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한그룹.안진은 박수혁의 사무실에 앉아 인터넷의 각종 댓글을 읽고 있었다.박수혁은 돌아온 후로 쭉 굳은 얼굴로 앉아있었다. 회의를 마치고 온 그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그리고 아직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있는 안진을 보더니 차가운 눈길을 이한석에게 돌렸다."대표님, 언론을 다스리고 있지만 아마 잠시 동안은…"이한석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박수혁은 그 말을 듣더니 더욱 화가 났다."내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 다 가르쳐 줘야 해?""아닙니다, 제가 최대한 빨리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박수혁이 다시 차가운 얼굴로 안진을 바라봤다.그의 시선을 느낀 안진이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늦었어, 소은정도 다 알았을걸, 이제 못 속여."안진의 그 말에 사무실의 분위기는 다시 얼어붙었다.안진은 일부러 도발하듯 다시 박수혁의 심기를 건드릴 말을 했다."소용없다고, 박수혁. 너희 회사가 나서서 내가 네 약혼녀라고 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는 지금 정당하게 사귀고 있는 사이어야 해, 그래야 하룻밤 같이 한 것도 설명이 가능할 테니까. 아니면 어젯밤 일이 네 오점이 될 거야."인터넷의 여론만 보면 두 사람의 사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건 이미 결론이 났다.그랬기에 안진의 신분이 타당하지 않거나 금전거래와 연결되었다간 이 일은 스캔들에서 추문이 될 게 분명했다.그렇게 되면 태한그룹도 이 오점을 영원히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었다.박수혁이 차가운 눈으로 안진을 바라보고 있을 때, 이한석이 옆에서 헛기침을 하더니 말했다."대표님, 저분 말이 맞습니다."이 또한 회사에서 제일 빠른 시간 내에 얻어낸 결론이기도 했다.그들도 이런 돌발 상황을 응대하는데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었다. 실질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그들이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할 수 있었지만 이 사건은 달랐다.기자들이 박수혁과 안진이 있는 룸 앞까지 쳐들어가 모든 이들이 알게 되었기에 터무니없는 답을 내놓을 수도 없었다.이번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박수혁이 안진과 사귀고 있음을 인정하고 그녀의 신분
박수혁을 타협하게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소은정을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그는 고개를 숙여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안진은 박수혁의 머리를 잡고 그에게 머리를 숙이라고 강요하고 있었다.용기가 가상하다고 해야 할지 죽음을 자처하지 못해 안달이 났다고 해야 할지.박수혁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냉랭함을 뿜어냈다."저 여자가 말한 대로 해.""네."이한석이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이한석이 사무실에서 나왔을 때, 안진이 마침 간식들을 안고 돌아왔다.안진을 본 이한석이 걸음을 멈췄다. 그는 안진을 피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안진은 이한석을 보며 웃었다."이 비서님, 박 대표님께서 허락하셨어요?""박 대표님께서 더 큰 국면을 중시하기로 결정하셨습니다."이한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박 대표님도 약점이 없는 건 아니야, 그쵸?"안진이 웃으며 말했다.이한석은 고개를 숙이곤 그 말에 감히 대답을 하지 못했다.박수혁을 협박해 타협하게 만든 건 안진이 처음이긴 했다.안진은 이한석의 반응을 관여하지 않고 웃으며 회사를 둘러봤다."나 여기 좀 둘러볼게요, 약혼녀라는 신분을 얻었으니 곧 결혼도 하게 될 텐데 회사 좀 둘러봐야죠."이한석은 그런 안진을 보며 감탄했다.감히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니.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숙이고 박수혁을 대신 손에 땀을 쥐었다.박수혁이 해결하기 어려운 일을 맡은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이 비서님, 저한테 묻고 싶은 거 없어요? 저한테 궁금한 게 많은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그런데 그 사람들은 물을 기회도 없잖아요."그 말을 들은 이한석이 고개를 들고 안진을 바라봤다."안진 씨, 정말 대역이라도 상관없어요?"그는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결국 이 질문을 했다.안진은 나타나기 시작한 순간부터 일부러 소은정을 따라 하고 있었다.어젯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한석은 박수혁의 자제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평범한 여자는
