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야는 입술을 깨물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저는… 제가 잡일을 도와 드리면 배울 수 있는 건 줄 알았어요. 대표님께서… 직원분들 다 좋으신 분들이라고, 따라서 배우다 보면 직원분들 같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제가 도와드리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셨네요!” 여자는 콧방귀를 뀌었다. “디자이너요? 당신이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그냥 괴롭히니까 재밌길래 그러는 건데 불만 있어요? 내가 한 말 못 들었어요? 가서 밀크티 사와요!” 안야는 처음으로 거절했다. “제 일은 청소지 당신 심부름 꾼이 아니에요. 직접 가세요. 저는 그런 일을 할 의무가 없어요.” 안야는 힘으로 그 여자의 발 밑에 깔린 밀대를 빼냈다. 여자는 휘청거리면서 넘어질 뻔했고, 화가 나서 안야의 뺨을 때렸다.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이미 청소부 아줌마들 있는데, 괜히 끼어 들어서 장난이나 치고. 임대표님은 당신이 불쌍해서 아무 일이나 찾아준거야. 가뜩이나 일도 쉬운데 다른것도 안 하고, 거의 공짜로 월급 받아가는 거 아니야? 만약 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으면 성실하게 심부름꾼이나 해. 아니면 대표님한테 네가 일 열심히 안 한다고, 자르라고 당장 가서 말 할 거야!” 안야의 손에 입은 화상은 아직도 낫지 않아 따가웠고, 마음도 아파왔다. 그녀는 그녀가 만난 모든 사람들이 다 좋은 사람들인 줄만 알았다. 온연과 진몽요, 그리고 임립처럼. 이제서야 그녀는 세상에 나쁜 사람도 많다는 걸 알았다. “그럼 저 자르라고 가서 말하세요. 그만두면 되니까.” 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휴게실 문을 닫고 옷을 갈아 입으며 이곳을 떠날 준비를 했다. 여자는 어떤 반응을 해야할지 몰랐다. 늘 순종적이던 토끼가 갑자기 반항을 한다? 어차피 거슬리니까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안야가 떠난다고 말했으니 그녀도 더 이상 괴롭히지 않지 하이힐 소리를 내며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 촌년이 일 그만둔데요.” 그 여자와 비슷한 부류의 여자들은 모여서 신나게 토론했다. “우리가 너무 심하
임립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청소하는 건데 왜 못 하겠는 거예요? 일도 잘하잖아요,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우리 집 들어오고 나서부터 집도 집 같아졌는데, 갑자기 왜 그래요? 무슨 일 있는거죠?” 안야는 자신이 겪은 걸 말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그냥 하기 싫어졌어요. 며칠 안 했으니 월급은 안 받을게요, 그냥 말씀만 드리러 왔어요. 정말… 감사했어요. 이제 짐 싸서 나갈게요.” 임립은 눈썹을 찌푸렸다. 분명 괜찮은 줄 알았어서 그는 더 의외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는 집에 돌아갔을 때 따듯한 밥이 기다리고 있는 그 느낌이 좋았다. 그런데 지금 안야가 굳이 떠나겠다고 그는 말릴 이유가 없었다. “그럼… 나가면 어디서 살 거예요? 진몽요가 나한테 그쪽을 맡겼는데, 내가 책임을 안 질수도 없고, 어디 가는지는 알려주고 가야죠?” 안야는 어디 갈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거짓말을 했다. “살 곳 이미 찾았어요, 걱정 마세요. 일 보세요, 저는 먼저 가볼게요.” 안야는 자신의 거짓말이 들킬까 봐 황급히 사무실을 떠났다. 임립은 더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이미 멀리 가버렸다. 임립의 집으로 돌아온 안야는 캐리어를 싸고 집을 다시 한번 청소하고 떠났다. 밖으로 나오니 찬 바람이 불었고, 사람들은 급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었는데, 오직 그녀만 목적지 없이 방황하고 있었다. 마치 이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처럼. 그녀는 처음으로 기댈 곳이 없는 느낌을 받았다. 예전에는 아무리 가난해도, 집이 없거나 갈곳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그녀는 고향을 떠나 이렇게 아무 연고지가 없는 대도시에 온 걸 약간 후회했다. 도시는 컸지만 그녀가 자리잡을 곳은 없어 보였다. 걷다가 지친 그녀는 아무 공원이나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오늘은 바람이 유난히 세게 불어서, 발이 얼은 나머지 통증이 느껴졌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그녀는 다시 걸었고, 후진 여관에 잠시 머물 생각이었다. 여관 프론트에 아줌마는 해바라기씨는 까면서
