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프로젝트를 마친 전동하는 본진이 있는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향하는 티켓을 끊었다.월가의 주가가 휘청이며 전동하가 파산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미국에 있는 그의 부동산들도 경매를 시작했지만...오늘 갑자기 그에 관련한 소문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마치 누군가 일부러 소식을 통제하고 있는 듯 말이다,한편, 한국.소은정은 갑자기 중요한 회의가 잡혀 전동하를 마중나갈 수 없게 되었다.회의를 마친 그녀가 시계를 확인했다.지금쯤이면 내렸겠네... 그래도 지금 가면 너무 늦겠지?망설이는 그녀 곁으로 우연준이 다가왔다.“대표님 지금 인터넷이 꽤 시끄러운데 확인해 보시겠습니까?”“무슨 일인데요?”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대표님이 가장 보고 싶어하시는 분에 관한 기사입니다.”우연준이 이렇게 말하는 건 처음이라 소은정은 왠지 모를 이상한 예감에 휩싸였다.“당장 보여줘요.”소파에 앉은 소은정은 커피 원두를 갈기 시작했다.우연준이 바로 컴퓨터에 라이브 방송 화면을 띄웠다.“대표님, 이번 유럽 전시회로 인해 전 세계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역량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하나 있네요. 미국의 사업체를 접고 대한민국으로 본거지를 옮기실 생각이신가요?”“항간에 이런 소문이 돌고 있는데 정말 한국으로 사업체를 옮기시는 건가요?”“월가쪽에서 큰 사고가 있었다던데 사실인가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기자들의 목소리를 들은 소은정이 흠칫했다.기자들이 왜... 갑자기 공항까지 몰려든 거지?소은정이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았다.체크무늬 정장을 입은 전동하는 무례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온화한 미소로 응했다.물론 기자들은 이대로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지만.어색한 기침을 하던 우연준이 설명했다.“전 세계가 이번 프로젝트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자들이 이런 먹잇감을 놓칠 리가 없죠. 그리고 대한민국이 해낸 성과를 미국에게 빼앗기는 게 아닐까 민감한 점도 많고요.”소은정은 걱정어린 시선으로 모니터 화면 속 전동하를
고개를 숙인 전동하가 시계를 확인했다.지금쯤이면 경호원들도 도착했겠어.그가 기자들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여러분, 이 프로젝트로 인한 모든 성과는 연구진들과 회사 직원 모두의 몫입니다. 저 한 명의 명예가 아니란 말이죠. 이것은 인류 전체의 성장이며 저 한 사람만의 자랑이 아닙니다. 비록 전 미국에서 자랐지만 전 어디까지나 대한민국 사람입니다. 제 아들도 대한민국에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가 저희가 이룬 성과로 자랑스러워 할 거라 믿습니다...”전동하의 환한 미소에서는 그 어떤 짜증도 느껴지지 않았다.하지만 전동하의 말에서 느껴지는 대한민국에 대한 사랑에 기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전동하를 향하던 날카로운 기세도 조금 사그러들었다.바로 그때 전동하의 경호원들이 몰려와 길을 터주었고 기자들의 앞을 막아섰다.이 틈에 전동하가 빠르게 자리를 뜨고 라이브 방송은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종료되었다.담담한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보던 소은정도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전동하가 차에 탔을 무렵 소은정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전동하의 이름을 확인한 우연준이 한 마디 거들었다.“전 대표님... 이렇게 감기는 스타일이셨나요?”방금 전 공항에서 그런 일을 겪고 바로 소은정에게 전화를 걸다니... 일단 회사로 돌아가 대책 회의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우연준의 말에 소은정이 그를 슬쩍 흘겨보고 우연준은 눈치껏 사무실을 나섰다.여유롭게 전화를 받은 소은정의 귓가에 전동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여보세요? 은정 씨. 내가 지금 어딘지 알아요? 은정 씨를 위해 큰 서프라이즈 하나를 준비했는데 기대해요.”방금 전 기자들에게 시달림을 받은 사람이라곤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의 목소리는 산뜻했다.“나 지금 회사에 있어요. 그럼 서프라이즈 기대할게요.”통화를 마치고 20분 뒤, 우연준이 사무실로 들어왔다.히죽히죽 웃고 있는 걸 보니 회사 일이 아닌 건 분명했다.“대표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만나실 건가요?”이에 눈썹을 치켜
