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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Author: 고운
부승민의 얼굴색이 한껏 어두워지더니 그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내가 네 일에 참견할 자격이 없다고? 넌 지금 내 아내고 내가 지켜줘야 하는 동생이야. 그 사람이 왜 외국으로 오라고 하겠어? 네가 외국에 가면 의지할 사람이 하나 없는데 그때 가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온하랑은 몰랐다.

그녀는 그저 지금 자신의 분노 게이지가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만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짜증이 나 이불을 툭 거둬 찼다.

“쓰읍.”

다친 발목이 어딘가에 부딪혔는지 갑자기 극심한 고통이 몰려왔다.

온하랑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면서 눈물까지 흘릴 셈이었다.

부승민이 이불을 거두고는 다친 그녀의 발목을 잡으며 말했다.

“왜 그래? 또 다친 거 아니야?”

온하랑은 눈물을 머금은 채로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승민은 약을 가져와 발목을 감싼 거즈를 다시 풀어 헤치고는 깨끗이 씻은 후 부드러운 손길로 주물렀다. 그리고 또 시원한 연고를 발라 통증이 한결 가라앉았다.

부승민이 약을 제자리에 놓은 뒤 다시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온하랑,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네가 퇴사하는 걸 동의하지 않아. 앞으로 이 얘기는 다시 꺼내지 마.”

온하랑이 한숨을 푹 쉬고는 짜증이 나는 마음에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승민이 침대 옆에 앉으며 말했다.

“그리고 우리 아직 이혼한 거 아니잖아. 함부로 모르는 사람을 집에 데리고 오지 마.”

온하랑이 고개를 들고는 물었다.

“친구를 데려와도 안 돼?”

“그 사람과 친구 사이야?”

온하랑이 씩씩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정신이 이상한 거 아니야? 말도 섞고 싶지 않네!’

“오빠랑 얘기하고 싶지 않아.”

‘짜증 나 죽겠네!’

저녁 식사 후, 온하랑은 씻으러 위층으로 올라왔는데 침실 테이블에 서류 하나가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

‘설마 부승민이 추서윤의 집에서 온 게 아니라 회사에서 돌아온 거야?’

그녀는 테이블 가까이 가고서야 그 위에 놓인 건 회사 서류가 아닌 현대병원의 진료서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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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35화

    사진이 찍힌 각도나 화질로 봤을 때 온하랑은 이건 내부자의 소행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하지만 기사의 중점은 이것이 아닌 추서윤의 사진이었다. 현장에서 찍힌 추서윤의 메이크업은 유난히 기괴했다.메이크업으로 추서윤의 분위기가 더 강조되었다.광대뼈가 너무 튀어나와 그녀의 세련되고 차가운 인상은 험악하게 변했고, 일부러 도톰하게 그린 풍만한 붉은 입술은 변두리가 날카로워져 카리스마 있어 보였는데, 또 인중과 입술의 거리가 좁혀져 평소보다 훨씬 어려 보여 그야말로 메이크업 부조화였다. 그리고 눈썹은 너무 곧고 딱딱해 팬들의 불만을 자아냈다.현장 사진으로만 봤을 때 기사는 이번 MQ 광고가 반드시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단언했다.그리고 그 밑으로 악플이 쏟아졌다.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임리안의 팬들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추서윤의 실패는 당연히 반가운 소식이었기에 그들은 곧바로 MQ 공식 계정 밑으로 비아냥거리는 댓글을 달았다.[그러게 우리 리안이를 뽑지 그랬어.]그중에는 또 진실을 모르는 머글과 악플러들의 댓글도 섞여 있었다.그들의 ‘노력’으로 이 기사는 순식간에 실검에 올랐고 더 많은 사람들의 토론을 불러일으켰다.많은 팬들은 공식 계정에 댓글을 달며 MQ, 그리고 BX에게 추서윤에 관한 책임을 묻게 했다.[정말 똥 같은 메이크업이네. 괜히 우리 언니 얼굴만 아깝게 됐어!][메이크업을 발가락으로 한 거야? 언니 예전의 화보를 좀 보라고. 왜 보고 따라 하는 것도 못 해?][정말 어이가 없네. 누나가 사모님인데 이렇게 대충 한다고?][이럴 줄 알았어. 국내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해외 아티스트보다 잘할 리가 있겠어?][아니, 누나가 이번에 돌아오는 게 아니었는데. 국내 메이크업 아티스들이 딱 이 수준이지.]팬들의 분노와 원한이 담긴 댓글 사이로 다른 연예인 팬들까지 뒤섞여 난투극이 벌어졌다. 그중에서 특히 임리안과 추서윤의 팬덤 싸움이 대단했다.MQ 공식 계정의 댓글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었다.온하랑은 곧바로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 위태로운 제안   제36화

