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아니지, 두꺼비씨. 대체 어디서 온 자신감이야? 예전 같았으면 너 같은 놈 만나보지도 않았어. 돈 몇 푼 있다고 너무 자신만만 하지마. 그래도 집 한 채 사는데 몇 년 더 모아야 되지 않아? 그래, 이번 밥은 내가 계산할게, 어차피 음식들이 다 안 나왔고 너도 한 입도 안 먹고 움직이지도 않았으니까, 가도 돼. 난 지금 내 마지막 인내심을 가지고 너한테 욕도 안 퍼붓고, 소리 지르지도 않는 거야. 그러니까, 그냥 아무 말 하지 말고 저쪽 현관문으로 나가, ok?”대머리 아저씨는 화가 나서 꼿꼿이 몸을 피고 그녀를 째려보며 말했다.“뭐? 너? 너라고 했어? 이제 반말까지 해? 다시 말해줘?! 모임 같은데 가면 너처럼 생긴 여자 널리고 널렸는데, 자신이 엄청 잘랐다고 생각 하나 봐? 너야 말로 어디서 온 자신감이야! 17만원만 있으면 너 같은 여자랑 끝까지 갈 수 있어, 왜 내가 허심탄회하면서 너한테 돈을 써야 되는 건데?” 진몽요는 예의 따윈 무시하고 눈을 치켜들며 말했다.“그래 너나 많이 가. 너한테 17만원은 좀 과한 것 같은데, 나중에 좀 더 고급스러운 데 봐봐. 천만원 넘는 건 아직 못 놀아봤지? 여기서 이런 장난 같은 거 치지 말고, 가서 눈을 좀 넓혀봐.”대머리 아저씨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테이블 위에 둔 공짜 레모네이드를 단숨에 깨끗하게 들이키고 말 끝마다 욕을 하며 자리를 박차면서 떠났다.“주선자가 맞선 자리 값으로 35만원이나 가져갔는데, 뭔 이 딴 사람이 나와?!?”진몽요는 한참 동안 숨을 고르더니 그제서야 온연에게 보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 이상한 일은 문자로 하기에는 버거워서 바로 전화를 걸었다.“와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 이혼한 아저씬데, 두꺼비처럼 생겼어, 내가 사진 안 보낸 게 다행이야, 보냈으면 너 눈만 버렸을걸? 자기가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나자고 하고, 혼자서 비싼 음식 다 시키고, 내가 잘 안 맞는 것 같다고 하니까 나보고 밥 다 계산하라고 그러데? 뭐, 그리고 자기가 원해서 시킨 게
#“우리 회사 직원 진몽요 씨에요.” 경소경은 여유 있게 대답하고는 이내 진몽요를 바라보며 물었다.“ 우연이네, 혼자 온거야?” 진몽요는 어색해 하며 말했다.“아뇨..친구랑 왔었는데, 일 있다고 먼저 갔어요.”경소경은 웃으며 말했다.“점심시간 잘 확인하면서 돌아다녀, 먼저 갈게.” 진몽요는 차마 도와 달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놓지 못했는데, 만약 그가 이대로 가버리면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경소경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응?왜 그래?”그녀는 크게 용기를 내 그를 한쪽으로 끌어당기며 나지막이 말했다.“돈 좀 빌려줘, 월급에서 빼..내가 돈을 안 가져와서 그래.”경소경은 그 모습이 웃긴 듯 여유 있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얼마.”그녀가 마지 못해 말했다.“800만원..” 경소경은 그녀가 한번도 우물쭈물 거리는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그리고 종업원을 불러 카드를 긁었다.“8번 테이블 계산 할게요.”계산을 다 끝 내고 나서 그는 옆에 있던 여자와 레스토랑을 나갔다. 진몽요는 어깨를 축 늘어진 체 포장한 음식들을 들고 레스토랑을 나왔다, 오늘 일진이 참 사납다고 생각했다.막 회사에 돌아와 자리에 앉았을 때, 강령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진몽요는 화가 잔뜩 치밀어 있어 좋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왜?” 강령이 흥미진진해하면서 물어보았다.“어떻게 됐어? 유씨 아주머니가 소개 해준 사람은 만났어?”진몽요는 말했다.“허허, 그 유씨 아주머니께 그 두꺼비 씨랑 한 번 만나보라고 해봐, 난 마음에 안 들어. 그리고 다음부터 나한테 마음대로 맞선 자리 만들면 그때는 가만 안둬!” 이 말을 하고 진몽요는 전화를 끊었다.강령에게 끈질기게 걸려오는 전화에 그녀는 핸드폰을 아예 꺼버렸다.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업무시간이 다 되어서야 경소경은 혼자서 회사로 돌아갔다.그가 사무실을 지날 때마다 진몽요는 머리를 깊숙이 숙였다. 그를 볼 때마다 점심시간에 있었던 일들이 떠
