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령의 입꼬리는 서서히 올라갔고, 허영심에 가득 차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렇게 친한 건 아니에요. 그냥 저번에 대표님 도와서 아이를 봐드렸었거든요. 예전에 대표님이 저를 후원해 주셨어서, 대표님 아니었으면 오늘의 저도 없었을 거예요. 다들 일 하시죠, 저는 아직 정직원 되길 기다리고 있어서요.” 옆에 있던 직원이 혀를 찼다. “뭘 걱정해요? 걱정해야 될 사람은 정작 다른 사람들이죠. 정직원 분명이 될 걸요. 이미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위치에서 시작한 거잖아요.” 이때, 부장이 그들을 보며 말했다. “업무 시간에 왜 떠들어요? 떠들거면 집 가서 떠드세요!” 옆에 있던 사람들은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일을 했고, 서예령은 불쾌한 눈빛으로 부장을 보았다. 그녀는 안 그래도 이 늙은 여자가 아니 꼬았다. 부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서예령씨, 이게 무슨 태도예요? 내가 아니 꼬아요? 회사는 집이아니니까 상사 말을 복종해야 하는 곳이에요. 공주 대접받고 싶으면 당장 집으로 돌아가요!’ 서예령은 일부러 요구르트 뚜껑을 열어 여유롭게 한 모금 마셨다. “말도 못 하게 하는 회사는 아무데도 없어요. 부장님이야 말로 막무가내 시네요. 누가 들으면 본인 회사인 줄 알겠어요. 아무리 부장님이어도 이건 좀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부장은 화가 잔뜩 났다. “내 업무가 이 부서를 관리하는 거예요. 그쪽이 여기서 일하고 싶으면 내 관리에 복종해야 하고 싫으면 당장 나가요!” 서예령은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지금까지 일을 계속 잘해왔는데, 무슨 이유로 저를 쫓아내실 거죠? 업무시간에 잠깐 대화도 못 나누게 하시는 부장님이 너무 각박하신 거 아닌가요? 본부장님이라 대표님께 저 자르라고 말 해보세요. 누가 이기나 보죠.” 부장은 화가 나서 파일을 서예령에게 던졌다. “우리 부서가 너 없다고 안 돌아가는 줄 알아?” 서예령 손에 있던 요구르트는 바닥에 떨어졌고, 이마에선 빨간 피가 흘렀다. 주위 사람들은 순식간에 놀라서 재빨리 서예령에게 휴지를 건넸고,
서예령은 그 순간 울음을 그쳤다. 당연히 목정침이 그녀를 동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그녀는 자신의 모습이 우습고 비참해 보였다. 그녀가 그 자리에 서서 아무 말이 없자 목정침이 말했다. “회사에 더 못 다니겠다고 했죠? 강요 안 하니까 이 일 처리하고 회사를 떠나도 좋아요.” 서예령은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 해서 얼른 말했다. “제가 순간 화가 나서 충동적으로 한 말이었어요. 저는 이 회사가 너무 좋아서 진짜로 떠날 생각은 없었어요…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목정침은 손짓을 했다. “그래요, 나가 봐요. 회사는 다른 곳이랑 달라요. 그만 두고 싶다고 그만 둘 수 있는 곳도 아니고 다니고 싶다고 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앞으로 좀 성숙하게 대처했으면 좋겠네요.” 서예령은 얼굴이 잿빛이 된 채로 자리로 돌아왔고, 다른 직원이 약 상자를 가져와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그녀는 목정침와의 첫 만남부터 그가 거절을 안 해서 그녀가 다른 직원들이랑 다르다고 여겼는데, 모든 건 그녀의 착각이었다. 다른 사람들 과는 다르게 그녀는 매달 목정침에게 후원 받는 돈이 있어, 그녀는 그들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다 착각이었다… 예전부터 그녀는 그와 관련된 신문 기사들을 자세히 반복해서 읽었고, 그와 관련된 모든 건 다 놓치지 않았다. 지금 어렵게 그의 곁으로 가까이 와서 그에게 눈 도장까지 찍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이때, 부장은 본부장 사무실에서 나와 서예령에게 다가갔다. “미안해요, 내가 너무 충동적이었어요. 손해배상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요.” 서예령은 본부장이 부장에게 책임을 물지 않은 걸 알고, 이 상황을 굳이 이어가고 싶지 않아 차라리 착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아니에요, 업무시간에 말을 한 제 잘못도 있죠. 앞으로 다시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손해 배상은 괜찮아요.” 부장도 형식적으로 사과를 했고 그 누구도 진심을 담지 않았다. 그녀의 대답을 들은 부장은 다시 자리
