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진몽요는 눈물이 나서 화장이 망가질까 봐 숨도 크게 쉴 수 없었다. 주례사는 이어서 그녀에게 물었다. “신부 진몽요는 신랑 경소경을 남편으로 맞이할 준비가 되었습니까? 두 사람은 앞으로 평생을 함께 하며, 아내를 사랑하고, 존중하고, 보호하며 그녀가 건강하든 아프든, 돈이 많든 없든, 무슨 일이 있어도 늘 그에게 충성을 맹세할 수 있나요?” 진몽요는 훌쩍였지만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네, 맹세합니다!” 주례사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 두분께서 반지를 교환하세요.” 옆에 있던 들러리들이 반지함을 들고 왔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반지를 끼워주었다. 주례사가입을 맞춰도 된다고 하기 전에 경소경은 참지 못하고 진몽요의 빨간 입술의 입을 맞췄고, 그녀의 입술에서만 나는 향기를 느꼈다. 드디어, 그녀는 그의 것이 됐다. 아래 있던 관중석에선 하람의 환호성이 제일 컸다. 그녀는 이미 부잣집 사모님 이미지를 버리고 제일 기쁘게 소리치고 박수치며 그들을 축하해주었고, 옆에 있던 경성욱에게 말했다. “30년 키운 자식이 드디어 한 건 했어. 그동안 고생했다 정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그녀의 말에 웃었고 민망했던 경성욱은 그녀를 말렸다. “너무 흥분하지 말고 좀 진정해.” 하람은 진정할 수 없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그녀는 진몽요가 피곤할까 봐 미리 준비해둔 편한 신발을 진몽요에게 직접 신겨주었다. “몽요야, 임신중이라 힘들텐데 손님들한테 인사는 안해도 돼. 휴게실에서 좀 쉬고 있어. 맛있는 건 내가 다 가져다 줄게. 오전내내 이것저것 하느라 너도 피곤하겠다.” 진몽요는 하람이 쭈그려 앉아 자신에게 신발 신겨주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따듯해졌다. “엄마, 정말 감사해요.” 하람은 고개들어 웃었다. “괜찮아, 가족끼리 고마운 게 어딨어? 난 너가 우리 가족이 되는 이날만을 기다렸어. 난 널 처음 본 그 순간부터 너가 참 괜찮은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우리 경가네 사람이 됐네. 우리 소경이가 평생 처음으로 효도했어.” 진몽요는 웃
하람이 말했다. “그럼 난 나가볼 게. 둘이서 얘기 나눠.” 하람이 나가자 두 사람은 마음 편히 대화를 나눴다. 하람 앞에서는 진몽요가 살짝 내숭을 떨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었다. “연아, 넌 왜 목청침씨한테 결혼식 다시 해달라고 안 해? 난 식장 들어오자마자 놀랐어. 식장이 너무 예쁜 거야. 근데 결혼식만 끝나면 다 정리해야 하는 게 좀 아깝더라고. 분명 결혼식에 돈도 많이 쓰셨을 텐데. 경가네 식구들이 날 너무 중요시 여겨주는 거 같아서 난 지금 너무 행복해 ~” 온연은 어깨를 들썩였다. “나랑 목청침씨는 이미 오래된 부부잖아. 뭐하러 결혼식을 다시해? 그냥 이렇게 사는 거지. 가끔은 아쉬울 때도 있지만 다시 할 필요까지는 없는 거 같아. 사람은 좀 성숙해야 할 필요가 있어. 애가 돌이 거의 다 되어 가는데 결혼식 다시 올리면 사람들이 비웃어.” 진몽요는 닭다리를 오물거리며 말했다. “난 너랑 가치관이 다른가 봐. 나였으면 꿈에 나올 정도로 아쉬웠을 거 같은데. 꼭 다시 해야 마음이 풀렸을 거야. 아까 목정침씨가 콩알이 안고 밖에 있던데 찾으러 안 갔어?” 온연은 고개를 저었다. “안 갔어. 좀 혼자 있고 싶어. 애가 날 보면 안아 달라고 칭얼거릴 텐데, 매일 안고 있다간 팔 떨어지겠어.” 진몽요는 웃었다. “그렇게 작은 애 좀 안고 있는다고 어떻게 팔이 떨어져? 너무 오버하지 마.” 온연은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어차피 너도 나중에 나처럼 되겠지. 해보면 알 거야. 너 배가 좀 커졌네. 조금만 자세히 보면 바로 보이겠어.” 진몽요는 그제서야 생각난 듯 뒤에 조여 있던 끈을 살짝 풀었다. “이거 너무 쪼여. 밥 먹고 옷 다시 갈아입어야겠어. 드레스는 예쁜데 불편해.” 오후 2시 넘어서야 결혼식이 끝나갔고, 진몽요는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갔는데 오늘은 느낌이달랐다. 예전에 그녀는 동거하는 여자친구였다면 이제는 이 집의 주인이었다. 경소경은 그녀가 집을 둘러보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 “뭐해요? 여기서 그 정도
