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92화

Author: 고운
부광훈은 그제야 부승호가 회사를 위해 이렇게 한 것임을 알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다수 주식이 김정숙의 손에 있으니 앞으로 다시 한번 나눠야 할 것이다.

부승민은 회사를 위해 많은 일을 했으니 주식을 더 갖는 것도 정상이었다.

주주들은 잠깐 놀라더니 이내 이 현실을 받아들였다.

부광훈은 자기 프랜차이즈 가게를 운영하느라 바쁘고 회사의 운영에 대해 잘 모르기에 주주들은 그를 회장감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부선월도 해외에서 살면서 회사 일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항상 연구실에만 붙어있는 부현승에게는 주식이 없다.

김정숙은 회사 경영을 잘 모른다.

결국 회장 자리에 어울리는 건 부승민뿐이었다.

다만 동생이 회장을 하고, 형이 대표를 하는 것이 조금 이상하긴 했다.

고승범 이사의 표정은 점점 굳어만 갔다.

그가 부승민을 파면시킨 것은 부승호가 오래 살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승호가 이리도 갑자기 사망할 줄은 몰랐다.

그래도 고승범도 부승민이 회장을 맡아야 여러 주주의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승범은 부민재를 힐끔 쳐다보았다.

시선을 내리깔고 있는 부민재는 차가운 표정으로 깊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부승호가 죽기 전에 이런 유서를 남겨 부승민을 회장 자리로 떠민 것은, 대표가 바뀐 것에 대한 불만이고 부민재에 대한 불만이다. 만약 회장이 일부러 그의 발목을 잡는다면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다만 똑같은 부승호의 손자로서, 부민재도 회사의 임원이었고 많은 프로젝트를 담당해 왔으며 실수를 한 적도 없는데, 왜 부승호는 부승민만 예뻐하는 것일까?

아니면 부민재가 부승호의 심기를 거스를만한 행동은 한 것인가?

부승민이 마침 별장에 돌아왔을 때, 연민우가 주주총회의 결과를 부승민한테 전달했다.

온하랑은 이미 밥을 먹고 있었다.

부승민은 그제야 한숨을 돌리고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2층 발코니에 선 부승민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 후 깊이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희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부승민은 이런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위태로운 제안   제293화

    “보고 싶지, 당연히. 삼촌은 지금 집에 있어.”부승민은 핸드폰을 돌려 주변을 보여주었다.“흥, 안 믿어요! 이제는 아내가 있으면서, 내가 보고 싶을 리가 없잖아요!”그렇게 말하면서 부시아가 부승민의 뒤를 훑어보았다.“삼촌, 숙모는요?”부승민은 그대로 굳어버린 채, 얘기했다.“아파서 병원에 있어.”부시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네? 주사 맞으면 아픈데... 시아는 주사가 제일 무서운데... 숙모는 언제 돌아와요?”“며칠 있다가.”“삼촌, 숙모가 주사 다 맞으면 꼭 케이크 사줘야 해요. 케이크 먹으면 안 아프거든요.”부승민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알겠어. 삼촌이 꼭 숙모한테 케이크를 사줄게.”부선월이 핸드폰을 가져가더니 시아한테 얘기했다.“시아야, 가서 숙제하자.”로스앤제리너스의 시간은 한국 시간보다 17시간 정도 느렸다. 강남이 점심 12시가 거의 되고 있으니 로스엔제리너스는 전날 저녁일 것이다. 부시아는 저녁을 먹자마자 부승민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그 말을 들은 부시아는 입술을 비죽 내밀고 얘기했다.“삼촌이랑 얘기하고 싶은데...”부선월은 부시아가 숙제를 하기 싫어서 이런다는 것을 알았다.“숙제 안 하면 케이크는 없어.”부시아의 얼굴에 머뭇거림이 드러났다. 삼촌과 케이크 중, 부시아는 결국 케이크를 선택했다. 부시아는 입술을 꽉 깨물고 부승민을 보면서 손을 흔들었다.“삼촌, 난 숙제하러 갈 거예요. 바이바이. 쪽!”“그래, 공부하러 가. 나중에 시간 있으면 보러 갈게.”어느새 부선월만 남았다.그녀는 부승민의 얼굴을 보면서 물었다.“요즘 제대로 쉬지 못한 거야? 얼굴이 초췌해 보이는데.”“네.”부승민은 담담하게 대답하면서 담배를 피웠다.“너 언제부터 담배를 피운 거야?”부선월이 깜짝 놀랐다.“최근에요.”“주주총회 결과는 알아? 할아버지는 여전히 널 사랑하셔.”부승민은 시선을 내리깔고 말했다.“알아요. 그래서 할아버지한테 미안하죠.”“미안할 게 뭐가 있어? 할아버지도 죽기 전에 알게

