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몽요는 몇 번이나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래, 이따가 나랑같이 가자. 마침 내가 차 끌고 왔거든. 나 사람들 표정 잘 못 살피는 편이라 너가 옆에서 나 대신 봐줘. 그 사람이 당황한 거 같으면, 내가 손지검할 때 너가 꼭 나 도와줘야해!” 온연은 살짝 땀을 흘렸고, 그녀는 둘이 정말 싸우게 되면 어떤 장면일지 상상하기 싫었다. 만약 경소경이 반격한다면 그녀들은 발로 걷어차는 걸로 끝나지 않을 테다. 식사 후, 진몽요는 황급히 그녀를 데리고 경소경의 회사로 온 뒤 바로 사무실로 향했다. 어떻게 할지 다 생각해 놨는데 경소경이 없을 줄은 몰랐고 시간을 보니 그는 아마 밖에서 식사중일 것이다. 온연은 강제로 진몽요를 붙잡고 앉아서 기다렸다. 이럴 때 더 냉정을 유지해야 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사진 한 장은 아무 의미도 없다고 강조했고, 침착해야 된다고 했지만 진몽요가 새겨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기다리면서 그녀가 핸드폰을 꺼내어 보니 예상치 못 하게 그 모르는 번호가 그녀에게도 사진을 보내왔다. 그녀가 밖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서 핸드폰을 무음으로 해놨고, 이어폰까지 끼고 있었어서 몰랐었다. 이 모르는 번호의 주인은 진몽요에게도 이 일을 알리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도 알릴 생각이었다. 사진 안에 목정침의 손을 일부러 찍히게 한 건 그녀가 알아볼 줄 알았기 때문인가? 의심을 품고 대략 30분 정도 기다리자 드디어 경소경이 돌아왔다. 둘이 같이 있는 걸 보고 그는 누가 봐도 당황했다. “둘이 어쩐 일이에요? 방금 밥 먹고 있었는데 전화라도 하지 그랬어요? 몽요씨, 당신이 엄마한테 아이 데려가라고 했다면서요? 그럼 오늘 저녁에 거기 가서 밥 먹죠.” 진몽요는 혹시라도 속에 담아둔 욕이 나올까 봐 얼굴엔 미소를 띄고 있었다. “연이랑 지나가는 길에 들렸어요. 당신 밥 먹고 있던 거 알아서 재촉 안 했고요. 어제 저녁에 진짜 목정침씨랑 둘이 마신 거 맞아요? 다른 사람 없이요?” 경소경은 예전에 오랫동안
온연이 밖으로 나가는 걸 보고 진몽요도 따라 나갔다. “경소경씨, 얌전히 있어요. 앞으로 또 술 마시러 나가면 내가 가만 안 둘 거예요! 저녁에 일찍 가서 밥 먹자고요, 난 이따가 바로 그쪽으로 갈게요!” 경소경은 식은땀을 흘리며 할 수 없이 대답을 한 뒤 핸드폰을 꺼내서 목정침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온연은 화가 나면 진몽요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 진몽요는 그저 난리 한 번 피우고 주먹 몇 대 맞아주고 달래기도 쉬웠지만 온연은 달랐다. 전화가 연결되자 경소경은 본론부터 말했다. “온연씨가 우리가 어제 저녁에 서예령이랑 같이 술 마신 거 알게 됐어. 지금 아마 널 찾으러 갈 테니까 조심해. 형제로써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누가 두 사람한테 우리가 술집에 있는 사진을 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쪽에서 한번 알아볼게. 너 조심해!” 전화 너머 목정침은 충격을 받았다. “너가 서예령한테 같이 앉아서 술 마시자고 한 거였잖아?나랑 무슨 상관이야? 설마 너 나를 팔아 넘긴 거야? 넌 진짜 염치 없는 수단으로 형제를 팔아 넘기는 구나.” 경소경은 얼버무렸다. “아니, 네 여자가 나한테 해명할 기회를 안 줬어. 이번엔 내가 너를 팔려고 그런 게 아니야. 내가 반박을 했지만 기회를 안 주는 건 내 탓이 아니지. 너가 알아서 처리해!” 