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친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근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벌써 며칠째인데 아직까지 바람피운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어. 이제 홈캠도 치웠으니까 앞으로 점점 더 기회가 적어질 텐데...”“걱정하지 마.”친구는 확신이 있는 듯 위로를 건넸다.“나한테서 돈을 받아 갔으니 꼭 성공할 거야. 우린 기다리기만 하면 되고.”이럴 수가!나는 등줄기가 오싹하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강도현이 두 사람이 보낸 스파이일 줄이야!그리고 덫에 걸려들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어쩐지 남편이 시도 때도 없이 강도현을 찾아 마사지를 받으라고 은근히 강요한다고 했더니 이런 꿍꿍이를 꾸몄으리라 생각지도 못했다.그나마 초반에 실수를 저지르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고 여겼다.하지만 나중에 있었던 일에 대해 강도현이 왜 함구했는지 알 수 없었다.두 사람의 계획에 따르면 지금쯤 이미 알고도 남았을 텐데.만약 강도현이 그들을 속였다면 모든 게 납득이 갔다.즉, 우리 둘의 관계를 숨긴 것이다.그렇다고 감동하거나 고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무슨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거짓말로 남을 기만하는 사람은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나는 수집한 증거를 정리해서 변호사를 찾아 이혼 합의서를 작성했다.그동안 강도현이 문자를 보냈지만 무시하고 바로 차단했다.이혼 합의서를 내미는 나를 보자 남편은 그제야 당황하면서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여보, 내가 잘못했어. 정말 미안해! 이게 다 나를 먼저 유혹한 당신 친구 탓이야. 앞으로 절대 연락하지 않겠다고 맹세할게. 우리한테는 아이가 있잖아. 이번 한 번만 용서해줘.”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친구가 문을 박차고 들어오더니 남편의 뺨을 때리며 욕설을 퍼부었다.“애초에 욕구를 풀지 못해서 답답하다고 한 사람이 누구인데? 대신 바람 피운 증거를 수집해달라고 부탁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발각되니까 감히 나한테 누명을 뒤집어씌워? 이 개새끼야!”워낙 성격이 불같아서 그녀는 인정사정없이 남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남편도 호락호락
내 이름은 심정미, 얼마 전에 딸을 낳았다.주변 사람들의 축하가 이어졌지만 고통스러운 속사정은 나만 알고 있었다.사실 유선이 막혀서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았다.매번 수유할 때마다 극심한 통증 때문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심지어 가끔 피가 날 때도 있었다.이 사실을 전해 들은 친구가 마사지사를 한 명 소개해줬다.자기도 한동안 젖몸살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는데 마사지사 덕분에 완쾌했다고 기가 막힌 손재주의 소유자라고 했다.나는 친구한테서 연락처를 공유받아 즉시 방문 접수 시간을 예약했다.왜냐하면 가슴이 돌덩이처럼 딱딱해서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모유는 계속 돌지만 배출이 되지 않아 심히 괴로웠다. 가끔 실수로 스치기라도 하면 찌릿한 통증이 전해질 정도였다.심지어 옷 입는 것조차 고문이었다.이틀 후, 드디어 마사지사가 방문할 시간이 되었다.오후 3시로 약속을 잡았는데 정시에 초인종이 울렸다.문을 여는 순간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사지사가 남자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나이는 30대 초반으로 외모는 점잖고 준수한 편이다. 상하의를 흰색으로 맞춰 입은 모습은 생각보다 어려 보였다.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젊은 사람이 그것도 남자가 손재주가 좋으면 얼마나 좋겠는가?게다가 꽤 은밀한 부위라서 괜히 낯선 남자에게 맡겼다가 소문이라도 나면 걱정되기 마련이다.남자는 망설이는 나를 보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유축 전문 마사지사에요. 스승님한테서 20년 넘게 배운 기술로 한 방에 고민을 해결해드릴 거로 약속할게요. 사모님의 염려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저희가 예약금 환불 제도는 없어서 양해 부탁드립니다.”이 말에 나는 마지못해 그를 안으로 초대했다.개인 마사지사 방문 서비스 비용은 결코 싸지 않았기에 예약금도 꽤 큰 비중을 차지했다.가슴 뭉침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여러 마사지사를 고용했지만 결국 무용지물이라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연락한 사람이었다.당시 친구는 숨은 고