    박스 안의 물건이 덩달아 흘러나왔다.형체를 알 수 없는 물건이었지만 빨갛고 하얀 것이 어울려져 마치 피범벅이 된 살덩이 같아 보기 흉했다.선홍색 액체가 바닥에 뿌려져 썩은 냄새를 풍겼는데 아줌마도 깜짝 놀랐다.그녀가 정신을 차리고는 다급하게 말했다.“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곧바로 청소할게요.”“청소하지 말고 경찰에 신고하세요.”온하랑이 코를 막고 절름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왔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경찰에 신고할게요. 혹시 대표님에게도 알릴까요?”온하랑이 흠칫하고는 대답했다.“지금 출장 갔어요. 오빠에게는 알리지 말아요.”“네, 알겠습니다.”아줌마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경찰은 가장 빠른 시간 내로 현장에 도착해 증거를 수집하고, 또 온하랑과 아줌마의 증언으로 조서를 작성했다.그리고 곧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 했다.경찰이 떠난 후 아줌마는 곧바로 거실을 청소했고 소독수와 방향제를 몇 번이나 뿌렸다.경찰은 쉽게 범인을 찾아냈다.그들은 CCTV과 출입 신고 등을 통해 택배기사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고, 또 그 택배기사를 통해 우편물 발송인을 확인했다.조사에 의하면 발송인은 미성년자의 학생이었는데 경찰은 곧바로 그를 체포했다.그리고 온하랑과 아줌마에게 범인이 체포되었으니 경찰서에 한 번 와달라고 했다.학생은 처음에 그가 보낸 택배라는 걸 인정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도 결국 모든 게 서투른 아이였다. 경찰은 곧이어 그의 허점을 잡았고 학생은 어쩔 수 없이 자기의 범행을 인정했다.그리고 그 이유 또한 설명했다.학생은 추서윤의 광팬이었는데 추서윤이 온하랑 밑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걸 참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짓을 벌인 거였다.온하랑은 BX 법무부의 친분이 있는 한 변호사에게 이 사건을 부탁했다.경찰서에서 돌아온 아줌마는 경악을 금치 못한 채로 온하랑에게 말했다.“지금 젊은 애들은 생각 없이 연예인을 쫓아다니고 그런가 봐요.”온하랑이 물었다.“혹시 내가 여기에 사는 걸 어떻게 아는지 말했

  • 위태로운 제안   제37화

    그리고 댓글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그들의 댓글로 온하랑은 대충 누가 그녀에게 잘못을 돌렸다는 상황을 깨달을 수 있었다. 팬들은 그녀가 메이크업을 제멋대로 수정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며 비난했다.얼마 있지 않아 그녀는 곧이어 인터넷에서 처음으로 이런 내용 댓글의 첫 작성자를 찾아냈다.추서윤 갤러리에 누가 오픈 채팅방에서 방장이 한 말을 캡처한 사진을 올렸다.오픈 채팅방 방장은 당연히 추서윤 팀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팬 여러분들, 진정하세요. MQ공식 계정에 가서 자극적인 댓글은 자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오히려 서윤이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거든요. 사실 저희도 이 일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어요. 아주 예쁜 메이크업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온 전무님이라는 분이 갑자기 메이크업을 수정해야 한다고 하셔서요. 다만 그분이 이번 광고 책임자라 서윤이도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했어요.]그룹 채팅방에서 누가 물었다.[서윤 누나가 부승민 대표님이랑 아는 사이가 아니었어요? 그래도 어떻게 해볼 수 없었나요?]방장이 ‘쉿’ 표정의 이모티콘을 보내고는 말했다.[저도 다른 얘기는 못 해요.]곧이어 다른 오픈 채팅방의 캡처도 올라왔다.한 추서윤의 팬이 어떤 수단을 썼는지는 모르지만 온하랑의 신상을 모두 알아냈다.[어쩐지 서윤 언니가 그 전무님이라는 사람에게 꼼짝 못 하더라니. 부회장님의 수양딸이셨군요. 부씨 일가에 어느 정도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에요. 스물다섯밖에 안 된 사람이 전무라니, 뒷배가 없이 어떻게 올라올 수 있었겠어요?][어쩐지.][이런 사람들 다 엄청 자기 잘났다고 생각해요.][맞아요. 우리 언니 메이크업 다 망가뜨렸지만 본인은 예쁘다고 생각할걸요?][참, 이분 계정 있어요?][네, 찾았어요!]캡처된 내용은 여기까지였다.추서윤의 갤러리에 올려진 이 게시글에도 천 개가 넘은 댓글이 달렸다. 결코 적지 않았다. 거기에 오픈 채팅방의 팬들까지 같이 몰려 온하랑의 계정에 악플 폭탄을 던진 것이다.댓글뿐만이 아니었다.온하랑에

