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령전 제일 위층에 놓여있던 각주의 옥패가 두 조각으로 깨져있었다.그 옥패는 특수한 재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외력으로 손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옥패의 주인이 사망한 뒤에야 옥패가 깨질 수 있었다.믿기지 않았지만 각주 이원무는 이미 사망한 것이 틀림없었다. 어떻게 목숨을 잃었는지도 모르고 어디서 목숨을 잃었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각주님! 각주님!”흰 수염의 장로는 바닥에 주저앉아 비통한 심정으로 통곡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원무와 목숨을 나눈 사이였기 때문에 이원무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누구냐! 각주님의 목숨을 빼앗은 자가 도대체 누구냐! 그가 누구든 꼭 각주님을 위해 복수를 할것이야! 호용각 모든 제자는 들어라! 지금 당장 진산으로 가서 각주님의 목숨을 빼앗아간 자를 갈기갈기 찢어 죽여라!”잠깐의 침묵 뒤 호용각은 제자들의 열정으로 들끓었다. 호용각 모든 사람이 신속하게 한데 뭉쳐 출정 준비를 하고 있었다.쿠르릉!이때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소름 돋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기운이 호용각에 강림해서는 용천산을 뒤덮었다.“무슨 일이야?”영령전을 나온 사람들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소스라치게 놀라 오줌을 지릴뻔했다.멀리서부터 거대한 보라색 칼날이 천지를 뒤흔드는 기세로 다가오고 있었다.그 칼날은 길이가 천 미터 정도로 추정되고 기세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지나가는 곳마다 천지가 울부짖고 만물이 사라졌으며 공간이 뒤틀렸다.하늘과 태양이 칼날이 가려져 주위에 어둠이 깔렸다. 햇빛이 완전히 차단되자 검은 그림자가 산맥을 전체를 뒤덮었다.하늘이 완전히 가려져 주위에는 불길한 적막과 어둠밖에 남지 않았다.이 장면을 목격한 모든 사람은 큰 산에 깔리온 것처럼 몸이 무거워져 미동도 할수 없었고 호흡마저 멈춰버린 듯 했다.“이 검법의 이름은 참용이다. 오늘부터 만세가 태평하고 더는 천하에 싸움이 없었으면 좋겠구나.”이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호용각이 눈 깜짝할 사이에 폐허로 변했다. 호용각은 용천산과 그 밑에 숨겨진 용맥과 함께 백준의 칼에 잘렸다.이 검법의 위력에 천하가 뒤흔들렸고 자금성까지 그로 인해 흔들렸다.같은 시각 친제감속.호리호리한 체격의 백발 늙은이가 거대한 나침판 위에 앉아 두 눈을 꼭 감은 채 뭐라 중얼거리며 기도하는 것 같았다.이때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지면이 심하게 흔들렸다. 뒤이어 거대한 나침판이 어딘가로부터 공격을 받은 것처럼 “팍”하고 산산조각이 났다.그 위에 앉아있던 백발의 늙은이는 몸을 움찔하더니 피를 토해냈다. 늙은이의 기력이 쇠약해 보이는 것이 크게 다친 것 같았다.“사부님, 무슨 일이에요?”마침 방안으로 들어오던 이청성이 이 장면을 보고 놀라 허겁지겁 달려가서는 늙은이를 부축해줬다.“하늘의 뜻은 거역할 수 없네요. 이건 운명입니다.”백발의 늙은이는 연신 한숨을 내쉬며 기침을 해댔다.“사부님,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이청성이 물었다.“용맥이 잘려 사라져버렸어요.”백발의 늙은이가 슬픈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제가 전에 점을 쳤던 것이 현실이 되었어요. 용국의 용맥이 누군가에 의해 잘린 뒤로부터 조정이 흔들리고 국운이 점차 약해질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세상이 변할 거에요.”“뭐라고 하셨어요? 용맥이 진짜로 잘렸단 말입니까?”이청성이 소스라치게 놀라 되물었다.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었지만 이 나쁜 소식을 실제로 들어보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용맥이 사라졌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천하가 뒤흔들릴 것입니다. 폐하께 소식을 건네 이른 시일 안에 준비를 마쳐 정세를 안정시키도록 하세요.”백발의 늙은이가 방법을 대줬다.“이 일은 제가 이미 아바마마께 전해드렸어요. 하지만 근래 아바마마께서 몸이 안 좋으셔서 방법이 없네요. 여러 오빠는 황위를 빼앗는데 정신이 팔려 다른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을 거예요.”이청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그녀의 아버지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정사를 돌보는 바람에 건강이 점점 나빠져서 요즘에는 앓아누우셨다.그
