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6장

작가: 레몬맛 고양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툭 던진 그의 말 한마디가 그녀의 발길을 막는데 성공했다. 그가 원한다면 그녀가 다니는 회사를 망하게 하는 일 정도는 쉽게 해버릴 수 있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다.

그녀는 아무말 없이 계단을 올라 방으로 돌아갔다. 침대에 누운 그녀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목정침이 핸드폰을 내려놓은 채 식탁 위에서 무표정으로 열심히 밥을 먹고 있었다. 연달아 오는 문자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유씨 아주머니, 온연 앞으로 내방에서 지내라고 해요."

유씨 아주머니는 그제서야 머리를 탁 쳤다. "그래야죠…. 3년 동안 집을 비우셨잖아요? 연이는 계속 원래 방에서 지내고 있었어요, 이제 돌아오셨으니 방을 옮기긴 해야겠네요, 바로 준비할게요."

"그리고 그 호칭도 바꾸시고요." 목정침이 말했다.

유씨 아주머니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야죠, 습관이 돼서 그만, 이제부터 사모님이라고 불러야죠."

유씨 아주머니가 신이 나서 온연의 짐을 옮기려 준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온연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주머니 뭐 하세요? 어디로 옮기시는 거예요?"

유씨 아주머니가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 "도련님이 돌아오셨잖니, 명색이 부부인데, 당연히 같이 지내야지. 도련님 나이도 있고, 이제 애도 슬슬 가져야지."

온연은 눈동자만 흐릴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를 건드릴 리 없었고, 아이를 가질 리는 더더욱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옮길 수 있는 물건들이 다 옮겨졌다. 그녀는 침대에 미동도 없이 앉아있었다. 아직은 그의 방을 마음대로 드나드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의 방에 여유롭게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아래층에서 들리는 식탁 치우는 소리에 그녀는 몸을 일으켜 욕실로 걸어갔다.

밖으로 나왔을 때 그녀는 뜻밖에도 목정침을 보았다. 그는 아직 나가지 않고 거실에 앉아있었다.

온연은 조금 의아했다.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호텔로 달려갈 줄 알고 일부러 욕실에 더 오래 있었는데…그녀의 예상이 빗나갔다.

그녀는 태연한 척 계단을 올라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27장

    전화기 너머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보세요? 형수님? 그게요, 목정침이 지금 많이 취해서요, 좀 데리러 오실 수 있으세요?"형수님? 그 호칭이 그녀의 마음을 내려앉게 했다. 처음에는 그가 뭔가를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약간 얼떨떨한 마음으로 대답했다. "뭐라고요? 거기가 어딘데요?"맞은편이 너무 시끄러워 꽤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어느 술집인지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그녀는 전화를 끊고 외투를 걸치고는 자고 있는 임집사님을 깨웠다. 그녀는 면허가 없어 혼자 그를 데리러 갈 수가 없었다.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저 멀리 술집 앞에 서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술에 취해 꽐라가 된 목정침 말고 두 명의 남자가 더 있었다.끼리끼리 모인다, 그게 그들에 대한 그녀의 첫인상이었다. 외모로만 놓고 봐도 모두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를 갖고 있었다. 다만 그녀는 그들을 만난 적이 없고, 그들의 모임 또한 익숙하지 않았다."어라? 목정침 엄청 꽁꽁 숨기더니, 오늘 술이 떡이 되어서야 결혼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이렇게 어리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설마 얘가 거둬키운 그 여자애는…아니죠?" 온연을 본 경소경의 눈이 번뜩였다. 그의 눈에는 의혹감도 조금 섞여있었다.온연은 눈을 내리깔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앞으로 다가가 목정침을 부축할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폐 끼쳐드렸네요."경소경이 무슨 말을 더 하려 하자 옆에 있던 임립이 그를 잡아당겼다. "됐어, 빨리 차에 태우는 거나 도와드려."차가 멀리 사라지자 경소경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아까 걔 진짜 거둬키운 그 애는 아니겠지? 정침이 걔는 무슨 생각이래? 저 애랑 결혼할 줄 난 꿈에도 몰랐다." 임립은 딱히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목정침 성격에 아무 이유 없이 자기 원수의 자식을 거둬 키웠을 거 같아? 다른 사람 눈에나 천사처럼 착하지. 실제로는 악마가 따로 없어."…목가네로 돌아온 온연은 젖 먹던 힘을 다해 목정침을 방까지 부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28장

