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룡종 진영에서 푸른옷을 입은 노인이 하찮다는 듯 흥얼거렸다.이 사람의 이름은 전서후로, 유룡종의 장로이며 반보 종사 경지에 이른 무인이다.깊은 내공과 강한 전투력을 지닌 그는 설령 진정한 무도 종사를 상대하더라도 한 판 승부를 겨룰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전 장로님의 말씀이 맞아. 당신들은 전혀 우리와 조건을 협상할 자격이 없어!”엄기준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지금 그들은 반드시 보물을 손에 넣겠다는 각오로 나섰으므로 순순히 내줄 리가 없었다.“당신들의 유룡종과 비설파는 대단하지만 저희도 호락호락하지 않으니 정말 싸워야 한다면 누가 이길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에요!”이청성은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살벌한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는데 만약 상대방이 핍박한다면 그녀도 사양하지 않을 것이었다. “흥, 정말 제 주제를 모르는구나! 고작 너희들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랑 겨뤄?” 전서후는 아주 하찮게 여겼다.“털도 다 자라지 않은 녀석들이 무슨 근거로 유룡종과 말다툼하려 할까?”“이봐! 말을 좀 정중하게 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네 입을 찢었다고 탓하지 마!”유진우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이청성의 곁에 서서 차갑게 입을 열었다.예전부터 유룡종 사람들과 불쾌하게 지냈는데 그들이 용원의 기를 찾는 중에 뜻밖의 일이 생겨 피해가 될가 봐 줄곧 참고만 있었지만 이제 임무는 이미 완수되었으니 거리낄 것도 없었다.“건방진 놈! 네가 뭔데 감히 노인한테 망언을 하느냐!”전서후는 호랑이와 용이 울부짖는 기세로 기세등등하게 말했다.“전 장로님, 이 자는 전에 혼자서 검은 교룡을 참살한 것으로 보아 이미 무도 마스터에 도달한 것 같아요.”엄기준은 전서후에게 한마디 귀띔을 해 주었다.맞은편에 있는 모든 사람들 중에 오직 유진우만 위협일 뿐, 나머지는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다.“뮈라고? 이 자식이 무도 마스터라니...확실해?”전서후는 놀라서 눈꺼풀을 벌떡거리더니 금방 기세가 꺾인 기색이 역력해졌다.유진우는 이제 겨우
“유룡종의 오너까지 왔으니 오늘은 헛수고가 되겠군.”“에휴... 이렇게 뜻대로 안 될 때도 있는 법이지.”“완전 피바다로 만들 수 있을 줄 알았더니 결국엔 꼼짝없이 당해야 하네.”“...”사방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모두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어쩔 수 없었다. 강도현의 명성은 너무나도 드높았다. 그는 서남 지역 최강의 고수였고 그 지위는 누구도 흔들 수 없는 것이었다.비록 유진우는 소년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 하나 이런 절대적인 강자 앞에서는 애송이인 셈이었다.마스터와 마스터 사이에도 엄청난 격차가 존재하는 법이니 말이다.“유룡종의 오너?”유진우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아! 기억났어요. 그쪽이 그 서남 지역에서 제일 가는 고수, 무도의 정점을 찍었다는 그분이군요.”강도현의 기세로부터 가늠해 보았을 때 마스터 후기에 해당하는 수준일 가능성이 높았다.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과연 한 지역을 평정할 만한 인물이긴 했다.“제일 가는 고수라니, 과찬이야. 다만 지금까지 내 손에서 열 수를 버텨낸 자는 단 한 명도 없었을 뿐이지.”강도현은 뒷짐을 진 채 겸손한 척했지만 눈빛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그는 서남 5대 마스터 중에서도 최강의 존재였다. 벌써 10년이 넘도록 자신과 대적할 만한 상대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대단합니다.”유진우는 가볍게 박수를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유룡종의 오너께서 이런 세속적인 물건 때문에 후배들과 다투시다니 조금 실망스러운걸요.”“어이, 젊은이. 그런 유치한 도발은 나한테 통하지 않아. 주인이 없는 보물이니 차지하는 자가 임자인 게 당연하지 않겠나.”강도현은 태연하게 대답했다.“그렇다면 협상의 여지는 없다는 뜻인가요?”유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협상이라... 안 될 건 없지.”강도현은 갑자기 말을 바꾸며 미소 지었다.“나는 인재를 아끼는 사람이야. 젊고 뛰어난 무인을 발굴하는 걸 좋아하지. 자네가 우리 유룡종에 들어온다면 부오너의 자리를 주겠네. 그리고 여기 있는 보물도 마음껏
