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온연은 아이를 데리고 샤워를 하러 갔다. 유씨 아주머니가 나이가 많으니 그녀가 집에 있을 땐 아이에 관한 모든 건 다 직접했다. 힘들지만 그 안에서도 기쁨을 찾았다. 아이의 어린시절은 한번이고 짧으니 그녀는 아이의 성장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밖에는 함박 눈이 내리고 있었고, 집에는 히터가 충분히 틀어져 있었다. 욕실에서 한바탕 하고 나오니 온연은 더워서 이마엔 땀으로 가득했지만 향기로운 아이를 보면서 그녀는 만족스러워하며 아이를 방으로 안고 들어가 옷을 입힌 뒤 침대에 눕혔다. “엄마 씻으러 갈 테니까 아빠랑 놀고 있어.” 아이는 손가락을 빨며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고 그녀도 따라서 웃었다. 목정침은 애기 침대 앞으로 걸어가 콩알이를 보며 그녀에게 말했다. “넌 소경이가 진몽요한테 하는 것처럼 내가 해줬으면 좋겠어?” 온연은 살짝 벙쪘다가 진지하게 답했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안 그랬으면 좋겠어요. 여자들은 사랑받는 걸 좋아해요. 하지만 모든 사람은 다르잖아요. 당신이랑 경소경씨도 아예 다르니까 당신만의 방법으로 날 대하면 되죠. 나도 몽요가 아니고, 어쩌면 몽요처럼 쉽게 만족감을 못 느낄 수도 있어요. 만약 다른 사람의 방법을 일부러 배울 생각이라면 너무 억지 같아요. 먼저 씻고 올게요, 콩알이 잘 보고 있어요.” 그녀가 욕실로 들어가는 걸 보자 목정침은 손을 뻗어 콩알이의 통통한 얼굴을 꼬집었다. “내가 나무 같아? 그래? 네 엄마한테 내가 잘 못해줬어? 난 잘해줬다고 생각했는데… 난 누구한테 이렇게 잘해준 적이 없었어.” 콩알이가 그에게 대답해주는 방법은 작은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치는 거였다. 비록 아프진 않지만 그의 마음을 때렸다. 아마… 그가 정말 온연에게 잘 못 해주고 있나 보다. 아이도 이렇게 생각하는 걸 보면! 온연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그는 그녀의 손에 있던 수건을 빼앗아 머리를 말려주었다. “앉아, 내가 말려줄게.” 온연은 마음이 이상했다. 예전에는 그녀가 그의 머리를 말려줬었는데
인기척이 들렸는지 아직 깊게 잠들지 않은 콩알이는 잠에서 깨어나 침대 옆을 기어다녔다. ”으응애…” 목정침은 몸이 살짝 굳은 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눈을 감고 일어나 아들을 달래러 갔다. “너 잠든 거 아니였어? 잘 거면 조용히 자지, 왜 갑자기 일어난 거야?” 온연은 웃음이 낫지만 억지로 참았다. “그럼 애는 당신한테 맡길 게요. 난 내일 출근해야 되서 먼저 자야겠어요.” 다음 날, 진락은 고향에 선을 보러 간다고 휴가를 냈고 목정침이 직접 운전을 했다. 온연을 회사 문 앞까지 데려다 준 뒤 말했다. “퇴근하면 데리러 올 게.” 온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차 문을 열자마자 다시 그가 잡아당겼다. 그는 아무 말없이 그녀를 보고 있었고 눈빛엔 살짝 억울함이 묻어났다. 그녀는 그의 입에 뽀뽀를 했고 그는 그제서야 그녀를 놓아줬다. 그는 갑자기 어제 저녁부터 그가 좀 느끼해졌다고 생각했다. 직접 자기 머리를 말려 주지를 않나, 헤어질 때 뽀뽀를 해줘야 하지 않나, 이 나이 먹고 이러는 게 과연 맞는 걸까? 그녀는 차마 말로는 못하고 얌전히 차에서 내려 회사로 들어갔다. 오늘은 좀 늦게 도착해서 회사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출근해 있었다. 서양양은 정수기 물을 갈고 있었고, 연약한 아가씨가 혼자 그 큰 물통을 들고 힘겹게 움직이고 있으니 당연히 힘들어 보였다. 주위 사람들은 본인과 무관한 일처럼 신경쓰지 않았다. 이 장면을 본 온연은 소리내어 말했다. “서양양씨, 와서 원고 정리하는 것 좀 도와줘요. 내가 더 급한 일이 있어서요.” 서양양은 물통을 내려놓고 허리를 핀 뒤 숨을 쉬었다. “네, 금방 갈게요. 제가 이거 다 할 때 까지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온연이 대답했다. “하지 마요. 회사에 손발 멀쩡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이런 힘써야 되는 일까지 굳이 할 필요 없어요. 냅둬요, 목 마른 사람이 와서 언젠간 하겠죠.” 서양양은 망설이다가 물통을 내려놓고 온연 앞으로 걸어가 작게 말했다. “감사해요, 온연 언니.”