“사부님, 어렵다 하더라도 저는 시도해볼 거예요!”이청성이 굳센 의지를 갖추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바마마께서는 앓아누워계셨고 오빠들은 황위에 눈이 멀어 서로 싸우고 있었으니 지금 이 일을 맡을 사람은 그녀뿐이었다. 용국을 위해서라도 그녀가 나서서 돌이킬 방법을 찾아야 했다.“그래요. 가보세요. 공주님이 이 짐을 짊어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에요.”백발의 늙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간곡하게 입을 열었다.“사부님, 부디 건강하세요. 시간이 있으면 찾아뵐게요.”이청성은 백발의 늙은이를 향해 예를 갖추고 그곳을 떠났다. 용맥이 사라진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기에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미래가 어찌 돌아갈지는 모르겠구나. 신하로서 군주를 따라야 하니 이 늙은이도 이젠 떠날 시간이 다 됐구나.”백발의 늙은이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힘들게 몸을 일으켜 향을 피우고 목욕을 마친 뒤 옷을 갈아입고 예배를 했다.모든 일을 끝마친 뒤 그는 자리로 돌아가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얼마 뒤 바람이 일더니 허공에 매달려있던 장명등의 등불을 꺼버렸다.백발의 늙은이는 머리를 숙인 채 하늘나라로 떠나셨다....진산 산꼭대기.온몸의 기운을 모아 마지막으로 검을 휘두른 백준은 머지않아 세상을 떠날 늙은이로 변했다. 그의 몸은 언제든지 부서질 도자기처럼 여기저기 금이 가 있었다.“장혁아...” 백준은 산기슭에 있는 유진우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오랜만이야. 너 키가 너무 많이 커서 아저씨가 못 알아볼 뻔 했어.”“아저씨...”눈시울이 붉어진 유진우는 백준을 바라보며 울먹거렸다. 그는 백준의 생명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돌이킬 수 없는 나쁜 결과였다. 백준이 강제로 신선의 경지에 오를 때부터 이미 결정된 운명이었다.“나 백준은 하늘과 땅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지금까지 떳떳하게 살아왔어. 단지 네 어머니께 큰 빚을 졌지 뭐야. 네 어머니께서 나의 목숨을 살려주셨는데 지금까지 갚지못했어. 오늘 내 목숨으로
“아저씨? 아저씨? ”천천히 사라지는 백준의 모습을 바라보는 유진우는 눈시울이 붉어진채 처량한 목소리로 백준을 불렀다.원래부터 심한 상처를 입고 있었던 그는 너무 슬픈나머지 웩하며 피를 토해내더니 그자리에 풀썩 쓰러졌다.의식이 모호해지며 한참동안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진실을 알아내고 복수를 하기 위해 그는 이미 많은 것을 잃었다. 지금 또 한 명의 가족이 그의 곁을 떠나니 이젠 그도 자신이 한 일이 정말 맞는지 의심이 되었다.복수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헛되이 희생하지 않았을 텐데.“이는 검선이 선택한 길이에요. 그분은 아주 기쁘게 세상을 떠났을 거예요.”홍군림이 미세하게 떨리는 용작검을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을 이었다.“검선은 찬란한 일생을 지냈어요.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여전히 빛을 발했죠. 혼자의 힘으로 이원무를 베고 호룡각을 멸망시켜 백성들을 구했으니 진정한 검선이고 세계최강이죠!”유진우는 자부심으로 꽉 찬 사람이었다. 그는 모든 사람을 눈여겨 본적이 없었다. 자신의 사부님 백준에게도 눈길을 둔 적이 없었다.하지만 오늘의 전투를 목격한 그는 백준의 선택에 큰 영향을 받고 존경하는 마음이 가슴속으로부터 우르러 나왔다.이것이야말로 모든 이들의 칭송을 받는 진정한 검선이다.“이게 다 나 때문이야. 나를 구하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아저씨는 목숨을 잃지 않았을 거야.”바닥에 누워 있는 유진우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었다.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만약 복수 때문에 더 많은 가족을 잃어야 한다면 그는 차라리 불효자가 되어 모든 이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남은 인생을 살 것이다.지금 이 순간에야 유진우는 아버지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었다.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손에 권력을 쥐고 있던 아버지께서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으셨다. 유진우는 아버지가 너무 나약해서 권력과 지위를 잃을까 봐 무서워서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아버지가 권력과 지위 때문이 아니라 더 많은 가족을 잃고 싶지 않아서 그런 선택을
