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하의 목소리는 음악 소리에 묻혀 개미 소리처럼 작게 들렸지만 소은정은 한마디도 빼먹지 않고 전부 알아들었다.그랬다.그녀가 룰을 준수한다고 해서 남들도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다.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뭐부터 말해야 할지 몰랐다.전동하가 물었다.“왜 그래요?”“왜 진작 얘기 안 해줬어요?”소은정은 작은 소리로 불평했지만 전동하는 그것을 똑똑히 알아들었다.그는 낮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우리 공주님이 이렇게까지 정직할 줄은 몰랐죠.”그도 사실 연예계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지만 그래도 상계에서 오래 머물다 보니 일정한 위치까지 올라가면 일반인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을 스스럼없이 해야 할 때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전동하도 그런 일을 혐오하지만 이익을 위해서라면 할 수도 있었다.그래서 소은정이 이번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던 것이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만약 소은해가 있으니 아마 이런 일은 항상 그가 도맡아서 처리했을 것이다.소은정이 그것에 소홀한 것도 어쩌면 이해할 수 있었다.전동하는 아직도 인상을 구기고 있는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괜찮을 거예요. 조금 전에 은정 씨가 손호영 씨랑 같이 레드카펫을 걸은 순간부터 오늘의 주인공은 이미 정해졌거든요. 이미 가장 많이 주목을 받고 있으니 이긴 거예요.”소은정은 눈매를 곱게 휘며 미소를 지었다.“그렇긴 하네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운에 맡겨보죠 뭐.”전동하는 그제야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하지만 꼭 맞잡은 손은 여전히 놓지 않았다.옆에서 보면 영락없는 사랑에 빠진 커플이었다.소은정은 우아하고 아름다웠고 전동하는 부드러운 인상에 귀티까지 나니 선남선녀 커플이 따로 없었다!사람들은 박수혁이 이 모습을 봤다면 피바람이 불지도 모른다고 속으로 감탄했다.맨 앞줄에 자리 하나가 비어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감히 그 자리에 앉는 사람이 없었다.요즘 박수혁은 공적인 자리에 얼굴을 비추는 일이 점
유준열의 앳되고 생기 넘치는 이미지 때문에 많은 청춘 드라마 감독님들이 그를 좋아했다.그가 무대 중심에 서자 뒤쪽 조명이 하나씩 켜지더니 출연자들이 하나둘씩 무대에 올랐다.스타들의 등장에 장내는 거대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전부 남자 연예인들이었는데 아마 남녀가 따로 무대에 오르기로 기획된 모양이었다.그들은 가장 핫한 스타들답게 어마어마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었다.그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전부 잘생겼다는 점이었다!소은정도 저도 모르게 그들에게 눈길이 갔지만 주변에는 상계 대표들이 많이 모여 있었기에 우아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빛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입꼬리도 어느새 말려 올라가 있었다.한편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는 전동하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그는 아무리 무대 위 출연자들을 눈 씻고 봐도 누가 누구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지가 흡사했다.꼭 저렇게 넋을 놓고 쳐다봐야 했을까?그는 입술을 꾹 다물고 눈을 감았다. 갑자기 목이 타고 더워졌다. 그래서 살짝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잡아당겼다.하지만 소은정은 그의 이런 기분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녀는 두 손으로 난간을 잡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무대를 바라보았다.몇몇 아는 얼굴들도 보였는데 멋진 워킹을 선보이고 있었다.게다가 각자의 매력을 강조하기 위해 옷 스타일이나 모자, 선글라스 같은 액세서리마저 느낌이 겹치지 않게 신경 썼기 때문에 전혀 시각적 피로가 느껴지지 않았다.맨 마지막 출연자가 등장하기 전에 무대 위 조명이 다시 꺼졌다.현장에는 기대에 찬 숨소리만 들렸다.그리고 잠시 후, 마지막 출연자가 등장했다.밝은 조명이 다시 켜지더니 캐주얼한 복장을 입은 손호영이 무대 위에 등장했다.셔츠 단추를 대충 잠가서 벌어진 틈으로 그의 탄탄한 가슴근육과 복근이 살짝 드러났다. 손호영은 앞에서 등장했던 출연자들과는 완전히 다른 나쁜 남자의 매력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그가 무대 위로 올라오자 아까보다 더 우렁찬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시상식에 참석한 여자 연예인들마