  • 위태로운 제안   제38화

    온하랑은 아연실색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입만 뻐끔거렸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마셨는데 마음이 괴롭고 씁쓸했다. 이 내기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부승민에게 있어서 추서윤에 비하면 온하랑은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그녀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부승민은 떨어지는 책장 때문에 다칠 수 있는 추서윤을 보호하기 위해 그녀를 밀어낼 수도 있는데 추서윤의 명예를 위해 그녀를 희생시키는 일도 당연히 할 수 있었다.게다가 그녀에게 쏟아진 비난은 오로지 인터넷을 통해 전해 온 것들이었다. 그녀에게는 추호의 물리적인 상처도 주지 않는데 말이다.오미연은 온하랑이 침묵하자 더 건방진 말투로 말했다.“온 전무, 내기할 엄두가 나지 않는 거 아니야?”온하랑은 대답하는 대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무조건 지는 게임에 굳이 참여할 필요가 없었다.부승민이 이 일에 대해 모른다고 한들 나중에 알게 된다고 해도 그는 오히려 찬성할지도 모른다.하지만 온하랑은 이대로 패배를 인정할 수 없었다.그녀는 반드시 이 일을 통해 누군가가 대가를 치르길 바랐다.스튜디오 책임자가 그녀에게 그날 메이크업 룸에 있었던 CCTV를 보내왔다.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현장 분위기와 추서윤의 행동으로만 봐도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충분히 보아낼 수 있었다.온하랑은 그중 한 장면을 캡처한 후 추서윤 팀 멤버들이 있는 그룹 채팅방에 보냈다. 그리고 추서윤 갤러리에 올라온 오픈 채팅방의 캡처도 추가했다.[지금 SNS에 당장 사과하세요. 아니면 저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이 캡처를 인터넷에 올릴 거예요. 그때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저도 장담할 수 없어요.”사람들은 모두 침묵을 지켰다.그 누구도 답장한 사람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이 일을 위해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했다.5분 후.온하랑은 그룹 채팅방에 아무도 말이 없자 여러 기자나 유튜버들을 연락하기 시작했다.그녀는 PPL 광고를 맡아본 적이 있었기에 자주 협력하는 유튜버가 있었다.이왕 일이 커진 김에 그녀는 차라

  • 위태로운 제안   제39화

    온하랑은 실소를 터뜨렸다.‘역시 그렇게 하진 못하는구나. 욕심이 그득그득해서 모든 걸 원하고 있지? 나랑 이혼하고 옛 연인과 재결합은 해야겠고, 또 옛 연인을 위해 총알받이가 되어줄 나도 필요하고.’“오빠도 알겠지만 사람들은 전무인 나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어. 그래서 퇴사하고 싶은데, 그렇게 해줄 수 있어?”“그건 안 돼. 절대 동의할 수 없어.”부승민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온하랑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어차피 부승민과 더 따져도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았다.부승민이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건 돈밖에 없었다. 하지만 온하랑은 돈이 필요하지 않았다.그녀는 BX그룹에서 일하는 3년 동안 이미 많은 연봉과 보너스를 벌어들였다.“그냥 끊자. 나 더 할 얘기도 없어. 그럼 이만.”온하랑은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린 후 미련이 전혀 남지 않은 얼굴로 침대에 누워버렸다. 일순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휴대폰이 또다시 울렸다.온하랑이 전화를 받고는 바로 말했다.“나 그만 얘기하고 싶다고 했잖아. 전화하지 마.”“하랑아, 나야.”이주혁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온하랑이 멈칫하더니 스크린을 확인하고는 말했다.“미안, 사람 잘못 알고 받았어.”“알아. 인터넷에 일어난 일들을 봤어. 지금 어때? 괜찮아?”“괜찮아, 내가 뭐 별일이 있겠어. 그냥 욕받이가 된 것뿐인데.”인터넷으로 받은 비난은 그녀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다.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할 수 있는 건 부승민 뿐이었다.“괜찮다고 하니까 다행이야. 실검이 점점 내려가고 있어. 아무래도 부 대표님이 사람 시켜 실검을 내린 것 같아.”온하랑이 그 말을 듣더니 물었다.“그 사람이 한 일인 걸 어떻게 알았어?”“실검 한 번 확인해보면 알게 될 거야.”이주혁의 말을 들은 온하랑은 태블릿으로 다시 소셜 미디어 앱을 열었다.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실검 하나를 발견했는데 연관 검색어는 ‘수운성 출연진 첫 공개’였다.그뿐만 아니라 연예인과 작품 캐릭터도 연관검색어로 묶이면서 실검

  • 위태로운 제안   제40화

    온하랑은 실검을 체크하면서 이주혁에게 물었다.“이게 바로 네가 며칠 전에 나한테 말했던 그 드라마야?”“맞아, 바로 이거야.”온하랑이 웃으면서 말했다.“정말 축하해. 원하는 역할을 맡게 되어서 정말 좋겠다. 화이팅, 남우 주연상을 기대할게.”이주혁은 호감 이미지였다. 게다가 여러 장르 역할을 시도하고 있어 젊은 남자 배우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눈이 많이 가는 편이었다.얼마 전에도 스릴러에서 남자 주연을 맡아 많은 호평을 받았다.“남우 주연상을 좋아해?”“당연하지. 실력파 배우를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그렇긴 하네. 그럼 내가 노력해서 남우 주연상을 한 번 노려볼게.”이주혁과 전화를 끊은 후 온하랑은 계속 보이는 대로 기사를 눌렀다.이때, 또 하나의 연관 검색어를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부승민 추서윤’이었다.온하랑은 대충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결국 궁금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클릭했다.아니나 다를까, 역시 커플 케미에 관한 얘기가 많았다.팬들은 두 사람의 설레는 포인트를 찾아냈다.수운성은 추서윤이 귀국한 후 여주인공을 맡은 첫 드라마였고, 그 드라마를 투자한 회사가 바로 스타 엔터테인먼트였다. 또 스타 엔터테인먼트는 BX그룹 산하의 자회사였다.스타 엔터테인먼트가 수운성에 투자하고, 또 추서윤이 수운성의 여주인공으로 된 이 두 사건 사이에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건 팬들은 물론 온하랑도 믿지 않을 것이다.이 검색어는 많은 머글들의 관심도 불러일으켰다. 덕분에 두 사람을 응원하는 커플 갤러리 회원 수는 두 배나 늘었다.온하랑은 가슴을 쿡쿡 찌르듯이 아팠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스크롤을 내렸다. 마치 갤러리에 올려진 내용을 모두 확인하려는 듯이 말이다.그녀는 집중한 채로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는데 소매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점점 더 주게 되었다.어떤 네티즌이 부승민과 추서윤을 위한 동영상을 하나 올렸다. 뉴스에 출연한 부승민과 추서윤이 주연한 드라마를 편집해 가사까지 붙여주면 감동적인 스토리

