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을 가지고 았는 다트는 마치 비 내리듯 끝없이 유진우를 향해 쏟아졌다.순식간에 유진우가 모두의 타깃으로 되었다.“마법진!”다트들이 떨어지려고 할 때 채지웅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그 후 경원종 고수들은 몇 명이 즉시 뿔뿔이 흩어져 유진우 곁에 원 모양으로 둘러섰다.그들 손에는 어느새 금색 부적 한 장이 들려 있었다.“도금칼!”채지웅은 명령과 함께 손에 든 금색 부적을 내던졌다.유진우를 에워싸고 있던 나머지 경원종 고수들도 즉시 부적을 내던졌다.다섯 장의 부적이 유진우를 향해갔다.곧이어 기괴한 장면이 발생했다.하늘하늘하던 부적에서 순간 빛이 크게 번지더니 다섯 자루의 거대한 금색 칼로 변해 유진우를 찌르려 하는 것이었다.그 칼은 아주 날카롭고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으며 파괴력이 강해 보였다.무도 마스터라도 감히 정면으로 맞서지 못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칼이었다.그리고 이 마법진은 경원종의 오행 진법으로 변화무쌍한 데다가 위력이 무궁무진한 진법이었다.또 다섯 사람이 힘을 합쳤기에 실력이 배로 늘어났을 것이었다.죽음에 가까워진 상황이 아니면 결코 쉽게 쓰지 않는 진법이었다.하지만 유진우를 죽이기 위해 경원종은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질질 끌지 않고 한 방에 죽여버릴 생각이었다.“고작 이것밖에 못 하나요?”다섯 자루의 금빛 검을 본 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안색을 바꾸지 않고 발을 한 번 굴렀다.흰색 진기가 몸에서 터져 나와 타원형의 보호막을 만들어 주었다.그 보호막은 유진우를 감싸고 있었다.철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다섯 자루의 금빛 검이 유진우의 보호막에 부딪혔다. 그러자 그 검들이 순식간에 부서지더니 빛이 되어 흩어지는 것이었다.결국 유진우는 털끝만큼도 다치지 않았다.“응”채지웅은 미간을 찌푸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오행 진법의 도금칼은 날카롭기로 유명한 무기였다.하지만 유진우의 보호막조차 뚫지 못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마법진 변경!”채지웅은 주저하지 않고 즉시 경원종 고수를 지휘하여 진법을
하늘에서 떨어지는 다섯 자루의 검을 보면서도 유진우는 피하지 않았다. 그는 손바닥을 살짝 들어 올려 위로 치켜올릴 뿐이었다.쾅!강력한 에너지가 손바닥에서 폭발하더니 빠른 속도로 그 이화검들을 삼켜버렸다.펑!다섯 발의 폭음과 함께 다섯 개의 이화검이 폭죽처럼 동시에 터지며 하늘의 불꽃이 되어 바람에 흩날려갔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채지웅이 깜짝 놀라면서 중얼거렸다.나머지 경원종 고수들도 서로 마주 보며 놀라워했다. 이화검의 순발력과 파괴력은 도금칼보다 훨씬 뛰어난 데다가 그들은 방금까지 전력을 다해서 그를 공격했기 때문이었다.그들의 예상대로 유진우가 이 살인을 막아냈더라도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하지만 유진우는 멀쩡할 뿐만 아니라 이화검의 공격도 손쉽게 피했으니 말이다.그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계속해! 마법진 변경!”채지웅은 깜짝 놀랐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오행 진법은 변화무쌍하여 7가지 공격방법이 있었다. 이화검도 안 되면 또 다른 공격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그는 유진우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약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곤지함!”채지웅은 손목을 바들바들 떨면서 황토색 부적 한 장을 꺼내 바닥으로 내리쳤다.나머지 고수들도 그를 따라서 부적을 바닥에 내던졌다.펑!황토색 부적 다섯 장이 땅에 떨어지면서 폭발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유진우가 서 있는 지면이 갑자기 움직이더니 빠른 속도로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진우 주위 10미터 반경의 땅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더니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유진우는 반응할 틈도 없이 깊은 구덩이에 빠져버렸다.“곤산붕!”그 순간, 채지웅은 즉시 진법을 바꿔버렸다.그는 방금 생긴 깊은 웅덩이를 빠른 속도로 메꿔버렸고 눈 깜짝할 사이에 유진우는 완전히 생매장당했다.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경원종 고수를 지휘하며 진법으로 큰 바위들을 옮겨와서 유진우가 생매장된 곳을 막아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바위는 산처럼 쌓여버렸다.생매장된 유
