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진몽요는 눈물이 나서 화장이 망가질까 봐 숨도 크게 쉴 수 없었다. 주례사는 이어서 그녀에게 물었다. “신부 진몽요는 신랑 경소경을 남편으로 맞이할 준비가 되었습니까? 두 사람은 앞으로 평생을 함께 하며, 아내를 사랑하고, 존중하고, 보호하며 그녀가 건강하든 아프든, 돈이 많든 없든, 무슨 일이 있어도 늘 그에게 충성을 맹세할 수 있나요?” 진몽요는 훌쩍였지만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네, 맹세합니다!” 주례사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 두분께서 반지를 교환하세요.” 옆에 있던 들러리들이 반지함을 들고 왔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반지를 끼워주었다. 주례사가입을 맞춰도 된다고 하기 전에 경소경은 참지 못하고 진몽요의 빨간 입술의 입을 맞췄고, 그녀의 입술에서만 나는 향기를 느꼈다. 드디어, 그녀는 그의 것이 됐다. 아래 있던 관중석에선 하람의 환호성이 제일 컸다. 그녀는 이미 부잣집 사모님 이미지를 버리고 제일 기쁘게 소리치고 박수치며 그들을 축하해주었고, 옆에 있던 경성욱에게 말했다. “30년 키운 자식이 드디어 한 건 했어. 그동안 고생했다 정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그녀의 말에 웃었고 민망했던 경성욱은 그녀를 말렸다. “너무 흥분하지 말고 좀 진정해.” 하람은 진정할 수 없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그녀는 진몽요가 피곤할까 봐 미리 준비해둔 편한 신발을 진몽요에게 직접 신겨주었다. “몽요야, 임신중이라 힘들텐데 손님들한테 인사는 안해도 돼. 휴게실에서 좀 쉬고 있어. 맛있는 건 내가 다 가져다 줄게. 오전내내 이것저것 하느라 너도 피곤하겠다.” 진몽요는 하람이 쭈그려 앉아 자신에게 신발 신겨주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따듯해졌다. “엄마, 정말 감사해요.” 하람은 고개들어 웃었다. “괜찮아, 가족끼리 고마운 게 어딨어? 난 너가 우리 가족이 되는 이날만을 기다렸어. 난 널 처음 본 그 순간부터 너가 참 괜찮은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우리 경가네 사람이 됐네. 우리 소경이가 평생 처음으로 효도했어.” 진몽요는 웃
하람이 말했다. “그럼 난 나가볼 게. 둘이서 얘기 나눠.” 하람이 나가자 두 사람은 마음 편히 대화를 나눴다. 하람 앞에서는 진몽요가 살짝 내숭을 떨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었다. “연아, 넌 왜 목청침씨한테 결혼식 다시 해달라고 안 해? 난 식장 들어오자마자 놀랐어. 식장이 너무 예쁜 거야. 근데 결혼식만 끝나면 다 정리해야 하는 게 좀 아깝더라고. 분명 결혼식에 돈도 많이 쓰셨을 텐데. 경가네 식구들이 날 너무 중요시 여겨주는 거 같아서 난 지금 너무 행복해 ~” 온연은 어깨를 들썩였다. “나랑 목청침씨는 이미 오래된 부부잖아. 뭐하러 결혼식을 다시해? 그냥 이렇게 사는 거지. 가끔은 아쉬울 때도 있지만 다시 할 필요까지는 없는 거 같아. 사람은 좀 성숙해야 할 필요가 있어. 애가 돌이 거의 다 되어 가는데 결혼식 다시 올리면 사람들이 비웃어.” 진몽요는 닭다리를 오물거리며 말했다. “난 너랑 가치관이 다른가 봐. 나였으면 꿈에 나올 정도로 아쉬웠을 거 같은데. 꼭 다시 해야 마음이 풀렸을 거야. 아까 목정침씨가 콩알이 안고 밖에 있던데 찾으러 안 갔어?” 온연은 고개를 저었다. “안 갔어. 좀 혼자 있고 싶어. 애가 날 보면 안아 달라고 칭얼거릴 텐데, 매일 안고 있다간 팔 떨어지겠어.” 진몽요는 웃었다. “그렇게 작은 애 좀 안고 있는다고 어떻게 팔이 떨어져? 너무 오버하지 마.” 온연은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어차피 너도 나중에 나처럼 되겠지. 해보면 알 거야. 너 배가 좀 커졌네. 조금만 자세히 보면 바로 보이겠어.” 진몽요는 그제서야 생각난 듯 뒤에 조여 있던 끈을 살짝 풀었다. “이거 너무 쪼여. 밥 먹고 옷 다시 갈아입어야겠어. 드레스는 예쁜데 불편해.” 오후 2시 넘어서야 결혼식이 끝나갔고, 진몽요는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갔는데 오늘은 느낌이달랐다. 예전에 그녀는 동거하는 여자친구였다면 이제는 이 집의 주인이었다. 경소경은 그녀가 집을 둘러보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 “뭐해요? 여기서 그 정도