전화가 끊기자 목정침은 차가운 공기를 마셨다. “데이비드! 진락한테 차 준비하라고 해, 저녁에 그 누구냐 이 대표랑 식사나 해야겠어.” 데이비드는 사무실로 들어와 이해가 안되는 표정을 지었다. “대표님께서 전에는 식사할 필요없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작은 협력이라고요… 전에는 이런 협력 상대를 중요시하지 않으셨잖아요, 왜 갑자기 생각을 바꾸신 거예요?” 목정침은 설명하기 싫었다. “내가 하라고 하면 가서 하지, 뭘 머뭇거리고 있어? 당장 나오라고 해서 협력 얘기 좀 나누자고 해, 얼른!” 데이비드는 얼떨떨했다. 수중에 분명 다른 중요한 일들도 있으니 이 대표와의 협력을 목정침은 예전에 별로 마음에 담아두지
서예령의 자리 앞으로 걸어온 뒤 온연은 책상 모서리를 두들겼다. “나가세요.” 서예령은 고개 들어 그녀를 보며 이해하지 못한 눈빛이었다. “네? 사모님,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온연은 다시 한번 말했다. “나가시라고요. 앞으로 출근하지 마세요, 당신 해고예요.” 서예령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눈빛에 날카로움이 스쳐 지나갔다. “왜요?!” 온연은 눈썹을 치켜 올린 뒤 말했다. “내가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 이유 말해도 되는 거 확실해요? 난 그래도 다 같은 여자니까 체면은 지켜주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요. 현명하게 아무 것도 물어보지 말고 그냥 가세요.” 서예령은 이빨을 깨물었다. “저 안 가요. 사모님은 회사 직원이 아니시잖아요. 아무리 대표님 부인이셔도 저를 해고하실 자격 없어요. 나중에 대표님 오면 다시 얘기하세요. 이유 말하고 싶으시면 말하세요. 저도 궁금하네요, 저는 창피한 거 무섭지 않아서요.” 자격이 없다고? 이 말은 온연을 화나게 만들었다. “그래요? 내가 자격이 없다고요? 그렇다면 내가 망설일 것도 없겠네요. 당신은 목가네 그룹이 어떤 곳이라고 생각해요? 낮에는 여기서 일하면서 떳떳한 직장인으로 있다가 저녁에는 술집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토끼 유니폼 입고 여러 남자들 사이에서 맴돌잖아요. 목가네는 당신 같은 직원 필요 없어요. 직원이 퇴근 후에 뭘 하든 내 관할이 아니라고 말하면, 내가 당신을 자르고 싶고, 왜 자르고 싶은지도 당신의 관할이 아니죠. 그냥 나가는 것만 알면 돼요. 납득하지 못 하겠으면 내가 지금 목정침씨한테 전화 걸어서 스피커폰 켤테니 직접 들어봐요, 그 사람이 당신을 회사에 둘 건지 말 건지.” 서예령은 몸을 살짝 떨고 있었다. 그녀가 술집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걸 온연이 어떻게 알았을까?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까지 다 알고… 설마 목정침이 말해준 건가? 주위 사람들은 몰래 떠들기 시작했다. “서예령씨 그렇게 안 봤는데. 회사 월급이 적은 것도 아니고, 그렇게 돈이 부족하데요? 그런 곳에 가서
신호가 10초 정도 울린 후 목정침이 그제서야 받았다. “연아, 나 지금 바빠서 일 끝나고 다시 전화할게.”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아니요, 한 마디면 돼요. 내가 지금 당신 회사에서 서예령씨 해고하려고 하는데 납득을 못 하겠다네요. 내가 이런 결정할 자격이 없데요. 당신이 말해봐요.” 전화 너머, 2초 동안 정적이었다가 목정침이 입을 열었다. “그런 사소한 일은 나한테 물어보지 말고 네가 결정하면 돼. 회사에 있는 모든 일은 다 네가 결정할 자격이 있어.” 