표정만 봐도 그들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다.“젊은이, 어떻게 생각하나?”강도현은 고개를 돌려 유진우를 바라보았다.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진우에게 부오너 자리까지 내어주며 특별한 대우를 해주었다.“괜찮습니다. 부오너 따위엔 관심 없습니다. 더군다나 유룡종과는 엮이고 싶지 않고요.”그러나 유진우는 단호하게 거절했다.서경왕의 자리조차 관심 없는 그였다. 하물며 작은 파벌의 부오너 따위가 눈에 찰 리 없었다.“뭐?”강도현의 미소가 순간적으로 굳었다.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기회는 한 번뿐이야. 놓치면 다시는 오지 않을 텐데 정말 내 초대를 거절하겠나?”“네.”유진우는 미련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더 할 말이 없군.”강도현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무려 그가 손수 나서서 유진우를 받아들이려 했지만 그 호의를 무시당하자 체면이 깎인 기분이었다.“흥! 분수를 모르는 놈이군! 오너께서 직접 영입하려 하신 건 너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인데 감히 이 호의를 걷어차다니! 명령한다. 당장 네가 가진 보물을 모두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전서후가 살기를 드러내며 노려보았다.“보물을 내놓으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엄기준도 소리쳤다.“말이 많군요. 싸우고 싶다면 덤비시죠. 아무튼 오늘 이곳에서 당신들이 원하는 건 단 하나도 가져갈 수 없을 테니까요.”유진우는 시큰둥하게 말했다.“건방진 놈!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송 장로님, 이 건방진 녀석에게 유룡종의 힘이 어떤 것인지 가르쳐 줍시다!”전서후 혼자서는 유진우를 상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도와주는 이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터였다.송장로는 전서후보다 한층 강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비록 아직 마스터의 경지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깊은 내공을 바탕으로 웬만한 무도 마스터들과 맞서기엔 부족함이 없었다.그러니 두 사람이 힘을 합친다면 그 위력을 배가 될 것이었다.유진우를 쓰러뜨리는 건 어렵지 않을 터였다.“좋다! 오늘 이 꼬맹이
벽에 매달린 채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전서후와 피를 토하며 쓰러진 송장로를 바라보며 모두가 숨을 삼킨 채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특히 유룡종과 비설파의 고수들은 할 말을 잃은 듯 눈을 크게 뜬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그들은 전서후와 송 장로의 실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비록 무도 마스터는 아니었지만 그에 준할 만큼의 실력을 지닌 인물들이었다. 오랜 세월 쌓아온 내공과 단련으로 인해 두 사람은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평범한 마스터를 상대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실력이었다.둘이 힘을 합치면 그 실력은 배가 되어 실제로도 둘이 손을 맞춰 무도 마스터를 쓰러뜨린 전적이 있었다.그래서 설령 유진우를 완벽하게 제압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대등하게 싸울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단 한 번의 겨룸으로 두 사람 모두 무너졌다.한 명은 중상을 입게 되었고 다른 한 명은 생사가 위태로워졌다. 유진우한테 아예 상대가 되지 않는 정도였다.이 정도의 실력 차이는 거의 하늘과 땅 차이라고 볼 수 있었다.“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전장로와 송장로가 저 자식한테 이렇게 쉽게 패배했다고?”“단 한 방으로! 유룡종의 장로 둘을 무너뜨리다니, 저 자식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젠장! 새파랗게 어린 나이에 이런 괴물 같은 실력을 지녔다면 몇 년 뒤엔 도대체 얼마나 더 강해질까?”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유진우를 바라보며 유룡종과 비설파의 고수들은 서로 수군대기 시작했다.그들의 얼굴엔 두려움과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전장로와 송장로는 그들 중에서도 단연 으뜸가는 존재들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유진우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면 그들은 아예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파벌의 오너가 직접 나서지 않는 한 유진우를 제압할 방법은 없었다.“저 녀석, 이 정도일 줄이야... 우리가 너무 얕봤군.”엄기준의 얼굴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유진우가 마스터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유룡종의 장로
