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말에 이진은 화가 나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솔직히 말해서 이 회사에 좋은 분위기랄 것도 없어 보이는데요?”이진은 화를 참을 생각이 없었다. 참아야 할 이유도 없었고.눈썹을 치켜뜬 채 빤히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거절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듯했다.그 아우라만으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이미 잔뜩 겁을 먹고 유연서를 바라봤다.그리고 상대의 눈빛을 받은 유연서는 그녀를 속으로 쓸모없는 년이라고 욕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어째 됐건 이런 상황에서 좋은 사람인 척 분위기를 풀어야 했으니 말이다.“이진 씨, 프런트 데스크 직원과 이렇게 싸울 필요는 없지 않나요? 속이 너무 좁은 거 아니에요?”“그렇다면 유연서 씨 뜻은 같 잖은 사람한테 무시 당해도 그저 웃어넘겨야 한다 그 말이에요?”이진의 눈빛은 유연서의 웃는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하지만 그 가식적인 웃음만 보면 온몸에 소름 돋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이진 씨, 그건 너무 억지 아니에요? 여기 YS 그룹이에요.”“그래서요?”이진은 이를 갈며 겨우겨우 잇새로 한 마디를 토해냈다. 마지막 남은 인내심도 이젠 모두 바닥났다.“그러니 윤 대표님 마음 하나 돌리겠다고 이렇게 찾아와 직원에게 진상 부리는 짓은 삼가 주셨으면 해서요.”‘돌고 돌아 또 윤이건이었어?’이진은 너무 어이없이 이젠 체념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유연서의 일편단심에 감탄했다.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기 귀찮아 방금 꺼내다 만 명함을 다시 꺼내 프런트 데스크 위에 올려놓았다.“저 AMC 대표 이진입니다. YS 그룹에 찾아온 건 프로젝트 매니저님을 찾아온 거고요.”이진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홀에 있는 프런트 직원들은 그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하나둘 모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유연서의 낯빛도 이미 새하얗게 질렸다.‘저 여자 의사 아니었어? 그런데 그 베일에 싸인 회사 대표라니?’하지만 이내 주먹을 힘껏 그러쥐며 마음속 분노를 가라앉히더니 다시 입꼬리를 올렸다.“이진 씨, 명함은 진
회사 대표의 말에 의심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아무리 아니라고 한들 대표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높은 분을 몰라뵙고…….”방금까지 큰소리치던 직원은 이미 얼굴이 잿빛이 되어 목소리마저 떨렸다.하지만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을 때, 이진이 계약서를 다시 손에 들며 입을 열었다.“황 매니저님…….”담담한 한마디에 깃든 뜻은 아주 명확했다.이진의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와 싸늘한 눈빛을 보자 윤이건의 눈에는 일순 감탄의 빛이 언뜻 지나갔다.하지만 눈빛이 황 매니저를 향했을 때 미간에는 싸늘한 기색이 맴돌았다.“잔금 모두 메워요.”이진은 윤이건을 힐끗 바라봤다. ‘뭐 아예 쓸모없지는 않네.’지금껏 그렇게 오랫동안 돌아다닌 걸 생각하면 차라리 대표실로 직접 찾아가 직접 해결하는 게 더 효율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홀에는 일순 침묵이 흘렀다.옆에서 구경하던 직원들은 윤이건을 보자 하나둘 제 자리로 돌아갔다. 대표님에게 찍혀 보너스를 받지 못하면 안 되니까.하지만 황 매니저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한참 동안 대답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보자 이진은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보아하니 이번 사태가 간단한 건 아닌 듯싶었다.역시나 황 매니저가 휘청거리더니 기어들어갈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게, 돈이 모자랍니다…….”“뭐라고요?”매니저의 말에 윤이건은 화가 난 듯 언성을 높였고 이진은 곧바로 계약서를 덮었다.이것도 사실 예상했던 일이었다.그렇지 않다면 YS 그룹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계약금을 연체할 배짱이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대표님, 죄송합니다. 이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몇 분 전만 해도 위세를 떨던 매니저는 고양이 앞에 놓인 쥐처럼 벌벌 떨었다.더욱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굴었다.“인사팀에 가서 퇴사 수속 밟으세요! 앞으로 YS 그룹의 그 어떤 계열사도 들어갈 수 없을 겁니다!”그 결정에 황 매니저는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물론 업계에서 매장된 수준은 아
