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은 그 순간 웃을 수가 없었다. ”됐어됐어, 다음에 뭐 먹고 싶으면 바로 나한테 말해. 나 이제 들어가 봐야겠어, 늦게 들어가면 또 목청침한테 혼나.” 진몽요는 앞에 오는 택시를 잡고 “그래, 너 먼저 들어가.”......백수완 별장에서 목청침은 마음이 뒤숭숭한지 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옆에 있던 경소경이 어쩔 수 없이 창문을 열며 “말해봐, 무슨 일인데?” 목청침은 서류 가방에서 파일 하나를 꺼내며 “네가 봐봐, 누가 날 괴롭히네.” 경소경도 담배에 불을 붙이고, 파일을 훑어본 그는 욕을 참을 수 없었다.“젠장! 누가 이렇게 간이 커? 두 달 동안 계속 너가 협력하던 곳만 치면서 파트너들이 죄다 그 사람을 선택하게 만들고, 도대체 이 사람 누구야?” 목청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내가 안 그래도 알아봤는데, 외국회사더라고, 오너도 외국사 람이야. 딱 봐도 상장회사인 거 같은데, 뒤에 누가 있는지 아무리 찾아도 안나와. 안 그래도 요즘 나 끌어내리려는 사람 많았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타격을 준 사람은 이 사람이 처음이네. 너도 좀 알아봐 줘, 해외지사에 손실이 좀 커서 내가 갔다 와 봐야겠어.” 경소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립이한테는 따로 말 안 할게. 듣자하니 걔 회사도 둘째형한테 넘겨줘야 하는 게 확정된 모양이야, 이제 인수인계해줘야 되는 거 같더라고. 걔가 혼자 인맥으로 해결하려는 거 같아.” 목청침은 자기 앞가림하기도 바빠 그의 일은 신경 쓸 수 없었다.“그래, 피곤하다. 나 먼저 들어갈게, 뭐라도 알아내면 연락 줘.” ...... 이 시각 목 씨네 집, 온연은 목청침이 들어오는 소리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이미 저녁 11시가 넘어서, 그녀는 도저히 싸울 기력이 없었다. 그는 역시나 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바로 잠에 든 것 같았다. 온연은 조금 의아했다, 그도 피곤해서 트집 잡을 힘이 없었나? 잠시 후 갑자기 그가 다가와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 순간 강연연과의 사진이 생각난 온연은더
아침이 되자 목청침은 온데간데없었다. 온연은 여영생 일 때문에 힘이 쭉 빠져 있어서 그런지 아침 먹을 때 유씨 아주머니가 와서 물었다.“연아 너 또 도련님이랑 싸웠어? 어제 출장 갔다 와서 그런지 아침에 얼굴색이 영 안 좋던데, 너도 똑같네.” 온연은 고개를 저으며 “그이랑 안 싸웠어요, 저도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런데 그이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 그러니 걱정마세요. 제가 오늘부터 야근해서 돼서, 탕원이 좀 부탁드릴게요.” 유씨 아주머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안 싸웠으면 됐어. 탕원이는 나보다 잘 먹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집에 맛있는 거 있으면 다 하나씩 갖다 줬더니 뱃살이 거의 바닥까지 늘어지겠어.” 온연은 유씨 아주머니 덕에 마음이 놓였다. 밥을 다 먹고 회사로 향했는데, 딱 들어가니 분위기가 영 안 좋았다. 사람들이 다 산만하게 사무실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상하다 싶어 옆 사람에게 물었다. ”다들 왜 그래요?” 옆 사람은 “임대표님 집에서 누군가 왔나 봐요. 아까부터 계속 큰소리가 났는데 지금은 좀 잠잠해졌네요. 다들 무슨 일인지 모르는데, 한번 들어가 볼래요? 연이씨는 목씨 집안 아가씨니 아무도 뭐라고 못할 거예요. 듣자 하니 회사 오너가 또 바뀌나봐요. 임대표님 있을떄는 운영도 잘해서 저희도 편했는데, 또 사람이 바뀌니 저희도 불안하네요. 서류 가져다주는 척하고 한번 들어가 볼래요?” 온연은 이런 일에 총대 맬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녀는 임립이 노력해서 얻은 회사인걸 알기에, 회사가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는걸 볼 수 없었다. 온연은 가방을 내려놓고 아무 서류 하나를 든 채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두드리고 임립이 들어오라고 하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임립의 둘째 형이 있는 게 아니라 웬 백발의 노인이 임립의 자리에 앉아있었고, 정작 임립은 그 옆에 서 있었다. 이건 그녀가 상상한 장면이 아니었다. 노인은 임립의 아버지라고 하기엔 너무 늙었지만, 임립이 늦둥