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낯선 남자 앞에 반듯하게 누워 있으려니 나도 모르게 긴장되었다.결국 초조한 마음에 양손으로 소파 모서리를 꼭 붙잡았다.강도현은 힘이 바짝 들어간 내 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편히 계시면 돼요. 이제 상의를 올려주세요.”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를 악문 채 우물쭈물 옷자락을 들었고 마침 딱딱하게 굳은 가슴이 드러났다.강도현은 허리를 숙이고 가슴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진귀한 보물이라도 감상하듯 감탄 어린 표정을 지었다.물론 가슴이 예쁜 건 나도 알고 있다. 원래는 C컵이지만 아이를 낳고 나서 좀 더 커진 느낌이 들었다.적나라한 시선에 마치 도마 위의 물고기처럼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갑자기 밀려오는 수치심에 나는 무의식중으로 몸을 움츠리며 나지막이 물었다.“강 선생님, 이제 시작하시죠?”강도현은 흠칫 놀라더니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물론이죠. 너무 예쁘시네요.”마지막 한 마디는 약간 애매모호했는데 대체 어디가 예쁘다는 건지 아리송했다.그러나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서늘한 느낌이 피부를 타고 전해져 왔다.“윽...”결국 참지 못하고 몸을 움찔했다.강도현은 옅은 웃음을 터뜨렸고 말투에 장난기가 묻어났다.“꽤 예민하시네요.”이 말을 듣자마자 수줍은 나머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눈동자가 흔들리며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강도현은 당황한 내 모습을 발견하고 안대를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안대를 해드릴까요? 그럼 마사지를 좀 더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동의했다.아니면 코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몇 시간 동안 마냥 지켜보게 생겼는데 너무 민망했다.강도현이 안대를 씌워주려는 순간 서둘러 건네받았다.“내가 할게요.”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강요하지 않았다.눈을 가리고 나니 온 세상이 깜깜해졌다. 비록 아까보다는 덜 민망했지만 모든 감각이 가슴에 쏠린 듯싶었다.강도현의 손재주가 흠잡을 데 없는 건 사실이다. 부드러우면서도 적당
강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부드러운 손길로 다시 마사지에 집중했고, 나도 서서히 긴장을 풀게 되었다.“됐어요. 마사지 끝났습니다.”그리고 잠이 들락 말락 할 때 강도현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나는 화들짝 놀라 소파에서 일어나 앉아 안대를 벗었다.“벌써 끝났어요?”이렇게 빨리 마무리될 줄 몰랐는지라 아쉬운 마음이 역력했다.고개를 드는 순간 물티슈로 손을 닦는 강도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하얀색 액체가 묻어 있는 것을 보자 낯 뜨거운 나머지 시선을 돌렸다.강도현의 표정은 평온했고 아무런 감정 변화가 없었다.“네, 마사지를 받아서 상태가 다소 호전되었을 거예요. 만약 계속 받고 싶으시면 다시 예약해주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나서 짐을 챙기고 떠나려고 했다.나는 그를 배웅하려고 급히 일어났지만 어딘가 수상한 강도현의 시선을 발견했다.아직 상의를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방문을 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이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고, 남편이라는 존재마저 깜빡할 뻔했다.만약 남자 앞에서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마주 서 있는 모습이라도 보인다면 분명 거품 물고 쓰러질 것이다.결국 잽싸게 옷을 끌어 내렸고, 강도현도 마침 현관문까지 걸어갔다.아니나 다를까 문을 열자마자 낯선 남자를 발견한 남편은 표정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누구시죠? 우리 집에는 어쩐 일이지?”워낙 다혈질인 사람이라 자칫 싸움을 일으킬까 봐 서둘러 나서서 설명했다.“여보, 내가 새로 찾은 유축 전문 마사지사야. 금방 마사지 받았거든.”“유축 전문? 남자가?”이 말을 듣고도 남편의 안색은 밝아질 기미가 안 보였고 오히려 점점 어두워졌다.“남자가 유축해준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보는데? 속으로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다니는지 어떻게 알아?”말을 마치고 나서 의혹이 가득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진짜 마시지만 받은 거 맞아? 다른 짓을 한 건 아니지?”“당연하지!”남편이 의심하자 나도 모르게 발끈했다.“정 못 믿겠다면 직접 가서 홈캠 확인하면 되잖아.”아이를 감
