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부장은 어쩔 수 없었다. “어쩌겠어. 예가네 사람은 호락호락 하지 않잖아. 새로 가서 뽑아와야지 뭐.” 아택은 그 간호사를 쫓아간 뒤 일부러 부딪힌 후, 간호사 주머니에 있던 혈액 샘플을 바꿔치기했다. “죄송합니다.” 간호사는 습관적으로 주머니를 만졌고, 혈액 샘플을 확인했다. “괜찮아요.” 아택은 그 자리에 서서 멀어지는 간호사를 보며 조심스럽게 뒤를 밟았다. 간호사가 혈액을 경소경에게 건네는 걸 보자 그는 얼른 병실로 돌아왔다. “도련님, 아까 그 간호사는 경소경이 보낸 사람입니다. 혈액 샘플을 경소경에게 주긴 했지만 제가 중간에 바꿔치기 했습니다.” 예군작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이제 나를 의심한다 이거지? 이렇게 빨리?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이렇게 빨리 의심할 수가 없는데…” 아택은 살짝 찔려서 그때 안야를 데리고 검사를 받으러 왔을 때 경소경과 진몽요를 마주친 걸 말할지 말지 고민했지만 결국 말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자신이 자백을 해봐야 좋을 게 없었다. “아마 도련님이 장애를 갖지 않으신 게 들통나서 의심을 하게 된 게 아니나 싶습니다. 어르신도 이것 때문에 알게 되셨잖아요. 그날 도련님이 혼자서 진몽요씨를 구하러 가신 것도 조금 수상하게 여겼을 수 있습니다. 근데 진몽요씨는 다음 날에 바로 경소경이랑 결혼하고 지금까지 병문안 한번 안 온 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요?” 예군작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너무하고 말고 할 것도 없어. 내가 빚진 거야. 그 날 내가 그 자리에서 죽었어도 난 후회 안 해. 그 사람이 안 오는 건 경소경이 못 오게 해서겠지. 이해해.” 아택은 침묵했다. 눈 앞에 예군작이, 그가 알던 냉철하고 잔인한 예군작이 맞나? 그는 여자 때문에 자신을 괴롭게 만들고 있었다. 혈액을 얻은 경소경은 재빨리 검사를 하러 향했다. 그는 빨리 결과를 안 다음에 그 다음 일을 처리하고 싶었다. 원래 온연은 이 일을 몰랐지만 저녁에 목정침이 샤워를 다 하고 타올만 걸치고 있을 때 그녀는 그의 손목
온연이 갑자기 물었다. “당신은 예군작이 전지였으면 좋겠어요?” 목정침은 침묵했다. 그는 그녀의 말이 무슨 의민지 몰랐다. 그가 대답이 없자 그녀는 더 묻지 않았다. “난 콩알이 좀 보고 올 게요. 당신도 일찍 쉬어요.” 안방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목정침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는 오늘밤 또 한번 버려졌다. 콩알이가 태어난 뒤로는 그는 이 집에서 찬밥신세가 된 것처럼 유씨 아주머니보다 못 했다. 적어도 매일 퇴근하고 돌아오면 온연은 유씨 아주머니에게 아이에 대해서 물어보기라도 하지만 그는 정작 그 정도 위치에도 못 미쳤다. 오랜만에 온 주말인데 온연은 여전히 아이 주변에만 맴돌고 있었다. 찬물이 끼얹어 진 것처럼 그는 마음 편히 잠에 들 수 없었다. 만약 예전이었다면 그는 임립이나 경소경에게 전화를 걸어서 술이나 마시자고 했겠지만, 임립은 이제 없어졌고 경소경은 또 진몽요의 곁을 지켜야하고, 그도 아내가 있으니 모든 게 예전과는 달라졌다. 그는 술을 한 병 따고 창문 앞 의자에서 우울하게 마시고 있었다. 사실 그는 온연이 한 질문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전지가 살아있길 원하냐고 묻고 있었다. 그가 원할까? 전지는 그의 유일한 형제이지만… 목가네의 수치였다. 그는 그저 각자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전지가 그렇게 만들지 않았기에 전지를 죽게 만들었다. 그는 전지가 예군작이 아니길 바랐고, 그는 전지가 어떠한 형태로도 살아있길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온연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은 이유는 그녀가 실망한 눈빛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는 애초에 그녀가 원하는 선량한 사람이 아니었다. 어느 새 그는 술을 반 병을 넘게 마셨고, 너무 급하게 마셔서 그런지 목이 아파왔다. 마지막통증이 사라질 때쯤 목에 남은 술의 잔향이 중독적이었다. 온연이 방으로 들어왔을 때 그가 혼자 창문 앞에서 술을 마시고 있자 어안이 벙벙해졌다.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고 예전에도 그는 늘 그랬다. 집에 돌아오면 그 자