  • 위태로운 제안   제41화

    [네, 한 장만 보내주시면 돼요. 첫날에 찍은 거로요.]곧이어 주현은 온하랑에게 사진 한 장을 보냈다.사진작가와 현장에서 유출된 사진 각도는 유난히 달랐는데 포토샵의 보정까지 더해져 오히려 다른 매력이 느껴지기도 했다.온하랑은 사진을 비서에게 보낸 뒤 말했다.“MQ 공식 계정으로 사진 일부분을 캡처해서 올려요. 원본으로 올리진 말고요.”비서는 곧바로 온하랑이 시킨 대로 공식 계정으로 피드를 올렸다.[현장 직찍~ 서윤 언니 너무 예뻐요~]사진과 함께 칭찬하는 글도 같이 말이다.댓글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팬들도 서로 추서윤을 칭찬하기 바빴다.이 일은 이렇게 지나간 듯하다. 다행히도 큰일이 아니라 온하랑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온하랑은 발목이 거의 다 나아 수요일부터 회사에 출근하기 시작했다.온하랑이 화장실에서 나온 뒤 엘리베이터를 지날 때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부승민 뒤로 비서들이 엘리베이터에서 우르르 몰려나왔다.연민우는 온하랑을 본 후 바로 인사를 건넸다.“전무님, 안녕하세요.”온하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인사를 하고는 또 부승민에게 인사를 건넸다.“대표님, 방금 돌아오신 거예요?”부승민이 온하랑을 보고는 ‘응’하고 대답했다.“나 그럼 먼저 가서 일 볼게.”점심이 되기 전에 온하랑은 부승민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전화벨 소리를 듣다가 거의 끝날 즈음에야 온하랑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대표님, 무슨 분부라도 있으십니까?”“점심에 밥 먹을 때 내 사무실로 와.”“나 사내 식당으로 갈 건데요?”“네 것까지 시켰어.”“알겠어요.”점심 12시가 되자마자 자리에 앉아있던 직원들이 벌떡 일어서고는 다함께 사내 식당으로 향했다.밖에 사람이 거의 다 흩어지고서야 온하랑은 사무실에서 나와 곧바로 대표 사무실로 향했다.그녀는 문을 두드리지 않고 바로 문을 밀고 들어갔다.대표 사무실 테이블 위에는 오늘 점심 식사가 가득 놓여 있었다.포장만 봐도 분명 향만루에서 주문한 음식들이었다. 겉모양이 예쁜 데다 향기와

  • 위태로운 제안   제42화

    “퇴사는 안 돼.”“퇴사 아니에요.”“그럼 한 번 말해봐.”“내가 원하는 건 앞으로 MQ 브랜드의 대응에 관한 일들은 예전처럼 내가 맡았으면 하는데. 어때요?”부승민은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그녀를 보고는 침묵을 지켰다.온하랑이 씩 웃고는 다시 느긋하게 식사하기 시작했다.“얘기 안 꺼냈던 거로 할게요.”‘이럴 줄 알았어. 나 견제하려고 그 일을 오미연에게 맡긴 거잖아. 나를 전혀 믿지 않는 거네. 그리고 내가 추서윤을 해코지할까 봐 두려워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다른 요구는 들어줄 수 있어.”“필요 없어요.”부승민은 그녀가 원하는 걸 모두 만족시킬 수 없었다.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부승민이 말했다.“저녁에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본가에 밥 먹으러 오래.”온하랑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아무래도 부승민과 추서윤이 실검에 오른 일 때문에 할아버지가 부승민이 출장에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본가에 부른 듯하다.식사를 마친 후 온하랑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대표님 덕분에 잘 먹었어요.”부승민이 시계를 보며 말했다.“아직 출근까지 시간이 좀 남았으니 내 휴게실에 가서 좀 잘래?”온하랑이 고민하고는 대답했다.“그래요.”다친 발목 때문에 앉는 것보다는 눕는 게 훨씬 편했다.온하랑이 휴게실로 들어갔다.이곳은 안방 못지않게 크고, 없는 물건이 없었다.온하랑은 신발을 벗은 후 침대에 오르고는 이불을 꼭 덮었다.잠깐 눈을 붙이려고 했지만 깜빡 깊은 잠이 들었다.잠에서 깨어난 온하랑은 베개 옆에 있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화면을 눌렀는데 어느덧 오후 3시가 넘었다.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쭉 켜고는 신발을 신고 휴게실을 나섰다.“왜 나 깨우지 않았어...”온하랑은 그제야 연민우도 있다는 걸 발견했다.부승민의 휴게실에서 나오는 온하랑을 보더니 연민우는 애써 고개를 돌리며 아무것도 못 본 척했다.회사에서 그녀와 부승민의 관계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자고로 회사 대표들은 모두 내연녀 하나씩은 데리고

