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진몽요는 화들짝 놀라서 미꾸라지처럼 벌떡 일어났고, 두 사람은 머리를 박았다. 경소경은 진몽요가 임신을 해서 이렇게 예민한 줄 몰랐고, 그는 피할 겨를이 없었기에 두 사람은 아픈 이마를 부여잡았다. 진몽요는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 뻔했다. “뭐하는 거예요? 아파 죽겠네…” 그는 억울하고 어이가 없었다. “뭐하는 거냐니요? 당신 밥 먹으라고 깨우러 왔는데 좀 살살 일어나지 그랬어요? 이렇게 예민한 임산부는 또 처음 보네요. 됐고, 얼른 일어나요. 요리 다 식겠어요.” 진몽요는 잠깐 멍을 때렸다. “방금 꿈꾸고 있었어요. 우리가 또 헤어지는 꿈이었는데, 당신이일어나서 밥 먹으라는 소리 듣고 우리가 결혼한 게 생각났어요. 다시는 헤어질 일이 없잖아요. 근데 정신이 없어서 이게 꿈인지 현신인지 순간 헷갈렸어요. 그래서 이게 현실인지 확인하려고 벌떡 일어난 건데 이렇게 당신이 가까이 있을 줄 알았겠어요? 당신 때문에 안 그래도 나쁜 머리 더 나빠지겠어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리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게 현실이에요. 우린 다시 헤어질 일없으니까 그런 영양가 없는 꿈은 이제 그만 꿔요. 그리고 당신 머리가 아무리 나빠도 이제 내가 있으니까 아무도 나 말고는 뭐라고 못 해요.” 진몽요는 그의 손을 잡고 자신의 손을 들어 각자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보았고, 마음속은 왠지 모르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아직도 꿈 꾸고 있는 거 같아요. 우리가 정말 결혼했다니…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았잖아요. 맞다, 다른 사람들은 결혼하면 엄청 시끌벅적하던데 우리는 왜 이렇게 조용해요?”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침대로 눕혔다. “우리 엄마가 당신이 피곤할까 봐 결혼식 말고 나머지는 그냥 다 생략했어요. 조용한 게 좋지 않아요? 당신이 임신만 안 했어도 놀러 나갔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조용히 지나가는 게 좋죠. 우선 밥부터 먹어요 우리.”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진몽요는 음식 냄새에 허기가 졌다. “당신 음식은 정말 예쁘고 맛 있
진몽요는 그들을 집으로 들였다. “어머님 아버님 어쩐 일이세요? 저녁이라 날씨도 추운데 많이 입고 오시지. 감기 걸리시겠어요.” 하람은 집 안을 둘러보더니 식탁에 시선을 고정했다. “걱정돼서 그냥 와봤어. 역시나 소경이가 이제서야 밥을 차려줬고만. 이러니까 내가 걱정을 하지. 이럴바엔 우리 집에 가서 사는 게 낫겠어. 그래야 내 마음도 편하고.” 경소경은 잔소리를 너무 많이 들은 탓에 이젠 익숙해졌다. “저 사람이 이제 일어난 거예요. 안 굶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보단 제가 저 사람을 더 아껴요.” 경성욱도 거들었다. “그래, 두 사람이 어떻게 살든 당신이 너무 간섭하지 마. 소경이 어렸을 때도 이렇게 신경 써준 적 없잖아… 늦은 시간에 오는 것도 좀 그렇고…” 원래 경성욱은 가만히 있는 편인데, 그가 맞장구를 치자 하람은 불만이 가득했다. “그래, 소경이 어렸을 때 내가 신경 안 써준 건 맞지만 당신이 할 얘긴 아닌 거 같은데? 오늘 아들이 결혼했으니까 옛날 얘기는 더 안 꺼낼게. 그치만 내가 그때 회사 관리 안 했으면 나랑 소경이는 이미 길바닥에서 굶어 죽었을 걸? 뭐든지 물질적인 게 없으면 비참해지는 법이야. 난 보름동안 출장을 갔다 오는 한이 있어도 좋은 집에서 부족한 거 없이 소경이를 키우면서 시야를 넓혀 주고 싶었고, 바깥 세상을 알려주고 싶었어. 가난한 집에서 애만 보면서 살면서 사랑을 주는 것 보단 나아.” 진몽요는 진지한 대화에 당황했고 모두의 표정을 살폈다. 제일 걱정되는 건 경소경의 기분이었지만 생각보다 괜찮아 보였다. 경소경은 자신과 상관없는 연극을 보듯 하람과 경성욱을 지켜봤다. 경성욱은 불똥치 자신에게 튀자 다시 침묵했고, 그가 반박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 하람도 굳이 이 대화를 더 이어가지 않았다. “몽요야, 우리 신경쓰지 말고 밥 먹어. 우리는 이미 먹고 왔어. 난 올라가서 너희 방 좀 둘러보고 올 게. 어떤 침대들은 임산부가 불편해할 수도 있어서.”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아버님은 잠