서예령은 냉수를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가 물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저 인턴기간도 거의 끝나가고 일도 계속 잘해왔는데 왜 연장을 하시는 거죠? 이유라도 말씀해주세요.” 본부장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요, 맞아요. 일은 정말 잘하고 다른 인턴들보다 뛰어나요. 하지만 인간관계가 엉망이에요. 아직 인턴인데 상사한테 대들어서 이마까지 깨졌잖아요. 선배로써 충고하지만, 직장은 서예령씨가 생각하는 만큼 만만한 곳이 아니에요. 그런 식으로 거만하게 굴면 다쳐요. 사소한 일들은 참을 줄도 알아야 하고, 큰 일들은 참을 것도 없죠. 회사에 고위직 인사들도 다 눈이 있어요. 이런 거 몰랐어요? 요즘 목 대표님한테 접근한다고 들었는데, 이미 대표님이랑 전화까지 했어요. 대표님도 내 결정이 맞다고 생각하시고요.” 서예령은 아무렇지 않은 본부장을 보며 순간 사방의 적이 많아졌다고 느꼈다. 그녀는 그제서야 총대를 맨 새가 제일 먼저 죽는 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그녀는 어디에 있는 정의를 실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게 이제 보니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살려면 조용히 숨어 있어야했다. 그녀는 아직 정직원이 되지 못한 인턴이었고, 부장과 마찰이 생면 본부장은 부장의 편을 들게 뻔했다. 회사에 그녀 같은 사람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인턴기간을 연장한다는 건 그녀에게 그만두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목정침도 그녀가 일 처리하는 게 미숙하다고 했지만… 그녀는 절대 떠날 생각이 없었고 어떻게든 여기 붙어 있을 생각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서예령은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본부장님. 전 그만두지 않고 계속 회사에 남아 남은 보름동안 본부장님이 생각을 바꾸시게 만들 겁니다.” 본부장은 손을 흔들었다. “알겠어요, 나가 봐요.” 자리로 돌아오자 옆에 있던 직원이 다가와 물었다. “예령씨, 정직원 전환됐죠?” 서예령은 마음속에서 왠지 모르게 불이 났고, 그녀에게 일부러 이 얘기를 언급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애써 티 내지 않고 살짝 웃었다. “먼저 일부터
차 안, 유시 아주머니가 은근슬쩍 말했다. “도련님, 어차피 가는 길인데 왜 안 태워 주셨어요? 그 아가씨 되게 곤란해 보이던데.” 목정침은 덤덤하게 말했다. “본인이 자초한 일이잖아요. 저한테 특별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저렇게 다 큰 어른이 본인이 어떻게 해야 곤란한 상황에 처하지 않을지 알텐데요. 저는 저 사람 사장이지 아빠가 아니에요. 비 오는 날 비 안 맞게 해줄 의무는 없다고 봐요.”\ 말이 끝나고 그는 이어서 말했다. “진락, 연이네 회사로 가. 우산 안 챙겼을 텐데 집에 픽업해서 가자.” 진락은 대답을 한 뒤 운전대 방향을 틀었다. 유씨 아주머니는 말로하진 않았지만 속으로 분명 기뻐했다. 남자들이 밖에서의 온갖 유혹을 다 뿌리치면서 알아서 처신을 잘하는 게 제일 좋은 건데, 목정침은 신사답진 않아도 늘 온연에게 충성했다. 온연네 회사 아래 도착하자 목정침은 온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온연은 아직도 회사에 있었고, 비가 살짝 그칠 때까지 기다리려 했는데 마침 그가 왔다. 그녀가 내려올 때 목정침은 조수석에 앉았고 뒷좌석을 내주었다. 온연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콩알이는 옹알거리며 안아 달라고 했고, 그녀의 품에 몸을 던졌다. 그녀는 하루 종일 쌓인 피로가 아이를 보자마자 풀렸다. “콩알아, 오늘도 아빠 말 잘 들었어? 엄마 보고싶었지?” 콩알이는 당연히 대답하지 않았지만 익숙하게 그녀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이건 배가 고프니 모유를 달라는 신호였다! 순간 그녀는 곤란해졌다. “곧 집이니까, 집에 가서 먹자 응? 낮에 아빠가 밥 안줬어?” 유씨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먹었어. 회사에서 출발하기 전에 먹었는데 하루 종일 너를 못 봐서 너가 보고싶었던 거야. 진짜 배고픈 게 아니라.” 목정침은 나지막이 말했다. “콩알이도 내 자식인데 어떻게 밥을 안 줬겠어? 내도 너 앞이라고 괜히 그러는 거 아니야? 나 그래도 오늘 되게 잘해줬는데. 난 잘못 없어.” 온연은 웃었다. “이렇게 어린 애가 어떻게 일부