사건의 시작부터 지금의 해명까지, 태한그룹은 짧은 몇 마디만으로 이번의 스캔들을 잠재웠다."박수혁 씨와 안진 씨는 정상적인 만남을 가지고 있으며 약혼을 앞둔 사이입니다. 사생활과 관련된 사안이니 루머를 퍼뜨리지 말아 주세요, 그렇지 않을 경우, 법률에 따라 소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그렇게 안진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소은정과의 비교 대상이 되었지만 태한그룹의 공식 입장에서 약혼녀라는 신분을 인정받게 되었으니 그녀의 신분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도 입증된 셈이었다.그랬기에 그녀는 박수혁에게 어울릴만한 존재였고 사람들은 그녀를 재벌 집 자재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재벌가의 사람들은 안진이라는 인물을 모른다는 식의 암시를 대놓고 하고 있었다.그럴수록 사람들은 안진의 신분에 대해 궁금해했다. 그녀의 진정한 신분에 대해 아는 이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증거 없이 떠돌아다니던 소문은 태한그룹의 공식 입장에 의해 점차 잠재워졌다.하지만 박수혁과 소은정을 응원하던 이는 아쉽게 퇴장할 수밖에 없었고 다른 이들은 안진의 대역 가능성을 의심했다.아무튼 이 관계를 좋게 보는 이는 거의 없었다.소은정은 그 기사들을 훑어보며 미간을 찌푸린 채 커피를 홀짝였다.우연준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오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우연준이 헛기침을 하고 나서야 소은정이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봤다."대표님, 속상하신 거 아니죠?"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우연준을 흘겨봤다."어딜 봐서 내가 속상하다고 하는 겁니까?""평소에는 이런 소문들에 관심 없으셨잖아요."우연준의 말을 들은 소은정은 멈칫하더니 관련 기사들을 전부 치워버렸다."태한그룹 주식은 어떻습니까?"그녀가 손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물었다.우연진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고 말았다.기사를 보고 있었던 이유가 주식 때문이었다니.우연준은 역시나 자신의 생각이 짧다고 생각했다."3시간 전에는 동요가 심했지만 지금은 점차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하기 전보다 0.5% 하락했습니다."우연준의
소은정은 망설여졌다. 박수혁이 지금 전화를 건 이유는 공적인 일 때문은 아닐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두 사람은 사적으로도 이야기를 나눌 사이가 되지 못했다.그녀는 기분이 복잡해졌다.휴대폰을 들고 망설이고 있는 사이, 손이 미끄러져 그녀는 결국 전화를 받게 되었다.그 순간, 그녀의 심장이 박동을 가했다.하지만 얼른 침착함을 되찾은 그녀가 전화를 받아들었다."은정아…"박수혁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박 대표님, 무슨 일이야"그 목소리를 들은 소은정이 침묵을 지키다 물었다."미안해."그 한마디는 마치 예전의 일에 대한 사과라기보다 오늘의 일에 대한 사과 같았다."이미 지나간 일을 다시 들먹여서 뭐 하려고, 방금 네 소식 들었어, 내가 축하한다고 해야 하나?"이 반응이 제일 정상적이었다.그 말을 들은 박수혁은 족히 1분간 침묵을 지켰다, 소은정도 그의 가라앉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그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그 순간, 그녀는 휴대폰을 꼭 움켜잡았다."할 말 없으면 끊을게.""은정아, 너 정말 잔인하다."박수혁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소은정의 축하한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이렇게 절망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 한마디에 그는 상처투성이가 되고 말았다.질식할 것 같은 고통이 그를 찾아왔다.소은정은 박수혁의 그 말을 들으니 할 말이 없어졌다."됐어, 네 목소리라도 들었으니 다행이야."박수혁이 다시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소은정은 결국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이 통화를 계속 이어나갔다간 박수혁이 또 난감한 말을 내뱉을까 봐 겁이 났다.휴대폰을 내려놓은 소은정은 보고서를 훑어봤다. 곧이어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음이 울렸고 그녀가 메시지를 다 읽었을 때, 누군가가 노크 소리와 함께 들어왔다.우연준이리라고 생각한 소은정은 고개도 들지 않고 상대방에게 말했다."