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군작은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아 무표정으로 말했다. “노인네가 나한테 당신 옆에 한시도 떨어져 있지 말라고 했으니 집에 안 가고 딱이잖아요. 귀도 좀 쉴 겸요, 어차피 나도 옆에서 노인네 보살피고 싶지 않아요.” 국청곡은 고개 숙이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괜히 저렇게 말하는 걸 알고 있었다. 무엇을 위해서든, 어르신이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걸 알고 옆에서 계속 보살폈던 사람은 예군작이었다. 어르신의 기분이 계속해서 바뀔 때도 그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의 다리가 아직 낫지도 않았는데 여러모로 애를 쓰며 불평하지 않았으니, 이 시간을 통해 좀 쉬는 것도 괜찮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로 인해 행복할 수 있었다. 만약 이렇지 않았다면 그가 또 어떻게 기꺼이 병원에서 그녀를 지켜줄 수 있었을까? 둘째 날 오전, 의사가 수술동의서를 들고 예군작에게 서명을 권할 때 국청곡은 긴장돼서 심장이 뛰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술실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고, 몸에는 상처가 하나도 없었고, 막상 때가 되니 당연히 두려움을 피할 수 없었다. 그녀는 너무 티 내면 예군작이 비웃을까 봐 걱정했다. 이건 그녀의 결정이었고, 어차피 언젠간 마주해야 할 일이었으니 말이다. 예군작은 길다란 손가락으로 펜을 잡고, 서명하기 전에 또 잠깐 멈췄다. “겁먹은 거 같은데, 생각 확실히 했어요? 서명하면 이제 못 물러요.” 국청곡은 민망한 표정이었다. “겁먹었다고 누가 그래요? 나 겁 안 먹었으니까 서명해요! 수술시간 지체하지 말고요!” 그는 고개 돌려 그녀를 보고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은 뒤, 빠르게 동의서 밑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국청곡은 반복해서 심호흡을 하며, 의사가 수술 준비가 곧 다 될 거라고 말하자 호흡이 더 조급해졌다. 수술준비가 금방 끝났고 그녀는 수술실 안으로 향했다. 그녀는 온 몸을 떨고 있었고, 두려움이 온 몸을 집어삼킨 그런 느낌이라 극복할 수가 없었다. 아이를 낳을 때 이렇게까지 겁먹는 여자는 없지 않을까? 그녀의
간호사는 밖에 남자가 두 명이 있는 걸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더 묻지 않고 한 마디 했다. “산모는 건강하세요, 태아는 비록 일찍 태어났지만 또 너무 이른 건 아니라 보기엔 괜찮아 보이네요. 검사해보고 별 문제없으면 인큐베이터에 있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간호사와 아택이 아이를 데리고 멀어지는 걸 보자 예군작은 정신을 차렸다. 설마 딸인가…? 이러다 노인네가 둘째까지 낳으라고 하는 거 아닐지도 모르겠다… 아주머니는 영양식단을 가져왔고, 국청곡도 수술실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녀는 깊게 잠에 들어 있었고, 얼굴은 창백해서 방금이라도 큰 병을 얻은 것 같았다. 예군작은 처음으로 귀찮은 티를 내지 않았고 계속해서 오랫동안 그녀를 지켰다. 이런 적은 정말 처음이었다. 아이가 보이지 않자 아주머니가 물었다. “도련님, 혹시 아이가 조산이라 인큐베이터에 있는 건가요?” 예군작은 대충 대답했다. “몰라요.” 아주머니는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차갑다고? 자기 아이한테 관심도 없을 정도인가… 잠시 후, 어르신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예군작은 복도로 나가서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 너머, 어르신은 다급해 보였다. “청곡이는? 오늘도 집에 안 오는 거야?” 그는 짜증이 나서 미간을 문질렀다. “안 갈 거예요. 지금 그 사람이랑 밖에서 쇼핑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저녁에 저는 잠깐 들를게요.” 어르신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청곡이 전화 좀 바꿔봐, 내가 직접 말 해야겠어.” 예군작은 아직 깊게 잠든 여자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 화장실 가서 전화 못 받아요. 저 좀 귀찮게 안 하시면 안되요? 살아있는 사람을 제가 잡아먹기라도 했을까 봐요? 이따가 영상 보내드릴 테니까 그렇게 아세요. 끊을게요.” 전화를 끊은 뒤, 그는 문 밖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병실로 돌아갔다. 그는 국청곡이 퇴원할 때까지 숨기지 못 할 걸 알았다. 어르신은 의심이 많은 사람이니 언젠간 병원에 있는 걸 알게 될 것이다. 2시간 동안 깊게 잠