전화를 끊고 온연은 도발적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서예령의 표정이 처음엔 창백했다가 분노해서 잿빛으로 변하고 절망한 걸 보면서 그녀의 마음엔 어떠한 연민이나 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다. 서예령 이 여자가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걸 그녀는 이미 느꼈었고 일찍 해결을 해야 나중에 악몽 같은 날들을 방지할 수 있었다. 그녀는 콩알이가 서예령을 가까이하는 게 싫었고, 서예령이 계속해서 우연을 빌미로 목정침과 그녀의 생활에 들어오는 게 싫었다. 서예령은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다가 그제서야 자신의 개인물품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서예령이 했던 말을 들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온연이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아르바이트가 나쁜 것도 아니고 게다가 퇴근 후 시간이었기에 사람들은 동정하는 눈빛으로 서예령을 보았다. 온연은 사람들의 눈빛을 보고도 모른 척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든 상관없었다. 서예령이 자신을 먼저 불편하게 만들었고, 그녀는 늘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서예령이 재무팀에서 월급을 받고 떠날 때 온연과 진몽요도 같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 일이 해결되었으니 그녀들은 더 이상 여기서 목정침이 돌아오길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고 날카롭게 대치 하던 세 여자가 같이 있으니 분위기가 기이했다. 온연은 무표정으로 상대방을 직시한 채 조용히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길 기다렸다. 진몽요는 불편해서 좌우를 둘러보며 서예령이 화가 나서 손지검이라도 할까 봐 겁을 먹
그리고 “띵” 소리가 울리며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온연은 먼저 발걸음을 옮겨 나갔고, 진몽요는 짧은 다리로 쫓아간 뒤 슬쩍 엄지를 치켜 올렸다. “연아, 대박이야, 너무 박력 있었어.” 차로 돌아온 뒤 온연의 얼굴은 피곤에 쩔어 있었다. “오늘 또 그림 그리는 건 또 허탕쳤네. 몽요야, 넌 언제 다시 복직해?” 진몽요는 안전벨트를 했다. “내일. 어차피 애도 없고 한가하면 지루하니까 최대한 알차게 살려고, 게을러 지기 전에. 넌 이제 어디가? 같이 쇼핑하러 갈래?” 온연은 고개를 저었다. “나 조금 피곤해서 오늘은 안될 것 같아. 나중에 너 시간될 때 다시 약속 잡자, 나 회사로 데려다 줘. 가서 할 일이 있어서.” 그녀의 기분이 안 좋아 보이자 진몽요는 속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너가 비록 서예령을 잘랐지만 그럼 이 일은 이렇게 끝난 거야? 아니면… 저녁에 목정침씨랑 또 얘기할 거야? 경소경씨 보니까 거짓말하는 거 같지는 않았지? 그 사람이랑은 상관없는 일 같던데. 이 서예령이라는 사람은 목정침씨네 회사 사람이잖아, 난 너가 잘 해고했다고 생각해. 아니면 언젠간 일이 터졌을 거야. 너도 말했듯이, 목정침씨는 보통 사람들한테 차가운데, 서예령한테 같이 앉아서 술 마시자고 한 거면, 딱 봐도 이상한 거야.” 온연은 망설이다 말했다. “맞아, 엄청 이상하지. 이 일만 이상한 게 아니야. 예전에 목정침씨가 콩알이 데리고 회사에 갔을 때도 서예령씨한테 애 좀 봐 달라고 부탁했었고, 콩알이가 원래 조용한 성격인데 유독 서예령씨 앞에서만 신나서 막 손발을 움직여. 이게 제일 기분 나빠. 이제 됐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 됐잖아. 난 목정침씨한테 더 트집 잡지 않을 거야. 중요하지 않은 사람 때문에 집에서 대판 싸울 필요도 없으니 그냥 이렇게 넘어 갈래. 몽요야, 가끔은 머리로 생각을 해야 돼. 만약 앞으로 또 모르는 번호로 너한테 이런 사진을 보내면, 먼저 화부터 내지 말고 그 사람이 누군지, 왜 너랑 경소경씨의 사이를 망가트리려 하는지
