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그는 주방 정리를 할 마음이 사라졌고, 그녀를 들어 안아 위층으로 올라갔다. 진몽요의 마음은 이미 설레고 있었다. 평소에 그녀가 어떤 부탁을 해도 그는 다 대충 넘어갔지만, 오늘은 그녀의 말을 다 들어주었기에 그녀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경소경은 그녀를 침대 위에 올려 두고 나가려 하자 그녀는 얼른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어디가요? 아까 오후에 말했잖아요. 오늘 신혼 첫 날 밤이니까…” 그는 피식 웃었다. “샤워하러 가는 건데, 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 그제서야 그녀는 손을 놓고 중얼거렸다. “제법 신경은 쓰네요. 언제부터 이런 습관을 들였다고…” 그녀의 작은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돌렸다. “혼자서 뭐라고 중얼 거리는 거예요?” 그녀는 웃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씻어요.” 그가 욕실 문을 닫자 그녀는 얼른 일어나서 하얀색 실크 잠옷 원피스로 갈아 입었다. 옷이 널널해서 그녀의 배를 어느 정도 가려주었고, 가슴 부분에 레이스가 있어서 좀 더 섹시함이 돋보였다. 무언가를 기대하며 기다리는 시간은 제일 괴로운 법이다. 그녀는 계속 숫자를 세면서 그를 기다렸고 경소경은 타올만 두른 채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그는 운동을 자주 해서 근육이 선명하게 보였고 과하지 않아서 딱 좋았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살짝 젖은 그의 몸과 수건에서 나는 비누 향에 진몽요는 이미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는 걸 느꼈고 그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백번 봐도 질리지 않는 그의 얼굴은 그녀를 늘 설레게 만들었다. 그가 침대로 다가오자 그녀는 그를 잡아당겼고,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그녀는 그의 목을 천천히 쓸었다. 그녀는 그의 뜨거워진 눈빛을 보았다. “당신 지금…” 그의 목소리는 살짝 갈라져 있었지만 명확하게 들렸고,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유혹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싫어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고 심호흡을 한 뒤 그녀를 거절
한바탕이 끝나고,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자세히 보았다. “이제 이 반지로 내가 당신 묶어둔 거예요. 앞으로 다른 여자한테 한 눈 못 팔아요. 절대.” 그는 뒤에서 그녀를 안으며 그녀의 손을 꽉쥐었다. “당신이 있는데 다른 여자를 왜 봐요? 이미 안 본지 한참 됐어요. 얼른 자요, 내일 아침에 병원 가야죠.”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의 볼에 입을 맞췄다. “아이가 살짝 움직인 것 같아요.” 처음으로 태동이 느껴졌다는 말에 그는 살짝 놀랐다. “언제요?” 그녀는 민망한 듯 대답했다. “아까 그거 할 때요…” 그는 살짝 웃으며 그녀의 배를 많졌다. “이건 엄마인 당신 때문이에요, 나랑은 상관없어요.” 다음 날 목가네. 날씨가 점점 추워져서 콩알이는 콧물이 살짝 흘렀고, 가끔 기침을 했다. 온연은 월차를 내서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하나 고민했지만 또 계속해서 월차를 내면 회사에 안 좋은 이미지를 심을까 봐 걱정했다. 그녀의 망설이는 모습을 눈치챈 목정침이 말했다. “출근해, 병원은 내가 데리고 갈 게. 낮에 일정이 없어서.” 온연은 마음이 불편했다. “일 보단 당연히 아이가 더 중요해요. 월차 낼 수 있으니까 당신이 무리할 필요는 없어요.” 목정침은 넥타이를 매며 그녀를 보았다. “내가 무슨 무리를 해? 무리를 하는 건 너야. 이제 겨우 일자리 찾았는데 계속 월차내면 나였어도 그런 직원은 싫어. 그러니까 얼른 출근해, 내가 애 데리고 병원갈게.”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그럼 난 가볼게요. 병원 갈 때 마스크 쓰는 거 잊지 말아요. 요즘 감기 걸린 사람들이 많아서, 소아과엔 다 감기 걸린 아이들뿐일 텐데, 당신까지 걸리면 안되잖아요.” 부탁을 하고 그녀가 뒤돌아 나가려 하자 목정침이 붙잡았다. 그는 그녀의 빨간 입술을 보며”왜 이렇게 빨갛게 발랐어? 지워.” 그녀는 당황했다. “빨개요? 되게 연하게 바른 건데. 우리 회사 직원들 다 화장하고 나오는데, 나만 안 하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입술이 빨개야 생기도