그리고 앞으로 남자 마사지사를 부를 때 곁에 누군가 있어야 위험하지 않다고 신신당부까지 했다.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귀로 흘려 내보냈다.강도현은 정석대로 치료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다른 곳을 함부로 만진 적도 없으며 테크닉도 완벽에 가까웠다.마사지를 받고 나니 가슴 뭉침이 확실히 호전되었다.그러나 얼마 안 되어 모유가 또 막히기 시작했다.마침 남편이 출장 중이라서 집에 돌아온 다음 강도현을 부르려고 했지만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결국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 같이 있어 주면 안 되냐고 부탁했다.당시만 해도 흔쾌히 대답했으나 강도현이 방문한 날에 갑자기 잠수를 탔다.친구는 휴대폰 너머로 농담을 건넸다.“그냥 편하게 즐겨. 걱정하지 마. 강 선생님의 손길에 몸을 맡기면 황홀경을 맛볼 거야.”점점 도를 넘는 말에 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통화하는 동안 강도현이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뻘쭘한 내 표정을 보자 그는 이해한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사모님, 안심하세요. 의사 앞에서 성별은 무의미하죠. 저는 프로예요.”지난번에 받았던 마사지를 떠올리면 그동안 고용했던 사람보다 강도현의 기술이 훨씬 뛰어난 건 사실이었다.더욱이 거실에는 홈캠도 설치되어 있기에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 하리라 여겼다.나는 머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부탁할게요. 강 선생님.”강도현은 소파 위에 세팅을 마쳤다. 비록 처음은 아니지만 여전히 쑥스러운 기분이 들었다.안대를 쓰고 시야가 가려진 상태에서 온몸의 감각기관이 강도현의 손길에 집중되었다.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나는 졸음이 몰려왔다.이때, 가슴이 서늘한 느낌이 문득 들었다.나는 깜짝 놀라 안대를 벗고 무슨 상황인지 확인하려고 했다.강도현이 서둘러 설명했다.“사모님, 긴장 푸세요. 제가 직접 만든 마사지 오일인데 막힌 부위를 뚫는데 효과가 탁월하죠.”이 말을 듣자 비로소 안심되었다.그리고 속으로 언제부터 이렇게 호들갑을 떨었는지 몰래 한탄했다.아까만 해도 차가운 오일이 마찰을 받아
강도현은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나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귓가에 대고 물었다.정신이 혼미하고 반응도 느려진 와중에 귀에서 후끈거리는 열기가 느껴졌다.무려 혀로 핥고 있는 촉감이지 않은가?생각지도 못한 난감한 상황에 얼른 치료를 끝내고 싶었다.하지만 온몸이 나른해서 힘이 전혀 없었다.강도현의 입술은 귀를 따라 천천히 아래로 향했다.양손도 가슴을 만지는 데 그치지 않고 은밀한 곳에 점점 가까워졌다.이내 전신을 휘감는 쾌감에 속절없이 빠져들어 딱 한 번만 본능에 맡기자고 마음 먹었다.강도현의 스킬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고, 오로지 손놀림만으로 절정에 이르게 했다.그러다 갑자기 우뚝 멈췄다. 안대를 벗는 순간 바지를 벗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나는 괜스레 쑥스러웠다. 비록 잘못된 걸 알면서도 충동을 멈출 수 없었다.강도현은 고개를 숙여 미소를 살짝 지었다. 잘생긴 얼굴을 보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설렜다.“사모님, 괜찮아요?”이내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상황에서 허락은 왜 구하냐는 말이다!그리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일촉즉발의 순간 안방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아까만 해도 머리가 흐리멍덩했지만 금세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결국 한 아이의 엄마로서 몸의 이상 반응을 애써 외면한 채 강도현을 밀어냈다.곧이어 비틀거리며 안방으로 도망치듯 걸어갔다.아이는 배가 고팠던 모양인지 얼굴이 빨개지도록 울었다.자식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자격 미달 엄마가 된 것 같아 문득 마음이 아팠다.나는 가슴을 깨끗이 닦아내고 나서야 수유하기 시작했다.모유를 먹자 아이는 울음을 그쳤고 눈을 깜박거리며 빤히 쳐다보았다.남편을 닮은 얼굴을 내려다보며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방금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를 뻔했다.이내 뒤따라 들어온 남자를 보자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이게 다 강도현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만 가 봐요. 돈은 이따가 보내줄게요.”강도현도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을 의식한 듯 아무
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지나갔다. 애정이 흘러넘치는 남편의 다정한 얼굴은 실로 오랜만에 보았다.나는 멍하니 서서 점점 멀어져가는 남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씁쓸함이 밀려왔다.10년 동안 사랑한 남편, 그리고 한 아이의 아빠가 고작 이런 남자였다니.그토록 진심을 다했거니 결국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시야가 점점 뿌옇게 변했고, 귓가에 문득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혹시 도움이 필요하세요?”고개를 돌리자 강도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장바구니 2개를 들고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이내 눈시울이 빨개진 나를 발견하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 말 없이 휴지 한 장을 건네주었다.“닦아요.”나는 몽롱한 얼굴로 손을 젓고 차에 올라타려고 했다.이때, 강도현이 팔을 덥석 붙잡았고 눈빛이 왠지 모르게 안쓰럽게 느껴졌다.“데려다줄게요.”이런 모습을 보니 문득 실망감이 밀려왔다.