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도착했는데 예약이 만석이라 자리가 없었다. 기대에 부풀어 있던 진몽요는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작정하고 많이 먹으려고 왔는데 자리가 없다는 게 말이 돼? 사장이 운영을 어떻게 하는 거야? 가게가 잘되면 자리를 더 만들던가 해야지! 진짜 영업을 못하네, 앞으로 더 잘될 수 있나 두고보자.” 온연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만약 진몽요가 이 식당의 사장이 경소경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적어도 저렇게 말하진 못할 것이다. “됐다, 우리 그냥 근처에서 대충 먹자, 밥 다 먹고 쇼핑하자, 넌 좀 늦게 들어가 그래야 청침이가 널 기다리지.” 진몽요는 어쩔 수 없이 나갔다. 백수완식당의 음식을 제일 좋아하는 그녀는 경소경 집에서 먹었던 그 음식의 맛을 당연히 잊을 수 없었다. 아직까지도 그의 음식이 어떻게 백수완식당 음식과 똑같은 맛이 나는지 의심중이다. 온연은 진몽요가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고선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온연은 두리번 거리다 창 가에 있는 중년 남성이 눈에 띄었다. 그는 딱 2가지 음식만 주문했도, 겉모습을 보니 돈이 그리 많아 보이지도 않았다. 게다가 주문한 음식도 비싸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바로 남성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저기..죄송한데 여기 자리가 없어서 혹시 같이 앉아도 될까요? 음식은 저희가 계산할 게요, 괜찮으신가요?” 이 남성은 고민도 하지 않고 알겠다고 대답했다.“그러세요, 저는 금방 먹고 나갈꺼라서. 계산은 안해주 셔도 돼요. 어차피 제가 나갈 때 그쪽 음식도 나올꺼 같아서.” 온연은 미소를 지으며 “감사합니다.” 중년남성을 살짝 웃어준 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온연의 시선이 식탁위에 있던 작은 케이크로 향했는데, 위에는 ‘생일 축하합니다’ 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케이크가 고급스러운 게 딱 봐도 백수완식당에서 만든 케이크였다. 그제서야 이 남자가 왜 여기서 식사중인지 이해가됐다. 혼자서 생일을 보내는 건 슬픈 일이니 차라리 이런 좋은 곳에 와서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
이 소리를 들은 목청침의 시선이 그녀들을 향했다, 온연은 목청침이 온다는 생각에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고개를 숙인 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목청침이 걸어와 웃는 거 같기도 안 웃는 거 같기도 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너네 즐길 줄 아네, 소경이한테 부탁해서 직접 음식 좀 만들어 달라고 말해볼까?” 온연은 귀 뒤로 머리를 넘기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이틀 후에 온다고 한 거 아니었어요?” 그는 앞에 앉으며 말했다.“원래는 그랬지, 근데 너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어서 일찍 왔어, 그래서 이제 왜 그랬는지 말해볼래?” 진몽요는 핸드폰에 저장해둔 캡쳐본을 들이밀며 “너가 직접 봐!” 강연연이 SNS의 올린 피드를 보고선 목청침이”그냥 우연히 만난 거야, 사진은 걔가 찍은 거고, 난 그냥 거절을 안한거고. 그렇다고 올리라고 한 것도 아니야. 걔가 올릴 줄 누가 알았겠어? 그리고 걔랑 같이 밥도 안먹었어. 이게 나의 해명이야.” 진몽요는 어이없다는 말투로 말했다.“지금 누굴 속여? 강연연한테 전화해서 삼자대면 할까?” 온연은 진몽요가 혹시 선을 넘을 까봐 그녀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 목청침이 망설임 없이 강연연에게 전화를 거는데 진몽요가 그의 손을 탁치며 ”또 핑계 대려고? 걔 번호도 안 지웠으면서, 이 거짓말쟁이야!” 목청침은 어리둥절 한 채 전화를 끊고 말했다.“진몽요, 일 크게 만들지마.” 진몽요는 기가차서 ”지금 이게 일 크게 만드는걸로 보여? 너랑 강연연이 맨날 일 벌리고, 그거 때문에 연이만 상처받는 건 생각안해? 이건 너네 집 일이니까 내가 더 이상 관여하진 않겠는데, 연이가 너랑 이혼하고 싶으면, 난 두손두발 다 들고 찬성이야. 바람 안 핀 사람은 있어도 한번 핀 사람은 없어, 절대 용서 못하지!” 목청침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나 그런 적 없어.” 라고 말했다.” 온연은 목청침이 이미 화낼 힘이 없는 모습을 보고선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꾸자