“이번 일은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이에요?”YS 사무실 내에서 이진은 소파에 앉아 담담한 눈빛으로 윤이건을 바라봤다.“프로젝트 매니저 건은 빠른 시간 내에 조사해 볼 거고 연체된 비용은 즉시 보충할게.”이에 윤이건은 차 두 잔을 따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이진을 슬쩍 훑었다.처음 보는 이진의 오피스룩 차림에 윤이건은 여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약간의 카리스마가 섞여 있는 동시 여전히 아름다움을 겸비하고 있었다.“좋아요. 그러면 소식 기다릴게요.”하지만 이진은 윤이건이 건넨 찻잔 둘레를 슬쩍 만지더니 입에는 대지도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윤이건은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따라 자리에서 일서서더니 아쉬운 듯 입을 열었다.“점심 같이할래?”“윤 대표님, 우리처럼 작은 회사의 돈도 연체했으면서 밥얘기가 나오나요? 저는 돈이 없을뿐더러 먹고 싶은 마음까지 없어서요.”이진의 이 한마디 덕에 이틀 뒤 이 일은 그나마 해결되었다.이진은 사무실에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을 그때, 케빈이 활짝 웃는 모습으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왜 그래? 복권이라도 주웠어? 아니면 여자 친구를 주었나?”케빈이 그 자리에 굳는 모습에 이진은 피식 웃었다.“보스는 항상 보면 저만 놀린다니가요!”말하는 동시 케빈은 손에 든 계약서와 수표 한 장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보스, 그 프로젝트 매니저는 이미 감방 갔대요. 투자 비용을 글쎄 개인 용도로 감춰놨더라고요. 그리고 나머지는 여기에 있어요.”하지만 수표를 힐끗 보니 연체된 금액보다 돈이 더 많은 게 아니겠는가?그리고 고개를 들어 케빈을 보는 순간 그가 오늘 왜 유독 기뻐하는지 알아차렸다.“나머지 연체 금액은 윤 대표님이 다 메웠어요. 그리고 전에 계속 돈을 연체해 프로젝트에 지장을 줬다고 조금 더 보내줬어요.”‘일 처리 하난 참 빠르단 말이지.’수표를 손에 쥔 이진의 눈빛은 조금 부드러워졌다.‘오늘 저녁 고기 국수나 해줄까? 이젠 파트너 관계도 됐겠다 너무 싸늘하게 대할 필요는 없으니까.’“아 참, 이
윤이건도 민시우가 자기를 비꼰다는 걸 알아챘지만 그도 사실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다.이건 뭐 이진이 지금껏 너무 꽁꽁 숨긴 걸 탓할 수도 있는 것도 아니고 오직 자기를 탓할 수밖에 없었으니.“내가 언제 솔로였던 적 있어?”오히려 되돌아온 윤이건의 공격에 민시우는 정색한 얼굴로 맞받아치며 불만을 토로했다.민시우는 이 바닥에서 윤이건이 친구라고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엔터 회사 대표이고 평소에 점잖지 못한 것 같지만 막상 진지해지면 그의 능력과 총명함에 혀를 내두르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아마 업계가 달라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민시우 곁에는 그의 말처럼 여자가 끊였던 적이 없다. 하지만 그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 또한 없다.그의 말대로라면 한 번뿐인 인생 즐기면서 살기 위해 태어났다고 하는데, 윤이건은 그의 그런 생각에 한 번도 뭐라 한 적도 뭐라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그의 사전에서 연애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끼리 해야 하는 거였으니.그 생각을 하다 보니 그의 눈빛은 저도 모르게 이진을 향했다.이진은 다른 회사 대표들과 사업적인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살짝 쳐든 턱,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오늘의 스타일까지 더해지자 마치 우아한 흑조 같았다.그때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던 유연서는 마침 윤이건이 자기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있다는 걸 발견하고는 총총걸음으로 달려왔다.하지만 뭐라 말하려던 찰나 어딘가를 보고 있는 듯한 윤이건의 시선을 따라 봤더니 그 시선의 끝에는 이진이 서있었다.순간 밀려오는 질투에 유연서는 이를 악물었다.오늘 윤이건이 그녀를 파티장에 데려오긴 했지만 들어서는 순간부터 두 사람은 거의 교류가 없었다.그녀는 손에 든 술잔을 꽉 움켜쥐었다. 솔직히 사람들의 대화에 끼어들고 싶었지만 생소한 단어들이 오가는 대화에 도무지 낄 틈이 보이지 않았다.한참을 머뭇거리던 그때, 유연서는 갑자기 속으로 냉소하더니 이진을 향해 걸어갔다.“이진 씨…….”그 시각 이진은 마침 다른 회사 대표와 협력에 대한 얘기