임립의 아버지는 손에 든 지팡이를 쾅 내려놓고서 말했다.“지금 네가 날 가르치는 거야? 임립, 네 그 어중이떠중이 친구들 다시는 회사에 얼씬도 못하게 해! 이러니까 회사 운영도 못하지, 일주일 시간 줄 테니까 너 비상그룹 당장 둘째 형한테 넘겨!” 임립은 두 손에 주먹을 꽉 쥐며 “왜 그래야 되죠?” “왜냐면 내가 네 아버지니까! 너는 그저 내가 말하는 대로,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거야. 그렇게 하기 싫으면 우리집에서 당장 나가!” 그의 아버지는 감정이 격해져서 얼굴까지 빨개졌다. “ 온연은 문득 진함이 생각났다. 비록 진함은 절대 대담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강균성과 강연연을 선택하고 자신을 버렸다. 그녀는 이런 부모들을 향한 증오를 억누르고 말했다. “어르신, 그럼 저와 목청침이 어중이떠중이라는 뜻인가요? 임씨 집안 정말 대단하네요, 목씨 집안조차 무시하고말이죠. 그리고 저는 그쪽 집안일은 신경 쓴 적도 없고, 쓰고 싶지도 않네요. 그 결정 부디 후회하시길 바랄 게요.” 비록 임씨 집안도 부와 명예가 있지만 목씨 집안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목청침을 어중이떠중이라고 부르는 건 정말 이례적인 일이다. 역시나, 목청침의 이름을 들은 그의 표정도 살짝 굳었지만, 사과하기엔 너무 늦었다. “어쩐지 네가 운영하는 비상 그룹 실적이 좋더라니, 다 목씨 집안이 도와줘서였고만.” 이라며 어쩔 수 없이 둘러댔다. 임립은 비꼬듯이 말했다.“또 이렇게 나오시네요? 제 친구는 청침이 말고도 경씨 집안 도련님 경소경도 있고, 아버지가 모르시는 친구들 더 많아요. 제가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만약에 비행 회사 둘째 형한테 넘기시면, 저랑 관련된 건 뭐든 다 가져갈 거에요. 목씨 집안과의 협력이던 회사 사람들이던 다 데려 갈테니 남은 거 둘째형한테 주시면 되겠네요.” 그의 아버지는 지팡이로 임립을 치며 소리쳤다.“이런 불효자식! 걘 너 둘째 형이야 인마!” 임립은 통증을 참으며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누가 제 형
임립은 피식 웃으며 “좋아요, 그럼 오늘부터 저는 임씨집안과 아무 상관없는거네요. 근데 제가 듣기론 큰형이 청침이네랑 협력하고 싶어하던데.. 왜 안되는 줄 아세요? 마침 청침이 아내도 이 자리에 있으니 말씀 드리지만, 절대 청침이네랑 협력하고 싶어 하지 마세요, 적어도 제가 살아있는 한 절대 그럴 일 없을거에요. 왜냐면 청침이는 의리를 지키는 친구거든요.” 임립의 아버지는 그를 한번 보고, 또 온연을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가버렸다. 온연은 그제서야 숨을 돌렸다. 사실 아까 그녀는 그의 아버지가 임립을 때리면서 자기까지 때릴까 봐 쫄아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초반에 목청침의 이름을 들먹였던 것이다. 역시 목청침의 이름빨이 좋아서 그런지 임립한테도 도움이 됐다. 그의 아버지가 떠난 후 임립은 넥타이를 살짝 풀며 말했다.“저는 이제 아무것도 남은 게 없네요. 영감탱이가 내가 이룬 수익은 챙겨도 된다고 했는데 회사 지분은 하나도 못 가져간데요. 뭐, 괜찮아요, 그 돈이라도 조금 챙겨서 작은 회사 하나 차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겠죠. 절대 임씨집안한테 지지 않을거에요!” 온연은 한숨을 내쉬며 “제가 그쪽 집안 사정은 잘 모르지만 딱 제가 본걸로만 말하자면 다들 너무하네요. 그치만 혼자서 뭐든 잘할 수 있을거에요, 적어도 아버지 간섭은 안받을테니. 설마 혼자 차린 회사까지 형제들에게 넘기라고 하시겠어요?” 임립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 분은 그러고도 남을 분 이세요. 나중에는 내 목숨도 자기가 준거라고 은혜 갚으라고 할껄요? 생각만해도 무섭네요. 왜 나를 저렇게 싫어하시는 줄 알아요? 우리 엄마가 바람을 피셨거든요. 근데 아버지가 복수하기도 전에 자살하셔서, 그 모든 증오의 화살을 나한테 돌리신거에요. 우리 형제 중에서 내가 그나마 우리 엄마를 닮아서 괜찮게 생겼어요, 우리 엄마를 닮아서, 그래서 더 싫어하나 봐요. 황당하죠?” 온연은 자신의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제 생각엔 그쪽 아버지 좀 아프신 거 같아요. 나중에