경소경은 싫은 티를 냈다. “본인이 자고 싶은 거면서 애 핑계 대지 말아요. 미리 말하지만, 같이 잠만 자는 거예요. 안 그럼 저녁에 내가 못 일어날지도 몰라요.” ...... 저녁, 예가네 저택. 아택은 운전을 해서 병원에 있는 예군작을 픽업해 왔고, 익숙하게 그를 부축해 휠체어로 옮겼다. 이제는 정말 연기가 아니었다. 예가네 어르신이 예군작이 병원에서 계속 다리를 치료하게 두지 않았기에 일찍 퇴원을 했다. 앞으로 매일 개인 의사가 집으로 방문해 간단하게만 치료를 할 계획이었다. 아택은 계속 침묵하며 마음이 불안정했다. 그는 자신이 휴가를 다녀온 사이에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질 줄 몰랐고, 예군작의 신분도 이제 숨길 수 없었다. 예군작의 곁에서 꽤 오랫동안 일을 했는데 어르신이 몰랐냐고 물어보면 몰랐다고 대답을 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제 그는 어떻게 되는 걸까? 걷다가 예군작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노인네가 너한테 뭐라도 물어보면 그냥 아무 것도 몰랐다고 해. 내가 너를 경계해서 가까지 하지 않았다고 해. 나도 봐줬으니까 너도 곤란하게 만들지 않을 거야.” 아택은 벙쪘다. 예전에 그는 예군작에게 두려움에 의해 강제로 순종했지만 그 순간 예군작이 달라 보였다. “알겠습니다.” 방으로 돌아온 예군작은 침대에 누웠고 이때 국청곡이 들어왔다. “아택씨, 할아버지가 찾으시네요. 여긴 나한테 맡기고 가 봐요.” 아택은 예군작을 보다가 대답을 한 뒤 방에서 나갔다. 국청곡은 침대 맡에 앉았다. “아파요?” 예군작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떻게 안 아플 수 있을까? 그가 이 순간을 꼭 기억할 수 있게 어르신은 진통제 투여를 허락하지 않았고, 그는 지금 매 순간 통증을 느끼며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잠시 후, 그가 물었다. “노인네 계획을 왜 나한테 말해준 거예요?” 국청곡은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내가 말 안 했으면, 진몽요가 죽었을 거고, 그럼 당신이 어떻게 됐을 까요? 난 당신이 기분 안 좋은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는
아택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몰랐습니다. 도련님께서 저를 경계하셔서 늘 선을 그으셨습니다.” 어르신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아택아, 난 널 정말 좋게 봤어. 그러니까 나한테 거짓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제 넌 예전과는 다르게 가정도 있잖아… 아택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르신, 전 정말 몰랐습니다. 어르신을… 배신한 적도 없었습니다.” 여기까지 들은 국청곡은 망설이다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할아버지, 저 따로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국청곡을 보자 어르신은 자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와서 내 말동무 좀 되어줘. 아택, 넌 일단 가 봐.” 아택은 국청곡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낸 뒤 자리를 피했다. 국청곡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할아버지, 군작씨가 속인 건 그 사람 잘못이에요. 진몽요씨한테 손쓰시려던 계획도 제가 말해줬고요. 저는 그 사람이 기분 안 좋은 모습을 보고싶지 않았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안 말했다면 저렇게 되지 않았겠죠. 이제 저 사람이 하나뿐인 손자이고, 예가네 유일한 후계자잖아요. 화 푸시고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해주세요. 아니면 저 다리 정말 망가질지도 몰라요.” 어르신은 예군작이 진짜 예군작이 아니라는 얘기는 꺼내지 않고 물었다. “넌 군작이 다리 멀쩡했던 거 알고 있었지?” 국청곡은 찔리는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네… 죄송해요.” 어르신은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 뒤엔 다른 속셈이 숨겨져 있는 거 같았다. “이 일은 너가 신경 쓰지마. 내가 다 계획이 있어. 군작이가 말을 안 듣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어? 안전장치가 있어야 나도 마음이 놓이지.” 국청곡은 용기 내서 말했다. “저는 다른 것 때문이 아니라 남은 생을 장애인이랑 살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만약 정말 저 사람이 제대로 못 걷게 된다면 전 차라리 이혼 할래요. 그때 저는 그 사람이 장애가 없는 걸 알고 결혼하겠다 한 거였어요. 결혼 전에 그 사람 다리 때문에 저희 집에서도 말이 많았고요. 제 말이 좀 듣기