Pinakabagong kabanata

  • 위태로운 제안   제1357화

    그때는 어린 마음에 부모님의 무관심이 좋기만 했는데 클수록 오재원은 그게 다 기대가 없어서였다는 걸 깨달아가고 있었다.주위 사람들은 은연중에 자신과 형을 비교하고 있었고 또 어떤 이들은 집안의 무게는 형이 다 짊어지니 마음대로 살 수 있어서 좋겠다며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오기도 했다.모두가 내놓은 자식이라 해서 정말 그렇게 사니 부모님은 또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고 타박했다.그런 사람들 속에서 오직 임연지만이 오재원을 인정해주었다.오재원의 우수함을 발견하지 못한 건 오승은과 오형일이 부모 노릇을 잘 못 했기 때문이라며, 오재원이 이렇게 된 것도 다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모 때문에 엇나간 거라며 그의 마음을 헤아려주었다.노력만 하면 절대 형한테 뒤지지 않을 거라는 그 한마디가 오재원의 가슴을 울렸고 오재원은 그때부터 임연지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오재원도 자신이 형보다 못 한 게 아니라 형이 받았던 교육을 못 받아서 이렇게 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재원아, 부모님이 반대하시는 결혼생활은 오래갈 수 없는 거야. 넌 아주머니, 아저씨 자식이니까 너를 탓하진 않겠지만 나한테 그 화살이 올 거야. 그러면 날 더 싫어하시겠지.”“나도... 떳떳하게 너랑 결혼하고 싶은데...”임연지가 얼굴까지 붉히며 말하자 오재원은 그녀를 향해 무턱대고 약속부터 했다.“걱정 마 연지야. 내가 부모님 설득해볼게. 네가 내 아이까지 임신했으니까 부모님도 어쩌진 못하실 거야.”“고마워 재원아... 네가 내 옆에 있으니까 너무 든든하다.”오재원은 눈물을 글썽이는 임연지를 꼭 껴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당연한 일인데 뭐. 넌 나한테 가장 중요한 사람이니까 내가 너만은 꼭 지킬 거야.”“우리 부모님은 아직 내가 귀국한 거 모르셔. 내일 집에 가서 너랑 결혼하겠다고 말씀드리고 너희 집 가서 의논할 거니까 너도 고모랑 고모부한테 미리 말해놔.”“응. 아주머니, 아저씨랑 싸우지 마.”“알겠어.”...리우그룹 대표 사무실.“나가 봐.”보고도 끝난 마당에 최동철

  • 위태로운 제안   제1356화

    소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임연지는 이튿날 아침 바로 예쁜 원피스를 입고 청초함이 돋보일 수 있게 화장도 연하게 한 뒤 오재원에게 문자를 보냈다.[재원아, 나 너한테 할 말 있는데 우리 자주 보던 카페에서 볼까?]역시나 문자를 보낸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오재원이 답장을 보내왔다.[알겠어, 바로 갈게.]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던 임연지는 그의 답장에 입꼬리를 올렸다.30분 뒤, 카페에 도착한 오재원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구석에 앉아있는 임연지를 발견하고는 서둘러 그리고 걸음을 옮겼다.어딘가 불안하면서도 초조해 보이는 모습에 오재원은 걱정스레 물었다.“연지야, 왜 그래? 너 무슨 일 있어?”오재원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 임연지는 빨개진 눈시울을 하고 천천히 말했다.“재원아, 나... 나 임신 한 것 같아.”“진짜? 연지야, 이거 진짜야?”잠시 당황하던 오재원이 펄쩍 뛰며 좋아하자 임연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생리가 5일이나 밀려서 아침에 테스트기 해봤는데... 두 줄이더라.”두 줄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오재원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임연지의 손을 맞잡았다.“너무 잘됐다! 우리한테 드디어 아이가 생긴 거잖아!”그에 똑같이 기뻐하며 손을 맞잡던 임연지는 이내 울상을 지었다.너무 기쁜 마음에 임연지의 이마와 볼에 뽀뽀를 하며 희열을 만끽하던 오재원도 그제야 그녀의 굳은 표정을 발견하고 물었다.“연지야, 표정이 왜 그래? 우리한테 아이가 생긴 건데 너는 안 기뻐?”“기쁘지.”임연지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그냥 내가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서. 감금 피하려고 임신한 애를 미혼모 가정에서 태어나게 하는 게...”“너도 어쩔 수 없어서 그런 거잖아. 네 탓 아니야. 그리고... 우리가 결혼만 하면 미혼모 가정도 아니잖아. 나랑 결혼하자 연지야.”“싫어.”임연지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오재원을 외면했다.“왜 싫은데?”임연지가 침묵만 유지하자 조급해 난 오재원은 자리까지 옮기며 물었다.“연지야,