  • 위태로운 제안   제294화

    뒷좌석에서는 두 사람이 내렸는데 한 명은 고승범 이사였고 다른 한 명은 기성윤 이사였다.부승민은 두 사람을 내쫓지 않고 서재로 들여 차를 내어주었다.간단히 대화를 나누다가 고승범이 먼저 주주총회 얘기를 꺼냈다.부승민은 표정 변화 없이 그 얘기를 들으며 우아한 동작으로 두 이사한테 차를 내어주었다. 그리고 잠시 BX그룹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완곡하게 밝혔다.이유는 두 가지였다.하나는 할아버지의 사망과 아내의 유산이 그한테 큰 충격이었기에 잠시동안 안정을 취해야 했다. 그러니 회사의 일을 맡을 여유가 없었다.둘째는 이사회와 이념이 다르다는 것이다. 게다가 부민재가 지금 대표직을 맡고 있으니, 부승민은 그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고승범과 기성윤은 서로 마주 보다가 차를 마시고 어쩔 수 없이 돌아갔다.하지만 회장 자리가 공석인 날이 늘어갈수록 주주들은 심란해할 것이다.이후 기성윤 이사가 두 번 더 왔지만 결국 같은 결말이었다.온하랑은 병원에 5일 동안 입원해 있었다. 다섯 번째 날, 김시연이 병원으로 찾아왔다.김시연은 온하랑한테 위로의 말을 건넸다.“아이가 없다고 해서 모든 희망을 버리지 마요. 아이는 그저 우리 인생의 일부분이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니까요. 가족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인생에 큰 영향을 주는 건 확실하지만 우리의 생활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은 본인이에요.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사는 게 아닌, 본인을 위해서 사는 거니까요. 행복하게 살아야 죽어서도 편히 눈 감을 수 있어요.”김시연의 부모님이 그녀를 그렇게 가르쳐왔다.김시연은 자기가 꽤 좋은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개방적인 부모를 만난 것에 감사해했다.하지만 김시연은 그녀와 온하랑은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고 성격도 다르다는 것도 알았다.온하랑의 어린 시절을 보면 그녀가 가족에 대해 남다른 애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래서 김시연은 온하랑이 자기 말을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러고 보니 부승민 씨와 언제 이혼할지 결정했어요?”온하랑이 대답했다.

  • 위태로운 제안   제295화

    온하랑이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어요.”“그럼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생각해 봐요. 이혼하면 일단 같이 여행이라도 하면서 기분 전환해요.”“같이요?”“네.”김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얘기했다.“같이요. 나랑 하랑 씨랑. 주현 씨도 시간 되는지 물어볼게요.”온하랑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혼 후에 뭘 해야 할지 몰라 그대로 대답했다.“네.”“그럼 돌아가서 계획 짜고 있을게요. 겨울에 어디로 여행 가면 좋을지 한 번 보자고요.”...여섯 번째 날, 온하랑은 집으로 돌아와 몸이 회복될 때까지 쉬었다. 아주머니는 온하랑을 극진히 챙겨주었다.부승민은 여전히 별장에서 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마주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장 가깝게 지내던 부부가 지금은 아무 말도 나누지 않는 사이가 되었다.부승민은 온하랑 앞에 나타나는 일이 점점 드물어졌다.온하랑은 침실 발코니에 앉아 햇볕을 쬐는 것을 즐겼다. 가끔 하루 종일 햇볕을 쬐기도 했다.겨울의 태양은 따갑지 않고 따스해서 아주 편했다.저녁에 돌아온 부승민은 온하랑이 발코니에 앉아 먼 곳을 쳐다보는 것을 보고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았다.아이가 사라진 후, 온하랑은 말을 아끼게 되었다.이튿날 아침, 온하랑은 동물의 울음소리에 깨어났다. 그 울음소리는 고양이인지 강아지인지도 모를 울음소리였다.침대에서 일어난 온하랑이 문을 열자 금색과 흰색 털을 가진 새끼 고양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배고픔에 울고 있었다.마음이 약해진 온하랑은 고양이를 데리고 먹을 것을 찾으려고 했지만 고양이는 그 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 않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어쩔 수 없이 걸어가 새끼 고양이를 안고 가려는데 마침 주방에서 나오는 도우미가 보였다.“아주머니, 고양이 사료는 어디 있어요?”온하랑은 부승민이 고양이를 데리고 온 걸 바로 알아차렸다. 준비성이 철저한 부승민이니 사료도 가져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사모님, 왜 일어나셨어요?”“전 괜찮아요. 고양이가 배고파하는 것 같아요.”“어머? 어디서

  • 위태로운 제안   제296화

    늦은 밤.침실의 문이 약간 열렸다.술 냄새가 약간 나는 부승민은 조용하게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침대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야옹.”온하랑의 작은 룸메이트가 그를 발견하고 소리를 내었다.“쉿.”부승민은 준비한 참치 캔을 온하랑 룸메이트 옆에 놓아주었다.그는 코를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더니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부승민은 송이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침대 옆으로 왔다.달빛 아래 온하랑은 깊은 잠에 들어 편하게 자고 있었다.부승민은 그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침대 곁에 앉은 그는 깃털로 온하랑의 얼굴을 어루만지듯 조심스레 그녀의 얼굴을 매만졌다.오직 이 시간에야 온하랑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차갑고 증오스러운 눈길을 피할 수 있다.부승민은 그녀의 차가운 시선이 두려웠다.사업을 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부승민도, 항상 자신 있고 여유로운 부승민도 두려워하는 것이 있었다.예전의 그는 이런 말을 들으면 신경 쓰지도 않고 웃어넘길 것이다.하지만 자기 마음을 깨달은 그 순간, 그제야 깨달았다. 온하랑을 향한 미련의 끈이 그의 온몸을 묶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두 사람은 담담하게 2년의 결혼 생활을 이어왔다. 또한 이 침대에서 서로 뒹굴기도 했다. 도우미의 눈에는 잉꼬부부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그는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다.모두 예전의 그가 너무 자만했던 것이다.부승민은 온하랑이 자기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았다.영운사에서 돌아오면, 온하랑은 더 이상 부승민의 아내가 아니다.두 사람은 이제 아무 관계도 아니다.이혼하면 그녀는 아마 이주혁과 함께할 것이다.그 생각에 부승민은 이주혁을 향한 질투심이 활활 타올라 죽을 것만 같았다.부승민의 시선은 온하랑의 붉은 입술에 머물렀다. 눈빛이 어두워진 그는 그대로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부드럽고 따스하고 달콤했다. 예전의 추억에 빠진 그는 하마터면 헤어 나오지 못할 뻔했다.이 키스도 이젠 마지막이다.부승민은 눈을 감고 마지막 일탈을 했다.얼마 지나 고