안 그래도 놀랐는데, 아줌마가 환불이 안된다고 하자 안야는 망설였지만 그래도 머무르기로 했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임립은 공허한 느낌을 받았다. 집은 청소가 되어 있었고, 너무 깨끗해서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안야도 없었다. 그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진몽요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야 어딨어요?” 진몽요는 질문에 당황했다. “거기서 출근하는 거 아니었어요? 집도 거기서 살잖아요. 왜 저한테 물어보세요?” 임립은 심호흡을 했다. “거기로 간 거 아니었어요? 낮에 일 그만 두겠다고 하고, 살 곳 찾았다고 그러고 나갔어요.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거기로 안 갔다고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일 때문에 머리가 아팠는데, 안야까지 무슨 일이 생기니 미쳐버릴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나한테 연락 없었는데, 난 당연히 거기서 잘 지내고 있는 줄 알았죠. 무슨 상황이에요 이게?” 임립은 머리가 아팠다. “나도 몰라요. 갑자기 일 그만둔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분명 지금까지 잘해줬거든요. 사무실 왔을 때 좀 이상해 보였는데 더 묻기 전에 그냥 나가버렸어요. 일단 내가 먼저 전화해 볼게요.” 그는 전화를 끊고 안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원이 꺼져 있었다. 그 순간 그는 당황해서 진몽요에게 문자를 보냈다. ‘전화 안 받네요, 직접 찾아봐야 겠어요.’ 진몽요는 문자를 확인하고, 작게 욕을 한 뒤 외투를 걸치고 차키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그녀는 야근중이 아니었고, 경소경은 바쁘게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당장 그녀도 도와줄 사람을 찾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임립과 둘이 안야를 찾으러 나섰다. 여관. 안야는 배터리가 다 된 핸드폰을 충전하려 했고, 그녀의 핸드폰은 오래돼서 배터리가 나가면 자동으로 전원이 꺼졌다. 하루 종일 제대로 먹지도 못 했는데, 그녀는 아줌마의 경고에 놀라서 혼자 나갈 자신이 없었다. 서랍 위에 놓인 컵라면을 보고 물을 끓여 부었다. 무의식 중에 컵라면 옆에 놓인 듀렉스를 발견했고 그
배를 채우고, 그녀는 욕실을 봤는데 정말 초라했다. 심지어 크기도 작았고, 샤워기를 틀었더니 뜨거운 물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손에 입은 화상 때문에 샤워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아직도 통증이 있었고, 물에 닿으면 쉽게 감염될 수 있었기 때문에 뜨거운 물이 안 나와도 상관없었다. 그녀는 곰팡이냄새가 나는 침대 위에 누웠다. 아무리 습하고, 절대 따듯해지지 않는 침대였어도 길에서 자는 것보단 나았다. 그녀는 무서워서 자기전에 서랍으로 문 뒤를 막아 놨다. 그럼 누군가 들어오고 싶어도 한번에 문을 열진 못할 테니 말이다. 그렇게 잠이 살짝 들었다가 복도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에 그녀는 잠에서 깼다. 소리는 술 취한 젊은 사람들 같았고, 목소리가 꽤나 컸다. 그녀는 소리가 없어지기 만을 기다렸고, 그제서야 일어나서 핸드폰을 켰다. 혼자서 밖에 있으니 핸드폰이 켜져 있어야 안전한 느낌이 들었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신고하기 위한 조치였다. 30초 정도 지나고 낡은 핸드폰이 켜졌다. 눈 앞에 보인 건 수십개의 문자와 전화였고, 다 임립과 진몽요한테서 온 것이었다. 그녀는 깜짝 놀랐다. 그들은 지금 그녀를 찾고 있는건가? 시간을 보니 이미 저녁 9시였고, 그들은 분명히 마음이 급해졌을 것이다! 그녀는 먼저 진몽요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왜 전화를 그렇게 많이 거셨어요? 제 핸드폰에 배터리가 없어서 꺼져 있었어요. 이제 막 충전했네요.” 전화 너머 진몽요는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너 지금 어디야? 어디 간다고 말도 없이! 나랑 임립이랑 얼마나 찾았는 줄 알아? 뭔 핸드폰이 그래? 내일 내가 새거로 바꿔줄게. 내가 금방 갈테니까 주소 불러!” 안야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전화는 끊겼다. 그녀는 진몽요가 늘 불 같은 성격인 걸 알고 그저 웃으며 여관 주소를 보냈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진몽요와 임립이 황급히 찾아왔다. 진몽요는 자신의 비싼 옷이 허름한 환경에서 오염될까 봐 걸을 때도 최대한 벽에 붙지 않으려했다. “