그 시각 임가네에선 긴급 가족회의가 열렸다. 물론, 임립을 제외하고. 당연히 온갖 권력과 좋은 걸 다 가로채려는 첫째와 둘째는 가족까지 다 데리고 왔고, 시집간 딸만 참석하지 않았다. “아버지, 무슨 일로 갑자기 부르신 거예요?” 술 마시며 놀고 있던 둘째는 갑작스러운 호출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는 안색이 어두운 채 말했다. “임립이 목청침과의 사이가 좋은 거 같다. 목청침의 집사람도 임립의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고, 내가 계산을 못했어. 이렇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해서라도 목청침과의 관계는 끝난 거야!” 둘째는 관심도 없었고 누군가를 탓할 생각뿐이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가 몰랐던 일이잖아요. 안 그래도 지금 저랑 걔랑도 사이가 안 좋은데 이건 제 탓하시면 안 되죠.”. 아버지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로 “너 그걸 말이라고 하냐? 넌 임립보다 못해! 이런 쓸모없는자식!” 둘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첫째가 고심 끝에 입을 뗐다. “전에 아버지께서 저한테 이리씨를 임립네 회사로 보내라고 하셔서, 저한테 항상 뭐든 보고했는데, 목청침과 관련된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설마 립이 눈치채고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은걸까요?” 그는 고개를 저으며 “나도 잘 모르겠어, 네가 한번 이리한테 찾아가서 말해보렴, 아무것도 빠짐없이 얘기해 줘야 한다고. 그리고 임립은 자기가 회사에서 나오는 대신 집에서 나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 아이가 떠나면 모든 걸 다 뺏을 생각이지만, 우리가 오랫동안 노력한 목씨네와의 관계는 가망이 없을 것 같다. 그러니 다 같이 방법을 생각해 보자꾸나.” 이때 첫째가 이의 제기를 했다. “아버지, 비상 그룹 둘째한테 넘기지 마세요. 둘째가 어떤 앤지 모르시는 것도 아니고 분명 아무것도 못 할 거에요. 그냥 계속 임립이 운영하게 두세요, 그래야 목청침을 끌어들이죠.” 둘째는 기분이 확 나빠져서 “형 지금 뭐라고했어? 회사는 뭐 형만 운영할 수 있고 나머지는다 쓸모없다 이거야? 그렇게 따지면
모두가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이때 첫째네 가족이 둘째를 못마땅해 하며 말했다.”괜히 우리 체면에 먹칠하는 짓 하지 말죠. 나중이 일 커지면 수습 못해요.” 그러자 둘째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뭐라고요? 이게 뭐가 어때서요? 제 말은 목청침의 아내가 임립을 배신하게 한 다음에, 임립이랑 목청침네랑 싸우면 둘의 사이가 멀어지지 않을까요? 저희한테도 이득은 없지만, 임립이 목청침의 아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 목청침은 임립이 잘못했다고 생각할 것이고, 우리는 중간에 있다가 목청침을 끌어오는 거죠. 그러면 임립한테 복수도 하고 일석이조 아닌가요?” 첫째가 눈을 반짝이며 “아버지, 제 생각엔 꼭 불가능한 것 만은 아닌 거 같아요. 이리가 아직비상에 있으니, 제가 찾아가서 말해볼게요. 목청침의 아내는 당연히 임립을 배신하지 않을 테니 이리가 중간에서 그 역할을 대신해 주면 될 것 같은데요?” 그의 아버지는 잠시 고민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한번 해보지 뭐. 이 일은 첫째 너한테 맡기마. 그래도 내가 널 좀 더 믿으니.” 둘째는 툴툴대며 “제 아이디어를 형이 한다고요? 아버지 너무 사람 차별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는 둘째는 한번 째려보고선 “너는 제대로 하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 그러니까 닥치고 있어!”...... 비상 디자인 그룹의 점심시간. 온연은 입맛이 없어 테이블에 엎드려 쉬고 있다. 회사 사람들이 나 밥 먹으러 나가고, 조용해진 사무실에 홀로 남은 온연은 서서히 머리가 아파졌다. 이때 갑자기 앞에서 구두 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들었더니, 이리였다. 이리는 항상 시간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었다. 밥 먹으러 제일 먼저 나가서 제일 먼저 들어오고, 나가서 먹지도 않고 거의 매일 구내식당에서만 먹는다. 오늘 처음으로 밥을 먹으러 가지 않았다. 가방을 들고 있는 걸 보니 외출하려는 거 같은데 표정이 좋지가 않다.“이주임 님, 나가서 식사하시게요? 요즘 식당 밥도 맛있다던데, 평소에 엄청 검소하셔서 밖에서 잘 안