  • 위태로운 제안   제297화

    온하랑은 유골함을 꼭 안고 차에서 내렸다.부승민이 미리 얘기를 해두었기에 승려 한 명이 나와 그들을 데리고 뒤에 있는 절로 데리고 갔다. 고개를 든 온하랑은 절에 적힌 글자를 발견했다.[전생당]들어가자 한쪽 벽에 선반이 있었고 그 위에는 유골함이 놓여 있었다.전생당은 유골함의 위치에도 규칙이 있었다.보통 시민의 유골은 1층에 안치되고 도를 닦는 승려들의 유골은 2층, 그리고 낙태된 아기의 유골은 3층에 안치된다. 다른 곳에는 또 덕을 쌓은 스님들의 유골을 안치하는 곳도 있었다.승려의 인도하에 온하랑은 직접 유골함을 선반에 넣고 자물쇠를 잠갔다.그리고 승려는 그들을 데리고 서쪽에 있는 전생절에 갔다.전생전으로 가는 길에는 높은 계단이 수두룩했다.계단은 모두 81개였는데 모두 81개의 고난을 뜻한다. 그래서 그 고난을 모두 이겨내야만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기도 했다.부승민은 온하랑의 손을 잡고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와 함께 계단을 올랐다.절에서는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을 모시고 있었다.온하랑은 승려를 따라 벽을 넘어갔다. 그러자 벽 뒤에 있는 노란색 패쪽들이 보였다.승려는 온하랑에게 설명했다.“이 패쪽은 우리 불교인에게 있어서는 극락으로 가는 통행증입니다. 노란 패쪽은 죽은 자의 영혼을 위한 것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을 위해 패쪽을 세워주어 죽은 자의 영혼을 달래주는 것이죠. 아이의 영혼을 위해 패쪽을 세워 오랜 기간 덕을 쌓게 하면 빠르게 극락으로 갈 수 있습니다. 또한 부모님의 문제도 풀려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그럼 아이를 위해 패쪽을 하나 세울까?”의문형이지만 부승민의 말투에서는 단호함이 엿보였다.“응.”온하랑은 고개를 끄덕였다.“패쪽에는 패쪽 주인의 이름이 있어야 하니 두 분께서 이름을 지어주세요.”승려가 얘기했다.그러자 부승민과 온하랑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부승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네가 지어.”온하랑은 절에서 향 냄새를 맡으며 얘기했다.“원녕이라고 하자.

  • 위태로운 제안   제298화

    절에서 나오자 차가운 바람에 하얀 눈송이가 섞여 불어왔다.눈이 내리고 있었다.온하랑은 하늘을 쳐다보았다.부승민은 온하랑을 보면서 물었다.“지금 돌아갈래?”온하랑은 날씨를 봤다. 눈은 점점 더 크게 내릴 것이다. 이 상황에서 고속도로로 돌아가는 건 위험하다.“여기서 하룻밤 묵고 내일 눈이 그치면 가자.”“그래.”부승민은 자기 코트를 온하랑 어깨에 걸쳐주었다. 온하랑이 거절하려고 하는데 부승민이 얘기했다.“몸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조심해야지.”“고마워.”“고마워할 필요 없어.”원래는 아내라서 고마워할 필요 없다고 얘기하려고 했다.다만 그 말은 꺼낼 수 없었다.결혼한 3년 동안, 그는 온하랑을 여보나 아내라고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아주 많았다.하지만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이제는 그럴 기회도 없을 것이다.부승민은 이 눈이 영원히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그렇다면 두 사람은 영원히 여기에 머무를 수 있고 그녀에게 아픈 기억만 남겼던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이혼하지 않아도 된다.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저 부승민의 바램일 뿐이었다.눈은 저녁에 멈추었다.이튿날, 그들은 강남으로 돌아갔다.고속도로에서 내릴 때, 온하랑이 얘기했다.“돌아가서 필요한 서류 챙겨서 동사무소로 가자.”온하랑은 시계를 확인하면서 얘기했다.“아직 한 시간 있으니까 시간이 될 거야.”그녀의 마음은 진작 알고 있었지만 이 말을 들으니 부승민은 저도 모르게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마치 무거운 바위가 그의 심장을 꾹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답답하기도 했다.부승민의 심정은 마치 밖의 날씨처럼 차갑고 처량했다.그는 손가락 마디가 하얘질 정도로 두 손으로 핸들을 꽉 잡았다. 목에는 마치 모래가 가득 찬 것처럼 꽉 막히고 아팠다.“그래.”별장에 도착한 두 사람은 필요한 서류들을 챙기고 차에 다시 탔다.부승민은 천천히 운전해서 동사무소로 갔다.차는 조용하기 그지없었다.창밖의 풍경을 쳐다보다 보니 3년간의 추억이 파노라