민시우는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는 윤이건이 유연서을 데리고 가는 것을 보자 원래 놀기를 좋아하던 마음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민시우는 이진이 한 그룹 회장과 담화를 마치자 얼른 틈을 타 그녀한테 다가갔다. “이 대표님, 저는 화오엔터 대표 민시우입니다. 이 대표님에 대해 많이 들어왔는데 오늘 이렇게 만나 뵐수 있어서 영광입니다.”민시우의 입에 발린 안부를 듣고 이진은 마음속으로 쓴 웃음을 쳤다. 비록 그의 얼굴은 봐줄만 하지만. “이 대표님, 오늘 혼자 오셨나요? 좋은 비지니스가 있는데 잠시 장소를 옮겨서 단둘이 대화를 나누는 건 어떨가요?”민시우는 이렇게 가까이서 이진을 본적이 없었다.지금 반 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이진을 마주하고 있으니 민시우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이진이 엄청 화려하게 예쁘거나 한 건 아니지만 뭔가 특별한 분위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이 파티장 안에서, 더 나아가 전체 도시 안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함 이었다. 사실 민시우의 비주얼도 두말할것 없이 우월한 편이다.연예계 생활을 많이 해서 그런지 윤이건처럼 딱딱한 느낌보다는 뭔가 스무스하고 원활해보였다. 특히 민시우의 매력적인 봉안으로 아까 멘트까지 추가하면 수많은 여성들을 홀릴수 있었다.그러나 이진한테는 예외였다. 그녀는 여지없는 철벽 그 자체였다.“미안해요, 민 대표님, 제가 관심이 없어서.”밀당을 하는건지 아님 거절인지 민시우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이진의 은은한 웃음기에 민시우는 김 빠지듯 웃어버렸다.“이 대표님, 다시 한번 소개할게요. 민시우라고 하고요, 윤 대표 친구입니다. 아까 기분 나쁘셨다면 용서해주세요.”민시우의 갑작스런 태도와 말투 변화에 이진은 오히려 흥미를 느꼈다.“윤 대표님이 이런 성격의 사람인 줄 젼혀 몰랐네요. 주변에 친구도 있고.” “이 대표님 그 말씀은 윤 대표를 저격 한건가요? 아님 저?”민시우의 기분은 드디어 편한 상태로 돌아왔고 표정도 보기 좋아졌다. 민시우의 말에 이진은 눈살을 살짝
이기태는 말을 이어가면서 최현을 끌고 파티장 뒷편 화원으로 갔다.두 사람이 한동안 밀담을 나눴는데, 어떤 내용 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비밀스런 이야기가 끝나고 이기태는 다시 인파속에 묻혔고 최현은 곧추 이진한테 다가갔다.“이 대표님, 반갑습니다.”눈앞에 나타난 최현을 보고 이진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이진이 케빈을 바라보자 케빈도 고개를 저으며 누군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최현도 이진의 속마음을 알아챈 듯 크게 웃어보이며 어색한 분위기를 만회하려 했다.그러고 보니 이 장면도 우습다.둘 다 대표지만 거의 반백이 넘은 사람이 스무살 남짓한 여자 아이를 마주하면서 주눅이 들어있는 것이다.“이 대표님이 저를 모르시는 것도 이해합니다. 전에 GN그룹이랑 협력 할때는 부친이 대표 자리에 계셨어서요."이진은 이 말이 웃겼다.‘이건 또 뭐지? 그럼 나한테서 아버님이란 소리 라도 듣고 싶은 건가? 그러기엔 아쉽게도 처음부터 호칭을 잘못 불렀어.’“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요?”이진은 술잔을 케빈한테 건네며 말했다.만약 최현이 직접 이름을 말한다면 그녀는 이 만남을 끝낼 예정이었다.한편 최현은 양복 주머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건네주었다.“사실은 GN그룹하고 다시 한번 새로운 협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하고 있습니다.”“최 대표님께서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너무 기대가 되네요.”이진은 더이상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아 마무리 멘트를 던졌다. 이렇게 되면 최현도 할말이 없어지니까.케빈이 눈치 채고 얼른 핑계를 둘러 대고는 이진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보스, 이 사람 뭐에요? 보스 앞에서 본인이 부친과 협력했던 사람이라뇨.”“세상은 넓고 별의별 사람 다 있으니까.”이진은 케빈의 손에 있던 반잔 남은 샴페인을 원샷하고 명함을 케빈의 손에 쑤셔넣으며 말했다.한 시간 쯤 지나고 파티도 막바지에 이르렀다.이진은 수없이 많은 명함을 받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구석진 곳으로 가 있었지만 여전히 피하기 어려웠다.“보스, 휴가를 가지셔야 합니다.