  • 위태로운 제안   제1355화

    한진이 답장을 하지 않아도 임연지는 혼자서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었다.설윤과 최씨 집안의 원한 관계를 짤막하게 설명해준 임연지는 설윤에게 파렴치하고 가증스럽다는 수식어를 갖다 붙였다.[나 그 여자가 우리 집에 들어오는 꼴 못 보겠어. 무슨 방법 없을까?]계속 답장이 없는 한진에 임연지는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고 그녀가 머리까지 다 말리고 나니 한진이 그제야 답장을 보내왔다.[네 고모가 이런 수모를 당한 게 아무래도 집안에서 발언권이 너무 없어서 그런 것 같아. 사촌 동생도 많이 어리니까 더 그렇지.][그럼 어떻게 해야 발언권이 좀 생길까?][옛날 역사를 보면 말이야 그때도 과거제도가 있었거든. 뭐 정시, 별시, 식년 아무튼 어마어마하게 많았는데 그때도 힘 있는 사람들이 좋은 자리는 다 꿰찼었어. 왕조가 망해도 권세가들은 그 부귀영화를 계속 이어갔지. 그런 집안들이 좀 되는데 나열하자면 많아.][...][그런 권세가들이 세력이 전부 다 조상들 덕분만은 아니거든. 중요한 건 혼인이야. 지금으로 말하면 정략결혼을 해서 자신들의 세력을 늘려나간 거지.][결혼을 시키라고? 그러기엔 동림이가 너무 어리잖아. 그리고 걔 결혼문제는 고모부가 나설 텐데 고모가 어떻게 끼어들어.][너 바보냐? 너 말하는 거잖아 너!][나?][그래.][그런데... 내 상황을 네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누가 나랑 결혼을 하고 싶어 하겠어?][오재원 있잖아. 너만 바라보는 놈.][!]생각해보니 오재원이라는 좋은 신랑감이 있긴 했다.한진의 말대로 오재원을 휘어잡다 보니 그는 이미 임연지 말에 따라 움직이는 개가 되어있었다.하지만 그럼에도 걸림돌은 있기 마련이었다.[그런데 그 집에서 나 별로 안 좋아하는데.][그게 무슨 상관이야. 오재원이 너 아니면 죽는다는데.][네가 오씨 집안 사람이 돼서 고모 도와주면 고모부도 이런 일로 이혼하자고 하지는 못할걸.][그리고 정말 백만 번 양보해서 이혼한다고 해도 넌 오씨 집안 사람이니까 당당하게 네 동생 만나러 갈 수 있는 거잖아

  • 위태로운 제안   제1354화

    “...”최동철이 생각보다 쉽게 동의하자 최국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경계했다.“나중에 말 바꾸지 마.”“당연하죠. 설윤 씨 배속에... 제 동생이 있는 건데.”“다른 하실 말씀 없으시면 전 먼저 나가볼게요.”웃으며 방을 나선 최동철은 문을 닫자마자 미소를 싹 지웠다.이어서 그가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넓은 복도에 울려 퍼졌다.임가희도 없는 거실을 지나 최동철은 밖으로 나갔다.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차에 탄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특유의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설윤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봐.”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대답에 핸드폰을 내려놓을 때 어두운 상사의 표정에 안절부절못하던 기사가 조심스레 물어왔다.“저택으로 모실까요 대표님?”“네.”...최씨 집안 방.임연지는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채로 임가희를 향해 짜증을 부렸다.“고모, 진짜 그년 집에 들일 거예요?”“응.”“하지만!”이미 모든 걸 받아들인 임가희는 체념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임연지는 그 더러운 내연녀의 얼굴을 집안에서까지 보고 싶지는 않았다.파렴치하게 최씨 집안에 들어오는 것도 모자라서 자신의 고모가 상간녀가 남편의 자식을 낳는 것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더 이상 방법이 없어 연지야.”“일을 좀 더 철저하게 못 한 내 잘못이지. 내가 설윤 그 년한테 도망갈 기회를 준 거야.”임연지는 한숨만 푹푹 내쉬는 고모를 보며 조급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그 여자가 집으로 들어오면 너도 괜히 시비 걸지 마.”짜증 난다는 듯 대충 대답하던 임연지는 갑자기 무슨 수가 떠오른 듯 눈을 반짝였다.“고모, 일단 집에 들이고 그다음에 다시 처리...”“아니, 난 이제 아무 짓도 안 할 거야.”임가희는 임연지의 말을 끊으며 단호하게 답했다.“그럼 진짜 그 년이 아이를 낳는 걸 지켜보겠다는 거예요?”“애 낳아봤자 재산 조금 받는 것뿐이야. 그런데 난 이혼하면 아무것도 못 가지는 거잖아.”아직 어린 동림이를 두고 이혼한다면 최씨 집

