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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장

작가: 레몬맛 고양이
생각하지 않아도 이건 강균성의 짓임을 알 수 있었다. 중요한 건 일 처리를 너무 깨끗해서, 그때 백소가가 장난쳤을 때처럼 쉽게 범인을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게 강균성의 짓이라는 증거 또한 없었다!

  진정이 된 후, 온연은 폰을 꺼내 진함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한참 울리고 진함의 잠긴목소리가 들려왔다. “온연? 무슨 일이야? 이 저녁에 나한테 전화를 다하고, 무슨 일 생겼어?”

  온연은 한바탕 난리난 주변을 보며 말했다. “강연연이 제 가게에 와서 소란을 피우길래 저한테 맞았어요. 걔가 걔네 아빠까지 데려와서 난리치다가 저한테 욕 먹고 쫓겨났어요. 저한테 두고보라고 하더니 저녁에 그러니까 방금전에, 사람들이 와서 가게 문이랑 창문 유리 다 부시고 갔어요. 누가 했을까요?”

  진함은 순간 잠이 확 깼다. “뭐라고? 강균성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온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이 고른 사람인데 그것도 몰라요? 나쁜남자는 여자들이 안 좋아한다더니, 저희 아빠는 다행히도 강균성 같은 망나니가 아닌 신사라서요. 이 일 좀 제대로 처리 부탁드릴게요. 다 당신 전남편이랑 그 딸이잖아요. 만약 또 저를 귀찮게 한다면 불행하게 만들 거예요. 기억해 두세요.” 그녀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진몽요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창문이랑 문 다 깨졌는데, 이게 다 얼마치야? 우리 가고 나서도둑이 들어와도 막아둘 게 없는데 어떡하지?”

  온연은 고민하더니 말했다. “바닥에 케첩 좀 뿌리자. 도둑이 아무리 간이 커도, 어두울 때 보면 여기서 살인사건이라도 난 줄 알고 안 들어오겠지. 날 밝으면 뭐 누가봐도 케첩인 거 알겠지만 그땐 상관없지. 그리고 잠글 수 있는 것만 다 잠구자. 시간도 늦었고, 얼른 중요한 물건만 챙겨서 들어가자.”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니 이미 새벽 1시가 다 되었다. 온연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잠을 잤고 진몽요는 그녀의 태연한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그녀도 같이 안심하며 잠에 들었고, 아마 오늘 저녁 잠에 못 들 사람은 강균성과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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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온연은 사람을 불러 유리와 문은 새걸로 달았고, 오후가 되자 계속해서 영업을 했다.  그녀는 진함이 분명 강균성과 강연연에게 말했을 거라고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진함의 성격을 봐서는 그 부녀의 행동을 제지하기 보다 연을 끊었을 것이다. 강균성이 이제 어떻게 나올지 그녀는 아직 모르지만 어떤 방법으로 그녀를 공격해도 모든 걸 총동원해 막아낼 생각이었다. 만약 강균성이 증거만 잡힌다면 바로 감옥에 들어 갈 일만 남았다.  제도로 돌아갈 날이 점점 다가오자 진몽요는 걱정이 됐다. “연아, 아니면 경소경이랑 좀 늦게 갈지 상의해볼까? 지금 이런 상황에서 널 두고가기엔 마음이 편치 않아서.”  온연은 강력하게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해결할 수 있어, 넌 가야되니까 가야지. 내가 너한테 빚진 게 너무 많아. 네가 더 이상 나를 위해서 희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몽요야, 이번엔 내 말 들어줘. 강균성이랑 강연연이 짐승도 아니고, 이런 법치사회에서 나를 어떻게 하진 못 할 거야. 어떻게 한다고 해도 난 10배로 갚아줄 거야, 아무도 행복할 순 없지.”  진몽요는 목정침이 생각났다. 자신이 떠나면 목정침이 올 테고, 그럼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만약… 만약 목정침이 널 찾으러 온다면 한번만 더 기회를 주는 건 어때? 너 자신한테도 기회를 주고 말이야. 네가 그 사람 사랑하는 거 나도 다 아는데, 나보다 널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잖아. 만약에 네가 그 사람을 증오하면, 그럼 평생 그 사람을 떠나서 괴롭히는 게 제일 큰 벌이겠지…”  온연은 그녀가 왜 또 목정침 얘기를 꺼내는지 몰라 대충 대답했다. “알겠어 알겠어, 넌 네 일이나 신경 써. 내 일은 신경 쓰지 말고. 안야한테 음료 만드는 거 잘 알려주고, 그래야 네가 가고나서도 내가 가게 운영 잘 할 수 있잖아.”  진몽요는 목정침 얘기만 꺼내면 온연이 화제를 돌리는 걸 알아서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온연에게 목정침을 다시 받아주라고 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온연이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501장