케빈은 눈치를 살피고 재빨리 이진한테 커피 한 잔 내려주고 본인 것도 한 잔 내렸다. 피로가 풀리자 그는 다시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처음부터 지금까지 케빈은 한번도 질문하지 않았고 의문 조차 품지 않았다.오랫동안 이진 옆을 지킨 그는 충성과 복종이 이미 몸에 배여 버린것이다.케빈한테 이진은 절대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람이다.두 사람은 회사에서 GN 그룹의 뒷조사를 하고 있었다.같은 시각, 이씨 가문 고향은 엄청 떠들썩했다.이영은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패배로 기분이 쭉 다운 돼 있었다.이영은 속이 답답해 미칠것 같아 그것을 풀기 위해 미친 듯이 쇼핑하기 시작했다.그녀는 미친듯이 쇼핑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그러다 결국 통장이 거덜났다.집에 돌아온 이기태는 사랑하는 딸이 눈이 빨개진 채 다운돼 있는 모습을 보았다.“아빠, 전에 나한테 준 카드 한도가 도대체 얼마예요? 왜 별로 사지도 않았는데 벌써 한도 초과에요?”이기태는 파티에서 이진 때문에 마음이 상한 상태였다.집에 오니 또 이영이 이렇게 트집을 잡자 이기태는 답답한 나머지 한숨을 내쉬었다.그럼에도 그는 딸이 안쓰러워 심한 말을 하지 못했다.“우리 딸, 그게 작은 한도가 아니야. 너 요즘 씀씀이가 너무 큰 거 아니야?”아니나 다를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영은 화가 나서 눈을 부라렸다. “알았어, 알았어, 아빠가 몇백 더 줄께, 먼저 쓰고 있어.”예전 이기태 였으면 전혀 개의치 않았을 텐데. 카드 하나 거덜나면 또 하나 더 주면 되니까.그러나 지금은 GN 그룹이 이진의 손에 들어가 있고 그의 자산이 여러모로 제재 당하고 있어 손에 돈이 별로 없엇다. 이기태의 말에 이영은 좋아하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화가 났다.“아빠, 지금 장난하시는 거예요? 몇백? 그걸로 어느 코에 닦아요?”“알았어,알았어, 아빠가 며칠 후에 또 챙겨줄테니까 화내지 마.”이기태는 이영의 어깨를 다독이고 회피하다싶이 2층 서재로 들어갔다.사실 이영을 위해서만이 아니다.만약 GN그룹의 자산이
유연서의 갑작스러운 포옹에 윤이건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스킨십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라 품에 안긴 사람이 유연서가 아니였다면 아마 아예 밀어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유연서를 밀쳐내려던 순간, 등지고 있던 별장 문이 갑자기 열렸다.파티가 끝나고 이진은 집에 와서 쉬고 싶었지만 GN 그룹 업무 때문에 한동안 바빴었다.겨우 일단락 마치고 집에 돌아 왔는데 문 여는 순간 이런 서프라이즈가 있을 줄이야.이진은 윤이건의 어깨 너머로 과시하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 유연서를 보았다.이 여자는 정말 답이 없구나.이진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유연서가 어디에 있든 상관없지만 본인 눈을 버리는건 못 참지.백번 양보해서 건드리지 못한다고 내가 피하지도 못할가. 물론 윤이건도 뒤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그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유연서를 밀어냈다.뒤 돌아서려는 순간, 이진은 그의 어깨를 부딪치고 2층으로 향했다.한참 후, 이진은 한 손에 코트를 걸치고 캐리어를 끌고 다시 나왔다. 이진은 기분 나쁜거 전혀 없이 아예 두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싶었다.유연서는 방금 윤이건이 자신을 밀쳐낸 것에 기분이 나빴지만이진이 짐 싸들고 나가는 것을 보면서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졌다.유연서는 여전히 불쌍한 표정으로 마치 본인이 이 둘 사이를 훼방했다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진 씨…….”유연서는 황급히 이진의 팔을 잡았다.그녀의 예쁜 얼굴에 눈물 맺힌 눈망울까지 하면 확실히 사람 마음 약해지게 만든다.하지만 아쉽게도 이진은 돌부처라.“연서 씨, 지금 하려는 말 잘 생각해보고 뱉으세요. 혹시 그 말 때문에 내가 안가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까.”이 말 한마디에 가식 떨던 유연서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이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윤이건을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나가버렸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윤이건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는 이진을 잡고 싶었지 잡을 만한 이유가 없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