온연은 참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이런 누명을 쓰는 일에 배후가 되고 싶지 않았고, 그녀는 단지 서양양에게 일을 가르쳐 주려던 것뿐 심부름을 시키는 게 아니었다. 그녀는 일어나서 목소리를 높였다. “서양양씨, 저번에 누가 내 샘플 망가트린 일 아직 조사 안 했죠? 나중에 다시 만들긴 했지만 아직 범인을 못 찾아서 그냥은 못 넘어가겠네요. 엄 매니저님한테 가서 감시 카메라 좀 보고 올 테니까 이거 정리 좀 해줘요. 부탁할게요.” 서양양은 온연이 일을 벌일 걸 알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네.” 회사에 모든 곳엔 감시 카메라가 있었고 작업실 안에도 당연히 있었기에 바로 범인을 찾을 수 있었다. 마침 평소에 서양양을 부지런히 부려먹던 사람들이 한 짓이었고, 그녀들은 온연의 샘플인 줄 모르고, 다음 날 본인들이 마네킹이 필요해서 샘플을 망가트렸다. 마네킹에서 옷을 벗긴 거면 몰라도 서양양이 다음 날 다시 만들게 일부러 훼손을 시켰다. 감시 카메라를 보고 진상이 들어나자 온연의 태도는 확실했다. “매니저님, 이런 일을 참으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못 참겠네요. 저를 노린 게 아니라 인턴을 노린 것 같은데, 인턴은 인권도 없나요? 회사의 일부가 될 수 없는 건가요? 이런 행동을 하는 게 재밌는 걸까요? 다들 인성이 너무 나쁘네요. 만약 마지막까지 다 완성하지 못 했더라면요? 그럼 고객사에 신뢰도 잃고 이건 회사간에 문제로 번질 수도 있었어요. 그런 사람들은 처리해주시면 좋겠네요. 서양양씨는 앞으로 제가 데리고 일할 거예요. 저 말고는 아무도 일 못 시켜요.” 엄 매니저는 얼른 머리와 허리를 숙였다. “네, 얼른 그 사람들 자르겠습니다. 앞으로 서양양씨와 같이 일해 주세요. 지금까지 회사와서 아무런 성과도 못 내고 있어서 해고 할라고 했는데 사모님께서 데리고 일해주시면 여기 있어도 될 거 같네요. 저도 마음이 놓이고요.” 온연은 덤덤하게 말했다. “매일 사람들이 불러서 잡일만 시키니까 성과를 못 내죠. 사람들 배달음식 갖다주고, 커피 사오고, 프린터기
서예령은 얼굴이 살짝 굳은 채 어쩔 줄 몰라했다. 잠시 후 그녀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그녀가 나가자 목정침은 데이비드를 사무실로 불렀다. “넌 여기서 돈 그냥 버니? 너 자리가 바로 내 사무실 앞에 있는데 문 하나 못 지켜? 누가 마음대로 내 사무실에 아무나 들이래? 이 층에는 급한 일 아니면 아무도 못 들어와, 알겠어? 마지막 경고야, 내가 모르는 상황에 서예령이 다시 한번 여기 오게 된다면 넌 해고야!” 데이비는 혼이 나서 벙쪘다. “아니 그게… 저번에는 아무 말없으시길래, 두 분이 가까운 사이신 줄 알고, 이렇게까지 신경쓰실 줄 몰랐어요. 게다가 저 분 사람도 괜찮고 말도 예쁘게 하셔서 제가 완전히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알겠습니다, 다음부터는 안 들여보낼게요.” 목정침은 긴 한숨을 쉬었다. “됐다, 너 때문에 내가 화병 나서 죽겠어. 나가!” 데이비드는 식은 땀을 닦고 얌전히 자리로 돌아와 문을 지켰다. 그는 비서 치고는 한가했고, 평소에 목정침이 시키는 일도 적었다. 스케줄과 필요한 문서 정리 외에 대부분의 시간은 멍을 때리고 있었기에, 좋은 직업 같아 보여도 사실 그는 문지기나 다름없었다… 목정침의 그 단추를 서예령은 버리지 않고 갖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았고, 목정침의 대한 존경심을 제어할 수 없었다. 그를 봤을 때 그녀의 몸은 마치 우주에 있는 거 같았고, 그는 우주 안에 별 같았다. 그 많은 별들 중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오직 그뿐이었다. 오전에 일을 다 마치고 온연은 지루해서 목정침에게 커피 사진과 함께 문자를 보냈다. ‘나 일다 끝냈어요. 이 회사 잘 온 거 같아요, 일도 안 바쁘고 말이에요.’ 핸드폰 알림 소리를 듣자 그는 움직임 없이 계속 서류를 보았다. 어차피 그는 온연이 보낸 문자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온연이 문자를 먼저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서류를 본지 10분이 지나자 그는 귀찮은 듯 핸드폰을 열었고, 이때 마음이 급해져 빠르게 타자를 쳤