    강균성은 문 앞으로 걸어가 구멍으로 문 밖을 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온통 까만게 마치 무언가에 의해 가려진 듯했다. 그는 마음이 초조해져 일부러 괴팍하게 물었다. “누구야?”  문 밖에서 낮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전선에 문제가 있어서요, 고치러 왔습니다.”  말이라도 맞춘 듯 아파트의 불이 갑자기 꺼졌다. 강연연이 깜짝 놀랐다. “아빠 빨리 들어와서 보라고 해봐. 진짜 문제 생겼나봐, 너무 캄캄해!”  강균성은 일의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분명 밖에서 문을 두드릴 땐 전기가 멀쩡했는데 말을 꺼내자마자 전기가 고장이 났다고? 그는 경계심을 가진 채 말했다. “전선은 밖에 있어요, 바로 옆에. 내려가서 경비원한테 열쇠 받으세요. 잠겨 있어서 저도 방법이 없어요!”   밖에 있던 남자는 말했다. “열쇠 있어요, 이미 둘러봤는데 밖에 문제가 아니라 안에서 생긴 문제같아요. 수리하지 않으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 정 그러시면 먼저 가볼 테니 내일 사람 부르세요.”  남자가 이렇게 말하자 강균성은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만약 정말 전선에 문제가 생겼으면 어쩌지? 그는 캄캄한 걸 싫어했다. 잠시 고민한 후 문을 열기로 결정했다. 그가 문을 열던 그 찰나에 갑자기 밖에서 쎄게 문을 당겼다. 강균성은 중심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졌고, 건장한 남자들은 어둠속에서 두 부녀를 소파에 앉혔다.  이때 불이 켜졌고, 그제서야 강균성과 강연연은 집으로 쳐 들어온 사람이 누군지 알았다. 건장한 남자들은 처음 봤지만, 임집사는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강연연이 얼굴이 잿빛이 되었고 찔려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때 그녀는 드디어 진함의 경고가 생각났다. 그리고 이제 진함의 경고가 현실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온연의 뒤에는 목정침이 있었다…  “강 선생님, 제 소개를 먼저 할게요. 저는 목가네 집사입니다. 임씨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 제가 여기에 왜 왔는지는 본인이 더 잘 아실테고, 제가 더 말씀 안 드려도 되겠죠?” 임집사는 강균성 맞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502장