그녀는 안도한 뒤 예군작을 보며 말했다. “할아버지 쪽에는 숨기지 못 할 거예요. 어차피 이미 아이를 낳았으니 더 이상 숨길 것도 없죠. 애초에 할아버지를 위해서 일찍 아이를 낳으려고 한 수술이잖아요. 우리 가족한테는… 나중에 퇴원하고 말하는 게 좋겠어요.” 그녀는 가족들이 알게 되면 병원에서 난리칠까 봐 걱정했고, 그 많은 사람들이 올 걸 생각하니 악몽과도 같아서 그녀는 당장은 조용한 걸 원했다. 예군작은 고개를 끄덕였고 핸드폰을 꺼내 아이 영상을 어르신에게 보내며, 아이가 일찍 태어났다는 걸 알렸고, 어느 병원인지도 알려줬다. 영상을 찍을 때, 그는 그제서야 아이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다. 아이는 그렇게 예쁘진 않았다. 피부가 다 빨갰으며 마르고 작았고, 하나도 하얗지 않았지만 그는 아이가 못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보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어르신은 이 일을 안 뒤, 전화로 그를 욕할 겨를도 없이 재빠르게 병원으로 달려왔다. 국청곡과 아이를 보자, 어르신의 흐릿한 눈은 눈물이 고여있었다. “청곡아, 왜 할아버지 말을 안 들었어? 너랑 아이의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잖아… 왜 굳이 일찍 낳은 거야?” 국청곡은 웃었다. “할아버지, 저랑 아이는 멀쩡하게 잘 있잖아요. 괜찮아요, 오셔서 아이 안아보실래요?” 어르신은 고개를 저었다. “난 보기만 하면 돼.” 그는 지금 제대로 걷는 것도 못 했고, 매일 침대에 누워있거나 휠체어에 앉아있기만 해서, 양팔에 힘이 점점 다 빠진 상태라 작은 아이를 안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 아택은 아이를 안고 어르신 앞으로 왔고, 어르신은 뚫어져라 아이를 1분동안 쳐다본 뒤 웃으며 물었다. “이름이 뭐야? 남자 애야 여자 애야?” 예군작은 이런 감동적인 상황이 싫어서 담담하게 말했다. “시간이 급해서 이름은 대충지었어요. 예선예예요.” 이름을 듣자마자 여자아이인 걸 알았지만, 어르신은 싫은 티를 내지 않았다. “좋다, 좋아, 너무 좋네. 여자 아이도 괜찮지. 그런데 여자 아이는 나중에 시집을
돌아가는 길, 어르신은 예군작을 잠시 응시하다가 물었다. “어제 저녁에 계속 병원에서 지키고 있었던 거야? 수술동의서에 서명도 네가 했고?” 예군작은 귀찮은 듯한 모습으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 “네.” 어르신은 흐뭇한 얼굴이었다. “내가 너무 생각이 많았나 보구나. 그 아이는 그래도 네 친자식이니, 네가 아무리 독해도 친자식은 안 잡아먹겠지. 내 유일한 바램은, 너랑 청곡이랑 앞으로 잘 사는 거야. 아이가 생겼으니 너도 어느정도 마음을 잡았겠지. 과거에 너가 누구였는지는 잊어버리고, 지금 네가 누군인지만 기억해.” ...... 하늘이 어두워질 때쯤, 예군작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병실 앞으로 걸어왔을 때, 아택이 복도에 앉아 있자 그가 물었다. “여기서 뭐해?” 아택은 민망한 듯 말했다. “사모님이… 수우중이셔서요. 평소에 의사 선생님이 상처 부위 검사도 하시고 그래서 제가 안에 있기가 좀 그렇네요.” 예군작은 문을 열고 들어갔고, 국청곡은 살짝 옆으로 돌려서 수유를 하고 있었으며, 아주머니가 다가와서 말했다. “사모님께서 젖이 잘 나오셔서 사다주신 분유도 거의 쓰지 않았어요.” 국청곡은 민망해했다. “아주머니, 그런 얘기는 하지 마세요…” 아주머니는 장난을 쳤다. “두 분은 부부이신데, 부끄러워하실 게 뭐 있어요? 도련님 같이 바쁘신 분께서 병원에서 보살펴 주시는 걸 보니 두 분 감정이 꽤나 깊으으신 것 같은데요.” 국청곡은 고개를 들어 예군작을 보았다. “고마워요.” 예군작은 이 한 마디가 왠지 모르게 거슬렸다. “뭐가 고마운데요? 내가 병원에 와서 의무를 다하는 게 고마운 거예요? 좀 더 나은 말없어요? 그렇게 말하니까 꼭 내 애가 아닌 것 같잖아요.” 새벽이 된 뒤, 예군작은 아이의 울음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서 깼고, 국청곡은 아이를 달래며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아주머니, 이미 수유도 했는데 왜 아이가 우는 거죠?” 아주머니는 아이를 안고 이리저리 걸어다녔다. “괜찮아요, 원래 다 이래요. 누군가
