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쿵! 털썩!여 무사들이 쓰러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많은 무사가 잇따라 쓰러졌다.이 상황은 빠르게 확산하며 이제는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후방에 서 있던 가장 먼저 안개를 들이마신 병사들은 도미노처럼 차례로 쓰러지기 시작했다.열 명, 백 명, 천 명, 만 명...엄청난 수의 병사들이 중독 증상을 보이며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갔다.안개가 지나간 자리마다 마치 강풍에 낙엽이 쓸리듯 몇 분 만에 십만 대군의 절반이 쓰러졌다.“이게 무슨 일이야! 왜 뒤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쓰러지는 거지?”여덟 명의 지휘관은 곧 이상함을 감지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독이다! 안개에 독이 섞여 있어! 모두 조심해!”한 교가 외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중독되어 쓰러지는 병사들의 수는 계속 늘어났고 멈출 기미가 없었다.이대로 가다가는 전군이 괴멸할 위기였다.“어서! 해독제를 복용하라!”여덟 명의 지휘관이 연신 외쳤다.의무병들이 일부 해독제를 비축하긴 했지만 십만 대군 전체를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그러나 지금은 한 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그조차도 다행인 상황이었다.“이게 무슨 일이야! 멀쩡하던 전장에 왜 갑자기 독 안개가 나타난 것이냐! 대체 누가 이런 짓을 꾸민 거지?”문관옥이 미간을 찌푸리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하지만 현장이 워낙 혼란스러웠던 탓에 단서를 찾기 어려웠다.“설마 유장혁에게 동료가 있는 건가?”눈을 가늘게 뜬 부규환의 얼굴에 음산한 기운이 스쳤다.안개의 독성은 미미했기에 무도 고수들에게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하지만 무장한 병사들에게는 매우 치명적이었다.몇 분만 더 지나면 십만 병사 중 90%가 쓰러질 것이 분명했다.그렇게 되면 인해전술은 더 이상 펼칠 수 없을 것이다.“일어나라!”결국 부규환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그가 몸을 떨자 금빛 광채가 전신에서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그 금빛은 마치 생명력을 가진 듯 빠르게 형태를 갖추더니 눈 깜짝할 새에 거대한 금강 형상으로 변했다.“으아아!”
하늘 위에서 검은 독수리를 타고 맴돌던 황은아는 냉정한 눈빛으로 지상에 빼곡히 들어선 병사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부규환의 빠른 대처로 인해 이전에 퍼진 독 안개는 절반 정도의 병사들만 쓰러뜨리는 데 그쳤지만 그녀의 능력으로 남은 병사들도 쓰러뜨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주술교가 제일 두려워하지 않는 게 바로 인해전술이었다.“은아?”독수리를 타고 하늘을 나는 황은아를 보며 유진우는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자신에게 가장 먼저 도착한 이가 다른 누구도 아닌 제자라는 사실에 감탄이 나왔다.“아저씨! 괜찮으세요?”황은아가 멀리서 물었다.“괜찮다. 아직 버틸 수 있어.”유진우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는 황은아에게 답하여 얼른 허리춤에서 단약 한 알을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계속된 전투로 인해 기력과 진기가 크게 소모된 상태였지만 몸에 항상 지니고 다니는 단약 덕분에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어린 계집아이가 어디서 감히 나서느냐? 정체를 밝혀라!”부규환이 고개를 들어 황은아를 바라보며 외쳤다.“내 입에서 정보를 빼내려는 거라면 헛수고야! 내가 그렇게 멍청해 보여?”황은아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늙은이! 다시 한번 경고하지. 당장 사람들을 데리고 꺼져! 그렇지 않으면 독을 살포해 모두 황천길로 보내버릴 테니까!”“흥! 어린 것이 말은 호기롭구나! 우리가 누군지는 알고 하는 소리냐?”부규환이 차가운 얼굴로 응수했다.“네가 누구든 내 알 바 아니야! 또 지껄이면 네 입부터 독으로 봉해버릴 줄 알아!”황은아가 외쳤다.“건방진 계집이네!”부규환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손바닥을 들어 허공을 향해 강하게 내리쳤다.웅!순식간에 금빛으로 빛나는 커다란 손바닥 모양의 기운이 허공을 가르며 황은아와 독수리를 향해 날아갔다.부규환의 공격이 황은아와 독수리에 닿기 직전 흰빛의 검기가 측면에서 날아들어 금빛 손바닥을 베어내며 폭발을 일으켰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검기과 기운이 서로 부딪히며 산산이 흩어졌다.검기를 날린 이는 다름 아