두 사람은 사촌 사이인 데다가 서로에게 놓고 말해서 오랜만에 만난 강적이었다. 그래서 그가 포기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마땅한 상대가 없다는 건 얼마나 지루할지 모른다.“진우 형, 앞으로의 길은 스스로 가야 해요.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홍군림은 이렇게 한마디를 남기고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검종에서 내린 임무는 유진우를 처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오히려 유진우를 구해주었다.돌아가면 그는 뭐라고 해명해야 할지도 모르겠다.“아저씨, 상처는 괜찮으세요?”황은아가 걱정스레 물었다.“괜찮아.”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는 온통 시체로 뒤덮인 전장을 바라보며 말했다.“여기는 오래 있을 곳이 아니다. 빨리 돌아가자.”비록 이원무는 죽었지만 호룡각은 아직 전멸하지 않았다. 만약 호룡각 고수들이 오게 되면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대응할 수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빨리 철수하기로 했다.그들은 차를 몰고 연경으로 향했다. 그때 앞쪽에서 대규모 병력이 나타났는데 다들 전투복을 갖춘 군사들이었다.그들은 유진우의 차를 둘러싸기 시작했다.이 광경을 본 황은아의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독약을 꺼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일이죠? 아직도 적이 남아 있다고요?”“아저씨, 차 안에 계세요. 제가 처리하고 오겠습니다!”말을 마친 황은아는 차에서 내려 독을 뿌리려 했다.“기다려 봐! 적이 아니라 우리 쪽 지원군이야.”유진우이 곧바로 말리며 말했다.“네? 지원군이요?”그 말을 들은 황은아가 멈칫했다.그때 맞은편 차에서 누군가 걸어 내려왔다. 온몸에 피를 묻힌 조무진이 급히 뛰어오는 것이었다.“진우 형, 진우 형!”조무진이 급하게 뛰어오며 외쳤다. 유진우의 몸이 온통 피로 얼룩진 것을 보고 그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형 왜 이렇게 많이 다쳤어요? 빨리, 빨리 치료해 드려!”그는 이렇게 말하며 손을 흔들었다.“괜찮아. 이 정도는 대수롭지도 않아.”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피까지 토하는데 뭐가 괜찮다는
“진우 오빠, 어쩌다 이렇게 다치셨어요? 누가 그런 거예요? 제가 가서 죽여버릴 거예요!”조홍연은 황급히 앞으로 달려 나왔고 유진우가 온몸에 피범벅인 것을 보고 심각해지더니 분노를 참지 못했다.예쁜 두 눈에는 살기가 넘실댔다.유진우가 위험하다는 것을 듣고 그녀는 얼른 병사를 거느리고 달려왔다.오는 길에 방해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녀는 쉽게 처치해버렸지만, 시간을 지체하게 되었다.그녀는 이미 준비를 마쳤다. 유진우를 다치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숨통을 끊어버릴 것이다. 그 나라와 적이 된다고 해도 상관이 없었다.“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나를 다치게 한 사람은 이미 죽었어.”유진우는 억지로 웃어 보였다.“진우 오빠, 일단 누워서 쉬고 계세요. 바로 병원으로 모셔다드릴게요.”조홍연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홍연아, 그럴 필요 없어. 나는 괜찮아. 그것보다 네가 신경 써야 할 더 중요한 일이 있어.”유진우는 화제를 돌렸다.“무슨 일이요?”조홍연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얼마 전에 그 칼부림 너희들도 봤지?”유진우가 물었다.“봤어요.”조홍연은 표정이 엄숙해졌다.“그 칼부림은 정말 무시무시했어요. 제가 생각했던 모든 것을 벗어나는 것이었어요. 저는 세상에 그렇게 대단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 존재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어요.”“그건 백준 아저씨가 죽기 전에 날린 것이야.”유진우는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변이 없는 한 용국의 용맥은 이미 망가졌어. 황권의 머리 위에 있는 호룡각도 타격을 받았을 거야. 앞으로는 연경 전체가 혼란스럽고 불안해 질 거니까 너희 조씨 가문에서는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해.”“뭐라고요? 백준 아저씨가 죽었다고요?”조홍연은 표정이 변했다.“누가 그런 거예요? 아저씨를 죽일 수 있는 사람 누구예요?”그녀는 유진우와 함께 검술을 훈련했고 예전에 백준의 가르침도 받았다. 그녀는 하늘 아래에 백준의 검술을 이길 수 있는 자가 없다고 여겼었다. 이렇게 대단한 강자가 어떻게 죽을 수 있는가
“대단하므로 호룡각이 망가지면 그 영향은 엄청나게 크게 될 거라는 거야.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우리가 이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유진우가 말했다.“연경에 있으면서 4대 왕족인데 어떻게 제 몸만 사릴 수 있겠어? 이 풍파는 피할 수 없게 됐어.”조무진은 고개를 저었다.호룡각이 그렇게나 큰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데 무너진다면 세상은 큰 혼란을 일으킬 것이다.강력한 우두머리가 없는 상황에서 각 세력과 군벌들은 서로 우두머리가 되려고 세력다툼을 하게 될 것이다.그때가 되면 왕족인 조씨 가문은 당연히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가 없다.“세상 이치가 그렇잖아요. 분열이 오래되면 반드시 결합이 이뤄질 것이고 통일이 오래되면 반드시 분열이 이뤄지는 거죠. 