참나, 다 좋은데 이 사람은 가끔씩 너무 뻔뻔하단 말이야...소은정이 소리없이 웃었다.“그럼 며칠 푹 쉬는 게 어때요? 휴가 좋잖아요.”여전히 그녀를 꼭 끌어안은 전동하가 대답했다.“글쎄요. 그건 안 될 것 같네요. 마지막 결전이 절 기다리고 있으니까.”소은정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그녀에게는 한없이 부드럽기만 하던 전동하의 눈동자에 매정함이 스치고 사라졌다.“요즘 전인그룹 적자가 더 심각해지고 있어요. 전기섭... 아마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것 같아요.”그의 말에 소은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이렇게 큰 일이 왜 소문 하나 안 난 거지?“동하 씨가 한 거예요?”“글쎄요. 전기섭이 먼저 나한테 함정을 판 거예요. 저가로 내가 보유 중인 주식을 전부 매수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 수익을 전부 자기가 꿀꺽했어요. 뭐 마음이 급했나 보죠.”“동하 씨가 파산할 거란 사실이 헛소문이라는 게 밝혀지고 전기섭이 한방 먹었나봐요? 전인그룹도 입장이 곤란해졌고요.”전동하가 흐뭇한 시선으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역시 똑똑하다니까. 내가 그래서 좋아하는 거긴 하지만.“파산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동안은 조금 힌들어질 거예요.”하긴, 미국에서 오랫동안 자리잡은 전인그룹이 주식 몇 주 때문에 무너질 일은 없겠지... 전기섭이 아무리 멍청하다 해도 그룹에 자기 편 몇몇은 있을 거야. 물론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무너지게 될 테지만.한참 뒤에야 소은정은 두 사람이 만나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포옹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사무실에 다른 사람이 없으니 망정이지...소은정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하지만 겉으로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를 밀어낸 소은정이 소파에 앉았다.“집에 가서 쉬는 게 어때요? 오느라 피곤했을 텐데.”“아니에요. 은정 씨 얼굴 보니까 하나도 안 피곤해요.”싱긋 웃던 전동하가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런데 아까는 왜 전혀 안 놀란 포정이었어요?”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달
대답을 마친 소은정은 큰 짐을 내려놓은 듯 마음이 편안해졌다.전동하와 함께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즐겁다.게다가 평생 연애만 할 수는 없을 테니...결혼, 동하 씨와의 결혼이라...전에는 결혼이라면 부정적인 감정만 앞섰지만 그 상대가 전동하라면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한편, 소은정이 망설이는 모습에 전동하 역시 혹시나 그녀가 거절하진 않을까 불안감에 휩싸였었다.하지만 소은정의 긍정적인 답을 듣는 순간, 눈부신 햇살이 두터운 구름을 뚫고 그를 비추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새삼스레 사랑받고 인정받고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감정이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구나라는 걸 느끼는 전동하였다.지금 이 순간, 이 기분은 아마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거야.이때 휴대폰을 보던 소은정이 잠깐 망설이다 물었다.“지금 갈래요? 아빠한테 물고기 몇 마리 잡아두라고 할까요?”소은정의 질문에 항상 여유롭던 전동하의 표정이 긴장감으로 굳었다.쇠뿔도 단김에 빼는 게 좋다지만 이건 너무... 빠르잖아!“너무 급한 거 아니에요? 아직 제대로 준비도 안 끝났고...”소은정이 싱긋 웃었다.“장난이에요. 전에 약속했잖아요. 집안일 다 해결하면 그때 함께 가기로.”아, 농담이었구나...안도의 한숨을 내쉰 전동하가 그녀를 흘겨보았다.난 또 정말 지금 바로 전화라도 거는 줄 알았네...소은정은 소씨 일가 세 오빠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존재, 그들이 두렵다기 보단... 적어도 약점을 잡히지 않을 정도로는 준비를 마치고 싶었다.핸드백을 집은 소은정이 물었다.“나 배고파요. 같이 식사나 할래요?”“나야 영광이죠.”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손을 잡은 채 회사를 나섰고 회사 모든 이들이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회사 대표님의 연애라니! 지루한 직장생활에 이보다 더 화끈한 가십거리가 있을까?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우연준에게 직접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이도 있었다.“우 비서님, 아까 은정 대표님이랑 손 잡고 나간 사람 전 대표님 맞죠? 우리가 잘못 본 거 아