전에는 경원종이 자기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했지만 방금 경원종 고수가 쓰는 진법을 보고 나서야 그들은 비로소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경원종이 명불허전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채 종주님, 경원종의 오행 진법을 보니까 정말 눈이 번쩍 트이네요. 우리가 도울 필요도 없어 보여요. 경원종 혼자서도 유진우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아요!”노윤하는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와 채지웅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공로를 빼앗을 수 있을꺼 생각했었는데 사호문 문주가 죽고 나니까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유진우도 정말 대단하긴 해요. 오행 진법을 쓰지 않았더라면 감당할 수 없었을 겁니다.”채지웅은 두 손을 짊어지고 고개를 살짝 쳐들었다.“물론입니다. 그래도 오행 진법에 의해서 죽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만할 수 있어요. 그만큼 그자가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는 의미니까요.”도금칼과 이화검 모두 유진우를 다치게 할 수 없었다. 그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증명하기에 충분했다.오행 진법이 변화무쌍한 진법이어서 다행이었다. 하늘과 땅의 힘을 빌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채 종주님, 공로를 세우셨으니 돌아가시면 반드시 큰 상을 받게 될 겁니다. 그때 가서도 저희를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노윤하가 요염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노 교주님 걱정 마세요. 저희 경원종이 상을 받게 된다면 비연교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채지웅은 들뜬 마음으로 직접 다짐했다.“채 종주님께 감사드립니다.”노윤하가 공손하게 말했다.두 사람이 승리를 축하하고 있을 때 갑자기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돌멩이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돌멩이들은 온 지면을 뒤덮으며 굉음을 냈다.순간, 산더미처럼 쌓인 돌덩어리가 폭발하는 것이었다.누군가가 돌멩이들 사이로 날아올라 하늘로 솟구치는 것이었다.그는 수십 미터 상공으로 날아오르고 나서야 다시 천천히 바닥에 착지했다.아니나 다를까 흙을 헤치고 나온 유진우였다.“뭐? 안 죽었다고?”조금도 다치지
펑!여기저기로부터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위력이 넘치는 번개들은 유진우의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 속에 빨려 들어갔고 바람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칼날은 전부 터져버려 모양을 유지할 수 없었으며 날카로운 얼음덩이들은 순식간에 물로 녹아버렸다.경원종의 모든 공격은 전부 무력화 되고 말았다.그뿐만 아니라 비연교 제자들의 암기들도 반사되어 공중에서 비처럼 우수수 쏟아져 내려오며 사방에서 땡그랑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이럴 수가.”오행 진법이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 채지웅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다 두 다리에 힘이 풀리며 소스라치게 놀란 얼굴로 바닥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경원종의 다른 고수들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금방 젖먹던 힘까지 짜내서 한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았으니 현재 기진맥진한 그들은 독 안에 든 쥐와 다름이 없었다.“도망가야 해! 얼른 도망가야 해!”노윤하가 소리를 지르며 허겁지겁 줄행랑을 놓았다.유진우의 손바닥 그림자에 스치기만 해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것 같은 강렬한 위기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그의 공격은 일반 마스터가 다다를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으니 유진우는 이미 대 마스터의 문턱을 밟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펑!흰색의 손바닥 그림자가 곧장 따라와 사방을 휩쓸자 미처 피하지 못한 경원종의 고수들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가까이에 있던 사호문 제자들은 상황파악도 못한 채 사라지고 말았다.뒤에 숨어서 암기를 날리던 비연교 제자들도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유진우가 만들어낸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는 도살장의 분쇄기처럼 그곳에 남아있는 적들을 하늘나라로 보내버렸다.지금 이곳은 지옥이 다름없었다.이곳저곳에서 피가 튕기고 산산조각이 난 시체들이 떠다녔다.바닥이 새빨간 피에 물들여져 피로 된 길고 긴 길을 만들어냈다.손바닥 그림자가 유유히 사라지자 이상한 침묵이 흘렀다.경원종에서는 채지웅 혼자 살아남고 전멸했다.채지웅은 바닥에