방금 황은아가 던진 검은 안개 폭탄은 그녀가 이전에 만든 하얀 안개보다 독성이 백 배 더 강했다.하얀 안개는 만성 독으로 중독되면 사지가 힘없이 늘어지고 의식을 잃고 쓰러지며 신속히 구출되면 살 가능성도 있다.하지만 검은 안개는 달랐다.강력한 부식성은 몇 초 만에 살아있는 사람을 피와 살이 뒤섞여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시체로 만들었다.“괴물 같은 여자네.”문관옥은 하늘에서 맴돌고 있는 황은아를 보며 이를 악물고 분노했다.독 안개 하나만으로 수백 미터를 뒤덮던 정예병들을 순식간에 몰살시켰으니 살상 능력은 그야말로 경악스러웠다.만약 황은아가 같은 폭탄을 몇 개 더 던진다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어때?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이제 좀 감이 와?”황은아는 거대한 독수리를 타고 상공에서 내려다보며 소리쳤다.“늙은이들! 상황 파악됐으면 얼른 꺼져! 아니면 폭탄 몇 개 더 던져서 여기를 너희들이 무덤으로 만들어주겠다.”그녀는 말하며 몇 개의 검은 구슬을 꺼내 흔들었다.명백한 위협이었다.지하의 병사들은 두려움에 떨며 흩어져 숨을 곳을 찾았다.하지만 이 황무지에 독 안개를 피할 만한 적당한 은신처는 없었다.피신처라 해봐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었다.“이제 어떡하죠? 일단 철수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한 총수가 땀범벅인 상태로 달려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유장혁만 상대할 때는 병력이 많아서 밀어붙일 수 있었지만 강력한 황은아의 독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처참한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직접 키운 병사들이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보기는 힘들었다.“철수?”부규환이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상부의 명령은 그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유장혁을 죽이는 것이다. 이대로 탈영병이 되려는 것이냐?”“도망가려는 것이 아닙니다! 잠시 숨어서 해독 방법을 찾은 후 임무를 수행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총수가 얼른 해명했다.“십만 대군이 어린애한테 쫓겨 도망친 일이
기세로 병사들을 제압한 후 부규환은 시선을 다시 하늘로 돌렸다.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꼬맹이. 나는 네 손에 든 독약이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거라 믿지 않는다. 만약 네게 정말 그럴 능력이 있다면 마음껏 날뛰어 보라고.”“왜? 너는 네 부하들의 목숨도 신경 쓰지 않아?”황은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황은아가 소지하고 있는 독의 종류는 많았지만 양은 많지 않았다.특히 조금 전 썼던 부식성 독은 세 알만 남아 있었다.세 알을 모두 적진으로 던진다고 하더라도 모든 적을 소멸할 수는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한 알로 효과를 보여주며 적들을 위협해 후퇴하게 만들려고 했었다.하지만 그녀는 부규환의 잔인함과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했다.“여기 있는 병사들은 모두 사명감을 지닌 병사들이다. 모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면 그들은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것이라 믿는다.”부규환이 담담히 말했다.“맞다!”문관옥이 큰 소리로 맞장구쳤다.“마귀 같은 년! 너랑 상관없는 일에서 얼른 발 빼라. 더 이상 끼어들지 않고 자리를 뜬다면 살려주겠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 너는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흥! 잔인하고 의리도 없는 사람들! 너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으니 이제 내 탓은 하지 마!”황은아는 차가운 얼굴로 손에 쥔 세 알의 폭탄을 부규환 일행에게 정확히 던졌다.적을 무너뜨리려면 장군의 목부터 베라고 했다.부규환과 문관옥과 같은 지도자들을 처리한다면 그들의 부하도 스스로 무너질 것으로 생각했다.“얼른 피하십시오!”독이 든 폭탄이 떨어지자 문관옥은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자신에게 독이 조금이라도 묻을까 봐 두려워하는 기색이었다.무도 마스터의 강기는 독을 막아낼 수 있었지만 문관옥은 위험을 무릅쓸 생각이 없었다.바로 전 병사들의 끔찍한 죽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강기가 부식성 독을 막지 못하고 그에게 닿는다면 가벼운 부상일 경우 얼굴이 망가질것이고 심