  • 위태로운 제안   제299화

    “날 기다리려고?”부승민은 원래 온하랑을 집까지 데려다주려고 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는 시간과 동사무소로 가는 시간이 비슷하기에 잘못하면 거짓말이라는 것을 들킬 수도 있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응. 어차피 난 아무 일도 없으니까.”“그래.”부승민의 목울대가 약간 움직였다. 온하랑이 굳게 마음을 먹고 이혼하려는 것을 본 부승민은 마음이 씁쓸해졌다.분명 이혼하자고 얘기한 건 부승민이었지만 지금은 너무 후회되었다.부승민은 온하랑을 BX그룹 맞은 편의 카페에 데려다주고 얘기했다.“곧 점심인데 나랑 회사 휴게실로 가서 잠깐 쉴래?”온하랑이 고개를 저었다.“아니. 난 이미 사직했는데 또 회사에 나타나면 좋을 게 없어.”그 말을 들은 부승민의 눈이 어두워졌다. 곧 눈물을 떨어뜨릴 것만 같았다.두 사람의 관계를 이미 공개했지만, 온하랑은 부승민과 함께 회사에서 모습을 드러내길 꺼려한다.부승민은 예전이 그리웠다.예전처럼 아침에 같이 조깅하고 같이 아침을 먹고 같이 회사에 와서 출근하는 것 말이다.“알겠어.”부승민은 온하랑에게 커피와 디저트를 사주고 온하랑을 보더니 미련 가득한 표정으로 떠났다.온하랑은 카페의 구석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반 시간쯤 지났을까. 배달 기사가 음식을 들고 카페 앞에 나타나 물었다.“누가 온하랑이에요? 남편이 시킨 배달이에요.”카페 안의 고객들이 입구에 선 배달 기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또 카페 안을 둘러보며 온하랑이라는 여자를 찾고 있었다.그 말을 들은 온하랑은 얼른 나가서 배달을 가졌다.“저예요. 감사합니다.”배달 기사는 온하랑을 쳐다보았다. 전화로 들은 사람과 인상착의가 비슷한 것을 확인한 그는 음식을 온하랑에게 전해주었다.“식사 잘하세요.”온하랑은 다시 자리로 돌아와 음식 포장을 뜯었다.온하랑은 부승민과 함께 회사에서 점심을 먹는 일이 많았기에 부승민은 그녀의 입맛에 대해 잘 알았다. 이번에 사 온 것은 그녀가 좋아하는 볶음 요리였다.고객들은 온하랑이 자리로 돌아가자

  • 위태로운 제안   제300화

    온하랑은 제대로 듣지 못하고 그저 부승민이 술에 취해 잠꼬대한다고 생각했다.손목을 잡은 그의 손을 풀어내려고 했지만 부승민은 더욱 세게 온하랑의 손목을 잡았다.온하랑은 손을 뻗어 부승민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떼어내려고 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부승민이 또 가볍게 속삭였다.“하랑아, 사랑해.”온하랑은 온몸이 그대로 굳어 하려던 동작도 멈춘 채 서 있었다. 환청인 줄 알고 천천히 부승민에게로 몸을 숙여 물었다.“뭐라고?”“사랑해, 하랑아. 제발 날 떠나지 마.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 널 더 사랑하고 아낄게. 제발 날 떠나지 마...”부승민은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사람인지 다시금 깨달았다.차갑게 조소하는 온하랑의 시선이 두려워 이런 방법으로 온하랑에게 비는 것이었다.온하랑은 그 말을 들으면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어쩌면 부승민이 잠결에 사람을 착각했을지도 모른다.그에게 잘못이 없다고 해도, 그가 이혼하기 싫다고 해도, 지금 이 행동은 그저 죄책감 때문일 것이다.그렇게 많은 고생을 하고 처참한 대가를 치렀으니, 온하랑은 더 이상 부승민과 함께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온하랑은 계속해서 부승민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떼어냈다.온하랑이 떠나려고 하자 부승민은 속으로 실망하고 절망했다.그의 고백을 듣고도 온하랑은 아무 반응이 없다.결국은 붙잡지 못할 인연인 것이다.감정이 파도처럼 치고 올라왔다.아니, 그는 아직 온하랑을 놓을 수가 없었다.부승민은 온하랑의 손목을 잡은 채 힘을 줘서 끌어당겼다. 놀란 온하랑은 비명을 지르면서 그의 몸 위로 넘어졌다.부승민이 몸을 돌려 온하랑을 자기 아래에 깔고 정확히 입술을 향해 키스를 퍼부었다.부드럽고 달콤한 그 입술에 부승민은 점점 빠져드는 기분이었다.“읏...”두 사람 사이에 독한 술 냄새가 퍼졌다. 온하랑은 숨을 꾹 참고 두 팔을 가슴 앞에 교차한 채 열심히 그의 어깨를 밀어냈다. 그리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부승민의 입술을 피하기도 했다.“부승민... 이거 놔...”부승민의 가슴은 마