그가 술기운에 가까이 다가오니 그녀는 고개를 피했다. “뭐해요? 술 많이 마셨으면 그냥 자요, 나 졸려요…” 그는 갑자기 그녀의 턱을 잡고 그녀를 강제로 자신을 보게 만든 다음, 어둠 속에서 그 누구의 감정도 보이지 않았지만 온연의 심장은 빨리 뛰고 있었다. 그녀가 피하려고 하면 그의 손엔 더 힘이 들어갔고 그녀는 그가 마음대로 하길 두었지만 또 다크서클이 내려온 채로 출근하기 싫었다. 부드러운 입술이 맞춰지고, 그녀는 그의 입에서 남은 술향기에 정신이 어지러워졌다. 사실 그는 늘 예전의 목정침이였는데, 그녀의 앞에서만 그가 원하는 남자인 척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도 몰랐다. 질문이 실수였을까, 술잔을 뺏은게 실수였을까? 그가 떨어지자 그녀는 크게 공기를 마시며 하마터면 질식할 뻔했다. 키스는 분명 로맨틱하고 낭만적인 건데, 왜 그녀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걸까? 그가 너무 강압적이었나? 그녀는 도저히 술마신 남자랑 얘기하고 싶지 않아, 유일한 방법은 내일 아침 그가 술이 깨면 대화를 나누는 거였다. 그가 무방비 상태였을 때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와 문 앞으로 뛰어갔다. 손잡이를 잡은 그 순간 그녀의 허리는 들렸고, 다리가 땅에서 떨어졌다. 그녀는 발버둥쳤다. “이러지 말아요… 당신 이러면 나 무서워요!” 목정침은 살짝 굳어 그녀를 내려 놓았다. 그녀가 다시 한번 문을 열려고 할 때 그는 강제로 그녀를 잡아서 한 손으로 문을 지탱하고 그녀를 자신의 몸 안에 가뒀다. 그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미묘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아, 너 지금 말썽피우고 있어.” 온연은 문에 기대어 다리엔 힘이 살짝 풀렸고, 왜 이 말이 익숙하게 들리는 걸까? 예전에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그동안 그녀가 너무 사랑받았던 걸까? 그는 이제 참지 않는 건가? 그녀는 그가 예전이랑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그는 그저 그녀가 임신을 한 뒤로 그녀의 말을 잘 들어줬을 뿐이다. “오늘 저녁은 나랑 같이 있어.
온연은 그를 노려봤고, 그가 자신을 놀래켜서 초래한 일 아닌가? 물린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근데 어제 저녁에 물은 건데 왜 아직도 빨개져 있을까?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그에게 다가가 옷을 열어보자 깜짝 놀랐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녀에게물린 부위가 빨갛게 이빨 자국이 남아 있었고, 보기만 해도 놀랄 정도였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약 좀 바를래요? 빨개졌어요. 알러지 생길 거 같은데…” 목정침은 따듯하게 그녀를 보았다. “아니, 알아서 낫겠지. 내 피부 알러지 잘 안 나. 근데 술도 마시고 물렸으니 알러지가 날 수도… 내일이면 괜찮아 질 거야.” 경소경은 아무렇지 않게 대화주제를 돌렸다. “맞다, 정침아. 내일 아침에 내가 일이 있어서 그런데, 몽요씨 좀 회사에 데려다 줄 수 있어? 내가 시간이 없어서. 퇴근할 땐 내가 갈게.” 목정침은 ‘응’ 이라고 대답만 했다. 온연도 내일이면 예군작의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는 걸 알고 있었다. 진몽요는 너무 번거롭다고 생각했다. “왜 멀리까지 데리러 오라고 그래요? 내가 운전해서 출근할 수 있어요. 내가 운전 못 해서 그런가 본데, 그동안 나 사고난 적 한번도 없었잖아요.” 경소경은 웃었다. “혹시 모르잖아요. 조심할수록 좋죠.” 점심. 경소경과 진몽요는 목가네에서 점심을 먹었고, 콩알이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신났는지 계속 식탁으로 기어가 작은 손으로 이것저것 막 집다가 접시 하나를 깨트렸다. 진몽요는 웃으며 물었다. “이제 일반식 먹을 때 된 거 아니야? 분유랑 물 말고 아직 아무것도 안 먹여봤지?” 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내가 요즘 거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이제 일반식 먹을 때 된 거 같긴 하네.” 진몽요는 수저에 국을 살짝 떠서 아이에게 먹여주었고, 아이는 기뻐서 손발을 막 움직였다. “봐봐, 벌써 이 나기 시작했잖아. 이제 다른 거 먹어도 돼. 배고팠는지 내 수저까지 씹어 먹으려 하는데?” 온연은 식탁 위에 있던 하얀 새우의 껍질을 벗겨, 새