뒤를 돌아보니 부규환 일행은 여전히 하얀 안개 속에서 방향조차 구분하지 못한 채몸부림치고 있었다.“조심해!”그때 갑자기 유진우의 안색이 돌변하더니 이내 황은아의 앞을 막아섰다.온몸에서 진기가 솟구쳐 나와 표면에 현무 보호막을 형성했다.슉!이내 한 발의 검은 화살이 하늘을 가르며 빠르게 날아와 거대한 독수리의 몸을 관통하며 현무 보호막에 충돌했다.쾅!엄청난 폭발 소리가 났다.현무 보호막은 그 자리에서 터져나가며 강한 충격이 유진우와 황은아를 공중으로 내던졌다.그리고 화살에 꿰뚫린 독수리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즉사하여 높은 곳에서부터 지상으로 떨어졌다.“블랙아!”황은아가 놀라 외쳤다.독수리는 주술교 성녀의 전유물이었다. 또한 그녀의 어머니가 남긴 유물이기도 했다.평소 황은아는 독수리를 아끼며 친구처럼 여겼다.그런 독수리가 오늘 생각지도 못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슉!다시 한번 공기 파열음과 함께 두 번째 검은 화살이 숲속에서 날아와 공중에 떠 있는 유진우와 황은아를 향해 돌진했다.이번 화살은 더 빠르고 강력하며 세상을 파괴할 듯한 힘을 내포하고 있었다.화살이 지나온 자리는 공간마저 왜곡되고 있었다.“창공!”유진우가 손을 뻗어 등 뒤의 창공 보검을 소환했다.창공 보검은 한 줄기의 검은 빛으로 변하여 화살과 정면으로 충돌했다.쾅!다시 한번 큰 폭발음이 났다.검은 화살은 터져서 형체를 잃었고 유진우의 창공 보검은 충격을 받아 수십 미터 뒤로 날아가며 공중에서 돌았다.“강력한 힘이야!”유진우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그의 창공 보검은 그 어떠한 무기로도 막을 수 없는 강력한 보검으로 평소에는 어떤 것이든 쉽게 파괴했었다.하지만 오늘은 생각지도 못하게 화살에 밀려 통제조차 할 수 없을 뻔했다.‘화살을 쏜 사람의 실력이 만만치 않아!’“누가 숨어서 저격하는 것이냐! 나와라!”유진우는 멀리 있는 산속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하하하.”큰 웃음소리와 함께 화려한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공중으로 떠올라 한 그루의
눈앞에 미소를 띤 채 사람을 해치지 않을 것 같은 남자를 보며 유진우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부규환도 상대하기 힘든 상대였는데 반유림까지 나타나다니...’반유림은 진무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인물로 그 실력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또한 그는 다른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존재이기도 했다.모든 파벌은 그의 명령에 따라야 하며 따르지 않으면 진무사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거나 심지어 멸문당할 위험도 있었다.“보아하니 도련님께서는 절 기억하고 계시네요. 영광입니다.”반유림이 웃으며 말했다.“진무사 국장까지 나서다니... 호룡각이 정말 나를 없애려고 갖은 수단을 다 썼군!”유진우가 서서히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그는 이제 겨우 대 마스터의 경지에 입문한 신입이라 반유림과 같은 노련한 대 마스터와 싸우는 것에 자신이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할 상황이었다.“도련님, 정말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오셨습니다. 유씨 가문 세 명의 고수의 보호가 없는 도련님은 사냥하기 좋은 먹잇감일 뿐입니다.”반유림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그렇게 쉽게 날 죽일 수는 없을 거야.”유진우가 손을 뻗자 창공 검이 슉하는 소리와 함께 수십 미터를 가로질러 정확히 손에 들어왔다.“도련님, 저항은 부질없는 짓입니다. 자존심이라도 지키세요. 지금 자살하면 육체적 고통은 조금 덜 받을 수 있을 거예요.”반유림이 제안했다.“어디서 같잖은 개소리야! 스승님을 죽이려면 내 의사도 물어봐야지!”황은아가 갑자기 앞으로 나서며 검은 기운을 뿜어냈다.그녀의 머리 위에 흑봉황의 허상이 나타났다.흑봉황은 생동감 있게 살아 움직이며 날개를 움직일 때마다 검은 불꽃이 솟구쳤다.보기에 매우 위압적이었다.“오?”반유림은 그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이런, 이런... 어린 나이에 이미 대 마스터의 경계를 달성했단 말인가? 용국에서 언제 이런 천재가 나왔지?”“당신이 무슨 상관이야!”황은아가 눈을 부릅떴다.“아닌데?”그때 반유림은 무
그 말을 듣고 부규환은 미세하게 눈살을 찌푸렸지만 곧 표정을 가다듬고 담담하게 말했다.“좋습니다. 모든 것은 반 대인 뜻에 따르겠습니다.”비록 방관하는 반유림의 태도에 약간의 불만이 생겼지만 그의 실력이라면 유진우와 황은아를 상대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다만 약간의 노력이 더 필요할 뿐이었다.“도련님, 오늘은 날개가 있어도 도망칠 수 없습니다. 제가 직접 황천길로 보내드리겠습니다.”부규환의 말을 끝내기도 전에 순식간에 잔상을 남기며 유진우에게 맹렬히 돌진했다.“은아야! 너는 반유림을 견제해. 이 빌어먹을 놈은 내가 상대하겠다.”유진우는 창공 검을 흔들며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섰다.두 사람은 이미 1년 전 결전을 약속했었다.오늘 이 기회를 빌려 생사를 가릴 생각이었다.쾅! 쾅! 쾅!두 그림자가 얽히며 치열한 전투를 시작했다.검술에 뛰어났던 유진우는 검선의 진수까지 이어받았다.창공 검의 힘까지 더해진 그의 공격은 날카로웠고 치명적이었다.반면 부규환은 대라금강공을 수련했는데 이는 최고 수준의 방어 기술이었다.수련을 완성한다면 칼과 총에 무적이고 물과 불에도 침범당하지 않는 금강불괴의 몸을 갖게 된다.