낯선 사람조차 걱정해주는 와중에 정작 나랑 가장 가까운 사람은 배신을 선택했다.며칠 전 자칫 실수를 저지를 뻔해서 얼마나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동안의 다짐은 단지 우스갯거리에 불과했다.나는 강도현의 제안을 거절한 다음 흐리멍덩한 정신을 부여잡고 혼자서 엄마 집으로 돌아갔다.엄마는 내가 도착하자 눈살을 찌푸리고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어렸을 때부터 엄마의 손에서 자랐다.결혼식에서 평생 지켜주겠다고 맹세한 적이 엊그제 같은데 고작 몇 년 만에 남편은 변했다.“엄마...”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엄마의 얼굴을 보자 여태껏 꾹꾹 눌러 담았던 감정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고 나도 모르게 흐느끼기 시작했다.깜짝 놀란 엄마는 서둘러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무슨 일인지 물었다.나는 일말의 숨김도 없이 방금 목격한 상황을 낱낱이 말해주었다.“어떻게 너한테 그럴 수 있어?!”엄마는 씩씩거리며 내 손을 끌어당기더니 당장이라도 남편을 찾아갈 기세였다.“가자! 내가 앞장서서 물어볼게. 애
휴대폰 너머로 은근히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자칫 내가 기분이라도 상할까 봐 그런지 마지못해 대답했다.나는 전화를 끊고 거실의 홈캠을 치웠다.강도현이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비록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으나 말을 아끼는 나를 보더니 끝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그리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소파로 가서 세팅했다.“오늘은 소파 말고 침대에서 해요.”이내 무덤덤하게 말하고 그를 무시한 채 안방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강도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따라 들어왔다.이번에는 오일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따뜻한 손바닥이 가슴을 만지는 순간 본능에 몸을 맡겼다.단 한 시간 만에 강도현은 격하게 반응하는 나 때문에 얼굴이 빨개졌다.그리고 서둘러 마무리하고 도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이제 가슴 뭉침 현상도 많이 좋아졌으니까 앞으로 마사지 시간을 단축해도 될 것...”나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몸을 일으켜 그에게 키스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란 강도현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제야 내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라는 걸 알아차렸다.결국 두 손은 허공에 멈춘 채 갈 곳을 잃은 듯 어찌할 바를 몰랐다.나는 피식 웃으며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강 선생님... 혹시 싫어요?”이런 상황에서 거절하는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물론 강도현도 예외는 아니었다.그는 참다못해 나지막이 신음을 내뱉더니 나를 침대에 쓰러뜨렸다.마사지사로서 일한 경력 덕분에 능수능란한 테크닉은 물론 손길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옆에서 자는 아기 때문에 우리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전체적으로 꽤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절정을 맛보고 강도현은 본능에 굴복한 자신이 한심한 듯 괴로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그의 표정을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경멸을 금치 못했다.세상 남자는 역시 똑같았다. 정작 즐길 때는 아무 생각이 없다가 나중에 후회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더욱이 지난번에는 그가 먼저 유혹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알게 모
남편은 친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근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벌써 며칠째인데 아직까지 바람피운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어. 이제 홈캠도 치웠으니까 앞으로 점점 더 기회가 적어질 텐데...”“걱정하지 마.”친구는 확신이 있는 듯 위로를 건넸다.“나한테서 돈을 받아 갔으니 꼭 성공할 거야. 우린 기다리기만 하면 되고.”이럴 수가!나는 등줄기가 오싹하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강도현이 두 사람이 보낸 스파이일 줄이야!그리고 덫에 걸려들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어쩐지 남편이 시도 때도 없이 강도현을 찾아 마사지를 받으라고 은근히 강요한다고 했더니 이런 꿍꿍이를 꾸몄으리라 생각지도 못했다.그나마 초반에 실수를 저지르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고 여겼다.하지만 나중에 있었던 일에 대해 강도현이 왜 함구했는지 알 수 없었다.