경소경은 싫은 티를 냈다. “본인이 자고 싶은 거면서 애 핑계 대지 말아요. 미리 말하지만, 같이 잠만 자는 거예요. 안 그럼 저녁에 내가 못 일어날지도 몰라요.” ...... 저녁, 예가네 저택. 아택은 운전을 해서 병원에 있는 예군작을 픽업해 왔고, 익숙하게 그를 부축해 휠체어로 옮겼다. 이제는 정말 연기가 아니었다. 예가네 어르신이 예군작이 병원에서 계속 다리를 치료하게 두지 않았기에 일찍 퇴원을 했다. 앞으로 매일 개인 의사가 집으로 방문해 간단하게만 치료를 할 계획이었다. 아택은 계속 침묵하며 마음이 불안정했다. 그는 자신이 휴가를 다녀온 사이에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질 줄 몰랐고, 예군작의 신분도 이제 숨길 수 없었다. 예군작의 곁에서 꽤 오랫동안 일을 했는데 어르신이 몰랐냐고 물어보면 몰랐다고 대답을 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제 그는 어떻게 되는 걸까? 걷다가 예군작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노인네가 너한테 뭐라도 물어보면 그냥 아무 것도 몰랐다고 해. 내가 너를 경계해서 가까지 하지 않았다고 해. 나도 봐줬으니까 너도 곤란하게 만들지 않을 거야.” 아택은 벙쪘다. 예전에 그는 예군작에게 두려움에 의해 강제로 순종했지만 그 순간 예군작이 달라 보였다. “알겠습니다.” 방으로 돌아온 예군작은 침대에 누웠고 이때 국청곡이 들어왔다. “아택씨, 할아버지가 찾으시네요. 여긴 나한테 맡기고 가 봐요.” 아택은 예군작을 보다가 대답을 한 뒤 방에서 나갔다. 국청곡은 침대 맡에 앉았다. “아파요?” 예군작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떻게 안 아플 수 있을까? 그가 이 순간을 꼭 기억할 수 있게 어르신은 진통제 투여를 허락하지 않았고, 그는 지금 매 순간 통증을 느끼며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잠시 후, 그가 물었다. “노인네 계획을 왜 나한테 말해준 거예요?” 국청곡은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내가 말 안 했으면, 진몽요가 죽었을 거고, 그럼 당신이 어떻게 됐을 까요? 난 당신이 기분 안 좋은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는
아택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몰랐습니다. 도련님께서 저를 경계하셔서 늘 선을 그으셨습니다.” 어르신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아택아, 난 널 정말 좋게 봤어. 그러니까 나한테 거짓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제 넌 예전과는 다르게 가정도 있잖아… 아택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르신, 전 정말 몰랐습니다. 어르신을… 배신한 적도 없었습니다.” 여기까지 들은 국청곡은 망설이다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할아버지, 저 따로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국청곡을 보자 어르신은 자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와서 내 말동무 좀 되어줘. 아택, 넌 일단 가 봐.” 아택은 국청곡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낸 뒤 자리를 피했다. 국청곡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할아버지, 군작씨가 속인 건 그 사람 잘못이에요. 진몽요씨한테 손쓰시려던 계획도 제가 말해줬고요. 저는 그 사람이 기분 안 좋은 모습을 보고싶지 않았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안 말했다면 저렇게 되지 않았겠죠. 이제 저 사람이 하나뿐인 손자이고, 예가네 유일한 후계자잖아요. 화 푸시고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해주세요. 아니면 저 다리 정말 망가질지도 몰라요.” 어르신은 예군작이 진짜 예군작이 아니라는 얘기는 꺼내지 않고 물었다. “넌 군작이 다리 멀쩡했던 거 알고 있었지?” 국청곡은 찔리는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네… 죄송해요.” 어르신은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 뒤엔 다른 속셈이 숨겨져 있는 거 같았다. “이 일은 너가 신경 쓰지마. 내가 다 계획이 있어. 군작이가 말을 안 듣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어? 안전장치가 있어야 나도 마음이 놓이지.” 국청곡은 용기 내서 말했다. “저는 다른 것 때문이 아니라 남은 생을 장애인이랑 살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만약 정말 저 사람이 제대로 못 걷게 된다면 전 차라리 이혼 할래요. 그때 저는 그 사람이 장애가 없는 걸 알고 결혼하겠다 한 거였어요. 결혼 전에 그 사람 다리 때문에 저희 집에서도 말이 많았고요. 제 말이 좀 듣기
