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 마사지 실에 있는 두 사람은 높은 온도 덕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한유라의 입꼬리는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나 비밀 하나 있는데 들을래?"한유라가 예전처럼 소은정에게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하지만 소은정은 고개를 저으며 계속 잡지를 훑어봤다."네 비밀 나는 알고 싶지 않아."그러자 한유라가 그녀의 팔을 잡고 소은정의 주의를 끌었다."나 혼인신고했어."소은정은 여전히 잡지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갑자기 고개를 들고 놀라운 얼굴로 한유라를 바라봤다."지금 농담하는 거야?"한유라가 고개를 저었다."당연히 아니지, 어제 혼인신고했고 서류도 아직 가방에 있어."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복잡한 눈빛으로 한유라를 바라봤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가 뒤늦게 입을 열었다."유라야, 너 충동적으로 그런 거야? 이미 민하준이랑 완전히 헤어졌잖아. 그 사람 말 몇 마디에 마음을 바꾼 거야? 그 사람 너를 해치고 말 거야."민하준이라는 이름을 들은 한유라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하지만 곧 그녀는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대답했다."민하준이 아니야.""뭐?"소은정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민하준이 아니면 누군데?"한유라가 충동적으로 아무 사람과 혼인신고를 했다고 해도 소은정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심강열이야."소은정은 그 말을 듣더니 한참 침묵을 지켰다.그녀는 이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라이벌인 홍경그룹이 파산한 뒤, 심 씨 집안은 중서부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처해있었다. 그 누구도 심 씨 집안을 막을 수 없을 정도였다.그녀는 심강열이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한유라가 그와 약혼을 하고 또다시 취소하고 지금 다시 혼인신고를 한 것까지, 심강열과 연관이 크지 않았지만 분명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소은정은 생각했다.심강열은 다사다난한 한유라 인생 속의 호구 같았다.하지만 지금 한유라의 얼굴을 보니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호구가 주인이 된 것일까?한유라는 괴이한 안색을 한 소은정을 보며
한유라는 이틀 동안 있었던 일을 소은정에게 전부 얘기해 줬다. 그녀도 마음이 복잡했기에 누군가에게 이 사실들을 털어놓아야만 했다.하지만 다른 이에게 이 얘기를 했다간 분명 밖으로 전해질 것이 분명했다.말을 마친 한유라가 뜨거운 눈빛으로 소은정을 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거야.""어머님 말이 맞아, 감정은 키울 수 있는 거니까. 특히 두 사람이 정성 들여서 키운 다면 더 순조로울 수 있어."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한유라와 심강열의 결혼은 어느 정도에서 정략결혼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소은정이 보기에 심강열을 선택하는 것이 민하준을 선택하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적어도 심강열의 집안은 민하준의 집안보다 훨씬 단순했다, 그리고 한유라가 희생을 할 필요도 없었다.한유라가 심강열과 함께 한다면 그녀는 억울함을 견딜 필요도 없었다. 영원히 당당하게 그의 옆에 서있을 수 있었다.한유라는 소은정의 말을 듣더니 계면쩍은 얼굴로 말했다."누가 감정을 키운데? 우리는 그저 서로 맞춰주면서 살 거야. 정략결혼에 감정이 어디 있다고. 그리고 그런 거 필요 없어, 알아서 각자 살면 돼.""심 씨 집안 남자들 자기관리 철저한 거 몰라? 스캔들이 한 번도 난 적 없는 건 인정해 줘야 해. 너 후회할 짓 하지 마. 심강열 꽤 괜찮은 사람이니까 시도해 보는 것도 좋아, 심강열 다른 남자들보다 훨씬 어려울 거야, 그리고 심강열 남자 중에서도 나름 괜찮잖아."하지만 한유라는 고개를 돌리더니 콧방귀를 뀌었다."다른 남자들은 말을 잘 하잖아, 내 비위도 잘 맞춰주고."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한유라는 심강열을 거절하지 않고 있었다.소은정은 그런 한유라를 보며 웃었다."다른 남자한테 심강열만한 업적이 없잖아. 유라야, 어쨌든 축하해.""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나 그렇게 싫진 않아, 심강열이 그렇게 싫지 않거든.""결혼식은 언제 할 거야? 네가 우리 중에서 제일 빨리 결혼을 하게 될 줄 몰랐네, 결혼 안 하겠다고 그러더니."그 말을 들은 한유라