    갑자기 공항에서 그의 팔짱을 끼던 여자가 생각이 난 온연은 의식적으로 그를 밀쳐냈다. "술부터 깨고 얘기해요." 그가 만약 제정신이었다면 날 건드리고 싶지도 않았겠지…?"꺼져!" 그가 나지막이 소리쳤다.온연은 몸을 흠칫 떨더니 황급히 일어나 자신의 잠옷을 여미었다. 그녀는 다시 옆방으로 돌아갔다. 달랑 침대 하나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잘 수는 있었다.이튿날, 그녀가 식탁에 앉자마자 유씨 아주머니가 황급히 자신의 방에 있던 이불을 치우는 걸 보게 되었다. 매트리스마저 사람들이 옮겨갔다. 위층에서 내려오던 목정침은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를 몰아 떠나버렸다.그녀는 대충 음식을 먹고는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일을 할 때만은 그와 지내는 것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금방 회사에 도착해 자리에 앉으니, 총책임자인 진흠이 서류 하나를 그녀의 책상에 올려놓았다. "이거 카이웨에다 좀 전해주고 와. 기억해. 꼭 목대표의 비서한테 직접 전해줘야 해. 네가 능력이 있다면 목대표한테 직접 전해줘도 되고, 절대로 다른 사람한테 전해주면 안 돼."그녀는 멍해졌다.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카이웨는 목씨 그룹의 회사 중 하나였다. 목대표도 당연히 목정침을 말하는 거고…"진 책임님, 다른 사람 시키시면 안 될까요?" 그녀는 가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모르겠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비록 무조건 만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혹시나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것도 너무 싫었다.진흠은 그녀의 책상에 걸터앉아 손을 자신의 양복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지? 이거 큰 건이야, 너보고 세상 물정 좀 알아보라고 일부러 너 시키는 건데. 만나게 될 사람들도 모두 카이웨 쪽의 엘리트들이고 운이 좋다면 목대표를 직접 만날 수도 있는 기횐데 안 간단 말이야? 내가 널 이렇게 챙겨주는데 너한테 안 좋은 일 시키겠어? 자, 빨리 가, 인턴 끝나자마자 '반항'하는 거야?"이 회사에 입사한 그 순간부터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29장

    목정침의 사무실에서 여자 목소리가 흐릿하게 흘러나왔다. "미워, 시간 없다고 거짓말이나 하고, 하나도 안 바쁘네 뭐. 나 맘에 드는 가방 생겼는데, 정침 오빠가 사주면 안 돼?"온연은 순간 숨이 멎어버렸다. 마치 누군가가 그녀의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목정침이 무슨 말을 했는지 듣지 못했다. 곧이어 그 여자가 방에서 나왔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는 약간 넋이 나가 있었다. 지난번 공항에서 만난 그 여자였다.온연은 그녀의 의기양양한 얼굴보다 그녀가 신고 있던 하이힐에 더 눈이 갔다. 목정침은 그 어떤 사람도 이곳의 평온함을 방해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여자가 하이힐을 신고 오는 걸 허락하다니."또 너야? 너 정침 오빠랑 무슨 사이야? 난 너랑 모르는 사이인데도 너가 너무 싫어. 귀국하고 나서 정침 오빠 만날 때마다 너 마주쳤어. 짜증나 죽겠어." 심한 말이었지만 그녀의 애교 섞인 말투가 장난처럼 들리게 했다."전 그냥 서류 전해주러 온 거예요." 온연이 침착하게 대답했다."안 궁금해, 아무튼 정침 오빠는 내 거니까. 뺏을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그녀는 황금색의 카드 한 장을 한정판 가방에 집어넣고는 흥하는 소리와 함께 그곳을 떠났다.30분이나 기다렸는데도 비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서류만 놓고 가버리고 싶었지만 서류 위에 쓰여있는 기밀이라는 말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녀는 책임질 자신이 없었다. 목정침은 컴퓨터에 띄워진 CCTV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사무실에 앉아있었다. 그의 얼굴은 차갑게 얼어있었다. 그녀가 밖에서 얼마나 오래 기다릴 수 있는지 무척 궁금했다.두 시간 뒤, 그는 짜증스럽게 노트북을 덮었다. 전화를 치는 그의 얼굴이 무척이나 어두웠다. "너 오늘 휴가라 출근 안 한다고 온연한테 말해. 서류 내방으로 가지고 오라고."2분 뒤, 온연의 핸드폰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안녕하세요,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30장

