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정침은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예전부터 세차는 자주했어. 나 먼저 씻으러 들어갈게.” 그가 안으로 들어가자 유씨 아주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보고했다. “아까 회사에서 나올 때 회사에 어떤 아가씨가 조수석에 앉았거든. 비가 와서 시트가 살짝 젖었어. 진락이 닦았는데 도련님은 그래도 싫으신가 봐. 원래 조금이라도 때 타는 거 별로 안 좋아하시잖아. 이미 그 아가씨가 차에 타서 같은 방향이니까 데려다 달라고 했는데 도련님이 쫓아내시고 널 데리고 가신 거야. 도련님 이런 점은 참 좋아. 다른 여자한테 휘둘리지 않잖아.” 온연의 입꼬리는 슬슬 올라갔다. “그런가요… 뭐 다른 여자한테 마음은 안 주는 거 같긴 해요. 그 아가씨 서예령 맞죠? 저도 알아요.” 유씨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던 거 같아. 사원증에 그 이름이 적혀 있더라. 낮에는 부장님이랑 싸워서 이마가 찢어졌는데, 도련님 사무실에 와서 고자질을 하더라고. 근데 도련님이 그 아가씨한테 본부장한테 말하라고 본인은 이런 사소한일까지 관여 안 한다고 하시더라고. 요즘 이런 아가씨들은 단순하지가 않아. 근데 연이 너도 아직 젊으니까 도련님 걱정은 하지 마. 도련님도 다른 남자들이랑 다르시니까.” 유씨 아주머니의 말이 아니어도 온연은 목정침을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늘 그녀에게 안정감을 주었고, 가끔은 그가 비정상인 것 같다가도 결국 다 자신을 위한 거라고 생각했다. 저녁 식사 후, 온연은 아이 방에서 콩알이를 재웠다. 목정침은 옆에 앉아 낮에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아침에 콩알이 데리고 병원 갔을 때 소경이랑 진몽요 마주쳤어. 두 사람도 산부인과에 검사 받으러 왔는데, 거기서 안야를 마주쳤데. 안야는 혼자가 아니라 예군작네 사람이랑 같이 왔는데, 뱃속에 아이 아빠라던데. 이름이 뭐더라, 아택이었나.” 온연은 의아했다. “아택? 아택이 어떻게 안야랑 사귀어요? 두 사람 원래부터 알았데요? 왜 나는 몰랐지? 아니면… 안야가 뱃속에 아이를 경소경씨 거라고 누명 씌웠던 게 예군작
아이가 잠에 들자 이미 1시간이 지났다. 온연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시무룩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목정침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뭐해요?” 그가 불평했다. “넌 낮에 일하고 집에 오면 애만 보고, 남은 시간은 잠만 자는데 나한테 투자하는 시간은 없는 거야?” 그녀는 이불속으로 들어가 편하게 숨을 쉬었다. “내가 나가서 일하는 게 싫어요? 본인이 허락했으면 되돌릴 수 없어요. 난 지금의 생활이 좋은 걸요. 저녁에 잠은 당신이랑 자잖아요. 아이랑 자는 것도 아닌데 따지고 보면 당신이랑 있는 시간이 더 길죠. 애한테까지 질투를 해야겠어요? 본인 아들이잖아요.” 그는 누워서 그녀를 품에 안았다. “나랑 같이 자는 건 맞지만 애 보고 방에만 오면 바로 잠들잖아. 눈 뜨면 또 아침이고, 또 새로운 하루잖아. 내가 베게랑 뭐가 달라? 그냥 다른 침구류랑 다를 게 없어.” 바쁜 하루를 보낸 온연은 더 이상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그에게 입을 맞추자 그의 잔소리가 멈웠다. 갑자기 불이 붙은 그가 더 깊게 들어오려 하자 그녀는 얼른 밀어냈다. “나 그 날이에요…” ‘펑’ 마치 무언가가 깨진듯 목정침은 그대로 굳었다. “거짓말이지?” 그녀는 진지하게 고개를 저었다. “정말이에요, 이번엔 2일 정도 빨라졌어요. 당신 예전에는… 아니… 이런 요구 별로 없지 않았어요? 왜 갑자기 달라진 거 같죠?” 그는 이불로 얼굴을 가리고 마음이 매우 심란해져 있었다. “남자는 숨이 붙어 있는 이상 욕구가 없을 수가 없어.” 그녀는 또 하나의 이상한 지식을 터득했다. 그랬구나, 그는 평소에 욕구가 없는 척했던 거겠지? 예전에 있던 몇몇 상황들을 떠올려 보니 그녀는 그가 참았던 순간들이 생각이 났다… 직감적으로 그녀는 눈 앞에 이 남자를 달래줘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그의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서 편안한 자세를 취한 뒤 화제를 돌렸다. “그 서예령이라는 인턴, 정직원 됐어요?” 그가 대답했다. “아니, 인턴 기간