그들은 서로 쳐다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따라서 박수를 쳐댔다. 그러나 함성까지 지르자니 조금은 머뭇거려졌다...... 이건 좀 아니겠지! 옆에 있던 전동하의 낯빛은 어두워졌고 실눈을 뜨고 아래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무대 위의 손호영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고 사람들의 그를 향한 열정도 매우 높아 보였다. 손호영의 인기가 아마도 가장 높은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제일 마지막에 등장할 리가 없었다. 전동하는 고개를 돌려 소은정의 찬란한 미소를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거슬렸다. 참지 못한 그는 손을 뻗어 소은정의 손을 강제로 잡아 그녀가 계속하여 박수를 치는 것을 제지했다. 마음속은 질투심으로 불타올랐다. 소은정은 전동하를 바라보며 눈을 껌벅였다. 웃음도 채 거두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요?” 전동하는 그녀의 손바닥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손바닥이 아플 까봐 걱정돼서요.” 소은정은 계속하여 박수를 치고 싶었지만 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웃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나도 안 아픈데요. 그런데 마지막이 손호영이라니, 심사위원들이 일부러 이렇게 안배한 것이 맞겠죠?” 전동하는 피식 웃었다. 생각하는 것도 참. 이렇게 인기순으로 등장하는 것은 확실히 사람들에게 추측의 여지를 가져다주었다. 그의 추측으로 봤을 때, 이는 팬들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함이었다. 그저 손호영의 헛수고에 조금의 보상을 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그의 다음 남우주연상이 정말로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소은정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본 전동하는 섣불리 자신의 추측을 내뱉을 수 없었다. 만약 자신의 생각이 틀린다면? 전동하는 말했다. “많이 생각하지 마요. 유준열과 손호영을 선두로 모두 이글 엔터의 사람들이니. 확실히 도 대표님이 능력이 있긴 해요.” 소은해가 해외에서 연습 중이고 만약 도준호가 중간에 멈추지 않았으면 여기에서는 무조건 이글 엔터의 두 연예인을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배
전동하가 말했다. “시상식이 그저 시상하는 곳인 줄로만 아세요? 이건 투자를 끌어들이는 좋은 기회라고요. 주최 측에서는 모두 저 사람 같은 사람들로 바꾸고 싶어 할걸요.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좀 그러니까 연기파들도 생겨난거 죠.” 소은정은 힐끔 쳐다보고는 말했다. “아는 것이 많으시네요?” “덕분에요.” 전동하는 소은정에게 접근하기 위해 정말로 연예계를 많이 알아보고 다녔다, 그러나 리스크가 주식시장보다도 더 큰지라 일단 한 연예인의 소문이 퍼지기라도 한다면 배후의 자본마저도 함께 곤란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정도 있고 욕구도 있는데 어떻게 물건처럼 항상 안정적임을 유지하고 있겠는가? 게다가 연예계는 너무나도 더러웠다. 그가 조금이라도 투자하고 싶은 의향을 보이면 그의 곁에 여자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고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구역질이 나왔다. 하지만 전동하는 이러한 일들을 소은정과 말하지 않았다. 혹여 그녀의 귀를 더럽힐가봐였다. 시상자가 남우주연상의 이름을 발표하려 하자 음악도 박진감 넘치는 소리로 바뀌었다. 박자가 빨라질수록 심장도 따라서 빨리 뛰는 것 같았다. “남우주연상에는...... 장윤입니다!”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서로 마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회자의 이끌림에 사람들이 그제야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연예계 내부에서 이름있는 몇몇 배우들은 꿈쩍도 않고 앉아있었다. 여기 앉아 있는 사람들 중에서 “장윤”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 본 사람도 적지 않았다. 영화의 황제? 웃기기 그지없었다. 그가 바로 아까 짧은 영상에서 어색한 연기와 더듬거리는 대사를 보여준 의문의 배우였다. 연기파 대선배님과 손호영이라는 가장 인기 있는 두 경쟁자를 물리치고 영화의 황제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다니!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던 소은정의 얼굴은 금세 일그러졌다. 억지로 느끼한 케이크를 먹은 것 마냥 구역질이 났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있으려 했지만 도저히 가만히 앉