갑자기 진몽요는 화들짝 놀라서 미꾸라지처럼 벌떡 일어났고, 두 사람은 머리를 박았다. 경소경은 진몽요가 임신을 해서 이렇게 예민한 줄 몰랐고, 그는 피할 겨를이 없었기에 두 사람은 아픈 이마를 부여잡았다. 진몽요는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 뻔했다. “뭐하는 거예요? 아파 죽겠네…” 그는 억울하고 어이가 없었다. “뭐하는 거냐니요? 당신 밥 먹으라고 깨우러 왔는데 좀 살살 일어나지 그랬어요? 이렇게 예민한 임산부는 또 처음 보네요. 됐고, 얼른 일어나요. 요리 다 식겠어요.” 진몽요는 잠깐 멍을 때렸다. “방금 꿈꾸고 있었어요. 우리가 또 헤어지는 꿈이었는데, 당신이일어나서 밥 먹으라는 소리 듣고 우리가 결혼한 게 생각났어요. 다시는 헤어질 일이 없잖아요. 근데 정신이 없어서 이게 꿈인지 현신인지 순간 헷갈렸어요. 그래서 이게 현실인지 확인하려고 벌떡 일어난 건데 이렇게 당신이 가까이 있을 줄 알았겠어요? 당신 때문에 안 그래도 나쁜 머리 더 나빠지겠어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리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게 현실이에요. 우린 다시 헤어질 일없으니까 그런 영양가 없는 꿈은 이제 그만 꿔요. 그리고 당신 머리가 아무리 나빠도 이제 내가 있으니까 아무도 나 말고는 뭐라고 못 해요.” 진몽요는 그의 손을 잡고 자신의 손을 들어 각자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보았고, 마음속은 왠지 모르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아직도 꿈 꾸고 있는 거 같아요. 우리가 정말 결혼했다니…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았잖아요. 맞다, 다른 사람들은 결혼하면 엄청 시끌벅적하던데 우리는 왜 이렇게 조용해요?”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침대로 눕혔다. “우리 엄마가 당신이 피곤할까 봐 결혼식 말고 나머지는 그냥 다 생략했어요. 조용한 게 좋지 않아요? 당신이 임신만 안 했어도 놀러 나갔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조용히 지나가는 게 좋죠. 우선 밥부터 먹어요 우리.”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진몽요는 음식 냄새에 허기가 졌다. “당신 음식은 정말 예쁘고 맛 있
진몽요는 그들을 집으로 들였다. “어머님 아버님 어쩐 일이세요? 저녁이라 날씨도 추운데 많이 입고 오시지. 감기 걸리시겠어요.” 하람은 집 안을 둘러보더니 식탁에 시선을 고정했다. “걱정돼서 그냥 와봤어. 역시나 소경이가 이제서야 밥을 차려줬고만. 이러니까 내가 걱정을 하지. 이럴바엔 우리 집에 가서 사는 게 낫겠어. 그래야 내 마음도 편하고.” 경소경은 잔소리를 너무 많이 들은 탓에 이젠 익숙해졌다. “저 사람이 이제 일어난 거예요. 안 굶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보단 제가 저 사람을 더 아껴요.” 경성욱도 거들었다. “그래, 두 사람이 어떻게 살든 당신이 너무 간섭하지 마. 소경이 어렸을 때도 이렇게 신경 써준 적 없잖아… 늦은 시간에 오는 것도 좀 그렇고…” 원래 경성욱은 가만히 있는 편인데, 그가 맞장구를 치자 하람은 불만이 가득했다. “그래, 소경이 어렸을 때 내가 신경 안 써준 건 맞지만 당신이 할 얘긴 아닌 거 같은데? 오늘 아들이 결혼했으니까 옛날 얘기는 더 안 꺼낼게. 그치만 내가 그때 회사 관리 안 했으면 나랑 소경이는 이미 길바닥에서 굶어 죽었을 걸? 뭐든지 물질적인 게 없으면 비참해지는 법이야. 난 보름동안 출장을 갔다 오는 한이 있어도 좋은 집에서 부족한 거 없이 소경이를 키우면서 시야를 넓혀 주고 싶었고, 바깥 세상을 알려주고 싶었어. 가난한 집에서 애만 보면서 살면서 사랑을 주는 것 보단 나아.” 진몽요는 진지한 대화에 당황했고 모두의 표정을 살폈다. 제일 걱정되는 건 경소경의 기분이었지만 생각보다 괜찮아 보였다. 경소경은 자신과 상관없는 연극을 보듯 하람과 경성욱을 지켜봤다. 경성욱은 불똥치 자신에게 튀자 다시 침묵했고, 그가 반박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 하람도 굳이 이 대화를 더 이어가지 않았다. “몽요야, 우리 신경쓰지 말고 밥 먹어. 우리는 이미 먹고 왔어. 난 올라가서 너희 방 좀 둘러보고 올 게. 어떤 침대들은 임산부가 불편해할 수도 있어서.”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아버님은 잠
