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은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만약 내가 안 가면 두 사람 오늘 저녁에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 내가 가기 만을 바랄 텐데… 길 막지 말아요.” 서예령은 화가 나서 얼굴색이 바꼈다. “말씀이 너무 지나치시네요!” 온연은 그녀를 상대하기 귀찮아서 그녀를 옆으로 살짝 밀쳤다. 이때, 서예령 손에 있던 찻잔이 올려진 쟁반이 중심을 잃어, 방금 끓여진 뜨거운 차는 온연에 손등에 쏟아졌고, 온연은 아파서 인상을 찌푸렸다. “당신…!” 서예령은 복수의 쾌감을 숨길 수 없었다. “그쪽이 절 밀었잖아요? 이건 제 탓이 아니죠. 저는 대표님께 새로 차 타드려야 겠네요. 그렇게 걱정없이 대표님을 저한테 맡기실 생각이라면 아예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저녁에… 제가 제대로 모실 게요~” 그리고 그녀는 승자의 자태로 구두를 또각거리며 뒤돌아 떠났다. 온연은 그녀가 일부러 그런 걸 알았다. 목정침은 정말 서예령과 밖에서 밤을 보낼까? 온연은 은은히 통증이 느껴지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꽉 물고 술집을 떠났다. 만약 목정침이 그런 일을 정말 저지른다면, 그녀는 할 말이 없었다. 목정침이 그렇게 하겠다면 경소경도 막을 수 없었고, 막을 수 없다면, 또 다른 얘기였다. 서예령이 새로 만든 차를 목정침 앞에 가져다 놓았을 때 가식적으로 물었다. “사모님 가신 거예요?” 목정침은 낮게 소리쳤다. “내 앞에서 걔 얘기 꺼내지 말라고요!” 그는 온연이 정말 저렇게 가버릴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가 오늘 집에 가든 말든, 누구랑 있든 말든, 그녀는 상관이 없는 건가? 그는 그녀를 기쁘게 하기 위해 뭐든 할 수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절대 그를 향하지 않았다! 서예령이 이곳을 떠나려 하지 않자 경소경이 말했다. “볼 일 남았어요? 없으면 가서 일 하세요. 여기 일하러 온 거 아니에요? 할 일 끝났어요?” 서예령은 이렇게 가고싶지 않았지만 경소경이 살짝 무서웠다. 경소경이 입만 열면 그녀는 여기서 잘릴 수 있었고, 온연 때문에 해고된 뒤로
경소경은 매우 힘들게 그를 백수완 별장으로 데려왔고, 인기척을 들은 진몽요는 총총 아래로 내려왔다. “아니, 이 사람을 왜 우리집으로 데려왔어요? 연이는요? 신경 안 쓴데요?” 경소경은 그를 소파 위에 올려둔 뒤 숨을 골랐다. “말도 마요, 어떻게 말해야 될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은 그냥 이렇게 자요. 당신이 가서 정침이 하루 밤만 잘 수 있게 방 하나만 좀 정리해줘요.” 진몽요가 방을 정리하려 가려고 할 때 목정침이 술 취해서 하는 말을 들었다. “온연, 넌 그렇게 아무 생각도 없어?” 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진몽요는 듣고 눈이 커졌다. “뭐라는 거예요? 왜 아무 생각이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 생각 없는 게 누군지 몰라서 그래요?” 경소경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당신까지 끼어들지 말아요, 술 취한 사람이랑 무슨 대화를 하려고 그래요? 정 안되겠으면 몰래 화풀이하는 셈 치고 좀 때려요, 어차피 내일 술 깨면 기억도 못 할 거예요. 오늘 내가 없었으면 다른 사람이 주워갈 뻔했어요. 난 전에 서예령 그 사람 정말 아무 의도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까 정침이한테 달려드는 여자들이랑 다를 게 없었네요.” 진몽요는 씩씩거리며 뒤돌아 방을 정리하러 갔다. 그녀는 온연이 잘못됐다는 얘기를 절대 한글자도 용납할 수 없었다! 목정침을 눕힌 후, 경소경은 온연에게 영상을 찍어서 보냈다. 목정침이 다른 여자랑 자러 가지 않고 자신의 집에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온연은 답장하지 않았다. 목가네로 돌아온 그녀는 화상 입은 손등에 약을 발랐고, 이때 엄청 크게 물집이 잡혀서 너무 아파 잠에 들 수 없었다. 어차피 어찌됐든 목정침이 술이 깨고 집에 와야 얘기를 할 수 있으니, 지금 당장은 무슨 얘기를 해도 소용없었다. 둘째 날 아침, 콩알이는 일어나자마자 성질을 부리며 안아달라고 떼썼다. 온연은 저녁내내 못 자서 피곤한 상태로 콩알이를 안고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손등이 아파서 콩알이를 내려놓고 보니 물집이 터졌다. 이정도 상처는 감염이