누군가 자청해서 싸우겠다는데 굳이 말릴 이유는 없었다. 유진우의 실력은 단순한 마스터 입문 수준이 아니었다. 그 실력은 이미 마스터 중기 고수라 불릴 만한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도현 씨, 걱정 마십시오. 저 녀석 비록 좀 물건이긴 하지만 서남 전체를 통틀어 저를 확실히 이길 수 있는 건 도현 씨뿐이고 나머지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아요.”공진혁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서남 제일의 강자 강도현과 세 차례 맞붙어 모두 패한 그는 자신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 다른 이들은 그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유진우가 비범한 재능과 뛰어난 실력을 갖춘 건 맞지만 너무 어렸다.그에 비해 공진혁은 십수 년의 실전 경험을 통해 내공을 다져온 인물이었다. 그의 경지는 산처럼 단단하고 흔들림 없었으며, 어린아이 같은 유진우가 감히 넘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좋습니다! 진혁 씨께서 이렇게 나서주신다니 마음껏 상대해 보시죠.”강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아꼈다.그가 보기엔 공진혁이 이길 확률이 적어도 여덟 할은 되었다.“그럼요! 잘 봐두십시오!”공진혁은 입꼬리를 올리며 유진우를 곧게 바라보았다.“이봐, 꼬맹이. 그거 알아? 같은 고수라 해도 실력 차이가 얼마나 큰지 말이야. 네 나이에 이 정도 경지까지 왔다면 분명 약물의 힘을 빌렸겠지? 그렇게 쌓은 내공은 부실하기 마련이다. 넌 그저 껍데기만 번지르르한 허수아비야. 약한 자들 상대로 으스대긴 좋겠지만 진짜 고수 앞에선 너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날 거다!”“그런가요?”유진우도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가소롭다는 듯 웃음이 새어 나왔다.이 자식은 눈썰미라는 게 전혀 없어 보였다.자신이 방금 드러낸 실력만 봐도 어느 정도 눈치는 챘어야 했다. 그런데도 이리 당당하게 떠들어대다니 그 용기가 가히 대단했다.“꼬맹이, 난 약자를 상대로 비겁하게 나오지 않아. 내가 먼저 세 수를 양보하지. 그 다음엔 널 본격적으로 쓰러뜨릴 거야.”공진혁은 손을 등 뒤로 모으며 당당하게 말했다.“들었지? 세 수
“응?”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모두가 다시금 얼어붙었다.모든 일이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탓에 누구 하나 제대로 반응할 수조차 없었다.유진우가 손을 뻗은 순간부터 공진혁이 쓰러지기까지, 모든 일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졌다.대다수 무사들의 눈에는 그저 시야가 아찔해질 만큼 밝은 섬광이 번졌을 뿐이었다. 무려 비설파의 오너가 벽에 처참히 매달려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모든 과정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갑작스러웠다.“이럴 수가... 말도 안 돼!”생사의 경계를 오가는 공진혁을 바라보며 연우혁은 완전히 얼이 빠지게 되었다.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자신의 사부님이 이렇게 처절하게 무너질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공진혁은 서남 지역에서 손꼽히는 다섯 강자 중 하나로 실력이 탄탄한 무도 마스터였다.서남 전체를 통틀어도 유룡종의 강도현 외에는 그의 실력을 좌우할 자가 없었다.그러니 연우혁의 눈에 오늘 이 승부는 자신의 사부님이 여유롭게 이길 것 같았다.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였다. 공진혁은 이기기는커녕 유진우의 단 한 방에 완패를 당했다.이 엄청난 반전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아니... 내가 잘못 본 건가? 당당한 비설파의 오너가 졌다고? 게다가 이름도 못 들어본 이 풋내기한테?”“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이 짧은 찰나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단 한 방이었어! 저 녀석은 고작 한 방으로 공오너를 무너뜨렸어. 말도 안 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젠장! 저 자식 대체 정체가 뭐지? 어떻게 저렇게 강할 수 있는 거야!”“...”짧은 정적 후 현장의 반응은 순식간에 폭발했다.유룡종, 비설파, 서지석을 비롯한 사람들 모두가 유진우의 힘에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전서후와 송장로를 쓰러뜨렸을 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었다. 유진우가 무도 마스터임을 알고 있었고 실력의 경지에는 여러 가지 차이가 존재하니 말이다.하지만 상대가 공진혁으로 바뀌자 이야기는 달라졌다.