산부인과에 도착한 진몽요는 배가 고파왔다. “저번에 의사 선생님이 아침 먹고 오지 말라고 하셔서 안 먹었더니 배고파 죽겠어요.” 경소경은 부드럽게 말했다. “괜찮아요, 검사 다하고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요.”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공복 검사에 피 거마도 포함된 줄 몰랐다. 피를 몇 통이나 뽑아서 그녀는 보기만 해도 팔이 아팠고, 피를 다 뽑은 얼굴은 창백해졌다. 경소경은 그녀를 대신해서 거즈를 눌러주며 조심스럽게 부축했다. “피 좀 뽑은 거니까 엄살 부리지 말아요. 이정도 뽑는다고 빈혈 생기는 것도 아닌데, 나 놀래키지 말고요.” 그녀는 불쾌한 듯 그를 노려봤다. “빈혈도 아니고 머리도 안 어지러운데, 아프다고요!” 이때, 경소경은 복도에서 익숙한 두 사람을 보았고, 한 명은 안야였고, 나머지 한 명은 남자인데 등지고 있어서 얼굴을 보지 못 했다. 진몽요는 한 눈에 알아봤다. “안야랑 아택?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 둘이 사귀는 건가? 안야도 검사하러 온 거겠죠?” 경소경은 관심이 없었다. “우린 가요.” 진몽요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닌데, 아택은 예군작의 사람인데 어떻게 안야랑 사귀겠어요? 보통 산부인과에 검사 받으러 오면 부부들끼리 오는 거 아니에요?” 경소경은 그제서야 반응했다. “당신 말은… 안야 뱃속에 아이가 아택의 아이라는 말이에요? 근데 아택은 예군작 사람이고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아택은 예군작 사람인데. 난 그냥 둘이 어떻게 사귀는지 이해가 안되서 그래요. 안야는 나랑 같이 있을 때 아택을 두 세번 본 게 전부일 텐데, 아이를 낳을 정도로 안 친하지 않을까요?” 이 사실에 경소경은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때 안야가 임신한 걸 그에게 누명을 씌웠어서 시끄러웠는데, 이제 안야 뱃속에 아이가 예군작 사람인 아택의 것일 수도 있다니, 안야를 조종한 사람이 예군작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진몽요도 살짝 눈치를 챘지만 자신의 머리가 나빴기에 확신할 수 없었다. 더 확실하게 알기 위해 그
안야가 거짓말하는 것 같진 않았지만 경소경은 예군작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안야는 긴장해서 얼굴이 창백했고 온 몸을 떨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진실을 들키면 안된다는 걸 알았고, 그녀도 이곳에서 진몽요와 경소경을 마주칠 줄 몰랐다. 잘 넘어가지 못 하면 그녀와 아택 모두 죽음이었다. 진몽요는 안야의 눈을 보며 진지하게 물었다. “너 나 똑바로 봐.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네 말다 사실이야? 다른 사람이랑 아무 관련 없는 거 맞아? 지시한 사람도 없고 다 네가 혼자 한 짓이야? 너랑 아택씨도 진심이고?” 안야는 또박또박 대답했다. “네, 제 말 다 사실이에요. 저랑 아택씨도 다 진심이고, 이미 혼인신고까지 다 마쳤어요.” 진몽요는 한숨을 쉬었다. “그럼 됐어. 과거 일은 다 지나갔으니 더 따지지 않을 게. 하지만 용서도 안 해줄 거야.” 대화가 끝나고 그녀는 경소경을 잡고 뒤돌아 나갔다. 그들이 멀어졌어도 안야는 안도하지 못 했고 걱정스럽게 아택에게 물었다. “어떡하죠? 만약에 저 사람들이 의심해서 사실을 알아내면 어떡해요? 우리가 자백한 게 아니어도 들키면 예군작이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아택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걱정 마요, 내가 있으니까 별 일 없을 거예요. 여기서 검사 결과 기다리고 있어요. 난 정형외과 가서 예군작 좀 보고 올게요. 이따가 혼자 먼저 집에 가 있어요. 예군작이 오늘 아침부터 다시 입원해서 당분간 당신 돌봐 줄 시간 없을 거 같아요.” 안야는 살짝 안심했다. “알겠어요.” 이 일에 관해서 경소경은 여전히 안심하지 않았고 목정침이 마침 병원에 있던 게 생각나 진몽요 몰래 목정침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까 검사 다 하고 아택이랑 안야를 마주쳤어. 그 아택은 예군작네 사람이래. 안야 뱃속의 아이도 아택거고. 뭔가 이상한데 말을 안 해. 지금은 몽요씨도 있고 해서 더 못 물어봤어. 대답도 안 해주고 그래서.’ 문자를 받은 목정침은 고민 후에 답장했다. ‘예군작이 만든 시나리오인가 보네. 예