우 비서님, 내 외투 좀 다려줘요, 이따 잠깐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하지만 상대방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래요? 그럼 제가 데려다줄게요."전동하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재촉했다."옷이나 잘 다려줘요."......한유라가 혼인신고를 마친 사실에 대해서 아직 적응을 하지 못한 사이, 하시율은 이미 신혼집까지 전부 준비했다.한유라가 박수혁의 뉴스를 읽고 있던 중,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전화를 건 이는 심강열이었다.이는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한 뒤, 심강열이 처음으로 한유라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신분이 달라졌으니 한유라는 더 이상 예전처럼 마음대로 그를 대할 수 없었다."여보세요?""집이에요?""네, 무슨 일 있어요?"한유라의 말을 들은 심강열이 잠시 침묵했다."신혼집 다 준비되었는데 보러 갈래요?"그 말을 들은 한유라는 몇 초간 반응이 없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박수혁의 뉴스는 이미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아직 안 일어난 거예요? 제가 밑에서 기다릴 테니까 천천히 내려와요, 오늘 하루 종일 시간 괜찮으니까."심강열이 탄식하며 말을 마치곤 전화를 끊었다.그는 한유라가 자신보다 더 어색해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전화를 끊은 한유라는 얼른 베란다로 가 밖을 내다봤다.역시나 심강열의 차가 아래에 세워져있었다.그 모습을 본 한유라는 당황했다, 자신은 해가 중천에 뜨도록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남편이라는 작자가 문 앞까지 찾아왔기 때문이었다.그녀는 서둘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쿵쾅대는 심장은 멈출 줄 몰랐다, 그녀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두 사람은 감정 기초도 없는 상황하에서 혼인신고까지 덜컥 해버렸다, 다른 사람에게 말해도 믿지 않을 정도였다.한유라는 어떻게 해야 심강열과 잘 지낼 수 있을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하루 종일 시간이 있다는 건 신혼집을 보고도 두 사람은 함께 밥을 먹고 또 다른 연인들이 하는 것처럼 데이트 같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일까?한유라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결국 그녀는 소은정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전화를 했다가는 자신의 마음을 들키기라도 할 것처럼.머지않아, 한유
심강열은 한유라의 손을 잡고 그녀의 지문을 입력했다.한유라는 손이 뜨거워졌지만 심강열의 손을 뿌리치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 가만히 있었다.심강열의 옆모습은 무척 보기 좋았다. 뚜렷한 이목구비는 다정한 것 같기도 했지만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한유라의 지문을 입력한 심강열이 그제야 그녀의 손을 놓아줬다."됐어요, 다음에 오면 직접 들어오면 돼요."한유라가 얼른 손을 거두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심강열은 그 모습을 보다 그녀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새로 산 집은 아니에요, 그때 예매한 건데 누구도 안 살고 있어서 잊고 있었어요. 어머니께서 이 지역을 마음에 들어 하셨는데 마침 별장 하나가 남았고 인테리어도 괜찮아서 신혼집으로 마련한 건데 괜찮죠?""네."한유라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비싼 별장을 앞에 둔 한유라는 뭐라고 말할 것도 없었다.심강열이 말한 건 전혀 흠이 되지 않았다."심 씨 본가는 안연시에 있어요, 여기에서도 일을 하지만 주된 곳은 여기가 아니에요. 그래서 여기에서 길게 있지는 않을 거예요, 다음에 날 잡아서 유라 씨 데리고 본가로 갈 테니까 여기에 있을 때에는 이 별장에서 지내는 거 어때요?"심강열이 침착하게 한유라의 생각을 물었다.그녀를 본가에 데리고 가겠다는 말까지 한 걸 보면 그는 이미 그녀를 자신의 와이프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의미했다.그 생각을 하니 한유라는 얼굴이 붉어졌다."강열 씨, 나 지금 꿈꾸고 있는 것 같아요."한유라가 입술을 물고 고개를 돌려 심강열을 바라보며 말했다.그 모습을 본 심강열이 미소를 지었다."오늘이 오기 전까지 나도 계속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사실이 이러니 더 이상 바꿀 수 있는 건 없어요.""그래도 조금 어색하네요."한유라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말했다."천천히 해요, 천천히. 우리 같이 적응해요, 네?"심강열이 고개를 숙이고 한유라를 보며 말했다.나긋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는 마치 사람의 마음을 홀