온연은 그 순간 웃을 수가 없었다. ”됐어됐어, 다음에 뭐 먹고 싶으면 바로 나한테 말해. 나 이제 들어가 봐야겠어, 늦게 들어가면 또 목청침한테 혼나.” 진몽요는 앞에 오는 택시를 잡고 “그래, 너 먼저 들어가.”......백수완 별장에서 목청침은 마음이 뒤숭숭한지 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옆에 있던 경소경이 어쩔 수 없이 창문을 열며 “말해봐, 무슨 일인데?” 목청침은 서류 가방에서 파일 하나를 꺼내며 “네가 봐봐, 누가 날 괴롭히네.” 경소경도 담배에 불을 붙이고, 파일을 훑어본 그는 욕을 참을 수 없었다.“젠장! 누가 이렇게 간이 커? 두 달 동안 계속 너가 협력하던 곳만 치면서 파트너들이 죄다 그 사람을 선택하게 만들고, 도대체 이 사람 누구야?” 목청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내가 안 그래도 알아봤는데, 외국회사더라고, 오너도 외국사 람이야. 딱 봐도 상장회사인 거 같은데, 뒤에 누가 있는지 아무리 찾아도 안나와. 안 그래도 요즘 나 끌어내리려는 사람 많았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타격을 준 사람은 이 사람이 처음이네. 너도 좀 알아봐 줘, 해외지사에 손실이 좀 커서 내가 갔다 와 봐야겠어.” 경소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립이한테는 따로 말 안 할게. 듣자하니 걔 회사도 둘째형한테 넘겨줘야 하는 게 확정된 모양이야, 이제 인수인계해줘야 되는 거 같더라고. 걔가 혼자 인맥으로 해결하려는 거 같아.” 목청침은 자기 앞가림하기도 바빠 그의 일은 신경 쓸 수 없었다.“그래, 피곤하다. 나 먼저 들어갈게, 뭐라도 알아내면 연락 줘.” ...... 이 시각 목 씨네 집, 온연은 목청침이 들어오는 소리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이미 저녁 11시가 넘어서, 그녀는 도저히 싸울 기력이 없었다. 그는 역시나 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바로 잠에 든 것 같았다. 온연은 조금 의아했다, 그도 피곤해서 트집 잡을 힘이 없었나? 잠시 후 갑자기 그가 다가와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 순간 강연연과의 사진이 생각난 온연은더
아침이 되자 목청침은 온데간데없었다. 온연은 여영생 일 때문에 힘이 쭉 빠져 있어서 그런지 아침 먹을 때 유씨 아주머니가 와서 물었다.“연아 너 또 도련님이랑 싸웠어? 어제 출장 갔다 와서 그런지 아침에 얼굴색이 영 안 좋던데, 너도 똑같네.” 온연은 고개를 저으며 “그이랑 안 싸웠어요, 저도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런데 그이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 그러니 걱정마세요. 제가 오늘부터 야근해서 돼서, 탕원이 좀 부탁드릴게요.” 유씨 아주머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안 싸웠으면 됐어. 탕원이는 나보다 잘 먹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집에 맛있는 거 있으면 다 하나씩 갖다 줬더니 뱃살이 거의 바닥까지 늘어지겠어.” 온연은 유씨 아주머니 덕에 마음이 놓였다. 밥을 다 먹고 회사로 향했는데, 딱 들어가니 분위기가 영 안 좋았다. 사람들이 다 산만하게 사무실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상하다 싶어 옆 사람에게 물었다. ”다들 왜 그래요?” 옆 사람은 “임대표님 집에서 누군가 왔나 봐요. 아까부터 계속 큰소리가 났는데 지금은 좀 잠잠해졌네요. 다들 무슨 일인지 모르는데, 한번 들어가 볼래요? 연이씨는 목씨 집안 아가씨니 아무도 뭐라고 못할 거예요. 듣자 하니 회사 오너가 또 바뀌나봐요. 임대표님 있을떄는 운영도 잘해서 저희도 편했는데, 또 사람이 바뀌니 저희도 불안하네요. 서류 가져다주는 척하고 한번 들어가 볼래요?” 온연은 이런 일에 총대 맬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녀는 임립이 노력해서 얻은 회사인걸 알기에, 회사가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는걸 볼 수 없었다. 온연은 가방을 내려놓고 아무 서류 하나를 든 채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두드리고 임립이 들어오라고 하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임립의 둘째 형이 있는 게 아니라 웬 백발의 노인이 임립의 자리에 앉아있었고, 정작 임립은 그 옆에 서 있었다. 이건 그녀가 상상한 장면이 아니었다. 노인은 임립의 아버지라고 하기엔 너무 늙었지만, 임립이 늦둥