당천은 웃었다. “저도 알아요, 현재 상태로는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원하는 사람이 없겠죠. 그래서 사실 만나자고 한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혹시 저 대신해서 이 작품 좀 팔아주실 수 있어요? 요즘 돈이 좀 급해서요.” 온연은 살짝 의아했다. 당천이 이런 일로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다니. 이건 그가 자신의 창피한 이면을 그녀 앞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과 같았다. 당천은 그녀에게 부탁하는 한이 있어도 서양양 앞에서는 비참한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아 했다… 사실 당천의 결정이 맞았다. 디자인을 그녀가 팔게 된다면 의심할 사람도 없었고, 당천의 디자인이라는 이유로 거절할 사람도 없을 것이며 어느 정도는 “목 사모”의 체면을 사는 것과 같았다. 그녀는 고민하다가 승낙했다. “한번 해볼게요. 생각하고 있는 가격 있어요? 이런 디자인은 회사에서만 필요할 텐데. 대기업이나 좋은 가격을 제시할 수는 있겠지만… 높은 가격은 아닐지도 몰라요. 만약 제시카씨 일만 아니라면 이걸로 대회에 참여해서 당천씨랑 계약하려는 사람들도 많았겠죠…” 당천은 어깨를 들썩였다. “저는 현실을 잘 받아드리는 편이에요. 과거에 눈 부셨던 날들에 미련 없어요. 사람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많으니 어떻게 살아가도 상관없어요. 가격은 온연씨가 보고 정해주세요. 얼마여도 상관없어요. 수수료는 30% 드릴게요, 너무 적다고 싫어하진 마시고요.” 온연은 디자인을 자신의 가방에 넣었다. “수수료 필요 없어요. 목정침씨가 돈 안 주는 것도 아니니까요. 내가 도와주는 건 양양씨가 그쪽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서양양 얘기가 나오자 당천은 눈을 깔고 쓸쓸한 눈빛을 숨겼다. “저도 알아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저녁, 목가네로 돌아온 뒤. 온연은 당천에 디자인을 목정침에게 보여줬다. “이런 디자인 당신이 얼마 정도에 사줄 수 있어요?” 목정침은 디자인을 몇 초 동안 보다가 말했다. “이거 당천 그림체지? 스타일이 독특해서 나도예전에 관심 가졌었어.” 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목정침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뒤 뒤를 돌아봤더니, 콩알이가 그의 옷깃을 잡고 어눌한 소리로 “아빠” 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의 차가웠던 얼굴은 갑자기 녹아내렸고, 부드러워진 미간으로 콩알이를 안았다. “아빠는 왜 불렀어? 곧 밥 먹을 시간이라 배고픈 거지?” 콩알이는 갑자기 그의 목을 잡고 그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 비록 반짝거리는 침이 살짝 뭍었지만 그는 놀라고 말았다. “너 이 자식, 나한테 이렇게 다정한 모습 흔치 않은데, 오늘 유통기한 지난 분유라도 먹은 거야? 왜 평소랑 다르지?” 온연은 입술을 내밀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아까 분유 먹고 입을 제대로 안 닦아서 불편했는지 당신 얼굴에 뭍인 모양이에요. 