#진몽요는 심개와 고만만이 파혼을 하게 된 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우연히 그 날 오후에 교통사고가 날 수 있는 거지? 심개의 운전실력은 안정적이었는데...그녀는 이 일이 결코 간단치 않다고 생각했다. 진몽요의 첫 반응은 온연에게 전화를 하는 것 이였다. 온연이 전화를 받았을 때는 탕위엔의 털을 빗겨주고 있던 중 이였다. 심개가 파혼한다는 것과 동시에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나서 온연은 놀라서 멍해졌다.“뭐라고? 진짜?”진몽요는 뉴스를 온연에게 보내주고 나서 말했다.“한 번 봐봐, 틀림없어. 심가 쪽에서 파혼 할거라는 소식이 퍼 진지 한 시간이 조금 넘어서 교통사고가 났다고 하잖아. 고가가 자기들 얼굴에 먹칠을 한 것 같아서 일부로 낸 사고 같지 않아? 심개가 교통사고를 냈다는 건 믿을 수가 없어!” 온연은 잠시 진정하며 말했다.“요요야, 먼저 심개가 어느 병원에 있는지, 많이 다쳤는지, 그것부터 먼저 알아내고, 바로 병원으로 가자.”그렇게 전화가 끊기고 온연의 핸드폰으로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눌러서 들어가 보니 제목은 ‘심개에 관하여’ 라는 메일 이였고 오디오로 된 첨부파일이 들어가 있었다. 오디오 파일을 누르자 목정침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내가 말했지, 내 말대로 하면 서로한테 좋다고, 안 그러면 너가 다 책임져야해. 고가와의 파혼은 니 말대로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야.”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 “누구시죠? 이 오디오 파일을 저한테 보낸 이유가 뭐죠..?” 상대방은 다시 답장 하지 않았다, 그녀는 무서웠다. 심개가 파혼했다는 소식과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은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이런 파일을 보냈다는건.. 목정침이 심개의 교통사고에 관련이 없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 생각됐다. 그러고보니 모든 것이 들어 맞았다. 목정침은 전에 고만만과 심개를 억지로 약혼시키고는 다시 파혼을 시킨 것 같았다. 도대체 그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가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 그
#모닝은 입을 삐죽거리며 그녀를 쏘아보며 말했다.“여자의 직감이요.”온연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모닝이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뭘 얻으려는 게 아니라 목정침의 곁에 어떤 여자도 자신을 위협하는 걸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목정침은 위층에서 외쳤다."나 다 씻었어.”온연은 탕위엔을 거실에 두고선 위층으로 올라갔다.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방문을 닫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아까 심개랑 고만만씨랑 파혼했다는 기사를 봤어요. 교통사고가 났다는 기사까지도요.”목정침은 가운을 입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닦고 있었고, 그윽한 눈동자 안에는 불쾌함이 스쳤다.“아 그래?뉴스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몰랐네. 사고 당한 사람이 심개라서 이렇게 화를 내는 건가?” 그녀는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고 되물었다.“그 사고 혹시 그쪽이랑 관련 있는 거에요? 그 사람 사고 난 거 그쪽이랑 상관 있는 거냐고요! “그는 머리카락을 닦는 동작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동자에는 오로지 사실인지 아닌지 알려 달라는 눈빛으로 가득 찼다.“그러니까 네 뜻은, 그 사고를 내가 계획했다는 건가?”그녀는 말을 하지 않았다. 둘은 서로 눈만 바라보며 상대방의 마음을 맞추고 있었다.잠시 바라보다가 목정침이 비아냥거리면서 말했다. “니가 그렇게 생각 한다면 그렇게 생각해.”그의 태도에 불만을 품은 온연은 오디오파일을 재생시켰다. 목정침의 안색이 굳어졌다.“어디서 가져온 거야?”그녀는 핸드폰을 거두고 말했다.“이게 어디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이 목소리가 그쪽인지 아닌지가 더 중요하니까.” 그는 잠시 주춤하는 듯 했으나 곧 이어 대답했다.“그래, 나야.”그녀는 그의 눈에서 조금의 감정도, 양심의 가책도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이런 반응을 보일 줄 몰랐기 때문에 그녀는 너무 혼란스럽고 실망스러웠다. 목정침과 더이상 같이 있고 싶지 않았던 온연이 방문을 엶과 동시에 모닝의 비명이 들렸
