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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작가: 고운
이튿날은 마침 토요일이라 온하랑은 이주혁과 수운성 촬영장에 가서 만나기로 했다.

오전 열 시. 온하랑은 수운성 촬영장에 도착해 이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이주혁이 그녀를 데리고 들어갔다.

온하랑은 처음 촬영 현장에 와 본 것이었다.

그녀는 이주혁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면서 물었다.

“내가 주의해야 할 게 있어?”

“없어. 그냥 와서 보면 되는 거야. 점심에 시간이 비니까 주변에서 같이 밥이나 먹자.”

“그래.”

이주혁은 온하랑을 데리고 진 감독에게 가서 인사를 했다.

“네 촬영은 언제 시작인데?”

“곧이야. 옆에서 지켜보고 있어.”

이주혁의 말에 의하면, 지금 찍고 있는 것은 CG 작업이 많이 필요한 촬영이라 모두 세트장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온하랑은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이주혁은 온하랑을 데리고 촬영장이 잘 보이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서는 모든 배우들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주혁은 바로 준비를 하러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주혁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그는 조선 시대의 옷을 입고 수수한 화장을 했지만 그래도 우아한 기품은 감출 수 없었다. 빠르게 몰입한 그는 아예 다른 사람처럼 연기를 시작했다.

진 감독도 그의 연기를 마음에 들어 했다.

이주혁의 연기를 지켜보던 온하랑은 화장실에 가려고 했다.

그녀가 화장실에 들어가려는 찰나, 누군가가 마침 나오고 있었다.

“온하랑?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추서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두 눈에는 증오가 약간 서려 있었다.

“그냥 보러 온 거예요.”

“누구를?

“당연히 서윤 씨를 보러 왔죠. 나 때문에 얼마나 화나 있을지 궁금해서요.”

온하랑이 웃으면서 얘기했다.

추서윤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그럴 줄 알았어. 어제 올린 인스타는 나 보라고 올린 거지? 그럼 내가 올린 인스타도 봤겠네. 승민이가 한밤중에 너 몰래 날 찾아오는 걸 보면서, 넌 기분이 어땠는데?”

온하랑은 담담하게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만 해요. 승민 씨가 왜 나를 속이고 서윤 씨를 만나러 갔겠어요? 서윤 씨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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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43화

    “알겠어! 그럼 촬영장에서 기다릴게.”전화를 끊은 후, 추서윤은 의기양양하게 얘기했다.“온하랑, 이제 알겠어? 내가 원하면 승민이는 바로 달려와 줘. 승민이는 널 좋아하지 않아. 내가 똑똑히 얘기하는데, 9월 20일, 내 전화 한 통이면 승민이는 바로 나한테 달려올 거야!”온하랑은 몸이 약간 떨렸다.가슴에 구멍이 난 것처럼 찬바람이 들어왔다.그녀의 결혼기념일은 추서윤의 생일이다.그건 영원한 상처였다.만약 그날마저도 부승민이 추서윤에게 달려간다면 그에게 철저히 실망할 것이다.“어디 한 번 지켜봐!”추서윤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쳐들고 떠나갔다.온하랑은 자리에 서서 심호흡을 하고 다시 세트장으로 돌아가 이주혁의 연기를 지켜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진 감독에게 얘기했다.“부 대표님이 추서윤 씨를 보러 오셨습니다.”진 감독은 확성기를 들고 얘기했다.“다들 먼저 쉬어요. 이따가 다시 찍어요.”말을 마친 후, 진 감독이 부승민을 찾아갔다.이주혁은 한복을 입은 채 온하랑 앞에 와서 물었다.“내 연기 어때?”“멋있어. 빠져들겠더라.”진 감독이 이주혁의 연기에 만족하는 것이 확연히 알렸다. 그의 씬은 순조롭게 촬영이 끝났고 NG도 많지 않았다.이때 한 직원이 양손 가득 물건을 들고 들어왔다. 그 안에는 음료가 가득했다. 마침 요즘 가장 잘나간다는 신상 음료였다.“자, 자. 이건 부 대표님이 사온 밀크티예요. 다들 하나씩 가져요. 모자라면 밖에 더 있어요.”온하랑은 차갑게 웃었다.‘쓸데없는 짓을 왜 해.’이주혁은 밀크티 두 잔을 들고 와 온하랑에게 주면서 물었다.“인사하러 안 가봐도 돼?”“너 혼자 가.”온하랑이 가지 않는다고 해도 이주혁은 꼭 가야 했다.이주혁은 수운성의 남자 주인공이고 부승민은 투자자니 인사를 꼭 할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같이 세트장에서 나왔다.진 감독은 마침 부승민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추서윤도 부승민 곁에 서서 그의 팔짱을 끼고 있었다. 온하랑이 세트장에서 나오는 것을 본 그녀는

