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눈속엔 혼란스러움이 가득했다. 전화가 끊긴 뒤,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우선 진몽요한테 말하지 마, 아직 때가 아니야. 내가 전지랑 만나볼 테니 가만히 있어.” 그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의 선택을 믿기로 했다. “알겠어요. 대신 몽요가 피해보기전에 빨리 처리해줘요. 부탁이에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에게 핸드폰을 돌려주며 다시 한번 말했다. “내 말 잊지마, 진몽요한테 말하면 안돼. 내가 해결해.” 그녀는 동의했다. “알겠어요, 그럼 일 봐요, 먼저 가볼게요.” 그는 대답을 한 후 마중도 나가지 않으려는 지 가만히 서있었다. 그녀는 그가 전화 받은 이후로 뭔가 잘못되었음을 눈치챘지만 신경 쓰지 않고 회사를 떠났다. 점심시간, 목정침을 차를 타고 전지가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전지도 이번엔 도망가지 않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지는 교통사고 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고, 머리에 붕대를 감은 것 빼고는 일반인과 다를 게 없었다. 침대에 누워서 골골 대지도 않고, 오히려 창문 앞에서 노을만 감상하고 있었다 발소리를 들었지만 전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이미 편지 내용을 예상했나봐?” 목정침은 인상을 찌푸리며 “편지 어딨어?” 전지는 편지를 꺼냈고, 그 편지는 원본이 아닌 사본이었다. “잘 읽어봐, 원본은 내가 갖고 있어, 당연히 안 줄 생각이고. 전에는 너 아니면 뭐든 못할 거 같았는데, 지금 보니 신은 나의 편이네.” 목정침은 편지를 낚아채 읽고 쓰레기통에 버려버렸다. 그는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너 이 새끼 진짜 뭐 하자는 거야?” 그는 거의 욕을 안 하지만, 협박받는 그 순간 만큼은 참을 수가 없었다. 전지는 썩소를 지으며 뒤돌아 그를 봤다. “한 때 서영생이 너네 아버지 기사였지. 너네 아버지가 우리 엄마 만나러 올때마다 서영생이 운전해서 그가 증인이야. 나랑 엄마는 빛도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10년을 보냈어. 내가 아플 때 엄마 혼자 나를 돌보았고, 너무 힘들 때도 눈물만 훔쳤지 네 아
전지는 순간 흥분했다. “죄책감 들게 뭐가 있어? 처음에는 그랬어도, 지금은 아니야. 너네 목가네 충실한 개로 일해서 그런지 버릇을 못 고치더라고. 결국엔 네 편이었어. 그 오랜 시간 동안 난 온갖 죄를 다 안고 있는데, 이 편지만 아니었어도 나는 그때 그 계획이 성공 한 줄만 알았겠지. 죽기전까지도 나에게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어, 다 너를 위해서였겠지? 목가네는 한 사람을 자신들의 개로 만들 수 있을 만큼 잘 해주나 봐. 난 궁금한 게, 넌 너희 가족에게 왜 그런 건데?” 목정침은 말을 하지 않았다. 이를 꽉 깨물며 애써 살인 충동을 참았고, 머릿속에서 지웠던 기억들이 살아날수록 두 주먹이 더 떨려왔다. 사고 전야, 그의 아버지가 그를 서재로 불렀다. 그는 무거운 분위기를 짐작했고, 당시 18살의 그는 나이보다 이미 많이 성숙해 있어 재벌 2세들은 다 돈에 미쳐 있기 마련이지만 그는 정반대였다. “정침아, 알려줄 게 있어. 너에게 동생이 있어. 아빠가 실수한 일이라 네가 이해하길 바라진 않아. 그저 너희가 경쟁하지 않고 싸우지 않고 바르게 컸으면 좋겠다.” 아빠의 입에서 그런 말을 들은 그는 받아 드릴 수 없었고, 아버지라는 우상의 존재가 무너져 버리는 것 같았다. 부모님의 관계는 늘 좋았고, 너무 좋아서 바람 피우거나 배신하지 않을 정도였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버지가 일하기 전에 목가네는 결코 깨끗하지 않았다. 비록 돈은 많았지만 정당하지 못한 수법으로 번 돈이었고, 그의 아버지가 대를 잇자 정당한 방식으로 돈을 벌었고 그게 다 어머니의 영향이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늘 그에게 멋진 존재였다. 어머니는 교양이 있고 사리에 밝은 사람이었다. 선비 가문에서 태어나, 언행이 늘 온화하고, 아버지의 성격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는 이런 집안의 분위기가 평생 유지될 줄 알았는데, 제3자가 생긴 이후 점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당황한 아버지가 물었다. “정침아, 이건 다 아빠 잘못이야.