이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면 온 세상이 떠들썩해지지 않겠는가?“좋아요! 나이스!”장은경은 환호성을 질렀다. 기쁨에 들뜬 눈동자가 반짝이며 빛났다.얼굴도 잘생기고 젊은 나이에 실력까지 뛰어난 데다 미래까지 창창한 인재라니, 이런 청년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녀는 반드시 이 기회를 잡아야 했다. 설령 서지석과의 약혼을 파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유진우의 눈에 들고야 말겠다고 마음먹었다.“젠장! 또 저 자식이 잘난 척할 기회를 내줘버렸어!”진이수의 얼굴은 어둡게 굳어버렸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과 질투로 가득 차 있었다.유진우의 위력이 커질수록 진이수의 존재감은 점점 작아질 게 분명했다.진이수는 이제 거의 반 포기 상태였다.이제는 그저 유진우가 자신에게 괜한 시비를 걸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세 수를 받아보겠다고 했는데 고작 한 번도 버티지 못했군요. 보아하니 비설파의 오너라는 자도 별 볼 일 없군요.”유진우는 조소가 서린 말투로 담담하게 말했다.그러자 비설파의 고수들은 목덜미까지 붉히며 분노로 치를 떨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오너조차 유진우한테 패한 마당에 그들 따위가 나서서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이제 그들의 유일한 희망은 강도현뿐이었다.서남 제일 고수라 불리는 강도현이라면 유진우를 이길 가능성이 있었다. “오너님! 저놈은 너무나도 오만방자합니다. 제발 그에게 본때를 보여주십시오. 우리 비설파의 자존심을 지켜주셔야 합니다!”“그래요, 오너님! 방금 저자는 기습 공격으로 겨우 이긴 겁니다. 오너님께서 나서신다면 틀림없이 쉽게 이기실 수 있을 겁니다!”“오너님! 본때를 제대로 보여주십시오!”비설파의 제자들이 앞다투어 강도현에게 부탁했다.모두의 간절한 시선을 받은 강도현은 난처함을 느꼈다.그는 유진우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기에 승산이 없는 싸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만에 하나 패하기라도 하면 평생 쌓아온 명성은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다.마찬가지로 서남 제일 고수라는 칭호도 물거품이 될 터였다.문제는 이렇게 수많
“오너님에게 체면을 세워주자고, 절반 남기고 나머지만 가져가자.”이청성이 단호하게 말하자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보물을 담을 자는 보물을, 영액을 담을 자는 영액을 챙겼다. 겉으로는 절반을 남긴다 했지만 사실은 누구랄 것 없이 조금씩 몰래 더 숨겼다.강도현은 이미 그 꼼수를 눈치챘지만 그냥 못 본 척 눈을 감았다.유진우가 드러낸 힘은 이미 모든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고 그 누구도 감히 무리수를 둘 수 없었다.정면으로 맞섰다가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몰락할 수도 있었다.게다가 이 수중궁전 근처엔 보물을 눈독 들이는 세력들이 아직 많이 숨어 있었다.만에 하나 큰 싸움을 하고 상처만 입은 채 보물을 남에게 뺏기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이야말로 남 좋은 일을 대신 해준 셈이었다.그렇게 이청성을 비롯한 일행은 크고 작은 꾸러미를 잔뜩 챙겨 주저 없이 수중궁전을 빠져나왔다.유룡종과 비설파의 고수들은 여전히 날 선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았지만 아무도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강도현이 목숨 걸고 나서지 않는 한 그 누구도 유진우를 상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렇게 쉽게 빠져나올 줄이야, 그것도 이렇게 많은 보물을 챙기고 말이야. 정말 불행 중 다행인 것 같아!”궁전을 벗어난 후에도 서지석은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은 듯 두려움이 남아 있는 얼굴로 굳어있었다.아무래도 방금까지 그들이 상대했던 이는 유룡종과 비설파의 정예 고수들이었고 그 중엔 서남 제일의 고수인 강도현까지 자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그런 거대한 세력은 그야말로 일대를 쓸어버릴 만한 힘이었다.금도문의 모든 병력이 총동원되어도 정면 승부는 최대한 피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그랬기에 애초에 서지석은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다. 목숨이라도 건지면 다행이라 여겼을 뿐이었다.하지만 결과는 모든 이의 예상을 뒤엎었다.그들은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빠져나왔고 영액과 보물도 대부분 지켜냈다. 이건 그야말로 뜻밖의 횡재였다.“우리가 이렇게 순조롭게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진우 씨 덕분