  • 위태로운 제안   제144화

    이주혁은 온하랑을 쳐다보면서 얘기했다.“어릴 때 옆집에 살았었어요. 하랑이가 어찌나 크게 울던지.”“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에요? 참 인연이 깊네요. 그럼 결혼할 때 나한테 청첩장 주는 거 잊지 말아요.”“진 감독님, 그만 하세요. 저랑 하랑이는 그냥 친구예요.”이주혁이 얘기했다. 그는 선을 지킬 줄 알았다. 지금의 온하랑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었으니까.“알아요, 알아. 요즘 사람들은 다 친구라고 그러더라고요.”부감독이 옆에서 얘기했다.부승민은 시선을 들어 담담하게 이주혁과 온하랑을 노려보더니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부승민은 분명 온하랑에게 두 사람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얘기했었다. 하지만 그 말을 무시할 정도로 이주혁이 좋은 건가?“승민아, 승민아?”“응? 뭐라고?”부승민이 추서윤을 돌아보았다.추서윤은 부승민 귓가에 대고 얘기했다.“하랑이랑 이주혁 씨, 꽤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 만약 너희가 이혼하면 이주혁 씨랑 결혼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부승민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안 돼. 두 사람은 안 어울려.”“두 사람이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난 두 사람의 직업과 성격에 대해서 잘 알아.”부승민과 추서윤이 가까이에서 귓속말을 하는 것을 본 온하랑은 씁쓸해서 시선을 돌렸다.종업원이 와서 음식을 가져다주었고 어느새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다들 머뭇거리지 않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이주혁은 온하랑에게 두리안 파이를 챙겨주며 얘기했다.“이것부터 먹어봐.”“고마워.”온하랑은 두리안을 한입 베어 물었다. 바삭한 파이 안에는 독특한 향기의 두리안 잼이 있었다.“음, 맛있다.”두리안 파이를 하나 다 먹은 온하랑은 또 다른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이주혁은 온하랑을 신경 써 주면서 음식을 더 짚어주었다.부승민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지경이었다.“승민아, 나 저것 좀 짚어주면 안 돼? 팔이 안 닿아.”추서윤은 차가운 눈으로 얘기했다.부승민이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한 게 벌써 두

  • 위태로운 제안   제145화

    “난 네가 여기 있을 줄 알고 있었어.”온하랑이 이주혁을 보러 왔다는 건 도우미가 얘기해 주었다. 온하랑을 데려가려던 찰나, 추서윤이 마침 전화한 것이었다.부승민은 그녀의 턱을 잡고 억지로 고개를 돌리게 한 후 다시 입을 맞췄다.다른 한 손은 온하랑의 몸을 따라 기분 좋게 매만졌다.온하랑은 온몸에 힘이 풀려 그의 가슴에 고개를 기댔다.손끝에 축축한 물기가 닿았다. 부승민은 온하랑의 입술을 떼고 그녀를 끌고 화장실로 들어가 얘기했다.“도와줄게.”“됐어... 싫어...”온하랑은 얼굴이 붉어졌다.이건, 너무 갑작스럽지 않은가.대낮에 이런 곳에서...부승민은 그녀의 걱정을 눈치채고 미소 짓더니 얘기했다.“소리 내지 마.”부승민은 바로 그녀를 문에 밀어붙이고 뜨거운 숨결을 그녀의 목에 토해냈다. 그리고 바로 손가락을 움직였다.“하지만 사람들이 기다리는데...”“기다리라고 하지, 뭐.”온하랑은 눈을 꼭 감고 입술을 깨물고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임신해서인지, 아니면 요즘 부승민의 기술이 늘어서인지. 온하랑은 자기의 욕구가 점점 커져간다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심정이 복잡했다.‘난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무슨 생각해?”부승민은 온하랑이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했다.감히 자기 품에서 집중하지 못하다니. 설마 또 이주혁을 생각하는 건가? 그렇게 이주혁이 좋은 건가?계속 기다리던 사람이 정말 이주혁인 건가?!그 생각에 기분이 안 좋아진 그는 표정이 굳은 채 더 힘을 주어 손가락을 움직였다.“그, 그만...!”말이 끝나기 무섭게 온하랑은 그대로 힘이 풀려버렸다.“으읏...”저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신음에 몸이 바르르 떨렸다.“됐어. 나가봐.”부승민은 드디어 그녀를 놓아주었다.온하랑은 문에 기댄 채 움직이지 못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겨우 문에 기대어 서 있다가 걸어 나왔다.부승민은 아주 열심히 손을 씻고 있었다. 그러면서 온하랑을 쳐다보았다.온하랑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다.그녀는 빠르게 화장

  • 위태로운 제안   제146화

    그 말을 들은 부승민은 그대로 굳어버렸다.머릿속에는 온하랑이 눈시울을 붉히고 그에게 따지던 장면이 떠올랐다.추서윤을 얼마나 사랑하면 두 사람의 기념일에도 추서윤 생각만 하냐고.그렇게 사랑하면 왜 추서윤과 결혼하지 않고 자기와 결혼했냐고.왜 가만히 있는 자신의 자존심을 계속 짓밟냐고.“그날에는 일이 있어서 안 될 것 같아. 미리 쇠던지, 후에 쇠던지. 날짜를 골라.”부승민이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면서 얘기했다.추서윤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그날에 일이 있다니.무슨 일이기에 말하지 않는 것일까.추서윤은 애써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짓고 그의 팔을 붙잡은 채 애교를 부리며 모르는 척 물었다. “무슨 일인데? 미루면 안 돼? 네가 내 생일을 축하해준 지는 정말 오래되었단 말이야.”“미안.”“승민아, 나 귀국하고 처음 보내는 생일인데 너랑 같이...”“내 말 들어.”부승민이 차갑게 얘기했다.추서윤은 더는 웃지 못했다.차에 올라탄 그녀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슬픈 예감은 종래로 틀린 적이 없었다.부승민의 마음속에서 추서윤의 자리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그는 항상 온하랑을 선택했다.설마 정말 온하랑을 사랑하게 된 걸까?그건... 절대로 안 된다!...이주혁, 진 감독과 부감독은 같이 차를 타고 떠났다.차가 떠나는 것을 본 부승민은 몸을 돌려 온하랑을 보면서 얘기했다.“가자. 집에 돌아가자.”차에 앉은 부승민은 온하랑 쪽으로 붙어 앉았다. 그리고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그러안았다. 거의 딱 달라붙을 정도였다. 비싼 향수의 향기가 온하랑의 폐에 들어왔다. 위가 좋지 않은 온하랑은 하마터면 토해낼 뻔했다.“저리 가.”얼굴이 창백해진 온하랑은 부승민을 밀어내며 얘기했다.“왜 그래?”부승민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좋지 않은 온하랑의 낯색을 보고 표정이 굳어버렸다.“괜찮아. 그냥 많이 먹었을 뿐이야. 가만히 내버려 둬.”온하랑을 그렇게 얘기하면서 부승민과 멀어졌다.표정이 어두워진 부승민은 아무 말도 하지