땀을 뺀 두 사람은 마사지 받을 준비를 했다.소은정은 기분이 좋았지만 자꾸 한 가지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유라 기분을 망칠까 봐 말을 할 수도 없었다.그런 소은정을 본 한유라가 말했다."말하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그러고 있는 거 보면 딱 고자질하러 온 초등학생 같으니까."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잠시 망설이다 직원들을 전부 내보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유라야, 너 심강열을 선택한 이유 소은호 때문이야?"어느 정도에서 심강열과 소은호는 닮았다.두 사람의 기세가 굉장히 비슷했다.소은정이 심 씨 집안을 도와주겠다고 했을 때, 소은호가 거절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소은정의 말을 들은 한유라의 안색이 변했다.그 모습을 본 소은정이 얼른 말했다."아니야, 그냥 못 들은 걸로 해. 내가 쓸데없는 거 물었다."한유라에게 있어서 소은호는 금기와도 같았다. 그런 그를 들먹인다는 건 그녀의 상처를 건드리는 것 과도 같았다.한유라의 마음속에 아직 소은호가 있든 없든 소은호의 결혼은 한유라에게 있어서 무엇보다도 절망적인 일이었었다.그랬기에 소은정은 그 얘기를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하지만 한유라는 곧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무슨 생각 하는 거야? 언제 적 일을, 나 이미 잊은지 오래야. 그리고 지금이 무슨 시대인데 아직 대역이 유행일 거라고 생각해? 두 사람 하나도 안 닮았는데, 은호 오빠 시연 선배 말고 다 차갑게 대했잖아. 하지만 심강열은 달라, 겉으로는 다 잘 해주거든, 그리고 웃을 때에도 소은호보다 멋있어…"소은정은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마음을 놓았다."이렇게 똑똑한 너를 두고 내가 생각이 많았다.""당연하지, 나 그렇게 가벼운 사람 아니야. 심강열이 나한테 잘못하면 나 그 사람 돈 가지고 다른 젊은 남자 만나러 갈 거야."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묵묵히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유라는 역시 한유라였다.그때, 밖에 있던 직원이 노크를 했다.그리고 한유라에게 귓속말을 했고 다음 순간, 한유라의 안색이 순식간에
한유라는 홀로 민하준과 자신의 만남을 반대하는 모든 이들에게 대항했었다.그때의 그녀는 이것이 용기이고 자유이며 사랑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날 밤, 민하준이 자신을 가리키며 하는 말들을 들으며 그녀는 철저하게 실망했다.한유라는 갑자기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스스로를 바람도 통하지 않는 공속으로 집어넣었으니 말이다.공 주위에는 모두 그녀와 민하준의 공기밖에 없었다, 다른 이들의 의견은 모두 밖에 차단시켰다.공이 터진 지금, 밖의 목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하자 한유라는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을 한 건지 알게 되었다.......수다를 떨다 낮잠까지 잔 두 사람은 미용실에서 일식까지 먹고 나서야 떠날 준비를 했다.김하늘과 저녁 약속을 잡아두어 두 사람은 더 머무를수 없었다. 두 사람이 금방 가게를 나섰을 때, 맞은편 벤치 위에 앉아있는 남자를 보게 되었다.남자는 바로 민하준이었다.그는 그 자리에 오랫동안 앉아있었던 것처럼 어두운 얼굴과 함께 차가움을 내뿜고 있었다.가게를 나서는 한유라를 본 민하준은 빨개진 눈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봤다.그리고 일어서서 한유라의 앞으로 다가갔다. 굳은 얼굴을 한 그는 한유라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한유라는 민하준이 아직 여기에 있을 줄 몰랐지만 얼른 침착함을 되찾았다.그 누구도 먼저 입을 떼는 이는 없었다.두 사람 사이에 낀 소은정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한유라의 결혼을 제일 먼저 안 사람은 소은정이었기에 민하준은 아직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가 알고 나서 날뛴다면 한유라에게 불리해질 것이 분명했다.그때, 한유라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소은정을 보며 말했다."먼저 가서 나 좀 기다릴래?"소은정은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의 일은 두 사람이 처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한유라는 민하준을 보며 다른 곳으로 가자고 눈짓했다. 가게 문 앞은 보는 이가 많았기에 그녀는 다른 이들의 주의를 끌고 싶지 않았다.민하준은 한유라를 따라가면서도 그녀에게