제일 중요한 사실은 부규환이 수십 년간 동자신을 유지하며 원양을 한 번도 잃지 않아 대라금강공을 극한까지 수련한 상태라는 것이었다.창공검을 유진우라 할지라도 부규환의 방어를 뚫기 쉽지 않았다.유진우와 부규환이 치열하게 싸우는 동안 황은아는 한눈팔지 않고 반유림을 주시했다.같은 대 마스터라 해도 그녀는 봉황의 힘을 계승한 것뿐이었다.비록 능력이 강하기는 하나 계승한 시간이 짧아 아직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상태였다.일반적인 대 마스터를 상대하기엔 충분했지만 반유림처럼 경천 랭킹에 오른 최정상급 강자와는 승산이 없었다.승산이 없어도 황은아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만약 그녀가 겁을 먹고 물러선다면 유진우는 앞뒤로 적의 공세에 휩싸여 목숨을 잃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꼬마야, 나와 싸우려고?”반유림이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렇다면?
“어떻게 이럴 수가?”황은아는 가슴을 움켜쥐며 눈살을 찌푸렸다.방금 그 화살은 너무 빨랐다. 피하려 했지만 그녀는 그토록 빠른 속도에서도 검은 화살이 방향을 틀 수 있을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방어할 틈도 없이 화살이 그녀의 가슴 정중앙에 꽂혔다.외할머니가 주신 호신 갑옷이 아니었더라면 이 한 발로 그녀의 생명은 끝장났을 것이다.경천 랭킹 8위의 강자답게 그 힘은 정말로 엄청났다.“역시 봉황독충의 혈맥답군. 내 화살을 막아낼 줄이야. 꽤 흥미로워.”반유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아직 두 발이 더 남았어. 이번엔 어떻게 막아낼건가?”그는 다시 활을 당기고 화살을 얹는 자세를 취했다.검은 대궁과 화살이 그의 손에서 서서히 형체를 갖추었다. 그것은 전부 강기로 이루어진 실체였다.반유림의 강기 제어 능력은 이미 신의 경지에 이른 듯했다.그에겐 어떤 무기도 필요 없었다. 원하기만 하면 강기로 모든 병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자 이제 두 번째 화살입니다.”반유림은 두 손가락을 풀며 팽팽한 활시위를 놓았다. 화살은 검은 번개로 변해 순식간에 황은아에게 날아갔다.“봉황독충.”황은아가 분노에 찬 외침을 터뜨리자 그녀의 혈맥이 요동치며 한 마리의 검은 봉황독충이 몸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 봉황독충은 반유림의 화살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했다.검은 봉황독충의 눈은 핏빛으로 물들었고 온몸은 불길로 감싸져 있었다. 날개를 퍼덕일 때마다 강력한 바람이 구름을 휩쓸며 신비롭고도 위엄이 넘쳤다.펑!거대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검은 화살과 검은 봉황독충 충돌하더니 거대한 검은 파도가 폭발적으로 일어났다.그 검은 파도가 지나가는 곳은 초목이든 바위든 가리지 않고 모조리 무너졌다.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며 사라졌다.황은아는 신음과 함께 검은 파도에 휩쓸려 십여 미터나 날아가 땅에 나뒹글었다. 그녀는 입에서 피를 뿜어냈고 이제는 일어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양측의 실력 차이는 워낙 컸다. 황은아는 이제 막 대종사 경지에 들어섰지
다음 날, 이른 아침.새벽빛이 채 퍼지지 않은 시각, 유진우는 갑작스레 들려온 텐트 밖의 발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순식간에 몸을 뒤집어 일어난 그는 곧장 경계 태세를 갖췄다.얼마 지나지 않아 텐트 밖에서 왕 아저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큰일입니다! 밖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왕 아저씨는 텐트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조심스럽게 바깥에서 보고를 올렸다.“네?”소란스러운 기척에 이청성이 천천히 눈을 떴다.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재빨리 겉옷을 걸친 그녀는 나직이 물었다.“무슨 일이죠?”“방금 순찰을 돌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야영지 주변에 수많은 사막 쥐들이 나타났습니다. 녀석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 보니 우리 보급 물자가 전부 난장판이 되어있더라고요!”왕 아저씨의 목소리에는 불안이 서려 있었다.“뭐라고요?”이청성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곧장 텐트를 열고 밖으로 나섰다.“보초를 교대로 서도록 지시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죠?”“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발견했을 땐 이미 너무 늦었더라고요.”왕 아저씨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가요, 가서 직접 확인해 봅시다.”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이번 탐험을 위해 그녀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다양한 생존 물자를 챙겼고 그것들을 낙타에 실어 운반했다.