    온연은 입술을 오물거리더니 그에게 대답했다. "아니요. 그럼 전 이만 가 볼게요."그녀가 막 돌아서자 만년필 한 자루가 그녀의 귓가를 스치며 곧장 사무실 문에 내리쳐졌다. 갈라진 만년필 사이로 흘러나온 먹물이 바닥을 더럽혔다.물건을 던진다는 것은 그가 엄청 화가 났다는 뜻이다. 그녀는 두려움에 얼어버렸고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에 대한 두려움을 억누르려 노력해봤지만 잘되지 않았다…"일로와!" 목정침의 목소리에는 화가 가득 차있었다. 그녀에게는 그 말이 그녀의 목숨을 앗아가는 전조처럼 느껴졌다.온연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이내 그의 곁으로 다가가 옷자락을 배배 꼬면서 그를 조심스럽게 쳐다보았다.그는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허리춤을 감싼 손에 살짝 힘을 주며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살을 에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금 뭐라 불렀어? 너 공과 사 구분이 그렇게 철저한 사람이었어? 그럼 집에서 부르는 호칭도 좀 고쳐야 하지 않나?"사무실 밖에서 두 시간 넘게 서 있을지언정 그를 만나러 들어오지 않던 게 떠오르자 그의 분노가 더욱 거세졌다.그가 왜 화가 난 건지 온연은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저…. 전 그냥 공사 구분 못한다고 생각하실 까봐…"목정침은 자신의 턱을 그녀의 어깨에 기대었다. 유혹적인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맴돌았다. "그래? 그럼 밖에서 두 시간 동안 서있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어?"그녀의 생각이 정확히 간파당하자 그녀는 찔린 듯 허둥지둥 대답했다. "아… 아니에요… 그냥 바쁘실가봐… 방해하기 싫어서…""내가 바쁜지 안 바쁜지, 누구보다 잘 알지 않나?" 그녀가 그를 찾아온 여자와 마주쳤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말문이 막힌 그녀는 고개만 떨구었다.그녀의 모습에 목정침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그녀가 침묵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됐어, 이제 그만 가봐. 서류는 내가 보도록 하지. 저녁은 집에서 저녁 먹을 거야."그의 말에 온연은 기쁜 마음으로 그에게서 벗어났다. 그녀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31장

    엘리베이터가 칠층에서 멈춰 섰다. 무시무시한 압박감에 진흠은 엘리베이터로 들어오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구석으로 옮겼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그 남자가 진흠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건드릴 사람을 건드려!" 그의 말투는 침착했지만 위협감이 섞여있었다.얻어맞은 복부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진흠은 배를 감싸며 주저앉고 말았다. "누구시죠?" 그는 당혹감에 휩싸였다."온연 남편."…목가네, 온연은 집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목정침이 돌아왔는지 확인해 보았다.조심스러운 그녀의 모습에 유씨 아주머니는 실소했다. "도련님 아직 안 오셨어!"그 말에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저녁 먹으러 돌아온댔어요…" 그의 말대로라면 그가 그녀보다 먼저 집에 도착했어야 했다.그녀가 샤워를 끝내고 나왔을 때 목정침은 이미 식탁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잠옷으로 갈아입은 몸과 살짝 젖은 머리가 금방 샤워를 끝냈다는 걸 설명해 주었다. 그는 항상 집에 돌아오면 샤워부터 했다. 그것이 그의 습관이었다.그녀는 그의 맞은켠에 앉아 묵묵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막 한입 먹으려는데 그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목정침은 핸드폰을 확인해보더니 받지도 않고 전원을 꺼버렸다. 그 모습이 온연을 의아하게 했다. 그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식사가 끝난 후 온연 조심스럽게 물었다. "머리 말려 드릴까요?"그는 거절하지 않고 먼저 몸을 일으켜 위층으로 올라갔다.온연의 마음이 조금 진정이 되었다. 그녀는 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가 창가 옆에 앉기를 기다린 후 욕실에서 드라이기를 꺼내 그의 뒤에 섰다.손가락 사이로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그의 머리를 말려주었다. 남자의 머리카락이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다니…. 그녀는 조금 놀랬다. 아무런 걱정 없이 그와 이렇게 가깝게 있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진몽요는 다음 주에 들어올 거야. 심개는 영원히 못 돌아오니까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온연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32장