한참동안 초인종을 눌렀는데 아무런 답이 없자, 그는 안야가 집에 있는데도 그인 걸 알고 일부러 문을 안 연다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찰나에 갑자기 안야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왜 여기에 계세요?” 그가 뒤를 돌자 안야는 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이제 막 집에 왔다. 그녀는 잠깐 장보러 갔다 온 모양이다. “할 얘기가 있어서요.” 안야는 당황해서 살짝 고개를 숙였다. “어… 네, 우선 문 열어 드릴 테니까 들어가서 얘기해요.” 집에 들어서자 경소경은 집을 둘러보고 물었다. “아택이랑 결혼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왜 이런 월세 아파트에서 살게 하는 거예요?” 안야는 순간 대답하지 못 했다. 그녀는 아택에게 다른 자가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고,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고, 차 한 대 있는 것만 알았기에 질문을 피했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어요? 그… 예전 일 때문인가요?” 그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대로 말해요. 누가 시킨거죠? 아니면 어떻게 그렇게 상황이 들어맞을 수가 있어요? 그쪽이 임신한 기간이 그 날 저녁이랑 시간이 비슷하잖아요.” 안야는 긴장되서 옷깃을 잡았다. “그런 일 시킨 사람 없어요… 제가 병원에서 말했듯이, 저랑아택씨는 두 세번 만나봐서 잘 알지는 못 했지만, 어느 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예상치 못 하게 임신이 됐을 뿐이에요. 그저 다 우연이었어요. 그 일은 제 잘못이니까 몽요 사장님이랑 소경씨한테 사과드릴게요. 그러니까 저 좀 내버려 두시겠어요? 저는 지금 그냥 아택씨랑 평화롭게 살면서 아이 낳고 싶어요. 더 묻지 마세요…” 그녀의 사소한 행동이랑 말투 그리고 사건 설명 모두다 놓치지 않은 그는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확신했다. “나랑 몽요씨랑 결혼하기 전 날에, 예군작이 그 사람 교통 사고 날 뻔한 거 구해준 거 알아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아요. 아택씨가 말해줬어요.” 그는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는 다면 어떻게 그 사람을 위해 목숨
안야는 이를 꽉 깨물고 마음을 먹었다. “사실 제가 아는 것도 많지 않아요. 제가 아는 건 예군작이 장애인인 척을 하는 거랑… 그리고 몽요 사장님을 사랑하는데 3년이나 걸렸다고 했어요. 그 분은 소경씨랑 몽요 사장님을 갈라 놓고 싶어했는데 그거 말고는 정말 몰라요. 제가 다 알려드렸으니 몽요 사장님한테는 말하지 마세요. 사장님이 알게 되면 전 정말 죽음이에요!” 3년...... 경소경의 머릿속엔 딱 하나의 이름이 떠올랐다. 전지. 전지는 진몽요가 3년동안 사랑했던 남자이고 그를 질투하게 만든 남자였다. 그의 마음속엔 수만개의 넝쿨이 자라나 그의 심장을 조여오는 듯했다. 만약 예군작이 정말 전지라면 이 모든 게 말이 됐다. 웃긴 건, 진몽요는 전지를 3년동안 사랑했지만 전지는 그 3년동안 그녀를 사랑하려 했고, 그녀의 가족까지 해쳤다. 아파트에서 나온 그는 바로 회사로 향했다. 사무실을 지나칠 때 진몽요를 보자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오는 길에 사온 과일을 그녀에게 건넸다. “일할 때 배고프면 먹어요.” 진몽요는 웃으며 받았다. “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 난 당신이 고객이랑 점심까지 먹고 올 줄 알았는데.” 그는 웃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해 보였다. “당신이랑 먹어야지 왜 고객이랑 먹어요? 고객은 아내만큼 중요하지 않아요. 난 일하러 갈 게요, 이따 점심 때 맛있는 거 먹어요.” 그는 회사에서 그녀에게 오글 거리는 행동을 거의 안 하는 편이다. 평소에는 절대 공과 사를 늘 잘 지켰는데, 오늘은 좀 이상했다. 그녀는 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더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동료들이 부러워하기 전에 얼른 그를 보냈다. 점심시간. 그녀가 고기를 먹고 싶어하자 그가 얼른 데리고 나갔다. 그녀는 먹기만 했고, 그는 옆에서 굽기만 했다. 이때, 그가 물었다. “만약 전지가 돌아왔어도 당신한테 아무런 영향도 없는 거죠?” 