  • 위태로운 제안   제147화

    케이스는 정방형이었는데 한 뼘 정도의 길이었다. 겉면에는 붉은 칠이 되어있었고 정교하게 조각까지 되어있었다.아마도 팔찌인 것 같았다.“그럼 연다?”온하랑은 천천히 케이스를 열었다.차가운 기운을 뿜어내는 투명한 옥팔찌가 온하랑 앞에 나타났다.확인한 순간, 온하랑은 굳어버렸다.다름이 아니라 이 팔찌가 저번 경매회에서 본 ‘바다의 심장’과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부승민은 추서윤에게서 그 물건을 가져와 온하랑에게 준 것을 아닐 것이다.온하랑이 멍하니 서 있자 부승민이 해명했다.“저번에 네가 ‘바다의 심장’이 더 있을 거라고 했잖아. 그래서 사람을 시켜서 찾아봤더니 결국 두 번째를 사게 되었어.”“고마워, 신경 써줘서.”온하랑은 케이스를 덮어서 옆에 놓았다.“껴보지 그래.”“집에 가서.”온하랑이 대답했다.이 팔찌를 사기 위해 부승민이 아주 노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온하랑은 크게 기쁘지 않았다.처음부터 노력의 방향이 틀렸다.온하랑은 ‘바다의 심장’과 같은 팔찌를 갖고 싶지 않았다.‘바다의 심장’은 원래부터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갖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어쩌면 이게 바로 그녀의 운명이 아닐까. 무슨 일이든지 추서윤에게 선두를 빼앗기는, 그런 운명 말이다.추서윤이 먼저 가져야, 온하랑도 소유할 수 있다.온하랑은 또 차에 있는 반지를 떠올렸다.온하랑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면 추서윤에게 줄 생일 선물이라는 건가?그러니까, 그녀와 식사를 마친 후, 추서윤을 찾아갈 생각을 했다는 건가?‘참 바쁜 몸이네.’온하랑은 슬쩍 물어봤다.“아까 차에서 반지를 봤는데 엄청 예쁘고 정교해서 마음에 들어. 혹시 나한테 줄 수 있어?”두 사람은 결혼한 지 3년이나 되었지만 아직도 결혼반지가 없었다.온하랑이 한 번 커플 반지를 산 적이 있었다. 그리고 홀로 반지를 끼고 회사에 갔다. 하지만 부승민은 끼지 않았다. 회사에서 두 사람이 같은 반지를 끼면 발각되기 쉬우니까.그때의 온하랑은 순진하게 얘기했다.‘혼자 끼면 누구도 발견하지

  • 위태로운 제안   제148화

    온하랑은 호흡이 그대로 멎었다.그날 추서윤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부승민은 추서윤이 부르면 바로 달려간다고.온하랑은 수신 거부한 후 핸드폰을 내려놓았다.하지만 2초 후,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온하랑은 다시 수신 거부했다.추서윤은 아마 끝까지 전화를 걸어올 것이다.온하랑은 두 통의 부재중 전화 기록을 지워버린 후, 부승민의 핸드폰을 끈 후 원래 자리에 놓았다.돌아온 부승민은 온하랑의 맞은편에 앉아 식사를 계속했다. 전혀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얼마 지나 부승민은 온하랑이 더는 먹지 않는다는 것을 보고 물었다.“다 먹었어? 이 집의 디저트 좀 먹어볼래?”“그래.”온하랑은 직원을 불러 메뉴판을 보다가 디저트를 두 개 시켰다.직원은 메뉴판을 들고 떠났다.그 순간, 누군가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온하랑과 부승민은 고개를 돌렸다. 문 앞에 서 있는 것은 직원이 아니라 노준형이었다.“준형이, 네가 여긴 왜 왔어? 같이 밥 먹으려고?”부승민이 물었다.“밥? 넌 밥이 넘어가?”노준형이 다가와 화를 냈다.“속도 편하지. 네가 밥을 먹고 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아?”“무슨 일인데.”부승민이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윤이가 촬영하고 있을 때, 스태프의 실수로 불이 나서 큰 화상을 입었어. 다들 바빠서 죽겠는데, 넌 여유롭게 밥이나 먹고 있어? 전화는 왜 또 안 받아!”노준형의 말투는 아주 조급했다.‘화상을 입었다고?’온하랑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파리하게 질려버렸다.‘그럼 아까의 전화가...’온하랑은 불안한 마음에 노준형을 보면서 얘기했다.“준형 오빠, 일단 조급해하지 말아요. 서윤 씨가 곧장 병원으로 갔겠죠? 그러니 일단 수술 결과를 기다려 봐요, 승민 오빠 탓만 하지 말고...”노준형은 온하랑을 흘깃 보더니 얘기했다.“네가 낄 일이 아니야. 더러운 불륜녀 같으니라고. 전에는 어르신 얼굴을 봐서 잘 대해준 거지. 그것도 모르고 감히 선 넘지 마!”온하랑은 파리하게 질려서

