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가자, 그녀는 큰 그림자가 콩알이와 놀아주고 있는 게 보였다. 목정침이 돌아왔다…그는 오늘 회사에 가지 않은 모양이다. 그녀는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고 싶었지만, 마음은 그녀에게 절대 콩알이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고 말해주고 있어서, 망설이다가 그녀는 앞으로 다가갔다. “오늘 회사 안 갔어요?” 목정침은 몸이 살짝 굳었고,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은 뒤, 그녀를 보지도 않고 대답도 안 하고 바로 서재로 올라갔다. 그녀는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생각은 그녀와 완전 달랐고, 그녀는 아이를 위해서 타협하려 했지만 그는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이가 잘 몰라서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 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아이는 웃으며 작은 손을 내밀며 그녀에게 안아달라고 했다. 온연은 고개를 숙이고 아이를 보았고 손등에 통증을 참고 그를 안았다. “콩알아, 오늘 집에서 말 잘 들었어? 밥은 먹었어? 할머니랑 잘 논 거야? 엄마가 아빠랑 할 얘기가 있어서, 애기는 들으면 안돼.” 그녀는 늘 콩알이에게 유씨 아주머니를 할머니 라고 불렀다. 어른의 호칭으로 따지자면 유씨 아주머니는 목가네에 오래 있었으니 할머니라고 부르는 게 맞았다. 게다가 유씨 아주머니는 콩알이를 친손자처럼 여겼다. 유씨 아주머니는 이미 두 사람의 이상한 기류를 눈치채고 콩알이를 안았다. “도련님이랑 얘기 잘 하고 와. 둘이 처음 싸우는 것도 아니고, 네가 잘못을 뉘우치는 게 나아, 도련님 성질이 원래 그렇잖아.” 온연은 유씨 아주머니를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웃었다. “알아요, 별 일 없으니까 콩알이 좀 놀아 주세요.” 서재 앞으로 걸어간 그녀는 2초간 망설이다가, 자신에게 화를 참으라고 말하며 최대한 그에게 행패를 부리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목정침은 창문 앞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고, 서재 안은 이미 연기로 자욱했다. 그녀는 목이 막혀서 기침을 했고 목정침은 바로 담배를 껐다. “왜 왔어? 지금 내 성질 돋우지 마.” 그녀는 화를
그녀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는 또 나갔다. 이번엔 그냥 차를 타고 나가버렸다. 그는 이제 그녀와 같은 지붕 아래에만 있어도 싫은 건가? 그녀는 심개에게 돈을 빌려준 일이 이렇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줄 몰랐다. 그녀는 심개에게 돈을 빌려준 걸 후회하진 않았지만, 단지 목정침을 못 믿고 미리 상의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 그녀는 처음에 분쟁을 피하려고 그랬으나, 결국 엉망이 되어버렸다. 잠시 후, 유씨 아주머니는 콩알이를 안고 서재로 들어왔다. 그녀가 제자리에 서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자 이번 일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걸 알았다. “연아… 도련님은 왜 또 나가신 거야?” 온연은 울면서 웃었다. “그 사람이 이제 질렸데요, 질렸데요… 허허… 저는 그저 심개한테 돈을 빌려주고 말을 안 했을 뿐이에요. 그 사람이 신경쓸까 봐요.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겠어요… 자기도 술집에서 다른 여자 안고 즐겼잖아요? 전 단지 심개한테 미안해서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유씨 아주머니의 걱정스러운 눈가엔 주름이 더해졌다. “아이고… 일이 커졌네. 연아, 네가 도련님한테 말했어야 했어. 둘은 이제 가족이고 부부잖아, 돈 문제는 그래도 상의를 했어야지. 누구 돈이든, 특히 빌려주는 사람이… 심개라면 말이야. 내 말은 네가 심개한테 빌려준 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도련님의 감정도 신경 썼어야 한다는 거야. 어제 잠도 제대로 못 잤지? 콩알이는 내가 데리고 있을 테니까, 넌 좀 자. 자고 일어나서 다시 도련님 찾아가서 제대로 얘기해 봐. 콩알이 봐봐 얼마나 귀여워. 맨날 엄마아빠만 찾는데, 둘이 진짜 싸워서 화해도 안 하면 애는 어쩌려고 그래? 내 말 듣고 좀 자, 일어나서 도련님 찾으러 가야지.” 온연은 유씨 아주머니 품에 있는 콩알이를 보며 자신이 이성을 잃은 걸 느꼈고, 황급히 눈물을 닦았다. “네, 그럼 콩알이 좀 놀아주세요.” 