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이 밖으로 나가는 걸 보고 진몽요도 따라 나갔다. “경소경씨, 얌전히 있어요. 앞으로 또 술 마시러 나가면 내가 가만 안 둘 거예요! 저녁에 일찍 가서 밥 먹자고요, 난 이따가 바로 그쪽으로 갈게요!” 경소경은 식은땀을 흘리며 할 수 없이 대답을 한 뒤 핸드폰을 꺼내서 목정침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온연은 화가 나면 진몽요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 진몽요는 그저 난리 한 번 피우고 주먹 몇 대 맞아주고 달래기도 쉬웠지만 온연은 달랐다. 전화가 연결되자 경소경은 본론부터 말했다. “온연씨가 우리가 어제 저녁에 서예령이랑 같이 술 마신 거 알게 됐어. 지금 아마 널 찾으러 갈 테니까 조심해. 형제로써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누가 두 사람한테 우리가 술집에 있는 사진을 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쪽에서 한번 알아볼게. 너 조심해!” 전화 너머 목정침은 충격을 받았다. “너가 서예령한테 같이 앉아서 술 마시자고 한 거였잖아?나랑 무슨 상관이야? 설마 너 나를 팔아 넘긴 거야? 넌 진짜 염치 없는 수단으로 형제를 팔아 넘기는 구나.” 경소경은 얼버무렸다. “아니, 네 여자가 나한테 해명할 기회를 안 줬어. 이번엔 내가 너를 팔려고 그런 게 아니야. 내가 반박을 했지만 기회를 안 주는 건 내 탓이 아니지. 너가 알아서 처리해!” 전화가 끊기자 목정침은 차가운 공기를 마셨다. “데이비드! 진락한테 차 준비하라고 해, 저녁에 그 누구냐 이 대표랑 식사나 해야겠어.” 데이비드는 사무실로 들어와 이해가 안되는 표정을 지었다. “대표님께서 전에는 식사할 필요없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작은 협력이라고요… 전에는 이런 협력 상대를 중요시하지 않으셨잖아요, 왜 갑자기 생각을 바꾸신 거예요?” 목정침은 설명하기 싫었다. “내가 하라고 하면 가서 하지, 뭘 머뭇거리고 있어? 당장 나오라고 해서 협력 얘기 좀 나누자고 해, 얼른!” 데이비드는 얼떨떨했다. 수중에 분명 다른 중요한 일들도 있으니 이 대표와의 협력을 목정침은 예전에 별로 마음에 담아두지
서예령의 자리 앞으로 걸어온 뒤 온연은 책상 모서리를 두들겼다. “나가세요.” 서예령은 고개 들어 그녀를 보며 이해하지 못한 눈빛이었다. “네? 사모님,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온연은 다시 한번 말했다. “나가시라고요. 앞으로 출근하지 마세요, 당신 해고예요.” 서예령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눈빛에 날카로움이 스쳐 지나갔다. “왜요?!” 온연은 눈썹을 치켜 올린 뒤 말했다. “내가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 이유 말해도 되는 거 확실해요? 난 그래도 다 같은 여자니까 체면은 지켜주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요. 현명하게 아무 것도 물어보지 말고 그냥 가세요.” 서예령은 이빨을 깨물었다. “저 안 가요. 사모님은 회사 직원이 아니시잖아요. 아무리 대표님 부인이셔도 저를 해고하실 자격 없어요. 나중에 대표님 오면 다시 얘기하세요. 이유 말하고 싶으시면 말하세요. 저도 궁금하네요, 저는 창피한 거 무섭지 않아서요.” 자격이 없다고? 이 말은 온연을 화나게 만들었다. “그래요? 내가 자격이 없다고요? 그렇다면 내가 망설일 것도 없겠네요. 당신은 목가네 그룹이 어떤 곳이라고 생각해요? 낮에는 여기서 일하면서 떳떳한 직장인으로 있다가 저녁에는 술집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토끼 유니폼 입고 여러 남자들 사이에서 맴돌잖아요. 목가네는 당신 같은 직원 필요 없어요. 직원이 퇴근 후에 뭘 하든 내 관할이 아니라고 말하면, 내가 당신을 자르고 싶고, 왜 자르고 싶은지도 당신의 관할이 아니죠. 그냥 나가는 것만 알면 돼요. 납득하지 못 하겠으면 내가 지금 목정침씨한테 전화 걸어서 스피커폰 켤테니 직접 들어봐요, 그 사람이 당신을 회사에 둘 건지 말 건지.” 서예령은 몸을 살짝 떨고 있었다. 그녀가 술집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걸 온연이 어떻게 알았을까?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까지 다 알고… 설마 목정침이 말해준 건가? 주위 사람들은 몰래 떠들기 시작했다. “서예령씨 그렇게 안 봤는데. 회사 월급이 적은 것도 아니고, 그렇게 돈이 부족하데요? 그런 곳에 가서