심강열은 가장 깔끔한 방식을 선택했다. 하지만 난폭하지 않아 그녀에게 일정한 적응 공간을 남겨줬다.한유라는 토를 달 수 없었다.심강열의 진지한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심장이 쿵쾅거렸다.이게 바로 성숙한 남자의 장점인 듯했다.그리고 자신의 남편이 심강열이라면 그것도 나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좋아요."한유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녀는 처음에 대충 그의 비위를 맞춰주며 각자 알아서 살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심강열은 이 관계에 대해 무척 진지하게 굴었다.한유라가 정말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말한다고 해도 심강열은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한유라는 그런 말을 심강열에게 하는 것은 그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심강열은 고개를 끄덕이는 한유라를 보며 웃었다."그럼 우리 관계는 결혼식 전에 공개해요, 물론 언제든지 주위 사람들에게 말해도 상관없어요. 결혼식은 저희 어머니랑 유라 씨 어머니께서 준비하고 계시니까 무슨 생각이 있으면 두 분께 말씀드리면 되고요."심강열의 말을 듣고 나니 한유라는 결혼식을 받아들일 준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한유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첫 결혼식을 모든 이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게 해야겠다고 다짐했다."유라 씨, 저는 우리가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갑작스러운 심강열의 말에 한유라가 그를 바라봤다.심강열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그런 심강열을 보고 있자니 한유라는 감전된 것처럼 심장이 쿵쾅거렸다.끝까지 함께라니, 한유라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심지어 민하준과 함께 할 때에도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심강열의 말을 듣고 나니 왠지 꼭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함께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심강열도 한유라가 그럴 수 있기를 바랐다.그는 서로가 이 결혼 생활을 위해 노력할 수 있기를 바랐다.심강열은 사랑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한유라는 그의 말속에서 사랑보다 더 무거운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 순간,
잠시 후, 두 사람은 아래로 내려왔다.심강열은 하시율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아마 그가 한유라와 신혼집에 왔는지 감시를 하기 위한 것인 듯했다."어머니, 저희 지금 신혼집에 있어요. 유라 씨랑 통화하시겠어요?"심강열이 한유라를 보며 말했다."어머니, 저 유라예요."한유라가 휴대폰을 건네받아 긴장된 얼굴로 말했다."유라야, 그 집 마음에 들어? 마음에 안 들면 내가 다시 인테리어 해줄게.""너무 좋아요, 어머니."하시율은 그 말을 듣고서야 조금 마음이 놓이는 듯했다."그렇다고 하니 다행이야, 너무 간단해서 내가 강열이한테 다시 손 좀 보라고 한 거거든. 아니면 너무 허전해서, 네가 좋다고 하니 너무 다행이야."한유라는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인테리어를 한 사람이 심강열이라는 것이 조금 놀라웠다.하시율과 몇 마디 더 하던 한유라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무심한 척 물었다."강열 씨, 저 질문 하나 해도 돼요?""당연하죠."심강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한유라의 호칭이 조금 마음에 들진 않는 눈치였다."나랑 결혼하는 거 혹시 시율 이모 말을 듣기 위한 거예요?"한유라는 겉으로 담담한 척했지만 사실은 심장이 떨려 견딜 수가 없었다.그녀는 자신이 너무 당연한 걸 물었다고 생각했다. 심강열이 당연히 자신의 어머니의 말을 듣고 자신과 결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묻자마자 후회했다.그 말을 들은 심강열은 깊은 눈으로 그녀를 보더니 회피하지 않았다."네, 하지만 완전히 그런 건 아니에요."심강열은 여기에서 말을 마치곤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한유라는 문득 자신의 친구들과 심강열이 마마보이가 맞는지에 대해 토론을 했던 것이 생각났다.하지만 그가 그저 효심이 지극한 것이라는 결론이 났다.한유라는 웃으며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한유라의 어머니가 말했던 것처럼 한유라에게 있어서 심강열은 가장 적합했다.심강열에게 있어서 한유라의 배경 말고도 두 사람의 어머니의 사이도 중요한 요소에 속했다.서로 집안도 비슷했고 생각도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