갑자기 진몽요는 화들짝 놀라서 미꾸라지처럼 벌떡 일어났고, 두 사람은 머리를 박았다. 경소경은 진몽요가 임신을 해서 이렇게 예민한 줄 몰랐고, 그는 피할 겨를이 없었기에 두 사람은 아픈 이마를 부여잡았다. 진몽요는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 뻔했다. “뭐하는 거예요? 아파 죽겠네…” 그는 억울하고 어이가 없었다. “뭐하는 거냐니요? 당신 밥 먹으라고 깨우러 왔는데 좀 살살 일어나지 그랬어요? 이렇게 예민한 임산부는 또 처음 보네요. 됐고, 얼른 일어나요. 요리 다 식겠어요.” 진몽요는 잠깐 멍을 때렸다. “방금 꿈꾸고 있었어요. 우리가 또 헤어지는 꿈이었는데, 당신이일어나서 밥 먹으라는 소리 듣고 우리가 결혼한 게 생각났어요. 다시는 헤어질 일이 없잖아요. 근데 정신이 없어서 이게 꿈인지 현신인지 순간 헷갈렸어요. 그래서 이게 현실인지 확인하려고 벌떡 일어난 건데 이렇게 당신이 가까이 있을 줄 알았겠어요? 당신 때문에 안 그래도 나쁜 머리 더 나빠지겠어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리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게 현실이에요. 우린 다시 헤어질 일없으니까 그런 영양가 없는 꿈은 이제 그만 꿔요. 그리고 당신 머리가 아무리 나빠도 이제 내가 있으니까 아무도 나 말고는 뭐라고 못 해요.” 진몽요는 그의 손을 잡고 자신의 손을 들어 각자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보았고, 마음속은 왠지 모르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아직도 꿈 꾸고 있는 거 같아요. 우리가 정말 결혼했다니…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았잖아요. 맞다, 다른 사람들은 결혼하면 엄청 시끌벅적하던데 우리는 왜 이렇게 조용해요?”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침대로 눕혔다. “우리 엄마가 당신이 피곤할까 봐 결혼식 말고 나머지는 그냥 다 생략했어요. 조용한 게 좋지 않아요? 당신이 임신만 안 했어도 놀러 나갔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조용히 지나가는 게 좋죠. 우선 밥부터 먹어요 우리.”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진몽요는 음식 냄새에 허기가 졌다. “당신 음식은 정말 예쁘고 맛 있
진몽요는 그들을 집으로 들였다. “어머님 아버님 어쩐 일이세요? 저녁이라 날씨도 추운데 많이 입고 오시지. 감기 걸리시겠어요.” 하람은 집 안을 둘러보더니 식탁에 시선을 고정했다. “걱정돼서 그냥 와봤어. 역시나 소경이가 이제서야 밥을 차려줬고만. 이러니까 내가 걱정을 하지. 이럴바엔 우리 집에 가서 사는 게 낫겠어. 그래야 내 마음도 편하고.” 경소경은 잔소리를 너무 많이 들은 탓에 이젠 익숙해졌다. “저 사람이 이제 일어난 거예요. 안 굶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보단 제가 저 사람을 더 아껴요.” 경성욱도 거들었다. “그래, 두 사람이 어떻게 살든 당신이 너무 간섭하지 마. 소경이 어렸을 때도 이렇게 신경 써준 적 없잖아… 늦은 시간에 오는 것도 좀 그렇고…” 원래 경성욱은 가만히 있는 편인데, 그가 맞장구를 치자 하람은 불만이 가득했다. “그래, 소경이 어렸을 때 내가 신경 안 써준 건 맞지만 당신이 할 얘긴 아닌 거 같은데? 오늘 아들이 결혼했으니까 옛날 얘기는 더 안 꺼낼게. 그치만 내가 그때 회사 관리 안 했으면 나랑 소경이는 이미 길바닥에서 굶어 죽었을 걸? 뭐든지 물질적인 게 없으면 비참해지는 법이야. 난 보름동안 출장을 갔다 오는 한이 있어도 좋은 집에서 부족한 거 없이 소경이를 키우면서 시야를 넓혀 주고 싶었고, 바깥 세상을 알려주고 싶었어. 가난한 집에서 애만 보면서 살면서 사랑을 주는 것 보단 나아.” 진몽요는 진지한 대화에 당황했고 모두의 표정을 살폈다. 제일 걱정되는 건 경소경의 기분이었지만 생각보다 괜찮아 보였다. 경소경은 자신과 상관없는 연극을 보듯 하람과 경성욱을 지켜봤다. 경성욱은 불똥치 자신에게 튀자 다시 침묵했고, 그가 반박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 하람도 굳이 이 대화를 더 이어가지 않았다. “몽요야, 우리 신경쓰지 말고 밥 먹어. 우리는 이미 먹고 왔어. 난 올라가서 너희 방 좀 둘러보고 올 게. 어떤 침대들은 임산부가 불편해할 수도 있어서.”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아버님은 잠