두 사람의 계획에 따르면 지금쯤 이미 알고도 남았을 텐데.만약 강도현이 그들을 속였다면 모든 게 납득이 갔다.즉, 우리 둘의 관계를 숨긴 것이다.그렇다고 감동하거나 고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무슨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거짓말로 남을 기만하는 사람은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나는 수집한 증거를 정리해서 변호사를 찾아 이혼 합의서를 작성했다.그동안 강도현이 문자를 보냈지만 무시하고 바로 차단했다.이혼 합의서를 내미는 나를 보자 남편은 그제야 당황하면서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여보, 내가 잘못했어. 정말 미안해! 이게 다 나를 먼저 유혹한 당신 친구 탓이야. 앞으로 절대 연락하지 않겠다고 맹세할게. 우리한테는 아이가 있잖아. 이번 한 번만 용서해줘.”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친구가 문을 박차고 들어오더니 남편의 뺨을 때리며 욕설을 퍼부었다.“애초에 욕구를 풀지 못해서 답답하다고 한 사람이 누구인데? 대신 바람 피운 증거를 수집해달라고 부탁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발각되니까 감히 나한테 누명을 뒤집어씌워? 이 개새끼야!”워낙 성격이 불같아서 그녀는 인정사정없이 남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남편도 호락호락
남편의 손이 움찔하더니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포커페이스를 되찾았다.이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선물을 준비한 걸 어떻게 알았어?”말을 마치고 나서 뭐라도 캐낼 기세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스스로 실토할 생각이 없는 이상 진실이 밝혀지는 날까지 기다릴 작정이었다.어쨌거나 기회는 이미 주지 않았는가?만약 사실대로 말한다면 좋게 헤어질 마음도 있었다.하지만 이 지경이 된 이상 더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다음 날 남편이 출근한 틈을 타서 며칠 전에 구입한 초소형 카메라를 거실과 안방에 몰래 설치했다.아직 확보하지 못한 증거는 직접 만들면 그만이었다.왜냐하면 결혼 생활 중에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증명해야만 나중에 재산과 자녀 양육권을 확보할 때 우세를 차지할 수 있다.이내 친구한테 미리 연락해서 선물을 준비했으니 주말에 놀러 오라고 했다.“정미야, 역시 너밖에 없네.”친구는 신이 나서 휴대폰을 들고 방방 뛰며 말했다.반면, 나는 속으로 조소를 금치 못했다. 과연 선물 때문에 기쁜 건지 아니면 남자 친구를 만나서 좋은 건지는 몰랐다.어느덧 주말이 되었고, 남편도 휴일인지라 집에서 쉬고 있었다.친구는 약속 시간에 맞춰서 도착했다. 나는 푸짐한 식사를 준비했고 술까지 사서 올려놓았다.“조금만 기다려. 마지막 요리도 금방 만들어줄게.”나는 소파에 앉은 두 사람을 향해 미소를 짓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자극적일수록 환장하는 친구의 취향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아니나 다를까 휴대폰으로 CCTV 화면을 켜는 순간 둘은 소파에서 키스하느라 무아지경에 빠졌다.그리고 내가 음식을 들고 나가는 순간 모르는 사람처럼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이내 속으로 콧방귀를 뀌며 곧 정체를 까밝혀 주리라 다짐했다.나는 미리 준비한 술을 따라주었다. 어차피 수유 중이라 금주해야 하기에 두 사람한테만 계속 권했다.잠시 후, 휴대폰이 울렸다.“엄마, 왜요?”“알겠어요. 얼른 갈게요.”전화를 끊고 나서 미안한
휴대폰 너머로 은근히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자칫 내가 기분이라도 상할까 봐 그런지 마지못해 대답했다.나는 전화를 끊고 거실의 홈캠을 치웠다.강도현이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비록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으나 말을 아끼는 나를 보더니 끝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그리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소파로 가서 세팅했다.“오늘은 소파 말고 침대에서 해요.”이내 무덤덤하게 말하고 그를 무시한 채 안방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강도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따라 들어왔다.이번에는 오일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따뜻한 손바닥이 가슴을 만지는 순간 본능에 몸을 맡겼다.단 한 시간 만에 강도현은 격하게 반응하는 나 때문에 얼굴이 빨개졌다.그리고 서둘러 마무리하고 도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이제 가슴 뭉침 현상도 많이 좋아졌으니까 앞으로 마사지 시간을 단축해도 될 것...”나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몸을 일으켜 그에게 키스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란 강도현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제야 내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라는 걸 알아차렸다.