전지가 오늘에서야 말을 한 후, 목정침도 서씨가 편지에서 전지를 보호하고 있는 걸 알고 있었다. 서씨는전지가 계획 했다는 걸 말하지 않고, 혼자 다 뒤집어 쓰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당시 전지는 10살 정도였고, 그런 원한이 있었다면 지금 이러고 있는 것도 썩 이상하지 않게 느껴졌다. 사실 서영생은 틀렸다. 그는 목정침이 아버지와 서재에서 나눈 대화만 들었지, 목정침이 서재에서 나와 어머니와 나눈 대화는 듣지 못했다. 그 날 저녁은, 목정침이 성장한 순간이기도 했고, 현실을 마주한 순간이기도 했다. 서재에서 나온 그는 어머니의 방으로 향했고, 방안에는 그의 어머니가 걷기도 어려운 상태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놀랍게도 그의 어머니는 혼외 자식의 일을 다 알고 있었다. 교양 있던 모습은 이미 없어지고, 원한만 가득 찬 모습으로 눈물을 흘린채 웃고 있었다. "정침아, 아빠가 다 말해줬지? 그 사람은 내가 다 모르는 줄 알고 있어, 사실 난 다 알고 있었지만. 긴 세월 동안 나는 네 앞에서 네 아빠와 싸운적이 없었지, 하지만 뒤에서는 몇 번이나 싸웠는지 몰라. 결국 우리는 안 맞았던 거지. 나는 그렇게 아량이 넓은 사람이 아니야, 정침아 그거 아니? 나는 깨끗하고 맑은 사람인데, 결혼하기 전에 네 아빠 원수에게 안 좋은 일을 당했어. 내가 자살하려고 하자 네 아빠가 날 더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결혼하자고 했지. 결혼하게 되자 네가 생겨서 평생 잘 살 줄 알았어. 그렇지만 현실은 상상과는 다르더라. 내가 그 원수한테 잡혀가서 당한 그 날 이후로, 나는 더럽혀졌어, 그러니 어떻게 잘 살 수 있겠니? 그 사람이 다른 여자가 생긴 걸 알아도, 나는 그냥 참고만 있어야지. 하하 … 정침아, 엄마가 제일 걱정되는 건 그 인간이 재산을 그 여자랑 자식한테 물려주는 거야. 이게 다 엄마가 네게 물려주려고 고군분투 한 건데, 네 아빠와 목가네를 위해서 이렇게 노력했으니 절대 다른 사람한테 주면 안되지. 나는 그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중요하지 않아, 우리 가정
그의 복잡해진 얼굴을 본 전지는 복수로 인한 쾌감이 들었다. “네가 온연한테 편지 주길 바라지 않는다면, 내 일에 간섭하지 말고 땅은 내가 결정할 게. 진몽요가 내가 한 짓을 알게 되는 날에는, 온연도 네가 한 짓을 알게 될 거야.” 목정침은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 마시며 최대한 자신의 마음속 소용돌이를 가라 앉히려 했다. 그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 자신이 무너지는 한이 있어도 어머니를 해치고 싶지 않았고, 그의 마음속 어머니는 여전히 착하고 교양 있는 그런 여자였기에,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았다. “땅도 갖고, 진몽요도 가지면? 그 편지로 얼마나 날 더 협박하려고?” 전지는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만약에 서로 말 못할 비밀 그냥 이렇게 묻어두고, 사랑하는 여자랑 각자 편하게 살자고 하면 믿을래?” 그는 당연히 안 믿었다. 비록 서로 각자의 약점을 쥐고 있었지만, 결국 누군가는 지고 누군가는 이기는 싸움이다. 어차피 문제는 여자니까, 온연과 그의 사이가 중요한지, 전지와 진몽요의 사이가 중요한지 판단해야 하는 데, 전지는 진몽요 없이도 살 수 있지만, 그는 온연 없이는 절대 살 수 없었다. “그 편지 원본 어떻게 하면 줄껀데?” 그가 차갑게 물었다. 전지는 비웃었다. “온연이 진짜 너한테 중요하긴 한가 봐, 하긴 서로 오랜 시간 봐왔으니 감정이 깊겠지. 내가 목가네의 전부를 달라고 하면, 줄 거야?” 목가네의 전부? 이 말은 아마 전지 빼고는 아무도 못할 말이었다. 목정침은 고민도 하지 않았다. “절대 안돼.” 전지는 놀랍지 않다는 듯 다른 수를 말했다. “역시 여자가 돈 보단 중요하지 않지. 너네 목가네꺼 나도 별로 관심 없어. 내가 원하는 건 내가 지금까지 느꼈던 온갖 고통을 다 네가 느끼는 거야. 그치만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으니 그냥 이렇게 두자, 너도 이렇게 쭉 뒀으면 좋겠지? 각자 입 닫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거지. 별 문제만 없으면 나랑 진몽요는 곧 결혼할 테니, 형으로서 그 땅 사서 결혼 선물로 주는 게