신호가 10초 정도 울린 후 목정침이 그제서야 받았다. “연아, 나 지금 바빠서 일 끝나고 다시 전화할게.”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아니요, 한 마디면 돼요. 내가 지금 당신 회사에서 서예령씨 해고하려고 하는데 납득을 못 하겠다네요. 내가 이런 결정할 자격이 없데요. 당신이 말해봐요.” 전화 너머, 2초 동안 정적이었다가 목정침이 입을 열었다. “그런 사소한 일은 나한테 물어보지 말고 네가 결정하면 돼. 회사에 있는 모든 일은 다 네가 결정할 자격이 있어.” 전화를 끊고 온연은 도발적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서예령의 표정이 처음엔 창백했다가 분노해서 잿빛으로 변하고 절망한 걸 보면서 그녀의 마음엔 어떠한 연민이나 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다. 서예령 이 여자가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걸 그녀는 이미 느꼈었고 일찍 해결을 해야 나중에 악몽 같은 날들을 방지할 수 있었다. 그녀는 콩알이가 서예령을 가까이하는 게 싫었고, 서예령이 계속해서 우연을 빌미로 목정침과 그녀의 생활에 들어오는 게 싫었다. 서예령은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다가 그제서야 자신의 개인물품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서예령이 했던 말을 들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온연이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아르바이트가 나쁜 것도 아니고 게다가 퇴근 후 시간이었기에 사람들은 동정하는 눈빛으로 서예령을 보았다. 온연은 사람들의 눈빛을 보고도 모른 척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든 상관없었다. 서예령이 자신을 먼저 불편하게 만들었고, 그녀는 늘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서예령이 재무팀에서 월급을 받고 떠날 때 온연과 진몽요도 같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 일이 해결되었으니 그녀들은 더 이상 여기서 목정침이 돌아오길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고 날카롭게 대치 하던 세 여자가 같이 있으니 분위기가 기이했다. 온연은 무표정으로 상대방을 직시한 채 조용히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길 기다렸다. 진몽요는 불편해서 좌우를 둘러보며 서예령이 화가 나서 손지검이라도 할까 봐 겁을 먹
그리고 “띵” 소리가 울리며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온연은 먼저 발걸음을 옮겨 나갔고, 진몽요는 짧은 다리로 쫓아간 뒤 슬쩍 엄지를 치켜 올렸다. “연아, 대박이야, 너무 박력 있었어.” 차로 돌아온 뒤 온연의 얼굴은 피곤에 쩔어 있었다. “오늘 또 그림 그리는 건 또 허탕쳤네. 몽요야, 넌 언제 다시 복직해?” 진몽요는 안전벨트를 했다. “내일. 어차피 애도 없고 한가하면 지루하니까 최대한 알차게 살려고, 게을러 지기 전에. 넌 이제 어디가? 같이 쇼핑하러 갈래?” 온연은 고개를 저었다. “나 조금 피곤해서 오늘은 안될 것 같아. 나중에 너 시간될 때 다시 약속 잡자, 나 회사로 데려다 줘. 가서 할 일이 있어서.” 그녀의 기분이 안 좋아 보이자 진몽요는 속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너가 비록 서예령을 잘랐지만 그럼 이 일은 이렇게 끝난 거야? 아니면… 저녁에 목정침씨랑 또 얘기할 거야? 경소경씨 보니까 거짓말하는 거 같지는 않았지? 그 사람이랑은 상관없는 일 같던데. 이 서예령이라는 사람은 목정침씨네 회사 사람이잖아, 난 너가 잘 해고했다고 생각해. 아니면 언젠간 일이 터졌을 거야. 너도 말했듯이, 목정침씨는 보통 사람들한테 차가운데, 서예령한테 같이 앉아서 술 마시자고 한 거면, 딱 봐도 이상한 거야.” 온연은 망설이다 말했다. “맞아, 엄청 이상하지. 이 일만 이상한 게 아니야. 예전에 목정침씨가 콩알이 데리고 회사에 갔을 때도 서예령씨한테 애 좀 봐 달라고 부탁했었고, 콩알이가 원래 조용한 성격인데 유독 서예령씨 앞에서만 신나서 막 손발을 움직여. 이게 제일 기분 나빠. 이제 됐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 됐잖아. 난 목정침씨한테 더 트집 잡지 않을 거야. 중요하지 않은 사람 때문에 집에서 대판 싸울 필요도 없으니 그냥 이렇게 넘어 갈래. 몽요야, 가끔은 머리로 생각을 해야 돼. 만약 앞으로 또 모르는 번호로 너한테 이런 사진을 보내면, 먼저 화부터 내지 말고 그 사람이 누군지, 왜 너랑 경소경씨의 사이를 망가트리려 하는지