안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운 뒤, 그녀는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몸은 피곤한데 잠에 들 수 없었다가 몽롱한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온연은 계속 목정침과 만나면 어떤 장면일지를 생각했다. 혹은, 그가 그녀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을 테니, 그를 대비하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해야했다. 엘리베이터가 46층에 도착하자, ‘띵’소리가 울리며 문이 열렸다. 그녀는 숨을 들이마신 뒤 가슴을 펴고, 최대한 위축되어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걸어갔다. 데이비드는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그녀를 보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사모님, 갑자기 어쩐 일로 모셨어요? 대표님께서…” 온연은 발걸음을 살짝 멈췄다. “신발 갈아신어야 하나요?” 데이비드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러실 필요 없어요. 그냥 바로 들어가셔도 됩니다!” 그녀는 비록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더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문을 열자, 에어컨 바람이 느껴졌고, 은은한 술 냄새가 났다. 목정침은 절대 업무 시간에 술을 마시지 않는데… 목정침이 서예령과 같이 소파에 앉아 있는 걸 보고, 서예령이 오피스룩을 입은 걸 보고 그녀가 다시 목가네로 돌아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해고한 사람이 다시 돌아왔으니, 이건 그녀의 뒤통수를 세게 때리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세게 뒤통수를 때릴 수 있는 사람도 목정침 밖에 없었다. 그녀를 보고 목정침은 손에 있던 술잔을 내려놓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 “여긴 왜 왔어?” 온연은 요동치는 마음을 억누르고 반문했다. “내가 오면 안돼요?” 목정침은 대답하지 않고 술잔에 있는 술을 다 마셨고, 서예령은 바로 술잔을 채웠다. “대표님, 그럼 저는 일하러 가보겠습니다. 사모님과의 시간에 방해 되지 않게요.” 서예령은 온연에 옆을 지나칠 때 일부러 온연을 부딪혔고, 도발스러운 표정은 바보가 봐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저 목정침에 자리에선 보이지 않았고, 봤다고 해도 그가 아무 말 안 하지 않았을까…? 알고 보니 당천이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이 이거였다는 걸 깨달은 온연은 화가 나서 웃었다. “내가 오면 안됐었네
서예령은 그녀를 노려본 뒤, 따라서 엘리베이터에 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뒤, 서예령은 은근슬쩍 말했다. “왜 목 대표님이 그쪽을 입양했는지 아세요? 왜냐면 대표님 어머님께서 당신 아빠를 죽였기 때문이에요. 딱 그뿐이에요. 대표님이 착하셔서 당신이 길거리 노숙자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셨어요. 그렇게 오랫동안 키워주셨으니 그쪽한테 빚진 것도 없죠. 이 일은 몰랐죠?” 온연은 동공이 커졌고, 바로 뒤를 돌아 서예령의 옷깃을 잡았다. “뭐라고요? 그거 누가 말했어요?” 서예령은 먼저 겁을 먹었다가 옆에 아무도 없는 걸 알아차린 후, 온연을 밀쳐냈다. “역시 몰랐군요? 어제 대표님이 경소경씨랑 술집에 있을 때 얘기하시던 걸 제가 실수로 들은 거예요. 그때 항공사고는 당신 아버지가 술 마시고 목가네 개인 비행기를 운전하다가 일어난 사고라고 들었는데, 이제 보니까 말 못 할 내막이 있었네요. 이제 진상을 알았으니, 그래도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아들과 만날 건가요? 저는 하루 빨리 대표님을 벗어나는 걸 추천해요. 아니면 평생 미워하며 사는 것도 괴로우니까요.” 온연은 서예령의 말을 무시하고, 얼른 제일 가까운 층 버튼을 누른 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미친 사람처럼 뛰쳐나가서 다시 목정침의 사무실 앞까지 뛰어올라왔다. 그녀는 이미 지쳐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알고 보니 항공사고는 그와 상관이 없었고, 그의 어머니가 한 짓이었다… 그는 왜 지금까지 자신이 짊어지면서 말을 하지 않은 걸까? 왜 그녀가 지금가지 모든 걸 그가 했다고 생각하게 만든걸까? 그녀는 노부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가 알고 있는 걸 노부인도 알고, 그녀가 모르는 것도 노부인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목정침은 모든 걸 노부인에게 말했지만, 유일하게 그녀에게만 알려주지 않았다. 나중에 경소경도 약간 누설했던 걸 보면, 경소경도 알고 있었던 모양이고, 그녀만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걱정스럽게 그녀를 보며 물었다. “사모님… 왜 그