...... 병원, 산부인과 수술실 밖. 예군작은 묵묵히 휠체어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고 아택은 그의 옆에 서 있었다. 국청곡은 수술실에 있었고, 그가 원하지 않던 그 아이는 이제 죽기 직전이었다. 그는 자신이 분명 평정심을 유지할 줄 알았다. 아침부터 병원에 와서 수술전 검사를 할 때부터 그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국청곡이 수술실로 들어가자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는 진몽요가 임신했을 때가 생각났고, 콩알이의 귀여웠던 모습이 생각났다. 그는 아이를 싫어하진 않지만 자신의 더러운 핏줄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길 바랐다… “도련님, 만약 어르신이 이 일을 알게되시면 어떡하실 건가요? 수술하고 회복 기간도 필요하실 텐데, 같은 지붕아래 살면 눈치를 못 채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요…” 아택은 걱정했다. 예군작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눈치 채면 뭐 어쩌게? 그땐 이미 아이가 없을 테니, 다 소용없는 거잖아.” 아택은 다시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왠지 모르게 국청곡이 불쌍해졌다. 결혼을 했는데 건강한아이를 낳지 못 한다는 건 참 비참한 일이었다. 갑자기 예군작이 물었다. “안야는 출산까지 얼마나 남았어?” 아택이 대답했다. “봄쯤 일 것 같습니다. 자세한 건 저도 잘 몰라서요.” 아마 봄이 되면 진몽요와 경소경의 아이도 태어날 것이다… 잠깐의 침묵 후 예군작이 말했다. “들어가서 의사한테 수술 멈추라고 해. 아직 늦지 않았다면…” 아택은 벙쪘다가 수술실 문을 열었다. “잠깐만요! 수술 멈춰주세요!” 임신한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기 때문에 큰 수술만큼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 않았다. 아택의 목소리를 듣고 마취사는 놀라서 손을 떨었고, 마취제가 담긴 주사기를 떨어트렸다. 국청곡도 깜짝 놀랐다. “아택씨?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아택은 또박또박 말했다. “도련님이 생각을 바꾸셨어요. 아이 낳으시래요!” 국청곡은 믿을 수 없어서 눈시울을 붉혔다. “저… 정말이에요?” 아택은
그는 차갑게 말했다. “그냥 생각을 바꿨을 뿐인데, 왜 고맙다고 해요? 이런 일이 고마운 일이에요? 이걸 은혜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당신 국청곡이에요. 국가네 아가씨잖아요, 다른 사람한테 고개 숙일 필요 없어요. 애초부터 내 의견을 듣지 않고 단호하게 낳겠다고 했어야 됐어요.”국청곡은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 했다. 분명 그가 협박해서 유산을 할뻔한거였는데 말이다. "그런 말은 왜 하는 거예요? 난… 난 그저 아이 때문에 당신이랑 싸우기 싫었어요. 내가 아무리 낳고 싶어도 당신이 싫다면 나도 우리 미래를 위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거죠.”그가 비꼬았다. “국청곡씨, 설마 나 좋아하는 거 아니죠?”국청곡은 당황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의 비꼬는 듯한 말투는 그녀의 심장을 찔렀고, 그래서 그녀는 좋아한다는 말을 도무지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정략결혼으로 만났으니 감정이 없는 게 당연했다. 첫 만남부터 결혼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고, 첫 눈에 반하고 말고를 떠나서 이 짧은 시간동안 감정이 생긴다는 것도 황당했다. 설령 그녀가 첫 눈에 반했다고 말해도 그는 안 믿을것 같았다. 그리고 여전히 그녀를 비웃을 것이다… 왜냐면 첫 눈에 반한 사람은 그녀뿐이었고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잠시 후 그녀가 웃었다. “아니요, 우린 부부잖아요. 두 가족을 위해서라도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야죠. 아닌가요?” 예군작은 그녀의 씁쓸한 미소를 보지 못 했고,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몰랐다.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 그녀는 이미 마음을 가다듬었다. 어쩌면 예군작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계속 국가네 아가씨처럼 거만하게 행동하면서, 그의 앞에서 머리를 숙이지 않는 게 맞았다. 그는 그런 모습을 싫어했다. 그녀는 뱃속에 아이가 아직 살아 있어서 마음이 좀 놓였다. “임신한 거 부모님한테 알릴 거예요.” 그녀는 그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자신이 국가네 아가씨라는 걸 상기하면서 그의 의견을 묻지 않기로