민하준의 말속에는 전부 한유라를 향한 질책으로 가득했다.그는 그녀의 쪼잔함을 질책하고 끝까지 견지하지 못한 그녀를 질책했다.민하준은 이런 작은 일로 싸울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그리고 한유라가 화를 내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렸다.그는 자신이 이렇게 설명하면 그녀가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한유라는 민하준의 질책을 들으며 자신을 비웃었다.지금 이 순간에도 민하준은 한유라를 질책하고 있었다.그들의 관계는 시작부터 끝까지 민하준의 자그마한 사랑으로 한유라의 목숨을 건 사랑으로 변했다.도대체 누구의 잘못이라고 해야 할까?한유라는 눈을 내려 민하준의 소매에 달린 단추를 바라봤다, 이는 그녀가 그에게 준 선물이었다.하지만 민하준은 그 선물을 딱히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선물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다만 좋아하는 감정을 보아낼 수는 없었다.사실 한유라는 민하준을 잘 알지 못했다.한유라는 고개를 들고 민하준의 눈을 바라봤다."민하준, 내가 용감할 수 있는 전제는 네가 영원히 내 쪽에 서있다는 거야, 네가 다른 사람 쪽에 서서 같이 나를 모욕하는 것이 아니라. 떠도는 소문을 무시할 수 있지만 네가 그 사람들이랑 같이 나를 욕하는 건 나 용납 못해. 나 불여우도 아니고 네가 키우고 있는 세컨드도 아니야, 먹을 것만 주면 좋다고 달려가는 개도 아니고. 네 처제가 싸가지가 없다고 쳐, 그럼 너도 뭐 곱게 자라서 그런 거야? 네가 그날 밤 나한테 무슨 말을 하면서 나를 모욕했는지 잊은 거야?"민하준은 차가운 한유라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니 심장이 아팠다.한유라가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자신을 때린다면 민하준은 이렇게 당황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지금 그의 앞에 선 한유라는 차가운 얼굴로 차가운 말들을 내뱉고 있었다. 민하준은 그 모습을 보니 갑자기 당황스러워졌다.그날 밤, 그녀와 심강열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을 때보다도 더 당황스러웠다.민하준은 결국 자신을 위해 화제
하지만 그들이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한유라는 피곤해하는 민하준을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그는 두 사람의 감정을 보살피는 것도 피곤해했다.그동안 쌓인 실망 때문이 아니었다면 한유라는 갑자기 나타난 한 여자아이 때문에 그곳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이제 헤어질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그때 충동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은 그녀가 제일 잘 한 일이었다.그때의 결정이 지금 한유라에게 퇴로를 만들어줬다.한유라는 고개를 들고 민하준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충동적으로 이러는 거 아니야, 민하준, 우리가 함께 하는 동안 너도 우리 사이가 달라졌다는 거 느꼈잖아. 감정 낭비, 시간 낭비하기보다 빨리 끝내는 게 좋아.""너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응, 아니라고 할 수 있어? 이혼을 했다고 하지만 당신 여전히 전처랑 만남을 가지고 있잖아. 그 집안에서 주는 도움이 필요해서 양쪽으로 불쌍한 척 연기를 하잖아. 나는 그거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어."민하준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빨개진 눈으로 한유라를 바라보는 그는 그녀가 미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그는 자신을 향한 한유라의 뜨거운 사랑을 탐내며 그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 사랑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을 떠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던 것이었다.그것도 이렇게 단호하게, 그는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도 없었다.한유라는 말이 없는 민하준을 보며 그도 허락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드디어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이렇게 된 거 좋게 헤어지자, 너는 전처 찾아가서 다시 살고 이제 더 이상 나 찾아오지 마, 우리 그냥 모르는 척하자."한유라가 말을 하며 민하준의 손을 놓고 몸을 돌려 떠났다.그녀는 민하준이 이익을 위해서라도 전처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을 수 없다는것을 잘 알고있다. 두 사람이 이혼을 할 때에도 재산을 나누지 않았으니.그저 이혼서류에 사인만 했지 그 뒤에 숨겨진 수많은 이익은 전혀 없어지지 않았다.이는 앞으로의 수십 년 동