경소경은 여유롭게 그녀를 보며 무언가를 기다리듯 길다란 손가락으로 책상을 쳤다. 이때 하람이 폭발했다. “어떻게 몽요한테 설거지를 시킬 수가 있어? 아줌마 부르는데 돈 얼마나 든다고 집에 사람을 안 써? 너 그거 병이야. 집에 아줌마 당장 고용해!” 진몽요는 하람의 반응에 살짝 놀랐고 경소경은 그녀의 손에서 그릇을 뺏었다. “봤죠? 평소에 집안 일 한번도 안 하다가 우리 엄마 있을 때 이러는 건 나 욕 먹으라고 그러는 거예요? 가서 쉬어요, 내가 할게요. 난 우리 집에 낯선 사람 들어오는 거 싫어요.” 진몽요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뗐다. “미안해요…” 경소경이 주방에 들어가자 하람은 만족했다. “몽요야 와서 앉아. 엄마랑 얘기나 하자.” 진몽요는 웃으며 걸어가 하람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엄마, 사실 평소에 소경씨가 잡일 같은 거 다 해요. 결혼 전이나 나중에나 저도 가끔은 돕고 싶어요. 저 사람이 저 보다 더 피곤하니까요.” 하람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등을 쓰다듬었다. “그러지 마. 너가 자꾸 도와주면 익숙해져. 익숙해지면 그게 당연한 줄 알아. 너가 우리 집에 이런 일하러 시집온 것도 아닌데 이런 사소한 일은 소경이한테 맡겨도 돼. 넌 아직 젊어서 하고싶은 것도 많을 텐데, 아이 낳으면 내가 돌볼게. 분유 먹이면 되니까. 모유 수유하면 엄청 힘들고 매일 육아까지 하게 되면 쉴 틈이 없을 거야.” 사람들은 어떤 시어머니들은 자신이 겪었던 안 좋은 경험들을 며느리가 다시 겪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람은 달랐다. 자신이 예전에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 했고, 혼자서 다 견뎌왔기에 아들은 아내를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웠고, 며느리가 행복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진몽요는 감회가 새로웠다. “연이는 아직까지도 모유 수유를 하더라고요. 어찌 됐든 저도 애 돌되기 전까지는 수유해야죠. 저도 하고싶은 건 많지만 엄마 역할은 하고싶어요. 엄마가 소경씨한테 해주시는 것처럼 저도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싶어요.” 하람은 그녀가 더 좋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그는 주방 정리를 할 마음이 사라졌고, 그녀를 들어 안아 위층으로 올라갔다. 진몽요의 마음은 이미 설레고 있었다. 평소에 그녀가 어떤 부탁을 해도 그는 다 대충 넘어갔지만, 오늘은 그녀의 말을 다 들어주었기에 그녀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경소경은 그녀를 침대 위에 올려 두고 나가려 하자 그녀는 얼른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어디가요? 아까 오후에 말했잖아요. 오늘 신혼 첫 날 밤이니까…” 그는 피식 웃었다. “샤워하러 가는 건데, 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 그제서야 그녀는 손을 놓고 중얼거렸다. “제법 신경은 쓰네요. 언제부터 이런 습관을 들였다고…” 그녀의 작은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돌렸다. “혼자서 뭐라고 중얼 거리는 거예요?” 그녀는 웃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씻어요.” 그가 욕실 문을 닫자 그녀는 얼른 일어나서 하얀색 실크 잠옷 원피스로 갈아 입었다. 옷이 널널해서 그녀의 배를 어느 정도 가려주었고, 가슴 부분에 레이스가 있어서 좀 더 섹시함이 돋보였다. 무언가를 기대하며 기다리는 시간은 제일 괴로운 법이다. 그녀는 계속 숫자를 세면서 그를 기다렸고 경소경은 타올만 두른 채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그는 운동을 자주 해서 근육이 선명하게 보였고 과하지 않아서 딱 좋았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살짝 젖은 그의 몸과 수건에서 나는 비누 향에 진몽요는 이미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는 걸 느꼈고 그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백번 봐도 질리지 않는 그의 얼굴은 그녀를 늘 설레게 만들었다. 그가 침대로 다가오자 그녀는 그를 잡아당겼고,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그녀는 그의 목을 천천히 쓸었다. 그녀는 그의 뜨거워진 눈빛을 보았다. “당신 지금…” 그의 목소리는 살짝 갈라져 있었지만 명확하게 들렸고,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유혹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싫어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고 심호흡을 한 뒤 그녀를 거절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