밤이 오기 전엔 특별히 신신당부하며 보급 물자를 철저히 관리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는데 한숨 자고 일어난 사이 모든 것이 이렇게 망가졌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수천만 마리의 사막 쥐들이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식량과 물, 그리고 수많은 보급 물자가 난장판으로 되었다.호위팀의 팀원들은 사막 쥐 무리를 내쫓기 바빴다.그러나 사막 쥐들은 사람에 대한 경계가 전혀 없는 듯했다. 여전히 식량들을 탐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눈에 담은 이청성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사막 쥐들은 타고나길 경계심이 강한 동물이라 이렇게 대놓고 인간의 식량을
밤에는 날씨가 매우 춥고 찬 바람이 불어 얼굴이 아플 정도였고 낮이 되면 마치 불 위에 얹어 굽는 것처럼 유난히 뜨거워 바위에 달걀을 터뜨리면 1분 안에 익을 수 있는 정도였다.이처럼 춥고 더운 극한 환경은 일반 사람들이 전혀 견딜 수 없었다.비록 충분한 물자를 준비했지만 이는 겨우 생존 필요를 유지하는 것일 뿐이며 진정으로 시험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력과 신체 압축강도의 대처 능력이었다.유진우와 이청성 일행은 바람이 그린 지도를 따라 같은 속도로 전진했다.해 질 녘부터 해 뜰 때까지, 해가 떠서부터 해 질 녘까지.인원이 많다 보니 팀 이동 속도도 느렸고 다행히 이청성이 준비를 철저히 했고 이번에 데리고 온 사람들은 엘리트였기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빨리 해결할 수 있었다.밤에는 달빛이 어둡고 바람이 많이 불어 더는 이동이 힘들어지자 이청성은 팀을 지휘하여 적절한 장소를 찾아 텐트를 치고 주둔할 준비를 하였다.오랜 길을 달린 탓에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이미 지쳐 있었고 오늘 밤은 푹 쉬어야 원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텐트가 설치되자 이청성은 먼저 요리사에게 요리를 시작하라고 명령했고 두 명의 최고 요리사와 십여 명의 후방 지원 요리사가 곧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굶주린 백여 명의 사람들은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며칠 동안의 사막 행은 아주 힘들었지만 이렇게 힘들 때 맛있는 음식에 술 한 모금 마시는 것은 그야말로 행복한 일이였다.큰 텐트 안에서 유진우, 이청성, 진이수 몇 사람은 배불리 먹은 후 둘러앉아 이어서 해야 할 일을 의논하기 시작했고 날씨가 추운 탓에 텐트 안에 모닥불도 피웠다.“이청성 씨,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은 모두 매우 순조로웠어요.”“별일 없으면 우리는 내일 오후쯤 오아시스의 변두리 지역에 도착할 것 같아요.”“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그곳은 황사가 많이 발생하는 곳으로 우리는 더욱더 조심해야 해요.”진이수는 손으로 책상 위의 지도를 가리키며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네, 알겠어요. 진 대장, 어서 들어
한 시간 뒤, 서지석은 오령정 한 무더기를 안고 여관방에 들어서더니 탁자 위에 모조리 내려놓으며 말했다.“이청성 씨, 이것들은 모두 오늘 받아온 오령정들이에요. 제가 계산해 보니 대략 70% 정도 되던데 나머지 30%는 연락이 안 되거나 팔려고 하지 않았어요.”서지석은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처음에 그는 이청성의 재산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말로 설득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시키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말은 아무도 믿지 않았고 금도문이라는 이름을 내걸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심지어 대부분의 사람은 그를 사기꾼이라 생각하여 그들의 재산을 탐내 이런 더러운 수단으로 오령정을 빼앗으려 한다고 생각했다.서지석은 어쩔 수 없이 이청성의 방법대로 오령정을 높은 가격에 받아 대부분 사람의 의심을 풀었지만 의심이 많은 녀석들은 여전히 판매하려고 하지 않았고 아무리 설득해도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방법이 없어서 포기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좋은 말로는 죽을 놈을 말리기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그는 무림인들의 세계의 도덕과 정의를 매우 중시한다고 자문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고 더는 설득할 능력이 없었다.“지석 씨, 수고하셨어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미 다 했으니 나머지는 하늘에 맡겨야죠.”