문관옥의 무기는 빙화검이라는 칼이었는데 전설적인 3대 검 중 하나였다.이 칼은 위력이 셀 뿐 아니라 두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때론 한기가 엄습하고 때론 화염이 치솟는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두 속성 모두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실력이 강할 수록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문관옥은 앞으로 돌진하면서 빙화검을 칼집에서 꺼냈 다.뜨거운 붉은 불꽃이 순식간에 칼날 전체를 뒤덮었다. 불길이 마치 짐승처럼 포효하는 듯했고 칼날이 지나가는 곳마다 땅의 화초들이 검게 타들어갔다.“화염 첫 번째 기술!”문관옥이 손목을 살짝 움직이더니 화염을 내뿜는 긴 칼을 높이 쳐들고 허공을 가르며 유진우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굉음이 울려퍼졌다.화염에 휩싸인 긴 칼이 갑자기 폭발하여 거대한 칼날이 허공에 떠서 형성되었다.칼자루는 길이가 십여미터쯤 돼 보였고 너비는 3미터 쯤인 것 같았다. 주위에는 불꽃이 감돌며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언뜻 보기에는 하늘을 찌르는 거대한 칼날이 유진우을 향해 이렇게 무겁게 내리꽂히는 듯했다.“너무 무서운데요? 이게 문 도련님의 실력이였군요. 역시 강하세요.”“맞아요, 역시 도련님이세요. 거의 마스터 수준아닌가요?”“문 도련님 같은 분만이 유진우와 겨룰 수 있죠.”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칼날을 보고 있자니 모두들 자신도 모르게 놀라움을 나타냈다.비교하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었지만 경원종 고수들의 공격과 비교해 보면 문관옥의 공격은 차원이 달랐다.이게 바로 일반 고수들과 천교의 차이였다.“검!”유진우가 이렇게 말하자 땅에 떨어졌던 청하검이 그대로 10여 미터 거리를 날아오더니 유진우의 손에 쏙 들어왔다.유진우는 한 손으로 검을 들고 머리 위에 꽂혀지는 불꽃을 살짝 건드렸다.그러자 하얀 빛이 순식간에 검을 뚫고 나와 빙화검의 불꽃에 세게 부딪쳤다.쿵하는 큰 소리와 함께 두 칼날이 마주쳤다. 그 찰나, 땅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에너지가 충돌 지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휘몰아쳤다.지나가는 곳마다 온통 난장판이었
문관옥의 맹렬한 기세에 유진우는 그저 검으로 막아내기만 했다. 그리고는 그저 문관옥이 마음껏 공격하게 내버려두었다.하지만 그것이 사람들 눈에는 문관옥이 계속 유진우를 누르고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보였다.계속해서 공격한다면 문관옥이 곧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문 도련님께서 익힌 기술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공격하면 할수록 위력이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이 싸움을 보니 유장혁이 더 이상 당해 내지 못할 것 같네요...”“천재라고 하길래 뭐 얼마나 대단하나 했는데... 결국 문 도련님 같은 천교를 당해낼 수 없잖아요!”“문 도련님 파이팅입니다! 유진우를 죽여버려요!”기세등등하게 공격을 이어 나가는 문관옥을 보며 그들은 놀라워 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일부 사호문 제자들은 함성을 지르며 응원했다.“죽여라! 죽여라!”문관옥은 미친 듯이 웃으면서 손에 든 칼을 점점 더 빨리 휘둘렀다. 그러면서 기세도 점점 더 거세졌다. 그의 공격은 마치 바람에 소나기가 휘몰아치는 것처럼 보는 이의 눈을 어지럽게 했다.“유장혁, 아까는 그렇게 건방지더니... 왜 지금은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막지만 말고 반격해 봐! 공격해 보라고!”“왜 방어만 하고 있어?”“설마 두려운 건 아니겠지?”“전에는 그렇게 멋있고 대단하던 사람이었잖아. 지금은? 겨우 내 공격을 버티고 있는 주제에!”“그러면서도 천재라고? 웃기지도 않아!”“너한테 그럴 자격 따위 없어!”“어때? 내 실력이 느껴져? 많이 무섭지? 절망적이지?”“안타깝지만 오늘은 아무도 널 구해줄 수 없어!”문관옥은 공격하면서도 계속 비아냥거리는 말을 해댔고 유진우로 하여금 절망을 느끼게 하려 했다.하지만 그의 꼼수에 유진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사실 그는 문관옥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문관옥은 대단하지만 유진우보다는 약했다.다른 조직이 아닌 호룡각이었기에 유진우는 겨우 이 정도의 사람들만 보냈을 리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래서 그는 분명 다른 고수
“대 마스터...문 도련님의 한 방은 분명 대 마스터에 버금 가는 실력입니다!”채지웅은 그를 올려다보며 놀라움이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그는 유진우도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문관옥이 더 강할 줄은 몰랐다.‘마스터의 경지로 대 마스터의 실력을 발휘하다니... 말도 안 돼. 역시 천교는 다르다는 건가?’“이런 기술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온 세상에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노윤하는 입을 딱 벌린 채 충격을 금치 못했다.그녀는 스스로 자신이 고수라고 생각했지만 문관옥 같은 고수 앞에서 자기는 정말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너무 대단하시네요. 제 실력이 문 도련님 절반이라도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요...”사호문 제자들도 깜짝 놀랐을 뿐만 아니라 속으로 경외심을 느꼈고 뛰어난 실력을 갖춘 문관옥을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인제야 그들은 마침내 천교가 어떤 사람인지 깊이 깨달았다.