“흥,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도도한 척은.”멀어져 가는 유진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진이수는 참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툴툴거렸다.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먼저 품에 안기겠다는데 남자라면 누구든 거절할 이유가 없을 터였다.진이수의 눈에 비친 유진우는 그저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일 뿐이었다.겉으론 고상한 체하지만 속내는 따로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하지만 이런 불만은 속으로만 품을 뿐 현실적으론 힘의 격차가 너무 컸기에 함부로 나설 엄두는 내지 못했다.그렇게 몇 마디 중얼거린 그는 블랙스콜피온 팀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이번 죽음의 사막 원정에서 그의 팀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다행히 보물도 꽤 많이 거둬들였다.이 보물들을 잘 처분하면 평생 호화롭게 살아도 남을 만큼의 부를 손에 넣을 수 있을 터였다.“선배님, 괜한 정을 나누어 줬군요. 진우 씨는 애초에 선배님을 눈에 두지도 않았어요.”한 금도문의 제자가 비웃으며 말했다.장은경은 외모 하나는 출중했지만 사람 됨됨이가 좋지 못했다. 마음이 사악하고 꿍꿍이가 많은 사람 그 자체였다.저런 사람과 엮였다간 어느 순간 자신이 팔려나갈지도 모를 일이었다.“흥.”장은경의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고운 얼굴에 한기가 내려앉았다.지금껏 수없이 써온 미인계는 늘 성공을 거뒀다. 그런데 유독 유진우 앞에선 번번이 실패했다.이 사실이 그녀를 분노케 했고 동시에 쉽게 물러서고 싶지 않다는 오기가 생겼다.자기한테 넘어오지 않는 남자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은경 씨, 제가 보기엔 진우 씨 이미 마음을 둔 사람이 있는 듯해요. 그리고 재능과 실력을 겸비한 그는 유룡종도 눈에 두지 않았습니다. 우리 같은 파벌은 기회조차도 없을 겁니다.”서지석이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그는 5년 전 장은경에게 첫눈에 반했고 그 뒤로 줄곧 그녀를 마음에 품어왔다. 마침내 체면을 무릅쓰고 사부님에게 간청해 원앙문에 혼인을 청했으며 상당한 대가를 치른 끝에 겨우 혼약을 맺을 수 있었다.그런 그였기에 장은경이 유진우를 마음
그리고 마침 이청성의 집사 왕 아저씨가 마침 많은 보급품을 실어 도착했다.간단히 휴식을 취한 후 그들은 다시 길을 떠났다.그렇게 꼬박 사흘을 걸은 끝에 셋째 날 오후가 되던 때 그들은 죽음의 사막에서 벗어나 예전에 잠시 머물렀던 마을에 도착했다.사흘 내내 모두가 바짝 긴장한 채 지냈다. 길 위에서 무슨 위험을 마주할까 마음을 놓지 못해 밤에도 눈을 붙이지 못했다.이제야 겨우 발을 들인 마을에서 그들은 드디어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벌써 날이 저물고 있군요. 오늘 밤은 여기서 쉬어가죠. 급히 떠나야 하는 분은 편히 가보셔도 됩니다. 그럼 오늘 저는 이만.”마을 입구에서 이청성이 가볍게 인사를 건넨 뒤 자신의 경호팀과 함께 전에 투숙했던 여관으로 향했다.임무는 이미 끝났고 임시로 결성된 이 팀 역시 해산할 때가 됐다.누구 하나 손해를 본 사람 없이 각자 모두 원하는 보물을 손에 넣게 되었다. 이제부터는 다시 각자의 길로 돌아갈 시간이었다.“진우 씨, 드릴 말씀이 있어요. 잠시 시간 괜찮으신가요?”막 떠나려던 유진우를 장은경이 불러 세웠다.장은경은 왠지 머뭇거리며 수줍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눈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단박에 눈치챌 수 있는 분위기였다.“피곤하군요. 할 말 있으면 여기서 하시죠.” 유진우는 차갑게 말했다.유진우는 그녀에게 호감이 없었다.“그렇다면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장은경은 상냥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진우 씨는 타고난 재능에 실력도 출중하세요. 저희 원앙문은 바로 진우 씨 같은 인재를 필요로 해요. 혹시 저희 파벌에 들어올 생각은 없으신가요? 진우 씨께서 고개만 끄덕이신다면 진우 씨는 저희 파벌에서 가장 귀하게 모셔질 분이 될 거라고 제가 보장할게요. 혜택과 대우는 원하시는 대로 맞춰드릴 수 있어요!”“죄송하지만 그쪽으로는 관심이 없네요.”유진우는 단칼에 거절했다.그러고는 몸을 돌려 떠날 준비를 했다.“잠깐만요!”장은경은 다급해진 듯 그의 앞을 막아섰고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진우 씨,
“오너님에게 체면을 세워주자고, 절반 남기고 나머지만 가져가자.”이청성이 단호하게 말하자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보물을 담을 자는 보물을, 영액을 담을 자는 영액을 챙겼다. 겉으로는 절반을 남긴다 했지만 사실은 누구랄 것 없이 조금씩 몰래 더 숨겼다.강도현은 이미 그 꼼수를 눈치챘지만 그냥 못 본 척 눈을 감았다.유진우가 드러낸 힘은 이미 모든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고 그 누구도 감히 무리수를 둘 수 없었다.정면으로 맞섰다가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몰락할 수도 있었다.게다가 이 수중궁전 근처엔 보물을 눈독 들이는 세력들이 아직 많이 숨어 있었다.만에 하나 큰 싸움을 하고 상처만 입은 채 보물을 남에게 뺏기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이야말로 남 좋은 일을 대신 해준 셈이었다.그렇게 이청성을 비롯한 일행은 크고 작은 꾸러미를 잔뜩 챙겨 주저 없이 수중궁전을 빠져나왔다.유룡종과 비설파의 고수들은 여전히 날 선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았지만 아무도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강도현이 목숨 걸고 나서지 않는 한 그 누구도 유진우를 상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렇게 쉽게 빠져나올 줄이야, 그것도 이렇게 많은 보물을 챙기고 말이야. 정말 불행 중 다행인 것 같아!”궁전을 벗어난 후에도 서지석은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은 듯 두려움이 남아 있는 얼굴로 굳어있었다.아무래도 방금까지 그들이 상대했던 이는 유룡종과 비설파의 정예 고수들이었고 그 중엔 서남 제일의 고수인 강도현까지 자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그런 거대한 세력은 그야말로 일대를 쓸어버릴 만한 힘이었다.금도문의 모든 병력이 총동원되어도 정면 승부는 최대한 피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그랬기에 애초에 서지석은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다. 목숨이라도 건지면 다행이라 여겼을 뿐이었다.하지만 결과는 모든 이의 예상을 뒤엎었다.그들은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빠져나왔고 영액과 보물도 대부분 지켜냈다. 이건 그야말로 뜻밖의 횡재였다.“우리가 이렇게 순조롭게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진우 씨 덕분