  • 위태로운 제안   제149화

    온하랑은 더는 버틸 수 없었다.결국 서윤이, 서윤이. 부승민에게 있어서 추서윤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더는 참고 싶지 않았다.그래, 질투가 나서 죽을 것만 같았다.한 번만이라도 차갑고 매정한 여자가 되어서 오늘 하루만 부승민을 완전히 소유하고 싶었다.부승민은 멈춰서서 그녀에게 얘기했다.“오늘이 무슨 날인지는 나도 잘 알아. 하지만 서윤이가 크게 다쳐서 가보는 것뿐이야.”그는 다시 발을 옮겼다.“부승민! 정말 갈 거야?!”부승민은 멈추지 않았다.“그래, 네가 오늘 이 문을 나가면 우리는 앞으로 끝이야!”온하랑은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막말을 내뱉었다.부승민은 잠깐 흠칫했지만 온하랑의 시선 속에서 결국 떠나갔다.그의 모습이 시야 속에서 사라지는 것을 본 온하랑은 온몸에 힘이 빠져 겨우 테이블에 몸을 기댔다. 눈은 절망으로 물들어 시야가 뿌예졌다.부승민은 결국 떠났다.온하랑이 두 사람의 미래로 협박했지만, 부승민은 결국 떠나갔다.요즘 화목하게 지낸 시간은 모두 꿈 같았다.온하랑과 추서윤. 부승민은 여전히 머뭇거리지 않고 추서윤을 선택했다.“연기 그만하고 가자. 불륜녀 주제에 뭐 하는 짓이야. 서윤이는 아직도 병원에 있거든?”짝.온하랑은 온 힘을 다해서 노준형의 뺨을 때렸다.노준형은 멍해서 뺨을 부여잡고 화를 냈다.“너 미쳤어? 부승민이 널 예뻐한다고 해서 가만히 둘 줄 알아?”“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얘기해야겠어요! 추서윤이야말로 불륜녀죠! 남의 가정을 파탄 내는 불륜녀! 나는 부승민과 결혼한, 법적인 아내예요!”온하랑이 테이블 위에 있는 케이스를 바닥에 던졌다. 안의 팔찌가 깨져서 세 조각이 되었다.온하랑은 자기 가방과 핸드폰을 챙긴 후 몸을 돌려 떠나갔다.노준형이 뒤에서 따라오면서 물었다.“뭐라고? 다시 한번 얘기해 봐.”온하랑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글로리아의 문을 나선 후 아무 방향으로 걸어갔다.노준형은 그런 온하랑을 따라가면서 물었다.“어디 가는데. 내가 바래다줄게.”“됐어요!”“안돼. 난 널 데려다

  • 위태로운 제안   제150화

    온하랑은 머리가 울리는 기분이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도둑한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아랫배에서 약간의 고통이 밀려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도 없었다.‘아이!’아이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안 된다. 그녀는 바닥에 쓰러진 채 배를 그러안고 있었다. 고통이 사라진 후에야 겨우 몸을 일으켜 일어났다.제 자리에 선 그녀는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도움을 청해야 할까?하지만 도둑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랬다.그녀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가다가 그제야 핸드폰과 돈이 다 가방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돈도 없고 아무것도 없으니... 집에 돌아가기는 그른 것 같다.자리에 서 있던 온하랑은 그제야 경찰서를 떠올렸다.그녀는 행인에게 질문했다.“아저씨, 혹시 가장 가까운 경찰서가 어디 있는지 알아요?”“아이고, 그건 엄청 먼데. 이 길을 따라서 신호등을 세 개 지난 후에... 아이고, 하여튼 그냥 일단 앞으로 가. 그리고 다시 물어봐.”“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온하랑은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온하랑은 사람들이 알려준 대로 대략 반 시간을 걸어 드디어 경찰서에 도착했다.그녀는 경찰서에서 신고를 접수하고 경찰한테서 택시비를 빌린 뒤 그의 전화번호를 남겼다.집에서 청소를 하고 있던 도우미는 온하랑 혼자 돌아온 것을 보고 놀라서 물었다.“사모님, 이게 무슨 일이에요?”온하랑은 고개를 숙여 자기 옷을 쳐다보았다. 바닥에 넘어져서 새까맣게 되었다. 팔꿈치와 무릎에는 상처와 멍도 있었다.“실수로 넘어졌어요. 올라가서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할 거예요.”온하랑은 대충 얘기했다.그녀는 올라가서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한 후 누워서 잠에 들었다....이튿날 아침, 그녀는 눈을 뜨고 겨우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일어났다.옆의 이불은 깔끔한 게, 다녀온 사람이 없다고 얘기해주는 것 같았다.아침을 먹은 후, 그녀는 먼저 집의 컴퓨터로 청가를 맡은 후 경찰서, 은행 등 곳을 돌면서 신분증을 다시 만들고 은행 카드를 새로 발급받고 핸드폰도 새로 개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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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307화