서예령의 입꼬리는 서서히 올라갔고, 허영심에 가득 차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렇게 친한 건 아니에요. 그냥 저번에 대표님 도와서 아이를 봐드렸었거든요. 예전에 대표님이 저를 후원해 주셨어서, 대표님 아니었으면 오늘의 저도 없었을 거예요. 다들 일 하시죠, 저는 아직 정직원 되길 기다리고 있어서요.” 옆에 있던 직원이 혀를 찼다. “뭘 걱정해요? 걱정해야 될 사람은 정작 다른 사람들이죠. 정직원 분명이 될 걸요. 이미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위치에서 시작한 거잖아요.” 이때, 부장이 그들을 보며 말했다. “업무 시간에 왜 떠들어요? 떠들거면 집 가서 떠드세요!” 옆에 있던 사람들은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일을 했고, 서예령은 불쾌한 눈빛으로 부장을 보았다. 그녀는 안 그래도 이 늙은 여자가 아니 꼬았다. 부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서예령씨, 이게 무슨 태도예요? 내가 아니 꼬아요? 회사는 집이아니니까 상사 말을 복종해야 하는 곳이에요. 공주 대접받고 싶으면 당장 집으로 돌아가요!’ 서예령은 일부러 요구르트 뚜껑을 열어 여유롭게 한 모금 마셨다. “말도 못 하게 하는 회사는 아무데도 없어요. 부장님이야 말로 막무가내 시네요. 누가 들으면 본인 회사인 줄 알겠어요. 아무리 부장님이어도 이건 좀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부장은 화가 잔뜩 났다. “내 업무가 이 부서를 관리하는 거예요. 그쪽이 여기서 일하고 싶으면 내 관리에 복종해야 하고 싫으면 당장 나가요!” 서예령은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지금까지 일을 계속 잘해왔는데, 무슨 이유로 저를 쫓아내실 거죠? 업무시간에 잠깐 대화도 못 나누게 하시는 부장님이 너무 각박하신 거 아닌가요? 본부장님이라 대표님께 저 자르라고 말 해보세요. 누가 이기나 보죠.” 부장은 화가 나서 파일을 서예령에게 던졌다. “우리 부서가 너 없다고 안 돌아가는 줄 알아?” 서예령 손에 있던 요구르트는 바닥에 떨어졌고, 이마에선 빨간 피가 흘렀다. 주위 사람들은 순식간에 놀라서 재빨리 서예령에게 휴지를 건넸고,
서예령은 그 순간 울음을 그쳤다. 당연히 목정침이 그녀를 동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그녀는 자신의 모습이 우습고 비참해 보였다. 그녀가 그 자리에 서서 아무 말이 없자 목정침이 말했다. “회사에 더 못 다니겠다고 했죠? 강요 안 하니까 이 일 처리하고 회사를 떠나도 좋아요.” 서예령은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 해서 얼른 말했다. “제가 순간 화가 나서 충동적으로 한 말이었어요. 저는 이 회사가 너무 좋아서 진짜로 떠날 생각은 없었어요…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목정침은 손짓을 했다. “그래요, 나가 봐요. 회사는 다른 곳이랑 달라요. 그만 두고 싶다고 그만 둘 수 있는 곳도 아니고 다니고 싶다고 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앞으로 좀 성숙하게 대처했으면 좋겠네요.” 서예령은 얼굴이 잿빛이 된 채로 자리로 돌아왔고, 다른 직원이 약 상자를 가져와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그녀는 목정침와의 첫 만남부터 그가 거절을 안 해서 그녀가 다른 직원들이랑 다르다고 여겼는데, 모든 건 그녀의 착각이었다. 다른 사람들 과는 다르게 그녀는 매달 목정침에게 후원 받는 돈이 있어, 그녀는 그들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다 착각이었다… 예전부터 그녀는 그와 관련된 신문 기사들을 자세히 반복해서 읽었고, 그와 관련된 모든 건 다 놓치지 않았다. 지금 어렵게 그의 곁으로 가까이 와서 그에게 눈 도장까지 찍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이때, 부장은 본부장 사무실에서 나와 서예령에게 다가갔다. “미안해요, 내가 너무 충동적이었어요. 손해배상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요.” 서예령은 본부장이 부장에게 책임을 물지 않은 걸 알고, 이 상황을 굳이 이어가고 싶지 않아 차라리 착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아니에요, 업무시간에 말을 한 제 잘못도 있죠. 앞으로 다시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손해 배상은 괜찮아요.” 부장도 형식적으로 사과를 했고 그 누구도 진심을 담지 않았다. 그녀의 대답을 들은 부장은 다시 자리