그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로와” 그녀는 그에게 다가갔고,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거리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더니, 어깨에 이마를 기대어 그녀의 체취를 맡았다. 덕분의 하루 종일 복잡했던 일들로부터 해방되는 기분이었다. "연아, 넌 정말 나를 떠나고 싶어?” 그는 처음으로 그녀를 연아 라고 불렀다. 그녀는 순간 긴장이 되어 몸이 경직되었다. “갑자기 그건 왜요......? 오늘 좀 이상하네요.” 그는 그녀가 달아날 것처럼 더 세게 끌어 안았다. “내가 알고싶어.” 그녀는 진심으로 생각했다, 그를 떠나는 게 진짜 원했던 거 아닌가? 근데 왜 지금은 그 말이 입 밖으로 안 나오지? 그녀가 난감해 하는 걸 눈치 챘는지, 더 이상 답을 묻지 않고 질문을 바꿨다. “어떻게 하면 내 옆에얌전히 있어줄래? 우리 남들처럼 사이좋게 지내면 안 될까?” 그녀는 그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지금 이 사람 고백하는건가? 이런 그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한 그녀는 열이 나는지 이마를 만져보고 정상인 거 같아 손을 내렸다. “오늘 왜 이래요? 왜 그런 말을 하는거예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는 그녀의 행동에 웃음이 났다. “나 열 안나, 취한 것도 아니고. 이런 얘기 서로 해 본적 없는 거 같은데 왜 이렇게 긴장했어?” 그녀는 그를 빠르게 훑어보더니 “왜냐면 당신은 그냥 무서워요, 매일 다른 사람들한테는 잘해주면서 나한테만 냉철하고, 날 보는 눈빛이 잡아 먹을것만 같아요.” 그녀는 그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뜻이었는데 그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맞아, 난 널 잡아 먹어 버리고 싶어.” 아까 오는 길에 이미 더워서 사무실에 들어오고 겨우 괜찮아졌는데, 그의 장난 한번으로 그녀는 다시 귀가 뜨거워졌다. “제 말은 그 뜻이 아니라...... 아까 사이좋게 지내자면서요? 어떻게 사이좋게 지내겠어요? 그때 항공사고 일 결국 진실 못 알아냈어요, 그렇게 되면 평생 죄인의 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하는데, 당신 곁에
그녀를 안절부절하게 만든 건 양자 선택이 아니라 갑자기 변한 목정침의 태도였다. 그로 인해 그녀는 자신이 너무 극단적인 게 아닌지 의심하게 되었다. 이 일은 정말 이렇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인가? 전지의 이상한 행동도 용서할 수 있나? 이왕 이렇게 된 거 이건 진몽요와 전지의 일이니 그녀도 더 이상 목정침과 싸우며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내가 잘 생각해볼게요.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알게 해선 안됐죠. 이미 내가 알게 되었는데 어떻게 모른 척해요? 늦었어요, 나 갈건데, 같이 갈 거에요?” 목정침은 사무실에 있는 걸 썩 좋아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도 왔으니 여기서 밤샐 이유가없었다. “가자.” 병원. 진몽요는 피곤한지 소파에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 낮엔 출근하고, 퇴근하면 전지에게 와야 되니 그녀도 적지 않은 고생중이다. 다행히 개인 병실이라 소파도 있지, 아니면 잠도 제대로 못 잘 뻔했다. 전지는 어둠속에서 그녀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 듯했다. 잠시 후 그가 일어나 “몽요야.” 진몽요는 비몽사몽한 채 그를 보았다. “무슨 일이야? 화장실 가려고?” 그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 괜찮은 거 같아. 내일 퇴원하려고, 너도 집에 가. 네가 이렇게 피곤한 걸 보니 내가 속상해.” 진몽요는 시계를 보고선 갈 준비를 했다. “그래, 내일 퇴원하고 집 가면 연락 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차 병원 지하에 있어. 네가 준 그 차 알지? 운전해서 가, 나는 내일 다른 사람 부를 게.” 그녀는 거절하지 않고, 차키를 받은 후 병원을 나섰다. 저녁 바람을 쐬니 그녀는 잠이 약간 깼다. 손에 쥔 차키를 보면서, 그녀는 마음이 싱숭생숭 했다. 이 차는 예전에 그녀가 선물한 건데, 부자가 된 지금까지 그는 바꾸지 않고 타고 다녔고, 이번에 사고가 나자마자 제일 먼저 수리를 맡겼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미 그때의 그 감정이 사라진 것만 같았다. 단지 아래에 도착해 그녀가 차에서 내리자, 하람이 갑자기 나타났다. “몽요