임립은 기억을 더듬어보니 안야의 화상은 집에서 입은 게 아니었다. 그럼… 회사에서 그런건가? 그는 안야가 회사에서 청소 외에도, 직원들에게 음료를 만들어주거나 다른 잡일들도 도왔다. 그는 그녀가 직원들한테 디자인을 배우고 싶어서 우호적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해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 했다… 갑자기 그녀의 사직과 연관 지으니 상황이 이해가 됐다. 그는 진지하게 물었다. “회사에서 누가 괴롭혔어요? 사실대로 말해요!” 안야는 입술을 깨물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진몽요는 욕을 했다. “XX! 그걸 뭘 물어요? 딱 보이잖아요! 임립 씨, 사람 맡겨놨더니 어떻게 제대로 챙기는 것도 못해요? 안야 너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제대로 말 안 하면 연이한테 말할 거야. 너도 걔 성격 알지? 절대 그냥 못 넘어가는 거.” 온연에게 말한다고 하자 안야는 불안했다. “연이 사장님한테는 말하지 마세요. 지금 임신중이시라 몸도 안 좋은데 화 내시면 안되잖아요. 제가 다 털어 놓을게요… 립님이 제가 직원들한테 디자인 배워도 된다고, 청소부에서 디자인부서로 옮겨준다고 하셨어요. 저도 좋다고 생각해서 처음에는 직원들이 진짜 알려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 그랬어요. 저한테 심부름만 시키고, 밥 셔틀 시키고, 제일 기초적인 것도 안 가르쳐 줬어요. 그 뿐만이 아니라… 그 사람들… 제가 촌에서 온 거 알고, 가난하고 촌스럽다고, 제가 립님 앞에서 불쌍한 척 하는거라고 회사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어요. 화상 입히고, 화장실에 가둬 두고, 이런 일이 빈번했어요… 제가 말하지 않은 건 립님이 난처하실까 봐 그랬어요. 그래서 그냥 그만둔다고 한 거예요. 저는 괜찮아요, 이제 귀찮게 해드리기도 싫고요. 저도 혼자서 살 수 있어요! 사실, 그렇게 심각한 일 아니에요…” 심각하지 않다고? 진몽요는 임립과 눈을 마주쳤고, 두 사람 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안야의 손목에 화장자국은 컸고, 상처 주변은 빨개져서 염증이 생겼다. 분명 많이 아플텐데 그녀는 계속 참고 있었고, 참지 못 할 것
안야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진몽요는 이미 그녀를 끌고 나왔다. 카운터를 지나가자 아줌마가 한 마디 했다. “벌써 못 살겠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해요, 그냥 갈게요!” 진몽요는 작게 중얼거렸다. “저런 사람이랑 인사를 왜 해? 너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아? 세상에, 이게 무슨 여관이야, 그냥 쓰레기 같은 인간들한테 주는 방이지. 거의 너를 늑대소굴에 던져준 고기랑 뭐가 달라? 우리가 오늘 안 왔으면, 넌 무슨 일 났을 수도 있어!” 안야는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정말이에요? 저는 몰랐어요…” 임립은 그녀의 캐리어를 차 속으로 던졌다. “모르는 것도 많네요. 내가 말하는데, 그쪽이 다른사람한테 잘 해준다고 해서 상대도 잘 해줄 거라는 생각을 버려요. 어떤 사람들은 그저 당신의 호의적인 태도를 당연하게 여기고 더 무시해요. 지나치 게 착한 건 장점이 아니에요.” 이때 진몽요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녀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너머 걱정하는 경소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에요? 나 퇴근했는데, 집에 없길래요.” 진몽요는 잠시 망설였다. “나 밖이에요, 일이 좀 생겨서. 금방 가요.” 그녀는 요즘 그가 늦게 집에 들어와서 오늘도 늦게 들어올 줄 알았다. 낮에 회사에서 그녀와 점심을 먹지도 않고, 집에도 늦게 들어왔다. 경소경은 그녀가 무슨 생각인지 몰라, 조심히 오라고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 안야는 미안해 했다. “사장님, 먼저 들어 가세요. 시간 뺏어서 죄송해요.” 진몽요는 안쓰러운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럼… 임립씨한테 맡길게요. 이런 일 다시는 일어나면 안돼요. 회사 사람들은 알아서 처리하시고, 저는 안 끼어들게요. 그래도 회사에서 난리 칠 수는 없잖아요.” 임립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요, 먼저 들어가요. 소경이 걱정시키지 말고.” 집에 돌아온 후, 임립은 약을 꺼내 안야의 상처부위에 발라주었다. 안야는 너무 아파서 손을 덜덜 떨고 있었지만 입술을 깨물며 소리를 내지 않았