임립의 아버지는 손에 든 지팡이를 쾅 내려놓고서 말했다.“지금 네가 날 가르치는 거야? 임립, 네 그 어중이떠중이 친구들 다시는 회사에 얼씬도 못하게 해! 이러니까 회사 운영도 못하지, 일주일 시간 줄 테니까 너 비상그룹 당장 둘째 형한테 넘겨!” 임립은 두 손에 주먹을 꽉 쥐며 “왜 그래야 되죠?” “왜냐면 내가 네 아버지니까! 너는 그저 내가 말하는 대로,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거야. 그렇게 하기 싫으면 우리집에서 당장 나가!” 그의 아버지는 감정이 격해져서 얼굴까지 빨개졌다. “ 온연은 문득 진함이 생각났다. 비록 진함은 절대 대담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강균성과 강연연을 선택하고 자신을 버렸다. 그녀는 이런 부모들을 향한 증오를 억누르고 말했다. “어르신, 그럼 저와 목청침이 어중이떠중이라는 뜻인가요? 임씨 집안 정말 대단하네요, 목씨 집안조차 무시하고말이죠. 그리고 저는 그쪽 집안일은 신경 쓴 적도 없고, 쓰고 싶지도 않네요. 그 결정 부디 후회하시길 바랄 게요.” 비록 임씨 집안도 부와 명예가 있지만 목씨 집안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목청침을 어중이떠중이라고 부르는 건 정말 이례적인 일이다. 역시나, 목청침의 이름을 들은 그의 표정도 살짝 굳었지만, 사과하기엔 너무 늦었다. “어쩐지 네가 운영하는 비상 그룹 실적이 좋더라니, 다 목씨 집안이 도와줘서였고만.” 이라며 어쩔 수 없이 둘러댔다. 임립은 비꼬듯이 말했다.“또 이렇게 나오시네요? 제 친구는 청침이 말고도 경씨 집안 도련님 경소경도 있고, 아버지가 모르시는 친구들 더 많아요. 제가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만약에 비행 회사 둘째 형한테 넘기시면, 저랑 관련된 건 뭐든 다 가져갈 거에요. 목씨 집안과의 협력이던 회사 사람들이던 다 데려 갈테니 남은 거 둘째형한테 주시면 되겠네요.” 그의 아버지는 지팡이로 임립을 치며 소리쳤다.“이런 불효자식! 걘 너 둘째 형이야 인마!” 임립은 통증을 참으며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누가 제 형
임립은 피식 웃으며 “좋아요, 그럼 오늘부터 저는 임씨집안과 아무 상관없는거네요. 근데 제가 듣기론 큰형이 청침이네랑 협력하고 싶어하던데.. 왜 안되는 줄 아세요? 마침 청침이 아내도 이 자리에 있으니 말씀 드리지만, 절대 청침이네랑 협력하고 싶어 하지 마세요, 적어도 제가 살아있는 한 절대 그럴 일 없을거에요. 왜냐면 청침이는 의리를 지키는 친구거든요.” 임립의 아버지는 그를 한번 보고, 또 온연을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가버렸다. 온연은 그제서야 숨을 돌렸다. 사실 아까 그녀는 그의 아버지가 임립을 때리면서 자기까지 때릴까 봐 쫄아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초반에 목청침의 이름을 들먹였던 것이다. 역시 목청침의 이름빨이 좋아서 그런지 임립한테도 도움이 됐다. 그의 아버지가 떠난 후 임립은 넥타이를 살짝 풀며 말했다.“저는 이제 아무것도 남은 게 없네요. 영감탱이가 내가 이룬 수익은 챙겨도 된다고 했는데 회사 지분은 하나도 못 가져간데요. 뭐, 괜찮아요, 그 돈이라도 조금 챙겨서 작은 회사 하나 차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겠죠. 절대 임씨집안한테 지지 않을거에요!” 온연은 한숨을 내쉬며 “제가 그쪽 집안 사정은 잘 모르지만 딱 제가 본걸로만 말하자면 다들 너무하네요. 그치만 혼자서 뭐든 잘할 수 있을거에요, 적어도 아버지 간섭은 안받을테니. 설마 혼자 차린 회사까지 형제들에게 넘기라고 하시겠어요?” 임립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 분은 그러고도 남을 분 이세요. 나중에는 내 목숨도 자기가 준거라고 은혜 갚으라고 할껄요? 생각만해도 무섭네요. 왜 나를 저렇게 싫어하시는 줄 알아요? 우리 엄마가 바람을 피셨거든요. 근데 아버지가 복수하기도 전에 자살하셔서, 그 모든 증오의 화살을 나한테 돌리신거에요. 우리 형제 중에서 내가 그나마 우리 엄마를 닮아서 괜찮게 생겼어요, 우리 엄마를 닮아서, 그래서 더 싫어하나 봐요. 황당하죠?” 온연은 자신의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제 생각엔 그쪽 아버지 좀 아프신 거 같아요. 나중에