결국 두 손은 허공에 멈춘 채 갈 곳을 잃은 듯 어찌할 바를 몰랐다.나는 피식 웃으며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강 선생님... 혹시 싫어요?”이런 상황에서 거절하는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물론 강도현도 예외는 아니었다.그는 참다못해 나지막이 신음을 내뱉더니 나를 침대에 쓰러뜨렸다.마사지사로서 일한 경력 덕분에 능수능란한 테크닉은 물론 손길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옆에서 자는 아기 때문에 우리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전체적으로 꽤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절정을 맛보고 강도현은 본능에 굴복한 자신이 한심한 듯 괴로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그의 표정을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경멸을 금치 못했다.세상 남자는 역시 똑같았다. 정작 즐길 때는 아무 생각이 없다가 나중에 후회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더욱이 지난번에는 그가 먼저 유혹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알게 모
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지나갔다. 애정이 흘러넘치는 남편의 다정한 얼굴은 실로 오랜만에 보았다.나는 멍하니 서서 점점 멀어져가는 남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씁쓸함이 밀려왔다.10년 동안 사랑한 남편, 그리고 한 아이의 아빠가 고작 이런 남자였다니.그토록 진심을 다했거니 결국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시야가 점점 뿌옇게 변했고, 귓가에 문득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혹시 도움이 필요하세요?”고개를 돌리자 강도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장바구니 2개를 들고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이내 눈시울이 빨개진 나를 발견하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 말 없이 휴지 한 장을 건네주었다.“닦아요.”나는 몽롱한 얼굴로 손을 젓고 차에 올라타려고 했다.이때, 강도현이 팔을 덥석 붙잡았고 눈빛이 왠지 모르게 안쓰럽게 느껴졌다.“데려다줄게요.”이런 모습을 보니 문득 실망감이 밀려왔다.낯선 사람조차 걱정해주는 와중에 정작 나랑 가장 가까운 사람은 배신을 선택했다.며칠 전 자칫 실수를 저지를 뻔해서 얼마나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동안의 다짐은 단지 우스갯거리에 불과했다.나는 강도현의 제안을 거절한 다음 흐리멍덩한 정신을 부여잡고 혼자서 엄마 집으로 돌아갔다.엄마는 내가 도착하자 눈살을 찌푸리고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어렸을 때부터 엄마의 손에서 자랐다.결혼식에서 평생 지켜주겠다고 맹세한 적이 엊그제 같은데 고작 몇 년 만에 남편은 변했다.“엄마...”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엄마의 얼굴을 보자 여태껏 꾹꾹 눌러 담았던 감정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고 나도 모르게 흐느끼기 시작했다.깜짝 놀란 엄마는 서둘러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무슨 일인지 물었다.나는 일말의 숨김도 없이 방금 목격한 상황을 낱낱이 말해주었다.“어떻게 너한테 그럴 수 있어?!”엄마는 씩씩거리며 내 손을 끌어당기더니 당장이라도 남편을 찾아갈 기세였다.“가자! 내가 앞장서서 물어볼게. 애
강도현은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나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귓가에 대고 물었다.정신이 혼미하고 반응도 느려진 와중에 귀에서 후끈거리는 열기가 느껴졌다.무려 혀로 핥고 있는 촉감이지 않은가?생각지도 못한 난감한 상황에 얼른 치료를 끝내고 싶었다.하지만 온몸이 나른해서 힘이 전혀 없었다.강도현의 입술은 귀를 따라 천천히 아래로 향했다.양손도 가슴을 만지는 데 그치지 않고 은밀한 곳에 점점 가까워졌다.이내 전신을 휘감는 쾌감에 속절없이 빠져들어 딱 한 번만 본능에 맡기자고 마음 먹었다.강도현의 스킬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고, 오로지 손놀림만으로 절정에 이르게 했다.그러다 갑자기 우뚝 멈췄다. 안대를 벗는 순간 바지를 벗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나는 괜스레 쑥스러웠다. 비록 잘못된 걸 알면서도 충동을 멈출 수 없었다.강도현은 고개를 숙여 미소를 살짝 지었다. 잘생긴 얼굴을 보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설렜다.“사모님, 괜찮아요?”이내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상황에서 허락은 왜 구하냐는 말이다!그리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일촉즉발의 순간 안방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아까만 해도 머리가 흐리멍덩했지만 금세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결국 한 아이의 엄마로서 몸의 이상 반응을 애써 외면한 채 강도현을 밀어냈다.