소은정과 전동하가 레스토랑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이 다가왔다.“소은정 대표님? 소 대표님이 룸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두 분과 합석을 원하시는 것 같은데요.”직원의 말에 소은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소 대표님? 누구지?전동하 얼굴 역시 긴장감으로 굳어버렸다.“아, 소은호 대표님이요.”소은정과 전동하가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아니 많고 많은 레스토랑 중에 하필 오빠가 여기 있다고?소은호가 있는 룸은 마침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었고 두 사람이 함께 손을 잡고 들어오는 걸 본 그가 바로 직원을 시켜 두 사람을 초대한 것이었다.소은호의 맞은 편에 앉아있는 한시연이 고개를 저었다.“왜 굳이 이렇게까지 해? 두 사람 편하게 식사하게 내버려두지...”“이렇게 만난 것도 우연인데 같이 먹으면 좋잖아?”“하, 여동생 주기 아까워서 그런 거 아니야? 설마... 질투하는 거야? 아가씨도 행복해지길 바라는 거 아니었어? 이제 겨우 새로운 연애 시작했는데 오빠 때문에 겁 먹고 도망치면 어쩌려고.”한시연의 말에 소은호가 픽 웃었다.“이 정도로 도망치면 겨우 그 정도 그릇이라는 거겠지.”아이고, 불쌍한 아가씨...바로 이때 누군가 룸 문을 두드렸다.소은호가 들어오라는 말을 하기 전에 소은정이 문을 벌컥 열었다.“하, 오빠도 데이트 중이었어? 우리가 눈치없이 낀 거 아니지?”그녀의 뒤를 따른 전동하가 친절하게 인사를 건넸다.“아가씨,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고 오빠한테 한 마디 했더니 바로 직원한테 부탁해서 부르는 거 있죠. 두 사람 식사하는 데 내가 방해된 건 아니죠?”“에이, 언니도 참. 언니 부름이라면 언제든지 응해야죠.”두 여자의 가식적인 대화에 소은호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이에 한시연과 소은정이 동시에 소은호를 흘겨보고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전동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럼 실례하겠습니다.”“어서 앉으세요.”한시연이 우아한 손짓으로 전동하를 안내했다.잠시 후 두 커플이 마주앉고 분위기가 묘하게 가라앉았다.먼저 침묵을 깨
소은호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한시연은 소은정의 눈치를 살폈다.이것은 전동하에 대한 소은호 나름대로의 테스트라는 걸 두 여자 모두 눈치챘지만 그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소은호의 질문에 전동하는 당황하지 않고 대답했다.“아마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을 테고 그것이 두렵지 않다면 그것도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곳에 있습니다. 이 세상에 제 사랑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요.”전동하의 돌직구에 소은호의 장난스러운 미소가 살짝 굳었다.한시연도 흠칫 놀란 표정으로 소은정을 바라보았지만 그의 당돌한 고백에 이미 익숙해진 소은정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소은호 역시 소은정, 전동하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관계 변화를 느꼈지만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식사 분위기는 나름 화목했지만 소은호와 전동하에 오가는 공적인 대화에 소은정은 도저히 식사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이제 곧 끝나겠네...식사를 마친 소은정이 화장실로 향하고 한시연도 말없이 그 뒤를 따랐다.“아가씨, 오빠도 아가씨 걱정돼서 저러는 거예요. 화내지 말아요...”“저도 알아요. 그리고 내가 어떻게 오빠한테 화를 내겠어요. 아빠도 은호 오빠 화내는 건 무섭다고 하더라니까요.”“전 대표님 좋은 사람처럼 보이긴 하는데... 그래도 좀 더 지켜봐요. 충동적인 결정으로 후회할 일 만들지 말고요.”“저도 알아요. 오빠도 언니도 제 걱정 많이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요. 하지만 난 동하 씨 믿어요. 언니가 모든 걸 포기하고 오빠를 선택했던 것처럼 동하 씨도 그럴 수 있을 거예요.”소은정이 한시연을 향해 싱긋 웃고 한시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아가씨는 이미 결정을 내린 모양이네.한시연 역시 전동하에 대한 인상이 나쁘지 않았지만 소은호는 이미 남자에게 한 번 데인 여동생이 상당히 걱정되는 모양이었다.소은정이 다시 룸으로 돌아왔을 때 소은호와 한시연은 이미 자리를 뜬 뒤였다.소은정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전동하를 향해 싱긋 웃어보였다.“아까 긴장 많이 됐어요?”“견딜만 했어요.”