사진 속, 경소경과 그 여자는 여러 장소에서 만남을 가졌고, 말이 만남이지 사실을 데이트와 다름없었다. 모든 사진속에 그녀는 활짝 웃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며칠동안 경소경의 일정엔 회사와 집 빼고 다 그녀와 함께했다. 게다가… 호텔에 가서 몇번이나 그녀를 만났고, 그 중 한번이 오늘 아침이었다. 그녀가 먼저 회사에 들어가고, 경소경이 오랫동안 들어오지 않은 이유는 그 여자에게 아침을 사다주러 간 것이었다. 5성급호텔에서 조식을 안 주는 게 아닌데도 그는 직접 그 여자에게 아침을 갖다주었고, 사러간 김에… 그녀에게도 갖다주었다. 당시에 그녀는 마음이 풀리고 기뻤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우스웠다. 그녀는 모든 자료들을 자세히 볼 자신이 없어, 핸드폰을 끄고 아무렇지 않게 집에 들어갔다. 집에 들어갔을 때, 경소경은 아직 안 자고 있었고 샤워를 한 뒤 소파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매우 피곤해 보였다. “어디 갔었어요?” 그녀는 그를 보지도 않고 바로 위로 올라갔다. “안야한테 일이 좀 생겨서요. 나랑 임립이랑 같이 찾으러 갔다 왔어요. 피곤하죠? 얼른 쉬어요.” 경소경은 더 생각하지 않고 진몽요가 샤워할 때 잠에 들었다. 또 요즘 들어서 두 사람은 더 이상 잠을 설치며 서로를 알아가지 않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점점 커져갔고, 그는 몰랐지만 진몽요는 매우 고통스러웠다. 다음 날. 임립은 안야를 데리고 회사에 갔다. 안야는 가기 싫었지만 그의 고집을 이길 수 없었다. 회사에 들어가자 그 여직원들은 안야를 보고 고개를 숙인 채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이미 일을 그만 둔 사람이 다시 돌아온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기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직감했다. 임립은 안야를 데리고 바로 사무실로 향했고, 그 여직원들의 자리를 지나치면서 차갑게 말했다. “세 사람, 내 사무실로 와요.”林 세 여직원은 서로 눈치보기 바빴고, 이미 숨길 수 없다는 걸 알고선 주춤거리며 따라갔다. 사무실에 들어온 여직원들은 한 줄로 서서
여자는 임립이 안야 때문에 이러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적어도 이 여직원이 일한 2년동안 계속 임립의 회사에서 일했고, 일도 나쁘지 않게 했다. “말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고자질이랑 불쌍한 척 빼고는 아무것도 못하니까 우리한테 이러는 거잖아요. 우리가 디자인 알려주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하마터면 시간 낭비할 뻔했어요. 임대표님도 사람 잘 보세요. 아무거나 막 달라붙게 하지 마시고요.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까 대표님한테 기대는 거예요, 분명 꿍꿍이가 있는 거라고요.” 안야는 화가 나서 눈물이 났다. 그 직원에 말이 사실이면 몰라도 그녀는 지금까지 임립에게 딴 마음을 먹은 적이 한번도 없었다. 다른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걸 들으니 결코 듣고 있을 수 없었다. 임립은 열 받아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예요? 당신들은 오늘 진몽요나 온연이 아닌 내가 해결하러 와서 다행인 줄 알아요. 한 명은 경가네 사람이고, 한 명은 목가네 사람이라 누구 하나 만만한 상대가 없었을 걸요. 당신들이 말하는 ‘아무나’가 당신들보다 훨씬 나아요. 적어도 안야씨는 사람을 볼 줄 알아서 좋은 사람들만 골라서 사귀잖아요. 당신 옆에서 아무 말도 못 하는 쓰레기들 보다 훨씬 나아요!” 임립은 목정침 그리고 경소경의 관계는 비밀이 아니었다. 사업계에서는 이미 다들 알았고, 세 여직원은 안야가 경가네와 목가네랑 아는 사이라는 걸 몰랐다. 그저 성격 좋은 촌년이라고 생각해서 마음대로 괴롭혔는데, 임립의 말을 듣고 그 여직원들은 얼굴색이 창백해져 아무 말도 못 했다. 결국, 안야의 뺨을 때린 직원은 억지로 사과했다. “죄송해요… 안야씨, 저희가 잘못했어요. 어떻게 하고싶은지 말해주세요.” 안야는 눈시울을 붉히며 손을 내밀었다. “돈 돌려줘요!” 여직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촌스러운 안야가 어떻게 경가네와 목가네랑 아는 사이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맞아도 싼데, 입을 열자마자 돈을 달라니… 심지어 몇 푼 아니었다. 그녀는 웃으면서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안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