집에 들어가자, 그녀는 큰 그림자가 콩알이와 놀아주고 있는 게 보였다. 목정침이 돌아왔다…그는 오늘 회사에 가지 않은 모양이다. 그녀는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고 싶었지만, 마음은 그녀에게 절대 콩알이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고 말해주고 있어서, 망설이다가 그녀는 앞으로 다가갔다. “오늘 회사 안 갔어요?” 목정침은 몸이 살짝 굳었고,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은 뒤, 그녀를 보지도 않고 대답도 안 하고 바로 서재로 올라갔다. 그녀는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생각은 그녀와 완전 달랐고, 그녀는 아이를 위해서 타협하려 했지만 그는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이가 잘 몰라서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 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아이는 웃으며 작은 손을 내밀며 그녀에게 안아달라고 했다. 온연은 고개를 숙이고 아이를 보았고 손등에 통증을 참고 그를 안았다. “콩알아, 오늘 집에서 말 잘 들었어? 밥은 먹었어? 할머니랑 잘 논 거야? 엄마가 아빠랑 할 얘기가 있어서, 애기는 들으면 안돼.” 그녀는 늘 콩알이에게 유씨 아주머니를 할머니 라고 불렀다. 어른의 호칭으로 따지자면 유씨 아주머니는 목가네에 오래 있었으니 할머니라고 부르는 게 맞았다. 게다가 유씨 아주머니는 콩알이를 친손자처럼 여겼다. 유씨 아주머니는 이미 두 사람의 이상한 기류를 눈치채고 콩알이를 안았다. “도련님이랑 얘기 잘 하고 와. 둘이 처음 싸우는 것도 아니고, 네가 잘못을 뉘우치는 게 나아, 도련님 성질이 원래 그렇잖아.” 온연은 유씨 아주머니를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웃었다. “알아요, 별 일 없으니까 콩알이 좀 놀아 주세요.” 서재 앞으로 걸어간 그녀는 2초간 망설이다가, 자신에게 화를 참으라고 말하며 최대한 그에게 행패를 부리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목정침은 창문 앞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고, 서재 안은 이미 연기로 자욱했다. 그녀는 목이 막혀서 기침을 했고 목정침은 바로 담배를 껐다. “왜 왔어? 지금 내 성질 돋우지 마.” 그녀는 화를
그녀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는 또 나갔다. 이번엔 그냥 차를 타고 나가버렸다. 그는 이제 그녀와 같은 지붕 아래에만 있어도 싫은 건가? 그녀는 심개에게 돈을 빌려준 일이 이렇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줄 몰랐다. 그녀는 심개에게 돈을 빌려준 걸 후회하진 않았지만, 단지 목정침을 못 믿고 미리 상의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 그녀는 처음에 분쟁을 피하려고 그랬으나, 결국 엉망이 되어버렸다. 잠시 후, 유씨 아주머니는 콩알이를 안고 서재로 들어왔다. 그녀가 제자리에 서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자 이번 일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걸 알았다. “연아… 도련님은 왜 또 나가신 거야?” 온연은 울면서 웃었다. “그 사람이 이제 질렸데요, 질렸데요… 허허… 저는 그저 심개한테 돈을 빌려주고 말을 안 했을 뿐이에요. 그 사람이 신경쓸까 봐요.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겠어요… 자기도 술집에서 다른 여자 안고 즐겼잖아요? 전 단지 심개한테 미안해서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유씨 아주머니의 걱정스러운 눈가엔 주름이 더해졌다. “아이고… 일이 커졌네. 연아, 네가 도련님한테 말했어야 했어. 둘은 이제 가족이고 부부잖아, 돈 문제는 그래도 상의를 했어야지. 누구 돈이든, 특히 빌려주는 사람이… 심개라면 말이야. 내 말은 네가 심개한테 빌려준 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도련님의 감정도 신경 썼어야 한다는 거야. 어제 잠도 제대로 못 잤지? 콩알이는 내가 데리고 있을 테니까, 넌 좀 자. 자고 일어나서 다시 도련님 찾아가서 제대로 얘기해 봐. 콩알이 봐봐 얼마나 귀여워. 맨날 엄마아빠만 찾는데, 둘이 진짜 싸워서 화해도 안 하면 애는 어쩌려고 그래? 내 말 듣고 좀 자, 일어나서 도련님 찾으러 가야지.” 온연은 유씨 아주머니 품에 있는 콩알이를 보며 자신이 이성을 잃은 걸 느꼈고, 황급히 눈물을 닦았다. “네, 그럼 콩알이 좀 놀아주세요.” 안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운 뒤, 그녀는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몸은 피곤한데 잠에 들 수 없었다가 몽롱한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온연은 계속 목정침과 만나면 어떤 장면일지를 생각했다. 