강령은 땅 지분 증서를 꺼내며 “네 할아버지가 남긴 땅이야, 지금 엄청 비싸. 목정침이 사겠데, 오늘 계약 할 거야. 너무 기쁘지 않니? 우리가 모르고 있어서 너무 다행이야, 소유권도 아직 할아버지한테 있고, 그래서 파산 될 때 안 뺏겼던 거야. 오늘 나가서 절차 밟으려면 여기저기 다녀야 돼, 나중에 얘기하자.” 진몽요는 순간 멈칫했다. 목정침이 원하는 땅이면, 당연히 비쌀 것이고, 이 땅이 자기네 소유라니 꿈만 같았다. 드디어 가난 탈출인가? 그녀가 천천히 세수를 마치자 전지에게 퇴원하는 길이라고 전화가 왔다. 이 전화 때문에 그녀는 출근이 늦어졌고, 땀 뻘뻘 흘리면서 회사에 도착하자 이미 15분이나 지각해 있었다. 자리에 앉아 그녀는 숨을 돌렸고 아무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갑자기 입구 쪽에서 긴 그림자가 보이더니 경소경이였다. 늘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이었는데 오늘은 그 또한 늦었다. 그렇지만 그는 사장이니까 급여 깎일 걱정 따위 안 해도 되었다. 경소경은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는 듯한 시선을 느꼈는지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눈이 잠깐 마주쳤고, 그는 아무렇지 아는 듯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조금 놀랐다. 그녀가 보기엔 두 사람은 절대 상사와 직원 간의 가벼운 사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왜 갑자기 차갑게 구는거지? 연기 해달라고 할 때는 이런 태도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서류를 가져다 주는 핑계로 그녀는 그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왜 그래요? 도와준 은혜는 못 갚을 망정 그런 표정이나 짓고.” 경소경은 아직 잠에서 못 깬듯 힘 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돈으로 거래 했잖아요, 더 은혜 갚아야 해요? 서류 내려 놓고 가서 볼 일 봐요.” 그녀는 왠지 모를 실망감이 들었다. “왜 이래요? 나라고 가까이 지내는 척하는 게 좋았는 줄 알아요?” 그녀가 씩씩거리며 나가자, 그는 책상위 서류를 바라보며 옅은 한숨을 쉬었다. 어제 저녁에 하람이 새벽에 나갔다 들어오자 그에게 두 시간동안 잔소리를 했고 그로 인해 아침에 일어나
”아주머니, 저 잠깐 회사에 좀 다녀올 게요.” 그녀는 더 이상 집에 있을 수 없었다. 유씨 아주머니는 그녀가 회사에 간다고 하자 목정침의 회사가 아니라 임립의 회사로 출근하는 걸로 착각했다. “이렇게 더운데 돈 벌러 나간다고? 안돼!”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목정침 찾으러 간다고요! 이 집 도련님이요! 출근하는 게 아니고요. 게다가 더 이상 임립네 회사에 출근할 생각 없어요.” 그녀는 이미 자신이 뭘 하고 싶은 지 계획해 놨다, 설계 업무는 도저히 그녀와 안 맞는 거 같았다. 아주머니는 그제야 안도했다. “그래, 밖에 더우니까 임씨한테 데려다 주라고 할 게.” 임집사가 그녀를 목가네 회사에 내려주고, 그녀는 46층에 도착했다. 엘리는 그녀가 목정침의방식대로 신발 갈아 신는 걸 싫어하는 걸 알고 슬리퍼를 가져다주지 않고 인사를 건냈다. “사모님 오셨어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 그 순간 냉기를 쐬자 그녀는 행복해서 죽을 것 같았다. “저 신경 쓰지 마세요, 에어컨 쐬러 온 거라서요.” 목정침은 리모컨을 들고 에어컨 온도를 올렸다. “아주머니가 아까 전화 하셔서 온도 올리래. 여기까지 에어컨 쐬러 오면 귀찮지 않아?” 그녀는 김이 빠져서 “다들 왜 이래요? 외투 챙겨왔어요, 진짜 더위타서 그런다고요.” 그는 그녀를 보더니 “외투 입어, 그러면 온도 다시 내려줄게.” 그녀는 챙겨온 얇은 외투를 걸쳤고, 가방에 챙겨온 책을 꺼내 읽었다. 이건 시간 떼우기 용으로 미리 준비해둔 것이다. 그는 늘 혼자 있는 게 습관이 돼서, 사무실에 누군가 있으니 일에 집중할 수 없어 일을 내려 놓았다. “여기와서 에어컨도 쐬고, 나 안 무서운 가봐 이젠?” 그녀는 정직하게 대답했다. “무서워요, 근데 더위가 더 무서워요. 중요한 건 당신이 없을 때 유씨 아주머니가 더 엄해서요. 제발 한 달 후에는 약속대로 저를 덜 괴롭혔으면 좋겠어요.” 그는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한 달이면, 그녀가 유산한지 한 달을 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