경소경은 여유롭게 그녀를 보며 무언가를 기다리듯 길다란 손가락으로 책상을 쳤다. 이때 하람이 폭발했다. “어떻게 몽요한테 설거지를 시킬 수가 있어? 아줌마 부르는데 돈 얼마나 든다고 집에 사람을 안 써? 너 그거 병이야. 집에 아줌마 당장 고용해!” 진몽요는 하람의 반응에 살짝 놀랐고 경소경은 그녀의 손에서 그릇을 뺏었다. “봤죠? 평소에 집안 일 한번도 안 하다가 우리 엄마 있을 때 이러는 건 나 욕 먹으라고 그러는 거예요? 가서 쉬어요, 내가 할게요. 난 우리 집에 낯선 사람 들어오는 거 싫어요.” 진몽요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뗐다. “미안해요…” 경소경이 주방에 들어가자 하람은 만족했다. “몽요야 와서 앉아. 엄마랑 얘기나 하자.” 진몽요는 웃으며 걸어가 하람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엄마, 사실 평소에 소경씨가 잡일 같은 거 다 해요. 결혼 전이나 나중에나 저도 가끔은 돕고 싶어요. 저 사람이 저 보다 더 피곤하니까요.” 하람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등을 쓰다듬었다. “그러지 마. 너가 자꾸 도와주면 익숙해져. 익숙해지면 그게 당연한 줄 알아. 너가 우리 집에 이런 일하러 시집온 것도 아닌데 이런 사소한 일은 소경이한테 맡겨도 돼. 넌 아직 젊어서 하고싶은 것도 많을 텐데, 아이 낳으면 내가 돌볼게. 분유 먹이면 되니까. 모유 수유하면 엄청 힘들고 매일 육아까지 하게 되면 쉴 틈이 없을 거야.” 사람들은 어떤 시어머니들은 자신이 겪었던 안 좋은 경험들을 며느리가 다시 겪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람은 달랐다. 자신이 예전에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 했고, 혼자서 다 견뎌왔기에 아들은 아내를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웠고, 며느리가 행복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진몽요는 감회가 새로웠다. “연이는 아직까지도 모유 수유를 하더라고요. 어찌 됐든 저도 애 돌되기 전까지는 수유해야죠. 저도 하고싶은 건 많지만 엄마 역할은 하고싶어요. 엄마가 소경씨한테 해주시는 것처럼 저도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싶어요.” 하람은 그녀가 더 좋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그는 주방 정리를 할 마음이 사라졌고, 그녀를 들어 안아 위층으로 올라갔다. 진몽요의 마음은 이미 설레고 있었다. 평소에 그녀가 어떤 부탁을 해도 그는 다 대충 넘어갔지만, 오늘은 그녀의 말을 다 들어주었기에 그녀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경소경은 그녀를 침대 위에 올려 두고 나가려 하자 그녀는 얼른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어디가요? 아까 오후에 말했잖아요. 오늘 신혼 첫 날 밤이니까…” 그는 피식 웃었다. “샤워하러 가는 건데, 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 그제서야 그녀는 손을 놓고 중얼거렸다. “제법 신경은 쓰네요. 언제부터 이런 습관을 들였다고…” 그녀의 작은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돌렸다. “혼자서 뭐라고 중얼 거리는 거예요?” 그녀는 웃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씻어요.” 그가 욕실 문을 닫자 그녀는 얼른 일어나서 하얀색 실크 잠옷 원피스로 갈아 입었다. 옷이 널널해서 그녀의 배를 어느 정도 가려주었고, 가슴 부분에 레이스가 있어서 좀 더 섹시함이 돋보였다. 무언가를 기대하며 기다리는 시간은 제일 괴로운 법이다. 그녀는 계속 숫자를 세면서 그를 기다렸고 경소경은 타올만 두른 채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그는 운동을 자주 해서 근육이 선명하게 보였고 과하지 않아서 딱 좋았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살짝 젖은 그의 몸과 수건에서 나는 비누 향에 진몽요는 이미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는 걸 느꼈고 그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백번 봐도 질리지 않는 그의 얼굴은 그녀를 늘 설레게 만들었다. 그가 침대로 다가오자 그녀는 그를 잡아당겼고,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그녀는 그의 목을 천천히 쓸었다. 그녀는 그의 뜨거워진 눈빛을 보았다. “당신 지금…” 그의 목소리는 살짝 갈라져 있었지만 명확하게 들렸고,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유혹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싫어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고 심호흡을 한 뒤 그녀를 거절
