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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작가: 마태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월셋집.

갈색 개량한복을 입은 이수용이 소파에 앉아 무거운 눈빛으로 천도준을 바라보고 있다.

“도련님, 정태건설을 인수한 건 너무 경솔하신 결정입니다.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로 인해 언제든지 파산할 수 있다는 거 모르십니까?”

천도준의 연락을 받고 이수용은 곧바로 정태건설의 시세보다 30% 높은 가격으로 빠르게 인수를 마무리했다.

인수를 마치고 조사하니 이런 정황이 포착되었고 그는 순간 골치가 아파졌다.

만약 이런 정황이 없다면 정태그룹의 인수는 손해가 되지 않는다. 천도준 모자가 가문으로 돌아가려면 이런 경영 수업은 반드시 겪어야 할 과정이니 기껏해야 260억으로 천도준에게 경영 수업을 시켰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앞으로 천도준이 해야 할 사업은 점점 더 커질 것이며 반드시 강하게 성장해 사람들이 입을 다물게 해야 한다.

그런데 계약서 한 장으로 첫 투자는 실패의 길로 들어섰다.

정태건설의 파산은 이젠 시간문제다.

돈이 아까운 건 아니다.

자형화 카드에는 이천억이 들어있으니 이까짓 돈은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천도준의 첫 실패가 가문에 알려졌을 때, 그들은 반드시 천도준을 무능하고 어리석은 아이라고 판단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천도준 모자가 가문에 들어오는 일이 어려워진다.

“어르신 말씀이 맞아요. 제가 경솔했어요.”

물론 천도준도 인정한다.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는 그가 예상하지 못했던 점이다.

이수용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회장님은 제가 도련님을 보좌해 성장하고 성과를 거둘 수 있길 바랍니다. 그렇게 하여야만 권력과 재부를 도련님에게 상속해 주시고 어머님과 함께 당당하게 가문으로 돌아오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로 가문 사람들에게 꼬투리라도 잡힌다면......”

똑똑!

천도준은 테이블을 두드리며 웃어 보였다.

“왜 파산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이수용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성과를 내라면서요? 그래서 정태건설을 인수한 거예요.”

천도준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에는 약간의 원망이 섞여 있었다.

“저와 어머니를 20년 넘게 버렸는데 돈 좀 쓰면 어때서요?”

이수용이 다급히 말했다.

“이건 돈 문제가 아닙니다.”

“60억을 손해 보는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는 저도 예상하지 못했죠. 하지만 전 결코 애송이가 아니에요. 제가 만약 실력이 없었다면 3년 만에 부장의 자리에 올랐을까요?”

천도준의 예리한 눈빛과 자신감 넘치는 표정에 이수용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천도준이 계속 말했다.

“안심하라고 하세요. 지난 20년 동안 아버지 없는 자식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악착같이 노력했어요. 그분이 원하시는 성과, 제가 보여드릴게요. 전 그 분이 상상하시는 것보다 훨씬 괜찮은 놈이에요!

반드시 해낼 뿐만 아니라,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 거예요.

그래서 저와 우리 엄마 당당하게 그 가문으로 들어가서 제가 직접 우리 엄마한테 영광을 안겨다 드릴 거예요. 그건 워낙 우리 엄마의 것이니까요.”

확신에 찬 그의 말투는 무겁고 진지했다.

늘 잔잔한 호수 같던 이수용도 그의 말에서 깊은 원한을 느끼고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이내 들려오는 천도준의 다음 말에, 이수용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정태건설은 절대 파산하지 않아요. 오히려 더 승승장구할 거예요.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는 손해가 없을 것이며, 전 반드시 이윤을 만들어 낼 거예요.”

천도준은 미소를 짓더니 손가락 세 개를 세웠다.

“3일만 주세요. 어르신이 제 부탁을 들어주신다면 전 반드시 이 판을 이길 자신이 있어요.”

예전의 천도준이라면 60억을 손해 보는 이 상황에 돈이 있다고 해도 정태건설의 인수는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가 잠시 놀랐던 건 이수용이 30%의 가격을 더 주고 정태건설을 인수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판을 뒤집을 자신이 있었다.

“도련님, 그게 가능합니까?”

이수용은 천도준을 돕기 위해 왔다. 그런데 만약 천도준의 첫 투자가 실패로 돌아간다면 회장님에게 설명할 길이 없다.