목정침은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예전부터 세차는 자주했어. 나 먼저 씻으러 들어갈게.” 그가 안으로 들어가자 유씨 아주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보고했다. “아까 회사에서 나올 때 회사에 어떤 아가씨가 조수석에 앉았거든. 비가 와서 시트가 살짝 젖었어. 진락이 닦았는데 도련님은 그래도 싫으신가 봐. 원래 조금이라도 때 타는 거 별로 안 좋아하시잖아. 이미 그 아가씨가 차에 타서 같은 방향이니까 데려다 달라고 했는데 도련님이 쫓아내시고 널 데리고 가신 거야. 도련님 이런 점은 참 좋아. 다른 여자한테 휘둘리지 않잖아.” 온연의 입꼬리는 슬슬 올라갔다. “그런가요… 뭐 다른 여자한테 마음은 안 주는 거 같긴 해요. 그 아가씨 서예령 맞죠? 저도 알아요.” 유씨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던 거 같아. 사원증에 그 이름이 적혀 있더라. 낮에는 부장님이랑 싸워서 이마가 찢어졌는데, 도련님 사무실에 와서 고자질을 하더라고. 근데 도련님이 그 아가씨한테 본부장한테 말하라고 본인은 이런 사소한일까지 관여 안 한다고 하시더라고. 요즘 이런 아가씨들은 단순하지가 않아. 근데 연이 너도 아직 젊으니까 도련님 걱정은 하지 마. 도련님도 다른 남자들이랑 다르시니까.” 유씨 아주머니의 말이 아니어도 온연은 목정침을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늘 그녀에게 안정감을 주었고, 가끔은 그가 비정상인 것 같다가도 결국 다 자신을 위한 거라고 생각했다. 저녁 식사 후, 온연은 아이 방에서 콩알이를 재웠다. 목정침은 옆에 앉아 낮에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아침에 콩알이 데리고 병원 갔을 때 소경이랑 진몽요 마주쳤어. 두 사람도 산부인과에 검사 받으러 왔는데, 거기서 안야를 마주쳤데. 안야는 혼자가 아니라 예군작네 사람이랑 같이 왔는데, 뱃속에 아이 아빠라던데. 이름이 뭐더라, 아택이었나.” 온연은 의아했다. “아택? 아택이 어떻게 안야랑 사귀어요? 두 사람 원래부터 알았데요? 왜 나는 몰랐지? 아니면… 안야가 뱃속에 아이를 경소경씨 거라고 누명 씌웠던 게 예군작
아이가 잠에 들자 이미 1시간이 지났다. 온연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시무룩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목정침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뭐해요?” 그가 불평했다. “넌 낮에 일하고 집에 오면 애만 보고, 남은 시간은 잠만 자는데 나한테 투자하는 시간은 없는 거야?” 그녀는 이불속으로 들어가 편하게 숨을 쉬었다. “내가 나가서 일하는 게 싫어요? 본인이 허락했으면 되돌릴 수 없어요. 난 지금의 생활이 좋은 걸요. 저녁에 잠은 당신이랑 자잖아요. 아이랑 자는 것도 아닌데 따지고 보면 당신이랑 있는 시간이 더 길죠. 애한테까지 질투를 해야겠어요? 본인 아들이잖아요.” 그는 누워서 그녀를 품에 안았다. “나랑 같이 자는 건 맞지만 애 보고 방에만 오면 바로 잠들잖아. 눈 뜨면 또 아침이고, 또 새로운 하루잖아. 내가 베게랑 뭐가 달라? 그냥 다른 침구류랑 다를 게 없어.” 바쁜 하루를 보낸 온연은 더 이상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그에게 입을 맞추자 그의 잔소리가 멈웠다. 갑자기 불이 붙은 그가 더 깊게 들어오려 하자 그녀는 얼른 밀어냈다. “나 그 날이에요…” ‘펑’ 마치 무언가가 깨진듯 목정침은 그대로 굳었다. “거짓말이지?” 그녀는 진지하게 고개를 저었다. “정말이에요, 이번엔 2일 정도 빨라졌어요. 당신 예전에는… 아니… 이런 요구 별로 없지 않았어요? 왜 갑자기 달라진 거 같죠?” 그는 이불로 얼굴을 가리고 마음이 매우 심란해져 있었다. “남자는 숨이 붙어 있는 이상 욕구가 없을 수가 없어.” 그녀는 또 하나의 이상한 지식을 터득했다. 그랬구나, 그는 평소에 욕구가 없는 척했던 거겠지? 예전에 있던 몇몇 상황들을 떠올려 보니 그녀는 그가 참았던 순간들이 생각이 났다… 직감적으로 그녀는 눈 앞에 이 남자를 달래줘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그의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서 편안한 자세를 취한 뒤 화제를 돌렸다. “그 서예령이라는 인턴, 정직원 됐어요?” 그가 대답했다. “아니, 인턴 기간