그 시각 임가네에선 긴급 가족회의가 열렸다. 물론, 임립을 제외하고. 당연히 온갖 권력과 좋은 걸 다 가로채려는 첫째와 둘째는 가족까지 다 데리고 왔고, 시집간 딸만 참석하지 않았다. “아버지, 무슨 일로 갑자기 부르신 거예요?” 술 마시며 놀고 있던 둘째는 갑작스러운 호출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는 안색이 어두운 채 말했다. “임립이 목청침과의 사이가 좋은 거 같다. 목청침의 집사람도 임립의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고, 내가 계산을 못했어. 이렇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해서라도 목청침과의 관계는 끝난 거야!” 둘째는 관심도 없었고 누군가를 탓할 생각뿐이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가 몰랐던 일이잖아요. 안 그래도 지금 저랑 걔랑도 사이가 안 좋은데 이건 제 탓하시면 안 되죠.”. 아버지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로 “너 그걸 말이라고 하냐? 넌 임립보다 못해! 이런 쓸모없는자식!” 둘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첫째가 고심 끝에 입을 뗐다. “전에 아버지께서 저한테 이리씨를 임립네 회사로 보내라고 하셔서, 저한테 항상 뭐든 보고했는데, 목청침과 관련된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설마 립이 눈치채고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은걸까요?” 그는 고개를 저으며 “나도 잘 모르겠어, 네가 한번 이리한테 찾아가서 말해보렴, 아무것도 빠짐없이 얘기해 줘야 한다고. 그리고 임립은 자기가 회사에서 나오는 대신 집에서 나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 아이가 떠나면 모든 걸 다 뺏을 생각이지만, 우리가 오랫동안 노력한 목씨네와의 관계는 가망이 없을 것 같다. 그러니 다 같이 방법을 생각해 보자꾸나.” 이때 첫째가 이의 제기를 했다. “아버지, 비상 그룹 둘째한테 넘기지 마세요. 둘째가 어떤 앤지 모르시는 것도 아니고 분명 아무것도 못 할 거에요. 그냥 계속 임립이 운영하게 두세요, 그래야 목청침을 끌어들이죠.” 둘째는 기분이 확 나빠져서 “형 지금 뭐라고했어? 회사는 뭐 형만 운영할 수 있고 나머지는다 쓸모없다 이거야? 그렇게 따지면
모두가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이때 첫째네 가족이 둘째를 못마땅해 하며 말했다.”괜히 우리 체면에 먹칠하는 짓 하지 말죠. 나중이 일 커지면 수습 못해요.” 그러자 둘째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뭐라고요? 이게 뭐가 어때서요? 제 말은 목청침의 아내가 임립을 배신하게 한 다음에, 임립이랑 목청침네랑 싸우면 둘의 사이가 멀어지지 않을까요? 저희한테도 이득은 없지만, 임립이 목청침의 아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 목청침은 임립이 잘못했다고 생각할 것이고, 우리는 중간에 있다가 목청침을 끌어오는 거죠. 그러면 임립한테 복수도 하고 일석이조 아닌가요?” 첫째가 눈을 반짝이며 “아버지, 제 생각엔 꼭 불가능한 것 만은 아닌 거 같아요. 이리가 아직비상에 있으니, 제가 찾아가서 말해볼게요. 목청침의 아내는 당연히 임립을 배신하지 않을 테니 이리가 중간에서 그 역할을 대신해 주면 될 것 같은데요?” 그의 아버지는 잠시 고민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한번 해보지 뭐. 이 일은 첫째 너한테 맡기마. 그래도 내가 널 좀 더 믿으니.” 둘째는 툴툴대며 “제 아이디어를 형이 한다고요? 아버지 너무 사람 차별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는 둘째는 한번 째려보고선 “너는 제대로 하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 그러니까 닥치고 있어!”...... 비상 디자인 그룹의 점심시간. 온연은 입맛이 없어 테이블에 엎드려 쉬고 있다. 회사 사람들이 나 밥 먹으러 나가고, 조용해진 사무실에 홀로 남은 온연은 서서히 머리가 아파졌다. 이때 갑자기 앞에서 구두 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들었더니, 이리였다. 이리는 항상 시간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었다. 밥 먹으러 제일 먼저 나가서 제일 먼저 들어오고, 나가서 먹지도 않고 거의 매일 구내식당에서만 먹는다. 오늘 처음으로 밥을 먹으러 가지 않았다. 가방을 들고 있는 걸 보니 외출하려는 거 같은데 표정이 좋지가 않다.“이주임 님, 나가서 식사하시게요? 요즘 식당 밥도 맛있다던데, 평소에 엄청 검소하셔서 밖에서 잘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