두 사람은 선후로 자리를 떠났다. 뒷모습마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자리를 떠난 그녀는 바로 도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셨죠? 그 장윤이란 사람은 누가 꽂아 넣은 건데요? 저런 사람이 영화의 황제? 그냥 아무 엑스트라를 찾아도 쟤보다는 잘하겠어요!” 도준호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네가 화를 낼 줄 알았어.” “준호 씨는 화 안 나요?” 소은정은 되물었다. 도준호는 대답했다.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먼저 봐. 네티즌들이 너보다 더 화가 났어. 장윤 걔는 지금 쌓아온 인복도 다 차버렸어. 손호영과 그 대선배님이 함께 쟤한테 졌으니, 오히려 쪽팔리지 않겠어?” 전화를 끊은 소은정은 바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전동하는 한편에서 그녀의 팔을 감싼 채 그녀를 차 안으로 끌어당겼다. 집중한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내뱉었다. 소은정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핸드폰에만 몰두했다. 실시간 검색어 일위에는 “거짓 황제 장윤, 이글은 그만의 정원인 것일까!” 아래에는 소은정을 실망시킬만한 댓글이 하나도 없었다. “정말 놀라운 게, 제일 연기를 못 하는 사람이 남우주연상을 받은 거야. 정말 다른 배우가 안타까워......” “원래는 그 대배우님을 응원해야 할지 아니면 손호영을 응원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는데 다 필요 없어졌어. 그냥 다 와서 장윤이나 욕해......” “5명의 연기파들이 연기를 못하는 단 한 명의 러닝메이트나 하다니, 올 한 해 중 가장 웃겼다!” “이 트로피를 받으면 찔리지 않나? 그 영화 평점이 고작 2.8 밖에 되지 않는데 영화의 황제라니?” “거짓 황제, 다른 다섯 명중에 아무나 골라도 쟤보다 낫겠어. 심사위원들 돈 받은 거 아님?” “그런데 돈으로 따지면 손호영이 이글 엔터 소속인데. 소은정 산하에 있는 손호영도 상을 못 받았는데 장윤이 받은 거면 얘 뒤에 이글 엔터보다도 더 센 세력이 있단 말 아니야?” ...... 소은정은 다 읽고 나서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순식간에
전동하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한 손으로 턱을 괴고는 실눈을 떴다. “왜 또 갑자기 신났어요?” 여자들은 정말 이상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화가 나 뭐라도 부숴버릴 지경이지 않았던가! 소은정은 배시시 웃으며 그를 보았다. “뭐가 슬플 게 있겠어요, 다행히 내가 꼼수를 쓰지 않아서 그렇지. 아니면 지금 욕먹고 있는 사람은 손호영이었을 거라고요.” 손호영의 이름을 듣자 전동하는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맞잡았다. 말투는 침착해 보이려 애쓰고 있었다. “다 끝났어요. 더는 생각 말아요. 오늘 손호영의 이름을 너무 자주 언급하는 거 아니에요?” 소은정은 눈을 깜박거렸다. 알 수 없는 조금은 다른 감정을 들어버린 것만 같았다. 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많았나요?” 전동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나요!” 그녀의 관심은 오늘 대부분 손호영한테로 가 있었다. 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해 보았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쨌든 오늘 그녀는 손호영을 위해 온 것이었으니까. 그녀는 웃어보였다. 자신의 흥분되는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하늘이 저를 돕는 것 같아요! 손호영은 지금 안 뜰 수가 없다니까요!” 전동하는 할 말을 잃었다. “......” 그래서, 이번에도 그라는 말이지? ...... 도준호는 기분 좋게 뒤풀이까지 참가한 후 자리를 떴다. 이글 엔터는 연예계와 굉장히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었기에 체면이 서질 않았다. 유준열은 안색이 너무나 창백해 보였고 제정신도 아닌 것 같았다. 손호영이 오히려 사람들과 수다를 떨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다. 도준호는 술장에 기대여 자신 산하의 가장 유명한 두 연예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전의 그는 모든 돈을 유준열한테 쏟아 부었고 유준열은 그정도의 성과만 냈었다. 그러나 오늘 보니, 손호영이 유준열보다 한 수 위인 것 같았다. 유준열은 컵을 들고 와서 억지
