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04화

가식적이다.

온하랑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

“잘 지내고 있어요. 아참, 얘기 못한 게 있는데 얼마 전 아이를 낳았어요. 예쁜 딸이에요.”

“정말? 축하해. 출산 예정일이 두 달 정도 남았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빨리 낳았네. 조카는 건강하지?”

‘조카?’

듣도 보도 못한 호칭에 부승민은 어이가 없었다.

‘조카 같은 소리 하네.’

“조산이다 보니 다른 신생아에 비해서 많이 약해요. 두어 달은 인큐베이터에서 지내야 하거든요.”

“아이는 아무 문제 없이 건강하게 자랄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 돌잔치 때 꼭 연락해 줘. 시간 내서 우리 조카 보러 가야지.”

부승민은 점점 표정이 일그러졌다.

‘내 딸 보러 온다고? X랄하네.’

“알겠어요. 때가 되면 연락드릴게요.”

“그래. 연락 기다릴게.”

겉치레 인사를 주고받은 후 온하랑은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필라시에서 아이를 데려갔다면서요?”

최동철은 당황한 듯 흠칫하더니 무기력함과 허탈함이 담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알고 있었어?”

“네.”

“누구의 아이인지는 알아?”

온하랑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답했다.

“제가 알기론... 제 아이입니다.”

“우리의 아이지.”

부승민은 기분 나쁜 표정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온하랑은 부승민을 힐끗 보고선 재빨리 그의 손등을 어루만지며 진정시켰다.

“동철 씨, 그 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줘요.”

“정말 알고 싶어?”

“네.”

최동철은 몇 초간 침묵하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부 대표도 옆에 있지?”

부승민은 온하랑의 손을 잡으며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냥 말해.”

“솔직하게 말할게.”

최동철은 옛 추억을 회상하는 듯 느릿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하랑이가 필라시에 왔을 때 마침 내가 휴가였어. 그래서 시간도 많았고 마침 도움이 필요한 것 같길래 한몫 거들었지.”

“중점만 얘기해.”

부승민은 그의 말을 잘랐다.

그러나 최동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