#온연은 이를 악물고 몸을 꼿꼿이 세워 모닝을 바라보았다.“그렇게 신경 쓰이면 여기서 지내지 마세요! 저는 이 집 안주인 되는 사람입니다. 제가 고양이를 키우던 말던 그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죠. 근데 손님같은 사람한테 허락을 받아야 하나요? 제 고양이가 그쪽한테 상처를 낸 건 잘못이에요. 제가 사과할게요. 하지만 제 고양이는 다른 사람을 함부로 할퀴고 그러지 않아요. 주사 맞는 데에 드는 돈은 제가 낼게요. 그럼 됐죠?”모닝은 침울한 얼굴을 하고 긁힌 손을 잡고 문을 확 닫았다. 그 소리는 아래층 전체에 울렸다.둘의 대화를 어쩌면 다 들은 것 일까, 목정침은 모닝의 방으로 향했다. 둘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모닝은 한 손에는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한 손으로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며 내려왔다. 그녀의 말투를 들어보니 모창해랑 통화하고 있는 것 처럼 들렸다, 목정침은 그녀의 손에서 핸드폰을 뺏어 말했다.“모삼촌, 그 정도론 심하지 않아요, 연이가 유산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아요. 모닝은 그냥 제 고양이한테 긁힌 거 뿐이니까 큰 일은 아니에요. 조금 있다가 같이 주사 맞으러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온연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들이 어떻게 해결할 지는 자신과 상관 없다고, 해결이 되지 않으면 다 그녀 책임이라고 말할 생각 이였다.모닝은 정작 떠날 생각은 없었는지, 전화를 끊고 눈시울을 붉히며 목정침에게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고양이가 날 할퀸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요? 어떻게 그렇게 말해요? 위층에서 들으셨잖아요, 이 집의 안주인이다 뭐다, 꼭 제가 뺏으려고 하는 것처럼 말하는 거. 나랑 오빠가 더 오래 알고 지낸 사이에요! 귀국하고 아버지께서 목가네에 묵고 있으라고 말씀 안 하셨으면 오지도 않았어요! 아버지께서 사준 집이 인테리어 때문에 못 들어가지만 않았어도 여기와서 이런 대접을 받을 필요도 없었다고요!”목정침은 짜증이 났지만, 누구를 향한 짜증인지 알 수 없었다.그는
온연은 눈시울만 붉힐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느끼는 기분을 말로 설명하기 너무 어려웠다. 그가 심개에게 해를 가했다는 걸 이미 확인했을 때 그녀는 그를 미워하지 않았다. 그가 이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 했었다. 그녀는 조금 실망했다. 고양이의 일은 그들 싸움의 도화선일 뿐이었다. 지금 화를 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삐뚤어진 아이와 같았다. 이 모든 것을 그녀는 다 알고 있었다. 그들이 부부가 되기 전부터 그의 앞에서의 그녀는 항상 아이 역할을 맡고 있었고 그는 엄격한 가장이었다.“유씨 아주머니, 안 먹으면 됐어요. 방으로 데리고 가세요. 만약에 걔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면 그 고양이 도로에다 내다 버리세요.” 목정침은 말을 끝내고는 무표정으로 다시 식탁으로 돌아갔다.유씨 아주머니는 반강제적으로 온연을 잡아끌며 방으로 들어갔다. 아주머니는 노파심에 그녀에게 충고했다. “연아, 너 어떻게 도련님한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 요즘 모처럼 너한테 대하시는 태도가 좋아지셨는데, 굳이 이런 짓 하는 이유가 뭐야? 젊은 부부끼리 할 말이 있으면 잘 얘기하면 되잖아? 너 억울한 거 알아, 탕위엔이 너한테는 소중해서 걔가 괴롭힘 당하는 거 가만히 지켜볼 수 없다는 것도 알아. 그 모닝이라는 애도 참 탕위엔이 싫어하는거 알면서 왜 굳이 안으려고 하는 거야? 긁히고 나서는 호들갑이나 떨고 말이야. 그것도 남의 집에서. 손님이면 손님답게 굴어야지. 짜증 나 죽겠어! 너 일단 쉬고 있어. 내가 먹을 것 좀 챙겨 올게. 넌 그냥 방에서 먹어.”온연은 침대에 엎드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물이 이불 속으로 떨어졌고 눈물 자국이 한 방울씩 이불에 남았다. 유씨 아주머니는 들어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식판을 침대 맡에 두고는 한 켠에 조용히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분위기는 무척이나 적막 했고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그가 드디어 입을 열였다. “더 안 먹으면 음식