하지만 천도준의 자신감과 명쾌함에서 이수용은 한 가닥의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말씀만 하세요. 제가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10분 뒤, 이수용은 미소를 지으며 월셋집을 떠났다.

롤스로이스 팬텀에 앉은 그는 지체 없이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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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에 임설아는 더욱 화가 솟구쳤다. 목적 달성을 위한 게 아니라면 당장이라도 오남준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임설아와 오남준의 결혼 때문에 오남미는 이혼하게 되고 오남미의 전남편은 불운한 사람이 되었다.갑자기 오남준의 전 매형이 안쓰러워졌다.그녀는 오남준을 바라보더니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오남준, 너 전 매형말인데...... 정말 돈 없어?”“쳇...... 완전 궁상이야. 돈은 개뿔.”오남준은 눈을 희번덕이며 말했다.“근데 그건 왜 또 물어?”임설아는 고개를 저었다.천도준 생각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천도준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한두 사람도 아니고 왜 자꾸 그 사람 얼굴이 떠오르는 걸까?임설아가 설명했다.“저번 주에 은행에 천도준이라는 고객님이 와서 현금을 인출하시겠다면서 나도 모르는 블랙 카드를 내밀었던 적이 있었거든? 그래서 같은 이름이라 물어본 것뿐이야.”“하하하...... 설아야. 무슨 생각하는 거야? 그럴 리가?”오남준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깔깔 웃어대더니 시큰둥하게 말했다.“천도준 그 모자란 놈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빈털터리야. 기껏해야 실력은 좀 있으니까 정태건설의 부장직을 맡고 있어. 하지만 그까짓 월급으로는 죽어가는 엄마도 구할 힘이 없어요. 그 자식 거지다에 내 전 재산을 건다.”죽어가는 엄마?임설아는 그대로 몸이 굳어지더니 어젯밤 천도준에게서 받은 답장을 되뇌어 보았다.우연인 건가?오남준이 계속 비웃었다.“하지만 설아 네가 만난 그 천도준은 아마 대단한 사람일 것 같아. 너도 모르는 블랙카드라면 아마 부자겠지? 어쩜 이름은 같은데 운명은 그 자식과 완전히 다를까?”갑자기 이율 병원으로 고개를 돌린 오남준의 시선에 익숙한 그림자가 들어왔다.오남준은 피식 웃더니 임설아에게 말했다.“설아야, 넌 아직 내 전 매형 본 적 없지? 마침 저기 있네? 내가 소개해 줄게. 어디 한번 잘 봐봐?”말을 끝낸 오남준은 갑자기 핸들을 휙 돌렸다.오남준의 아우디는 꽉 막힌 도로를 빠져나와 이율 병원으로 들어갔다.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1화