진몽요는 몸이 굳었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전지의 이름을 절대 언급하지 않는데 갑자기얘기를 꺼내니 그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를 다시 식탁으로 데려와 밥을 먹이고 자신의 감정을 숨겼다. 그는 전지 얘기를 꺼내서 그녀를 놀래키면 안됐지만 그는 그녀가 이런 반응일 줄 몰랐다. 그는 전지가 이미 남아프리카에서 죽었다고 확실하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모든 게 뜻대로 되지만은 않았다. 주말. 경소경은 진몽요를 친정에 데려다 주었고 저녁에 데리러 온다고 말한 뒤 그는 목가네로 향했다. 목정침을 만나서 그는 자신이 아는 걸 다 말했다. 목정침은 고민하더니 방법을 제시했다. “예군작이 전지인 걸 알고 싶으면 DNA 검사해보면 바로 알겠지.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는 거 아니야? 그럼 더 쉽지, 혈액으로 바로 해볼 수 있잖아.” 경소경은 망설였다. “만약 진짜 전지면 어떡해?” 목정침은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누가 날 안 건들이면 나도 가만히 있지만, 건들이면 절대 가만히 안 있지. 난 철륜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진 않아. 난 걔가 제일 죽길 바라는 사람이야, 걘 이미 남아프리카에서 죽었어야 됐어. 소경아, 너도 이제 확실히 해야 해. 너도 예상했잖아. 만약 그 사람이 전지라면 진몽요 때문에 돌아온 거라는 거. 제일 위험한 건 내가 아니라 너야.” 경소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빨리 처리할 게. 예가네 사람들은 경계심이 많아서 병원에 경호원도 있으니까 병원 사람한테 연락해서 혈액 좀 빼돌려 달라고 행지 안전하게. 만약 예군작이 정말 전지라면 일이 복잡해지겠어. 예군작은 그때의 전지보다 상대하기 어려울지도 몰라, 예가네라는 방어막이 있으니까. 그럼 난 가볼게, 온연씨한테 내가 여기 왔다는 거 몽요씨한테 비밀로 하라고 해줘. 몽요씨한테 아리고 싶지 않아.” 목정침은 위로하듯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나도 생각이 있어, 걱정 마.” 목가네에서 나오자 경소경은 고민했다. 예군작이 머무르고 있는 병원에 아는 의사가 없었기에 간호사를 찾아갔다. 예군작 같은 사람은 분명히 전용의사가 있을 테니 다른 의사가 가까이할 수 없을 테지만 간호사는 다르기에 위험 요소가 적
간호부장은 어쩔 수 없었다. “어쩌겠어. 예가네 사람은 호락호락 하지 않잖아. 새로 가서 뽑아와야지 뭐.” 아택은 그 간호사를 쫓아간 뒤 일부러 부딪힌 후, 간호사 주머니에 있던 혈액 샘플을 바꿔치기했다. “죄송합니다.” 간호사는 습관적으로 주머니를 만졌고, 혈액 샘플을 확인했다. “괜찮아요.” 아택은 그 자리에 서서 멀어지는 간호사를 보며 조심스럽게 뒤를 밟았다. 간호사가 혈액을 경소경에게 건네는 걸 보자 그는 얼른 병실로 돌아왔다. “도련님, 아까 그 간호사는 경소경이 보낸 사람입니다. 혈액 샘플을 경소경에게 주긴 했지만 제가 중간에 바꿔치기 했습니다.” 예군작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이제 나를 의심한다 이거지? 이렇게 빨리?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이렇게 빨리 의심할 수가 없는데…” 아택은 살짝 찔려서 그때 안야를 데리고 검사를 받으러 왔을 때 경소경과 진몽요를 마주친 걸 말할지 말지 고민했지만 결국 말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자신이 자백을 해봐야 좋을 게 없었다. “아마 도련님이 장애를 갖지 않으신 게 들통나서 의심을 하게 된 게 아니나 싶습니다. 어르신도 이것 때문에 알게 되셨잖아요. 그날 도련님이 혼자서 진몽요씨를 구하러 가신 것도 조금 수상하게 여겼을 수 있습니다. 근데 진몽요씨는 다음 날에 바로 경소경이랑 결혼하고 지금까지 병문안 한번 안 온 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요?” 예군작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너무하고 말고 할 것도 없어. 내가 빚진 거야. 그 날 내가 그 자리에서 죽었어도 난 후회 안 해. 그 사람이 안 오는 건 경소경이 못 오게 해서겠지. 이해해.” 아택은 침묵했다. 눈 앞에 예군작이, 그가 알던 냉철하고 잔인한 예군작이 맞나? 그는 여자 때문에 자신을 괴롭게 만들고 있었다. 혈액을 얻은 경소경은 재빨리 검사를 하러 향했다. 그는 빨리 결과를 안 다음에 그 다음 일을 처리하고 싶었다. 원래 온연은 이 일을 몰랐지만 저녁에 목정침이 샤워를 다 하고 타올만 걸치고 있을 때 그녀는 그의 손목