온연은 아이에게 장난을 치며 말했다. “일 얘기겠지. 목정침씨는 서재에서 얘기하는 게 습관이라 못 고쳐. 우리가 익숙해지는 수밖에.” 진몽요는 투덜거렸다. “그러네. 연아, 내일 네 남편이 나 출근 길 데려다 주는데 질투 안 나?” 온연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질투할 게 뭐 있어? 임산부한테 질투한다고? 됐어, 다른 여자였으면 화가 머리 끝까지 났을 텐데 너는 목정침씨가 직접 운전해서 데려다 준다고 해도, 너가 조수석에 앉아도 괜찮아. 우리가 무슨 사인데~” 진몽요는 갑자기 계단 쪽 눈치를 보다가 목소리를 낮췄다. “연아, 저번에 내가 경소경씨랑 밖에서 밥 먹는데 갑자기 만약 전지가 돌아오면 나한테 영향을 끼치냐고 묻더라. 첫 사랑이 정말 잊기 어려운 건지 궁금해서 물어봤다고 해명하긴 했는데, 뭔가 수상해. 전지가 나한테 어떤 일을 했는지 뻔히 아는데, 내 앞에서 전지 얘기 꺼낸 적 한번도 없었거든. 절대 전지 얘기로 날 떠볼 사람도 아니고. 그래서 좀 의심스러워…” 온연의 마음은 살짝 내려 앉았다. 진몽요가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여자인지라 세심할 때가 있었다. 그녀는 한참을 뜸들이다가 말했다. “너가 신경 쓰려서 물어본 거겠지. 다른 여자만 맨날 만나다가 널 위해서 이제 막 정직해졌으니 당연히 너도 다른 사람을 품었을까 봐 걱정하는 거야. 예전에 자신이 그랬으니 지금도 그게 제일 두렵겠지.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진몽요는 그래도 마음이 불안했다. “연아, 솔직히 말해봐. 전지가 돌아올 가능성이 있을까? 난 널 제일 믿어서 너는 날 안 속일 거라고 생각해.” 온연은 눈동자를 내리깔았다. “몽요야, 그때 전지가 남아프리카로 도망갔을 때 목정침씨가 사람 시켜서 처리했어. 마지막엔 시체까지 사라져 버렸지만. 전지가 죽었는지, 돌아올지는 아무도 몰라. 우리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지금 그냥 잘 사는 거야. 아무도 미래는 모르는 거잖아. 나중에 설령 돌아왔다고 해도 어쩔 거야? 넌 지금 경소경의 아내잖아.” 진몽요는 벙쪘다. “나 갑
목정침은 그녀를 보았다. “감염 예방 주사라도 맞으러 가야하는 거 아니야?” 그녀는 입술을 내밀었다. “진짜 나를 고양이 취급하는 거예요? 당신이 먼저 나 놀래킨 거였잖아요! 누가 술 먹고 꼬장부리래요?” 그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표정이었다. “내가 언제 꼬장부렸어? 그건 불만을 토로한 거야. 내가 말했었는데 넌 신경조차 안 썼잖아! 내가 그정도 술 마시고 취했겠어? 난 이미 너가 평소에 난 너무 방치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었어.” 온연은 할 말이 없었다. 맞다, 그가 얘기했었지만 그녀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녀에게 그는 늘 크고 듬직한 존재였기에 다른 사람에게 위롤 받거나 무시를 당하는 존재가 아니었고, 늘 제일 높은 곳에서 다른 사람을 내려다보는데, 정말 그녀의 관심이 필요했던 걸까? 그녀는 살짝 한숨을 쉬었다. “알겠어요, 앞으로 안 그럴게요. 난 당신이 그런 사람일 줄 몰랐어요.” 그의 민감한 신경이 건들여졌다.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 왜 나한테 욕을 하는 거 같지?” 그녀는 피식 웃었다. “무슨 생각하는 거예요? 내 말은, 8살때부터 내 눈에 당신은 늘 크고 듬직한 존재였어요. 외로워도 강인해서, 다른 사람의 보살핌도 필요 없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중요치 않으며 누구의 동정도 필요 없으니 내 관심은 더더욱 필요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러니까 거기까지 생각 못 했던거죠.” 목정침은 그녀를 부드러운 눈빛으로 보았다. “난 늘 너한테 관심 받길 원했어.” 온연의 심장은 살짝 빠르게 뛰었고, 놀란 눈으로 그를 보며 길다란 속눈썹은 흔들리고 있었다. 이 대답은 전혀 예상치 못 했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동병상련으로 시작해서, 나중엔 죄책감 때문에 서로를 의지했지… 만약 너가 없었다면 사실 이 세상은 나한테 아무런 의미도 없었어. 넌 어둠속에서 갑자기 빛 한 줄기가 들어오는 그런 기분 알아? 너가 그 빛이야, 내 마음속에 빛.” 그녀는 뭔가 만족스럽지 않았고 뭔가를 빠트린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알