“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문관옥이 칼을 휘두르는 걸 보면서 유진우는 피하지 않았다. 그저 살짝 스텝을 밟고는 칼을 들어 앞으로 찌를 뿐이었다.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지만 화려한 테크닉도 없는 그저 단순한 공격이었다.그러나 문관옥이 들고 있는 거대한 칼날에 비하면 유진우는 코끼리 앞에 선 개미처럼 작고 약해 보였다. 입김만 불어도 부서질 듯이 말이다.“죽어!”유진우가 정면으로 맞서자 문관옥은 칼을 든 손에 힘을 더 세게 주었다. 그리고는 양손에 칼을 꼭 쥐고 아래로 내리쳤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진우의 칼끝이 무관옥의 칼날을 정확하게 찔렀다.순간, 공포스러운 파동이 하늘 높이 치밀어 오르더니 사방으로 휘몰아쳤다.지나가는 곳에 있던 꽃과 나무는 온데간데없이 증발해 버렸고 바닥마저도 한층 벗겨져 버렸다.관전하는 무사들도 쓰러져서 곤두박질쳤다.모든 것이 가라앉고 나서야 무사들이 바닥에서 일어났다. 저 멀리에 또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구덩이 안에는 흑백의 그림자로 보이는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었다.흰색은 유진우였고 검은색은
“윽...”그때 문관옥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갑자기 피를 내뿜었다.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는 손에 든 빙화검을 바닥에 꽂아 가늘게 떨리는 몸을 지탱했다.마지막 공격에서 문관옥이 크게 다친 것이 분명했다.“뭐라고요?”이 광경을 본 사람들이 경악했다.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어 하는 모습이었다.‘문관옥이 졌다고? 말도 안 돼!’문관옥은 4대 군신들의 우두머리였고 전쟁터에서 많은 사람들과 싸워왔었다.방금 공격에서 보여준 건 대 마스터가 되어야만 쓸만한 기술들이었다.‘그런 고수가 어떻게 질 수 있어? 유진우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문관옥도 이길 수 없을 만큼?’“계속 실력을 숨기고 있었어?”문관옥은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그가 전력을 쓴 공격도 쉽게 막아냈으니 말이다.문관옥은 유진우를 쉽게 죽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다쳐버렸다.‘정말 말도 안 돼!’‘어떻게 된 거지? 유진우는 분명 사라진 지 10년이나 지났어. 서경왕부의 도움이 없는데 어떻게 이 정도로 강한 실력을 갖춘 거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내가 실력을 숨긴 게 아니라 네가 너무 약한 거야. 제대로 된 싸움으로 받아들이지도 못할 만큼.”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너!”문관옥은 이를 악물고 뭐라 말하려 했지만 또 피를 뿜었다.“4대 도련님 중에서 네가 최약체 아니야?”유진우가 말했다.실력으로만 봐서는 천하회의 한비영이 문관옥보다 훨씬 나았다.“날 너무 업신여기는 거 아니야?”화가 난 문관옥이 명령했다.“백호랑! 내 명을 들어. 당장 이놈을 죽여!”“돌진!”명령을 받은 백호랑들은 칼을 들고 유진우를 향해 돌진했다.이 백호랑들은 모두 문관옥이 정성껏 길러낸 호위무사들로 충성심이 강할 뿐만 아니라 실력도 강했다.물론 그도 백호랑이 정말 유진우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공격하라고 명령한 건 시간을 끌면서 유진우의 기력을 소모하기 위해서였다.이번 작전에 참여한 세력들은
“왕비님 말씀이 맞습니다. 비록 세자 전하께서 뛰어나다고는 하시지만 너무 젊으셔서 유태범과 같은 노련한 상대에게는 승산이 낮죠.”한참을 생각하던 장범규가 말했다.유장혁은 천재 중의 천재였지만 유태범도 단순한 인물이 아니었다.20여 년간 더 수련했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더 컸다.그래서 누가 승기를 거머쥘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저는 다른 의견이네요.”은성종이 다시 입을 열었다.“은 제후는 세자 전하 승산이 더 높다고 생각하시나요?”주한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맞습니다.”은성종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왕께서는 함부로 내기하실 분이 아니십니다. 이 상황을 예상하시고 대비를 하신 분인데 100%의 확률이 없다면 내기도 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그러니 저희는 왕의 판단을 믿어야 합니다.”“그렇다고는 해도 무력 대결에서는 변수가 많습니다. 특히 동급의 강자들 사이에서는 작은 실수 하나로도 전세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는 누구도 승패를 예측할 수 없죠. 아무리 왕이라고 해도 그것까지는 예상하실 수 없을 것입니다.”장범규가 반박했다.“제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단순히 왕 때문만은 아닙니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은성종이 말했다.“그렇습니까? 어떤 이유가 있죠?”장범규가 눈썹을 올리며 물었다.“혹시 경천 랭킹에 대하여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은성종이 갑자기 되물었다.“못 들어봤네요.”장범규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장범규는 비록 군사 경험은 풍부했지만 무림인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알고 있습니다.”주한휘가 갑자기 끼어들었다.“경천 랭킹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제일 권위 있는 랭킹이잖아요. 거기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모두 최강의 무공을 지닌 인물들이잖아요. 제가 알기로는 경천 랭킹 상위 3명은 용호산 장선기, 용각 각주 이원무 그리고 서경 검선 백준이라고 알고 있어요.”“뭐라고요? 검선 백준이 겨우 3위에요?”장범규가 놀라서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그의 눈에 백준은 단지 서경의