한참동안 초인종을 눌렀는데 아무런 답이 없자, 그는 안야가 집에 있는데도 그인 걸 알고 일부러 문을 안 연다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찰나에 갑자기 안야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왜 여기에 계세요?” 그가 뒤를 돌자 안야는 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이제 막 집에 왔다. 그녀는 잠깐 장보러 갔다 온 모양이다. “할 얘기가 있어서요.” 안야는 당황해서 살짝 고개를 숙였다. “어… 네, 우선 문 열어 드릴 테니까 들어가서 얘기해요.” 집에 들어서자 경소경은 집을 둘러보고 물었다. “아택이랑 결혼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왜 이런 월세 아파트에서 살게 하는 거예요?” 안야는 순간 대답하지 못 했다. 그녀는 아택에게 다른 자가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고,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고, 차 한 대 있는 것만 알았기에 질문을 피했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어요? 그… 예전 일 때문인가요?” 그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대로 말해요. 누가 시킨거죠? 아니면 어떻게 그렇게 상황이 들어맞을 수가 있어요? 그쪽이 임신한 기간이 그 날 저녁이랑 시간이 비슷하잖아요.” 안야는 긴장되서 옷깃을 잡았다. “그런 일 시킨 사람 없어요… 제가 병원에서 말했듯이, 저랑아택씨는 두 세번 만나봐서 잘 알지는 못 했지만, 어느 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예상치 못 하게 임신이 됐을 뿐이에요. 그저 다 우연이었어요. 그 일은 제 잘못이니까 몽요 사장님이랑 소경씨한테 사과드릴게요. 그러니까 저 좀 내버려 두시겠어요? 저는 지금 그냥 아택씨랑 평화롭게 살면서 아이 낳고 싶어요. 더 묻지 마세요…” 그녀의 사소한 행동이랑 말투 그리고 사건 설명 모두다 놓치지 않은 그는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확신했다. “나랑 몽요씨랑 결혼하기 전 날에, 예군작이 그 사람 교통 사고 날 뻔한 거 구해준 거 알아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아요. 아택씨가 말해줬어요.” 그는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는 다면 어떻게 그 사람을 위해 목숨
안야는 이를 꽉 깨물고 마음을 먹었다. “사실 제가 아는 것도 많지 않아요. 제가 아는 건 예군작이 장애인인 척을 하는 거랑… 그리고 몽요 사장님을 사랑하는데 3년이나 걸렸다고 했어요. 그 분은 소경씨랑 몽요 사장님을 갈라 놓고 싶어했는데 그거 말고는 정말 몰라요. 제가 다 알려드렸으니 몽요 사장님한테는 말하지 마세요. 사장님이 알게 되면 전 정말 죽음이에요!” 3년...... 경소경의 머릿속엔 딱 하나의 이름이 떠올랐다. 전지. 전지는 진몽요가 3년동안 사랑했던 남자이고 그를 질투하게 만든 남자였다. 그의 마음속엔 수만개의 넝쿨이 자라나 그의 심장을 조여오는 듯했다. 만약 예군작이 정말 전지라면 이 모든 게 말이 됐다. 웃긴 건, 진몽요는 전지를 3년동안 사랑했지만 전지는 그 3년동안 그녀를 사랑하려 했고, 그녀의 가족까지 해쳤다. 아파트에서 나온 그는 바로 회사로 향했다. 사무실을 지나칠 때 진몽요를 보자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오는 길에 사온 과일을 그녀에게 건넸다. “일할 때 배고프면 먹어요.” 진몽요는 웃으며 받았다. “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 난 당신이 고객이랑 점심까지 먹고 올 줄 알았는데.” 그는 웃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해 보였다. “당신이랑 먹어야지 왜 고객이랑 먹어요? 고객은 아내만큼 중요하지 않아요. 난 일하러 갈 게요, 이따 점심 때 맛있는 거 먹어요.” 그는 회사에서 그녀에게 오글 거리는 행동을 거의 안 하는 편이다. 평소에는 절대 공과 사를 늘 잘 지켰는데, 오늘은 좀 이상했다. 그녀는 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더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동료들이 부러워하기 전에 얼른 그를 보냈다. 점심시간. 그녀가 고기를 먹고 싶어하자 그가 얼른 데리고 나갔다. 그녀는 먹기만 했고, 그는 옆에서 굽기만 했다. 이때, 그가 물었다. “만약 전지가 돌아왔어도 당신한테 아무런 영향도 없는 거죠?” 진몽요는 몸이 굳었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전지의 이름을 절대 언급하지 않는데 갑자기얘기를 꺼내니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