    온연은 숨을 죽였다. 지금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게 얼마나 사치스러운 생각이었는지 그녀는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녀의 평생을 바쳐 빚을 갚으라고 한건 이미 엄청난 배려였다.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전 게스트룸에서 잘게요." 그것이 그녀의 최후의 발악이었다."한 발짝이라도 더 움직여봐." 그의 온몸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마치 바깥의 한기처럼 그녀의 가슴을 시리게 했다.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그의 말을 기다렸다.죽을 듯한 침묵의 끝에 드디어 그의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떠나고 싶어? 그래, 원하는 데로 해줄게! 대신…. 조건이 있어, 내 애를 낳아."애를 낳다니? 나보고 애를 낳으라고? 낳다니…그의 애를?온연은 갑자기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함께 망설임 없이 떠난 엄마가 생각났다. 소리 소문 없이 떠나버린 엄마 때문에 그녀는 어릴 때부터 비난과 조롱에 시달렸다. 아직도 그 기억들이 생생하게 기억났다.그녀는 아이를 낳는다는 일에 유독 거부감이 심했다. 아이를 낳는다는 건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말처럼 간단한 게 아니었다.하지만 그녀는 자유를 갈망했다. 이 감옥 같은 인생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선택의 갈림길에 선 그녀는 오랜 고민 끝에 선택을 내렸다. "좋아요."목정침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마음속에 분노의 불씨가 피어올랐다. 그는 주먹에 쥐었다 폈다 반복했다. " 내가 널 안고 싶게 만들어야지. 마음만 먹는다고 끝인 줄 알아? 애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도 아니고, 헛된 생각은 안 하는게 좋을 거야!"온연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녀는 그의 앞으로 다가가 떨리는 손으로 그의 셔츠를 풀기 시작했다. 그녀는 속눈썹이 나비처럼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긴장한 눈동자를 숨길 수 없어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감히 그를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목정침이 그녀를 뭐라고 생각하는지 그녀는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을 키워준 사람이 남편이 되다니….긴장해서 그런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33장

    다음날 그녀는 아침도 먹지 않고 회사로 출근했다. 사무실 책상에 출처 모를 서류가 한가득 쌓여있었다. 온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누구 거야?"옆자리에 앉아있던 직원이 그녀에게 속삭였다. "진 책임님이 시키셨어. 너 혹시 무슨 일 있었어? 진 책임님이 온 부서 일을 다 너한테 시키셨어. 너 오늘 아무래도 야근해야 할 것 같아."그녀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일을 하기 시작했다. 왜 이런 짓을 당하게 된 건지 대충 예상이 갔다.점심시간 때 그녀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한통 왔다. "저는 강연연의 엄마인데요, 잠깐 만났으면 좋겠네요. 커피숍 '모카'에서 기다릴게요."그녀는 강연연의 이름을 곱씹으며 누구인지 열심히 떠올려 보았다. 낯선 이름에 그녀는 즉시 답장을 보냈다. "저는 강연연이 누군지 모릅니다."답장이 빠르게 날라왔다. "제가 알아요, 그쪽이 누군지. 올 때까지 기다릴게요."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목정침이 공항에 데리고 온 그 여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무엇에 홀린 듯 갑자기 그녀에게 무슨 일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쉬는 시간을 틈타 그녀는 회사를 벗어나 '모카'로 향했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중산층 이상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분위기가 차분하고 고급 졌다.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녀는 또다시 문자를 받게 되었다. "창가 쪽 4번 테이블에 있어요."온연이 고개를 들어 주위를 쳐다보았다. 4번 테이블에 검은색 모피로 한껏 멋을 낸 중년의 여인이 앉아있었다.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보고 있는 바람에 얼굴은 보지 못했다.온연은 그녀에게 다가가 맞은 켠에 앉았다. "강연연씨 어머님?"맞은 켠에 앉아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자 온연은 얼어버리고 말았다.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네, 저는 진함이라고 해요. 그쪽을 뭐라고 불러야 하죠?" 그녀는 점잖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녀에게서 부잣집 사모님의 기운이 느껴졌다.눈앞에 보이는 익숙하고도 낯선 얼굴에 온연은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렇게 한참을 말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34장