목정침의 기분엔 드디어 파도가 요동쳤고, 그는 손에 든 술잔을 꽉 잡은 뒤 바닥을 향해 던졌더니 산산조각이 났다. “말 그만해!” 온연은 그의 이런 모습이 무서웠지만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오는 길에 준비했던 사과의 말을 꺼냈다. “미안해요… 이번 일은 내가 잘못 했어요. 당신을 믿고 미리 상의하는 게 맞았어요. 유씨 아주머니 말도 맞는 거 같아요, 우리는 부부니까 내가 단독적인 행동을 하면 안됐었고, 당신의 감정을 헤아렸어야 했어요.” 목정침은 일어나서 그녀의 앞으로 다가간 뒤 그녀의 턱을 잡았다. “온연, 난 왜 너가 잘못을 인정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 같지? 넌 분명 우리가 지금 이러는 게 콩알이한테 안 좋다고 생각을 할 거야. 콩알이 때문에 그리고 내가 너희 아빠를 죽이지 않은 일 때문에 사과할 필요 없어. 고개 숙이고 사과하는 건 네 스타일이 아니거든. 네 성질로 이러는 건 너무 억지야. 그냥 너 하고싶은 대로 행동해, 다른 사람 감정 신경쓰지 말고. 걱정 마, 이혼하더라도, 난 똑같이 콩알이한테 잘해줄 거야, 유년시절에 안 좋은 기억 안 남겨줄 거고. 그러니까 억지로 나한테 사과하지 마. 넌 잘못 없어, 네가 하는 모든 행동은 다 맞아. 잘못한 건 나야, 한 쪽 입장만 생각한 건 나니까.” 온연은 턱이 잡혀서 아팠지만, 가슴이 아픈 것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그의 입에서 이혼 얘기가 나오자 이번엔 그가 진지하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심지어 자신이 서예령이 방금 말한 것처럼 너무 그의 사랑을 받고 거만해진 건가 싶었다… 그녀는 더 이상 냉정을 유지할 수 없어 넋이 나간 채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난 당신이랑 이혼 안 해요… 절대 안 할 거예요! 만약 서예령이 좋으면 곁에 둬도 되지만, 난 끝까지 목 사모 자리를 지킬 거예요. 콩알이한테 완전한 가정을 줄 거고요. 난 당신한테 딱 한 가지만 요구사항 밖에 없어요. 콩알이 앞에서는 꼭 예전이랑 똑같아야 해요.” 그의 실망스러운 눈빛은 그녀를 향한 실망이
목정침은 책상 앞으로 걸어와 책상에 기대어 담배를 피웠다. “너가 그렇게 말하면, 네가 나한테 아직도 감정이 남아있다는 착각속에 날 빠지게 만들잖아. 난 이제 더 이상 너한테 속고싶지 않아, 내가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 같은 느낌도 싫고. 심개는 걔 아내한테 아무 감정도 없는 것 같던데, 너가 지금 걔를 찾으러 가도, 걘 널 망설이지 않고 데려갈 거야. 미안해, 이 날을 이렇게 기다리게 만들어서. 아이는 나한테 두고 가, 너가 애까지 데려가면 목가네가 너무 썰렁해서 집에 가기 싫을 것 같아…” 온연은 눈물을 머금고 그를 노려봤다. “나쁜놈! 지금 이런 얘기하니까 재밌어요? 나랑 심개를 억지로 갈라놓으려 한 사람도 당신이고,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 날 곁에 둔 사람도 당신이에요. 내가 당신과의 생활을 받아드리려고 하니까 이제 또 날 떼어놓으려 하네요. 당신이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말하는 대로 되게 하려는 그 성격 내 앞에서는 하나도 안 먹혀요, 내가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하죠? 설마 당신도 내가 당신이 직접 키운 강아지라고 생각해요?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게요?” 직접 키운 강아지? 이 말이 거슬렸던 그는 담배 연기를 내뿜고 인상을 찌푸렸다. “나 그런 말한 적 없어.” 그녀는 제대로 서있지 못 했다. “맞아요, 당신 입으로 직접 말하지 않았어도 누구든지 다 나한테 이런 말할 자격은 있죠. 당시에 강연연이 당신 옆에 있을 때도 날 짓밞으면서 상처를 줬고, 지금 서예령씨도 똑같아요. 됐어요, 이혼만 안 하면 당신이 좋을 대로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요. 어차피… 처음도 아니니까, 난 받아들일 수 있어요.” 