    임집사는 동요하지 않았다. “저희 도련님이 분명히 말씀하셨어요. 두 분 같이라고. 강선생님의 죄명은 사람을 고용해서 타인의 기물파손, 그리고 공갈까지. 몇 년 안 나올 거예요. 따님은, 고의적으로 사람을 쳐 유산시키고 다시는 임신을 못 하게 했으니 그건 제가 장담 못하겠네요. 뭐 따님이 묵인해준 사람까지 불어버릴지… 본인이 알아서 하겠죠.”  강균성은 다급해졌다. “그때 목정침이 눈 감아준 거 아니에요?!”  임집사는 눈썹을 찌푸렸다. “저희 도련님이 인자하시긴 하죠. 따님이 저희 사모님이랑 혈연 관계라는 이유 때문에요. 저희 도련님은 피해자인걸요. 5분 다 됐네요, 경찰서 가실래요 아니면 여기서 해결할까요?”  강연연은 맞은 뒤로 무서워서 빨리 대답했다. “경찰서 갈게요! 저희가 경찰서 자수할게요!”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를바엔 경찰에서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경찰서에 가서 다시 진함에게 빼내달라고 부탁하는 게 여기서 죽는 거 보다 나았다. 비록 지금 진함이랑 싸워서 사이가 좀 그렇지만, 그래도 적어도 그녀의 친모이니 진함이 신경쓰지 않을거란 말을 믿지 않았다. 그녀는 평생 이 부녀와 뗄 수 없을 것이다.   제일 중요한 건, 진함도 처음에 그녀를 눈 감아준 사람중 한명이었다. 만약 진함이 정말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이걸 들먹여 나중에 진함도 책임을 면하지 못 할 것이다.  임집사는 더 말하지 않았고 사람을 시켜 두 사람을 경찰서로 데려다 주었다. 모든 일처리를끝낸 후 그는 목정침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련님, 그 사람들 경찰서로 갔습니다. 이렇게 순순히 감옥 가지 않을 거 같아요. 분명 진함에게 도움을 요청할 거 같은데. 진함… 아마도 사모님에게 부탁할 거 같아요…”  목정침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감옥 들어가기 전에, 걔네가 진함한테 연락할 기회를 주지마세요.”  임집사는 대답을 하고선 전화를 끊었다.  경찰서에 도착한 후, 강연연은 자백을 녹음하기 전에 경호원들이 밖에 서있자 녹음을 거부하고 전화를 요청했다.  경찰은 그녀의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503장

    온연은 인사불성이 된 진몽요를 보며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뒤 돌아서자 그녀는 한참동안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택시를 잡지 않고 아무도 없는 길거리를 거닐었다. 가벼운 발걸음 속에, 옛날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모든 게 점점 잊혀지고 있었다. 어쩌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녀는 점점 그런 일들과 그런 사람들을 다 잊게 될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정신이 확 깼다. 차마 뒤를 돌아보지 못하고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술을 마셔서 온몸이 다 마비된 것처럼 말을 듣지 않았고 몇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술기운 안에 남아있던 맨정신이 새벽에 혼자다니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해주고 있었다.  어렵사리 집에 도착한 후 그녀는 온 몸에 식은 땀이 흘렀다. 열쇠를 꺼내서 문을 열려할 때 손은 덜덜 떨리고 있어서 열쇠가 구멍에 맞지 않았다. 그녀는 마음만 급해서 거의 울기 직전이엇고, 복도의 조명은 고장나 있었다. 어둠속에서 그녀는 휴대폰 후레시를 꺼내 열쇠를 끼워 맞췄고, 딱 이때 큰 그림자 하나가 그녀를 막아섰다. 불빛을 통해 벽에 비친 그림자는 마치 괴물 같았다!  그녀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고, 마치 보이지 않는 힘에 제압당한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른 채, 손 하나가 그녀의 손에서 열쇠를 빼았아 그녀를 대신해문을 열어주었다. 그녀는 당연히 그 다음에 이 사람이 집 안으로 끌고 갈 거라고 생각했고,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기 싫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더 이상 아무짓도 하지 않았고, 그냥 단순히 문만 열어 주려고 했던 거 같았다.  그녀는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 재빨리 문을 닫고 잠궜다. 모든 게 끝난 후, 그녀는 문에 기대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앞으로 혼자 살면 이런 일이 많을 테니 어떻게든 익숙해져야만 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술을 많이 마신게 후회가 됐다. 만약 저 사람이 정말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면 그녀는 저항할 힘 조차도 없었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504장