그녀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목정침은 빠르게 그녀쪽을 한번 쳐다봤다. “왜 쳐다봐? 얼굴에 뭐 묻었어?” 그녀는 얼른 시선을 거뒀다. “당신 본 거 아니고 바깥 풍경 본 거예요. 오늘 날씨 좋네요. 눈도 안 오고. 조금 춥긴 하지만요.” 그는 눈썹을 살짝 올리며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너 쪽 창문이랑 풍경이 똑같을텐데 굳이 내 쪽 창문으로 봐야해? 나 때문에 가려졌을 거 같은데.” 그녀는 민망해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왜 꼭 저렇게 아는 척을 해야 할까?드디여 미리 예약한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목정침이 그녀를 향해 살짝 팔을 들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에게 팔짱을 꼈고 다음 순간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사실… 데이트를 하는 이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주문을 할 때 그녀는 그가 커피를 마시지 말라던 잔소리가 생각나 주스를 시켰다. 그러니 와인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와인도 술이니 수유기간엔 자제해야 했다. 예상치 못 하게 목정침이 그녀를 대신해 거절했다. “주스 말고 와인으로 주세요.” 그녀는 의아했다. “저녁에 콩알이 수유해야 해요. 술 마시면 좀 그렇지 않아요?” 그가 말했다. “적당히 마시면 저녁때가서는 별 영향 없어. 양식 먹는데 억울하게 주스 마시는 것도 그렇잖아. 와인은 괜찮아. 정 걱정되면 미리 담아둔 거 먹여. 어차피 남은 거 있잖아.”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말에 동의했다. 적게 마시면 괜찮을것 같았다. 어차피 반나절이나 남았으니, 소화시켜서 유해 물질이 남지 않으면 그만이지 뭐. 이때 갑자기 그가 마법처럼 어디선가 검은 색 상자를 꺼내서 그녀의 앞에 놓았다. “열어봐, 선물이야.”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 남자가… 경소경한테 이런 걸 배워온 건가? 왜 갑자기 잘 해주는 거지? 그녀에게 대놓고 선물 주는 경우가 거의 없지 않았나? 그녀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고 그 안에는 반지가 들어있었다. 반지에는 큰 다이아몬드가 박혀있었다. 주변에는 작은 다이
의혹에 차 있던 찰나에 목정침이 입을 열었다. “내가 예전에 디자인했던 거야. 나중에 조금 수정해서 공예사한테 3달 동안 맡겨서 나온거야. 만족스럽게 나와서 너한테 가져온 거고.” 그가 이렇게 말하자 온연은 문득 생각났다. 이 반지 디자인은 어렸을 때 그의 서재에서 본 적이 있었다! 어쩐지 익숙하더라니. 그때 그녀는 그가 미래의 아내를 위해 디자인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에게 올 줄은 몰랐다… 이래서 운명은 기묘한 것 같다. 이번생에 그녀는 그의 손아귀에 제대로 잡혔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닫았다. 지금 반지를 낄 생각이 없었다. 평소에 일할 때 작업하는 시간이 많으니 잃어버릴까 봐 걱정됐다. 목정침은 그녀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아 표정이 안 좋아졌다. “안 껴?” 그녀가 해명했다. “잃어버릴까 봐요.”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읿어버리면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되지. 그냥 껴.” 그의 엄숙한표정을 보고 그녀는 쫄아서 얼른 반지를 꼈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지니까 손이 더 예쁘게 돋보였다. 이 선물은 정말 감동이었다. 점심시간이 길지 않아 밥만 먹고 회사로 향했다. 오늘 목정침의 선물과 데이트가 너무 맘에 들었던 온연은 회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릴때 빠르게 그의 입가에 가벼운 뽀뽀를 해줬다. 그리고 그녀가 미처 반응을 하기도 전에 그가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 안으면서,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사실 그는 밥 먹으러 가기 전부터 이러고 싶었다. 그가 온연이 너무 짙은색의 립스틱을 바르는걸 허락하지 않았던 이유는 다른 남자들에게 보여줄까 봐 싫은것도 있었지만, 그녀의 섹시한 모습을 보고 자신이 흥분할까봐 걱정한 것도 있었다. 사실 그녀의 하얀 피부엔 어떠한 립스틱 색깔도 잘 어울렸다. 긴 키스가 계속 이어졌고, 온연의 핸드폰 알람이 울려서야 마지못해 끝났다. 그녀는 업무시간에 맞춰 알람을 설정하는 습관이 있었다. 빨개진 그녀의 얼굴을 보며 목정침은 아련한 눈빛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