그는 결과를 목정침에게 알렸고 목정침은 믿지 않는 반응이었다. 이미 전지가 예군작이라는 마음의 준비를 했어서 그런지 결과를 믿을 수 없었다. 생각을 하다가 경소경은 채혈을 했던 간호사에게 연락을 했다. “채혈할 때 이상한 거 없었어요?” 간호사는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있었어요. 그 예군작 옆에 키 크고 훤칠했던 남자가 저랑 부딪혔었는데 제가 주머니 만져 봤을 때 샘플이 있길래, 별 생각 없었었어요. 예군작씨 혈액은 어디에 쓰시려고요? 제가 도와드렸는데 밥이라도 사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경소경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는 지금 일을 하려는 거지 여자를 꼬시려는 게 아니었기에 밥은 절대로 사줄 수 없었다. “알겠어요. 다른 사람한테 절대 발설하지 말아요. 아니면 예가네 사람들이 귀찮게 할 거예요. 아무렇지 않은 척해요. 밥은 당분간은 시간이 없으니까 돈으로 줄게요. 알아서 가서 사 먹어요. 일이 있어서 먼저 끊을 게요.” 간호사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는 전화를 끊고 운전대를 주먹으로 쳤다. 간호사가 말한 남자는 아택이었고, 샘플이 분명 아택으로 인해 바뀌었을 테다. 예가네 사람들은 역시 상대하기 어려웠다. 지금 예군작은 더욱 경계하고 있었고, 또 채혈을 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만약 예군작이 진짜 예군작이 아니라면 예가네 사람들이 이미 알지 않았을까? 예가네 사람들은 가짜를 받아줄 수 있나? 이런 일은 그보다 목정침이 하는 게 나았다. 저녁. 목정침의 차는 예가네 저택으로 들어왔다. 국청곡은 예가네 어르신 뒤에 서 있었고, 목정침이 차에서 내리던 순간 그녀의 시선을 빼앗아버렸다. 제도에서 제일 부자인 목가네 도련님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분위기나 외모나 뭐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목정침이 다가오자 국정곡은 시선을 돌렸다. 예가네 어르신은 목정침에게 악수를 건넸다. “귀한 손님이 오셨네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목정침은 어깨를 피고 있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까이할 수 없는 아우라를 갖고 있었
잠시 후, 예가네 어르신은 자료를 내려놓고 아무런 흔들림 없이 목정침을 보았다. “목 대표님, 이걸 왜 보여주시는 거죠? 이 사람 저는 모르는데요. 누구인가요?” 목정침은 길다란 손가락으로 여유롭게 책상을 두드리며 눈빛은 차가웠다. 그는 가벼운 말투로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남기고 가신 핏줄이에요.” 예가네 어르신 심장은 충격을 받아서 살짝 아파왔고, 티를 내고 싶지 않아 애써 참았다. “이 전지라는 사람이… 목가네 사람이라고요? 정말 몰랐네요, 목가네에서도 배 다른 아들이 있다니. 전지씨가 남아프리카에서 사라진 이유는 알고 계시겠죠? 그럼 지금… 살아 돌아왔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목정침은 무표정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그쪽 손자분이랑 전지랑 같은 곳에 있었더라고요. 다사고를 당했고, 시간과 장소도 같더라고요. 원래 모든 사람들이 다 손자인 예군작씨가 장애인인줄 알았는데, 이제 모두가 장애인이 아닌 걸 알고있죠. 성형도 했었고요. 그럼 어르신은 지금의 예군작이 예전에 예군작이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 없으신가요?” 예가네 어르신은 식은 땀을 흘리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집사… 집사!” 집사는 황급히 들어와서 어르신에게 약을 주었고, 한참이 지나고서 어르신은 평정심을 되찾았다. 목정침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았고 어르신의 얼굴을 응시하며 말했다. “제가 뭐 실수했나요? 연세가 많으셔서 큰 충격을 받으면 안되실 텐데요.” 예가네 어르신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아니요… 제가 나이를 먹어서 몸이 안좋아서요. 최근에 군작이가 또 사고를 당해서 제가 마음을 많이 써서 그런지 기력이 딸리네요. 방금 말하신 건 제가 아는 게 하나도 없어요. 군작이 다리는 비록 저한테 숨겼지만 저희 예가네 일이고 전 이미 용서했어요. 제 손자는 잘못이 없어요. 동생분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으신거면 저희 예가네랑은 상관없을 거 같네요.” 목정침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이번에 예군작씨가 왜 사고를 당하셨는지는 아세요? 왜 진몽요를 누군가 해칠 거라는 걸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