호룡각이 오랫동안 왕 노릇을 했는데 얼마나 많은 신하의 불만을 샀는지 몰라요. 명령을 듣지 않거나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세력이 생기면 뿌리를 뽑아버렸죠. 오늘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은 다 하늘의 뜻이에요!”조홍연이 쌀쌀하게 말했다.그해 자금성 변고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던가? 그중에는 유진우의 어머니 진소연도 포함되었다.조홍연에게 진소연은 아주 선량하고 부드러운 여인이었다. 평소에도 남을 돕는 것을 즐겨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했는지 모른다. 거지한테도 진소연은 예의를 갖추어 상대했다.그런데 이렇게 좋은 사람이 호룡각의 음모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그녀와 함께 목숨을 잃은 사람 중에는 나라를 위해 온 힘을 다했던 충신들도 있었다.이런 조직은 언제가 됐든 반드시 멸망하게 될 것이다.“호룡각은 무너졌다고 해도 잔여세력이 꼭 있을 거야. 그 사람들은 여전히 무시하면 안 될 세력이지. 나는 계속해서 추적할 거야.”유진우가 엄숙하게 말했다.이원무가 죽었고 호룡각의 절반이나 되는 중요한 인물들이 백준의 칼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부자는 망해도 삼 년 먹을 것이 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호룡각의 세력은 뿌리가 깊어 짧은 시간 안에 완전히 멸망시키는 것은 불가
“유 대표님, 이건 이 대표님께서 준비한 이혼 합의서입니다. 사인 부탁드려요.”청성 그룹 대표 사무실 안.OL유니폼을 입은 장 비서가 A4용지 한 장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그녀의 맞은편엔 수수한 옷차림에 준수한 외모를 지닌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이혼이라니? 무슨 뜻이지?”유진우가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아직도 모르시겠어요? 대표님과 이 대표님의 결혼생활은 이젠 끝이에요. 두 분은 더 이상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요. 대표님의 존재가 이 대표님에겐 걸림돌만 될 뿐이에요!”장 비서가 가차 없이 쏘아붙였다.“걸림돌?”유진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러니까 청아가 날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야?”두 사람이 결혼할 때 이씨 일가는 한창 저조기에 처해있어 빚더미가 산을 이뤘다.유진우가 그런 이씨 일가를 도와 난관을 극복해 주었다.그런데 인제 와서 부귀영화를 누리더니 이청아가 그를 발로 뻥 차버리다니.“그렇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장 비서는 턱을 치켜세우고 책상 위의 잡지를 가리켰다. 잡지 표지 화면에 절세미인과도 같은 한 여자의 사진이 찍혀 있었다.“유 대표님, 이 타이틀 좀 보세요. 짧디짧은 3년 안에 이 대표님의 가치가 무려 2천억 원을 돌파했다고요. 기적을 창조할 뿐만 아니라 강능 전체에서 가장 핫한 미녀 대표가 되었어요! 이 대표님은 뛰어난 미모와 실력으로 구름 위를 걸으며 만인의 존경을 받고 있어요! 그런데 정작 유 대표님은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 이 대표님께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부디 저 자신을 알고 눈치껏 물러서세요!”유진우가 아무 말 없자 장 비서는 미간을 확 찌푸리며 계속 말을 이었다.“썩 내키지 않는다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현실이 이런 걸 어쩌겠어요? 전에 이 대표님을 도와준 건 사실이지만 이 3년 동안 대표님은 그 신세를 전부 다 갚았어요. 이젠 유 대표님이야말로 우리 대표님께 신세를 지고 있다고요!”“이 결혼이 한 차례 거래였어?”유진우가 숨을 깊게 들이쉬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만약
“대단하므로 호룡각이 망가지면 그 영향은 엄청나게 크게 될 거라는 거야.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우리가 이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유진우가 말했다.“연경에 있으면서 4대 왕족인데 어떻게 제 몸만 사릴 수 있겠어? 이 풍파는 피할 수 없게 됐어.”조무진은 고개를 저었다.호룡각이 그렇게나 큰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데 무너진다면 세상은 큰 혼란을 일으킬 것이다.강력한 우두머리가 없는 상황에서 각 세력과 군벌들은 서로 우두머리가 되려고 세력다툼을 하게 될 것이다.그때가 되면 왕족인 조씨 가문은 당연히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가 없다.“세상 이치가 그렇잖아요. 분열이 오래되면 반드시 결합이 이뤄질 것이고 통일이 오래되면 반드시 분열이 이뤄지는 거죠. 호룡각이 오랫동안 왕 노릇을 했는데 얼마나 많은 신하의 불만을 샀는지 몰라요. 명령을 듣지 않거나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세력이 생기면 뿌리를 뽑아버렸죠. 