저녁에 목정침과 모닝은 목가네로 돌아오지 않았고 온연은 그냥 늘 그렇듯 잠자리에 들었다. 밤 12시가 넘어가자 유씨 아주머니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방으로 들어가 그녀를 깨웠다. “너 지금 잘 기분이 있어? 강연연 하나로 모자라서 굳이 네 남자를 다른 여자의 품으로 밀어 넣어야 겠어? 도련님이랑 모닝 지금까지도 안 들어왔어. 넌 걱정도 안돼?”온연이 갑갑한 소리를 했다. “그 사람 알아서 하라 그래요. 제 말을 듣기나 해요?”유씨 아주머니는 핸드폰을 그녀의 앞으로 들이 밀었다. “자, 전화 한번 쳐봐! 도련님이 안 들어 오셔도 넌 잠이 잘 올지 모르겠지만 난 잠이 하나도 안 와! 얘기 해줄게, 네가 아직도 목가의 사모님인 이상 넌 도련님 마음을 꽉 잡아야 해. 이게 다 널 위한 일이라고, 알아 들어?”온연은 핸드폰을 보며 한참을 침묵했다. 이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예상 밖으로 전화는 바로 받아졌다. 목정침의 목소리는 조금 허스키 했고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여보세요.”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어 그에게 물었다. “언제 들어오세요?”“내 얼굴 보기 싫어하지 않았었나?” 그가 되물었다. “마음대로 하세요. 유씨 아주머니가 시켜서 전화 한 거예요.” 말을 끝내고 그녀는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 유씨 아주머니는 놀라 펄쩍 뛰었다. “너 이 미련퉁이야! 진짜 벌받을 짓만 한다! 나도 이제 신경 안 써!”온연은 다시 침대에 누웠다. 유씨 아주머니가 쿵쿵대며 아래층으로 내려가신 이후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그녀는 잠이 오지 않았다. 목정침이 모닝이랑 같이 나갔으면 지금도 둘이 같이 있는 건가? 건장한 남녀가 이 야밤에 같이… 뭘 할 수 있을까?그녀의 머릿속에서 상황에 맞지 않게 이상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는 맹렬히 머리를 흔들었다. 이런 것들은 그녀가 걱정해야 할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목정침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가 누구랑 같이 있든 그녀랑은 상관이 없었다!얼마나 지났을까, 비몽사몽한 와중에 아래층에서
옆에서 책이 번져지는 소리를 듣자 온연은 정신이 번뜩 들었다. “나 못 나가. 너도 내 지금 몸 상태 알잖아. 병문안은 네가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대신 안부 좀 전해줘.”진몽요는 조금 실망했다. “그래 그럼… 만나면 내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제대로 한번 물어볼게. 잘 지내던 사람이 왜 갑자기 교통사고가 난 건지. 만약 진짜 고씨 집안 사람이 한 짓이면 내가 가만 안 둘 거야!”온연은 조금 찔렸다. 그녀는 목정침 대신 찔려 했다. “그래… 얼른 가봐… 난 아직 못 일어나서 먼저 끊을 게.”전화를 끊고 그녀는 한참을 누워있고 나서야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요즘 부쩍 침대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너무 길었다. 어젯밤에 자다가 엉켜버려 아무리 빗어도 빗겨지지 않았다. 그녀는 가위를 들어 머리카락을 잘라버리려고 하였다. 하얗고 수려한 손이 그의 행동은 제지했다. “빗 줘.”그녀는 정신이 없었고 의식적으로 그에게 빗을 건네주었다. 그가 언제 그녀의 등 뒤로 걸어온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그는 엄청 꼼꼼히 빗질을 했고 그녀는 아픔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거울 속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은 보기 드물게 화목해 보였다. 어릴 때 그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빗어주던 기억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다.말하기 부끄럽긴 하지만 그녀는 여덟 살이 될 때까지 머리를 묶을 줄 몰랐었다. 옛날부터 아버지인 온지원이 그녀를 도와 묶어주곤 했었기 때문이다. 그 비행기 사고 이후 그녀의 머리는 매일 난장판이었다. 목가네로 들어오고 난 후 목정침이 그런 그녀가 눈에 거슬렸는지 그녀의 머리를 몇 번 빗어 주긴 했었다. 비록 매번 질색하는 표정이긴 했지만.“당신 나 미워해요?” 그녀가 물었다.“미워.” 그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아.” 그녀가 가볍게 대답했다.“다 빗었어. 내려가서 밥 먹자.” 목정침은 빗을 내려놓고 이를 닦기 시작했다.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온연은