    임설아는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어떻게 이런 우연이?오남준으로부터 들은 천도준과 은행에서 만난 천도준은 전혀 일치하지 않았다.그런데 하필 차갑고 준수한 얼굴이 바로 그녀가 알고 있는 그 천도준이 맞았다.자존심을 버린 그날 밤, 침대에 함께 있었던 남자가 바로 눈앞의 이 남자다.“아, 맞다. 지금 완전 빈털터리죠?”오남준은 눈치 없이 계속 떠들어댔다.“아쉽네. 내 말대로 죽어가는 엄마 하루라도 빨리 보내줬더라면 우리 누나와 이혼까진 가지 않았을 텐데...... 결국 엄마도 못 살리고 돈도 잃고, 꼴 좋네.”주먹을 꽉 쥔 천도준의 손등에 선명하게 핏줄이 섰다.오남미와 결혼한 뒤, 워낙 자기 집안만 맴도는 오남미 때문에 천도준은 한 번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겨우 3년 만에 건설회사의 부장이 되어서 벌어들이는 족족 오남미 집안에 퍼다 주었건만, 그들은 여전히 천도준을 하찮게 여겼다.예전에는 오남미를 위해 참아왔지만 이제는 참을 이유가 없다.“설아야, 빨리 와서 봐봐. 이 사람이 바로 궁상맞은 내 전 매형이야.”오남준은 오만한 표정으로 뒤돌아서 손을 흔들었다.천도준은 차 안의 임설아를 힐끗 보더니 주먹에 힘을 풀었다.이 순간 모든 화가 가시고 웃음만 나왔다.궁상맞은 전 매형?천도준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오남준을 바라봤다. 왠지 짠해지는 기분이다.임설아는 쭈뼛거리며 차에서 내리더니 시선은 오남준을 지나쳐 천도준에게로 향했다.천도준의 웃음기에 임설아는 얼굴이 빨개지더니 그날 밤 일을 떠올렸다.그러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설마 그날 밤 일을 설마 오남준에게 말하지 않겠지?’임설아는 바보가 아니다. 비록 천도준이 욕심나긴 하지만 성공하기 전엔 절대 오남준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다시 말해, 오남준은 그의 하한선이고 천도준은 그의 상한선이라는 뜻이다.만약 천도준을 건드려 그날 밤 일을 폭로한다면 그녀는 오남준도 천도준도 모두 잃게 된다.“설아야, 빨리 와. 내가 소개해 줄게.”아무것도 모르는 오남준이 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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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도준은 차갑게 웃으며 확신에 찬 눈빛을 보냈다.어머니는 그의 세상이자 그의 목숨이다.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오남미와의 이혼을 택했을 것이다.오남준같은 쓸모없는 자식을 오남미는 조상처럼 모실 수 있지만 천도준은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그만해!”임설아는 갑자기 오남준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오남준 너 너무해! 당장 사과드려!”쿵!득의양양했던 오남준은 순간 멍해졌다.“설아야, 너 갑자기 왜 화를 내고 그래?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사과해야 해?”임설아는 빨개진 얼굴로 오남준을 혼냈다.“매형에게 너무 무례하게 행동하는데 내가 보고만 있을까?”임설아가 화를 내는 이유는 오남준이 천도준에게 무례하게 행동해 그날 밤 일을 털어놓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다른 한편으로는 천도준을 편들면서 천도준 마음에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었다.하지만 오남준은 전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뭘 무례하게 행동했는데? 우리 누나와 이혼한 사람에게 나같이 아우디를 끌고 다니는 동생이 먼저 인사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 아니야?”인사?대단해?임설아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감히 천도준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임설아는 오남준이 쓸모없는 인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쓸모도 없거니와 어리석기 그지없는 인간이었다.임설아는 화가 나서 오남준에게 소리를 질렀다.“네가 뭔데? 아우디를 끌고 다니면 대단한 줄 알아? 넌 그냥 우물 안의 개구리일 뿐이야!”임설아가 오남준과 만난 이래, 그는 임설아가 이렇게 크게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그런데 임설아의 다음 행동이 그를 더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임설아는 갑자기 몸을 돌려 천도준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천도준 씨, 죄송합니다. 오남준이 단지 소개해 준다고 했는데 이럴 줄 몰랐어요. 용서하세요.”“임설아, 너 돌았어? 네가 왜 사과 해?”오남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임설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천도준은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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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화는 분노했다. “그럼 우리 청하가 중간에 껴서 난처해하는 모습을 눈 뜨고 보고만 있겠단 말이에요? 아빠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 중요한 순간에 딸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어요?”“알았어.”고덕화는 한숨을 푹 쉬었다. 어쨌든 동의한 셈이다. “그저 여기에서 며칠 더 묵었을 뿐이야. 천씨 가문쪽과의 협의를 또 지체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 돼.”고덕화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천씨 가문의 여세를 몰아 당신이 한 단계 더 높은 성과를 올리려고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저도 그 생각에 동의하고요. 게다가 당신을 응원해요.”이은화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여보, 우리에겐 자식이라고는 청하 한 사람 밖에 없어요. 당신이 이미 이룬 성공은 다른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고, 또 원하는 것이예요. 돈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돼요. 청하의 행복이야말로 지금 우리의 가장 큰 목표예요.”“하지만…”고덕화는 여전히 변명하고 싶었다.“저는 저희의 잘못된 생각으로 청하가 좋은 인연을 놓치지는 걸 원하지 않아요. 천씨 가문을 떠나서, 천도준은 이미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고요. 만약 청하가 우리 때문에 헤어지면 아버지라는 사람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겠어요?”이은화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졌다.“당신 설마 우리 청하가 석유 재벌이나 실리콘 밸리의 거물들의 자식들을 마음에 들어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고덕화는 잠시 멈칫하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바로 명쾌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하지. 모레 여전히 이곳에서 파티를 열어 천도준에게 사과를 하는 거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상견례를 갖는 거지.”“좋아요. 이래야 좋은 아버지죠.”이은화는 부드럽게 웃었다. ……고덕화와 정강수가 회관 주차장으로 달려갔을 때, 천도준은 이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저 멀리에서 롤스로이스 한 대가 회관 밖으로 나가는 것이 보였다. 고덕화는 미간을 찌푸렸다. 정강수가 다급히 경호원에게 물어보니, 경호원은 천도준이 착잡한 표정으로 차량에 올라탔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61화