새벽 3시가 넘은 해성의 길거리엔 아무도 없었지만 네온사인이 다 켜져 있었다. 그는 해성의 이런 경치를 처음 보는 게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오늘 저녁이 평소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예가네로 돌아온 뒤, 어르신의 안방에 들어가자 그 교활하고 성격이 더러운 어르신은 다시는 그를 괴롭힐 생각이 없는 것처럼, 조용히 침대에 누워서 숨을 쉬지 않았다. 그는 침대 앞에 서서 아무 소리 없이 30분 넘게 서 있다가, 두 다리가 점점 아파서 마비되는 느낌을 받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택은 병원에서부터 그를 집으로 데려다 줬고, 그가 가만히 서 있는 걸 보고 당연히 다리가 버티지 못 할 거라고 생각해 참지 못 하고 말했다. “도련님, 너무 오래 서 계시지 마세요. 아직 다리가 완전히 회복되신 상태가 아니라 나중에 후유증이 생기실 수도 있어요.” 예군작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공지하고 뒷 일 처리해, 최대한 거창하게. 노인네가 한 평생을 빛나게 살았으니 죽었을 땐 어둡게 죽을 수는 없잖아.” 아태은 대답을 한 뒤 뒤돌아 나갔다. 예군작은 의자를 가져와서 앉은 뒤, 어르신이 침대 맡에 둔 서류 봉투 위로 시선이 향했다. 그는 바로 열어보지 않고 줄담배를 핀 뒤, 그제서야 용기를 내어 서류 봉투를 열었다. 그가 예상한 건, 어르신이 죽기 전에 그가 진짜 예군작인 걸 알고 예가네 소유인 것들을 그에게 남겨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문서의 내용을 본 후 자신이 잘 못 생각했다는 걸 알았다. 오후에 어르신은 자신의 유일한 바램이 그가 국청곡과 잘 사는 것이라고 했고, 과거의 자신을 잊고 지금의 자신만 기억하라는 말이 생각났다. 어르신은 그래도 아무리 어쩔 수 없었어도 속으로는 그를 진정한 예군작이라고 생각했었다… 문서의 마지막 페이지를 봤을 때, 그는 웃었다. 역시 교활한 여우는 최후의 수단을 남겨두었다. 어르신은 자신의 이름으로 되어 있던 대부분을 국청곡과 막 태어난 아이에게 주었고, 이렇게 되면 그는 더 쉽게 국청곡과 이혼할 수 없었다. .
그녀가 앉아서 10분 정도 기다리자 예군작이 느릿느릿 들어왔다. “미안해요, 오는 길에 차가 좀 막혀서 일찍 출발하긴 했는데 늦었네요. 오래 기다렸겠어요.” 예군작의 다리는 아직 운전을 하기엔 불편함이 있어서 아택이 동행했다. 진몽요는 웃으며 아택에게 인사했고, 동시에 예군작을 보았다. “오랜만이에요, 국청곡씨 아이 낳았다고 들었어요. 남자예요 여자예요? 조산인 것 같던데요.” 예군작이 대답을 하려던 찰나에 갑자기 옆에 있던 그 꽃을 보고 동공이 흔들렸다. “여자예요, 건강하고요. 절 찾아온 건 할 말이 있어서겠죠?” 진몽요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옆에 사람 있어도 괜찮죠? 괜찮으면 그냥 바로 말할게요.” 그녀가 말한 사람은 아택이었다. 그래도 어떤 일들은 예군작에게 부끄러운 일이니 말이다. 예군작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옅게 웃었다. “괜찮아요.” 진몽요는 망설이다 말했다. “그때 이 꽃을 나한테 줄 때, 꽃이 피면 비밀을 말해주겠다고 했잖아요. 그 비밀 아직까지 말해주진 않았지만 이미 알아낸 것 같아요. 내가 오늘 온 건 이 꽃을 돌려주러 온 거예요. 이제… 예군작씨라고 불러야 되는지 전지라고 불러야 되는지 모르겠네요?” 예군작은 놀라지 않았다. 그는 이 꽃을 봤을 때 이미 그녀가 알게 된 걸 추측했었다. “마음대로 해요, 어떻게 부르고 싶으면 어떻게 불러야죠.” 그가 이렇게 담담할 줄 몰랐어서 진몽요는 그의 기분을 알 수 없었다. “왜 나한테 예군작의 신분으로 접근한 거야?” 그녀는 알았지만 그가 직접 말하는 걸 듣고 싶었다. 예군작이 그녀를 보는 눈빛은 금세 뜨거워졌다. “너 알잖아. 만약 내가 처음부터 내가 누구인지 밝혔다면, 내가 가까이 오게 뒀을까? 내가 지금 하는 모든 것들은, 다 어렸을 때 했던 잘못들을 만회하기 위해서야. 만약 아직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말이지… 그런데 이미 모든 건 다 멀어지고 있어 점점… 딱 우리가 만났던 3년처럼, 다시 돌아갈 수 없고 방법도 없지.” 오기 전에 진몽요는 어