Latest chapter

  • 위태로운 제안   제1312화

    반죽을 열심히 다루는 메이슨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온하랑의 마음속에서 복잡한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부승민의 말에 그녀는 마치 큰 바위에 가슴을 짓눌린 듯 숨이 막혔다.‘메이슨이 친자가 아니라면 최동철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최동철은 어떻게 먼저 메이슨을 찾아서 그의 존재를 알렸을까? 그러면 진짜 아이는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그녀는 메이슨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지 못하도록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엄마, 이것 보세요. 곰돌이 같아요?”메이슨은 갓 눌러놓은 곰돌이 쿠키 틀을 들어 올리며 순진한 미소를 지었다.온하랑은 웃으면서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곰돌이와 똑같아. 참 잘했어, 메이슨.”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 메이슨은 머리를 숙여 계속 쿠키를 만들었다.그러나 온하랑은 더 이상 집중할 수가 없었다.부승민이 그녀 몰래 핸드폰 설정을 변경했을 당시 그 남자는 서우현의 핸드폰을 훔쳐 그녀에게 모든 것을 알렸다.비록 그가 말한 것이 모두 진실이었으나 그의 등장은 여전히 수상했다.‘예를 들어 그는 누구일까? 왜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왜 이제야 모든 진실을 알려주는 것일까?’심호흡을 한 그녀는 잠시 마음속의 의심을 가라앉혔다.그동안 함께 지내면서 온하랑은 그 남자가 메이슨이 겪었던 일에 대하여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확신했다.불쌍하고 죄가 없는 어린 메이슨은 복잡한 어른들의 세계에 휘말리지 말아야 했다.정신을 차린 온하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괜찮아, 아빠가 돌아오시면 네가 만든 쿠키를 보고 기뻐하실 거야.”그녀는 멈칫했다.“메이슨, 먼저 천천히 쿠키를 만들고 있어. 엄마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위층에 다녀올게.”“네.”메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태연하게 위층으로 올라와 방문을 닫자 온하랑의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이메일을 열고 망설이던 그녀는 결국 부승민이 보낸 동영상을 클릭했다.영상 속 심문실에는 마른 얼굴에 몇 군데가 찢어지고 피로 얼룩진 옷을 입고 있는 젊은 남자가 의자

  • 위태로운 제안   제1311화

    온하랑은 쪼그리고 앉아 메이슨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메이슨은 경주에 집이 있기에 낯선 강남시에 가고 싶지 않은 거잖아? 마찬가지로 엄마에게도 이곳은 낯선 곳이야, 엄마의 집은 강남시에 있어.”슬퍼하는 메이슨을 온하랑은 계속 달래주었다.“앞으로 엄마가 메이슨 보러 자주 올게. 메이슨도 엄마가 보고 싶으면 강남시에 찾아와도 돼.”그녀가 조산을 앞두고 있을 당시 부승민이 보낸 사람들이 한발 늦은 탓에 먼저 메이슨을 데려간 최동철이 각종 절차를 밟아 양육권을 가졌고 그 사이 메이슨도 이미 이곳에 적응해 버렸다.최동철은 온갖 정성을 쏟아서 메이슨을 돌봤으며 마음이 예민하고 내성적이었던 그는생활환경을 자주 바꿀 수 없으므로 여기에 머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메이슨은 의기소침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온하랑은 그의 주의력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이모가 만들었던 쿠키를 기억해? 엄마가 메이슨이 도움이 필요한데 함께 만들 수 있을까? 아빠가 돌아오시면 메이슨의 솜씨가 어떤지 맛보라고 하자.”기분이 언짢았던 메이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쿠키를 만들기 시작하자 곰돌이 모양의 틀로 반죽을 찍던 그는 천천히 빠져들기 시작했다.쿠키를 만들던 중 온하랑은 부승민의 전화를 받았다.그가 물었다.“출발했어?”“아니, 깜빡했어. 아까 최 회장님 다녀가셨는데 동철 오빠의 소식이 있다고 하셨어.이틀 더 머물다 그가 돌아오면 돌아갈게.”부승민은 몇 초간 침묵을 이어갔다.그가 기분이 언짢다고만 생각한 온하랑은 웃으면서 말했다.“며칠인데 못 기다리겠어?”“아니.”부승민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혹시 우현 씨 핸드폰을 훔쳤던 사람을 기억하고 있어?”“응, 기억해.”바로 서우현이 그 남자를 찾았고 그의 입에서 메이슨의 신분을 알게 되었다.온하랑은 식탁에서 쿠키를 열심히 만들고 있는 메이슨을 바라보았다.“그가 왜?”“줄곧 그가 나타난 것이 좀 이상하다고 의심하고 있었던 터라 사적으로 사람을 시켜 그를 찾으라고 했는데 며칠 전 그를 찾아서 잡고 심문하니 진