한바탕이 끝나고,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자세히 보았다. “이제 이 반지로 내가 당신 묶어둔 거예요. 앞으로 다른 여자한테 한 눈 못 팔아요. 절대.” 그는 뒤에서 그녀를 안으며 그녀의 손을 꽉쥐었다. “당신이 있는데 다른 여자를 왜 봐요? 이미 안 본지 한참 됐어요. 얼른 자요, 내일 아침에 병원 가야죠.”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의 볼에 입을 맞췄다. “아이가 살짝 움직인 것 같아요.” 처음으로 태동이 느껴졌다는 말에 그는 살짝 놀랐다. “언제요?” 그녀는 민망한 듯 대답했다. “아까 그거 할 때요…” 그는 살짝 웃으며 그녀의 배를 많졌다. “이건 엄마인 당신 때문이에요, 나랑은 상관없어요.” 다음 날 목가네. 날씨가 점점 추워져서 콩알이는 콧물이 살짝 흘렀고, 가끔 기침을 했다. 온연은 월차를 내서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하나 고민했지만 또 계속해서 월차를 내면 회사에 안 좋은 이미지를 심을까 봐 걱정했다. 그녀의 망설이는 모습을 눈치챈 목정침이 말했다. “출근해, 병원은 내가 데리고 갈 게. 낮에 일정이 없어서.” 온연은 마음이 불편했다. “일 보단 당연히 아이가 더 중요해요. 월차 낼 수 있으니까 당신이 무리할 필요는 없어요.” 목정침은 넥타이를 매며 그녀를 보았다. “내가 무슨 무리를 해? 무리를 하는 건 너야. 이제 겨우 일자리 찾았는데 계속 월차내면 나였어도 그런 직원은 싫어. 그러니까 얼른 출근해, 내가 애 데리고 병원갈게.”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그럼 난 가볼게요. 병원 갈 때 마스크 쓰는 거 잊지 말아요. 요즘 감기 걸린 사람들이 많아서, 소아과엔 다 감기 걸린 아이들뿐일 텐데, 당신까지 걸리면 안되잖아요.” 부탁을 하고 그녀가 뒤돌아 나가려 하자 목정침이 붙잡았다. 그는 그녀의 빨간 입술을 보며”왜 이렇게 빨갛게 발랐어? 지워.” 그녀는 당황했다. “빨개요? 되게 연하게 바른 건데. 우리 회사 직원들 다 화장하고 나오는데, 나만 안 하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입술이 빨개야 생기도
산부인과에 도착한 진몽요는 배가 고파왔다. “저번에 의사 선생님이 아침 먹고 오지 말라고 하셔서 안 먹었더니 배고파 죽겠어요.” 경소경은 부드럽게 말했다. “괜찮아요, 검사 다하고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요.”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공복 검사에 피 거마도 포함된 줄 몰랐다. 피를 몇 통이나 뽑아서 그녀는 보기만 해도 팔이 아팠고, 피를 다 뽑은 얼굴은 창백해졌다. 경소경은 그녀를 대신해서 거즈를 눌러주며 조심스럽게 부축했다. “피 좀 뽑은 거니까 엄살 부리지 말아요. 이정도 뽑는다고 빈혈 생기는 것도 아닌데, 나 놀래키지 말고요.” 그녀는 불쾌한 듯 그를 노려봤다. “빈혈도 아니고 머리도 안 어지러운데, 아프다고요!” 이때, 경소경은 복도에서 익숙한 두 사람을 보았고, 한 명은 안야였고, 나머지 한 명은 남자인데 등지고 있어서 얼굴을 보지 못 했다. 진몽요는 한 눈에 알아봤다. “안야랑 아택?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 둘이 사귀는 건가? 안야도 검사하러 온 거겠죠?” 경소경은 관심이 없었다. “우린 가요.” 진몽요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닌데, 아택은 예군작의 사람인데 어떻게 안야랑 사귀겠어요? 보통 산부인과에 검사 받으러 오면 부부들끼리 오는 거 아니에요?” 경소경은 그제서야 반응했다. “당신 말은… 안야 뱃속에 아이가 아택의 아이라는 말이에요? 근데 아택은 예군작 사람이고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아택은 예군작 사람인데. 난 그냥 둘이 어떻게 사귀는지 이해가 안되서 그래요. 안야는 나랑 같이 있을 때 아택을 두 세번 본 게 전부일 텐데, 아이를 낳을 정도로 안 친하지 않을까요?” 이 사실에 경소경은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때 안야가 임신한 걸 그에게 누명을 씌웠어서 시끄러웠는데, 이제 안야 뱃속에 아이가 예군작 사람인 아택의 것일 수도 있다니, 안야를 조종한 사람이 예군작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진몽요도 살짝 눈치를 챘지만 자신의 머리가 나빴기에 확신할 수 없었다. 더 확실하게 알기 위해 그