    방안은 어두웠고 쥐죽은 듯 조용했으며 가끔 바깥 거리에서 들려오는 기적 소리만 들렸다.설윤이 네 번째로 몸을 뒤척일 때 옆에서 최동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잠이 안 와요?”낮고 유혹적인 목소리가 깊은 밤의 정적을 뚫고 그녀의 고막을 가볍게 두드렸다.“... 네, 동철 씨도 잠이 안 와요?”“네.”최동철은 낮은 소리로 대답했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실내는 다시 조용해졌고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집안의 난방이 너무 커서인지 설윤은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아 다치지 않은 발목으로 이불을 걷어차며 팔을 이불 밖으로 내밀었는데 조심하지 않고 최동철이 밖에 놓은 팔과 부딪혔다.피부가 닿는 순간 설윤은 재빨리 팔을 비켰으나 뜻밖에도 최동철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떠나지 못하게 했다.그의 손은 매우 컸다. 뜨거운 온도가 그녀의 몸에 닿는 순간 그 뜨거운 열기가 서서히 얼굴에 퍼지며 설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설윤은 머뭇거리다가 그의 손에서 손목을 빼려고 힘을 썼지만 실패했다.“뭐 하는 거예요?”“보통 운동 후에 몸이 피곤해서 잠이 잘 오는데, 한 번 시도해 보겠어요?”최동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둠 속에서 그의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설윤은 그의 차분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마치 아침에 무엇을 먹을지 묻는 것 같았다.몇 초 동안 머뭇거리다가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그 목소리는 깃털처럼 가벼워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았다.그녀의 대답은 마치 닫힌 문을 여는 열쇠처럼 들렸다. 최동철은 그녀의 팔을 풀어주었는데 그녀가 손을 거둘 때 신속히 이불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남자는 공격적인 기운을 풍기며 달려들어 순식간에 그녀를 덮쳤다.설윤은 저도 모르게 또 겁이 났다.그녀는 숨을 죽이고 손끝을 그의 가슴에 떨어뜨린 채 천천히 위로 거슬러 올라가 어깨에 놓았다.“... 몸에 상처가 있는데 그럼...”“조심할게요.”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두 눈이 마주쳤다.서로의 눈 밑에는 빛을 볼 수

  • 위태로운 제안   제1306화

    설윤이 차례로 밖에 씌워져 있는 랩과 붕대를 제거하니 몇 바늘 꿰맨 상처가 드러났다.그녀는 알코올로 주변을 부드럽게 닦은 후 다시 연고를 꺼내 면봉으로 고르게 발랐다.최동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드러난 옆모습은 매끄러운 얼굴 라인을 자랑했다. 아마 스무 살 어린 나이어서인지 볼에는 젖살이 있어 통통했고 피부는 희고 섬세해서 모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거즈를 몇 바퀴 두른 후 설윤은 나비 모양으로 매듭을 지었다.“다 됐어요.”“고마워요.”“별말씀을요.”설윤은 자신의 발목을 내려다보았다.“난 샤워하러 가고 싶어요. 욕실에 걸상 하나 놔줄 수 있어요?”최동철은 몸을 일으켜 동그란 걸상을 들고 화장실로 갔다. 다시 나오면서 그는 다치지 않은 팔을 내밀려 말했다.“부축해 줄게요.”설윤은 느릿느릿 침대로 옮겨 한 손을 그의 팔에 얹고는 다치지 않은 발을 먼저 땅에 대고는 절뚝거리며 화장실로 갔다.그녀를 안쪽 욕실로 데려다준 후 최동철은 샴푸 등을 욕실 벽에 있는 선반 위에 놓아주고는 밖으로 나가며 문을 닫아 주었다.설윤은 느릿느릿 옷을 벗었다. 속옷은 팬티는 이거 하나밖에 없었다. 빨면 곧 마를 수 있겠지만 마르기 전에는 그저...이틀 전에는 혼자 살아서 괜찮았지만 지금은 곁에 남자가 한 명 많아졌다.그러나 씻지 않으면 위생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두 장 더 사는 건데...’고민 끝에 설윤은 속옷을 빨았다. 다 빤 후 드라이어로 말리면 10분 정도면 다 마를 수 있었다.이때 설윤은 문득 최동철이 나왔을 때 머리를 말리지 않은 것이 떠올랐는데 보아하니 드라이어로 팬티를 말린 것 같았다.간단히 샤워를 마친 후 설윤은 팬티를 씻고 말린 후 간단히 머리도 말렸다. 그런후 속옷과 팬티를 입고 목욕 수건을 둘렀는데 다행히도 이 수건은 충분히 길어서 가슴부터 무릎까지 감쌀 수 있었다.이때 밖에서 문소리가 들렸다.“다 씻었어요?”“...네.”“그럼 제가 들어갈까요?”