곧이어 비틀거리며 안방으로 도망치듯 걸어갔다.아이는 배가 고팠던 모양인지 얼굴이 빨개지도록 울었다.자식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자격 미달 엄마가 된 것 같아 문득 마음이 아팠다.나는 가슴을 깨끗이 닦아내고 나서야 수유하기 시작했다.모유를 먹자 아이는 울음을 그쳤고 눈을 깜박거리며 빤히 쳐다보았다.남편을 닮은 얼굴을 내려다보며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방금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를 뻔했다.이내 뒤따라 들어온 남자를 보자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이게 다 강도현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만 가 봐요. 돈은 이따가 보내줄게요.”강도현도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을 의식한 듯 아무
그리고 앞으로 남자 마사지사를 부를 때 곁에 누군가 있어야 위험하지 않다고 신신당부까지 했다.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귀로 흘려 내보냈다.강도현은 정석대로 치료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다른 곳을 함부로 만진 적도 없으며 테크닉도 완벽에 가까웠다.마사지를 받고 나니 가슴 뭉침이 확실히 호전되었다.그러나 얼마 안 되어 모유가 또 막히기 시작했다.마침 남편이 출장 중이라서 집에 돌아온 다음 강도현을 부르려고 했지만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결국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 같이 있어 주면 안 되냐고 부탁했다.당시만 해도 흔쾌히 대답했으나 강도현이 방문한 날에 갑자기 잠수를 탔다.친구는 휴대폰 너머로 농담을 건넸다.“그냥 편하게 즐겨. 걱정하지 마. 강 선생님의 손길에 몸을 맡기면 황홀경을 맛볼 거야.”점점 도를 넘는 말에 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통화하는 동안 강도현이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뻘쭘한 내 표정을 보자 그는 이해한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사모님, 안심하세요. 의사 앞에서 성별은 무의미하죠. 저는 프로예요.”지난번에 받았던 마사지를 떠올리면 그동안 고용했던 사람보다 강도현의 기술이 훨씬 뛰어난 건 사실이었다.더욱이 거실에는 홈캠도 설치되어 있기에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 하리라 여겼다.나는 머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부탁할게요. 강 선생님.”강도현은 소파 위에 세팅을 마쳤다. 비록 처음은 아니지만 여전히 쑥스러운 기분이 들었다.안대를 쓰고 시야가 가려진 상태에서 온몸의 감각기관이 강도현의 손길에 집중되었다.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나는 졸음이 몰려왔다.이때, 가슴이 서늘한 느낌이 문득 들었다.나는 깜짝 놀라 안대를 벗고 무슨 상황인지 확인하려고 했다.강도현이 서둘러 설명했다.“사모님, 긴장 푸세요. 제가 직접 만든 마사지 오일인데 막힌 부위를 뚫는데 효과가 탁월하죠.”이 말을 듣자 비로소 안심되었다.그리고 속으로 언제부터 이렇게 호들갑을 떨었는지 몰래 한탄했다.아까만 해도 차가운 오일이 마찰을 받아
강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부드러운 손길로 다시 마사지에 집중했고, 나도 서서히 긴장을 풀게 되었다.“됐어요. 마사지 끝났습니다.”그리고 잠이 들락 말락 할 때 강도현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나는 화들짝 놀라 소파에서 일어나 앉아 안대를 벗었다.“벌써 끝났어요?”이렇게 빨리 마무리될 줄 몰랐는지라 아쉬운 마음이 역력했다.고개를 드는 순간 물티슈로 손을 닦는 강도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하얀색 액체가 묻어 있는 것을 보자 낯 뜨거운 나머지 시선을 돌렸다.강도현의 표정은 평온했고 아무런 감정 변화가 없었다.“네, 마사지를 받아서 상태가 다소 호전되었을 거예요. 만약 계속 받고 싶으시면 다시 예약해주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나서 짐을 챙기고 떠나려고 했다.나는 그를 배웅하려고 급히 일어났지만 어딘가 수상한 강도현의 시선을 발견했다.아직 상의를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방문을 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이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고, 남편이라는 존재마저 깜빡할 뻔했다.만약 남자 앞에서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마주 서 있는 모습이라도 보인다면 분명 거품 물고 쓰러질 것이다.결국 잽싸게 옷을 끌어 내렸고, 강도현도 마침 현관문까지 걸어갔다.아니나 다를까 문을 열자마자 낯선 남자를 발견한 남편은 표정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누구시죠? 우리 집에는 어쩐 일이지?”워낙 다혈질인 사람이라 자칫 싸움을 일으킬까 봐 서둘러 나서서 설명했다.“여보, 내가 새로 찾은 유축 전문 마사지사야. 금방 마사지 받았거든.”“유축 전문? 남자가?”이 말을 듣고도 남편의 안색은 밝아질 기미가 안 보였고 오히려 점점 어두워졌다.“남자가 유축해준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보는데? 속으로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다니는지 어떻게 알아?”말을 마치고 나서 의혹이 가득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진짜 마시지만 받은 거 맞아? 다른 짓을 한 건 아니지?”“당연하지!”남편이 의심하자 나도 모르게 발끈했다.“정 못 믿겠다면 직접 가서 홈캠 확인하면 되잖아.”아이를 감