이청성은 이미 예상한 듯하였고 처음부터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단지 애국심과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최대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으로 생각했다.“저는 심부름만 했을 뿐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요. 오히려 이청성 씨가 너무 많은 재산을 낭비하셨어요.”서지석은 자신의 위엄과 명성으로 몇몇 사람이라도 설득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결국 혼자 착각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전혀 체면을 세워주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었다.“금전은 모두 목숨 이외의 물건이니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한 사람이라도 구하셨으면 된 거예요.”이청성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말했다.“이청성 씨, 한 가지 일이 더 있어요.”서지석은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유진우의 손에 있는 검은 기체 덩어리를 보고 모두 놀라 멍해졌다.조금 전까지만 하여도 멀쩡했던 영기가 어떻게 눈 깜짝할 사이에 통째로 삼켜 없어질 수가 있을까.머리카락보다도 더 가는 사악한 기운이 이렇게 강력한 위력을 갖고 있을 줄이야.“이 물건이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어요. 오늘 많은 것을 배워가네요.”서지석은 당황한 표정으로 침만 삼켰다.유진우가 때맞게 확인시켜 주어서 다행히 큰 불행은 모면했지만 사실을 모르고 오령정의 영기를 그대로 흡수하여 사악한 기운을 체내에 끌어들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고 사악한 기운이 폭발할 때쯤이면 결국 바람처럼 될 것이 분명했다.“과연 내 예상대로 이 물건은 흉악하기 그지없네.”유진우의 손가락에 가해지는 압력이 점점 커지자 에너지 커버에 싸인 검은 색의 사악한 기체가 완전히 발광하여 미친 듯이 솟구치고 전력 질주하며 에너지 커버에 끊임없이 부딪혀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듯하였다.희미하게 짐승이 포효하는 듯한 소리도 들리는 것을 보아하니 이 사악한 기운은 이미 영성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이렇게 좋은 보물이 안타깝게도 사악한 기운에 오염되다니, 정말 낭비네요.”서지석은 한숨을 내쉬며 손에 쥐었던 오령정을 모두 바닥에 던지고 발로 부스러뜨려 사악한 기운이 사람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였다.“사건이 비정상적으로 넘어갈 땐 반드시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니 바람의 최후는 오아시스와 관련이 있을 것이에요. 우리는 앞으로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해요.”유진우가 말하면서 한 손을 꽉 움켜쥐자 손에 있던 검은 기체가 순식간에 폭발하여 완전히 사라졌다.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손에 든 오령정을 처리한 후 모두의 시선은 일제히 조이준한테로 향했다.조금 전 조이준은 가장 먼저 앞다투어 오령정을 빼앗아 지금은 손에 달걀만큼 한 크기의 오령정을 40여 개나 쥐고 있었으며 품질은 매우 좋아 보였고 모두 합치면 그 가치는 엄청났다.“왜 다들 날 쳐다봐?”
조금 전의 바람은 이미 인간이 아닌 짐승처럼 변화되었었고 그로 인해 또 다른 불가능도 있었을 것이다.“설령 오령정은 바람의 혈육의 결정체라 하여도 뭐가 문제에요? 당신이 방금 말한 3일을 못 버틴다는 말은 또 어떤 뜻일까요?”서지석은 이어 의문을 제기했다.“오령정은 이미 오염되었어요.”유진우는 엄숙한 표정으로 계속하여 말했다.“바로 전에 바람의 상황을 여러분들도 보셨겠지만 이유 없이 발광하고 인성을 잃고 몸까지 변화된 것을 보면 이 오령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 있을까요?”“진우 씨, 이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단지 이런 추측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능력이 부족할 것 같은데 혹시 증거라도 있나요?”서지석은 다시 물었다.금도문 제자들은 방금 꽤 큰 오령정을 8개나 주워 넉넉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만약 이 오령정을 사용할 수 없다면 그들에게 큰 손실이기에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이러한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매개 오령정에는 모두 한 가닥의 사악한 기운이 숨어 있고 겉으로 보면 발견하기 매우 어려울 거예요. 다만 그 안의 영기를 추출한다면 비로소 증거를 찾을 수 있어요.”유진우는 말하면서 한 손을 평평하게 하여 자신의 오령정을 여러 사람 앞에 보여 주었고 이어 다른 손을 내밀어 손바닥으로 오령정을 향해 살며시 짓누르자 쟁쟁한 소리가 들려왔다.짝!소리와 함께 오령정은 순식간에 터졌고 그와 동시에 짙은 영기가 그 속에서 뿜어져 나왔다.유진우는 손가락을 약간 구부리고 사악한 가운을 감쌀 수 있는 투명한 에너지 커버를 준비해 두었고 이 영기들은 매우 짙은 유백색으로 구름과 안개처럼 끊임없이 밀려왔으며 이것을 모두 흡수하면 무자의 수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이 영기 속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자세히 보세요.”유진우의 말에 서지석과 몇몇 금도문 제자들이 자세히 눈여겨보더니 갑자기 놀라며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들은 이 유백색의 영기 속에 뜻밖에도 한 가닥의 검은 기체가 숨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 검은 기체는 유백색의 영기에