“건방지구나!”유태범이 눈을 치켜떴다.“같은 대 마스터 급의 강자인데 내가 몇십 년간 쌓아온 것이 젊은 네 놈에게 비길 수 없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삼촌께서 이렇게 고집을 부리시니 저도 더 이상 예의를 차릴 수 없겠네요. 그럼 시작하시죠.”유진우는 한 손을 내밀며 초대하는 듯한 제스처를 했다.“받아라!”유태범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발을 구르며 몸을 날려 강력한 공격을 시작했다.유태범의 칼법은 빠르고 강력했다. 그의 모든 칼은 치명적이며 모두 주요 부위를 겨누고 있었다.비록 화려한 기술은 없지만 실용적이고 빈틈이 없었다.유태범은 타고난 천재성을 바탕으로 오랜 전장의 경험과 여러 가지 정교한 칼법을 융합했다.지금의 그는 수많은 기법을 받아들여 단점을 극복해 가며 자신의 독창적인 칼법을 창조했다.그 칼법으로 그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사람을 공격했다.속도는 빨랐고 공격은 정확했으며 흉포하고 당할 수 없는 기세를 내뿜었다.유태범의 강력한 공세에 유진우는 빠르게 피하며 움직였다.그는 마치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불규칙하게 이동하며 상대를 뚫을 기회를 엿봤다.두 사람은 공격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주위 사람들은 눈을 떼지 못하고 그들의 싸움을 놀라운 시선으로 지켜봤다.전투가 너무 치열하여 사람들은 다치지 않기 위해 모두 거리를 두고 넓은 공간을 남겨두었다.두 사람은 모두 대 마스터 급의 강자였으니 한 번의 타격으로도 산을 깎거나 바위를 쪼갤 수 있었다.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건 고사하고라도 싸움의 여파만으로도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다.“유태범의 실력이 이렇게 강한 줄은 몰랐네요. 대 마스터의 수준에 도달하고 전투 경험도 풍부하니 진우도 어려운 싸움이 되겠어요.”이의진은 눈을 좁히며 전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했다.그녀는 자신의 실력으로 겨우 두 사람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두 사람의 움직임은 너무 빨라서 따라잡기가 거의 불가능했다.“유태범 저 개자식, 정말 실력을 숨겨 놓고 있었네. 10년 전만 해도 우리와
“나쁜 놈! 돌아왔으면서 계속 숨어 있다니. 내가 이렇게 너를 끌어내 오지 않았다면 네가 모습이나 드러냈겠어?”유만수가 툴툴거리며 말했다.“됐어요.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시고 죽은 척한 것도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지금은 먼저 눈앞에 닥친 일부터 해결하죠.”유진우의 날카로운 시선이 유태범을 빠르게 스쳤다.유만수는 호룡각의 잔당에게 암살을 당했고 유태범은 즉시 반란을 일으켜 왕위를 빼앗으려 했었다. 그래서 그는 유태범이 호룡각의 잔당들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반란이든 호룡각 잔당과의 결탁이든 그의 눈에는 모두 큰 죄였다.“유장혁!”충격을 받은 유태범의 얼굴은 곧 음침하게 변했다.그는 갑자기 자신이 속았음을 깨달았다.유만수는 분명히 유장혁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아까 그렇게 쉽게 승낙한 이유도 유장혁의 실력을 인정했기 때문이었다.유태범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비록 10년 만에 다시 만나지만 유장혁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뛰어난 존재로 성장했다.제갈영군을 물리친 것만 봐도 그의 실력이 평범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제갈영군의 실력은 이미 대 마스터에 근접해 있었고 전체 서경을 놓고 보더라도 손에 꼽히는 실력자였다.하여 그가 제갈영군을 물리친 것만 봐도 그의 실력이 대 마스터 수준에 가까운 것을 알 수 있었다.‘20대의 나이에 대 마스터라니... 정말 무서운 재능이야.’‘오늘 유장혁을 처리하지 않으면 계속 성장할 거야. 내가 서경왕이 되어도 매일 두려움에 떨며 살게 되겠지.’대 마스터 급의 강자는 살해에 실패하더라도 쉽게 도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삼촌,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습니까?”유진우가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니 네가 이렇게 성장할 줄은 몰랐다. 그냥 봤으면 못 알아볼 뻔했어.”유태범은 눈매를 좁히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삼촌, 그만두세요.”유진우가 담담히 말했다.“삼촌께서 정말 뉘우치신다면 어른인 점을 고려해서 유만수에게 부탁해서 죽음만은 면하게 해드릴 수 있어요.”