    그 말에 정강수는 몸을 움찔거렸다. 그의 표정은 어딘가 복잡해보였다.정강수는 국화의 대가였다. 그는 도도하고 자신의 존엄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그에게서 사과라는 단어를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하물며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사람한테 사과하라니?그저 멍하니 서 있는 정강수를 보고, 유 원장은 화가 났다.“너, 나랑 박씨 어르신을 믿어, 못 믿어?”박씨 어르신도 한숨을 쉬었다.“가, 어서 사과 해. 체면이 깎이는 것도 아닌데 뭐.”천씨 가문 가주의 친아들, 그것도 천씨 가문 가주가 아들을 위해 이미연에게 협박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천도준이 정강수의 사과를 받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순간, 정강수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유 원장이 혼자 이러는 거면 무시해도 되겠지만, 박씨 어르신까지 이러니 그들의 말을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가 아무리 어리석다고 해도 일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정강수는 한숨을 쉰 후, 천천히 밖으로 걸어갔다.“엄마, 아빠. 제가 도준이를 잡으러 갈게요.”고청하는 감격에 겨워 밖으로 뛰쳐나갔다.오해가 풀렸다. 이건 그녀에게 있어서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여자로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부모님의 마음에 드는 것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있겠는가?정강수의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졌다.안채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고덕화와 이은화는 아직도 무슨 상황인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오늘 밤, 모든 일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갔다.기쁨에서 분노로, 다시 공포로 변했다. 두 사람은 그저 오랜 친구들을 불러 딸이 사랑하는 남자가 믿을만한 남자인지 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큰 오해가 생길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조금 전 천도준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생각하면, 두 사람은 얼굴이 뜨거워졌다.고덕화는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을 흘겨보았다.“오래 알고 지낸 친구인데, 어떻게 두 사람은 아직도 나를 속일 수가 있지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60화

    정강수는 눈을 부릅뜨고 분노했다.그들은 모두 오래된 절친한 친구고, 각자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가들이어서 만약 진짜로 싸운다면 누구 하나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유 원장은 얼굴을 붉히며 욕설을 퍼부었다.“넌 정말 양심도 없는 놈이야. 내가 너랑 싸우는 것을 두려워할 것 같아? 너한테 맞으면 난 내가 직접 치료하면 되는데, 넌 누가 치료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난 절대 치료 못 시켜줘.”“너……”정강수는 얼굴을 붉혔다. 고덕화는 아직도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했다.같은 편들끼리 왜 갑자기 싸움을 벌이는 거지? 그때, 박씨 어르신이 한 발짝 앞으로 나와 유 원장과 똑같이 어이가 없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정강수를 바라보았다.“강수야. 이번 일은 네가 경솔했어. 유 원장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너 까지 왜……”정강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하지만 이내 뭔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세 사람 중, 박씨 어르신이 제일 진중하고 침착한 편이었다. 아니었으면 높은 지위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두 사람 대체 왜 그래? 무슨 일이야?”고덕화가 다급히 물었다.이은화와 고덕화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을 번갈아 쳐다보았다.유 원장은 성격이 급한 나머지 발을 동동 구르며 를 가리키며 정강수에게 소리를 질렀다.“다시 한번 저 그림을 자세히 봐봐. 그래도 천도준이 선물한 그림이 가짜라고 한다면 오늘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 말에 정강수는 마치 날벼락을 맞은 듯 정신이 멍해졌다.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천도준을 대신해 억울함을 호소했다.‘내가 진짜 잘 못 본 걸까?’정강수는 다시 를 들고 신중하게 테이블 위에 펼쳐놓았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돋보기를 꺼내 자세히 살펴보았다.아까와 비교하면, 정강수는 확실히 침착했다.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어찌나 조용한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것 같았다. 고덕화 일행은 막막했다. 하지만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부끄럽기도 하고, 어딘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9화