    회사로 돌아온 그녀는 배 속에서부터 느껴지는 통증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진함의 얼굴이 그녀의 머릿속에 가득 찼다. 몇 십 년간 만나지 못했던 엄마를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그녀는 상상도 못했다. 분노인지 역겨움인지 모를 감정이 그녀의 마음속에 요동쳤다.지나간 세월이 그녀를 몰라보게 변화시켰다. 비록 진함이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녀는 진함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그녀의 기억 속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조금 의아했다. 진함은 그녀가 여섯 살이 되던 해에 그녀를 떠났다. 바로 애를 낳았다 쳐도 강연연은 그녀보다 7살은 어려야 정상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강연연이 미성년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만약 친자식이 아니라면, 새엄마로 그녀를 그렇게 돌봤다는 얘기인데. 그럼 친딸인 자신은 뭐가 되는 거지?"온연, 너 오늘은 밤새 야근할 생각인 거지?" 진흠이 할 일이 없는지 온연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온연이 책상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본 그의 말투가 아니꼬웠다.온연은 진흠을 쳐다보지도 않고 몸을 일으켜 미처 끝내지 못한 일들을 계속했다. 그녀의 행동에 진흠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네 남편 정말 대단하더라. 회사까지 찾아와서 날 발로 찼다니까. 온연, 네가 여기 있는 한 내가 시키는 데로 해야 할 거야. 모든 일에는 응당한 대가가 따라야 하는 거야."그 말을 들은 온연의 몸이 얼어버렸다. "뭐라고요?"그 일을 생각하기만 해도 진흠은 화가 치밀었다. "너 몰랐어? 시치미 떼지마. 난 받은 만큼 돌려주는 사람이거든. 두고 보자고!"그녀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목정침이 회사로 찾아와서 진흠을 발로 찼다고? 장난치는 건가? 그녀에게는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그녀의 반응에 그녀가 겁이 난 줄 안 진흠은 화가 좀 풀렸는지 그녀에게 말했다. "…지금 나한테 사과하면 내가 용서해 줄 수도 있는데."온연은 그를 흘겨보고는 담담히 대답했다. "진책임님 제가 좀 바빠서 그런데 방해하지 말아주시겠어요?"진흠은 너무 화가 난 나

최신 챕터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9장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8장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7장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6장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5장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4장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3장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2장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1장

    경가네 공관에 도착한 후, 진몽요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집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님, 범이 깨어 있어요?”  하람은 아이를 안고 마중을 나갔다. “응, 깨어 있어. 너희가 이 시간에 오는 게 익숙해져서 그런지, 애가 자는 시간도 바꿔서 매일 이 시간에 눈만 꿈뻑거리면서 너희를 기다리더라고. 나도 마침 아이 안고 문 앞에서 기다릴 참이었는데, 딱 맞춰서 왔네. 오늘 오는 길에 차 안 막혔어? 빨리 왔네.”  진몽요는 아들을 건네 받고선 아껴주었다. “아이고, 착해라. 오늘은 괜찮았어요, 별로 차가 안 막혀서요. 어머님, 분유 더 있어요? 분유 살 때 됐지 않아요? 앞으로 아이 분유는 저희가 살게요, 저의 대신해서 아이 봐주시는 것도 이미 감사한데, 돈 쓰시면서 또 귀찮게 만들어 드릴 수는 없죠.”  하람은 웃으며 말했다. “에이, 나 그래도 의리 있는 사람이야. 범이도 내 친 손자인데, 분유 사는 게 뭐가 어때서? 이정도 취미도 뺏어 가면 안되지, 정말. 분유가 겨우 얼마나 한다고 그래? 어차피 우리는 한 가족이니까, 돈도 같이 쓰는 거지, 애한테 들어가는 돈인데 누가 써도 다 똑같잖아? 내가 그런 거 따지면 이상한 건지. 예전에 너희가 아이 낳기 전에는 지루했는데, 이제는 할 게 생기니까 매일 편안하게 살고 있어, 잠도 잘 잔다니까.”  진몽요는 못된 웃음을 지으며 하람의 허리를 꼬집었다. “잠도 잘 주무셔서 그런지 몸매도 더 좋아지시고, 더 분위기 있어지셨어요.”   하람은 원래 사람들과 잘 지내는 스타일이라, 나이가 어린 사람과도 잘 지냈다. 시간이 지나서, 진몽요가 예의를 많이 따지지 않고 가끔 선을 넘을 때도 있었지만 하람은 신경쓰지 않았다. “정말이야? 나한테 일부러 그런 말로 내 비위 맞추려는 거 아니지? 소경이는 너처럼 듣기 좋은 말은 못하더라.”  진몽요의 표정은 진심이었다. “제가 거짓말하는 거라면 강아지 할게요. 정말이에요, 어머님 허리도 얇아 지셨어요. 분명 아이 키우느라 힘드셔서 그렇게 되신 것 같아요.”   하람은 아부를 듣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