안야가 거짓말하는 것 같진 않았지만 경소경은 예군작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안야는 긴장해서 얼굴이 창백했고 온 몸을 떨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진실을 들키면 안된다는 걸 알았고, 그녀도 이곳에서 진몽요와 경소경을 마주칠 줄 몰랐다. 잘 넘어가지 못 하면 그녀와 아택 모두 죽음이었다. 진몽요는 안야의 눈을 보며 진지하게 물었다. “너 나 똑바로 봐.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네 말다 사실이야? 다른 사람이랑 아무 관련 없는 거 맞아? 지시한 사람도 없고 다 네가 혼자 한 짓이야? 너랑 아택씨도 진심이고?” 안야는 또박또박 대답했다. “네, 제 말 다 사실이에요. 저랑 아택씨도 다 진심이고, 이미 혼인신고까지 다 마쳤어요.” 진몽요는 한숨을 쉬었다. “그럼 됐어. 과거 일은 다 지나갔으니 더 따지지 않을 게. 하지만 용서도 안 해줄 거야.” 대화가 끝나고 그녀는 경소경을 잡고 뒤돌아 나갔다. 그들이 멀어졌어도 안야는 안도하지 못 했고 걱정스럽게 아택에게 물었다. “어떡하죠? 만약에 저 사람들이 의심해서 사실을 알아내면 어떡해요? 우리가 자백한 게 아니어도 들키면 예군작이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아택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걱정 마요, 내가 있으니까 별 일 없을 거예요. 여기서 검사 결과 기다리고 있어요. 난 정형외과 가서 예군작 좀 보고 올게요. 이따가 혼자 먼저 집에 가 있어요. 예군작이 오늘 아침부터 다시 입원해서 당분간 당신 돌봐 줄 시간 없을 거 같아요.” 안야는 살짝 안심했다. “알겠어요.” 이 일에 관해서 경소경은 여전히 안심하지 않았고 목정침이 마침 병원에 있던 게 생각나 진몽요 몰래 목정침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까 검사 다 하고 아택이랑 안야를 마주쳤어. 그 아택은 예군작네 사람이래. 안야 뱃속의 아이도 아택거고. 뭔가 이상한데 말을 안 해. 지금은 몽요씨도 있고 해서 더 못 물어봤어. 대답도 안 해주고 그래서.’ 문자를 받은 목정침은 고민 후에 답장했다. ‘예군작이 만든 시나리오인가 보네. 예
서예령의 입꼬리는 서서히 올라갔고, 허영심에 가득 차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렇게 친한 건 아니에요. 그냥 저번에 대표님 도와서 아이를 봐드렸었거든요. 예전에 대표님이 저를 후원해 주셨어서, 대표님 아니었으면 오늘의 저도 없었을 거예요. 다들 일 하시죠, 저는 아직 정직원 되길 기다리고 있어서요.” 옆에 있던 직원이 혀를 찼다. “뭘 걱정해요? 걱정해야 될 사람은 정작 다른 사람들이죠. 정직원 분명이 될 걸요. 이미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위치에서 시작한 거잖아요.” 이때, 부장이 그들을 보며 말했다. “업무 시간에 왜 떠들어요? 떠들거면 집 가서 떠드세요!” 옆에 있던 사람들은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일을 했고, 서예령은 불쾌한 눈빛으로 부장을 보았다. 그녀는 안 그래도 이 늙은 여자가 아니 꼬았다. 부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서예령씨, 이게 무슨 태도예요? 내가 아니 꼬아요? 회사는 집이아니니까 상사 말을 복종해야 하는 곳이에요. 공주 대접받고 싶으면 당장 집으로 돌아가요!’ 서예령은 일부러 요구르트 뚜껑을 열어 여유롭게 한 모금 마셨다. “말도 못 하게 하는 회사는 아무데도 없어요. 부장님이야 말로 막무가내 시네요. 누가 들으면 본인 회사인 줄 알겠어요. 아무리 부장님이어도 이건 좀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부장은 화가 잔뜩 났다. “내 업무가 이 부서를 관리하는 거예요. 그쪽이 여기서 일하고 싶으면 내 관리에 복종해야 하고 싫으면 당장 나가요!” 서예령은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지금까지 일을 계속 잘해왔는데, 무슨 이유로 저를 쫓아내실 거죠? 업무시간에 잠깐 대화도 못 나누게 하시는 부장님이 너무 각박하신 거 아닌가요? 본부장님이라 대표님께 저 자르라고 말 해보세요. 누가 이기나 보죠.” 부장은 화가 나서 파일을 서예령에게 던졌다. “우리 부서가 너 없다고 안 돌아가는 줄 알아?” 서예령 손에 있던 요구르트는 바닥에 떨어졌고, 이마에선 빨간 피가 흘렀다. 주위 사람들은 순식간에 놀라서 재빨리 서예령에게 휴지를 건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