그제서야 그녀는 목청침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그가 있다면 집안에 생기 도는 거 같았다. 그녀는 하루 일과 끝에 이런 어두컴컴한 분위기인 집에 오면 더 피곤해지는 것만 같았다. 이때 탕위엔이 소리를 내며 그녀의 품에 안겼다. 온연은 그제서야 미소를 지으며 “나 샤워하러 가야돼, 요즘 바빠서 잘 못 돌 봐줘서 미안해.” 탕위엔은 그녀의 말을 알아 들었는지, 슬픈 소리를 내었다. 그녀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탕위엔은 이미 잠에 들었다. 그녀는 깨우지 않고 천천히 탕위엔을 쓰다듬어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탕위엔의 소리를 듣고 놀라 꿈에서 깬 온연은 황급히 불을 켰는데, 탕위엔 보다 더 놀라게 한 목청침이었다. 탕위엔이 침대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앉아 있으니, 목청침은 방문에 기대어 가만히 서 있었다. 털이 달린 동물에 민감한 목청침은 겨우 침대에 누우려고 다리를 뻗은 순간 탕위엔이 발을 긁는 바람에 쏜살같이 밖으로 나갔다. 그걸 발견한 온연이 재빨리 탕위엔을 안고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다시 방에 돌아온 그녀는 침대 맡에 쓸쓸하게 앉아 무언가를 생각하는 목청침을 보고선 말했다 “내가 집에 왔을 때 너무 피곤해서 탕위엔 신경을 못 썼네요. 지금 괜찮으니 얼른 자요.” 목청침은 그제서야 힘을 빼고 이불 속으로 누웠다. “내가 깨기전까지 절대 들어오지 못하게 해.다시 내 눈앞에 나타나면 국으로 끓여버릴 꺼야.” 이 말이 살짝 기분 나빴지만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굳이 이런 일로 새벽에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저번에 강연연과의 사진도 둘 다 바빠서 그런지 흐지부지 넘어갔다. 역시 사람은 바쁠수록 고민거리가 적어지는 거 같다, 아니, 걱정할 시간조차 없다. 둘째 날 아침, 온연과 목청침은 동시에 일어났다. 세수하고 같이 밥을 먹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밥을 다 먹고 같이 출근하는 길에 목청침을 그녀를 큰 길까지 데려 다 주었다. 시간이 매분 매초가 부족한 그에겐 회사까지 데려 다 주는
온연은 황급히 자리로 돌아가 자신의 자료를 찾아봤지만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자리에 앉은 그녀의 얼굴은 창백 해졌다. “없어요..자료가 없어졌어요. 이 클라이언트는 왜 갑자기 말을 바꾼 거죠? 진짜 너무하네요.” 임립은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지금 제 상황은, 집안 일은 말할 것도 없고 비상이 큰 회사도 아니라 큰 돈 벌기에도 무리에요. 그래서 이런 일은 경쟁사에서 절대 알아서는 안되요, 얘기가 흘러 나가면 상대가 더 나은 조건을 클라이언트에게 제시하고 저희와 분명히 해약하겠죠. 제가 그 돈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꼭 그럴 필요가 없어서였어요. 이해되요?” 온연은 고뇌하며 말했다.”저는 진짜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저는 일개 디자이너일 뿐이라 이런 중요한 일을 맡을 이유도 없고요. 지금 저는 어떻게 해야 될 지도 모르겠어요. 자료는 제가 분명이 서랍안에 넣어서 잠귀 놨는데, 왜 사라진지 모르겠네요. 이제 어떡하죠?” 임립은 머리가 복잡했지만 애써 침착하게 대답했다. “계약은 이미 물 건너갔고, 야근도 괜히 했네요. 둘때형이 인수할 날도 얼마 안 남았으니, 서류 찾지 말고 그냥 할 일 하세요. 어차피 누가 그랬는지 알아내기도 귀찮고, 내가 이 회사 떠나면 저랑도 상관없는 일이니까요.” 온연은 이를 꽉 깨물고 “아니요, 꼭 알아 내주세요. 분명 회사 내부 사람이 한 짓 일거 에요, 저는 절대 임대표님을 배신하지 않았어요. 만약에 이대로 뒀다가 그 사람이 대표님의 새 회사까지 따라와서 계속 일하게 된다면요? 그때도 다시 배신하지 않을까요?” 임립은 고민 후 대답했다. ”사실 저도 찾아보고 싶은데 이미 너무 지쳤어요. 그냥 넘어가죠, 저는 떠나도 제가 믿는 사람만 데리고 갈 거에요. 가서 일 보세요, 이 얘기 다시는 꺼내지 마시구요. 연이씨 말은 믿을게요.” 온연은 답답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아니, 너무 화가났다. 임립은 자신을 이렇게 믿어주는데, 자신은 오히려 일을 잘 처리하지 못했다. 이 계약으로 인한 수익으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