오늘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은 다 하늘의 뜻이에요!”조홍연이 쌀쌀하게 말했다.그해 자금성 변고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던가? 그중에는 유진우의 어머니 진소연도 포함되었다.조홍연에게 진소연은 아주 선량하고 부드러운 여인이었다. 평소에도 남을 돕는 것을 즐겨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했는지 모른다. 거지한테도 진소연은 예의를 갖추어 상대했다.그런데 이렇게 좋은 사람이 호룡각의 음모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그녀와 함께 목숨을 잃은 사람 중에는 나라를 위해 온 힘을 다했던 충신들도 있었다.이런 조직은 언제가 됐든 반드시 멸망하게 될 것이다.“호룡각은 무너졌다고 해도 잔여세력이 꼭 있을 거야. 그 사람들은 여전히 무시하면 안 될 세력이지. 나는 계속해서 추적할 거야.”유진우가 엄숙하게 말했다.이원무가 죽었고 호룡각의 절반이나 되는 중요한 인물들이 백준의 칼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부자는 망해도 삼 년 먹을 것이 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호룡각의 세력은 뿌리가 깊어 짧은 시간 안에 완전히 멸망시키는 것은 불가
“진우 오빠, 어쩌다 이렇게 다치셨어요? 누가 그런 거예요? 제가 가서 죽여버릴 거예요!”조홍연은 황급히 앞으로 달려 나왔고 유진우가 온몸에 피범벅인 것을 보고 심각해지더니 분노를 참지 못했다.예쁜 두 눈에는 살기가 넘실댔다.유진우가 위험하다는 것을 듣고 그녀는 얼른 병사를 거느리고 달려왔다.오는 길에 방해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녀는 쉽게 처치해버렸지만, 시간을 지체하게 되었다.그녀는 이미 준비를 마쳤다. 유진우를 다치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숨통을 끊어버릴 것이다. 그 나라와 적이 된다고 해도 상관이 없었다.“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나를 다치게 한 사람은 이미 죽었어.”유진우는 억지로 웃어 보였다.“진우 오빠, 일단 누워서 쉬고 계세요. 바로 병원으로 모셔다드릴게요.”조홍연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홍연아, 그럴 필요 없어. 나는 괜찮아. 그것보다 네가 신경 써야 할 더 중요한 일이 있어.”유진우는 화제를 돌렸다.“무슨 일이요?”조홍연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얼마 전에 그 칼부림 너희들도 봤지?”유진우가 물었다.“봤어요.”조홍연은 표정이 엄숙해졌다.“그 칼부림은 정말 무시무시했어요. 제가 생각했던 모든 것을 벗어나는 것이었어요. 저는 세상에 그렇게 대단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 존재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어요.”“그건 백준 아저씨가 죽기 전에 날린 것이야.”유진우는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변이 없는 한 용국의 용맥은 이미 망가졌어. 황권의 머리 위에 있는 호룡각도 타격을 받았을 거야. 앞으로는 연경 전체가 혼란스럽고 불안해 질 거니까 너희 조씨 가문에서는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해.”“뭐라고요? 백준 아저씨가 죽었다고요?”조홍연은 표정이 변했다.“누가 그런 거예요? 아저씨를 죽일 수 있는 사람 누구예요?”그녀는 유진우와 함께 검술을 훈련했고 예전에 백준의 가르침도 받았다. 그녀는 하늘 아래에 백준의 검술을 이길 수 있는 자가 없다고 여겼었다. 이렇게 대단한 강자가 어떻게 죽을 수 있는가
두 사람은 사촌 사이인 데다가 서로에게 놓고 말해서 오랜만에 만난 강적이었다. 그래서 그가 포기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마땅한 상대가 없다는 건 얼마나 지루할지 모른다.“진우 형, 앞으로의 길은 스스로 가야 해요.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홍군림은 이렇게 한마디를 남기고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검종에서 내린 임무는 유진우를 처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오히려 유진우를 구해주었다.돌아가면 그는 뭐라고 해명해야 할지도 모르겠다.“아저씨, 상처는 괜찮으세요?”황은아가 걱정스레 물었다.“괜찮아.”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는 온통 시체로 뒤덮인 전장을 바라보며 말했다.“여기는 오래 있을 곳이 아니다. 빨리 돌아가자.”비록 이원무는 죽었지만 호룡각은 아직 전멸하지 않았다. 만약 호룡각 고수들이 오게 되면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대응할 수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빨리 철수하기로 했다.그들은 차를 몰고 연경으로 향했다. 그때 앞쪽에서 대규모 병력이 나타났는데 다들 전투복을 갖춘 군사들이었다.그들은 유진우의 차를 둘러싸기 시작했다.