“이청성 씨, 방금 그 두 놈이 당신의 오령정을 빼앗은 거 맞죠? 제가 바로 되찾아 올게요.”상황을 지켜보던 서지석은 조금 전에 이청성의 곤룡띠만 아니었으면 자신은 바람을 대처할 수가 없었을 것이고 심지어 죽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를 대신해 오령정을 되찾아 오려고 바로 결단력 있게 손을 쓸 준비를 했다.“ 서지석 씨, 쫓아가지 않아도 돼요.”이청성은 쫓아가려는 서지석을 급히 멈춰 세우며 말했다.“빼앗긴 것이 아니라 제가 그들에게 준 것이니 저한테는 소용없는 물건이에요.”“네?”서지석은 머뭇거리더니 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의문스러운 태도로 물었다.“이청성 씨, 오령정은 무사에게는 아주 귀한 보물이잖아요. 내공을 향상할 수 있고 설령 당신이 쓰지 않더라도 돈으로 팔면 가치도 매우 높아요.”“전 돈이 부족하지 않아요.”이청성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네, 그게….”서지석은 한순간 말문이 막혀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그러고보니 눈앞의 이 여성은 부잣집 아가씨로 부족한 것이 없었고 게다가 곤룡띠 같은 보물도 가지고 있었으니 오령정 한두 개 정도는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다.이청성에게는 돈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서지석은 돈이 부족했으니 신세를 한 번 더 진다 치고 그녀가 원치 않은 오령정을 자신한테 줘도 되는 건데 돌처럼 던져버리다니 너무 낭비라고 생각했다.“서지석 씨, 제가 보물을 그냥 버린 것이 아니라 이 오령정은 뭔가 이상했어요.”이청성은 이어 해명하며 말했다.“당신 손에 있는 오령정을 자세히 봐봐요. 어딘가 특별한 점이 없어요?”“특별한 점요?”서지석은 오령정 하나를 집어 들고 자세히 관찰했지만 아무런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하고 의아해하며 물었다.“대체 어디가 특별해요? 안에 있는 짙은 영기는 바로 흡수할 수 있으니 수련에 사용해도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아요.”“서지석 씨, 만약 이 물건으로 수련하면 아마 3일도 못 살고 죽을 거예요.”이때 유진우는 손톱만 한 크기의 오령정을 손에 집어 들고 천천히 앞으
조이준은 만면에 웃음을 띠고 이미지에도 신경 쓸 겨를이 없이 바로 땅에서 오령정을 줍고 있었다.이것들은 천금 같은 보물이어서 팔든 직접 사용하든 모두 좋은 선택이었다.“오령정? 이게 모두 오령정이라고?”“어서 와. 빨리 주워.”이 순간 많은 사람이 땅 위에 널려 있는 검은 결정체의 정체를 알고 하나둘씩 쟁탈전을 벌이기 시작했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이유를 모르더라도 모두가 빼앗는 것을 보고 주저하지 않고 쟁탈 대열에 합류했다.“이 오령정은 내가 먼저 본 거야, 이리 내놔.”“헛소리 집어치워, 지금은 내 손에 있으니 바로 내 것이야. 인정하기 싫으면 한판 붙던가.”“제기랄, 누가 감히 나한테서 뺏어간다면 다 죽을 줄 알아.”이익이 있는 곳에는 항상 싸움이 따르기 마련이다.오령정의 가치를 알게 된 후 각 세력은 미친 듯이 경쟁하기 시작했으며 실력이 강한 사람은 몇 개를 더 얻을 수 있었고 실력이 약한 사람은 남은 찌꺼기만 조금 주워가며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을 유감없이 정교하게 보여주었다.만약 양측의 실력이 모두 강하고 아무도 물러서려 하지 않는다면 큰 싸움으로 승패를 나누었고 불과 몇 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바로 전까지만 해도 비교적 평화롭던 곳에서 이미 적지 않은 사망자가 발생했다.“사람은 재물을 위해 죽고 새는 먹이를 위해 죽네.”사방에서 피 터지는 싸움을 하는 것을 본 이청성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겨우 몇 조각의 오령정으로 사람들이 목숨 걸고 싸우다니, 만약 이보다 더 가치 있는 보물이 나온다면 또 어떤 장면일까?“이봐요, 손에 쥐고 있는 오령정을 내놔요. 아니면 제가 무례하다고 탓하지 마세요.”그때 갑자기 두 남자가 다가오더니 이청성이 손에 쥐고 있는 오령정에 시선을 고정하며 앞뒤로 그녀를 에워싸면서 말했다.“어디서 감히 아가씨를 협박해! 너희들 다 뒤지고 싶어?”상황을 목격한 이청성 주변에 있던 근위병들은 바로 칼을 빼 들며 말했다.그들은 모두 반은 종사급 고수들이니 무림인들의 세계 부하들을 상대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