혹은, 그가 그녀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을 테니, 그를 대비하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해야했다. 엘리베이터가 46층에 도착하자, ‘띵’소리가 울리며 문이 열렸다. 그녀는 숨을 들이마신 뒤 가슴을 펴고, 최대한 위축되어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걸어갔다. 데이비드는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그녀를 보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사모님, 갑자기 어쩐 일로 모셨어요? 대표님께서…” 온연은 발걸음을 살짝 멈췄다. “신발 갈아신어야 하나요?” 데이비드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러실 필요 없어요. 그냥 바로 들어가셔도 됩니다!” 그녀는 비록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더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문을 열자, 에어컨 바람이 느껴졌고, 은은한 술 냄새가 났다. 목정침은 절대 업무 시간에 술을 마시지 않는데… 목정침이 서예령과 같이 소파에 앉아 있는 걸 보고, 서예령이 오피스룩을 입은 걸 보고 그녀가 다시 목가네로 돌아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해고한 사람이 다시 돌아왔으니, 이건 그녀의 뒤통수를 세게 때리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세게 뒤통수를 때릴 수 있는 사람도 목정침 밖에 없었다. 그녀를 보고 목정침은 손에 있던 술잔을 내려놓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 “여긴 왜 왔어?” 온연은 요동치는 마음을 억누르고 반문했다. “내가 오면 안돼요?” 목정침은 대답하지 않고 술잔에 있는 술을 다 마셨고, 서예령은 바로 술잔을 채웠다. “대표님, 그럼 저는 일하러 가보겠습니다. 사모님과의 시간에 방해 되지 않게요.” 서예령은 온연에 옆을 지나칠 때 일부러 온연을 부딪혔고, 도발스러운 표정은 바보가 봐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저 목정침에 자리에선 보이지 않았고, 봤다고 해도 그가 아무 말 안 하지 않았을까…? 알고 보니 당천이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이 이거였다는 걸 깨달은 온연은 화가 나서 웃었다. “내가 오면 안됐었네
서예령은 그녀를 노려본 뒤, 따라서 엘리베이터에 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뒤, 서예령은 은근슬쩍 말했다. “왜 목 대표님이 그쪽을 입양했는지 아세요? 왜냐면 대표님 어머님께서 당신 아빠를 죽였기 때문이에요. 딱 그뿐이에요. 대표님이 착하셔서 당신이 길거리 노숙자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셨어요. 그렇게 오랫동안 키워주셨으니 그쪽한테 빚진 것도 없죠. 이 일은 몰랐죠?” 온연은 동공이 커졌고, 바로 뒤를 돌아 서예령의 옷깃을 잡았다. “뭐라고요? 그거 누가 말했어요?” 서예령은 먼저 겁을 먹었다가 옆에 아무도 없는 걸 알아차린 후, 온연을 밀쳐냈다. “역시 몰랐군요? 어제 대표님이 경소경씨랑 술집에 있을 때 얘기하시던 걸 제가 실수로 들은 거예요. 그때 항공사고는 당신 아버지가 술 마시고 목가네 개인 비행기를 운전하다가 일어난 사고라고 들었는데, 이제 보니까 말 못 할 내막이 있었네요. 이제 진상을 알았으니, 그래도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아들과 만날 건가요? 저는 하루 빨리 대표님을 벗어나는 걸 추천해요. 아니면 평생 미워하며 사는 것도 괴로우니까요.” 온연은 서예령의 말을 무시하고, 얼른 제일 가까운 층 버튼을 누른 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미친 사람처럼 뛰쳐나가서 다시 목정침의 사무실 앞까지 뛰어올라왔다. 그녀는 이미 지쳐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알고 보니 항공사고는 그와 상관이 없었고, 그의 어머니가 한 짓이었다… 그는 왜 지금까지 자신이 짊어지면서 말을 하지 않은 걸까? 왜 그녀가 지금가지 모든 걸 그가 했다고 생각하게 만든걸까? 그녀는 노부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가 알고 있는 걸 노부인도 알고, 그녀가 모르는 것도 노부인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목정침은 모든 걸 노부인에게 말했지만, 유일하게 그녀에게만 알려주지 않았다. 나중에 경소경도 약간 누설했던 걸 보면, 경소경도 알고 있었던 모양이고, 그녀만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걱정스럽게 그녀를 보며 물었다. “사모님… 왜 그