이 광경을 본 황은아의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독약을 꺼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일이죠? 아직도 적이 남아 있다고요?”“아저씨, 차 안에 계세요. 제가 처리하고 오겠습니다!”말을 마친 황은아는 차에서 내려 독을 뿌리려 했다.“기다려 봐! 적이 아니라 우리 쪽 지원군이야.”유진우이 곧바로 말리며 말했다.“네? 지원군이요?”그 말을 들은 황은아가 멈칫했다.그때 맞은편 차에서 누군가 걸어 내려왔다. 온몸에 피를 묻힌 조무진이 급히 뛰어오는 것이었다.“진우 형, 진우 형!”조무진이 급하게 뛰어오며 외쳤다. 유진우의 몸이 온통 피로 얼룩진 것을 보고 그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형 왜 이렇게 많이 다쳤어요? 빨리, 빨리 치료해 드려!”그는 이렇게 말하며 손을 흔들었다.“괜찮아. 이 정도는 대수롭지도 않아.”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피까지 토하는데 뭐가 괜찮다는
“아저씨? 아저씨? ”천천히 사라지는 백준의 모습을 바라보는 유진우는 눈시울이 붉어진채 처량한 목소리로 백준을 불렀다.원래부터 심한 상처를 입고 있었던 그는 너무 슬픈나머지 웩하며 피를 토해내더니 그자리에 풀썩 쓰러졌다.의식이 모호해지며 한참동안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진실을 알아내고 복수를 하기 위해 그는 이미 많은 것을 잃었다. 지금 또 한 명의 가족이 그의 곁을 떠나니 이젠 그도 자신이 한 일이 정말 맞는지 의심이 되었다.복수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헛되이 희생하지 않았을 텐데.“이는 검선이 선택한 길이에요. 그분은 아주 기쁘게 세상을 떠났을 거예요.”홍군림이 미세하게 떨리는 용작검을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을 이었다.“검선은 찬란한 일생을 지냈어요.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여전히 빛을 발했죠. 혼자의 힘으로 이원무를 베고 호룡각을 멸망시켜 백성들을 구했으니 진정한 검선이고 세계최강이죠!”유진우는 자부심으로 꽉 찬 사람이었다. 그는 모든 사람을 눈여겨 본적이 없었다. 자신의 사부님 백준에게도 눈길을 둔 적이 없었다.하지만 오늘의 전투를 목격한 그는 백준의 선택에 큰 영향을 받고 존경하는 마음이 가슴속으로부터 우르러 나왔다.이것이야말로 모든 이들의 칭송을 받는 진정한 검선이다.“이게 다 나 때문이야. 나를 구하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아저씨는 목숨을 잃지 않았을 거야.”바닥에 누워 있는 유진우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었다.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만약 복수 때문에 더 많은 가족을 잃어야 한다면 그는 차라리 불효자가 되어 모든 이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남은 인생을 살 것이다.지금 이 순간에야 유진우는 아버지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었다.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손에 권력을 쥐고 있던 아버지께서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으셨다. 유진우는 아버지가 너무 나약해서 권력과 지위를 잃을까 봐 무서워서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아버지가 권력과 지위 때문이 아니라 더 많은 가족을 잃고 싶지 않아서 그런 선택을
“사부님, 어렵다 하더라도 저는 시도해볼 거예요!”이청성이 굳센 의지를 갖추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바마마께서는 앓아누워계셨고 오빠들은 황위에 눈이 멀어 서로 싸우고 있었으니 지금 이 일을 맡을 사람은 그녀뿐이었다. 용국을 위해서라도 그녀가 나서서 돌이킬 방법을 찾아야 했다.“그래요. 가보세요. 공주님이 이 짐을 짊어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에요.”백발의 늙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간곡하게 입을 열었다.“사부님, 부디 건강하세요. 시간이 있으면 찾아뵐게요.”이청성은 백발의 늙은이를 향해 예를 갖추고 그곳을 떠났다. 용맥이 사라진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기에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미래가 어찌 돌아갈지는 모르겠구나. 신하로서 군주를 따라야 하니 이 늙은이도 이젠 떠날 시간이 다 됐구나.”백발의 늙은이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힘들게 몸을 일으켜 향을 피우고 목욕을 마친 뒤 옷을 갈아입고 예배를 했다.모든 일을 끝마친 뒤 그는 자리로 돌아가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얼마 뒤 바람이 일더니 허공에 매달려있던 장명등의 등불을 꺼버렸다.백발의 늙은이는 머리를 숙인 채 하늘나라로 떠나셨다....진산 산꼭대기.온몸의 기운을 모아 마지막으로 검을 휘두른 백준은 머지않아 세상을 떠날 늙은이로 변했다. 그의 몸은 언제든지 부서질 도자기처럼 여기저기 금이 가 있었다.“장혁아...” 백준은 산기슭에 있는 유진우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오랜만이야. 너 키가 너무 많이 커서 아저씨가 못 알아볼 뻔 했어.”“아저씨...”눈시울이 붉어진 유진우는 백준을 바라보며 울먹거렸다. 그는 백준의 생명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돌이킬 수 없는 나쁜 결과였다. 백준이 강제로 신선의 경지에 오를 때부터 이미 결정된 운명이었다.“나 백준은 하늘과 땅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지금까지 떳떳하게 살아왔어. 단지 네 어머니께 큰 빚을 졌지 뭐야. 네 어머니께서 나의 목숨을 살려주셨는데 지금까지 갚지못했어. 오늘 내 목숨으로