온연이 갑자기 물었다. “당신은 예군작이 전지였으면 좋겠어요?” 목정침은 침묵했다. 그는 그녀의 말이 무슨 의민지 몰랐다. 그가 대답이 없자 그녀는 더 묻지 않았다. “난 콩알이 좀 보고 올 게요. 당신도 일찍 쉬어요.” 안방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목정침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는 오늘밤 또 한번 버려졌다. 콩알이가 태어난 뒤로는 그는 이 집에서 찬밥신세가 된 것처럼 유씨 아주머니보다 못 했다. 적어도 매일 퇴근하고 돌아오면 온연은 유씨 아주머니에게 아이에 대해서 물어보기라도 하지만 그는 정작 그 정도 위치에도 못 미쳤다. 오랜만에 온 주말인데 온연은 여전히 아이 주변에만 맴돌고 있었다. 찬물이 끼얹어 진 것처럼 그는 마음 편히 잠에 들 수 없었다. 만약 예전이었다면 그는 임립이나 경소경에게 전화를 걸어서 술이나 마시자고 했겠지만, 임립은 이제 없어졌고 경소경은 또 진몽요의 곁을 지켜야하고, 그도 아내가 있으니 모든 게 예전과는 달라졌다. 그는 술을 한 병 따고 창문 앞 의자에서 우울하게 마시고 있었다. 사실 그는 온연이 한 질문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전지가 살아있길 원하냐고 묻고 있었다. 그가 원할까? 전지는 그의 유일한 형제이지만… 목가네의 수치였다. 그는 그저 각자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전지가 그렇게 만들지 않았기에 전지를 죽게 만들었다. 그는 전지가 예군작이 아니길 바랐고, 그는 전지가 어떠한 형태로도 살아있길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온연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은 이유는 그녀가 실망한 눈빛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는 애초에 그녀가 원하는 선량한 사람이 아니었다. 어느 새 그는 술을 반 병을 넘게 마셨고, 너무 급하게 마셔서 그런지 목이 아파왔다. 마지막통증이 사라질 때쯤 목에 남은 술의 잔향이 중독적이었다. 온연이 방으로 들어왔을 때 그가 혼자 창문 앞에서 술을 마시고 있자 어안이 벙벙해졌다.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고 예전에도 그는 늘 그랬다. 집에 돌아오면 그 자
그가 술기운에 가까이 다가오니 그녀는 고개를 피했다. “뭐해요? 술 많이 마셨으면 그냥 자요, 나 졸려요…” 그는 갑자기 그녀의 턱을 잡고 그녀를 강제로 자신을 보게 만든 다음, 어둠 속에서 그 누구의 감정도 보이지 않았지만 온연의 심장은 빨리 뛰고 있었다. 그녀가 피하려고 하면 그의 손엔 더 힘이 들어갔고 그녀는 그가 마음대로 하길 두었지만 또 다크서클이 내려온 채로 출근하기 싫었다. 부드러운 입술이 맞춰지고, 그녀는 그의 입에서 남은 술향기에 정신이 어지러워졌다. 사실 그는 늘 예전의 목정침이였는데, 그녀의 앞에서만 그가 원하는 남자인 척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도 몰랐다. 질문이 실수였을까, 술잔을 뺏은게 실수였을까? 그가 떨어지자 그녀는 크게 공기를 마시며 하마터면 질식할 뻔했다. 키스는 분명 로맨틱하고 낭만적인 건데, 왜 그녀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걸까? 그가 너무 강압적이었나? 그녀는 도저히 술마신 남자랑 얘기하고 싶지 않아, 유일한 방법은 내일 아침 그가 술이 깨면 대화를 나누는 거였다. 그가 무방비 상태였을 때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와 문 앞으로 뛰어갔다. 손잡이를 잡은 그 순간 그녀의 허리는 들렸고, 다리가 땅에서 떨어졌다. 그녀는 발버둥쳤다. “이러지 말아요… 당신 이러면 나 무서워요!” 목정침은 살짝 굳어 그녀를 내려 놓았다. 그녀가 다시 한번 문을 열려고 할 때 그는 강제로 그녀를 잡아서 한 손으로 문을 지탱하고 그녀를 자신의 몸 안에 가뒀다. 그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미묘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아, 너 지금 말썽피우고 있어.” 온연은 문에 기대어 다리엔 힘이 살짝 풀렸고, 왜 이 말이 익숙하게 들리는 걸까? 예전에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그동안 그녀가 너무 사랑받았던 걸까? 그는 이제 참지 않는 건가? 그녀는 그가 예전이랑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그는 그저 그녀가 임신을 한 뒤로 그녀의 말을 잘 들어줬을 뿐이다. “오늘 저녁은 나랑 같이 있어.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