    별로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그는 제도에 있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나타나고 그런 무의미한일을 할 수 있을까? 비록 그녀가 전에 그에게 이순을 데려가라고 문자한 적이 있지만, 그가 답장을 안 한 걸 보면 그도 그녀를 포기한 것 같았다. 그래서 더욱 그럴 일도 없고 아마 그녀가 착각한 것이다.  진몽요는 갔지만, 가게는 계속 해야하고 할 일도 계속 해야했다. 마치 온연의 기분을 달래주기 위해서인지, 오늘은 날씨가 정말 좋았다. 선선한 바람이 불고, 건조하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햇빛도 적당하니 장사도 잘 되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갑자기 란샹이 비명을 질렀다. “연아, 대량주문 들어왔어. 맞은 편 건물의 금융회사 라는데… 네 남편 회사 아니야? 디저트랑 아메리카노 100인분. 아메리카노는 금방 만들 수 있는데, 디저트는 너 힘들어 죽을텐데… 아침에 본 그 롤스로이스 네 남편거 아니야? 그게 아니면 어떤 사장이 직원한테 이렇게 통 크게 쏘겠어?”  란샹이 이렇게 말하니 온연은 생각이 많아졌다. 정말 목정침이 이곳에 온 건가? 디저트와 아메리카노, 그가 제일 좋아하는 조합이었다. 그런데 100인분은 지금 자기 힘들어 죽으라는 건가?  돈이 있어도 벌지 않는 건 바보였다. 그녀는 앞치마를 두르고서 물었다. “언제까지야? 만약 바로 배달이면 지금가서 죽여버리게.”  란샹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오후 4시까지 배달하면 돼.”  온연은 힘을 끌어 모았다. “그리고, 목정침은 목정침이지 남편이라고 하지마.”  란샹은 입을 막는 시늉을 했다. 다들 같이 일한지 꽤 되어서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했다.  오후, 온연은 100분의 디저트를 다 만들었다. 안야도 다른 사람들의 도움 끝에 커피를 다 만들었다. 주문량이 많아서 한번에 배달하지는 못하고, 가게에 직원은 이렇게 몇 명 밖에 없으니 모든 사람이 함께 갈 수밖에 없었다. 오후에 다른 장사는 안하고 100인분을 만드는데만 공을 들였다.  란샹은 배달인원에 온연을 낄 생각이 없었으나 본인이 같이 가겠다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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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에서 만난 목정침의 태연한 모습을 생각할수록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돈 버는 것만 아니었다면 그녀는 절대 그의 주문을 받지 않았을 거다. 오후 내내 힘들었던 건 고사하고, 그가 일부러 그녀를 괴롭히기 위해 그랬다는 생각만 들었다.  얼마 후, 란샹은 유치원에서 아이를 픽업해 가게로 데려왔다. 요즘들어 이런 일이 많아져서 다른 사람들은 몰랐지만 온연은 알았다. “언니, 집에서 아이 봐 줄 사람 없어? 다른 건 아니고, 저도 야야 엄청 좋아하는데, 그냥… 자주 이렇게 하면 언니가 힘들잖아. 픽업해 줄 사람 없어?”  란샹은 씁쓸하게 웃었다. “아니. 우리 남편이 요즘 일이 힘들어서. 프로그래머라서 자주 늦게까지 야근해. 애는 신경 못 써주고 그럴 시간도 없어. 다른 어른들은… 내가 멀리 시집을 온 편이라, 부모님은 곁에 안 계시고, 우리 시부모님은 이런거 신경 안 쓰셔. 뭐 이제 쉴 나이때 되셨다고 생각하셔서 그런지, 매일 아침 먹으면 놀러 나가시고, 하루종일 보이지도 않아. 애 픽업은 내가하고, 퇴근하면 시부모님들 살림까지 다 치워야지. 주말에는 야야가 등원 안 하니까, 낮에 잠깐 봐주시는데도 이래저래 힘들어 하셔…”  온연은 듣다가 눈쌀을 찌푸렸다. “앞으로 주말에도 가게로 데려와. 바쁠때는 휴게실에서 놀게하면 되고, 한가하면 데리고 나가서 놀아도 되고. 잠도 휴게실에서 자면 되니까.”  란샹은 입술을 깨물으면 속으로 참고 있는 게 보였다. “우리 시부모님은 나한테 키운 정이 없잖아. 날 안 도와주시는 건 이해할 수 있어, 내 아이니까. 나도 전혀 그거에 대해서 불만은 없고, 내가 불쌍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아. 앞으로 날 필요로 하실때도, 나도 신경 쓸 이유가 없지. 서로 신세진 게 없으니. 그런 일은 우리 남편이 하는 게 맞는거지.”  모든 사람의 인생은 쉽지 않다. 집집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온연도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생각해보니, 가족 관련된 일로는 그녀는 다른 사람들처럼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그녀에게 유일한 문제는 목정침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506장