‘굳이 죽으러 나설 필요는 없지.’“흥! 그래도 분수는 제대로 아는 모양이야!”유태범이 냉소를 띠며 말했다.“유만수, 네 막내아들은 이미 물러섰어. 그렇다면 네 장남은 어디 있단 말이야?”“장혁아, 그동안 숨어있느라 고생 많았다. 이제 모습을 드러낼 때가 되지 않았느냐?”유만수가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그는 장남 유장혁을 한 번도 본 적 없었지만 그 존재는 알고 있었다.지난번 소현무의 사건 역시 유장혁의 제보 덕분에 해결할 수 있었다.지금처럼 왕부에 큰 사건이 발생했는데 그의 성격상 방관만 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누가 늙은 여우 아니랄까봐... 유태범만 속인 게 아니라 모두를 속였네요. 이제 와서 저를 방패막이로 세우겠다니. 이대로 되는 거예요?”잠시 망설이던 유진우는 결국 얼굴에 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 던졌다.유만수가 살아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왕부의 대세는 아직 굳건했다.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나서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었다.억지로 몰린 기분이긴 했지만 유진우도 유만수가 자신을 위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오늘이 바로 권위를 세울 최고의 기회였기 때문이다.흑룡군 장교들이 모두 지켜보는 자리에서 표기대장군 유태범을 쓰러뜨린다면 이후 자신이 왕위에 오르는 길이 한층 수월해질 것이었다.“뭐라고? 저 사람이 유장혁이라고?”유진우의 정체를 본 이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조금 전 제갈영군을 쓰러뜨린 신비로운 고수가 바로 10년간 자취를 감췄던 유장혁이었다.그가 나타난 충격은 죽었던 유만수가 다시 돌아온 사실 못지않았다.‘누가 부자 사이 아니랄까 봐... 하나같이 교활해.’“너라고? 어떻게 된 일이야!”유태범의 얼굴이 굳어졌다.그는 유장혁이 사라진 줄로만 알았지 바로 곁에서 숨어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그의 강력한 실력은 자신조차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만들었다.“여러분, 죄송합니다. 신분을 숨긴 건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정체를 드러낸 유
“공정한 경쟁이라고?”유만수의 말이 떨어지자 주위 사람들은 일제히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누구도 유만수가 이런 말을 꺼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이미 형세가 뒤집혀 흑용군 고급 장교들에게 명령만 내리면 유태범을 체포해 이번 반란 위기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었다.그런데도 유만수는 그렇게 하지 않고 오히려 유태범에게 반격의 기회를 주었다.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여보...”이의진이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유만수가 손을 들어 제지하며 말했다.“걱정하지 말거라. 내게도 나름대로 계획이 있으니.”“유만수... 정말 네 아들과 나를 공정하게 경쟁시키겠다는 거야?”유태범은 다소 놀란 표정을 했다.방금까지만 해도 목숨을 걸 각오하고 있었는데 설마 유만수가 이렇게 공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대체 무슨 꿍꿍이지?’“네가 공정을 원한다면 그 기회를 주겠다. 내 결정을 납득할 수 있도록 처참하게 질 것이다.”유만수가 담담하게 말했다.“좋아! 당신이 한 말이야?”유태범은 눈을 가늘게 뜨며 기뻐했다.“우리 서경은 무위를 중요시하는 곳이지. 새로운 왕이 되려면 강한 실력이 있어야 마땅해. 그러니 군대의 규칙으로 경쟁하는 게 어때? 이긴 자가 왕이 되는 거지!”“유태범! 정말 뻔뻔하구나!”유태범의 말을 들은 이의진이 참다못해 소리쳤다.“너는 전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으며 무력 면에서 뛰어나다. 서경에서 너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데도 네 강점을 내세워 경쟁한다니 이게 공정이라고 할 수 있겠어?”“이 세상은 본디 강자가 존중받는 곳이다. 특히 서경에서는 더더욱 그렇지. 강한 실력이 없다면 수많은 장교를 어떻게 다스릴 수 있겠어? 설마 서경의 왕이 연약한 선비일 수 있다고 생각해?”유태범이 태연히 대꾸했다.“맞아! 우리도 절대로 약자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을 거야!”제갈영군도 이에 동조했다.“누구든 실력이 강한 자가 왕이 될 수 있었다면 이 세상은 이미 혼란에 빠졌을 거야!”이의진이 반박했다.