호용각이 눈 깜짝할 사이에 폐허로 변했다. 호용각은 용천산과 그 밑에 숨겨진 용맥과 함께 백준의 칼에 잘렸다.이 검법의 위력에 천하가 뒤흔들렸고 자금성까지 그로 인해 흔들렸다.같은 시각 친제감속.호리호리한 체격의 백발 늙은이가 거대한 나침판 위에 앉아 두 눈을 꼭 감은 채 뭐라 중얼거리며 기도하는 것 같았다.이때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지면이 심하게 흔들렸다. 뒤이어 거대한 나침판이 어딘가로부터 공격을 받은 것처럼 “팍”하고 산산조각이 났다.그 위에 앉아있던 백발의 늙은이는 몸을 움찔하더니 피를 토해냈다. 늙은이의 기력이 쇠약해 보이는 것이 크게 다친 것 같았다.“사부님, 무슨 일이에요?”마침 방안으로 들어오던 이청성이 이 장면을 보고 놀라 허겁지겁 달려가서는 늙은이를 부축해줬다.“하늘의 뜻은 거역할 수 없네요. 이건 운명입니다.”백발의 늙은이는 연신 한숨을 내쉬며 기침을 해댔다.“사부님,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이청성이 물었다.“용맥이 잘려 사라져버렸어요.”백발의 늙은이가 슬픈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제가 전에 점을 쳤던 것이 현실이 되었어요. 용국의 용맥이 누군가에 의해 잘린 뒤로부터 조정이 흔들리고 국운이 점차 약해질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세상이 변할 거에요.”“뭐라고 하셨어요? 용맥이 진짜로 잘렸단 말입니까?”이청성이 소스라치게 놀라 되물었다.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었지만 이 나쁜 소식을 실제로 들어보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용맥이 사라졌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천하가 뒤흔들릴 것입니다. 폐하께 소식을 건네 이른 시일 안에 준비를 마쳐 정세를 안정시키도록 하세요.”백발의 늙은이가 방법을 대줬다.“이 일은 제가 이미 아바마마께 전해드렸어요. 하지만 근래 아바마마께서 몸이 안 좋으셔서 방법이 없네요. 여러 오빠는 황위를 빼앗는데 정신이 팔려 다른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을 거예요.”이청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그녀의 아버지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정사를 돌보는 바람에 건강이 점점 나빠져서 요즘에는 앓아누우셨다.그
영령전 제일 위층에 놓여있던 각주의 옥패가 두 조각으로 깨져있었다.그 옥패는 특수한 재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외력으로 손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옥패의 주인이 사망한 뒤에야 옥패가 깨질 수 있었다.믿기지 않았지만 각주 이원무는 이미 사망한 것이 틀림없었다. 어떻게 목숨을 잃었는지도 모르고 어디서 목숨을 잃었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각주님! 각주님!”흰 수염의 장로는 바닥에 주저앉아 비통한 심정으로 통곡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원무와 목숨을 나눈 사이였기 때문에 이원무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누구냐! 각주님의 목숨을 빼앗은 자가 도대체 누구냐! 그가 누구든 꼭 각주님을 위해 복수를 할것이야! 호용각 모든 제자는 들어라! 지금 당장 진산으로 가서 각주님의 목숨을 빼앗아간 자를 갈기갈기 찢어 죽여라!”잠깐의 침묵 뒤 호용각은 제자들의 열정으로 들끓었다. 호용각 모든 사람이 신속하게 한데 뭉쳐 출정 준비를 하고 있었다.쿠르릉!이때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소름 돋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기운이 호용각에 강림해서는 용천산을 뒤덮었다.“무슨 일이야?”영령전을 나온 사람들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소스라치게 놀라 오줌을 지릴뻔했다.멀리서부터 거대한 보라색 칼날이 천지를 뒤흔드는 기세로 다가오고 있었다.그 칼날은 길이가 천 미터 정도로 추정되고 기세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지나가는 곳마다 천지가 울부짖고 만물이 사라졌으며 공간이 뒤틀렸다.하늘과 태양이 칼날이 가려져 주위에 어둠이 깔렸다. 햇빛이 완전히 차단되자 검은 그림자가 산맥을 전체를 뒤덮었다.