뒷좌석에 앉은 기사는 말 그대로 좌불안석이었다.운전은 원래 그의 일인데 그것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 상석인 뒷좌석에 앉게 하다니.가시방석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싶었다.한편 전동하도 어이가 없긴 마찬가지였다.사실 소은정이 기사를 돌려보내면 손이라도 잡고 가려고 한 건데...기사를 뒷좌석에 앉힐 줄이야.이럴 줄 알았으면 뒷좌석에 앉는 건데...잠시 후, 차량이 이글 엔터 건물 앞에 도착하고 짧은 작별 인사를 나눈 후 소은정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도준호가 내려보낸 직원이 그녀를 맞이했고 소은정은 바로 대표 사무실로 향했다.소은정이 사무실로 들어오자 통화 중이던 도준호가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손호영 씨에 관해 말씀드릴 게 있었는데 가시죠?”도준호가 그녀를 어딘가로 안내하고 소은정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성과요?”소은정의 질문에 도준호는 생각만 해도 기쁜지 헛웃음을 지었다.“며칠 전 바이올렛 잡지 편집장이 저희 쪽으로 연락을 줬었어요. 손호영 씨를 이번 달 잡지 모델로 쓰고 싶다더라고요. 대표님도 아시다시피 전 세계 패션잡지들 중 불굴의 1위지 않습니까?”예상치 못한 좋은 소식에 소은정의 눈도 휘둥그레졌다.“정말요?”“사실 저도 처음엔 거짓말인 줄 알았다니까요. 얼마 전까지 가정폭력남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손호영 씨에게 먼저 이런 제안이 올 줄이야. 하지만 워낙 좋은 기회이니 일단 하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화보 촬영 중인데 같이 가보실래요?”소은해를 따라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에는 수없이 가보았지만 잡지 촬영현장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소은정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도준호의 안내로 소은정은 촬영 현장에 도착한다.시끌벅적한 드라마 촬영장과 달리 화보 촬영장은 수많은 직원들이 움직이고 있음에도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곧이어 셔터 소리가 촬영장을 가득 채웠다.“저기요. 너무 뻣뻣한 거 아닙니까?”“손호영 씨, 지금 장난해요?”“옷 좀 더 위로 올려요. 아니 팬티 라벨 드러내라니까. 아니 무슨
한편, 포토그래퍼는 도준호와 소은정의 안색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소은정의 뒤를 지키는 든든한 SC그룹도 무서웠지만 그녀의 셋째 오빠인 소은해는 연예계에서 말 그대로 절대신과 같은 존재, 괜히 건드렸다간 포토그래퍼로서의 인생이 끝날 수도 있으니 일단 굽히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소 대표님, 저희 쪽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모르시는 모양인데 적당한 압박은 모델이 빠르게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하지만 말도 안 되는 그의 변명이 소은정에게 먹힐 리가 없었다.“글쎄요. 그렇다면 잡지를 보는 대중들의 입장에서 얘기하죠. 손호영 씨는 얼마 전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졌죠. 이런 상황에서 노출 사진이 뜬다면 대중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건 그쪽이 더 잘 알 것 같은데요.”소은정의 날카로운 지적에 포토그래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전... 전 그게 아니라...”분위기가 어색해지자 편집장이 또각또각 걸어왔다. 잘 관리된 몸매에 세련된 옷차림, 성숙한 여인의 분위기가 인상적인 여자였다.“소은정 대표님? 여기 이세준 씨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포토그래퍼예요. 수많은 대작들을 만들어냈죠. 모델로서 세준 씨 앞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영광입니다. 얼마나 많은 연예인들이 이 기회를 바라는지 아세요?”묘하게 변한 분위기에 도준호가 어색한 기침을 내뱉었다.“이쪽은 바이올렛 편집장 장고은 씨입니다. 손호영 씨를 표지 모델로 추천한 분이시기도 하죠.”소은정이 고개를 돌린 순간, 장고은은 자신의 눈동자에 저도 모르게 스치는 질투의 감정을 지워내기 위해 애를 쓸 수밖에 없었다.패션화보 편집장으로 있으면서 수많은 연예인과 모델들을 만났지만 소은정의 몸매와 얼굴은 그리고 분위기는 가히 독보적이었다. 아마 연예인으로 데뷔했어도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게 분명할 터.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 매력을 가진 여자.미모는 물론이고 지혜와 재력까지 모든 걸 가진 여자...저런 여자에게도 콤플렉스라는 게 있을까?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