“태범아, 우리는 한 가족이다. 네가 칼을 내려놓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유만수가 담담히 말했다.“왜? 왜 아직도 죽지 않은 거예요? 이미 중병에 걸려 오래 살지 못할 텐데... 왜 아직도 서경 왕 자리를 계속 차지하려고 하는 거냐고요!”유태범이 이를 악물며 외쳤다.눈에 핏줄이 선명히 드러난 유태범의 표정은 완전히 흉포해 보였다.“태범아, 네 성격은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너는 문무를 겸비했고 확실히 재능도 뛰어나지. 하지만 너는 남을 품을 그릇이 못 돼. 행동 방식이 너무 잔혹해 왕으로서는 적합하지 않아. 그리고 왕이 될 수도 없어.”유만수가 솔직히 말했다.“닥쳐!”유태범은 갑자기 고함쳤다.“너는 수십 년 동안 왕 자리에 앉아 있었고 이제 곧 죽을 거야! 이 자리도 이제는 내가 차지해야 할 때야. 전체 서경을 둘러봐도 나보다 이 자리에 더 적합한 사람이 있나?”“새로운 왕은 이미 정해져 있다. 너는 아니야.”유만수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이미 정했다고? 하하하”유태범이 미친 듯이 웃으며 말했다.“유천우는 겨우 풋내기에 불과해! 재능이나 능력, 권위를 논하더라도 유천우가 나보다 나은 점이 어디 있나? 무슨 자격으로 나와 다투는 거냐!”“내가 말한 사람은 천우가 아니야.”유만수가 담담히 말했다.“천우가 아니면 또 누가 있어? 설마 십 년 동안 실종되었던 유장혁을 말하는 거야? 생사조차 알 수 없는 녀석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는 거야? 정말 노망이라도 든 거야?”유태범이 가차 없이 비웃었다.“건방지다!”유태범의 말을 들은 홍복홍이 화를 내려고 했으나 유만수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유태범의 고함과 광기에 비해 유만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었다.“태범아, 장혁이는 죽지 않았어. 게다가 아주 잘 지내고 있어. 장혁이는 그 나이대의 나보다 더 뛰어나고 왕으로서도 더 적합해.”유만수가 진지하게 말했다.“죽지 않았다면 어쩔 건데? 나이를 따져보면 유장혁도 유천우보다 몇 살 많지 않아. 결국 그 역시 어린 녀석에
유태범은 침착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그는 온갖 변수를 고려했지만 유만수가 이렇게 멀쩡히 눈앞에 나타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예상치 못한 충격은 견디기 어려웠다.사실 유태범뿐만 아니라 제갈영군을 비롯한 모든 반란군의 고급 장교들 역시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고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들이 유태범과 함께 반란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유만수가 죽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만약 유만수가 죽지 않았다면 그들에게 이런 반역을 감행할 용기는 없었다.“오늘 정말 시끌벅적하구나.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다니...”유만수가 천천히 문밖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군중은 자연스럽게 길을 열어주었다.“어르신! 당신은 분명히...”이의진은 말을 잇지 못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분명히 유만수가 칼에 가슴을 관통당하는 것을 보았고 그의 숨이 멎는 것도 목격했다.게다가 직접 그의 장례식까지 치렀다.그녀는 죽은 사람이 어떻게 다시 살아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긴장하지 마. 나는 귀신이 아닌 사람이다.”유만수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암살자의 공격은 내 목숨을 앗아갈 뻔했지만 다행히 진기를 사용해 심장을 보호한 덕에 가까스로 살아날 수 있었다.”“여보! 왜 저희에게 미리 말씀해 주시지 않으셨나요? 얼마나 슬퍼했는지 아세요?”이의진은 눈물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유만수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는 극심한 슬픔에 빠졌다.그러나 왕부를 지키기 위해 감정을 억누르며 장례를 치르고 야심을 품은 자들과 치열하게 싸워야만 했다.“의진아, 그동안 고생 많았다.”유만수는 손을 뻗어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미소 지었다.“내가 죽은 척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상처를 회복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고 둘째는 내가 죽은 뒤 왕부와 서경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이다.”여기까지 말한 유만수는 갑자기 유태범 일행을 향해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안타깝게도 일이 내가 원하던 대로는 잘 풀리지