당천은 웃었다. “저도 알아요, 현재 상태로는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원하는 사람이 없겠죠. 그래서 사실 만나자고 한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혹시 저 대신해서 이 작품 좀 팔아주실 수 있어요? 요즘 돈이 좀 급해서요.” 온연은 살짝 의아했다. 당천이 이런 일로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다니. 이건 그가 자신의 창피한 이면을 그녀 앞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과 같았다. 당천은 그녀에게 부탁하는 한이 있어도 서양양 앞에서는 비참한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아 했다… 사실 당천의 결정이 맞았다. 디자인을 그녀가 팔게 된다면 의심할 사람도 없었고, 당천의 디자인이라는 이유로 거절할 사람도 없을 것이며 어느 정도는 “목 사모”의 체면을 사는 것과 같았다. 그녀는 고민하다가 승낙했다. “한번 해볼게요. 생각하고 있는 가격 있어요? 이런 디자인은 회사에서만 필요할 텐데. 대기업이나 좋은 가격을 제시할 수는 있겠지만… 높은 가격은 아닐지도 몰라요. 만약 제시카씨 일만 아니라면 이걸로 대회에 참여해서 당천씨랑 계약하려는 사람들도 많았겠죠…” 당천은 어깨를 들썩였다. “저는 현실을 잘 받아드리는 편이에요. 과거에 눈 부셨던 날들에 미련 없어요. 사람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많으니 어떻게 살아가도 상관없어요. 가격은 온연씨가 보고 정해주세요. 얼마여도 상관없어요. 수수료는 30% 드릴게요, 너무 적다고 싫어하진 마시고요.” 온연은 디자인을 자신의 가방에 넣었다. “수수료 필요 없어요. 목정침씨가 돈 안 주는 것도 아니니까요. 내가 도와주는 건 양양씨가 그쪽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서양양 얘기가 나오자 당천은 눈을 깔고 쓸쓸한 눈빛을 숨겼다. “저도 알아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저녁, 목가네로 돌아온 뒤. 온연은 당천에 디자인을 목정침에게 보여줬다. “이런 디자인 당신이 얼마 정도에 사줄 수 있어요?” 목정침은 디자인을 몇 초 동안 보다가 말했다. “이거 당천 그림체지? 스타일이 독특해서 나도예전에 관심 가졌었어.” 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목정침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뒤 뒤를 돌아봤더니, 콩알이가 그의 옷깃을 잡고 어눌한 소리로 “아빠” 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의 차가웠던 얼굴은 갑자기 녹아내렸고, 부드러워진 미간으로 콩알이를 안았다. “아빠는 왜 불렀어? 곧 밥 먹을 시간이라 배고픈 거지?” 콩알이는 갑자기 그의 목을 잡고 그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 비록 반짝거리는 침이 살짝 뭍었지만 그는 놀라고 말았다. “너 이 자식, 나한테 이렇게 다정한 모습 흔치 않은데, 오늘 유통기한 지난 분유라도 먹은 거야? 왜 평소랑 다르지?” 온연은 입술을 내밀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아까 분유 먹고 입을 제대로 안 닦아서 불편했는지 당신 얼굴에 뭍인 모양이에요. 당신 옷 뒤쪽에도 뭍었어요.” 목정침의 표정이 살짝 안 좋아졌다. “어쩐지 애가 왜 갑자기… 됐다, 내 자식이니까 한번은 참아 주지.” 식사 후. 목정침은 콩알이를 데리고 바깥 정원에 가서 놀았고, 아이가 편하게 놀 수 있게 그는 사람을 시켜 ‘유아용 놀이터’를 만들었다. 미끄럼틀, 그네 등 모든 게 다 있었으며, 어차피 예전부터 정원이 비어 있었으니 이렇게라도 쓸모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온연은 가격을 당천에게 말했다. 그녀는 당천이 자신의 정성을 싸게 팔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당천은 고민도 안 하고 바로 팔겠다고 했다. 그녀는 당천이 어쩌면 너무 돈이 급했다고 생각했다. 목정침이 이럴 때 저가로 남의 디자인을 사는 건 상대가 긴급할 때 이득을 보려는 생각이 좀 있는 것 같았지만 목정침은 자신의 생각이 있었고, 팔지 말지는 당천의 의지였기에 어떻게 보면 경우에 어긋나지 않았다. 목정침은 흔쾌히 온연에게 돈을 주고 그녀에게 이체하라고 말하며 회사에서 정식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아니면 내일까지 기다려야 했다. 온연이 돈을 당천에게 이체하자 당천은 말했던 것처럼 그녀에게 30%프로를 돌려주었다. 그녀는 받지 않고 문자로 말했다. ‘그냥 받아요. 가격도 그렇게 안 비쌌잖아요. 저 돈 안 부족해요.’ 당천은 답