목정침의 기분엔 드디어 파도가 요동쳤고, 그는 손에 든 술잔을 꽉 잡은 뒤 바닥을 향해 던졌더니 산산조각이 났다. “말 그만해!” 온연은 그의 이런 모습이 무서웠지만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오는 길에 준비했던 사과의 말을 꺼냈다. “미안해요… 이번 일은 내가 잘못 했어요. 당신을 믿고 미리 상의하는 게 맞았어요. 유씨 아주머니 말도 맞는 거 같아요, 우리는 부부니까 내가 단독적인 행동을 하면 안됐었고, 당신의 감정을 헤아렸어야 했어요.” 목정침은 일어나서 그녀의 앞으로 다가간 뒤 그녀의 턱을 잡았다. “온연, 난 왜 너가 잘못을 인정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 같지? 넌 분명 우리가 지금 이러는 게 콩알이한테 안 좋다고 생각을 할 거야. 콩알이 때문에 그리고 내가 너희 아빠를 죽이지 않은 일 때문에 사과할 필요 없어. 고개 숙이고 사과하는 건 네 스타일이 아니거든. 네 성질로 이러는 건 너무 억지야. 그냥 너 하고싶은 대로 행동해, 다른 사람 감정 신경쓰지 말고. 걱정 마, 이혼하더라도, 난 똑같이 콩알이한테 잘해줄 거야, 유년시절에 안 좋은 기억 안 남겨줄 거고. 그러니까 억지로 나한테 사과하지 마. 넌 잘못 없어, 네가 하는 모든 행동은 다 맞아. 잘못한 건 나야, 한 쪽 입장만 생각한 건 나니까.” 온연은 턱이 잡혀서 아팠지만, 가슴이 아픈 것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그의 입에서 이혼 얘기가 나오자 이번엔 그가 진지하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심지어 자신이 서예령이 방금 말한 것처럼 너무 그의 사랑을 받고 거만해진 건가 싶었다… 그녀는 더 이상 냉정을 유지할 수 없어 넋이 나간 채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난 당신이랑 이혼 안 해요… 절대 안 할 거예요! 만약 서예령이 좋으면 곁에 둬도 되지만, 난 끝까지 목 사모 자리를 지킬 거예요. 콩알이한테 완전한 가정을 줄 거고요. 난 당신한테 딱 한 가지만 요구사항 밖에 없어요. 콩알이 앞에서는 꼭 예전이랑 똑같아야 해요.” 그의 실망스러운 눈빛은 그녀를 향한 실망이
목정침은 책상 앞으로 걸어와 책상에 기대어 담배를 피웠다. “너가 그렇게 말하면, 네가 나한테 아직도 감정이 남아있다는 착각속에 날 빠지게 만들잖아. 난 이제 더 이상 너한테 속고싶지 않아, 내가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 같은 느낌도 싫고. 심개는 걔 아내한테 아무 감정도 없는 것 같던데, 너가 지금 걔를 찾으러 가도, 걘 널 망설이지 않고 데려갈 거야. 미안해, 이 날을 이렇게 기다리게 만들어서. 아이는 나한테 두고 가, 너가 애까지 데려가면 목가네가 너무 썰렁해서 집에 가기 싫을 것 같아…” 온연은 눈물을 머금고 그를 노려봤다. “나쁜놈! 지금 이런 얘기하니까 재밌어요? 나랑 심개를 억지로 갈라놓으려 한 사람도 당신이고,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 날 곁에 둔 사람도 당신이에요. 내가 당신과의 생활을 받아드리려고 하니까 이제 또 날 떼어놓으려 하네요. 당신이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말하는 대로 되게 하려는 그 성격 내 앞에서는 하나도 안 먹혀요, 내가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하죠? 설마 당신도 내가 당신이 직접 키운 강아지라고 생각해요?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게요?” 직접 키운 강아지? 이 말이 거슬렸던 그는 담배 연기를 내뿜고 인상을 찌푸렸다. “나 그런 말한 적 없어.” 그녀는 제대로 서있지 못 했다. “맞아요, 당신 입으로 직접 말하지 않았어도 누구든지 다 나한테 이런 말할 자격은 있죠. 당시에 강연연이 당신 옆에 있을 때도 날 짓밞으면서 상처를 줬고, 지금 서예령씨도 똑같아요. 됐어요, 이혼만 안 하면 당신이 좋을 대로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요. 어차피… 처음도 아니니까, 난 받아들일 수 있어요.” 담배를 끼고 있던 그의 손가락이 굳었고, 마음 속에 분노가 솟아올랐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그는 그녀를 걱정할 수 없었고 더 이상 마음이 약해지기 싫었다. 그의 태도는 성공적으로 온연을 낙담하게 만들었다. “콩알이 잘 시간이네요, 먼저 가볼게요.” 이번엔 그녀가 뒤도 안 돌아보고 갔다. 그녀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