이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면 온 세상이 떠들썩해지지 않겠는가?“좋아요! 나이스!”장은경은 환호성을 질렀다. 기쁨에 들뜬 눈동자가 반짝이며 빛났다.얼굴도 잘생기고 젊은 나이에 실력까지 뛰어난 데다 미래까지 창창한 인재라니, 이런 청년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녀는 반드시 이 기회를 잡아야 했다. 설령 서지석과의 약혼을 파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유진우의 눈에 들고야 말겠다고 마음먹었다.“젠장! 또 저 자식이 잘난 척할 기회를 내줘버렸어!”진이수의 얼굴은 어둡게 굳어버렸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과 질투로 가득 차 있었다.유진우의 위력이 커질수록 진이수의 존재감은 점점 작아질 게 분명했다.진이수는 이제 거의 반 포기 상태였다.이제는 그저 유진우가 자신에게 괜한 시비를 걸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세 수를 받아보겠다고 했는데 고작 한 번도 버티지 못했군요. 보아하니 비설파의 오너라는 자도 별 볼 일 없군요.”유진우는 조소가 서린 말투로 담담하게 말했다.그러자 비설파의 고수들은 목덜미까지 붉히며 분노로 치를 떨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오너조차 유진우한테 패한 마당에 그들 따위가 나서서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이제 그들의 유일한 희망은 강도현뿐이었다.서남 제일 고수라 불리는 강도현이라면 유진우를 이길 가능성이 있었다. “오너님! 저놈은 너무나도 오만방자합니다. 제발 그에게 본때를 보여주십시오. 우리 비설파의 자존심을 지켜주셔야 합니다!”“그래요, 오너님! 방금 저자는 기습 공격으로 겨우 이긴 겁니다. 오너님께서 나서신다면 틀림없이 쉽게 이기실 수 있을 겁니다!”“오너님! 본때를 제대로 보여주십시오!”비설파의 제자들이 앞다투어 강도현에게 부탁했다.모두의 간절한 시선을 받은 강도현은 난처함을 느꼈다.그는 유진우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기에 승산이 없는 싸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만에 하나 패하기라도 하면 평생 쌓아온 명성은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다.마찬가지로 서남 제일 고수라는 칭호도 물거품이 될 터였다.문제는 이렇게 수많
“응?”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모두가 다시금 얼어붙었다.모든 일이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탓에 누구 하나 제대로 반응할 수조차 없었다.유진우가 손을 뻗은 순간부터 공진혁이 쓰러지기까지, 모든 일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졌다.대다수 무사들의 눈에는 그저 시야가 아찔해질 만큼 밝은 섬광이 번졌을 뿐이었다. 무려 비설파의 오너가 벽에 처참히 매달려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모든 과정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갑작스러웠다.“이럴 수가... 말도 안 돼!”생사의 경계를 오가는 공진혁을 바라보며 연우혁은 완전히 얼이 빠지게 되었다.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자신의 사부님이 이렇게 처절하게 무너질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공진혁은 서남 지역에서 손꼽히는 다섯 강자 중 하나로 실력이 탄탄한 무도 마스터였다.서남 전체를 통틀어도 유룡종의 강도현 외에는 그의 실력을 좌우할 자가 없었다.그러니 연우혁의 눈에 오늘 이 승부는 자신의 사부님이 여유롭게 이길 것 같았다.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였다. 공진혁은 이기기는커녕 유진우의 단 한 방에 완패를 당했다.이 엄청난 반전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아니... 내가 잘못 본 건가? 당당한 비설파의 오너가 졌다고? 게다가 이름도 못 들어본 이 풋내기한테?”“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이 짧은 찰나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단 한 방이었어! 저 녀석은 고작 한 방으로 공오너를 무너뜨렸어. 말도 안 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젠장! 저 자식 대체 정체가 뭐지? 어떻게 저렇게 강할 수 있는 거야!”“...”짧은 정적 후 현장의 반응은 순식간에 폭발했다.유룡종, 비설파, 서지석을 비롯한 사람들 모두가 유진우의 힘에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전서후와 송장로를 쓰러뜨렸을 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었다. 유진우가 무도 마스터임을 알고 있었고 실력의 경지에는 여러 가지 차이가 존재하니 말이다.하지만 상대가 공진혁으로 바뀌자 이야기는 달라졌다.