    기사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도련님은요?" 목정침은 남아있는 인내심이 없었다. "나한테 뭘 물어? 대체 누가 너한테 운전을 시킨 거야? 뇌는 장식이야? 당장 똑똑한 놈으로 바꿔 와!" … 오피스텔 아래. 온연의 집에 불이 들어온 덜 확인하자 목정침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온연이 너무 보고 싶었다. 그녀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욕을 먹는다 해도 상관없었다.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다가가고 싶었는데… 낮에 그녀를 만난 후부터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서도 다가갈 수 없다니… 그 느낌이 그를 힘들게 했다. 이미 오랜 밤을 힘겹게 지새웠다. 온연이 매일 밤 두려움에 떨며 혼자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그녀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항상 지켜보고 있었다고… 집 앞에 도착한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이곳이 동네에서 제일 좋은 아파트였다. 집이 조금 작고 방음이 잘 안되는 것 빼고는 문제가 없었다. 집 안에서 물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그녀가 샤워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문 앞에서 계속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그의 양복주머니에서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전화기 너머로 경소경이 웃으며 대답했다. "어디까지 갔어? 아직 손도 못 잡았다는 소리는 하지 말고." 목정침 이마에 핏줄이 섰다. "경소경! 죽을래?" 경소경이 껄껄 웃어댔다. "아잉, 그러지 말고. 걱정돼서 하는 소리지. 내 도움 필요 없는 거 확실한 거지? 혼자서 할 수 있겠어? 내가 장담하는데 너 그 집에 발도 못 붙일걸?" 목정침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말해봐. 무슨 좋은 생각이 있는 건지." 경소경은 잠시 침묵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온연 성격 어떤지 몰라? 알잖아. 마음 약한 거. 불쌍한 척해야 널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507장

    목정침의 모습이 온연을 놀라게 했다. "당신! 왜 그래요? 누가 그런 거예요? 경호원은요? 왜 혼자 나왔어요!" 목정침에게는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 멍청한 기사가 어떻게 해놓은 거지? "조금 이따 말해주면 안 될까…?" 온연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 그를 집안으로 끌고 갔다. 그를 소파에 앉혀놓은 후 그녀는 분주하게 구급상자를 찾아냈다. 구급상자를 연 그녀는 절망했다. "평소에 다칠 일이 별로 없어서… 소독약이랑 빨간약, 반창고 같은 거밖에 없어요. 병원이라도 갈래요?" 병원에 가는 게 목정침의 목적이 아니었다. "아니… 갈 상황이 아니야…" 그의 말이 그녀를 놀라게 했다. "전지예요? 전지가 그랬어요?" 목정침은 반박하지 않았다. 내가 내 손으로 했다고 할수는 없으니까. 전지가 누명 좀 쓸 수 밖에 없지. 전지가 죽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기도 했다. 온연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이마에 생긴 상처를 열심히 치료해주었다. 상처가 그리 크지 않아서 반창고를 붙여도 될 것 같았다. "더 다친 데 없어요?" 그는 밀려오는 아픔을 참으며 셔츠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온연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그는 숨을 들이쉬며 힘겹게 말했다. "등 뒤…" 조금 부끄러웠던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의 옷을 벗겨주었다. 피투성이가 된 그의 등을 보자 그녀는 완전히 얼어버렸다. "병원에 가는 게 어때요?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손이 너무 떨려요…" 목정침은 떨리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걱정하지 마… 그냥 소독하고 대충 처리만 해주면 돼."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무서웠다. 그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만큼. "안 돼요… 나 못해요… 이건 너무 심각해요… 엄청 아플 거예요… 그러니까 여긴 왜 왔어요! 계속 제도 있으면 되잖아요!" 그녀의 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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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60장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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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8장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7장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6장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5장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4장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3장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2장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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