갑작스러운 폭발에 모두가 깜짝 놀랐고 에너지파가 휩쓸면서 적지 않은 무사들이 사방으로 날려 아수라장이 되었다.다행히 서지석과 제자들이 빨리 달린 탓에 피해를 면했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폭발했더라면 그들도 크게 다쳤을 것이다.모든 먼지가 다 떨어질 때쯤 다들 시선을 집중하고 보니 마을 이장의 집은 이미 평지로 변해 있었고 사방의 무너진 담벼락에 의해 온 땅이 어질러져 있었다.허공에 매달렸던 바람은 나무와 함께 완전히 사라졌고 곤룡띠만 덩그러니 땅에 떨어져 있었으며 그 외에도 땅에는 정체 모를 검은 결정체들이 마치 조약돌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유진우는 분명히 바람의 몸이 폭발하면서 튀어나온 물건이라고 확신했다.결정체에서 나오는 피비린내는 아마도 혈액에 의해 녹아서 나는 냄새일 것이고 정상인의 피는 액체 상태이지만 바람이 죽기 전의 피는 고체 상태로 결정체가 되어버렸으니 확실히 이상한 점들이 있어 보였다.유진우는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이 많아 식견이 넓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바람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그의 인식을 뛰어넘었다.처음에는 이유 없이 미친 듯이 발광하다가 그 뒤로 신체 소질이 갑자기 배로 강해져 고통과 생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한 마리의 미친 짐승과도 같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람의 몸에 이해할 수 없는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날카로운 이빨, 칼날 같은 손톱, 갑자기 몸에 생겨난 검은 비늘은 칼로도 베기 힘들 정도였고 총적으로 바람은 이미 사람이 아니라 괴물로 보였으며 현재 땅에 널려진 검은색 고체 상태의 결정체들만으로도 문제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도대체 무엇이 바람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전에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도 바람은 모든 면에서 정상이었는데 왜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렇게 큰 변화가 생긴 것인지.혹시 그가 뭐라도 빠뜨린 것이라도 있었는지.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긴 듯하였고 비록 무슨 원인인지 모르지만 바람이 짐승처럼 변한 것은 분명 그 괴상한 오아시스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고 안타깝게도 바람은 이미 죽었으니 더
자부심이 강하고 지려고 하지 않는 성격의 조이준은 몇 번이고 거절당한 유진우한테 다소 불만이 있었지만 생사를 가를 때가 되면 반드시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 믿고 더는 조르지도 않았다.“당신들은 여기 멍하니 서 있지만 말고 얼른 가서 서지석 씨를 도와줘요.”유진우는 머리를 돌려 가만히 서 있는 금도문의 제자들을 보고 말했다.그때 서지석은 한창 미쳐 발광하는 바람과 싸우고 또 싸우고 있었다.다만 기력이 소모됨에 따라 서지석은 속도와 힘이 현저히 느려지고 있었고 반면, 바람은 여전히 힘이 넘쳤고 지칠 줄을 몰랐다.이대로라면 서지석은 얼마 못 버티고 패배할 것이 분명했다.“빨리 대선배를 도우러 가요.”금도문의 몇 명 제자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곧 칼을 빼 들고 앞으로 돌진하려 했다.“잠깐만요, 이걸 가지고 가요.”그때 이청성은 갑자기 금빛 밧줄을 꺼내며 금도문 제자에게 던져주었다.이 금색 밧줄은 매우 단단했고 표면에 은은한 빛이 돌고 있어 평범해 보이진 않았다.“뭐죠?”금색 밧줄을 본 조이준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라며 물었다.“이것은 말로만 듣던 곤룡띠가 아니에요?”“조 선배님 눈썰미가 참 대단하시네요.”이청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뭐라고요? 곤룡띠라고요?”곤룡띠에 대해 들은 적 있는 금도문의 제자들은 그 가치를 알고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곤룡띠는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유명한 보물로 매우 보기 드문 물건이었고 어떠한 칼로도 상처를 내기 힘들고 물과 불에도 쉽게 손상되지 않으며 매우 단단하고 질긴 것으로 설령 무도 종사를 묶어 두어도 벗어날 수 없었다.다만 곤룡띠는 너무 희귀해서 무림인들의 세계에서도 가진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게다가 가진 자는 모두 최고의 대문 파인데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여인이 이런 보물을 지니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이 여인은 대체 어떤 사람이지?“그만 쳐다보고 빨리 서지석 씨를 도우러 가요.”이청성은 재촉하며 말했다.“네, 그래야죠.”금도문 제자들은 잠깐 꿈에서 깨어난 듯 그제야 정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