유준열의 안색은 나쁘다 못해 파래지기까지 했다. 무언가가 할 말이 있는 듯했다. 그러나 도준호가 유준열을 바라보면서 경고의 뜻이 담긴 차가운 말투로 유준열과 말했다. “너희들은 내 회사 사람들이야. 난 언제나 경쟁을 싫어하진 않지. 그러나 너희들이 회사의 이익을 건드리기라도 하면 결과는 너희들이 감당해.” 유준열의 안색은 너무나도 보기 좋지 못했다. 손호영은 순순히 대답했다. “네, 제가 해야 할 일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유준열도 대답했다. “저도요.” 도준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호영을 바라보았다. “내일 아침에 촬영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일찍 들어가 쉬게.” 손호영은 웃어 보이고는 예의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러고는 유준열을 향해 머리를 끄덕이고는 매너 있게 자리를 떠났다. 손호영이 떠나자 도준호의 눈빛은 가라앉았다. 그는 유준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넌 아직도 불복하지, 유준열, 맞지?” 유준열은 머리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청춘이 흘러넘치던 두 눈동자에는 차가움과 아니꼬움이 묻어나 있었다. 오랫동안 숨겨 왔던 것이 이제는 더는 숨길 필요가 없다는 듯이. “ 도 대표님, 소은정 씨가 손호영만 너무 편애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도준호는 차갑게 웃었다. “걔 전에는 너도 편애하지 않았나? 왜, 지금은 또 질투나?” 마음을 들켜버린 유준열의 낯빛은 너무나도 어두웠다. “이건 불공평하죠. 손호영이 지금 얼마나 기세가 등등한지 보라고요.” 도준호는 차가운 눈빛으로 유준열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넌 뛰어다니며 이글 상 심사위원들과 손호영을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 다녔니? 좋기는 손호영이 남우주연상을 받아야 한다고? 너 적지 않은 돈을 썼던데? 난 몰랐지, 네가 이렇게나 헌신적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관계를 사들인다고?” 유준열의 얼굴은 갑자기 굳었다. 그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저...... 전 한 회사니까,
도준호의 말투에서는 독함이 묻어 나왔고 유준열로 하여금 벌벌 떨게 했다. 유준열은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원래는 회사의 다른 한 신인의 자원이었지만 그는 너무나도 갖고 싶었다. 그러나 매니저는 꿈도 꾸지 말라고 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도준호가 밀기로 한 사람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소은정이 그 제작팀으로 가게 되었다. 그는 무심결에 도준호의 자신에 대한 냉담함과 소홀함을 내비치게 되었다. 소은정은 바로 도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록 어느 자원을 달라고 명확하게 요구한 건 아니었지만 광고는 결국에는 그가 찍게 되었다. 그는 아무도 모를 줄 알았다. 그러나 도준호가 이렇게 똑똑히 알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는 비틀거리며 연회장을 떠났다. 어떻게 돌아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그는 깨달았다. 회사에 남아있는 한 순순히 자기가 해야 할 일만 해야겠다고. 계약을 파기하기라도 한다면 그 많은 위약금도 물론 도준호도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었다. ...... 이 일은 거의 한주일간 인터넷을 달궜다. 장윤과 그의 배후의 사람들도 일의 여파가 이렇게 클 줄은 상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저 남우주연상을 사들여 나중의 연기 인생에 도움이 되라고 한 것이었는데. 결과는...... 장윤의 자원들이 벌써 그가 연예계를 퇴출하나 안 하나를 지켜보고 있다니? 그에게로 전해졌던 대본들도 다 거두어들였다. 그가 승낙이라도 하면 자신들한테까지 불똥이 튈 까봐였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수혜자는 손호영이 되어버렸다. 손호영의 인성과 매력은 장안의 화제로 되었다. 한 주가 지나지 않아 의 작가 Sily가 소은정한테 전화를 걸었다. “소은정 씨, 손호영 지금 인기 굉장하던데요. 또 극성팬들도 아니고. 이 화제성 정도면 저희 표지 함께 찍어요. 세미 쪽에서 아직 연락 안 갔죠?” 원래는 그녀를 보채려던 참에 소은정은 피식 웃었다. “극성팬”이라는 단어까지 배웠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