아택이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진몽요는 이미 떠났고 그 화분과 침묵하고 있는 예군작만 남아 있었다. 이런 예군작이 아택에게는 낯설었다. 예가네에서 그는 결단력 있고 차가운 사람이었는데, 진몽요 앞에만 서면 비참했다. 역시 모든 사람에게 천적이 있다는 말은 맞았다. 아무리 거칠고 버릇이 없는 남자여도,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달라졌다. 여기에 오기 전, 예군작은 진몽요와의 약속전화를 받고 매우 기뻐 보였다. 그런 모습은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았었기에, 만남 후에 거절은 그를 이렇게 실망하게 만들었다. 하늘에서 갑자기 번개가 치고, 천둥이 치며 그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다. 길거리에 사람들은 비를 피하느라 바빴고, 이 소나기가 갑작스럽게 내렸다. 아택이 물었다. “도련님, 지금 돌아갈까요?” 예군작은 생각들을 정리한 뒤 일어나서 말했다. “가자, 저 꽃 챙겨.”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아택은 그 꽃을 서재에 두었다. 예군작은 거실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국청곡을 무시하고 방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 그가 나오자 국청곡은 침대 맡에 앉아 손에 그의 핸드폰을 쥐고 몸을 떨고 있었다. 얼굴은 화가 난 건지 모르겠지만 조금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의 동공은 살짝 어두워졌다. “내 핸드폰을 볼 생각이었으면, 마음에 준비를 하던지 아니면 보지 말았어야죠.” 국청곡은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진몽요씨 만나러 갔어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이러는 거예요? 예군작씨, 날 바보로 알아요? 난 아픔을 모르는 목각인형이 아니에요, 날 좀 존중해줄 수 없어요? 그 여자는 남편이 있는 여자라고요, 정신차려요!” ‘남편이 있는 여자’ 라는 말은 예군작의 아픔을 건드렸고, 그는 그녀의 손에서 핸드폰을 낚아챈 뒤 차갑게 말했다. “당신이 말 안 해줘도 알아요. 내가 이혼을 안 하는 것 만으로도 당신의 대한 엄청난 존중이에요. 나랑 계속 같이 살 생각이라면 이런 쓸데없는 짓 좀 하지 말아요. 난 이런 거 싫어해요.” 국청곡의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아택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국청곡은 지금 어르신을 의지할 수 없어졌으니, 안정감을 느끼지 못 하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가 말한 건 다 사실이었는데 그녀는 믿으려 하지 않았다. “사모님, 모든 사람들을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도련님을 도와 일을 하고 있지만 저도 뭐가 옳고 그른지는 압니다. 남자들은 한 가지 일을 붙잡고 놓지 않는 여자들을 싫어해요. 그럼 남자를 더 귀찮게 만들거든요. 걱정 마시고 다른 일에 좀 더 신경을 쓰셔도 될 것 같네요.” 국청곡은 숨을 들이 마셨다. “다른 일이요? 아이 말하는 거예요? 저한테는 지금 아이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 사람은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한번도 안아보지 않았죠. 얼마나 사람이 차가워야 이 지경까지 올 수 있는 거죠?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한테도 감정이 없는 걸까요? 이 아이는 친딸이에요, 난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 달라고 바라진 않지만 아이한테만 잘해줘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제일 무서운 건, 그 사람이 갑자기 이혼하자고 하는 거예요. 그건 저한테 제일 큰 수치거든요!” 아택은 주변을 돌러 본 뒤 옆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후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사모님, 도련님은 절대 그렇게 안 하실 거예요. 왜냐면 어르신이 가시기 전에 주권을 분배했는데, 대부분 사모님과 아이에게 상속하셨어요. 이전에는 사모님이 아이를 낳은지 얼마 안돼서 아마 모르셨겠죠.” 국청곡은 깜짝 놀랐다. “정말이에요?! 할아버지께서… 주권을 다 저랑 아이에게 주셨다고요? 그럼 예군작씨가 왜 저한테 말을 안 한 거죠?” 아택은 고개를 저었다. “저도 모르겠어요, 아마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셨겠죠. 이건 도련님이 사모님과 이혼할 생각이 없으시다는 걸 충분히 증명할 수 있으니 걱정 마세요. 다른 사람 얘기 들어보니까, 여자는 아이를 낳으면 감정에 기복이 크다던데, 제가 보기엔 사모님이 요즘 조금… 감정이 격해지신 것 같아요. 제가 이런 얘기를 해드리는 건, 걱정하지 마시라는 차원에서예요. 도련님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