    그의 한 마디에 방은 순식간에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해졌다.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느새 두 사람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하지만 정강수는 오히려 거만한 표정으로 천도준을 아니꼽게 바라보고 있었다.순간, 고청하는 눈앞이 컴컴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갸냘픈 몸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려왔다.부모님은 불같이 화를 낸다. 처음 부모님을 소개시켜드리는 자리는 이렇게 완전히 망해버렸다.그럼 앞으로 두 사람의 사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고청하는 힘겹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도준아……”그녀가 막 말을 내뱉은 순간, 천도준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미소는 봄바람처럼 따뜻했다.당백호의 는 이수용이 그에게 준 것이다. 그는 이수용이 고작 그림 한 점으로 수작을 부렸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박씨 어르신에게 주는 선물이라 해도 절대 가짜일 리가 없었다.그의 기분을 상하게 한 건 바로 정강수의 독단적인 태도였다. 그는 그림을 단 한 번만 보고 가짜라고 판단했다. 그건 아무리 전문가여도 너무 독단적이었다.그의 이런 독단적인 행동 때문에 기쁨과 환희가 차 넘쳐야 할 자리는 순식간에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고청하의 목소리를 듣고, 천도준은 웃으며 말했다.“청하야, 난 괜찮아. 난 이만 나가볼게.”이미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그가 계속 여기에 있는다면 고청하만 중간에서 곤란해질 뿐이었다.고청하는 그가 가장 힘들었을 시기에 그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는 어렵게 얻은 이 진실된 감정을 각별히 소중하게 여겼다.하지만 지금, 난처해하는 고청하를 보고 있자니 천도준은 마음이 아파왔다.말을 마친 천도준은 얼굴에 미소를 띄고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도준아……”고청하는 그를 잡으려고 했다.하지만 고덕화가 그녀를 붙잡았다.“청하야. 아직도 모르겠어?”“아빠…… 아빠는 제가 무엇을 이해하기를 바라세요?”고청하는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청하야, 천도준은 이 도시에서 젊은 인재라고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8화

    쿵.그의 한 마디에 방 안의 몇 몇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 어리둥절해했다.모두가 돈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이런 소장품에 대해서는 모두 관심이 없었다. 때문에 서화 면에서는 정강수처럼 조예가 깊은 사람은 없었다.한 폭의 그림이 거의 50억에 달한다니…… 그게 사실이라면 이 선물은 아주 귀한 것이었다.그 말에 천도준도 깜짝 놀랐다. 이수용은 너무 손이 컸었다. 다른 사람에게 주는 선물로 50억을 쓰다니?잠시 후, 천도준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아저씨,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분들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50억 정도는 내놓을 수 있습니다.”“어린 나이에 말은 잘하네?”정강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점잖은 그의 얼굴에 흉악한 분노가 일었다. 고청하는 눈을 반짝였다. 천도준의 몸값을 생각했을 때, 50억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녀가 막 뭐라고 해명하려고 할 때, 정강수는 갑자기 냉소를 지으며 천도준에게 말을 걸었다.“방금 잘 못 들었어? 내가 말한 건 3년 전 시가야.”“잘 들었습니다.”천도준은 평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49억 2천 8백만원. 구체적인 가격을 어떻게 알았냐고?”정강수는 차가운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당시 이 그림이 경매에 팔렸을 때, 내가 그 경매 현장에 있었지. 이 그림은 당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한 신비로운 구매자 손에 들어갔어. 게다가 이 그림은 3년 전에 사간 이후로 한 번도 세간에 나타난 적이 없었지. 나이가 많이 어린 것 같은데, 설마 당신이 그때 그 그림을 산 사람이라고 하진 않겠지?”그 말에 고청하는 몸을 움찔했다. 그녀의 두 눈은 순식간에 휘둥그레졌다.3년 전이면 천도준과 오남미가 결혼하던 해다.그때의 천도준이 어떻게 50억 짜리 그림을 살 수 있었을까?‘설마…… 진짜 가짜란 말이야?’순간, 고청하의 눈앞은 순식간에 캄캄해졌다. 그녀의 마음은 순식간에 텅 빈 듯 공허해졌다.고덕화의 표정도 점점 굳어졌다.그는 정강수의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국화의 대가이고, 이 방면에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7화