시간이 꽤 많이 흘렀지만 소은정은 조금의 조급함도 느껴지지 않았다.‘어쨌든 서로 사랑했던 시간이 있으니까 끝내는데도 시간이 걸리는 거겠지. 유라야 오래전부터 이별을 준비해 왔겠지만 민하준 그 사람한테는 갑작스러울 수도 있으니까...’이때 한유라가 걸어나오고 소은정이 차창을 열어 손을 흔들었다.곧바로 차에 탄 한유라는 뒤를 힐끗 바라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안 따라나오네. 다행이다... 이젠 더 이상 이 감정에 엮이고 싶지 않아.”한유라가 소은정에게 방금전 상황을 쏟아내려던 그때 운전석에 앉은 이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다.“동하 씨? 은정 씨 운전기사 해주려고 오신 거예요?”“제 영광이죠.”싱긋 웃은 전동하가 차 시동을 걸었다.이때 소은정이 한유라 옆으로 찰싹 다가갔다.‘안 울었네. 다행이다. 이젠 정말 내려놨나 봐.’그럼에도 왠지 마음이 놓이지 않아 한 번 더 물어보는 소은정이었다.“얘기는 다 끝났어?”핸드백에서 휴대폰을 꺼내며 한유라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준비했던 말은 다 했어.”앞좌석에서 눈치를 살피던 전동하도 한 마디 거들었다.“아, 유라 씨. 결혼 축하드립니다.”이에 눈썹을 치켜세운 한유라가 옆에 앉은 소은정을 힐끗 바라보았다.“하, 소은정. 은근 입 싸다 너?”“동하 씨가 입 무거우니까. 아무데나 가서 막 떠벌릴 사람 아니야.”소은정의 미소에 한유라도 피식 웃었다.“말로만 축하요? 아직 은정이랑 결혼한 건 아니니까 축의금은 따로 하셔야 해요.”“하하. 그럼요.”한유라의 농담에 소은정이 어이없다는 듯 그녀를 흘겨보았다.“그 와중에 축의금? 은근 속물이라니까.”입으로는 핀잔을 주면서도 빨리 기운을 차린 한유라의 모습에 소은정도 흐뭇했다.‘갑자기 한 결혼이라 죽을 상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덤덤하잖아. 아니지. 왠지 모를 기대감까지?”휴대폰을 꺼낸 한유라는 심강열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했다.“밥 먹었어요? 내가 데리러갈까요?”“짐은 어디에 둘까요? 옷방은 어디로 쓸래요?”“하, 지금 무시하는 거예
소은정은 눈치없이 비아냥대는 성강희의 팔뚝을 살짝 꼬집으며 복화술로 말했다.“좀 닥쳐. 우리 유라님 하실 말씀 있으시다잖아.”평소답지 않게 한유라를 띄워주는 소은정의 모습에 김하늘의 눈빛도 묘하게 변했다.하지만 두 사람의 의심스러운 눈길을 애써 무시하며 소은정은 두 손으로 한유라를 가리켰다.“자, 유라님. 현장 정리됐으니까 계속하세요.”“큼큼.”목소리를 가다듬은 한유라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나 결혼했다?”...이미 모든 걸 알고 있는 소은정을 제외하고 성강희, 김하늘 두 사람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눈 하나 깜박이지 않은 채 한유라를 바라보고 있었다.이에 미간을 찌푸리던 한유라는 백에서 혼인관계증명서까지 꺼내 두 사람에게 보여주었다.“아, 진짜라고. 나 이제 유부녀야.”겨우 정신을 차린 김하늘이 증명서를 낚아채 자세히 훑어보았다.‘가짜 같진 않은데... 엥? 민하준 그 사람이 아니라 심강열?’“야, 나도 봐봐.”역시 머리를 들이민 성강희의 눈도 휘둥그레졌다.두 사람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고...김하늘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유라야, 너...”하지만 어딘가 걱정스러운 표정의 김하늘과 달리 성강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 민하준 그 자식만 아니면 됐다. 난 네가 진짜 사고라도 친 줄 알았잖아.”손을 내저은 한유라가 환하게 웃었다.“그 사람이랑 이제 완전히 끝냈어. 이제부터는 심해그룹 사모님 한유라라고.”하지만 김하늘의 표정은 여전히 복잡하기만 했다.한유라, 소은정 두 사람의 눈치만 살피는 그녀의 모습에 소은정이 웃으며 해명했다.“걱정하지 마. 억지로 한 결혼 아니고. 유라랑 민하준 완전히 끝낸 거 맞으니까.”“그렇다면 다행이긴 한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유라가 우리 중에 가장 먼저 유부가 되다니. 나 지금 꿈 꾸는 거 아니지?”쪼르르 무대에서 내려온 한유라가 샴페인을 오픈했다.“꿈인지 아닌지 헷갈리면 볼이라도 꼬집어 보든지. 자, 다들 잔 들어. 나 브라이덜 샤워도 못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