‘홍복홍을 계속 저대로 두면 병사들의 사기가 꺾일 거야.’“이게...”흑룡군의 고급 장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망설였다.홍복홍도 한때 흑용군의 대장군으로 그 위엄은 위왕 유만수 다음으로 높았다.서부를 평정한 후 그는 은거 생활을 시작했다.하지만 오래된 강교들은 여전히 그의 성과를 기억하고 경외하고 있었다.“뭐 하는 것이야! 귀가 먹었느냐? 아니면 지금 명령을 어기겠다는 거냐!”유태범은 말하며 사령관 병부를 꺼내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렸다.“병부가 여기 있다! 누가 감히 내 명령을 어기는 것이냐!”“명령에 따르겠습니다!”유태범이 병부를 꺼내 들자 장교들은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칼을 뽑아 들고 홍복홍을 포위하기 시작했다.그러나 홍복홍은 뒷짐을 진 채로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두려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위왕께서 여기 계시는데 누가 감히 날뛰는 것이냐!”그때 갑자기 천둥 같은 목소리가 공중에서 폭발하듯 울려 퍼졌다.그 소리는 굉음처럼 전장을 뒤흔들며 모두를 압도했다.모든 병사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믿을 수 없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왕부의 문 앞에서 한 중년 남자가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그는 두 손을 뒤로 하고 있었으며 허리가 약간 굽었고 걸음걸이도 약간 절뚝였다.겉으로 보건대 그 어떤 위엄도 강렬한 기운도 없었다.입고 있는 옷이 아니었다면 누구라도 그를 평범한 농부로 착각했을 것이다.그러나 농부처럼 보이는 중년 남자가 등장하자 전장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등장한 이는 이미 죽었다고 알려진 서경 왕 유만수이었다.“어... 어르신?”익숙한 얼굴을 마주한 이의진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분명 죽은 걸 확인했는데 어떻게 멀쩡히 저기 있는 거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꿈인가?’“아버지?”유천우도 유만수의 등장에 깜짝 놀라며 손에 들고
“여봐라! 당장 저놈을 잡아라!”유진우가 망설임 없이 공격해 오자 유태범은 결국 명령을 내렸다.강한 자가 자신의 편에 서면 당연히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적에게 넘길 수도 없었다.위협은 반드시 사전에 제거해야 했다.“모두 공격하라!”조군영과 고원이 손짓하며 외쳤다.백여 명의 무도 고수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유진우를 포위하며 공격을 감행했다.이들은 모두 흑용군의 장교급 지휘관들로 각자의 실력도 뛰어나거니와 이들이 합심한 힘은 천군만마를 초월했다.“멈춰라!”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하늘에서 유성처럼 땅에 내리꽂히며 번개 같은 속도로 인파 한가운데에 충돌했다.쾅!거대한 폭음과 함께 땅이 갈라지고 먼지가 사방으로 흩어졌다.강력한 충격파가 충돌 지점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며 주변의 무도 고수들을 연이어 물러서게 했다.모두가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비틀거렸다.“누구냐!”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50미터 앞에 화려한 옷을 입고 백발이 섞인 머리를 한 노인이 서 있었다.노인의 표정은 냉담했고 그의 몸 주위에는 붉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짙은 살기는 멀리서도 귀신의 울부짖음이 들리는 듯한 착각이 일게 했다.등장한 이는 바로 악명 높은 인도, 홍복홍이었다.“홍복홍? 드디어 나타났네!”이의진은 기뻐하며 외쳤다.위왕이 사망한 이후 홍복홍 역시 자취를 감추었었다.며칠 동안 그의 모습은커녕 어떤 연락도 닿지 않았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그는 유씨 가문 삼대 고수 중 한 명으로서 진정한 실력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었다.아무도 홍복홍이 얼마나 강한지 몰랐지만 단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가 눈독 들인 자는 모두 죽음을 면치 못했다는 것이었다.“다행입니다! 어르신만 있다면 우리에게도 희망이 생긴 거예요!”갑자기 등장한 홍복홍을 본 장범규는 정신을 차리며 활기를 되찾았다.홍복홍은 전설적인 인물로 위왕이 생전 가장 신뢰하던 조력자였다.비록 평소에는 조용히 지냈지만 그를 과소평가하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인도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