누군가 자청해서 싸우겠다는데 굳이 말릴 이유는 없었다. 유진우의 실력은 단순한 마스터 입문 수준이 아니었다. 그 실력은 이미 마스터 중기 고수라 불릴 만한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도현 씨, 걱정 마십시오. 저 녀석 비록 좀 물건이긴 하지만 서남 전체를 통틀어 저를 확실히 이길 수 있는 건 도현 씨뿐이고 나머지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아요.”공진혁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서남 제일의 강자 강도현과 세 차례 맞붙어 모두 패한 그는 자신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 다른 이들은 그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유진우가 비범한 재능과 뛰어난 실력을 갖춘 건 맞지만 너무 어렸다.그에 비해 공진혁은 십수 년의 실전 경험을 통해 내공을 다져온 인물이었다. 그의 경지는 산처럼 단단하고 흔들림 없었으며, 어린아이 같은 유진우가 감히 넘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좋습니다! 진혁 씨께서 이렇게 나서주신다니 마음껏 상대해 보시죠.”강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아꼈다.그가 보기엔 공진혁이 이길 확률이 적어도 여덟 할은 되었다.“그럼요! 잘 봐두십시오!”공진혁은 입꼬리를 올리며 유진우를 곧게 바라보았다.“이봐, 꼬맹이. 그거 알아? 같은 고수라 해도 실력 차이가 얼마나 큰지 말이야. 네 나이에 이 정도 경지까지 왔다면 분명 약물의 힘을 빌렸겠지? 그렇게 쌓은 내공은 부실하기 마련이다. 넌 그저 껍데기만 번지르르한 허수아비야. 약한 자들 상대로 으스대긴 좋겠지만 진짜 고수 앞에선 너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날 거다!”“그런가요?”유진우도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가소롭다는 듯 웃음이 새어 나왔다.이 자식은 눈썰미라는 게 전혀 없어 보였다.자신이 방금 드러낸 실력만 봐도 어느 정도 눈치는 챘어야 했다. 그런데도 이리 당당하게 떠들어대다니 그 용기가 가히 대단했다.“꼬맹이, 난 약자를 상대로 비겁하게 나오지 않아. 내가 먼저 세 수를 양보하지. 그 다음엔 널 본격적으로 쓰러뜨릴 거야.”공진혁은 손을 등 뒤로 모으며 당당하게 말했다.“들었지? 세 수
벽에 매달린 채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전서후와 피를 토하며 쓰러진 송장로를 바라보며 모두가 숨을 삼킨 채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특히 유룡종과 비설파의 고수들은 할 말을 잃은 듯 눈을 크게 뜬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그들은 전서후와 송 장로의 실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비록 무도 마스터는 아니었지만 그에 준할 만큼의 실력을 지닌 인물들이었다. 오랜 세월 쌓아온 내공과 단련으로 인해 두 사람은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평범한 마스터를 상대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실력이었다.둘이 힘을 합치면 그 실력은 배가 되어 실제로도 둘이 손을 맞춰 무도 마스터를 쓰러뜨린 전적이 있었다.그래서 설령 유진우를 완벽하게 제압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대등하게 싸울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단 한 번의 겨룸으로 두 사람 모두 무너졌다.한 명은 중상을 입게 되었고 다른 한 명은 생사가 위태로워졌다. 유진우한테 아예 상대가 되지 않는 정도였다.이 정도의 실력 차이는 거의 하늘과 땅 차이라고 볼 수 있었다.“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전장로와 송장로가 저 자식한테 이렇게 쉽게 패배했다고?”“단 한 방으로! 유룡종의 장로 둘을 무너뜨리다니, 저 자식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젠장! 새파랗게 어린 나이에 이런 괴물 같은 실력을 지녔다면 몇 년 뒤엔 도대체 얼마나 더 강해질까?”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유진우를 바라보며 유룡종과 비설파의 고수들은 서로 수군대기 시작했다.그들의 얼굴엔 두려움과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전장로와 송장로는 그들 중에서도 단연 으뜸가는 존재들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유진우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면 그들은 아예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파벌의 오너가 직접 나서지 않는 한 유진우를 제압할 방법은 없었다.“저 녀석, 이 정도일 줄이야... 우리가 너무 얕봤군.”엄기준의 얼굴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유진우가 마스터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유룡종의 장로