서예령은 냉수를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가 물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저 인턴기간도 거의 끝나가고 일도 계속 잘해왔는데 왜 연장을 하시는 거죠? 이유라도 말씀해주세요.” 본부장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요, 맞아요. 일은 정말 잘하고 다른 인턴들보다 뛰어나요. 하지만 인간관계가 엉망이에요. 아직 인턴인데 상사한테 대들어서 이마까지 깨졌잖아요. 선배로써 충고하지만, 직장은 서예령씨가 생각하는 만큼 만만한 곳이 아니에요. 그런 식으로 거만하게 굴면 다쳐요. 사소한 일들은 참을 줄도 알아야 하고, 큰 일들은 참을 것도 없죠. 회사에 고위직 인사들도 다 눈이 있어요. 이런 거 몰랐어요? 요즘 목 대표님한테 접근한다고 들었는데, 이미 대표님이랑 전화까지 했어요. 대표님도 내 결정이 맞다고 생각하시고요.” 서예령은 아무렇지 않은 본부장을 보며 순간 사방의 적이 많아졌다고 느꼈다. 그녀는 그제서야 총대를 맨 새가 제일 먼저 죽는 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그녀는 어디에 있는 정의를 실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게 이제 보니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살려면 조용히 숨어 있어야했다. 그녀는 아직 정직원이 되지 못한 인턴이었고, 부장과 마찰이 생면 본부장은 부장의 편을 들게 뻔했다. 회사에 그녀 같은 사람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인턴기간을 연장한다는 건 그녀에게 그만두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목정침도 그녀가 일 처리하는 게 미숙하다고 했지만… 그녀는 절대 떠날 생각이 없었고 어떻게든 여기 붙어 있을 생각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서예령은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본부장님. 전 그만두지 않고 계속 회사에 남아 남은 보름동안 본부장님이 생각을 바꾸시게 만들 겁니다.” 본부장은 손을 흔들었다. “알겠어요, 나가 봐요.” 자리로 돌아오자 옆에 있던 직원이 다가와 물었다. “예령씨, 정직원 전환됐죠?” 서예령은 마음속에서 왠지 모르게 불이 났고, 그녀에게 일부러 이 얘기를 언급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애써 티 내지 않고 살짝 웃었다. “먼저 일부터
차 안, 유시 아주머니가 은근슬쩍 말했다. “도련님, 어차피 가는 길인데 왜 안 태워 주셨어요? 그 아가씨 되게 곤란해 보이던데.” 목정침은 덤덤하게 말했다. “본인이 자초한 일이잖아요. 저한테 특별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저렇게 다 큰 어른이 본인이 어떻게 해야 곤란한 상황에 처하지 않을지 알텐데요. 저는 저 사람 사장이지 아빠가 아니에요. 비 오는 날 비 안 맞게 해줄 의무는 없다고 봐요.”\ 말이 끝나고 그는 이어서 말했다. “진락, 연이네 회사로 가. 우산 안 챙겼을 텐데 집에 픽업해서 가자.” 진락은 대답을 한 뒤 운전대 방향을 틀었다. 유씨 아주머니는 말로하진 않았지만 속으로 분명 기뻐했다. 남자들이 밖에서의 온갖 유혹을 다 뿌리치면서 알아서 처신을 잘하는 게 제일 좋은 건데, 목정침은 신사답진 않아도 늘 온연에게 충성했다. 온연네 회사 아래 도착하자 목정침은 온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온연은 아직도 회사에 있었고, 비가 살짝 그칠 때까지 기다리려 했는데 마침 그가 왔다. 그녀가 내려올 때 목정침은 조수석에 앉았고 뒷좌석을 내주었다. 온연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콩알이는 옹알거리며 안아 달라고 했고, 그녀의 품에 몸을 던졌다. 그녀는 하루 종일 쌓인 피로가 아이를 보자마자 풀렸다. “콩알아, 오늘도 아빠 말 잘 들었어? 엄마 보고싶었지?” 콩알이는 당연히 대답하지 않았지만 익숙하게 그녀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이건 배가 고프니 모유를 달라는 신호였다! 순간 그녀는 곤란해졌다. “곧 집이니까, 집에 가서 먹자 응? 낮에 아빠가 밥 안줬어?” 유씨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먹었어. 회사에서 출발하기 전에 먹었는데 하루 종일 너를 못 봐서 너가 보고싶었던 거야. 진짜 배고픈 게 아니라.” 목정침은 나지막이 말했다. “콩알이도 내 자식인데 어떻게 밥을 안 줬겠어? 내도 너 앞이라고 괜히 그러는 거 아니야? 나 그래도 오늘 되게 잘해줬는데. 난 잘못 없어.” 온연은 웃었다. “이렇게 어린 애가 어떻게 일부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