온연은 무심결에 말했다. “잘 됐네요, 어머니께서 결국 양양씨가 이제 어린 아이가 아니라는 걸 인정해주신 거잖아요.” 서양양은 순진무구한 아이처럼 웃으며 눈동자를 반짝였다. “언니, 먹고 싶은 거 다 시키세요. 월급 받은지 얼마 안됐거든요. 사양하지 마시고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온연은 두 가지 요리만 주문했다. 어차피 둘이라 많이 먹지도 못 했다. 수다를 떨면서 온연은 물었다. “저번에 양양씨랑 당천씨랑 그 일 있고 나서, 당천씨가 연락할 때 확실하게 표현 좀 했어요?” 서양양은 고개를 저었다. “언니한테 돈 전해주라고 말하려고 연락 온 것밖에 없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 일은 언급하지 않았고, 이것도… 그 날 밤 이후로 처음 연락 온 거예요. 괜찮아요, 그 사람이 강요한 것도 아니에요. 그 사람은 지금 궁지에 몰렸어도 이렇게 훌륭한 사람인데 아마 제가 어울리지 않는 거겠죠. 그냥 친구로 지내도 괜찮아요. 제가 그 사람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만약에 그 사람 곁에 다른 여자가 생기면 제가 포기하고 멀리하죠 뭐.” 온연은 한숨을 쉬었다. “양양씨 바보네요. 사랑에는 어울리고 말고가 없어요, 좋아하고 말고만 있죠. 서로 좋아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사귀게 돼요.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집착을 해도 그림의 떡과 같죠.” 서양양은 존경하는 표정을 지었다. “와, 언니, 엄청 딥하게 말하시네요. 예전에 연애 많이 해보셨어요? 제 말은, 언니가 연애에 대한 이해도가 깊으신 거 같아서요.” 이 얘기를 하니 온연은 살짝 부끄러워졌다. “아니요. 제대로 한 연애는 한 번도 없어요. 저랑 목정침씨도 바로 결혼해서 연애를 거치지 않았고요. 예전에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목정침씨가 망쳤죠.” 서양양은 사고가 거기까지 따라가지 않았다. “네…? 그… 그럼 목 선생님이랑 감정은 있으세요? 그렇게 해도 행복한 가요?” 온연은 망설이다 말했다. “감정은 있죠, 아직까지는 깊은 거 같아요. 10 몇 년 동안 쌓아온 게 있으니 나름 튼튼
진락은 차를 세우고 앞으로 걸어간 뒤 칭찬했다. “작은 도련님 정말 귀여우시네요. 크시면 분명 만인의 연인이 되실 거 같아요.” 온연은 농담을 했다. “아이 좋아해요? 그럼 얼른 가서 한 명 낳아요, 좋은 소식 언제 들려줄 거예요? 나간지 며칠이나 됐는데 진전 없어요?” 진락은 얼굴이 빨개졌다. “사모님, 저 놀리지 마세요. 아직 일러요. 결혼은 큰 일인만큼 서두르면 안돼요. 천천히 해야죠. 좋은 소식 있으면 첫번째로 알려 드릴게요. 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올게요.” 콩알이와 놀다가 목정침이 말했다. “나 먼저 씻고 올게. 너가 애 데리고 좀 놀고 있어. 원래 야근할 생각 없었는데, 너가 데리러 오지 말라고 해서 그냥 회사에서 야근하고 왔어.” 온연은 아이를 건네받고 나지막이 말했다. “당신이 나보다 바빠도 콩알이는 당신을 더 좋아하네요. 내가 분명 더 많이 놀아주는 거 같은데 말이에요.” 목정침은 자랑스럽게 눈썹을 움직였다. “아쉽게도 넌 이 사실을 영원히 바꿀 수 없을 거야. 이따가 올라와, 할 말 있어.”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그녀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할 때면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아마 대부분은 좋은 일이 아니었었기 때문이다. 그가 이쯤되면 샤워를 다 했을 것 같아 그녀는 그제서야 콩알이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목정침은 때마침 욕실에서 나왔다. 온연은 불편한 듯 시선을 피하고 헛기침을 했다. “할 말이 뭐에요? 나쁜 일이면 듣기 싫으니까 말하지 말아요.” 그는 순간적으로 울지도 웃지도 못 했다. “너 눈에는 내가 좋은 얘기는 안 하는 사람으로 보여? 내가 하려던 말은, 당천이 만든 그 디자인 올해 여름 트렌드로 나갈 거야. 걔는 진짜 트렌드를 정확하게 보는 거 같아. 내가 예전에 걔 창작 수준을 과소평가했어. 나도 얼른 걔한테 내 일 맡기고 싶어.” 온연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막 그린 디자인 한 장이, 바로 트렌드가 된다고요? 당천씨… 진짜 실력 있나 보네요. 못 참겠으면 그냥 당장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