    그의 한 마디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고덕화의 표정도 순식간에 굳어졌다. 고청하 어머니의 표정도 오싹하기 그지 없었다.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저씨, 도준이는 가짜 그림을 선물할 사람이 아니에요.”고청하는 다급히 해명했다.이건 천도준이 그녀의 부모님을 처음 만나는 자리다. 그녀의 가세로 보아, 고청하의 부모님은 천도준이 준 선물의 가치를 절대 따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선물이 가짜라면 그건 의미가 달라진다.이건 가식적이고 무례한 일이 아닌가?“그래, 맞아. 한 번 더 자세히 봐. 함부로 말하지 말고.”유 원장도 고청하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는 천도준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었다. 천도준 같은 사람이 어떻게 가짜를 구입할 수 있단 말인가? 반드시 정강수가 잘못 본게 틀림없었다.“그래, 아까 그저 얼핏 봤잖아. 네가 잘못본 게 틀림없을 거야.”박씨 어르신이 말했다.“뭐?”정강수는 박씨 어르신을 노려보았다.그는 국화의 대가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의 그림 한 점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가치가 있었다.그는 수십 년 동안 서화에 빠져있었고 직접 본 서화는 부지기수였다.당백호의 는 정강수가 한 눈에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당신……”박씨 어르신은 무의식적으로 천도준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정강수를 향해 말했다. “이 당나귀 같은 놈아. 오늘은 청하가 남자친구를 데리고 인사를 하러 온 날인데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천씨 가문 가주의 친아들이 어떻게 가짜 그림을 선물할 수 있겠는가? 무슨 말도 안 되는 농담을…… 만약 이번 일로 천도준이 대노한다면 천씨 가문의 명령하나 만으로 정강수는 그동안의 명성을 전부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왜 나를 탓하는 거야?”정강수는 매섭게 쏘아붙였다.“난 저 녀석이 여자친구 부모님에게 선물로 가짜 그림을 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야. 보잘것 없는 선물이라도 정은 깊다는 말도 있는데 값비싼 선물을 주지 못해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6화

    “걱정하지 마. 이따가 확실하게 단련시켜 줄 테니까.”박씨 어르신은 워낙 권위가 높은 사람인지라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옆에 있던 유 원장과 정강수도 고개를 끄덕였다.“걱정마시게나. 우린 오랜 벗이잖아. 우리를 초대했으니까 우리도 자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걸세.”“도대체 어느 잘난 놈이 청하 마음을 사로잡은 건지 똑똑히 봐둬야겠어.”고덕화는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함께 주먹을 맞잡았다.바로 그때, 고청하는 잔뜩 민망해하는 천도준의 팔짱을 끼고 안으로 들어왔다.천도준을 보자마자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동시에 아연실색했다. 그들은 깜짝 놀라 순식간에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저…… 저 사람이 고덕화의 예비 사위라고? 세상에.’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도 권세도 높고 지위도 높은 사람들이었지만, 천도준을 보자마자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거센 파도가 일었다.이렇게 큰 인물을 감히 누가 누구를 테스트하고, 누가 누구를 단련시킨단 말인가?박씨 어르신은 천도준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이율 병원 원장인 유 원장은 천도준의 어머니가 그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그는 천도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장 의사를 통해 천도준에 관한 일을 들은 적이 있었다.“저 사람이 바로 네가 말한, 우리더러 잘 테스트해봐라던 그 사람이야?”유 원장이 말했다.옆에 있던 박씨 어르신은 의아한 표정으로 유 원장을 쳐다보았다. 그는 유 원장이 천도준의 신분을 알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달았다.사실, 천도준은 방에 들어온 후에도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오늘 밤 고청하의 부모님을 만난 다는 사실도 미처 몰랐었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많은 거물급 인물들이 함께 있을 줄이야.박씨 어르신뿐만 아니라 유 원장도 있었다.그의 어머니가 이율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어머니를 돌봐느라 병원에 자주 들르곤 했다. 그럴 때에 유 원장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오직 그 점잖은 얼굴을 한 사람과만 초면이었다. 하지만 그는 박씨 어르신, 유 원장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걸 보면 그 또한 만만한 인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5화