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낯선 남자 앞에 반듯하게 누워 있으려니 나도 모르게 긴장되었다.결국 초조한 마음에 양손으로 소파 모서리를 꼭 붙잡았다.강도현은 힘이 바짝 들어간 내 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편히 계시면 돼요. 이제 상의를 올려주세요.”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를 악문 채 우물쭈물 옷자락을 들었고 마침 딱딱하게 굳은 가슴이 드러났다.강도현은 허리를 숙이고 가슴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진귀한 보물이라도 감상하듯 감탄 어린 표정을 지었다.물론 가슴이 예쁜 건 나도 알고 있다. 원래는 C컵이지만 아이를 낳고 나서 좀 더 커진 느낌이 들었다.적나라한 시선에 마치 도마 위의 물고기처럼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갑자기 밀려오는 수치심에 나는 무의식중으로 몸을 움츠리며 나지막이 물었다.“강 선생님, 이제 시작하시죠?”강도현은 흠칫 놀라더니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물론이죠. 너무 예쁘시네요.”마지막 한 마디는 약간 애매모호했는데 대체 어디가 예쁘다는 건지 아리송했다.그러나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서늘한 느낌이 피부를 타고 전해져 왔다.“윽...”결국 참지 못하고 몸을 움찔했다.강도현은 옅은 웃음을 터뜨렸고 말투에 장난기가 묻어났다.“꽤 예민하시네요.”이 말을 듣자마자 수줍은 나머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눈동자가 흔들리며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강도현은 당황한 내 모습을 발견하고 안대를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안대를 해드릴까요? 그럼 마사지를 좀 더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동의했다.아니면 코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몇 시간 동안 마냥 지켜보게 생겼는데 너무 민망했다.강도현이 안대를 씌워주려는 순간 서둘러 건네받았다.“내가 할게요.”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강요하지 않았다.눈을 가리고 나니 온 세상이 깜깜해졌다. 비록 아까보다는 덜 민망했지만 모든 감각이 가슴에 쏠린 듯싶었다.강도현의 손재주가 흠잡을 데 없는 건 사실이다. 부드러우면서도 적당
내 이름은 심정미, 얼마 전에 딸을 낳았다.주변 사람들의 축하가 이어졌지만 고통스러운 속사정은 나만 알고 있었다.사실 유선이 막혀서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았다.매번 수유할 때마다 극심한 통증 때문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심지어 가끔 피가 날 때도 있었다.이 사실을 전해 들은 친구가 마사지사를 한 명 소개해줬다.자기도 한동안 젖몸살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는데 마사지사 덕분에 완쾌했다고 기가 막힌 손재주의 소유자라고 했다.나는 친구한테서 연락처를 공유받아 즉시 방문 접수 시간을 예약했다.왜냐하면 가슴이 돌덩이처럼 딱딱해서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모유는 계속 돌지만 배출이 되지 않아 심히 괴로웠다. 가끔 실수로 스치기라도 하면 찌릿한 통증이 전해질 정도였다.심지어 옷 입는 것조차 고문이었다.이틀 후, 드디어 마사지사가 방문할 시간이 되었다.오후 3시로 약속을 잡았는데 정시에 초인종이 울렸다.문을 여는 순간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사지사가 남자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나이는 30대 초반으로 외모는 점잖고 준수한 편이다. 상하의를 흰색으로 맞춰 입은 모습은 생각보다 어려 보였다.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젊은 사람이 그것도 남자가 손재주가 좋으면 얼마나 좋겠는가?게다가 꽤 은밀한 부위라서 괜히 낯선 남자에게 맡겼다가 소문이라도 나면 걱정되기 마련이다.남자는 망설이는 나를 보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유축 전문 마사지사에요. 스승님한테서 20년 넘게 배운 기술로 한 방에 고민을 해결해드릴 거로 약속할게요. 사모님의 염려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저희가 예약금 환불 제도는 없어서 양해 부탁드립니다.”이 말에 나는 마지못해 그를 안으로 초대했다.개인 마사지사 방문 서비스 비용은 결코 싸지 않았기에 예약금도 꽤 큰 비중을 차지했다.가슴 뭉침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여러 마사지사를 고용했지만 결국 무용지물이라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연락한 사람이었다.당시 친구는 숨은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