표정만 봐도 그들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다.“젊은이, 어떻게 생각하나?”강도현은 고개를 돌려 유진우를 바라보았다.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진우에게 부오너 자리까지 내어주며 특별한 대우를 해주었다.“괜찮습니다. 부오너 따위엔 관심 없습니다. 더군다나 유룡종과는 엮이고 싶지 않고요.”그러나 유진우는 단호하게 거절했다.서경왕의 자리조차 관심 없는 그였다. 하물며 작은 파벌의 부오너 따위가 눈에 찰 리 없었다.“뭐?”강도현의 미소가 순간적으로 굳었다.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기회는 한 번뿐이야. 놓치면 다시는 오지 않을 텐데 정말 내 초대를 거절하겠나?”“네.”유진우는 미련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더 할 말이 없군.”강도현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무려 그가 손수 나서서 유진우를 받아들이려 했지만 그 호의를 무시당하자 체면이 깎인 기분이었다.“흥! 분수를 모르는 놈이군! 오너께서 직접 영입하려 하신 건 너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인데 감히 이 호의를 걷어차다니! 명령한다. 당장 네가 가진 보물을 모두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전서후가 살기를 드러내며 노려보았다.“보물을 내놓으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엄기준도 소리쳤다.“말이 많군요. 싸우고 싶다면 덤비시죠. 아무튼 오늘 이곳에서 당신들이 원하는 건 단 하나도 가져갈 수 없을 테니까요.”유진우는 시큰둥하게 말했다.“건방진 놈!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송 장로님, 이 건방진 녀석에게 유룡종의 힘이 어떤 것인지 가르쳐 줍시다!”전서후 혼자서는 유진우를 상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도와주는 이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터였다.송장로는 전서후보다 한층 강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비록 아직 마스터의 경지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깊은 내공을 바탕으로 웬만한 무도 마스터들과 맞서기엔 부족함이 없었다.그러니 두 사람이 힘을 합친다면 그 위력을 배가 될 것이었다.유진우를 쓰러뜨리는 건 어렵지 않을 터였다.“좋다! 오늘 이 꼬맹이
“유룡종의 오너까지 왔으니 오늘은 헛수고가 되겠군.”“에휴... 이렇게 뜻대로 안 될 때도 있는 법이지.”“완전 피바다로 만들 수 있을 줄 알았더니 결국엔 꼼짝없이 당해야 하네.”“...”사방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모두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어쩔 수 없었다. 강도현의 명성은 너무나도 드높았다. 그는 서남 지역 최강의 고수였고 그 지위는 누구도 흔들 수 없는 것이었다.비록 유진우는 소년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 하나 이런 절대적인 강자 앞에서는 애송이인 셈이었다.마스터와 마스터 사이에도 엄청난 격차가 존재하는 법이니 말이다.“유룡종의 오너?”유진우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아! 기억났어요. 그쪽이 그 서남 지역에서 제일 가는 고수, 무도의 정점을 찍었다는 그분이군요.”강도현의 기세로부터 가늠해 보았을 때 마스터 후기에 해당하는 수준일 가능성이 높았다.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과연 한 지역을 평정할 만한 인물이긴 했다.“제일 가는 고수라니, 과찬이야. 다만 지금까지 내 손에서 열 수를 버텨낸 자는 단 한 명도 없었을 뿐이지.”강도현은 뒷짐을 진 채 겸손한 척했지만 눈빛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그는 서남 5대 마스터 중에서도 최강의 존재였다. 벌써 10년이 넘도록 자신과 대적할 만한 상대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대단합니다.”유진우는 가볍게 박수를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유룡종의 오너께서 이런 세속적인 물건 때문에 후배들과 다투시다니 조금 실망스러운걸요.”“어이, 젊은이. 그런 유치한 도발은 나한테 통하지 않아. 주인이 없는 보물이니 차지하는 자가 임자인 게 당연하지 않겠나.”강도현은 태연하게 대답했다.“그렇다면 협상의 여지는 없다는 뜻인가요?”유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협상이라... 안 될 건 없지.”강도현은 갑자기 말을 바꾸며 미소 지었다.“나는 인재를 아끼는 사람이야. 젊고 뛰어난 무인을 발굴하는 걸 좋아하지. 자네가 우리 유룡종에 들어온다면 부오너의 자리를 주겠네. 그리고 여기 있는 보물도 마음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