    죽림 정원.웃음 소리가 본연의 고즈넉함을 깨뜨렸다. 고청하는 의자에 앉아 자신의 아버지와 그의 몇 몇 오랜 벗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안절부절못하며 지켜봤다.한 쪽의 대원들 외에, 국화의 대가, 의학의 권위자 등등이 한자리에 모여있었다. 이 사람들은 국내에서 명성이 자자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위상이 높았다. 이 사람들은 모두 고청하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들이었다. 이따가 천도준이 오면,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자네,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못 본 새에 이율 병원 원장으로 국제적으로 유명하더군.”중년 남자는 활짝 웃으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자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외국의 의학 잡지에 자네가 자주 등장하더군.”“하하하. 그만 칭찬하게나. 이게 다 검은 머리가 희도록 밤 새서 노력한 결과물이니……”유 원장이 웃으며 말했다.“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걸로 따지면 정강수가 제일 자격이 있지.”그 말에 점잖은 외모에 안경을 쓴 또 다른 중년 남자가 말을 이어갔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야. 국제적으로 유명하다니? 정말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친 건 내가 아니라 고씨 지. 석유 재벌과 실리콘밸리의 가물들과 어울려 놀잖아.”“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내가 이번에 너희를 부른 건, 중요한 일이 있어서야.”“바로 사윗감을 테스트 하는 거지.”박씨 어르신이 진지하게 말했다.이 말에 유 원장과 정강수는 동시에 흥미를 느꼈다. 그들은 앞다투어 고덕화의 예비 사위가 누구인지 물었다.고덕화는 말없이 웃으며 나중에 소개하겠다고 말했다.“생각지도 못했어. 덕화가 이 도시에서 가문을 일으켰는데 사위도 이 도시에서 찾고, 어느 집 재주가 뛰어난 놈이 우리 조카딸을 그렇게 오매불망 기다리게 한 거야?”유 원장은 참지 못하고 한 마디했다.“기다려보면 알아.”고덕화는 살짝 웃었다. 그러면서 고청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마침 사람들도 다 모였으니 이 녀석들이 나를 도와 그 녀석이 진짜 합격된 놈인지 아닌지 테스트할거야.”고청하는 두 손을 맞잡

  • 이긴 놈이 왕이다   제0254화

    세 개의 분양 아파트 실시간 데이터는 꾸준히 잘 유지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일주일 정도면 이번에 나온 매물들을 다 팔 수 있을 것 같았다.이건 그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결과였다.그는 큰 주목을 받지 않는 선에서 가장 빠른 이익화를 실현하려고 했다.오후 5시, 천도준은 마영석에게 오늘 밤 축하연을 마련하라고 했다.하지만 그의 테이블로 배달된 초대장 하나가 그의 계획을 완전히 허사로 만들었다.초대장에 적힌 글자를 보고, 천도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기뻐하면서 조금 놀란 것 같았다.초대장에는 사인회관이라는 장소가 적혀 있었다.사인회관의 초대장이다. 입문 자격을 갖췄다는 뜻이었다.“누가 보낸 거지?”그는 울프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울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떤 젊은 사람이야. 그저 초대장만 건네주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가버렸어.”천도준은 엉겁결에 웃음을 터뜨렸다.이 초대장은 진짜 초대장이 맞았다. 사인회관의 명성이 워낙 강하다보니 아무도 감히 이 초대장을 위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초대장에는 주인의 이름이 빠져있었다.‘혹시 박씨 어르신인가?’천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박씨 어르신의 신분으로 이 초대장을 보낸다면 자신의 이름을 빼먹지 않을 것이다.“축하연은 오늘 너희끼리 해야겠어. 나는 약속 장소로 가봐야 해.”그는 초대장을 흔들며 마영석에게 말을 걸었다.만약 정말 박씨 어르신이 보낸 초대장이라면 상대방의 체면을 구길 수 없었다.간단한 초대장 한 장이라고는 하지만, 주건희, 주준용같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귀한 물건이었다.지금 상대방이 직접 그의 손에 가져다줬는데 그가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그건 멍청한 거나 다름이 없었다.깊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사인회관은 여전히 독특한 신비로움과 장엄함을 자랑했다.작은 뜰.환한 등불이 비추고,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초대장이 없으면 함부로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진정한 사인회관의 단골손님만이, 전체 사인회관에서 이 대나무 숲의 작은 뜰에 출입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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