  • 위태로운 제안   제1310화

    최국환의 말을 들은 온하랑은 멈칫했다.“최 회장님, 약속드릴 수 없습니다. 메이슨은 상황이 특별하기에 반드시 진심으로 그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가족이 옆에서 보살펴 주어야 합니다.”‘동철 씨와 줄곧 사이가 좋지 않았던 최 회장님은 정성껏 메이슨을 보살필 수 있을까?’게다가 최씨 가문에는 임가희가 있기 때문에 온하랑은 그녀가 메이슨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최동림의 후계자 계승을 위하여 걸림돌인 그를 해칠 수 있다고 예측했다.메이슨은 최동림보다 두세 살 어렸다.“동철이가 현재 실종되었기에 나의 손자인 메이슨을 내가 반드시 잘 돌볼 거야. 이미 결정된 일이야. 하랑이 너랑 상의하려고 온 거 아니야.”최국환의 목소리는 무거웠다.온하랑이 엄마라는 점을 고려해 그가 직접 온 것이었다. 아니면 경호원더러 메이슨을 데려오라고 했을 것이다.온하랑은 최국환이 끝까지 막으면 그와 메이슨은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렇다면 최 회장님께서 메이슨을 위하여 저의 몇 가지 조건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말해봐.”“첫째, 제가 떠난 후 메이슨을 최씨 가문에 데려가서 아줌마와 미아 선생님이 계속 돌보게 해주세요. 최 회장님께서는 매일 시간을 내셔서 메이슨의 학습 상황을 물어봐 주세요.”온하랑이 없는 상황에서 최국환은 메이슨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언젠가 임가희는 메이슨의 존재를 알게 될 것이기에 최국환의 옆에 둔다면 그녀는 자신의 명성을 위해서 섣불리 나서지 못할 것이다.메이슨이 계속 별장에 머물면 아줌마와 미아 선생님은 권력과 힘이 없기에 마음대로 할 수가 없을 것이며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그를 노릴 기회를 줄 수 있다.온하랑의 말을 들은 최국환은 머리를 끄덕였다.그는 메이슨을 옆에 두고 잘 가르칠 생각이었다. 만약 좋은 후계자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고 반대로 그가 자질이 평범해도 최국환은 그를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잠시 후 최국환의 핸드폰이 울렸다.“잠깐만. 먼저 통화 좀 할게.”“네, 최 회장님. 편안한 대로 하세요.”통화 중

  • 위태로운 제안   제1309화

    설윤은 잠시 멈칫하더니 그를 바라보았다.“...네.”설윤의 쓸쓸한 모습을 본 최동철은 그녀에게 물었다.“함께 갈래요?”설윤은 돈을 좋아하기에 그도 그녀에게 많은 돈을 줄 수 있었다.그러나 설윤은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저 여기 더 있고 싶어요.”최동철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럼, 나중에는?”“나중에? 그때 다시 얘기해요.”설윤은 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저 혼자예요. 저만 신경 쓰면 돼요.”최동철은 평온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최동철이 떠난 후 자신을 구해준 설윤에게 보답의 의미로 많은 금액의 돈을 송금해 주었다....회사에 처리할 일이 많았던 부승민은 첨단 연구소에서 스카우트한 사람들과 함께 강남시로 돌아갔다.경주에 며칠 더 머무른 온하랑은 여전히 최동철의 소식을 들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최동철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오랫동안 경주에 머물렀던 온하랑은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 메이슨을 데리고 강남시로 돌아가려고 했다.만약 최동철이 돌아온다면 온하랑은 메이슨을 다시 데려오면 되고 그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녀가 메이슨의 유일한 보호자이다.아줌마에게 메이슨의 짐을 정리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던 중 별장에 불청객이 찾아왔다.거실에서 아줌마가 짐 정리하는 것을 지켜보던 메이슨은 최국환이 사람을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바로 온하랑의 뒤로 숨어버렸다.“최 회장님, 어떻게 오셨어요?”최국환을 본 온하랑도 깜짝 놀랐다.“하랑아, 미리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와서 미안해.”최국환은 온하랑 뒤에 숨은 메이슨과 땅에 놓인 캐리어를 보고 물었다.“메이슨을 데리고 강남시로 돌아간다고?”그는 오래전부터 메이슨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네, 맞아요. 동철 오빠가 돌아오기 전에 제가 메이슨을 강남시로 데려가 돌보려고 해요.”온하랑이 대답했다.“승민이는 동의한 거야?”온하랑은 머리를 끄덕였다.“혹시 어떤 일로 찾아오셨어요?”그녀는 눈길로 아줌마에게 먼저 메이슨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