  • 위태로운 제안   제1305화

    그녀의 최근 행동을 보면 물질, 환경, 품질 등에 큰 요구가 없는 것 같다."물론이죠."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부잣집 도련님은 일반인에게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설윤은 회억에 잠겨 말했다.“제가 아주 어렸을 때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그때 이웃들이 그러는데 엄마 병은 고칠 수 있었지만 돈이 없어서 일찍 퇴원했기 때문에 병세를 끌어서 돌아갔다고 했어요.”엄마가 돌아간 후 집주인은 장례를 치러주고는 그녀를 보육원에 보냈다.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최동철은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미안해요.”그는 그녀의 신원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문서에는 간단히 ‘6살 때 생모 병으로 사망’으로만 적혀있었다. 그녀의 입을 통해 들으니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괜찮아요. 다 지나갔어요.”설윤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고개를 갸웃했다.“혹시 동철 씨는 돈이 싫으세요?”최동철은 그녀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돈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왜 최국환과 임가희와 암투를 벌였을까?“돈은 나에게 있어 숫자일 뿐이죠. 어쩌면 우리가 다투는 것은 돈이 아니라 권력이에요. 더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권력이죠.”최동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설윤은 아는 둥 마는 둥 고개를 끄덕였다. 호텔에서 최동철을 끌어들인 후 그는 주위를 살펴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가 처음으로 이렇게 허름한 곳에 왔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고 선택의 여지가 없어 참았을 뿐이다.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었을 뿐인데 겨울 날씨여서 그런지 금세 어두워졌다.저녁을 먹은 후 설윤은 또 얼음찜질하고 연고를 한 번 더 발랐다.발목 부기가 많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나는 것을 보아 최동철이 샤워를 하는 모양이다.며칠 동안 피해 살다가 드디어 안전하고 안정된 환경에 이르자 그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어깨에 부상이 났다고 설윤이 일깨워주었지만 최동철은 신경 쓰지 않고 랩으로 상처를 감싼 후 씻으러 갔다.설윤은 저도 모르게 어젯밤에 본 화면이 떠올랐다.넓은 어깨와 가슴,

  • 위태로운 제안   제1304화

    최동철은 잠시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그런데, 젊은이. 아내랑은 어떻게 알게 됐어? 정말 잘 어울리네.”둘 다 잘생기고 아름다웠으니까.“저희는... 대학 동기입니다.”“그래? 몰라보겠어. 아내는 참 어려 보이는데 벌써 스물여섯이라니.”최동철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네, 동안이라 자주 오해를 받습니다.”스물여섯은 설윤의 가짜 나이였다.집주인은 작은 양념병을 들고 나와 최동철에게 건넸고 우유 두 병도 함께 내주었다.돌아온 후, 최동철은 집주인 아주머니의 말을 설윤에게 전했다.설윤은 웃으며 말했다. “동철 씨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서로 잘 맞춰주니 완벽하네요.”최동철은 가볍게 웃으며 가스레인지의 밸브를 열었다.점심은 밥에 감자 볶음과 돼지고기였다.최동철의 요리 실력은 훌륭했다. 삼겹살을 바삭하게 볶아내 느끼함 없이 밥과 잘 어울렸다.다행히도 다친 쪽은 왼팔이라 오른손으로는 무리 없이 할 수 있었으나 속도는 다소 느렸다.식사 후, 설윤은 다시 한 번 발목에 냉찜질을 했다.냉찜질을 끝낸 후 최동철이 약을 가져오자 설윤이 말했다. “제가 할게요.”“그래요.” 최동철은 순순히 응했다. 한 손으로는 불편했으니까.바쁜 대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외출할 수 없는 민박집 안, 두 사람은 갑자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설윤은 침대에 기대어 휴대폰을 만지작거렸고 최동철은 소파에 앉아 눈을 감은 채 잠시 멍하니 있었다.설윤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옆모습은 뚜렷한 이마선과 오똑한 콧대가 더해져 눈매가 깊어 보였고 날카로운 턱선이 또렷했다.정말 잘생겼다.그의 이목구비는 최국환과 약간 닮았다.하지만 나잇살이 들어 퉁퉁해진 최국환과는 달리 최동철은 참으로 젊었다. 눈빛 속에도 서른 살 남자의 단단함으로 가득했고 이는 세상 물정에 밝고 노련한 최국환과 완전 달랐다.잠시 머뭇거리던 설윤이 말했다. “동철 씨, 피곤하면 여기서 주무세요.”그의 키는 너무 커서 작은 소파에선 편히 쉴 수 없었다.설윤은 발목 부상