  • 위태로운 제안   제1353화

    최동철은 차분한 표정으로 무릎에 올린 손가락을 움직였다.“네. 얼마 전에 경주 떴다고 알고 있습니다.”‘어디 보기만 했을까, 잠도 잤는데.’“가희가 연지 데리고 사과하러 갔는데 설윤이 거절하고 가희를 다치게 했대. 그리고 그 책임을 물을까 봐 도망갔다던데 그때는 가희 몸에 상처도 나 있어서 그 말을 믿었거든.”여기까지는 최동철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그래서...”“그런데 오늘 설윤이가 초라한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난 거야. 알아보니까 설윤이 임신 사실을 가희가 받아들이지 못해서 내쫓은 거더라고.”최국환의 말을 듣다 보니 혼란스러워진 최동철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설윤... 설윤 씨가 혼자 경주로 돌아왔다고요?”임가희한테 쫓겨나기 전에 임신을 했다는 것 못지않게 다움시에서 그녀를 한 번도 보지 못한 것도 놀라웠다.하지만 최국환은 설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최동철의 표정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고 말을 이어나갔다.“응... 회사 주위를 맴돌다가 직원한테 발견된 거야. 울면서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알려주는데 얼마나 짠하던지. 애도 유산될뻔했대.”그 말에 최동철은 입꼬리를 올렸다.돌아오기 전에 최동철이 같이 가겠냐고 물었을 때도 거절하던 설윤이었다.다움시에서 다른 사람의 신분으로 인터넷쇼핑까지 하던 사람이 힘들게 살았다니.최동철도 떠나기 전 설윤에게 몇억을 주고 왔었는데 수중에 돈이 남으면 남았지 모자랄 리는 없었을 것이다.자신의 제안을 거절하고 노인네에게 달라붙은 것도, 아이를 잃을뻔했다는 거짓말을 하는 것도 모두 우스워서 최동철은 냉소를 흘렸다.매일 밤 잠자리를 가질 때는 신경도 안 쓰던 아이가 갑자기 아쉬워진 건가.아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낯부끄러웠던 최국환은 그만 말을 멈추었다.“가희가 잘못했다고 하면서 설윤이 다시 데려오겠대. 아이 낳을 때까지 잘 보살펴주겠다고 해서 나도 동의했고.”이익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재벌가에서 첩을 들이는 건 그리 큰일이 아니었다.어떤 본처는 첩을 데리고 쇼핑도 하면서 아이

  • 위태로운 제안   제1352화

    최동철은 사색에 잠긴 듯 한동안 임가희를 바라보았다.빨갛게 부어오른 눈과 눈물이 말라붙은 볼 때문에 사람이 유독 초췌해 보였다.설윤을 쫓아낸 일이 들통난 건지 임가희는 최국환 앞에서 고개도 못 들고 있었다.“넌 서재로 가 있어.”“... 제가 들으면 안 될 얘기라도 하시게요?”최동철이 못마땅하다는 듯 말하자 최국환의 눈치를 보던 임가희는 이내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불안한 마음을 감추려는 듯 옷자락을 꼭 쥐는 임가희와 똥 씹은 표정을 짓고 있는 최국환을 번갈아 보던 최동철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전 서재에 가 있을게요.”최동철이 계단을 올라가는 소리가 온 거실을 가득 채웠다.천장에 달린 샹들리에가 은은한 빛을 내며 집안의 장식들을 더욱 화려하게 빛냈지만 그럼에도 어두운 분위기는 감춰지지 않았다.최동철을 올려보낸 최국환은 금세 표정을 굳히더니 임가희를 보며 말했다.“당신 입으로 뱉은 말 지켜. 당장 다시 데려와서 치료부터 음식까지 당신이 다 책임져. 가희야, 넌 똑똑하니까 알 거야. 설윤이랑 걔 배 속의 아이가 잘못되면 어떻게 되는지.”임가희는 고분고분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알겠어요. 설윤 씨 아이 낳을 때까지 내가 잘 보살필게요.”설윤이 도망가버린 뒤로 임가희는 겉으로는 평온한 척했지만 사실 매일 밤을 불안 속에서 지새우고 있었다.사람을 시켜 알아보던 설윤의 행적을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됐을 때는 그 불안이 가시가 되어 그녀의 마음을 찌르고 할퀴었었다.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경계심을 내려놓고 있었는데 하필 이때 최국환이 모든 걸 알게 된 것이다.모든 거리의 CCTV, 간하림을 포함한 직원들의 증언 그리고 설윤의 임신 검사결과보고서까지 수많은 증거를 들이미니 임가희도 차마 변명을 할 수가 없었다.최국환 앞에서는 설윤의 존재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너그러운 본처 연기를 하며 임연지 더러 사과까지 하게 하고 선물도 전해줬었는데 뒤에서 이런 모진 짓을 했다는 게 들켜버리는 고개를 들기도 힘들었다.임신 사실을 뻔히 알