  • 위태로운 제안   제1308화

    “설윤 씨, 일어났어요?”최동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리에 따라 고개를 돌린 설윤은 최동철과 눈이 마주쳤다.최동철은 웃으면서 말했다.“일어났으면 와서 아침을 먹어요.”최동철은 이미 건조된 설윤의 옷을 가져왔다.“네.”설윤은 베갯머리에 두었던 핸드폰을 보고 열 시가 넘었음을 확인했다.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그녀는 이불로 가슴을 가리고 이불 밑에서 속옷을 찾아 천천히 입었다.최동철은 쓰레기통을 옆으로 걷어차고 설윤에게 칫솔 컵과 치약을 묻힌 칫솔을 건네주고는 그녀가 이를 닦은 후 따뜻한 수건도 건네주었다.서로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던 두 사람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누구도 어젯밤 일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았다.아침을 먹은 후 발목 찜질을 한 설윤은 이곳에서 며칠 더 머무를 수 있다는 생각에 쿠팡에서 옷을 구매하려고 했다. 집 앞까지 다음날 배송될 수가 있기에 아주 편리했다.옷을 몇 벌 고른 설윤은 소파에 앉아 있던 최동철을 보며 물었다.“최 대표님, 제가 쿠팡에서 옷을 구매하면 내일 도착하는데, 혹시 대표님도 필요하신가요?”조건이 우월한 최동철과 같은 귀공자는 사람을 시켜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었기에 온라인으로 쇼핑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그녀의 말을 들은 최동철은 머리를 끄덕였다.“갈아입을 옷 두 벌만 골라주세요, 부탁드려요.”구체적인 요구는 없었다.“네, 알았어요.”머리를 끄덕인 설윤은 남성 의상을 검색하며 물었다.“사이즈는 얼마 입어요?”“신장은 185, 몸무게는 75킬로로예요.”“네.”설윤은 최동철이 말한 사이즈에 따라 내의 한 벌과 니트 및 팬티 두 벌을 고르고는 그에게 말해주었다.최동철은 설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말을 마친 후 방안은 조용하기만 했다.오후쯤 부하의 전화를 받은 최동철은 통화 중 계획 하나를 언급했으나 설윤은 이해하지 못했고 자신과 관련이 없기에 신경 쓰지도 않았다.저녁이 되자 설윤은 샤워 후 침대에 누웠다.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 그녀는 최동철이 그의

  • 위태로운 제안   제1307화

    방안은 어두웠고 쥐죽은 듯 조용했으며 가끔 바깥 거리에서 들려오는 기적 소리만 들렸다.설윤이 네 번째로 몸을 뒤척일 때 옆에서 최동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잠이 안 와요?”낮고 유혹적인 목소리가 깊은 밤의 정적을 뚫고 그녀의 고막을 가볍게 두드렸다.“... 네, 동철 씨도 잠이 안 와요?”“네.”최동철은 낮은 소리로 대답했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실내는 다시 조용해졌고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집안의 난방이 너무 커서인지 설윤은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아 다치지 않은 발목으로 이불을 걷어차며 팔을 이불 밖으로 내밀었는데 조심하지 않고 최동철이 밖에 놓은 팔과 부딪혔다.피부가 닿는 순간 설윤은 재빨리 팔을 비켰으나 뜻밖에도 최동철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떠나지 못하게 했다.그의 손은 매우 컸다. 뜨거운 온도가 그녀의 몸에 닿는 순간 그 뜨거운 열기가 서서히 얼굴에 퍼지며 설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설윤은 머뭇거리다가 그의 손에서 손목을 빼려고 힘을 썼지만 실패했다.“뭐 하는 거예요?”“보통 운동 후에 몸이 피곤해서 잠이 잘 오는데, 한 번 시도해 보겠어요?”최동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둠 속에서 그의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설윤은 그의 차분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마치 아침에 무엇을 먹을지 묻는 것 같았다.몇 초 동안 머뭇거리다가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그 목소리는 깃털처럼 가벼워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았다.그녀의 대답은 마치 닫힌 문을 여는 열쇠처럼 들렸다. 최동철은 그녀의 팔을 풀어주었는데 그녀가 손을 거둘 때 신속히 이불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남자는 공격적인 기운을 풍기며 달려들어 순식간에 그녀를 덮쳤다.설윤은 저도 모르게 또 겁이 났다.그녀는 숨을 죽이고 손끝을 그의 가슴에 떨어뜨린 채 천천히 위로 거슬러 올라가 어깨에 놓았다.“... 몸에 상처가 있는데 그럼...”“조심할게요.”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두 눈이 마주쳤다.서로의 눈 밑에는 빛을 볼 수

  • 위태로운 제안   제1306화

    설윤이 차례로 밖에 씌워져 있는 랩과 붕대를 제거하니 몇 바늘 꿰맨 상처가 드러났다.그녀는 알코올로 주변을 부드럽게 닦은 후 다시 연고를 꺼내 면봉으로 고르게 발랐다.최동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드러난 옆모습은 매끄러운 얼굴 라인을 자랑했다. 아마 스무 살 어린 나이어서인지 볼에는 젖살이 있어 통통했고 피부는 희고 섬세해서 모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거즈를 몇 바퀴 두른 후 설윤은 나비 모양으로 매듭을 지었다.“다 됐어요.”“고마워요.”“별말씀을요.”설윤은 자신의 발목을 내려다보았다.“난 샤워하러 가고 싶어요. 욕실에 걸상 하나 놔줄 수 있어요?”최동철은 몸을 일으켜 동그란 걸상을 들고 화장실로 갔다. 다시 나오면서 그는 다치지 않은 팔을 내밀려 말했다.“부축해 줄게요.”설윤은 느릿느릿 침대로 옮겨 한 손을 그의 팔에 얹고는 다치지 않은 발을 먼저 땅에 대고는 절뚝거리며 화장실로 갔다.그녀를 안쪽 욕실로 데려다준 후 최동철은 샴푸 등을 욕실 벽에 있는 선반 위에 놓아주고는 밖으로 나가며 문을 닫아 주었다.설윤은 느릿느릿 옷을 벗었다. 속옷은 팬티는 이거 하나밖에 없었다. 빨면 곧 마를 수 있겠지만 마르기 전에는 그저...이틀 전에는 혼자 살아서 괜찮았지만 지금은 곁에 남자가 한 명 많아졌다.그러나 씻지 않으면 위생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두 장 더 사는 건데...’고민 끝에 설윤은 속옷을 빨았다. 다 빤 후 드라이어로 말리면 10분 정도면 다 마를 수 있었다.이때 설윤은 문득 최동철이 나왔을 때 머리를 말리지 않은 것이 떠올랐는데 보아하니 드라이어로 팬티를 말린 것 같았다.간단히 샤워를 마친 후 설윤은 팬티를 씻고 말린 후 간단히 머리도 말렸다. 그런후 속옷과 팬티를 입고 목욕 수건을 둘렀는데 다행히도 이 수건은 충분히 길어서 가슴부터 무릎까지 감쌀 수 있었다.이때 밖에서 문소리가 들렸다.“다 씻었어요?”“...네.”“그럼 제가 들어갈까요?”