경소경은 여유롭게 그녀를 보며 무언가를 기다리듯 길다란 손가락으로 책상을 쳤다. 이때 하람이 폭발했다. “어떻게 몽요한테 설거지를 시킬 수가 있어? 아줌마 부르는데 돈 얼마나 든다고 집에 사람을 안 써? 너 그거 병이야. 집에 아줌마 당장 고용해!” 진몽요는 하람의 반응에 살짝 놀랐고 경소경은 그녀의 손에서 그릇을 뺏었다. “봤죠? 평소에 집안 일 한번도 안 하다가 우리 엄마 있을 때 이러는 건 나 욕 먹으라고 그러는 거예요? 가서 쉬어요, 내가 할게요. 난 우리 집에 낯선 사람 들어오는 거 싫어요.” 진몽요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뗐다. “미안해요…” 경소경이 주방에 들어가자 하람은 만족했다. “몽요야 와서 앉아. 엄마랑 얘기나 하자.” 진몽요는 웃으며 걸어가 하람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엄마, 사실 평소에 소경씨가 잡일 같은 거 다 해요. 결혼 전이나 나중에나 저도 가끔은 돕고 싶어요. 저 사람이 저 보다 더 피곤하니까요.” 하람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등을 쓰다듬었다. “그러지 마. 너가 자꾸 도와주면 익숙해져. 익숙해지면 그게 당연한 줄 알아. 너가 우리 집에 이런 일하러 시집온 것도 아닌데 이런 사소한 일은 소경이한테 맡겨도 돼. 넌 아직 젊어서 하고싶은 것도 많을 텐데, 아이 낳으면 내가 돌볼게. 분유 먹이면 되니까. 모유 수유하면 엄청 힘들고 매일 육아까지 하게 되면 쉴 틈이 없을 거야.” 사람들은 어떤 시어머니들은 자신이 겪었던 안 좋은 경험들을 며느리가 다시 겪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람은 달랐다. 자신이 예전에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 했고, 혼자서 다 견뎌왔기에 아들은 아내를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웠고, 며느리가 행복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진몽요는 감회가 새로웠다. “연이는 아직까지도 모유 수유를 하더라고요. 어찌 됐든 저도 애 돌되기 전까지는 수유해야죠. 저도 하고싶은 건 많지만 엄마 역할은 하고싶어요. 엄마가 소경씨한테 해주시는 것처럼 저도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싶어요.” 하람은 그녀가 더 좋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그는 주방 정리를 할 마음이 사라졌고, 그녀를 들어 안아 위층으로 올라갔다. 진몽요의 마음은 이미 설레고 있었다. 평소에 그녀가 어떤 부탁을 해도 그는 다 대충 넘어갔지만, 오늘은 그녀의 말을 다 들어주었기에 그녀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경소경은 그녀를 침대 위에 올려 두고 나가려 하자 그녀는 얼른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어디가요? 아까 오후에 말했잖아요. 오늘 신혼 첫 날 밤이니까…” 그는 피식 웃었다. “샤워하러 가는 건데, 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 그제서야 그녀는 손을 놓고 중얼거렸다. “제법 신경은 쓰네요. 언제부터 이런 습관을 들였다고…” 그녀의 작은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돌렸다. “혼자서 뭐라고 중얼 거리는 거예요?” 그녀는 웃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씻어요.” 그가 욕실 문을 닫자 그녀는 얼른 일어나서 하얀색 실크 잠옷 원피스로 갈아 입었다. 옷이 널널해서 그녀의 배를 어느 정도 가려주었고, 가슴 부분에 레이스가 있어서 좀 더 섹시함이 돋보였다. 무언가를 기대하며 기다리는 시간은 제일 괴로운 법이다. 그녀는 계속 숫자를 세면서 그를 기다렸고 경소경은 타올만 두른 채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그는 운동을 자주 해서 근육이 선명하게 보였고 과하지 않아서 딱 좋았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살짝 젖은 그의 몸과 수건에서 나는 비누 향에 진몽요는 이미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는 걸 느꼈고 그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백번 봐도 질리지 않는 그의 얼굴은 그녀를 늘 설레게 만들었다. 그가 침대로 다가오자 그녀는 그를 잡아당겼고,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그녀는 그의 목을 천천히 쓸었다. 그녀는 그의 뜨거워진 눈빛을 보았다. “당신 지금…” 그의 목소리는 살짝 갈라져 있었지만 명확하게 들렸고,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유혹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싫어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고 심호흡을 한 뒤 그녀를 거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