  • 위태로운 제안   제1351화

    “알겠어요.” 부시아는 마지못해 대답했다.연도진은 부시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을 보자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아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병원 병실.연도진이 부시아를 데리고 도착했을 때 이엘리아는 저녁을 먹고 있었다.“오빠.” 이엘리아는 연도진 뒤에 서 있는 부시아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시아 왔구나. 엄마한테 와 봐.”부시아는 다가가서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삼촌이 말한 대로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들었는데 몸은 괜찮아요?”“천천히 회복 중이야.”“그렇군요.” 부시아는 고개를 돌려 연도진을 보며 기지개를 켰다. “삼촌, 저 하루 종일 비행기만 타고 있었더니 너무 피곤해요. 이제 집에 가요.”이엘리아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연도진은 이엘리아를 보고 조용히 말했다. “그럼 시아 데리고 먼저 갈게.”두 사람이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보던 이엘리아의 눈빛 속에는 어딘지 모를 음산한 기운이 스쳤다.경주. 밤이 깊어가며 화려한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거리에는 차들이 끊임없이 지나가고 네온사인 불빛이 창문에 비쳐 그 빛과 그림자가 뒤엉켰다.최동철은 하루의 바쁜 일정을 마친 뒤 차 뒷좌석에 앉아 피곤에 지쳐 좌석에 몸을 맡기며 눈을 감고 있었다.기사는 익숙하게 차를 시동 걸고 천천히 차들 사이로 움직였다.최동철은 이마를 문지르며 눈을 비비고 무심코 창밖을 훑어보다가 갑자기 익숙한 인물을 보았다그 인물은 바로 한 여인이었고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긴 머리를 풀어놓은 채 거리를 걷고 있었다.최동철은 본능적으로 몸을 바로 세운 뒤 그 방향을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그러나 그 여자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그는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너무 피곤해서 헛것을 본 걸까?’‘설윤 씨가 여기 있을 리 없잖아.’그는 다시 좌석에 기대며 눈을 감았다. 그럼에도 머릿속엔 설윤의 얼굴과 민박집에서 일어난 일들이 떠올랐다.다움시에서 돌아온 이후 두 사람은 더

  • 위태로운 제안   제1350화

    필라시 국제공항.공항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방송에서는 항공편 정보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왔다.연도진은 도착 대기 구역에서 사람들 속을 살피며 부승민과 부시아를 찾고 있었다.그는 잘 맞춘 짙은 색 정장을 입고 차분한 표정으로 가끔씩 시계를 확인하며 여유 있게 서 있었다.잠시 후, 부승민이 짐 수레를 밀고 통로를 지나 나오고 부시아는 짐 수레 위에 앉아 손에 봉제 인형을 안고 신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어린 소녀는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두 개의 작은 땋은 머리를 한 채로 발랄하고 귀여운 모습이었다.“삼촌!” 부시아는 멀리서 연도진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짐 수레에서 뛰어내리며 작은 발걸음으로 달려왔다.연도진은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벌려 아이를 맞아 안았다. 드물게 부드러운 미소가 얼굴에 떠올랐다. “시아야, 돌아온 거 환영해.”부시아는 연도진의 품에 안겨 목을 감싸며 맑고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 정말 보고 싶었어요.”부승민은 부시아를 보고 잠시 말없이 눈을 가늘게 뜨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녀석, 사람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네.’부시아는 혀를 내밀고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연도진은 부드럽게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도 너 정말 보고 싶었어. 이번에 삼촌이랑 많이 놀자.”부승민은 짐 수레를 밀고 다가오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연도진 씨, 오랜만입니다.” 연도진은 일어난 후 부승민과 악수를 나누며 차분하면서도 예의를 갖춘 목소리로 말했다. “부 대표님, 시아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별 말씀을요.” 연도진은 눈길을 부시아에게 돌리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물었다. “시아야, 피곤하지 않아?” 부시아는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안 피곤해요. 비행기에서 만화도 보고 잠도 자고 왔어요.” 연도진은 미소를 지으며 곧바로 부승민에게 말했다. “이엘리아가 며칠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아직 병원에 있어요. 시아를 데리고 이엘리아를 보러 갈 생각인데 같이 가실래요? 그

  • 위태로운 제안   제1349화

    이엘리아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무심한 듯 말했다. “엘리샤, 우리 집에서 일한 지 얼마나 됐지?” 엘리샤는 잠시 생각하더니 조용히 대답했다. “벌써 6년이 되었어요. 아가씨.” “6년이라...”이엘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감탄했다. “시간 참 빠르네. 처음 왔을 때는 수줍음 많던 소녀였는데 이제는 제법 어른스러워졌구나.” 엘리샤는 감사의 마음이 묻어나는 미소를 지었다. “과찬이십니다. 아가씨.” “고마워할 것까진 없어. 넌 요 며칠 동안 날 성심껏 돌봐줬잖아. 그 보답으로 네게 아파트 한 채를 선물하려고 해.” 엘리샤는 순간 귀를 의심한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정... 정말인가요?” “물론이지. 아치 거리 쪽에 있는 곳이야. 내가 아직 병원에 있어서 당장 처리하긴 어렵지만 퇴원하면 함께 소유권 이전을 하러 가자.” 이엘리아는 엘리샤의 놀란 표정을 보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게 흘러나왔지만 그 속에는 의심의 여지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너는 우리 집을 위해 정말 많은 걸 해줬어. 이건 당연히 네가 받을 자격이 있는 보상이야.” 엘리샤는 감정이 북받쳐 올라 목소리가 떨리며 말했다. “아가씨... 너무 과분한 선물이에요. 어떻게 받아야 할지...”이엘리아는 부드럽게 손을 흔들며 안심시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담 갖지 마. 내겐 그저 작은 선물일 뿐이지만 네겐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잖아. 난 늘 너한테 감사하고 있었어.” 엘리샤는 두 손을 꼭 모으며 감정이 북받친 듯 말했다. “아가씨,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일해서 아가씨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이엘리아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넌 똑똑한 아이야. 난 항상 널 높이 평가해왔어. 앞으로도 내 곁에서 충성심을 잃지 않는다면 더 큰 보상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엘리샤는 감동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가씨, 평생 윌슨 가문을 위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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