는 반신욕을 하며 소은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은정은 한참이 지나서야 전화를 받았다.“언제는 아침에 전화하더니 오늘은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한유라는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소식을 전했다.“나 기획실장으로 승진했어! 앞으로 바빠서 전화도 못 할 거야!”수화기 너머로 소은정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정말? 이렇게 갑자기? 언제 승진했어?”사실 자랑하기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이 기쁜 소식을 혼자만 알고 있으려니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가장 친한 소은정에게 연락했던 것이다.“오늘. 지금 보니까 강열 씨 사람이 참 괜찮고 믿음직한 것 같아.”한유라는 신이 나서 오늘 있었던 일을 소은정에게 이야기해 주었다.소은정도 심강열이 책임감 있고 자상한 사람이라는 말에 동의하지만 생각보다 더 파격적인 행보에 조금은 놀란 반응을 보였다.“심강열 씨 고지식한 사람인 줄 알
한유라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동하 씨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설마 처음부터?”‘설마 우리가 대화한 내용을 다 들은 건가?’소은정이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야. 방금 들어왔어.”한유라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물었다.“넌 몸은 좀 어때? 배 속의 아기가 말썽부리지 않아?”아기 얘기가 나오자 소은정은 웃으며 배를 쓰다듬었다.“아직 아무 반응 없어. 출근하는데는 전혀 문제 없어!”한유라는 소은정과 한참을 수다를 떨다가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급급히 전화를 끊었다.소은정이 아직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사이, 전동하는 냉큼 다가가서 핸드폰을 빼앗았다.“심 대표가 돌아왔겠죠. 유라 씨 아마 다시 전화 안 올 거예요.”소은정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유라 이 나쁜 녀석, 사랑을 만났다고 친구를 소홀히 하다니!’전동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전복죽 다 끓었는데 가져올까요?”소은정이 군침을 삼키며 말했다.“아니요. 시간이 너무 늦었잖아요. 이 시간에 먹으면 살 쪄요.”전동하도 그녀의 마음을 알기에 얼른 화제를 돌렸다.그녀가 서류를 검토하는 사이, 그는 조용히 주방으로 가서 전복죽을 가져왔다.“따뜻할 때 맛만 봐요. 이거 한 숟가락 먹는다고 살 안 쪄요.”요즘 소은정의 식단은 전문 영양사가 관리하고 있었다. 그래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전동하는 저녁 때는 꼭 자신이 직접 요리를 했고 그들의 집에는 기숙하는 가정부를 두지 않았다.전동하가 바빠서 야근이 잦을 때를 제외하고 가정부는 이 집에서 밤을 새우지 않았다.반면 소은정은 이런 사소한 것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전동하와 소찬식, 그리고 오빠들의 극진한 보살핌이 있었기에 전혀 소외감을 느끼지 않았다.처음에 그녀는 임신해서 전동하가 이렇게 자상하게 자신을 대한다고 생각했다.물론 임신 전에도 그녀를 실망시킨 적은 없지만 임신한 뒤로 감수성이 풍부해져서 그런지 잡생각이 많아졌다.하지만 점차 그런 생각은 자취를 감추었다. 어느 날 그
심야에 나긋나긋하게 울리는 전동하의 목소리는 자장가처럼 아늑하고 편안했다.어느새 소은정은 깊은 잠에 빠졌다.그녀가 잠든 것을 확인한 전동하는 조심스럽게 침대를 내려 서재로 갔다.다음 날.날씨가 싸늘해져서 그런지 소은정은 이불을 돌돌 말고 잠에서 깼다. 오늘 따라 하늘도 우중충했다.전동하는 그녀의 성격을 알기에 그녀에게 집에서만 휴식할 것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가끔 출근 시간에 농땡이를 부릴 때도 있지만 자기 일을 사랑하는 여자였다.아침 식사를 준비한 뒤, 전동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깨웠다. 일어나기 귀찮았던 소은정은 그의 품에 안겨 얼굴을 비볐다.아침부터 사랑스러운 아내가 몸을 밀착해 오니 전동하는 난감하기도 하고 괴로웠다.그는 욕망을 억지로 잠재우고 그녀를 깨웠다.“그만하고 이제 일어나죠?”소은정은 그 뒤로도 그의 몸 곳곳에 욕망의 씨앗을 남기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일어났다.그런데 전동하가 그녀의 팔목을 잡아당겨 다시 침대로 데려왔다.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렇게 일어나기 싫으면 오늘 하루는 휴가 내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손으로 그의 탄탄한 아랫배를 어루만졌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촉감이 너무 좋았다.그녀는 그의 몸 곳곳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흔들었다.“게으름 부리면 안 되죠! 휴가 낼 이유가 없잖아요.”사랑스럽지만 얄미운 표정은 참고 있던 전동하의 욕망을 폭발시켰다.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소은정은 그제야 아침부터 그를 자극한 것을 후회했다.결국 그녀는 잘못했다고 그에게 사정했다. 오늘은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빠질 수 없었다. 소은해가 출장 중이기에 그녀가 무조건 참석해야 했다.전동하는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손끝으로 그녀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여자가 있을까?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기진맥진한 소은정을 데리고 가서 세수를 시키고 옷방까지 따라 들어갔다. 참다 못한 소은정이 그를 내쫓았다.모든 준비가 끝난 뒤, 소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