  • 위태로운 제안   제1305화

    그녀의 최근 행동을 보면 물질, 환경, 품질 등에 큰 요구가 없는 것 같다."물론이죠."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부잣집 도련님은 일반인에게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설윤은 회억에 잠겨 말했다.“제가 아주 어렸을 때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그때 이웃들이 그러는데 엄마 병은 고칠 수 있었지만 돈이 없어서 일찍 퇴원했기 때문에 병세를 끌어서 돌아갔다고 했어요.”엄마가 돌아간 후 집주인은 장례를 치러주고는 그녀를 보육원에 보냈다.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최동철은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미안해요.”그는 그녀의 신원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문서에는 간단히 ‘6살 때 생모 병으로 사망’으로만 적혀있었다. 그녀의 입을 통해 들으니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괜찮아요. 다 지나갔어요.”설윤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고개를 갸웃했다.“혹시 동철 씨는 돈이 싫으세요?”최동철은 그녀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돈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왜 최국환과 임가희와 암투를 벌였을까?“돈은 나에게 있어 숫자일 뿐이죠. 어쩌면 우리가 다투는 것은 돈이 아니라 권력이에요. 더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권력이죠.”최동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설윤은 아는 둥 마는 둥 고개를 끄덕였다. 호텔에서 최동철을 끌어들인 후 그는 주위를 살펴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가 처음으로 이렇게 허름한 곳에 왔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고 선택의 여지가 없어 참았을 뿐이다.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었을 뿐인데 겨울 날씨여서 그런지 금세 어두워졌다.저녁을 먹은 후 설윤은 또 얼음찜질하고 연고를 한 번 더 발랐다.발목 부기가 많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나는 것을 보아 최동철이 샤워를 하는 모양이다.며칠 동안 피해 살다가 드디어 안전하고 안정된 환경에 이르자 그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어깨에 부상이 났다고 설윤이 일깨워주었지만 최동철은 신경 쓰지 않고 랩으로 상처를 감싼 후 씻으러 갔다.설윤은 저도 모르게 어젯밤에 본 화면이 떠올랐다.넓은 어깨와 가슴,

  • 위태로운 제안   제1304화

    최동철은 잠시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그런데, 젊은이. 아내랑은 어떻게 알게 됐어? 정말 잘 어울리네.”둘 다 잘생기고 아름다웠으니까.“저희는... 대학 동기입니다.”“그래? 몰라보겠어. 아내는 참 어려 보이는데 벌써 스물여섯이라니.”최동철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네, 동안이라 자주 오해를 받습니다.”스물여섯은 설윤의 가짜 나이였다.집주인은 작은 양념병을 들고 나와 최동철에게 건넸고 우유 두 병도 함께 내주었다.돌아온 후, 최동철은 집주인 아주머니의 말을 설윤에게 전했다.설윤은 웃으며 말했다. “동철 씨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서로 잘 맞춰주니 완벽하네요.”최동철은 가볍게 웃으며 가스레인지의 밸브를 열었다.점심은 밥에 감자 볶음과 돼지고기였다.최동철의 요리 실력은 훌륭했다. 삼겹살을 바삭하게 볶아내 느끼함 없이 밥과 잘 어울렸다.다행히도 다친 쪽은 왼팔이라 오른손으로는 무리 없이 할 수 있었으나 속도는 다소 느렸다.식사 후, 설윤은 다시 한 번 발목에 냉찜질을 했다.냉찜질을 끝낸 후 최동철이 약을 가져오자 설윤이 말했다. “제가 할게요.”“그래요.” 최동철은 순순히 응했다. 한 손으로는 불편했으니까.바쁜 대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외출할 수 없는 민박집 안, 두 사람은 갑자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설윤은 침대에 기대어 휴대폰을 만지작거렸고 최동철은 소파에 앉아 눈을 감은 채 잠시 멍하니 있었다.설윤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옆모습은 뚜렷한 이마선과 오똑한 콧대가 더해져 눈매가 깊어 보였고 날카로운 턱선이 또렷했다.정말 잘생겼다.그의 이목구비는 최국환과 약간 닮았다.하지만 나잇살이 들어 퉁퉁해진 최국환과는 달리 최동철은 참으로 젊었다. 눈빛 속에도 서른 살 남자의 단단함으로 가득했고 이는 세상 물정에 밝고 노련한 최국환과 완전 달랐다.잠시 머뭇거리던 설윤이 말했다. “동철 씨, 피곤하면 여기서 주무세요.”그의 키는 너무 커서 작은 소파에선 편히 쉴 수 없었다.설윤은 발목 부상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