당신 옷 뒤쪽에도 뭍었어요.” 목정침의 표정이 살짝 안 좋아졌다. “어쩐지 애가 왜 갑자기… 됐다, 내 자식이니까 한번은 참아 주지.” 식사 후. 목정침은 콩알이를 데리고 바깥 정원에 가서 놀았고, 아이가 편하게 놀 수 있게 그는 사람을 시켜 ‘유아용 놀이터’를 만들었다. 미끄럼틀, 그네 등 모든 게 다 있었으며, 어차피 예전부터 정원이 비어 있었으니 이렇게라도 쓸모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온연은 가격을 당천에게 말했다. 그녀는 당천이 자신의 정성을 싸게 팔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당천은 고민도 안 하고 바로 팔겠다고 했다. 그녀는 당천이 어쩌면 너무 돈이 급했다고 생각했다. 목정침이 이럴 때 저가로 남의 디자인을 사는 건 상대가 긴급할 때 이득을 보려는 생각이 좀 있는 것 같았지만 목정침은 자신의 생각이 있었고, 팔지 말지는 당천의 의지였기에 어떻게 보면 경우에 어긋나지 않았다. 목정침은 흔쾌히 온연에게 돈을 주고 그녀에게 이체하라고 말하며 회사에서 정식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아니면 내일까지 기다려야 했다. 온연이 돈을 당천에게 이체하자 당천은 말했던 것처럼 그녀에게 30%프로를 돌려주었다. 그녀는 받지 않고 문자로 말했다. ‘그냥 받아요. 가격도 그렇게 안 비쌌잖아요. 저 돈 안 부족해요.’ 당천은 답
온연은 무심결에 말했다. “잘 됐네요, 어머니께서 결국 양양씨가 이제 어린 아이가 아니라는 걸 인정해주신 거잖아요.” 서양양은 순진무구한 아이처럼 웃으며 눈동자를 반짝였다. “언니, 먹고 싶은 거 다 시키세요. 월급 받은지 얼마 안됐거든요. 사양하지 마시고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온연은 두 가지 요리만 주문했다. 어차피 둘이라 많이 먹지도 못 했다. 수다를 떨면서 온연은 물었다. “저번에 양양씨랑 당천씨랑 그 일 있고 나서, 당천씨가 연락할 때 확실하게 표현 좀 했어요?” 서양양은 고개를 저었다. “언니한테 돈 전해주라고 말하려고 연락 온 것밖에 없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 일은 언급하지 않았고, 이것도… 그 날 밤 이후로 처음 연락 온 거예요. 괜찮아요, 그 사람이 강요한 것도 아니에요. 그 사람은 지금 궁지에 몰렸어도 이렇게 훌륭한 사람인데 아마 제가 어울리지 않는 거겠죠. 그냥 친구로 지내도 괜찮아요. 제가 그 사람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만약에 그 사람 곁에 다른 여자가 생기면 제가 포기하고 멀리하죠 뭐.” 온연은 한숨을 쉬었다. “양양씨 바보네요. 사랑에는 어울리고 말고가 없어요, 좋아하고 말고만 있죠. 서로 좋아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사귀게 돼요.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집착을 해도 그림의 떡과 같죠.” 서양양은 존경하는 표정을 지었다. “와, 언니, 엄청 딥하게 말하시네요. 예전에 연애 많이 해보셨어요? 제 말은, 언니가 연애에 대한 이해도가 깊으신 거 같아서요.” 이 얘기를 하니 온연은 살짝 부끄러워졌다. “아니요. 제대로 한 연애는 한 번도 없어요. 저랑 목정침씨도 바로 결혼해서 연애를 거치지 않았고요. 예전에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목정침씨가 망쳤죠.” 서양양은 사고가 거기까지 따라가지 않았다. “네…? 그… 그럼 목 선생님이랑 감정은 있으세요? 그렇게 해도 행복한 가요?” 온연은 망설이다 말했다. “감정은 있죠, 아직까지는 깊은 거 같아요. 10 몇 년 동안 쌓아온 게 있으니 나름 튼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