하늘이 완전히 가려져 주위에는 불길한 적막과 어둠밖에 남지 않았다.이 장면을 목격한 모든 사람은 큰 산에 깔리온 것처럼 몸이 무거워져 미동도 할수 없었고 호흡마저 멈춰버린 듯 했다.“이 검법의 이름은 참용이다. 오늘부터 만세가 태평하고 더는 천하에 싸움이 없었으면 좋겠구나.”이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이원무는 황량한 교외에서 목숨을 잃었다.들개들이 그의 시체에서 풍겨 나온 피 냄새를 맡고 찾아와서 시체를 먹어버렸다.경천 랭킹 2위인 강자 호용각의 각주가 들개의 뱃속에서 생을 마감하며 시신조차 남기지 못할 줄이야!같은 시각 호용각안에서는 긴급회의가 한창이었다. 제단사부터 장로와 집사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각주 이원무가 출관한 뒤로 두 시진이 지났는데 감감무소식이었다. 평범한 상황이라면 이토록 걱정할 필요가 없었는데 이원무가 이번에 맞설 상대는 검선 백준이였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모두 절세 강자였기 때문에 실력이 막상막하였다. 만약 1대1로 싸운다면 이원무가 이길 확률이 더 높았지만 서경광부에서 다른 꼼수를 쓸 수도 있었으니 승부를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어때? 각주님 소식이 있어?”흰 수염의 장로가 말을 하며 황급히 회의실로 들어왔다. 넓은 회의실 안은 이미 이삼십 명이 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이 사람들은 모두 호용각의 고위 핵심 간부들이어서 조정의 대권을 손에 쥐고 있었다. 황실의 혈족들은 꼭두각시 같은 존재였고 그들이야말로 용국의 지배자였다.“이미 사람들을 파견해서 각주님을 찾고 있지만 소식이 없습니다.”어떤 집사가 대답했다.“어떻게 된 일이야! 각주님을 혼자 위험에 빠져있게 하다니. 각주님께 무슨 일이 생기면 네놈들이 책임질 것이냐?”흰 수염의 장로가 호통을 쳤다.“황 장로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각주님은 압도적인 실력뿐만 아니라 용맥을 지니고 있잖아요. 장선기 그 괴물만 아니라면 각주님은 무사하실 거예요.”“만약 서경왕부의 삼대 고수들이 함께 나타난다면 각주님이 위험해지실 거야.”흰 수염의 장로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호용각이 서경왕부를 지금까지 봐주고 있는 원인은 두 가지가 있었다.하나는 50만 흑용군때문이였고 다른 하나는 서경왕부의 삼대 고수가 걱정되서였다.검선, 술광, 인도.이 세 사람은 모두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세 사람이 함께 뭉친다면 그들을 대적할만한 자가 없었기에 더욱 근심되었다.“황
슉!검을 휘두르는 순간 보라색 칼날이 나타나더니 아주 빠른 속도로 연경 쪽으로 날아갔다.보라색 칼날은 원래 석 자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날아가면 갈수록 커졌다.몇 초 만에 칼날의 길이는 십여 미터 정도로 커졌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계속 커지고 있었다.칼날이 지나는 곳마다 천지가 울부짖었고 천둥번개가 내리쳤다. 하늘에 모여있던 먹구름이 칼날에 베여 두 동강이 났고 베인 자리는 거울처럼 매끈해서 오랫동안 닫히지 않았다.보라색 칼날은 속도가 점점 빨라졌고 점점 커졌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천지개벽을 하는 것 같아서 보기만 해도 무서웠다.백준이 검을 휘두를 때 이원무는 이미 심리 밖으로 피신해 있었다.경천 랭킹 2위인 강자가 지금 당황해서 땀범벅이 된 채 줄행랑을 놓고 있었다.“미친놈. 미친놈.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신선의 경지에 오르려 하다니. 난 너랑 더 놀아줄 생각이 없어.”이원무는 욕바가지를 퍼부으면서 쏜살같이 호용각으로 향했다. 그곳은 용맥의 보호와 포메이션이 있었기에 돌아가서 법진을 연다면 백준이 그 아무리 신선의 경지에 오른다고 하더라도 수를 쓰지 못할 것이다.그곳에 있는 포메이션은 이원무가 장선기를 막기 위해 반평생동안 심혈을 기울여 연구해 낸 것이었는데 오늘 미리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슉하는 소리가 뒤로부터 들려왔다.무언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 이원무가 뒤를 돌아보고는 귀신이라도 만난 것처럼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백미터정도 길이의 거대한 보라색 칼날이 파죽지세로 모든 것을 베어가며 다가오고 있었다.칼날이 닿는 곳에 있는 산과 돌들은 산산조각이 나서 이리저리 튕겨나갔고 풀과 나무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제일 중요한 것은 칼날이 이원무의 뒤를 바싹 쫓고 있었기에 도망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이럴 수가!”눈을 커다랗게 뜬 이원무의 얼굴에는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칼날이 코앞까지 다가온 위기의 순간 이원무는 용담적염창을 들고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두꺼운 붉은색 장벽을 쌓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