  • 위태로운 제안   제1303화

    최동철은 약품이 담긴 봉지를 찾아 안에서 멍과 부기를 가라앉히는 연고를 꺼냈다. 고개를 돌리니, 설윤이 느릿느릿 신발을 벗고 있었다.그는 연고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 그녀 앞에 쭈그려 앉았다. “내가 해줄게요.”신발과 양말을 벗자 뽀얗고 작은 발이 드러났다. 다섯 개의 발가락은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었고 동글동글 귀여웠다. 발톱은 깔끔한 곡선을 이루며 정리되어 있었으며 발등의 뼈선은 유려하게 흐르며 섬세한 곡선을 그렸다.발목 근처에는 큼직한 멍과 부기가 올라와 있었다.최동철은 그녀의 발바닥을 받쳐 들고 부은 부위를 살짝 눌러보았다.“앗...” 설윤이 숨을 들이마시며 얼굴을 찡그렸다.“아파요, 누르지 마세요.”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상태가 꽤 심각해 보이는데 내가 침대까지 옮겨줄 테니까 당분간은 움직이지 마요.”그렇게 말하며 일어나 그녀를 안으려 했다.“안 돼요!” 설윤은 급히 손으로 그를 막았다. “동철 씨도 팔 다쳤잖아요.”최동철은 몸을 숙여 다친 왼팔은 내리고 오른팔로 그녀의 다리 밑을 감싸 안았다. “두 손으로 내 목을 잡아요. 이쪽 팔은 힘을 쓰지 않을 거니까 안심해요.”한 손으로 안으려고?설윤은 그의 목에 양팔을 감고 조심스럽게 몸을 맡겼다.그는 오른팔로 그녀의 허벅지를 받치고 두 걸음 만에 침대 곁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잠시만 기다려요. 집주인한테 얼음팩 좀 받아올게요.”“네.”최동철은 약 10분 뒤 얼음주머니 두 개를 들고 돌아왔다. 하나는 냉장고에 넣고 다른 하나는 그녀의 발목에 살며시 대주었다.얼음의 차가운 감촉에 설윤은 본능적으로 입술을 앙다물고 손으로 얼음주머니를 누르며 말했다.“너무 차가워요.”“20분은 찜질해야 해요. 하루에 세 번에서 네 번 정도로요.”설윤은 그에게 붕대를 가져와 얼음주머니와 발목을 단단히 감도록 했다.그녀는 침대 머리에 기대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 둘 다 밖에 나가지 말죠. 배달 앱으로 장을 보면 되니까요. 그런데 동철 씨,

  • 위태로운 제안   제1302화

    의사는 최동철을 한번 쳐다보며 말했다. “젊은이, 앞으로는 아내 말 잘 들어요.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여보, 들었지? 의사 선생님도 그러시잖아!”최동철은 잠시 입을 말없이 있다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알겠어.”봉합이 끝난 뒤, 의사는 약을 처방해주었다.병원을 나서며 설윤은 최동철을 바라보았다. “이제 어디로 갈 거예요? 누가 데리러 와요?”최동철은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짧게 대답했다. “당분간은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설윤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왜요?”“그건 알 필요 없어요.”설윤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래요.”그녀는 두 걸음 앞서 걸으며 말했다.“이 작은 도시는 꽤 조용하네요. 며칠 더 머물 생각인데, 동철 씨도 안 간다니까 같이 지낼까요? 서로 보호도 되고.”최동철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호텔은 눈에 띄니까 단기 임대 민박을 찾는 게 더 안전하고 편리할 거예요.”“좋아요.”“근데 검색해 보니까 민박은 대부분 더블침대 방이더라고요. 괜찮으세요?”“설윤 씨가 괜찮다면 전 상관없어요.”“그럼 예약할게요.”최동철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온라인으로 예약할 거예요?”대부분의 예약 앱은 신분증 정보를 입력해야 해서, 한 번 사용하면 위치가 노출될 위험이 있었다.설윤은 그의 걱정을 알아채고 휴대폰을 흔들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이 폰은 제 이름으로 등록된 게 아니에요. 추적 못 할 거예요.”최동철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준비가 철저하네요. 그런데 어떻게 임가희한테 이렇게 몰렸어요?”“임가희가 이렇게 빨리 제 존재를 눈치챌 줄 몰랐거든요. 그랬다면 좀 더 철저히 준비했을 텐데요.”최동철은 코끝을 만지작거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 먼 곳을 바라봤다. 마치 자신이 그녀의 정보를 넘긴 장본인이 아니라는 듯이.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두 사람은 예약한 민박으로 향했다.민박은 단일 방 구조로, 면적은 47㎡. 방에 들어서면 왼쪽에는 오픈형 주방이 있고 가스레인지

  • 위태로운 제안   제1301화

    이튿날 아침, 최동철은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패딩 점퍼에 청바지, 스니커즈, 그리고 새로 정리한 헤어스타일까지 더해지니 몇 년은 젊어 보였다. 게다가 넉넉한 핏의 패딩은 그의 체형을 자연스럽게 감춰주었다.“자, 마스크도 잊지 말고 쓰세요.”“네.” 최동철은 대답하며 책상 위의 마스크를 집어 썼다.지금 이 모습이라면 자세히 보지 않는 한 그를 알아보긴 어려울 터였다.최동철은 설윤이 입고 있는 패딩 점퍼를 힐끗 바라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설윤은 웃으며 설명했다. “작은 가게라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어요. 그리고 커플룩이 신분을 숨기기에 더 좋아요.”“그렇군요.”“제가 먼저 내려가서 체크아웃하고 주변 상황을 살펴볼게요. 연락드리면 그때 내려오세요. 미리 택시도 불러놓을게요.”“알겠습니다.”“그럼 다녀오겠습니다.”“네.”설윤은 크고 작은 가방을 들고 나갔는데 가방 안에는 두 사람이 입었던 옷이 담겨 있었다. 이곳에 그냥 두면 흔적이 남을 수 있어 길 가다 버릴 생각이었다.복도에는 아무도 없었고 설윤은 무사히 로비에 도착해 체크아웃을 마쳤다. 거리로 나서며 핸드폰으로 택시를 부르면서도 그녀는 자연스럽게 주변을 살폈다.길 건너편 왼쪽, 작은 만두 가게에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가게 앞에는 접이식 테이블 두 개가 놓여 있었고 그중 한 테이블에는 건장한 남자가 앉아 가끔씩 이쪽을 힐끔거리고 있었다.그 자리는 아침을 먹으며 호텔을 감시하기에 딱 좋은 위치였다.설윤은 주변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는데 감시자는 그 남자 한 사람뿐인 듯했다.아마도 어젯밤 이들이 호텔 방마다 수색했지만 최동철의 흔적을 찾지 못해 속았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래서 한 명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주변을 수색하러 간 모양이었다.2분쯤 지나 설윤이 부른 택시가 호텔 앞에 도착했다.설윤은 최동철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차 문을 열며 짐을 싣다가 말했다. “기사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 남편이 금방 내려올 거예요.”“네, 알겠습니다.”설윤은 다시 로비로 들어갔다.1분쯤