담배를 끼고 있던 그의 손가락이 굳었고, 마음 속에 분노가 솟아올랐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그는 그녀를 걱정할 수 없었고 더 이상 마음이 약해지기 싫었다. 그의 태도는 성공적으로 온연을 낙담하게 만들었다. “콩알이 잘 시간이네요, 먼저 가볼게요.” 이번엔 그녀가 뒤도 안 돌아보고 갔다. 그녀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목정침이 예전에 비록 그녀의 학비를 후원했었지만 그녀는 일찍 환경의 영향을 받아서 물질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 학비로 그녀는 떳떳하게 살 수 없었고, 그래서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자신을 포장하면, 주변 사람들은 다 그녀를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한번도 다른 사람 구설에 오른 적이 없었다. 아르바이트 하는 곳은 가지각색이었고, 그녀가 만났던 남자들도 형형색색이었다. 그녀가 보기엔 남자들의 속마음은 다 똑같았고, 목정침도 예외는 아니었다. 만약 목정침을 낚아챌 수 있다면, 남은 인생은 부담없이 기를 펴고 살 수 있었다. 다시는 다양한 남자들 사이에 끼지 않아도 됐었고, 돈도 막 쓰면서, 온연처럼 바보같이 고생하며 밖에서 일하지 않았을 테다. 독립적인 척을 하는 건, 스스로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목정침이 그녀를 회사로 데려오자 모든 사람들은 뒤에서 수근거렸고, 그녀는 당연히자랑스러웠다. 온연은 그녀를 해고했을 때 그렇게 잘난 척하지 않았었나? 이제 목정침의 생각이 달라졌으니, 심정이 어떨지 모르겠다. “목 대표님~ 사모님 이미 가셨나요?” 그녀는 애교스럽게 목정침 앞으로 걸어와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목정침은 몸을 옆으로 돌려 그녀를 피했다. “내가 왜 다시 돌아오라고 한 줄 알아요?” 서예령은 수줍게 웃었다. 이걸 굳이 물어봐야 하나? 술집에서 그가 이미 다 안다고 까발리지 않았나? 그녀가 그에게 마음이 있어 접근한다는 걸 까발렸으니 그녀도 더 이상 연기할 이유가 없었다. 가끔은 대담하게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면 승리를 마주할 수 있었지만 여자가 신중해야 할 때는 신중해야 했다. “아니요, 대표님. 그럼 저를 왜 돌아오게 하셨어요?”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당신이 돌아오면 내 와이프가 화낼지 궁금해서요.” 서예령의 표정은 살짝 굳었다. 설마 그녀는 그저 그들의 감정 사이에 낀 발판인가? 그녀는 딱딱하게 웃었다. “그래서
그녀의 제일 큰 잘못은 온연의 앞에서 수를 쓴 것이었다. 딱 목정침이 말한 것처럼 그녀야 말로 그가 키운 개였다. 온연의 기분을 시험하기 위한 개였고, 그녀가 목가네로 돌아온 이유는 딱 그뿐이었다. 한참 후,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았다. “목 대표님… 제 일 밖에 알리지 말아주세요, 만약사람들이 알게 되면 저는 더 살아갈 수 없어요. 제가 사모님께 사과드리고, 당장 목가네를 떠날게요!” 목정침은 경멸해서 그녀는 더 쳐다보지도 않았다. “사과는 필요 없어요, 어차피 그 사람이 만나기 싫어할 테니까요. 당장 내 눈 앞에서 사라져요.” 서예령은 나갈 때 너무 긴장을 해서 넘어질 뻔했고, 하이힐 굽이 살짝 부러져서 매우 비참해 보였다. 데이비드는 감히 아무 말도 못 하고 조용히 옆에서 방관했다. 목정침 밑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그는 목정침이 겉으로는 아무리 온연에게 모질어도 속으로는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깊은 새벽. 목정침은 그제서야 차를 타고 목가네에 돌아왔다. 오늘 저녁은 그를 위해 불을 켜둔 사람이 없었고, 넓은 목가네가 어두워져 있으니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 그는 피곤해서 불을 키기도 귀찮았다. 어둠 속에서 그는 익숙한 노선을 따라 안방에 들어갔고, 차가운 달빛이 창문을 통해서 들어오고 있어서 은은히 침대에 자고 있는 실루엣이 보였다. 그는 잠에 들지 못 하는 와중에 온연은 마음 편히 자고 있었다… 콩알이는 요즘 콧물을 흘렸고, 호흡이 살짝 무거웠다. 그는 아기 침대 앞으로 가서 콩알이 이불을 확인한 뒤, 또 큰 침대 앞에서 머물렀다가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고 나온 뒤, 그는 이불 한 쪽을 걷어내고 침대 맡에 앉아 최대한 온연의 몸을 건들이지 않으려 했다. 그 두 사람은 오늘 이 지경까지 싸웠고, 그가 안정감이 없다는 요소도 포함되어 있었다. 심개에게 돈을 빌려준 일은 그저 싸움의 불씨였다. 어쩌면 사람은 늘 만족하지 못 할지도 모른다. 너무 평탄한 생활에 가끔씩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