  • 위태로운 제안   제1300화

    최동철이 말했다.“그럼 내일 병원에 다녀와야겠어요.”“제가 도와드릴게요.”약을 다 바른 뒤, 설윤은 그에게 거즈를 감아주며 말했다. “됐어요, 이제 좀 쉬세요. 전 잠깐 나갔다 올게요.”“어디 가려고요?” 최동철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임가희 쪽 사람들이랑 마주칠 수도 있으니 조심해요.”“필요한 물건을 좀 사야 하거든요. 걱정 마세요.” 설윤은 가볍게 비웃으며 말했다. “그 인간들 손아귀에서 도망쳐 나온 제가 다시 잡힐 것 같아요?”최동철은 그녀가 방금 주머니에 넣은 휴대폰을 힐끗 보며 물었다. “왜 아버지한테 연락해서 상황을 설명하지 않는 거예요?”“이미 기회를 놓쳤어요. 제가 뭐라 해도 믿지 않을걸요?”“그럼 이렇게 지내는 것도 괜찮아요?”“당연히 괜찮지 않죠. 하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어요. 기회만 생기면 반드시 다시 돌아갈 거예요.”“성공하길 바라요.” 최동철이 씩 웃으며 말했다. “돈은 있어요? 부족하면 제 카드를 써요.”설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럼 조금만 써도 돼요?”돈이야 많을 수록 좋은 법이니까.최동철은 벽에 걸린 외투를 가리켰다. “지갑은 저기 외투 주머니에 있으니까 직접 꺼내요. 현금은 많지 않지만 블랙카드는 비밀번호가 필요 없어요. 사람이 적은 ATM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을 거예요.”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니 고급 가죽의 촉감이 손에 닿았다.“얼마든지 뽑아도 괜찮아요?” 그녀가 돌아보며 물었다.“물론이죠.”“최 대표님, 참 후하시네요.”“제 목숨은 값으로 따질 수 없으니까요.”설윤은 밖으로 나갔다.최동철은 항생제를 먹고 씻은 뒤 침대에 누워 쉬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피곤했던지 스르르 잠이 들었다가 갑자기 깨어났다.시계를 보니 벌써 열한 시였다.설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나?최동철이 일어나 그녀를 찾으러 갈까 고민하던 찰나, 설윤이 돌아왔다. 그녀는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늦었네요. 위험한 일은 없었어요?”“없었어요.” 설윤은 고개를 저으며

  • 위태로운 제안   제1299화

    최동철은 그 말을 듣고 샤워기를 틀었다.설윤은 간식이 담긴 비닐봉지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그 위에 놓인 칼을 가렸고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걸어가 문을 여니 예상대로 복도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그는 방 안을 힐끗거리며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키우는 햄스터가 실수로 도망쳤는데, 혹시 보셨나요?”설윤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방금 밖에 나갔다 와서요. 잘 모르겠네요. 남편한테 물어봐 드릴게요.”그녀는 욕실 쪽을 향해 소리쳤다. “여보, 혹시 햄스터가 들어오는 거 봤어?”샤워기에서 물 흐르는 소리만 들릴 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설윤은 욕실 문을 살짝 열고 머리를 들이밀었다. “여보, 작은 햄스터가 들어온 거 못 봤어?”몇 초간 침묵이 흐른 후, 그녀는 머리를 빼고 남자에게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못 봤대요. 다른 곳도 한번 찾아보세요.”“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남자는 의심 없이 돌아섰다.최동철처럼 몸에 상처를 입은 사람을 숨겨줄 이는 남자일 수밖에 없었다.설윤은 차분히 문을 닫고 귀를 문에 붙여 조심스럽게 소리를 들었다. 남자가 정말로 떠났음을 확인한 후에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욕실 문을 열며 말했다. “갔으니 나와요.”그리고 테이블로 가서 비닐봉지 안에서 약들을 꺼냈다. “자요, 여기 이 약들이 충분한지 확인해봐요.”최동철은 뒤에서 걸어나와 약의 종류와 양을 살펴봤다. “고마워요.”“별말씀을요.” 설윤은 생수를 주전자에 붓고 버튼을 눌렀다. “제가 약 발라줄까요?”“그럼 부탁할게요. 고마워요.”최동철은 잠시 망설였으나 곧 수락하고 천천히 겉옷을 벗기 시작했다.그가 왼팔을 제대로 쓰지 못하자 설윤이 다가가 도와주었다. 그녀는 그의 겉옷을 벗기고 벽걸이에 걸었다.안에는 짙은 회색 니트가 있었고 상처 부위는 터져 피로 얼룩져 있었다. 니트를 벗으려면 팔을 들어야 했기에 설윤은 그의 어깨 상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냥 잘라낼까요? 이 옷은 이미 알아본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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